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테이블(시간표)이 중요합니다. < 미키17 >은 2021년에 시나리오를 완성했고 2022년에 촬영을 끝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유독 시간 순서를 강조했다. < 미키17 >이 영국 런던을 비롯, 국내 언론에 처음 공개된 직후 나왔던 반응 때문이다. 특히나 마크 러팔로와 토니 콜먼이 연기한 마셜-일파 독재자 부부의 모습을 두고 각국 기자들은 무솔리니(이탈리아 독재자), 차우셰스쿠(루마니아 독재자)를 언급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파가 귀엣말로 마셜을 조종하는 장면을 두고 12.3 내란 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현 대통령 부부를 언급하는 단평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의도하지 않은 듯 의도했다'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난 봉 감독은 각국 기자·평론가들의 반응을 소개하며 < 미키17 >으로 구현하고 강조하고 싶었던 내용을 제법 자세하게 언급했다.
< 미키17 >은 알려진 대로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쉬튼의 < 미키7 >을 원작으로 한다. 워너브러더스 측이 소설 출간 전 요약본을 배우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제작사 플랜B에 보냈고, 왠지 봉 감독이 좋아할 것 같다는 이유로 그에게 건너갔다. <옥자> 때 인연 덕이었다. 마침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한 실화 바탕 영화를 준비하다 접기로 한 직후였던 그에게 '휴먼 프린팅'이라는 소설 소재는 매력적이었다.
"작품의 절반이 SF... 나도 신기하다"
소재만 놓고 보면 영락 없는 SF다. 마카롱 가게가 망하면서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미키가 지구를 떠나 우주 공간에서 '익스펜더블(소모품) 프로젝트'에 자원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몸은 물론이고 기억과 성격을 그대로 프린팅할 수 있는 기술 덕에 미키는 매번 죽음을 경험하면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17번째로 프린팅된 미키17이 죽은 걸로 알고 18번째를 프린팅했다가 두 존재가 마주치게 되면서 주요 사건이 벌어지는 설정이다.
"미키는 굉장히 불쌍한 청년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그가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구체적으로 알아보자는 생각이었다. 원작은 좀 더 먼 미래고, 미키의 직업도 역사학자잖나. 영화에선 2054년으로 끌어당겼고, 미키도 극한 노동자 계급으로 표현했다. 마샬의 아내 일파는 원작에 없는 인물인데 만들었다. 독재자가 한 사람이 아닌 커플일 때 뭔가 더 시너지가 나오지 않나 생각했다. 역사적으로도 그 사례가 꽤 되지 않나. 루마니아 차우셰스쿠의 부인인 엘레나도 그렇고, 필리핀 독재자 마르코스의 아내도 구두를 무슨 천 켤레나 가지고 있었다고 하고.
미국 시사에서도 자기들의 그분(도널드 트럼프)을 언급하는 등 각자 자국의 정치적 상황을 투사해서 질문하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모델로 삼은 정치인들이 있다. 마크 러팔로와 얘기할 때도 그는 미국 어느 주의 정치인을 말했고, 저도 한국의 과거 정치인을 말했다. 다 과거 인물인데 현재에도 이어진다는 게 아이러니다. 미국 기자들은 제게 크리스탈 볼(미래를 본다고 하는 도구)이 있냐고 묻는데 진짜 우연이다. 역사가 반복되니까 사람들이 현재나 미래를 계속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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