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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파업’에 지하철 폐쇄로 맞서는 이상한 나라

‘부당한 직위해제 문자메시지를 보낸 부산교통공사’
 
임병도 | 2016-09-29 10:30:4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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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철도노조 등 공공운수노조 소속 노조들이 총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성과연봉제 반대 등을 내걸고 시작한 노조의 총파업은 쟁의조정 절차를 모두 통과한 ‘합법파업’입니다.

부산지하철노조의 ‘합법파업’에 맞서 부산교통공사가 ‘직장폐쇄’ 즉 지하철을 폐쇄하겠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보통 ‘쟁의행위’는 대부분 노조가 하는데 이번에는 거꾸로 된 셈입니다. 특히 지하철은 공공의 시설인데 사측이 마음대로 시민의 발을 무기로 삼고 있습니다.

부산교통공사의 노동쟁의 조정신청은 벌써 6번째입니다. 하지만 번번이 부산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부산교통공사가 계속 비상식적인 조정신청 등을 하는 이유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성과연봉제를 끝까지 밀고 나가려는 이유입니다.


‘부당한 직위해제 문자메시지를 보낸 부산교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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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에 참여한 부산지하철 노조원이 부산교통공사로부터 받은 불법 문자메시지

 

부산교통공사는 부산지하철노조가 파업을 시작하자마자 이의용 노조위원장 등 노조간부 7명을 직위해제 시킵니다. 이후 조합원 841명에게 문자메시지로 ‘직위해제’를 통보합니다.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직위해제’ 통보를 문자메시지로 보내는 행위는 이미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온 바 있습니다.

2007년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직위해제대상자가 2,000명에 달해 모든 대상자들에게 사유서로 통지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며 한국철도공사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직위해제 재심판정취소청구소송(2007구합17564)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습니다.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직위해제를 하는 자체도 불법입니다. 철도공사의 경우 철도노조의 2006년, 2009년, 2013년 파업 시 조합원에 대하여 직위해제를 했습니다. 그러나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세 번의 사례 모두 위법하다고 판단을 한 바 있습니다.

부산교통공사가 법이 이미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직위해제 문자메시지 통보를 발송했다는 자체가 합법파업을 하는 노조를 불법으로 막고 있는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합법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거짓말을 했던 한국철도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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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파업에 맞서 코레일 앱에 나왔던 ‘불법적인 파업’이라는 문구가 사라졌다.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한국철도공사는 철도 승차권을 예매하기 위해 앱에 접속한 이용자들에게 ‘코레일에서는 관련법에 의거 적법하게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였음에도, 철도노조는 이를 반대하며 9월 27일부터 불법적인 파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라는 공지사항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에 공지사항에서 ‘적법하게 성과연봉제 도입’과 ‘불법적인 파업’이라는 말이 사라졌습니다. 왜냐하면 철도노조의 파업은 ‘합법파업’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철도공사가 오히려 시민들에게 거짓말을 했던 것입니다.

아이엠피터가 취재를 위해 KTX에 탑승하고 광명역에서 부산역까지 가는 동안 열차에서는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는 안내방송이 계속 흘러나왔습니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안내방송을 듣고 철도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라고 믿을 수 있습니다. 노조 측에서는 사측의 거짓에 고소,고발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매번 사측이 노조측을 고소,고발하던 행태가 이번에는 역전되고 있습니다.


‘노조와의 대화에 아예 참석하지 않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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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파업 돌입 기자회견 전 부산지하철노조가 요청한 노-정교섭에서 빈자리를 보이고 있는 정부측 자리 ⓒ부산지하철노조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노조와 사측의 의견 대립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파업에는 노조가 아니라 사측이 거꾸로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9.27총파업에서 ‘성과연봉제’는 핵심 사안입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대규모 파업을 앞둔 9월 1일 ‘공공기관 성과퇴출제 1차 노정교섭’을 하자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기재부’, ‘행정자치부’ 등 정부관계자들은 모두 불참했습니다.

9월 27일 파업에 돌입하기 전 노조는 마지막으로 노-정교섭을 위한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정부측은 이번에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성과연봉제가 권고 사항이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아예 대화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처음부터 독재 권력처럼 밀어붙이겠다는 의도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불편해도 괜찮아. 시민들 파업 지지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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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지하철노조 파업 지지 시민 대자보

 

서울과 부산지하철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언론은 ‘불법파업’을 강조하며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오히려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대자보 등을 통해 ‘불편해도 참겠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옥수역에 붙어 있는 대자보에는 “철도·지하철 같은 공공기관은 성과보다 공공성과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하는 것 아니냐”라며 “평소엔 개, 돼지 취급하면서 파업할 때만 귀족 노조. 이런 프레임 이젠 안 통한다”며 오히려 정부와 언론을 비판합니다. 대자보에는 “이번에는 좀 불편해도 참겠다.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를 위해 싸우는 철도·지하철 노조의 파업을 지지한다”며 지하철노조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온라인 뉴스에서도 파업을 지지한다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부산노동자’ 페이스북 페이지 등 소셜미디어에서도 부산지하철노조의 파업을 지지한다는 댓글과 좋아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공공시설에서 무슨성과를 낼수있는데? 안전하게 사고없이 시민의 안전을 보호해주면 최고의 성과급 주면 되겠네.”
“서민은 서민이 지키자~ 불편하지만 참고 우리의 권리를 찾자 시민 서로를 볼모로 잡고 기업이 취하는 폭리를 되찾으려면 우리 모두 불편해도 지지해줘야 한다~”
“민주화와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서 난 무엇을 했는가! 우리의 권리를 위해 대신 싸워주는 노조에 감사하며 불편이 불통보다는 낫기에 참으며 지지하며 함께합니다”

시민들이 노조의 파업으로 불편해도 참겠다며 지지하는 모습은 프랑스 시민들이 지하철,철도노조 등의 파업으로 불편을 겪어도 노조를 이해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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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 기업은행 서울 모 지점의 직원들이 파업 참여 불참을 압박받으며 퇴근하지 못한 채 모여있는 모습 ⓒ기업은행노조

 

9월 27일 전주지방법원은 한국국토정보공사가 노조를 상대로 낸 성과연봉제 반대 파업 무효 주장에 대해 파업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오히려 성과연봉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사측의 취업규칙 변경이 불법입니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며 파업을 하는 노조에 대해 사측에서는 ‘직위해제’ 등의 협박과 ‘감금’ 등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사측의 의지만이 아닌 공사 사장으로 임명한 누군가의 지시가 개입됐다고 봐야 합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파업이 단순한 임금 인상 등이 아닌 국민의 안전을 위한 싸움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과거와 다르게 국민들이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노조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정부와 맞서고 있는 모습에 시민들은 ‘불편해도 안전하면 괜찮아’라고 답하고 있는가 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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