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윤석열 정권 퇴진 3차 총궐기·범국민대회
해병대 예비역 444인도 시국 선언 발표
그날, 윤석열은 비상계엄 선포
▲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시민 촛불’ ⓒ민주노총
12월 7일, 3차 퇴진 총궐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11월 9일 노동이 중심이 된 1차 퇴진 총궐기, 농민이 중심이 되었단 2차 총궐기에 이어 ‘더 강하고 더 넓은 퇴진 광장’을 열기 위한 것이었다. 3일 오전에는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준)은 ‘윤석열 정권 퇴진 3차 총궐기·범국민대회’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같은 날, 해병대 예비역 444인은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연대’와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앞서 대학에서 교수, 학생들의 시국선언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밤,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정원철 해병대 예비역연대 회장을 비롯한 예비역들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해병대 예비역 시국선언 및 윤석열 탄핵선포 기자회견에서 경례하고 있다. ⓒ 뉴시스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시민들은 총이라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국회 앞으로 모였다. 국회는 군대의 침입을 막아서고 계엄 해제안을 통과시켰다. 7일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차 범시민대행진’에는 100만 명의 시민이, 14일 2차 대행진에는 200만 명의 시민이 모였다. 7일 부결되었던 윤석열 탄핵소추안은 14일 결국 통과되었다. 광장의 힘이 국회를 움직인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노래로 신나게 하는 투쟁, 선결제와 난방 버스, 동학 농민의 한을 풀었던 남태령 투쟁, 20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시민들이 모인 퇴진광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윤석열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퇴진광장을 축적해 왔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9일 저녁 국정농단 윤석열 OUT 시민촛불대행진이 진행되고 있다. ⓒ한경준 기자
2023년 6월 27일,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맨,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빈민해방실천연대를 주축으로 윤석열퇴진운동본부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여성·청년·종교 단체 등이 함께했다. 이들은 2023년 7월 15일 윤석열정권 퇴진 1차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민생 법안에 대한 무차별 거부권 행사, 노동 탄압, 굴욕외교, 전쟁 위기 고조 등이 이유였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권이 자행한 건설 노동자, 화물 노동자, 조선 하청노동자에 대한 탄압으로 임기 1년 차이지만 이 정부와 함께 살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었다. 섣부르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퇴진을 앞세운 단체를 결성한 것은 영원한 건설 노동자, 양회동 열사의 염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2023년 8월 12일 2차 범국민대회, 9월 16일 3차 범국민대회, 11월 11일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를 개최해 왔다. 윤석열 퇴진광장을 앞서서 열고, 부단히 노력해 왔다.
2024년, 투쟁의 방향은 총선으로 향했다. 부글부글한 민심은 총선으로 심판하자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퇴진광장의 열기가 생각보다 오르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윤석열에 대응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국회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연합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윤희숙 진보당 대표, 이 대표, 윤영덕·백승아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 ⓒ뉴시스
윤석열 심판 국회를 만들기 위해 야 4당(민주당, 녹색정의당, 새진보연합, 진보당)이 한 자리에 모여 논의했다. 그 결과로 더불어민주당과 새진보연합, 진보당과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더불어민주연합이 만들어졌다. ‘윤석열 정권·검찰 심판’을 기치로 내건 민주연합은 200석을 목표로 두고 총선에 돌입했다. 그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자는 목표 하나로 인내하고 양보한 결과다.
비록 200석을 만들진 못했으나 여당인 국민의힘은 108석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맞이했다. 22대 윤석열 심판 국회를 만들지 못했다면 계엄령 해제도 윤석열 탄핵소추안도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총선 이후에도 광장에서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이어졌다. 거부권 남발하는 윤석열 거부대회, 윤석열 퇴진 8.15 범국민대회, 윤석열 거부권 OUT 시민한마당, 윤석열 정권 퇴진 민중대회 등 다양한 모습으로 거의 매주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퇴진 광장이 열렸다.
