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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의료화, 인간의 존엄을 짓밟다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말기 환자 치료로 인한 의료비 지출
 
 
우리나라에서 말기 환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병원 치료 중에 사망하고 있다. 말기 환자의 병원 내 사망 그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으나,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맞게 되는 복잡한 의학적 치료 즉, 연명 치료 상황에서 생애 마지막을 보내게 되므로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없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인간은 존엄한 존재이며 그 존엄함은 탄생부터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유지되어야 한다. 이는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국가가 국민의 존엄한 죽음을 보장하기 위한 주요한 대안 중의 하나가 호스피스 완화 의료 제도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말기 암 질환 중심 제도에서 전체 말기 질환자를 포괄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전체 말기 질환자를 대상으로 제도를 도입하였을 때 요양병원 이용에 비해 진료비가 더 증가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말기 환자의 생애 마지막 치료 단계에서 치료 그 자체보다 환자 본인을 포함한 가족들의 심리적, 사회적, 영적 지지를 위한 환경 조성 등에 국가 사회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전체 말기 질환자 대상 '호스피스 완화 의료법'과 '연명 의료에 관한 법'을 발의하였다. 동 법이 제정되어, 말기 환자에게 무의미한 치료보다는 편안하고 존엄하게 임종을 맞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소망해 본다. (필자)
 
. 죽음의 '의료화'가 임종의 질을 제고하는가?
 
지난 주말에 간경화로 진단받고 입원과 퇴원을 오랫동안 반복하던 고등학교 동창이 이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모 대학병원에 입원 중에 합병증이 발생하여 중환자실로 옮겨져서 5일을 더 치료를 받다가 떠났다고 한다.
 
중환자실…. 오래 전 저자가 신규 간호사였을 때 경험했던 광경들이 그려진다. 중환자실은 특성상 환자 본인이 직접 입원을 하기보다는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경우에 응급실을 경유하여 입실하거나, 일반 병실에서 입원 치료 도중에 상황이 악화되어 옮겨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중환자실로 환자 또는 환자가 누운 침대가 들어서는 순간부터 외부와는 물론 보호자와도 엄격하게 차단된다. 환자가 중환자실에 도착하면 담당 간호사는 의식이 있는 환자에게는 간단하게 중환자실에서 지켜야 할 규정 등에 대해 알려주고 환자의 주변을 정리한다. 그러나 환자가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므로 이러한 규정마저 설명할 수 없다. 이렇게 환자가 중환자실로 입원 또는 전실이 되면 책임 간호사는 보호자를 따로 불러 면회 규정 등 규정과 절차에 대해서 알려주고 환자의 물품 등을 인계한다.
 
중환자실 간호사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환자와 모니터를 연결하고 간호사실에서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준비하는 일이다. 또한 환자의 흉부에 부착하는 심전도 라인을 개별 모니터로 연결하고 각종 장비와 주사 라인 등 이런 저런 선들을 연결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게 되면 의식이 없는 환자는 물론 의식이 있는 환자라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중환자실을 벗어나는 것은 물론 침상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이들에게 가족의 면회는 하루에 몇 번 아주 짧은 시간이 허락되며 아주 무력하게 의료진과 기계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상태가 된다.1) 그러한 상황에서 내 동창이 외롭게 생의 마지막을 보내면서 혼자 남겨질 아들을 걱정하며 눈을 감았을 것을 생각하면 못내 가슴이 저려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014년에 진행한 호스피스 완화 의료(호스피스)에 대한 국민 인식도 조사2)에서, 죽음이란 '생을 마감하는 것'(30.7%), '이별로 인한 슬픔과 상실'(26.3%), '모든 것이 끝나는 것'(24.7%)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죽음을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드는 느낌은 '두려움'(59.5%)이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국민의 대부분이 죽음은 '두렵고 피하고 싶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러한 국민적 인식은 치료가 의미가 없는 말기 상황에서도 치료를 받는 것으로 연결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병원 사망이 증가하고 있는데, 2013년 기준으로 전체 사망자의 63.5%가 병원에서 치료 중에 생을 마감하였고 암 질환자는 74%로 더 높게 나타났다(<그림 1>).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임종의 질(quality of death)에 대해서 Economical Intelligence unit(2010)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40개국 중에서 32위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렇게 임종의 질이 낮게 평가되는 것은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말기 질환자의 대부분이 임종 바로 직전까지 병원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받거나, 요양 시설이나 가정에서 요양 중인 경우에도 임종이 가까워지면 병원을 방문하여 연명 치료를 받는데서 기인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사회 문화적 특성 및 의료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나타난 죽음의 '의료화 현상'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대다수의 국민은 말기 질환자에게도 심리적, 사회적, 영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것보다 전문적인 의료 중심의 신체적인 치료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3)
 
