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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과 공포 위에 쌓아올린 정권은 모래 위에 지은 집"

로마에서 봉헌된 시국미사, "거짓과 공포 위에 쌓아올린 정권은 모래 위에 지은 집"

12월 17일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사제, 수도자, 평신도 시국미사 봉헌

정현진 기자 | regina@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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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19 12: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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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이신 주님, 당신께서는 사회와 이웃의 무관심으로 몸과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몸소 위로하시는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저희 모두는, 사람이 자신과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자기 자신을 중심에 둘 때, 그 스스로가 지배와 권력의 우상에 사로잡힐 때,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파괴됨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에, 주위 자매, 형제의 슬픔을 바라보며, 연민과 연대의 회복을 위하여 기도하오니, 상처받은 이들에게는 치유를,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에게는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이웃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하게 하소서.”(미사 중 보편지향기도)

교황청립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교에서 ‘한반도 정의, 평화의 회복을 기원하는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 12월 17일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한반도 정의와 평화를 위한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사진제공/유가별 신부)

 

12월 17일 오후 6시 30분(현지 시각) 그레고리안 대학교 학생 경당에서는 유학 중인 각 수도회와 교구 사제 70여명과 수도자, 한인공동체 평신도, 유학생 등 4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한반도의 안녕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렸다. 미사는 수원교구 기정만 신부의 주례로 봉헌됐으며, 예수회 황정연 신부가 강론을 맡았다.

“이젠 착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넘어, ‘그 나이 땐 다 아픈 거야’ 따위의 값싼 위로를 넘어, 삶이 흔들림을 각오하는 독한 연민을 갈망합니다. 먹고 입고 자는 문제로 외치는 이들의 그 처절함에 눈 뜨이고 귀 열리는 위험한 은총을 갈망합니다. 안정과 풍요를 거슬러, 점잔빼는 중립을 거슬러, 가난과 불안정, 다름과 대립 사이의 고뇌와 결단을 선택하는 어리석은 용기를 달라고 청해 봅니다. 갈망이 안 되면 갈망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하며...”(미사 참여자의 초대 글)

미사에 참여한 한 신부는 “이 미사는 구심점이 있거나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고국의 시국을 걱정하는 마음이 모여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라면서, 고국의 ‘안녕’을 묻고 기도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주님께서 뿌리신 정의와 평화의 씨앗은 이미 한반도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이 꽃이 지닌 생명력은 아무도 꺾을 수가 없습니다. 누가 하느님께서 심으신 것을 뽑을 수 있겠습니까? 누가 하느님께 대항하겠습니까?”

 

   
(사진제공/이진현 신부)

 

강론을 맡은 황정연 신부는 불의와 폭력의 헌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기 위해서 교회의 전통과 가르침 안에서 성찰하고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황 신부는 “우리는 기도하는 사람들이고, 한반도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 기도할 수 있다. 그것이 평화와 정의를 위한 기도의 사도직”이라면서, “기도하기 위해서는 신앙 안에서 깨어 있어야 한다. 우리가 로마에서 깨어 바치는 기도는 강정과 밀양의 주민들, 쌍용차 해고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민주주의를 위해 거리에 나서는 시민, 대학생, 노동자들과 함께 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선거에서 빚어진 죄악의 책임은 17대, 18대 대통령에게 있으며, 그 죄의 댓가를 달게 받아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들이 부정선거에 대한 책임으로 전직 대통령과 관련자들이 재판을 받고, 현직 대통령과 책임 공직자들이 사퇴해야 한다고 판단하면 그렇게 따라야 한다. 이 심판을 따르지 않겠다고 하면 자기 스스로 독재자임을 자처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우리 신앙인은 자비하신 하느님처럼 악인의 멸망을 바라지 않고 그들의 회개를 바랍니다. 그러나 회개하지 않는 악인들이 멸망으로 가는 진리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 우리는 끝까지 자유롭게 진리를 외쳐야 합니다.”

황 신부는 부정선거의 진실이 밝혀짐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징표를 읽지 못하는 현 정권과 언론이 여전히 진실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 정권은 정상적인 시력을 지닌 이들을 소경으로 만들고 잘 들을 수 있는 이를 귀머거리로 만들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될 일은 분명하다. 진리를 증거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황정연 신부는 마지막으로 “깨어 기도하자”고 청하면서, “거짓과 공포 위에 쌓아 올린 정권은 바람이 불면 무너져 버릴 모래 위에 지은 집이다. 우리 기도의 바람이 이 집을 무너뜨릴 것이다. 유신과 매국의 망령이 깃든 헌 집을 허물고 민주와 자유, 생명의 새집을 짓기 위해서, 불의에 눈감지 말고 두려움 짓눌려 졸지 말고 깨어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이날 미사 참여자들은 고국의 정의와 평화를 바라는 9일기도를 함께 이어가기로 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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