지난 8월 13일 윤석열은 노조법 2·3조 개정안, 방송4법 등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21번째 거부권 행사였다. 이날 윤석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윤석열퇴진운동본부(준) 박석운 공동대표는 “정권이 임계점을 넘었다”고 평가했다.
10월 8일부터는 국민의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한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가 시작되었다. 윤석열퇴진국민투표 추진본부는 “총선을 통하여 심판하여도 귀를 닫고, 국회에서 민심을 반영한 모든 법안은 거부하고, 검찰 권력을 마구 휘두르고, 지지율이 10%대가 되어도 버티려는 윤석열 정권. 이제 직접 나서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온라인과 더불어 골목, 지하철역, 동네, 현장, 포장마차마다 투표소를 설치하고 윤석열 퇴진하자는 투표를 받았다. 투표소 설치 과정에서 부경대는 학교에 경찰 병력을 투입하고 투표 방해에 항의하는 학생들을 끌어냈다. 홈플러스는 현장 투표소를 운영하는 조합원들에게 훼방을 놓고 경찰을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서 열렬한 활동으로 총 61만 5,410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서포터즈 단원들이 학생들에게 퇴진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11월 9일, 노동을 중심으로 1차 퇴진총궐기가 진행되었다. 이날, 경찰은 신고된 행진 경로를 차 벽을 세워 틀어막고, 본 대회장으로 침투하기도 했다. 폭력을 유발하려는 기획된 탄압이었다. 정권 말기에 보이는 전형적인 발악이었다.
같은 날, 총궐기가 끝나고 ‘국정농단 윤석열 OUT 시민촛불대행진’이 진행되었다. 행진은 노래에 맞춘 구호로 신나게 진행되었다. 시민들은 윤석열 퇴진 목소리에 열렬하게 반응했다. 버스에서, 가게 안에서, 길 위에서 활짝 웃으면서 박수를 보냈다.
11월 20일, 농민을 중심으로 2차 퇴진총궐기가 진행되었다. 농민들은 상여와 만장을 들고 용산으로 행진했다. 그러나 경찰은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길을 가로막았다.
지금의 퇴진광장은 윤석열 계엄으로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윤석열 퇴진광장을 열기 위한 윤석열퇴진운동본부(준), 김건희 특검, 검찰 공화국 반대를 외친 촛불행동, 거부권 남발 윤석열 거부, 오염수 방류 반대 등 다양한 투쟁이 지금의 거대한 퇴진광장을 만들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윤석열 퇴진광장은 내란 일당들의 버티기와 왜곡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과거와 달리 광장의 투쟁이 정치권에서 희석되는 것이 아니라 광장이 국회를 만드는 새로운 역사가 쓰이고 있다. 2025년, 더욱 크고 뜨거운 퇴진광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왜 이런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윤석열 대통령은 왜 시민 누구도 수용은 물론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선택을 했을까? 정치는 또 왜 이렇게 적대와 증오로 가득 차 있을까?
사람에서든, 제도에서든, 시대 변화에서든 답을 찾아야 할 텐데, 시간을 거슬러 보면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이 한결같이 의존한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politics by other means)', 곧 정당과 의회가 아닌 검찰·언론·운동의 동원에서 그 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다.
민주화 이전 권위주의 시대에는 총칼로 권력을 잡은 군인 출신 대통령이 중앙정보부나 안기부 같은 정보기관을 통해 정치를 좌우했다. 그들은 반공을 국시로 내세웠고 경제 성장과 부패 척결로 부족한 정당성을 메우고자 했다. 그들 체제에 위협이 될 만한 인사는 간첩이나 용공으로 몰았고, 수뇌부 지시에 순응하지 않는 사람은 부정이나 비리 혐의로 위협했다.
이런 정치에서 검찰과 경찰은 군부정권의 하위 파트너 내지 수족으로, 주어진 역할만 수행할 뿐이었고 크게 주목받는 경우도 드물었다.