Ⅱ. 사망 직전 의료비 발생 현황4)
 
1. 시범 사업 기관의 암 질환자의 사망 전 의료비
 
정부는 호스피스 제도화를 위해서 2008년 5월부터 국민건강보험 수가 개발을 시작하였다. 이를 통해 2009년 12월부터 2011년 8월까지 8개 완화 의료 기관을 대상으로 요양 기관 종별 일당 정액제 1차 시범 사업을 시행하였고, 2011년 9월부터 13개 기관을 대상으로 2차 시범 사업을 진행하였다. 시범 사업 시작 당시에는 2012년 말까지 시범 사업을 완료하고 본 사업을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시행이 미루어지다가, 최근(2015년 7월 15일)에 전체 호스피스 전문 기관에 국민건강보험 수가제 적용을 시작하였다.
  
완화 의료 국민건강보험수가 2차 시범 사업 대상 기관 중에서 암환자 대상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등 기존의 적극적인 치료와 완화 의료 두 가지를 모두 시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세 개 기관의 진료비 자료를 분석하여 완화 의료 시범 사업의 효과를 확인하기로 하였다. 이 세 개 기관에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발생한 중증 암 등록자 중에서 사망자의 사망 직전 의료 이용 자료를 분석하였는데, 전체 암 사망자 중에서 완화 의료가 아닌 기존의 적극적인 치료 중에 사망한 환자는 65~68% 수준이었다(<표 3>).
  
상기 3개 완화 의료 국민건강보험수가 시범 사업 기관의 사망 직전 입원 기간에 따른 국민건강보험 진료비를 살펴보면 완화 의료를 이용하지 않은 사망자의 경우 이를 이용한 사망자에 비해 약 3배 정도 높았다(<표 4>). 
 
이어서 말기 암 환자의 사망 직전에 발생하는 연명 의료 전체 비용을 확인하기 위해서 비급여 진료비 확인이 가능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일산병원)의 자료를 이용하였다. 완화 의료 국민건강보험수가 1~2차 시범 사업을 진행한 일산병원에서 완화 의료를 이용하지 않은 사망자는 사망 직전 1개월에 PET(410,340원/인), 항암요법제(91,808원/인), 암성통증치료제(95,951원/인), 심폐소생술(121,198원/인), 기관내삽관술(41,084원/인), 인공호흡(1,037,597원/인), 집중치료실(970,676원/인)등에서 비용이 많이 발생했다.

반면, 완화 의료를 이용한 사망자의 경우 PET(399,598원/인), 항암요법제(2,913원/인), 암성통증치료제(35,299원/인), 심폐소생술(평균 0원/인), 기관내삽관술(0원/인), 인공호흡(136,175원/인), 집중치료실( 223,865원/인)에서 비용이 기존의 치료를 이용하는 그룹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 결과는 일산병원이 비교적 표준적인 진료를 제공하고 있고, 비급여 진료량이 타 기관에 비해 낮은 점을 감안하여 조심스럽게 해석을 해야 한다(<표 5>).  
 
