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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서 1천500여명 시국미사 “가짜 대통령, 국민이 해임하자”

정규완 원로신부 강론 “온 국민이 뜻을 모아 역사적 선택을 해야”

김주형 기자
입력 2014-02-10 15:18:34l수정 2014-02-10 18:12:27

 

 

“이 긴박한 시기에 온 국민이 뜻을 모아 역사적인 선택을 해야 할 일이 있다. 모두가 나서서 가짜 대통령을 국민의 이름으로 ‘해임’하자는 말이다.” (정규완 원로신부 강론 가운데서)

천주교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영선 신부)는 10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남동5·18기념성당에서 ‘박근혜 사퇴·이명박 구속’을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열었다.

이날 이영선 정평위 위원장, 정규완 원로신부, 문규현 신부 등 사제 120여명을 비롯해 수녀, 신자, 시민 등 모두 1천5백여명이 미사를 올렸다. 7백여석의 성당 안에는 1천여명이 들어차 발디딜 틈이 없었으며, 성당 밖에도 5백여명이 함께 했다.

정규완 신부, “박근혜 정권은 ‘개인일탈정권’으로 명칭 바꿔야 할 지경”
 
시국강론 하고 있는 정규완 원로신부

천주교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영선 신부)는 10일 오후 광주 동구 남동5·18기념성당에서 ‘박근혜 사퇴·이명박 구속’ 촉구 시국미사를 열고 있다. 정규완 원로신부는 이날 강론에서 “가짜 대통령을 국민의 이름으로 ‘해임’하자”고 밝히고 있다.ⓒ민중의소리



이영선 신부의 집전으로 시작된 이날 시국미사에서 정규완(74) 원로신부는 “이 긴박한 시기에 온 국민이 뜻을 모아 역사적인 선택을 해야 할 일이 있다. 모두가 나서서 가짜 대통령을 국민의 이름으로 ‘해임’하자는 말”이라며 “기회를 잃어버려 ‘자진하여 퇴진’하는 일도 이제는 사치스러운 상황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깨어있는 시민의 불같은 의지를 모아 ‘해임’하는 일만 남았다”고 강렬한 메시지를 던졌다.

새해 덕담과 함께 지난달 28일 로마 성베드로광장 옆길에 새롭게 등장한 (교황)벽화에 대한 이야기로 강론을 시작한 정 신부는 “한국 천주교 사제들도 프란치스코 교황 훨씬 전부터 증거의 삶을 살아오고 있다”며 유신독재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절을 지나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를 간단하게 설명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교회는 자체 틀 안에 안주하지 말고 흙을 묻히고 상처를 입더라도 세상에 투신해야 한다고 강조하시고 몸소 실천해 보이신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제도 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제도는 무엇이겠는가. 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 아니냐”며 “투표는 민주주의 꽃이라고 일컬어진다. 그런데 지난 대선 때 국정원을 비롯하여 중요 국가기관이 부정하게 선거에 개입했음이 밝혀졌고 이 때문에 작년 한해를 초긴장 속에 보내야 했다”고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또한 “공동선이 심대하게 침해당했어도 책임 있는 지도자가 전혀 무관한 것처럼 처신하고 있기에 선을 보호해야 할 교회가 똑같이 침묵으로 동조할 수 없게 된 것”이라 강조하며 “우리에게는 행정 수반인 대통령의 존재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 지난 한 해였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함께 하고 싶어 외쳐대는 소리에 귀 막고 있는 이가 과연 누구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정규완 신부는 대선 전 벌어졌던 국정원 여직원 사건, NLL과 정상회담 대화록 사건, 지난해 5.18 때 벌어진 역사훼손 및 왜곡 사건,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 내란음모사건, 채동욱 검사팀 해제, 역사교과서 문제 등을 하나하나 꼽으며 “대통령의 존재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탄했다.