민주화는 다른 정치에 대한 기대를 품게 했다.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밝히고 정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시대라면, 그 일을 하라고 만들어진 정당과 의회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시민들의 서로 다른 요구와 주장, 이익과 가치를 표출하고 집약하고 조율하고 조정하는 일, 이를 둘러싼 갈등과 타협, 경쟁과 협력은 정당과 의회 없이는 불가능하다. 체육관 대의원이 아닌 시민들 손으로 직접 뽑는 대통령이라도 정당, 의회와 함께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를 실천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강력하고 광범한 국가 기구의 정점에 선 대통령들은 정당이나 의회에 의지하기보다 언론, 검찰 같은 정치의 '다른 수단'을 활용해 상대를 제압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지 못했다.
같은 편 언론을 통해 상대편 정치인의 비위를 폭로하고, 검찰로 하여금 수사‧기소토록 하고, 사법부의 판결에 맡기는 방식은 여론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도 쉽고 상대방의 도덕적 정당성을 허물어뜨리기도 쉽다. 정당과 의회가 요구하는 설득과 동의, 타협과 책임의 정치에 비하면 더없이 쉽고 단순하며 때로는 화끈하고 통쾌하기까지 한 일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김용현 국방부 전 장관과 행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노태우·김영삼·김대중 대통령: 언론과 검찰 동원
아마도 그 시작은 1991년 국회의원 뇌물 외유 사건이었던 듯싶다. 내각제 각서 유출로 곤궁에 처한 노태우 대통령은 의회 정치를 주도하는 YS, DJ에 대한 우회 공격 방법을 찾았다.
당시로서는 관행에 가까운 (그럼에도 불법인) 기업 지원에 의존한 국회의원 국외 출장이 조선일보 등 주요 언론을 통해 폭로되었고, 검찰 수사와 기소가 이뤄졌고, 당사자들은 시민들의 비난 속에 재판에 넘겨졌다.
3당 합당에 이어 의회의 정당성을 허무는 방식으로 다시 한 번 정국을 흔들려는 포석이었지만, 이를 눈치챈 YS는 자파 의원을 통해 수서지구 택지분양 특혜의 청와대 연루설을 폭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 측근뿐 아니라 여야당 의원들도 부정한 자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써 대통령의 마지막 개헌 시도는 좌절되었지만, 국회의원 뇌물 외유와 연이은 수서 비리는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강화와 함께 정치를 부정부패 문제로만 보려는 인식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후로도 대통령들의 판단과 선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영삼 대통령이 단행한 금융실명제와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의 목적 가운데 하나는 권위주의 시절 부정한 방법으로 큰 부를 쌓은 여당 내 다수파 민정계 의원들의 숙청이었다.
JP의 탈당과 신당 창당, 민정계의 부활 속에 1995년 지방선거에서 패한 대통령은 검찰에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지시하고 5․18 특별법과 함께 전두환, 노태우를 구속․기소하는 것으로 국면 전환을 노렸다.
이회창 후보의 DJ 비자금 수사 요구를 물리치고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강화된 경제 논리에 부응해 '고비용 정치구조 개선', '부정부패 일소' 이슈를 공론화했고, 그에 따라 검찰은 정치자금 부정 수수와 관련된 정치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혐의자 대부분이 야당 소속이었기에 한나라당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방탄 국회'로 맞섰고, 대통령과 검찰의 위협 속에 야당 의원 2명이 여당에 합류함으로써 국민회의-자민련 연합은 원내 다수를 확보하게 되었다.
부패 정치인 낙천‧낙선을 목표로 한 총선시민연대 운동이 큰 주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패배와 DJP 결별이 잇따르면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수세에 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언론사 세무조사와 함께 또 한 번 검찰 수사에 의존했다.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이 안기부 예산을 선거에 전용했다는 혐의는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야당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힐 수도 있었지만, 기대한 결과를 낳지 못했다. 국세청을 동원해 대통령에 적대적인 신문사들을 제압하려던 시도 또한 실패로 돌아갔다.