2. 전체 말기 환자의 사망 전 진료비 
 
전체 말기 환자의 사망 직전 국민건강보험 진료비 발생 현황을 분석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서 완화 의료 국민건강보험수가 시범 사업이 시작된 2009년 12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암 사망자와 기타 말기 질환 사망자의 국민건강보험 급여 자료와 사망 자료를 연계하였다. 여기에서 국민건강보험 진료비 자료는 말기 질환자가 사망 바로 직전에 이용한 자료를 분석하였다. 이 분석을 위해서, 암 질환 사망자와 10개 말기 질환 사망자 자료를 이용하여 기존의 적극적 치료를 제공받는 그룹과 완화 의료적 성격의 치료를 제공받는 그룹으로 구분하기 위한 기준을 설정하였다. 여기에서 암을 제외한 10대 말기 질환은 후천면역결핍증후군,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만성폐색성폐질환, 울혈성심부전, 만성간경화, 만성신부전, 쇠약,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이다. 암과 10개 말기 질환자 중에서 검사(치료적 성격의 X-ray), 수술, CT, MRI, PET 등을 제공받지 않은 경우를 완화 의료적 성격의 치료군으로 정의하였으며, 나머지는 기존의 적극적 치료군으로 정의하였다.5) 말기 암 질환의 경우 완화 의료적 성격의 치료군 비중이 상급종합병원에서 2.3%, 종합병원에서 2.8%, 병원에서 5.2%로 나타났다.
 
반면에 10개 말기 질환자의 경우에 상급종합병원의 완화 의료적 성격의 치료군 비중은 후천적면역결핍증후군이 52.6%, 만성폐색성폐질환이 53.6%, 뇌졸중이 56%, 치매가 73.7%, 만성간경화가 73.9%, 근위축성측삭경화증이 76.3%, 쇠약이 85%, 파킨슨병이 73.1%이었다. 병원에서 사망한 암 질환자의 요양 기관 종류별 분포를 보면, 상급종합병원 34.8%, 종합병원 40.8%, 병원 11.9%, 요양병원이 12.4%이었다. 또 기타 말기 질환자 중 요양병원 사망자는 뇌졸중이 41.2%, 파킨슨병이 59.1%, 쇠약이 63.3%, 치매가 74.1%, 근위축성측삭경화증이 37.9%, 울혈성심부전이 26.8%이었다. 특기할 것은 요양병원에서 사망하는 말기질환자의 95% 이상이 보존적인 치료 중에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표 6>).
 
말기 질환자의 사망 직전 요양기관 종별 건강보험 1인당 진료비 발생 현황을 살펴보았다. 암질환은 상급종합병원이 540만 원, 종합병원 311만 원, 후천적면역결핍증후군은 상급종합병원이 735만 원, 종합병원이 789만 원. 울혈성심부전은 상급종합병원 472만 원, 종합병원은 266만 원, 뇌졸중은 상급종합병원이 488만 원, 종합병원 305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비 지출과 관련해서 말기 질환자 중 기존 치료군(A)과 완화적 성격의 치료군(B)의 1인당 진료비 발생 차이(A-B)를 살펴보면, 암 질환은 상급종합병원에서 394만 원, 종합병원 142만 원, 병원 23만 원이 낮았다. 후천면역결핍증후군은 상급종합병원에서 986만 원, 종합병원 877만 원, 병원 87만 원이 기존 적극적 치료군에 비해 낮았다. 근위축성측삭경화증은 상급종합병원에서 609만 원, 종합병원 462만 원, 병원 277만 원, 요양병원 93만 원이 낮았다. 만성폐색성폐질환에서는 상급종합병원에서 652만 원, 종합병원 446만 원, 병원 193만 원, 요양병원 81만 원이 기존 적극적 치료군보다 낮았다. 울혈성심부전에서는 상급종합병원에서 769만 원, 종합병원 416만 원, 병원 207만 원, 요양병원 60만 원이 낮았다. 만성간경화에서는 상급종합병원에서 903만 원, 종합병원 337만 원, 병원 130만 원, 요양병원 52만 원이 기존 적극적 치료군보다 낮았다. 만성신부전에서는 상급종합병원에서 829만 원, 종합병원 577만 원, 병원 213만 원, 요양병원 71만 원이 기존 적극적 치료군에 비해 낮았다. 쇠약은 상급종합병원에서 563만 원, 종합병원 110만 원, 병원 71만 원, 요양병원 71만 원이 낮았다. 치매는 상급종합병원에서 578만 원, 종합병원 402만 원, 병원 172만 원, 요양병원 55만 원이 기존 적극적 치료군보다 낮았다. 파킨슨병에서는 상급종합병원에서 690만 원, 종합병원 485만 원, 병원 187만 원, 요양병원 62만 원이 기존 적극적 치료군보다 낮았다. 뇌졸중은 상급종합병원에서 741만 원, 종합병원 516만 원, 병원 233만 원, 요양병원 79만 원이 낮았다(<표 7>).
 
