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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은 민주주의 심장이 멈춘 한 해"

[현장] 대선 1년 촛불집회... 서울·광주·부산 등 전국에서 5만여 명 참석

13.12.19 23:28l최종 업데이트 13.12.20 08:43l
남소연(newmoon) 이희훈(leeheehoon) 강민수(cominsoo) 유성애(find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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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철도민영화 저지 총파업투쟁 승리 결의대회'에 참가한 철도노조와 민주노총 조합원 및 시민들이 수많은 촛불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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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1주년... "지난 대선은 관권부정선거" 대선 1주년을 맞은 1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관건·부정선거 1년, 민주주의 회복 국민대회'에 참가한 한 가족이 '박근혜 댓통령 직위해제'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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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를 치른 지 딱 1년째인 19일,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영하 5도의 날씨에도 거리에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이긴다"며 함성을 높였다. 신학대 학생들도 거리를 행진했고, 목회자들은 단식 농성을 이어갔다. 시민들은 간이 대자보를 만들고, 투표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서울광장을 비롯해 인천 부평역 앞, 경기도 수원역 앞, 대전역광장, 부산 서면, 광주 충장로, 경남 김해·진주·양산·함안·사천, 충남 당진·서산·예산·서천·논산 등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 서울에서만 약 3만여 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4000여 명)의 시민들이 거리에 나온 것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5만여 명의 시민이 영하의 날씨에 촛불을 들었다.

원로 신부의 일갈 "공권력 동원해 국민 의사 왜곡은 독재"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린 '관건·부정선거 1년, 민주주의 회복 국민대회'의 참가자들은 서울광장의 절반을 가득 채웠다. 광장이 스케이트장으로 둘로 나눠져서다. 때문에 시민들은 프라자 호텔 앞 1개 차로까지 들어찼다. 경찰은 4000여 명의 병력을 동원해 '질서유지' 활동을 벌였다. 국민대회는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등 전국 280여 개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아래 국정원 시국회의)가 주최했다.

대회는 천주교계 원로인 함세웅 신부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강연으로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함세웅 신부는 "지난 1년 되돌아보면서, 좌절과 분노, 슬픔과 멘붕 등 우리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이렇게 광장에 모였다"며 "지난 대선에서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함 신부는 "공권력을 동원해 국민 의사를 왜곡하는 것은 독재"라며 "40년 전으로 회귀한 유신독재의 그림자를 보면서 이 자리에 나온 여러분들이 독재에 맞서 싸우고 있다, 우리는 역사앞에 정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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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봉주 "이명박-박근혜 독대 후 댓글 본격 시작"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1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관건·부정선거 1년, 민주주의 회복 국민대회'에 강연자로 나서 "지난해 대선 직전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박근혜 당시 후보의 독대 후 약 100일 동안 국정원의 댓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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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철도민영화 저지 총파업투쟁 승리 결의대회'에 참가한 한 참가자가 '안녕'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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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사과하라고 했을 때 했으면 우리가 이렇게 모일 수 있었겠냐"며 "신부님, 스님, 목사님 등 5대 종단을 '박근혜 퇴진'의 한 몸으로 묶는 그 분의 기획력이 위대하다, 사과했으면 어쩔 뻔 했냐"고 말해 청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어 정 의원은 "헌법이 문란하고 위기에 처해있는데, 나몰라라 해서는 될 일이냐"며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하는 게 대통령의 도리 아니냐"고 말했다. 또 그는 '대선 불복'만 내세우는 정부와 여당을 질타했다.

"청와대의 올해 사자성어는 대선불복이다. 말만하면 대선불복이래. 문재인 의원이 박 대통령을 '무서운 대통령이 됐다'고 하니 대선불복이래. 특별검사제에 동의해도 대선불복이다. 잘 아는 언어영역 명강사가 대통령 보고 언어영역 빵점이란다."

