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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거꾸로 되돌린 통진당 해산

'종북'에 '까고 보니 전라도'까지
나라를 이렇게 찢어놓아도 되나

[게릴라칼럼] 시계 거꾸로 되돌린 통진당 해산

14.12.20 20:44l최종 업데이트 14.12.20 20:44l

 

 

"정당은 국민으로부터 존재가치를 심판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헌재 결정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헌재 결정으로 통진당만 없어진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도 상처 입었습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하는 이유는 다름을 포용하는 유일한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 문재인 의원이 19일 올린 트위터 글

"통진당 해산결정을 환영합니다.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직 상실 결정을 환영합니다. 대한민국헌법을 수호하는 애국적인 결정을 용감하게 내려주신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에게 기립박수를 보냅니다." 
-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19일 올린 트위터 글

안타깝거나 혹은 환영하거나. 각각 1953년생과 1951년생인 동년배 두 정치인의 생각은 이리도 달랐다. 그렇게, 우리 사회는 또 다시 분열의 소용돌이를 불러 올 사건을 맞게 됐다. 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해산 결정 말이다. 

9인의 헌법재판관 중 찬성 8명, 반대 1명. 이 압도적인 숫자가 주는 절망감은 다양성을 기반으로 꽃을 피우는 민주주의의 사망선고와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부디 이 결정이 우리 사회의 소모적인 이념 논쟁을 종식시킬 것"이라 말했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분열과 적대의 골만 깊어질 가능성만 농후해졌다. 김이수 헌법재판관을 향해 쏟아지는 관심도 딱 그만큼이다. 

한국사회의 미래 고심한 김이수 헌법재판관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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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당 해산 헌재 결정
ⓒ 오마이뉴스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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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동조하여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형법이나 국가보안법 등을 통해 그 세력을 피청구인의 정책결정과정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배제할 수 있다.

그 세력 중 일부가 국회의원이고 그 지위를 활용하여 국가질서에 대한 공격적인 시도를 더욱 적극적으로 행하고 있다면, 국회는 이를 스스로 밝혀내어 자율적인 절차를 통해 그들을 제명할 길도 열려 있다.

정당해산제도는 비록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최후적이고 보충적인 용도로 활용되어야 하므로 정당해산 여부는 원칙적으로 정치적 공론(선거 등)의 장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

김이수 헌법재판관의 반대 의견 중 일부다. 그에 따르면, 이번 통진당 해산 결정은 충분히 여과할 수 있고 또 자정할 수 있는 여지가 컸다. 이를 청와대가 감독 연출하고 헌재가 실행에 나섰다. 일각에서 하필 19일에 결정을 한 것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2주년 선물이라 비아냥대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박한철 소장과는 정반대의 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의 의견을 좀 더 들어보자. 

"해산결정은 우리 사회가 추구하고 보호해야 할 사상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특히 소수자들의 정치적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 또 우리 사회의 진정한 통합과 안정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

사회 분열을 자초하는 박근혜 정부와 헌법재판소의 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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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2년 못살겠다! 다 모여라! 국민촛불' 집회에서 한국청년연대 소속 회원들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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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이 헌정 사상 최초의 정당 해산과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박탈은 민주주의 다양성과 정치적 자유를 훼손하는 폭압과 광기의 산물이다. 이석기 의원의 RO(혁명조직)에 대한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채 내려진 결정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우려스러운 것은 끝나지 않은 이 '종북 장사'가 가져올 내일이다.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의 반응만 봐도 자명하다. 실체도 뚜렷하지 않거니와 그 숫자도 가늠하기 힘든 일부 (극)보수의 환영은 논리보다는 감성에 치우쳐 있다. 결정 직후, 일베 회원들은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을 향해 지역 출신(전북 정읍)과 과거 민주통합당 추천을 이유로 들어 '전라도' 운운하며 맹렬하게 비난을 퍼붓고 있다(일베 용어로는 '까보전', 즉 까고 보니 전라도로 통한다).

소수자들의 정치적 자유 위축을 근거로 반대 의견을 낸 헌법재판관이 다시 전라도 출신이란 이유로 다시 차별받고 소수자로 몰리는 이 불편한 아이러니. "유일하게 반대표 던진 김이수 재판관은?"과 같은 기사 내용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도 '전북 정읍' 출신이란 꼬리표다.  우리에게 더 중요하고, 더 유효한 것은 어쩌면 김이수 재판관의 이력보다 찬성 의견을 낸 나머지 8명의 명단과 이력 아닐까. 

냉전시대로 시계 되돌리는 박근혜의 탄압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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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 심판 청구 선고가 열린 19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이정희 통진당 대표 등 피청구인쪽 변호인단이 심각한 표정으로 해산 결정 주문을 듣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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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통진당의 해산이 어디서 기인했는지를.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적인 분노와 정보기관의 지속적인 진보정당 죽이기, 그리고 국가보안법이 잔존하는 한 끝나지 않을 이 '종북 프레임'이 합작해 연출한 계획의 산물이라는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지난 2012년 대선 TV토론 당시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던 이정희 통진당 대표의 일성을. 그런 이 대표에게 위협을 느끼던 당시 박근혜 후보의 분노에 찬 표정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한다. 같은 맥락에서, <여의도 텔레토비>로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했던 tvN을 소유한 CJ의 이재현 회장은 지금 감옥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CJ에 피바람이 불 것이란 일각의 예측은 그렇게 현실이 됐다). 

폭력사태로 진보진영과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은 통진당이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이 '진보 죽이기'의 희생양으로 둔갑시키기에 더없이 적합한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당선 직후 이 진보정당 죽이기 작업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업적 없는 2년 차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기록될지 모를 일이다. 

RO 활동을 필두로 구시대적인 활동을 벌인 이석기 의원 등이 빌미를 줬다고 하지만, 정당사에 유례없는 이 폭압은 "헌재, 통진당 해산 판결... 법치국가로 거듭난 명판결 vs 민주주의 후퇴 위기"(중앙일보 기사 제목)와 같이 좌우, 진보와 보수 등 이념이나 진영 논리로 나눌 수 있는 성질의 사안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냉전의 산물인 국가보안법과 분단 이데올로기를 이용해 정치적 반대자를 탄압하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유신체제로 회귀하는 모습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오히려 놈 촘스키 등 해외 인사들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던 '박근혜정부의 통진당 탄압에 대한 국제인사 선언문'에서 보듯, 헌법재판소를 동원해 민주주의를 훼손시킨 심각한 사태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이렇듯 외국에서 바라 본 한반도의 두 국가는 공히 독재자들의 딸과 아들이 나란히 통치하는 참으로 버라이어티한 나라가 아닐 수 없으리라.

MB의 생일이자, 북한이 영화 <인터뷰>의 제작사를 해킹한 날이며,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일이기도 한 12월 19일은 그렇게 한국 사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동시에 나라를 분열시킨 날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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