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스템은 금융 및 실물거래를 뒷받침하고 한 나라의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핵심적인 경제 제도 중 하나이다. 금융시스템은 ▲ 금융 거래가 이뤄지는 금융시장 ▲ 금융 거래를 중개하는 금융기관 ▲ 금융 거래를 지원하고 감시하는 금융 하부구조(금융 인프라)로 구성된다. 금융시스템은 자금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 자금 이전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금융 및 실물거래를 활성화하고 개인 후생 및 기업 이윤의 증대를 통해 한 나라의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
하지만 2025년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이러한 기능을 적절히 수행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그동안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규모를 확장했지만, 성장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자산 불평등을 확대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금융사는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향유하고 개개 금융사의 건전성은 제고되었는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유도하고 가장 생산적인 부문으로 자금이 흐르도록 돕고 있지 못한다. 오히려 금융시스템 내 금융자산은 매우 비생산적 부문으로 흘러가고 있다.
여기서 생산적이라는 것은 생산과 투자, 고용, 구매 등 기업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자금을 말한다. 그렇지 않은 부문은 비생산적이라 할 수 있는데, 비생산적인 부문이라 해서 모두 사회적으로 유용한 기능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가계대출을 통해 고등교육을 받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개인의 노동생산성을 향상에 기여하는 금융은 사회적으로 유용하다. 하지만 소유권 거래와 관련된 부문에 투입되는 자금은 비생산적이다. 아파트를 짓는 데 처음 들어가는 자금은 생산적이다. 건축자재를 구입하고, 건설노동자 임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지어진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 들어가는 대출은 GDP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생산적인 소유권의 이전이다.
상장이나 신주발행 시 주식매입 대금은 생산적이지만, 2차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증권의 소유권 이전을 돕는 금융은 그 거래가 자주 일어나고 거래 규모가 커지더라도 사회적으로 유용하지 않다. 물론 유통시장이 있기 때문에 발행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금융자산 규모는 커진다. 금융기관 간 거래, 파생상품 발행과 판매가 계속되면 실물자산 증가와 관계없이 금융자산 규모는 확대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만 가계부채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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