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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 빛의 시민 "명태균 특검법으로 쓰러뜨리자"

  • 사회

  • 입력 2025.02.15 22:00

  • 수정 2025.02.15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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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에 이어 '범시민대행진' 열려

"국힘당 정권 잡으면 윤석열 사면할수도"

"윤석열 탄핵 후 김건희도 처벌받아야"

"선관위에 군 투입은 헌법 기능 무력화"

"독재 영구 집권의 뿌리는 영원히 끊어야"

127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2025.02.15. 이호 작가

민주화 성지인 광주에서 극우 세력이 '윤석열 지지' 집회를 여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내란에 가담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체포 명단' '윤석열 장기 집권 계획' 등 충격적인 내용이 공개됐다. 이를 두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촛불 시민들이 다시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민들이 광장을 찾아 "윤석열 즉각 파면"을 외쳤다.

15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는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127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촛불행동이 주최한 집회에는 1만 4000여 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시민들은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특급범죄자 김건희를 구속하라!" "내란정범 국힘당을 해산하라!" "내란범들을 철저히 단죄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5·18 민주화 운동의 도시 광주에서는 극우 세력의 광기에 가까운 난동이 있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광주에서는 차마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저지른 것이다. 이들 극우 집단은 친위 쿠데타로 장기 집권을 꿈꿨던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를 광주 금남로에서 열었다. 촛불문화제 사회를 맡은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내란 선동 세력에 분노한 시민들이 광주로 달려가고 있다"며 "서울에서도 버스를 대절해서 광주로 갔다. 우리는 헌재를 맡겠다"고 말하며 집회의 문을 열었다.

대학가에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여는 비정상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연세대학교 24학번 정치외교학과 김이수 학생은 "일주일 전 연세대 앞에서 탄핵 반대 시국 선언이 있었다"며 "대다수 학생은 윤석열 파면을 원한다. 그런데 일부 옹호 세력과 언론이 2030 민심이 바뀌었다고 호도한다. 이에 나는 '착각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는 법치를 믿기에 화가 나지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며 "연세대 시국선언도 겨우 13명이었다. 그렇지만 앞으로 우리도 단호하게 행동하자"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국회의원이 127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에 참가에 발언을 하고 있다. 2025.02.15. 이호 작가

자신을 중학교 2학년이라고 소개한 학생은 "우리는 이 비극의 반복을 지켜볼 수 없다"며 "아이들을 위해 이제 바뀌어야 한다. 껍데기만 대통령인 윤석열을 파면하고 처벌하자. 국민에게 이런 소리 듣기 쪽팔리지 않냐"고 소리쳤다.

남대진 군산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자신을 '내란 세력에 의해 특히 조심해야 할 성질 더럽고 욕 잘하는 좌빨 목사로 인정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국힘당은 왜 이렇게 지랄 발광을 하는 것일까"라며 "정말 탄핵이 기각되고 윤석열이 복귀할 거라고 믿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도 윤석열이 파면된 뒤 이어질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사망해 버린 윤석열을 앞세워 선거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들이 정권을 잡으면 윤석열을 사면할 수 있다. '좌파 정권을 막겠다'는 논리로 표를 얻겠다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이주호 부산촛불행동 회원은 대중가요 '모나리자'를 개사해 부르면서 집회의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켰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국회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의 처벌을 촉구했다. 강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실체는 김건희 정권"이라며 "명태균 게이트의 실상도 김건희다. 윤석열 탄핵은 윤석열의 몫이고 김건희가 저지른 범죄는 김건희가 처벌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또 "우리는 힘이 없어 화내려다가도 한 번 더 참는다"며 "육아휴직에 복귀하려고 하니 승진이 안 되고, 사용자가 안전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서 일하다 죽어도 산업 재해 인증을 받으려면 법정에 서야 한다. 이런 것을 바꿔 달라고 대통령에게 권력을 빌려준 것이다. 좀 잘 살게 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권력을 빼앗아 오자"며 "대한민국 국민은 윤석열과 김건희가 생각한 것처럼 만만하지 않다. 그들은 명태균 특검법으로 쓰러질 것이다. 딱 그만큼 고통과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11차 범시민대행진을 열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2.15. 연합뉴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헌법재판소를 압박하고 있는 자들을 '방화범'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첫 번째 방화범은 유승수 변호사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단"이라며 "헌재 재판관을 좌익 빨갱이라고 했다. 윤석열의 파면을 재촉하는 발언"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두 번째 방화범으로 이영림 춘천지검장을 지목했다. 그는 "이 지검장은 현재 헌재 재판관이 일본 헌법 재판관보다 못하다고 했다. 이런 사람이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세 번째 방화범은 '집단 연쇄 말잔치'를 하고 있는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이라며 "문형배 재판관을 탄핵한다느니, 형사처벌을 받게 한다느니, 재판 독재라고 하고 있다. 과연 합당한 발언인가. 우리 국민이 먼저 이 방화범들을 탄핵하고 내란 선동죄로 형사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윤 대통령의 조속한 파면 결정을 촉구했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윤석열은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공격과 전쟁을 유도했다"며 "우크라이나에는 살상 무기를 보냈고 파병할 뻔했다. 내란 심판을 한 후에 외환죄 심판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 발언이 끝난 뒤 '대동한마당'의 공연과 함께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본행사장인 안국역 1번 출구에서 광화문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시민들은 광화문에서 집회를 준비하고 있던 '10차 범시민대행진'에 합류했다.

