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관권선거1년 국민대회’에서 각계 인사들이 지난 대통령 선거를 국가기관을 동원한 총제적 부정관권선거로 규정하고 대선 무효 선언을 밝히면서 향후 대선 불복 여론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민대회에는 5대 종단 대표을 포함한 각계 대표들이 나와 18대 대통령 선거를 관권선거라며 무효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대회를 지켜본 참석자들 사이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퇴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날 서울시청 광장에 모인 집회 숫자도 3만명(주최측 추산)을 넘어서면서 열띤 모습을 보였다.

관권부정선거 규정 대선무효 선언 확산되나

특별 강의자로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함세웅 신부는 지난 대선에 대해 "관권부정선거로 그 자체로 무효임이 확인됐다"며 "대선공작 댓글은 121건에서 2100만건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검찰은 시간이 모자라 121만건만 기소했다고 하는데 민주공화국에서 이게 말이 되느냐. 관권부정선거에 시효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함 신부는 "지난 대선은 부정선거이기에 정부와 여당에 진상규명과 대통령직 사퇴라는 정치적 요구를 하고 있다"며 "그런데 공권력을 동원해 요구를 묵살하는 것은 독재다"라고 말했다.

   
'관권부정선거 1년 국민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안녕들하십니까', '철도민영화 반대', '대선무효' 등 다양한 손피켓을 들고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를 따라부르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함 신부는 특히 "유신독재 졸개들은 역사 앞에 사죄하고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역사적 평가를 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목을 끌었다. 함 신부는 "유신의 핵 박정희를 제거한 김재규 장군의 뜻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 신부는 종북몰이를 통한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불의한 정권과 언론이 마약처럼 남용하는 '종북 오물'을 하수구에 버리고 '통일'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두번째 특별강의자로 나선 정봉주 전 의원은 부정선거의 공모자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목하고 특검을 통해 구속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해 9월 2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가 배석자 없이 가진 단독 면담이 부정선거 공모를 위한 자리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시민 전 의원도 지난 15일 노무현 재단 송년 행사에서 "박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불법 대선개입을 부탁한 적은 없는지 정말 알고 싶다”고 의혹을 제기한 내용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정 전 의원은 "특검을 왜 반대하고 두려워하는지 아느냐. 이런 열기 속에 특검을 하면 국정원, 새누리당, 청와대를 압수수색해야 되기 때문"이라며 "그러면 뒤가 구려서 뭐가 터질지 모른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압수수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전 의원은 "특검이 정조준하는 목표"로 "지난해 9월 2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의 100분 동안의 독대"라고 지목하고 "무덤까지 갖고 갈 얘기를 했다.…(중략)…그 이후 100일 동안 국정원 댓글이 왜 본격적으로 시작됐을까요"라고 물었다.


정 전 의원은 "저는 내일부터 MB 사무실 앞에서 ‘9월 2일에 각하 무슨 말을 하셨습니까’라고 물을 것"이라며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가 대선에 개입해 댓글을 주도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MB를 국회 청문회 때 세우도록 민주당이 겨냥해야 하고 특검을 통해 구속 수사할 수 있게 요구해야 된다"고 말했다.

5대 종단 포함 각계 "박근혜 대통령 인정 안한다"

각계 발언에서는 더욱 거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목소리가 나왔다.

자신을 16살 중학생이라고 소개한 이마빈 군은 "박근혜씨가 민영화 안 한다고 거짓말한지 1년 됐다. 박씨가 부정선거 안했다고 거짓말한지 1년이 지났다. 그 거짓말에 깜빡 속아 넘어간 지 1년이 지났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사라져간 날이 1년이 지났다"며 "국민인 우리가 부조리한 이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면 안된다. 저들의 거짓말에 두번 속지 말자"고 말했다.

천주교 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은 "용산 참사 진상을 규명하기 전에 김석기 청장을 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해서 용산 유가족을 두번 죽이고 밀양 송전탑의 울부짖음을 모른 채하고 공사를 밀어붙이는 것이 박근헤 정부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필요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누구를 상대로 심리전을 펼쳤나.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을 상대로 공격을 한 것"이라며 "종북이라고요. 종북, 종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정권이야말로 종북정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임윤옥 부대표는 "여성이니까 뭐 좀 알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런데 1년 동안 여성에게 던져준 정책이 무엇이냐"라며 "시간제 일자리, 용돈벌이, 알바노동, 그거나 하라고 우리 여성들에게 하느냐. 철도 민영화되고, 의료 민영화하고, 민생 파탄나니까 부족한 살림살이를 저임금 노동을 여성들이 떼워라 이거 아니냐"고 비난했다.