노무현·이명박 대통령: 특검, 탄핵, 운동의 동원
정치에서 검찰의 역할이 커지고 그들의 수사 공정성 시비가 잦아지자 특별검사제가 도입되었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는 이 특별검사제, 대북송금 특검과 함께 시작되었다. 야당 단독으로 통과된 특검법을 대통령이 수용하자 민주당 내 동교동계와 소장파는 결별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한편, 정치적 기반이 취약했던 대통령은 의회뿐 아니라 행정부를 장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으며 검찰과의 갈등을 노출했다. 어떤 정치세력도 우위를 점하지 못한 그 권력의 공백기에 검찰은 대대적인 대선자금 수사에 나섰고, 언론과 시민단체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대통령 측근과 여야의 거물급 정치인들을 구속했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지구당 폐지와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는 이런 맥락에서 정치개혁으로 정당화되었다.
검찰과 특별검사 외에 또 다른 무기도 등장했다. 이번에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가 주도했다. 헌정사상 최초의 탄핵소추가 그것이다.
민주당 분당으로 열린우리당에 합류한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소수 정당으로 전락한 여당 지지를 공개적으로 호소했다. 이에 대한 위협감에 해묵은 반감이 더해져 야3당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이제 제도적 수단을 동원한 갈등은 정치권에만 머물지 않고 운동의 동원으로 이어졌다. 탄핵안 가결로 울부짖는 여당 의원들 모습이 연일 방송을 타면서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대거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렇게 탄핵 이슈가 선거를 압도한 덕분에 여당은 원내 과반 의석을 얻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대규모 촛불집회와 그에 따른 선거 동학의 원형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대선과 연이은 총선에서 전례 없는 격차로 승리한 이명박 대통령도 검찰 동원의 유혹을 끊지 못했다.
선거에서 패한 야당 세력은 정부의 일방적인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을 문제 삼아 거리로 나섰다. 아직 대통령의 자장 하에 놓여 있지 않던 주요 방송매체가 시위대를 향한 과잉 진압에 초점을 맞추면서 시민들의 반발과 분노는 더 많은 참여로 이어졌다. 또 한 번의 촛불집회는 2개월여 동안 계속되었고 결국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담화와 청와대 비서진 및 내각 개편으로 마무리되었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이 시위의 배후에 친노 세력이 있다고 판단한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임 대통령과 그 후원자들에 대한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지시했고, 결과는 전임 대통령의 자살이었다. 이 비극은 대중적 비탄과 분노를 낳았고 현 대통령에 대한 증오‧적대에 더해 '나는 꼼수다' 큰 인기에서 보듯 경멸과 조롱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시기에는 '다른 수단들' 간의 다툼이 두드러졌다. 시작은 또 다른 국가 기구, 국가정보원이었다.
2012년 대선 기간 중 국정원의 댓글 조작 사건이 폭로되었고, 그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시작 전부터 정당성 시비에 휘말렸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댓글 조작이 있더라도 선거와 무관하거나 가급적 경미한 사안으로 다뤄지길 바랐지만, 검찰은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대통령은 조선일보를 통해 검찰총장의 사생활 문제를 폭로하고 감찰로 압박해 총장직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그 와중에 수사 외압을 폭로했던 윤석열 특별수사팀장 또한 징계를 받고 지방으로 좌천되었다.
견고한 지지 기반을 자랑하던 박 대통령도 임기 후반 당내 갈등에 따른 총선 패배로 위기를 맞았고, 한때는 같은 편이었던 언론이 그 틈을 파고들었다. 조선일보가 검찰 라인을 장악한 우병우 민정수석 처가의 부동산 관련 비위 의혹을 폭로하자 청와대는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조선일보를 고소했다. 이에 TV조선은 대통령 공천 개입을 시사하는 녹취록, 경제수석의 미르재단 모금 지원 등의 보도로 맞섰다.