오후 5시부터 광화문(경복궁역 4번 출구) 앞에서는 주최 쪽 추산 30만 명이 모여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주최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0차 범시민대행진'이 열렸다. 집회는 민주연합정읍지부 노조에 속한 정읍시민국악단의 공연으로 시작했다.

하원오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첫 발언으로 "대한민국은 내전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극우세력은 세력을 늘려가고 있다. 정권 교체는 고사하고 윤석열이 복귀할까 걱정이다. 설사 파면이 되더라도 '제2의 윤석열'이 다시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 공동의장은 "저들의 뿌리는 박정희·전두환 군부독재 세력"이라며 "이 나라의 자주성을 짓밟는 세력으로, 자신들의 간판을 바꿔가며 권력을 유지했고 우리의 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국회의원이 127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5.02.15. 이호 작가

시민 발언도 있었다. 자신을 '도토리'로 소개한 한 시민은 "윤석열 퇴진을 외치며 추워도 집회에 나오는 것은 불안했기 때문"이라며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데 무엇을 하고 있냐. 기후 위기는 약한 곳부터 파고드는데, 건설업계 온열 질환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수명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구조되는 것으로, 내가 꿈꾸는 사회는 기후 재난에서 안전한 사회"라고 호소했다.

최종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윤석열 측은 부정선거를 이유로 군인을 투입했다고 한다"며 "문제가 있으면 수사를 해야지 군인을 왜 투입하냐. 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인을 투입한 것은 헌법 기능을 무력화한 것으로 그 자체로 탄핵 사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 봉쇄와 의사 방해도 증명됐다"며 "탄핵심판은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이 찬성하면 된다. 내란과 불법에는 이념이 없고 옳고 그른 것만 있는 것이다. 헌법 재판관 전원이 탄핵을 만장일치로 찬성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치지 않고 끝까지 함께하자고 했다.

종교계에서도 윤석열 탄핵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태 목사는 "요즘 부끄러워서 목사라고 소개를 못 하겠다"며 "국민을 죽이려 했던 권력을 위기 때마다 지탱한 것이 목사다. 내란수괴를 찾아가 위로하고 성경을 넣어줬다. 일상을 강탈당한 시민들을 위로하지 않고 궤변을 주장하는 일상을 돕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교육대학교 학생인 박정민 씨는 학교에서 교사에게 살해당한 대전 초등학생 김하늘 양을 추모하면서 "나는 윤석열 탄핵 이후 이 나라 청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토론하고 합의하는 세상이 만들어지길 원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윤석열도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탄핵하라고 했지 사형하라고 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대체 인권이 뭔지 배운 게 맞냐"고 되물었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11차 범시민대행진을 열고 있다. 2025.2.15. 연합뉴스

발언 이후 시민들은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고, 밴드 <단편선 순간들>의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이 끝난 뒤 시민들은 "전쟁 조장 진상을 규명하고 윤석열은 퇴진하라!" "시민의힘으로 사회대개혁 실현하자!" "내란공범 국민의힘 해체하라!"고 다함께 외쳤다. 사회자는 "헌재에도 우리의 함성이 들릴 것"이라고 전했으며, 시민들도 이에 동조했다.

안산 시민인 정세경 씨는 "안산에 세월호 추모공원이 생긴다"며 "그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참사를 대하는 태도가 바뀔 것이다. 우리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과거 청산을 하지 못해서 내란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권력은 형태만 바뀌었지 그 뿌리가 같다"며 "군복에서 양복으로 이제는 검찰 독재로 변해 윤석열 정권이 탄생했다. 비상계엄을 통해 독재 영구 집권을 하려한 것이다. 그들의 뿌리를 끊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 발언은 이지현 비상행동 공동위원장이 맡았다. 그는 "윤석열 비상계엄 이후 두 달하고도 보름이 지났다"며 "최근 노상원 수첩이 공개돼 광범위한 수거 살상 명단이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고, 윤석열의 장기 집권까지 알려졌다. 이런 생각을 품었다는 것만으로도 천인공노할 일인데, 이미 많은 증언이 일치한 것으로 보면 실행을 위한 준비가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공동위원장은 "총칼로 주권자를 위협한 이들을 용서하면 안 된다"며 "새로운 독재를 꿈꾸며 헌재를 흔들고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폭력 선동까지 서슴치 않는 이들을 어떻게 용인할 수 있을까. 윤석열은 단 한 순간도 대통령직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 발언은 6시 20분에 마쳤고, 곧바로 시민 행진이 시작됐다. 시민들은 "재판 지연 시도 어림없다. 헌재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 "시민의힘으로 윤석열을 파면하고 민주주의 지켜내자!"는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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