국정원선거개입 기독교 공동대책위 강인석 목사는 "우리는 박근헤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종교계의 양심으로 선언한다. 그뿐 아니라 국가기관 동원해서 불법선거를 조작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켜야 한다고 종교인의 양심으로 선언한다"고 밝혔다.

원불교 박규선 교무는 "원불교가 웬만해서는 나서지 않는다. 이제 이 게임이 막바지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며 "원불교 교무들은 우리 신앙과 신념, 모든 역량을 다해서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눈 쌓인 서울광장에 주저 앉은 채로 늦은 시간까지 촛불을 들고 자리를 떠날 줄 모르는 학생들이 자유발언을 듣고 있다.
이치열기자 truth710@
 

영하 5도 추위에도 담요 꽁꽁싸매고 집회 이어간 참가자들
“인터뷰하면 종북으로 몰릴까 두렵다”…철도노조 조합원 “민영화 저지할 것”

박근혜 정부 1년을 맞아 열린 19일 '관건부정선거 1년 국민대회'(국민대회)에는 영하 5도의 날씨에도 많은 시민들이 참가해 촛불을 들었다.

참가자들은 지난밤 사이 내린 눈이 얼어붙은 길 위에서 깔개를 여러장 겹쳐 앉으며 추위를 피했다. 이들은 국민대회에 앞서 열린 철도노조 결의대회에서부터 자리를 지키며 박근혜 정부를 규탄했다. 참가자들은 박 정부 1년 평가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 실망감을 드러냈다.

한국외대 유아무개(22.여) 씨는 이날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다. 추운 날씨에 대비해 집에서 유리컵에 든 초도 가져왔다. 친구와 함께 왔다는 유씨는 "여론도 그렇고, 언론에는 하나도 안 나오는데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보태기 위해 오게됐다"며 "박근혜 정부가 1년 동안 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하나도 안했다. 계속 이렇게 갈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선아무개(58.남) 조아무개(56.여) 부부는 이날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충북 괴산에서 올라왔다. 선씨는 "너무 열받아서 왔다. 불법부정선거가 명백한데 책임지는 게 없다. 국정원 개혁도 안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합을 한다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대통합이 아니라 갈기갈기 찢어놨다"고 비판했다.

동국대학교 4학년 최은미(24)씨는 "졸업하고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서울 4년제 대학을 나왔지만 안정된 일자리가 없다"며 "특히 박근혜 정부가 만든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문제다.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말도 웃기다. 그런 정책인 여성인 내가 무슨 일을 하든지 내 일이 좋지 않게 평가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이호연(19)씨는 담요로 얼굴을 꽁꽁 싸매도 있었다. 이씨는 인터뷰 요청에 "종북으로 몰리는 것 아니냐. 경찰이 듣고 있을 수도 있다"며 꺼려하기도 했다.

이어 이씨는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왜곡이 많이 된다. 사람들이 왜 이러는지 직접 제 눈으로 보고 싶어서 공부방 친구들과 함께 왔다"며 "와서 보니 의견 말하고 집회하는게 전부인데 종북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 정책을 반대하는 것과 종북과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며 집회 참가 계기를 설명했다.

   
영화 V for Vendetta의 주인공 의상을 한 한 참가자가 철도와 의료, 가스 등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을 반대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집회에는 현재 11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철도노조 조합원들도 보였다. 이날 시청광장에서는 국민대회에 앞서 열린 '철도민영화 저지! 총파업투쟁 승리! 총력 결의대회'가 열렸다. 부산에서 온 최아무개(48)조합원은 "박근혜 정부가 대북 정책은 잘하는 것 같은데 철도는 못 한다"며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민영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이런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온 김아무개(56)조합원은 "박근혜 정부는 0점이다.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면서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라는데 철도 기관사 30년 경력으로 봤을 때 민영화가 맞다. 철도를 팔아먹으려는 수작"이라고 꼬집었다. 김씨는 파업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는 "함께 직위해제 당하고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힘들지는 않다. 그런 것들이 무서웠으면 파업을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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