또한 “(국정원 여직원으로부터 시작돼서 채동욱 수사팀까지 청와대가 개입됐던) 개인 일탈이 국정원으로부터 시작하여 국방부, 보훈처까지 번져가더니 결국 청와대까지 뚫고 들어오고 말았다”며 “국가 중추기관들이 몽땅 개인일탈로 유린당한 꼴이 되었으니 박근혜 정권을 개인일탈 정권으로 명칭을 바꾸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개인 일탈이 넘쳐 상습화되고 더 나아가 통상적인 것이 되었다는 말일 터이니 아무리 부정해도 집단일탈로 귀결된다. 정부 집단이 조직적으로 일탈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되어 버렸다”면서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렀어도 대통령을 비롯하여 지도자들한테서 아무런 사과말도 들을 수 없으니 도대체 국민은 당신들의 장난감인가, 당신들이 마음대로 놀려대도 좋은 노리갯감인가”라고 일갈했다.

끝으로 “이제 우리는 숨죽이고 엎드려 있는 대통령을 기대하지 말고 당당히 국민 주권을 행사할 엄중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특검만이 유일한 돌파구인 양 소란을 피우지만 이제부터는 구차하게 특검도 구걸하지 말자”며 ‘가짜대통령 해임’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정규완 원로신부는 1967년 사제서품을 받아 2003년까지 주임신부로 재임했다. 남동성당이 본당으로, 북동성당 주임신부로 5.18을 겪는 등 광주와 전남지역 여러 곳에서 성직을 수행했다. 정 신부는 정의구현사제단에서 활동하고,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등을 거쳤다. 정 신부는 은퇴 뒤 순천에 머물면서 2010년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사업 두둔 발언을 비판하는 성명에도 참여하는 등 용산참사, 4대강 사업 등 시국현안에 거침없이 쓴소리를 냈다.
 
‘박근혜 사퇴·이명박 구속’ 촉구 시국미사

천주교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영선 신부)는 10일 오후 광주 동구 남동5·18기념성당에서 ‘박근혜 사퇴·이명박 구속’ 촉구 시국미사를 열고 있다.ⓒ민중의소리



정평위 성명, “국민의 이름으로 박근혜 대통령 사퇴하라”

정평위는 이날 시국미사에서 ‘국민의 이름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평위는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가권력의 원천인 국민에 의해 선출되며,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한 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직책을 국민의 뜻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의무가 있다”면서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선출 과정부터 합법적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과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함을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로 인해 국가체제를 보존할 법이 농락 당하고 있으며, 동시에 인간의 참 가치와 정의가 심각히 훼손되고 있다. 이제 민주공화국으로서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온 국민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며 “이에 우리는 국민의 이름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평위는 박근혜 대통령 사퇴 이유로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으로 국민주권의 심각한 훼손 △대선 불법의 진실을 외면하고 은폐·축소해 법을 준수해야할 대통령의 의무를 위배 △언론을 장악·통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 위배 △‘종북’이라는 용어로 정치인 등 탄압 △통일을 경제적 이익으로 덧칠해 평화적 통일 저해 △대선 공약 폐기 등으로 노동자, 농민 인권 훼손 및 국민복리 위축 △사실과 진실을 곡해해 소통이 안돼 민족문화 창달에 기여할 수 없음 △카드사 정보누출 등으로 국민의 사생활, 비밀, 자유를 보호하지 못한 책임 등을 들었다.

이날 시국미사에서는 마지막 순서로 참가자들이 민중가요 ‘헌법 제1조’를 합창했다.

한편, 남동5·18기념성당은 1980년 5·18민중항쟁 당시 사망자들과 부상자들을 위해 1년여에 걸쳐 매주 월요일 시국미사를 진행한 곳으로, 지난해 9월12일 천주교광주대교구 정평위가 ‘국정원 개혁’을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올린 바 있다.
 
빽빽하게 들어찬 남동5·18기념성당

천주교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영선 신부)는 10일 오후 광주 동구 남동5·18기념성당에서 ‘박근혜 사퇴·이명박 구속’ 촉구 시국미사를 열고 있다. 이날 성당에는 사제, 수녀 등 수도자들과 신자, 시민 등 1천5백여명이 참여했다.ⓒ민중의소리

 
7백석 성당이 가득 차고 바깥까지 가득찬 시국미사

천주교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영선 신부)는 10일 오후 광주 동구 남동5·18기념성당에서 ‘박근혜 사퇴·이명박 구속’ 촉구 시국미사를 열고 있다. 이날 시국미사에는 수도자와 신자, 시민 등 1천5백여명이 참여했다.ⓒ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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