 
Ⅲ. 말기 환자,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기회 선택할 수 있어야  
 
국민건강보험 환자의 진료비 분석 결과 다수의 말기 환자가 임종 직전까지 가정보다는 병원에서 적극적인 치료 중에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기 질환자의 병원 치료 그 자체를 문제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인간답게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져야 한다. 인간은 존엄한 존재이며 그 존엄함은 탄생부터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유지되어야 하는데, 이는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국가가 국민의 존엄한 죽음을 보장하기 위한 주요한 대안 중의 하나가 호스피스 완화 의료 제도인데,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말기 암 질환 중심 제도에서 전체 말기 질환자를 포괄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말기 암 환자와는 병리, 진행 과정 등이 다른 여타 말기 질환자를 대상으로 호스피스 제도를 도입하였을 때 발생 가능한 문제, 즉 질병 선정 기준 및 말기 설정 기준의 모호성으로 인한 혼란, 현재 요양병원과 시설을 이용하는 말기 환자의 진료비보다 비용이 더 증가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보편적인 의료 보장 구현을 목적으로 설립한 국민건강보험 제도 하에서 국민이 모두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기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말기 환자의 생애 마지막 치료 단계에서 치료 그 자체보다 환자 본인을 포함한 가족들의 심리적, 사회적, 영적 지지를 위한 환경 조성 등에 국가 사회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일부 국회의원실에서 전체 말기 질환자를 대상으로 호스피스 완화 의료 국민건강보험 급여 확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호스피스 완화 의료법', '연명 의료에 관한 법'을 발의하였다. 향후 국회의 논의를 통해 동 법들이 제정 공포되면, 정부와 공단은 다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호스피스협의체’를 구성하고 서비스 모델 및 수가 개발, 전달 체계 마련, 가정 호스피스 확대 방안 마련, 홍보 전략 개발 등  다양한 측면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제도의 정착 과정을 통하여, 말기 환자에게 무의미한 의료의 제공보다는 편안하고 존엄하게 임종을 맞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을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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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환자실 상황에 대해서는 김형숙(2012)의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에 실린 내용을 일부 인용하였음.
2) 최영순 등(2014) 호스피스 완화 의료 인식도 조사,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3) 최영순, 최정규, 태윤희, 김지윤, 김정덕.(2014) 호스피스 완화 의료 활성화 방안, 국민건강보험공단.
4) 본 고에서는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 제시를 가능한 지양하고 건강보험 진료비 자료를 분석한 실제 결과를 제시하고자 하였음.
5) 국민건강보험 환자의 세부 항목별 진료비 발생 내역을 이용하여, 정책연구원(최영순 등, 2014)에서 기존의 적극적 치료군과 완화적 성격의 치료군을 조작적으로 정의하였는데, 여기에서 기존의 적극적 치료군은 수술 및 처치, 고가의 검사, 약제 진료 내역이 발생한 경우이며, 완화적 성격의 치료군은 기존의 적극적 치료에 대비되는 치료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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