"저는 국정원의 몹쓸 짓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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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무효, 철도파업 지지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노조 조합원 및 시민들이 1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철도민영화 저지 총파업투쟁 승리 결의대회'에 이어 '관건·부정선거 1년, 민주주의 회복 국민대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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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투표" 대선 1주년을 맞은 1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관건·부정선거 1년, 민주주의 회복 국민대회'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카메라를 향해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국정원 개입없는 진짜 국민의 목소리로 다시 투표하자"는 플래카드가 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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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회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공연으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시민들은 "민주주의가 이긴다"는 구호를 외치며 촛불파도 타기를 벌였다. 서울광장의 절반을 메운 시민들은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촛불을 흔들면서 장관을 이뤘다.

광장 곳곳에는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별도 행사도 준비됐다. '다시투표' 운동 조직위원회가 투표함과 투표용지를 준비해 투표 퍼포먼스를 벌였다. 퍼포먼스에 참가한 김은희(33, 서울 마포)씨는 "지난해는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을 잘 몰랐기 때문에 결과를 보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1년 만이라 감회가 새롭기도 한데, 이 한 표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또 광장 한 켠에 '저는 ( )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고 적힌 종이가 준비됐다. 사람들은 괄호안에 '박근혜', '민주주의 파괴', '국정원의 몹쓸 짓' 등을 적어 넣었다. 스케이트장 둘레에는 '안부의 벽'이 설치돼, 시민들은 '안녕하지 못한 이야기'를 쓰기도 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벽에 "민생은 나몰라라 하는 정부 탓에 안녕하지 못하다", "철도 뿐 아니라 교육, 의료까지 민영화될까 무섭다"고 털어놨다.

강연 이후 대회는 각계 각층 인사들의 발언으로 이어졌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난해 대선 개표 방송을 볼 때, 곁에 쌍용자동차 해고자, 용산 참사 어머니가 있어서 차마 슬픈 표정을 짓지 못했다"며 "알고 보니 국정원이, 군 사이버사령부가, 보훈처가, 통일부가 조직적으로 우리 같은 사람을 공격했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말끝마다 '종북, 종북'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정권이 종북정권 아니냐"며 "민주주의가 살아 있는 곳에서 살기 위해 끈질기게 싸우자"고 덧붙였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국회에 국정원 개혁특위가 있는데 정말 깡통"이라며 " 이제 특검으로 진상규명하는 일 밖에 없다, 박근혜가 호락호락하지 않겠지만 여러분들의 촛불로 관찰하자"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박 대표는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촛불을 들자"며 "1, 2년 걸려도 상관없다, 끝까지 여러분들과 함께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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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박근혜씨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19일 오후 '철도민영화 저지 총파업투쟁 승리 결의대회'가 열린 서울광장에 "저는 박근혜씨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저는 민영화불안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라고 적은 '안녕들' 대자보가 나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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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광장 가득메운 '철도민영화 반대' 촛불 1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철도민영화 저지 총파업투쟁 승리 결의대회'에 참가한 철도노조와 민주노총 조합원 및 시민들이 수많은 촛불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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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생들 "지난 1년은, 민주주의 심장이 멈춘 한 해"

한편, 신학생들도 거리에 나섰다. 감리교 신학대, 장로회 신학대 학생들이 모인 '민주주의를 위한 신학생 연합회(아래 민신련)'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성공회대성당 앞에서 시국기도회를 열고 거리를 행진했다.

'교회는 안녕하십니까',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등 직접 만든 손팻말을 든 학생들은 시국선언을 통해 "지난 한 해는 민주주의의 심장이 멈춘 한 해였다"며 "민주주의를 퇴보시킨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한신대 신학대학원생인 이성휘(27)씨는 "정치가 너무 부패했기 때문에 종교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목회할 신학생으로서 불의에 침묵하면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50여 명의 학생들은 십자가를 머리위로 든 학생을 필두로 줄을 맞춰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까지 걸어갔다. '바위처럼' 등 민중가요를 부르고 기타와 북을 치며 흥겹게 행진하던 이들은 멈춰 서서 '나라를 위한 시국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행진하던 학생들을 만난 김명학(67)씨는 "예전에 4·19 혁명도 그렇지만 소수일지라도 저런 청년들이 있어 우리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것"이라며 가던 길을 멈추고 응원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건네며 "꼭 필요한 일을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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