여기에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민정수석 조사를 둘러싼 공방과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의 대우조선해양 로비 연루 폭로가 더해졌다. 이 갈등은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송희영 주필의 사퇴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몇 달 후 JTBC의 최순실 테블릿PC 보도가 나오면서 상황은 반전되었다. 조선일보, JTBC, 한겨레 등을 아우르는 언론 연합의 지원 속에 거리와 광장을 메운 촛불시위의 힘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당했고, 그 과정에서 윤석열 검사가 함께한 특검 수사와 기소로 법원의 유죄 판결도 받게 되었다.
문재인·윤석열 대통령: 다른 수단 정치의 완성과 파국
87년 민주화 운동 이래 최대 규모의 촛불시위와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속에 당선되었지만, 문재인 대통령도 다를 것은 없었다. 오히려 문 대통령 집권 시기 검찰‧언론‧운동의 동원은 이전보다 더 광범하고 체계적인 면모를 띠었다.
검찰 동원은 '적폐 청산'으로 나타났다. 보수정부 9년의 불법‧비리‧부정을 깨끗이 쓸어내겠다는 명분하에 전임 정부뿐 아니라 전전임 정부까지 대통령, 국가기구, 언론을 둘러싼 각종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기소‧재판이 이뤄졌다.
언론 동원은 여와 야, 보수와 진보의 파당성 강화로 나타났다. 기존의 신문‧종편 매체는 말할 것도 없고, 방송장악‧블랙리스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공영방송조차 과거와 다른 공정성과 균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SNS와 유튜브 또한 자극적인 콘텐츠 속의 허위 정보와 음모론으로 대중적 파당성을 배가했다.
운동의 동원은 직접 민주주의 확산과 팬덤 정치 부흥으로 나타났다. 촛불시위가 촛불혁명, 시민혁명으로 격상되면서 광장의 시민은 혁명의 주체이자 민주공화국의 진정한 주인으로 상찬받았다. 타락하기 쉽고 부패하기 쉬운 정당과 의회를 넘어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통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별다른 이의 없이 수용되곤 했다.
그런 상찬과 주장의 제도적 구현이 청와대 국민청원이었다. 운동의 열정은 지도자 개인에 대한 컬트적 지지로 분출되기도 했다. 국민이 주인이고 직접 민주주의가 최선이라 해도 지도자 없는 운동, 지도자 없는 통치를 상상할 수는 없다.
여기에 SNS 등의 소통 매체가 정당 같은 제도적 매개체를 대신해 지도자 개인과 지지자의 정서적 일체감을 강화하는 기제로 작동했다. 그렇게 대중의 옳음에 대한 확신과 인터넷 초연결사회의 매체 효과가 더해져 정치 리더에 대한 무비판적 추종이 만들어졌다.
문 대통령의 곤경 또한 자신이 부리던 정치의 다른 수단, 검찰로부터 시작되었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적폐 청산을 진두지휘했던 윤석열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검찰총장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 조국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로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의 관계는 파탄에 이르렀고 그 파장은 세 갈래로 뻗어나갔다.
우선 문재인 정부의 윤리적 정당성이 크게 훼손되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도덕성을 앞세운 정부였기에 그 상징적 인물을 둘러싼 범죄 혐의와 그에 대한 대통령의 비호는 정부 여당에 대한 대중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으로 여론이 다시 한번 뚜렷하게 양분되었다. 야당 세력은 대통령과 여당의 약한 고리이자 선명한 공격 타겟을 찾았다. 여당 세력은 부당한 검찰 수사의 기억을 불러들이며 '검찰 개혁'으로 맞섰다. 결과는 '광화문 집회', '서초동 집회'였다.
마지막으로 권력에 반하는 수사와 그에 따른 고초 덕분에 윤 총장은 대중적 신망을 얻으며 단번에 야당 대선 후보에 올라 대통령직까지 거머쥐었다.
윤석열 정부 하에서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는 극한에 다다랐다. 0.73% 차 신승에 여소야대 상황을 고려하면, 야당의 협력을 얻기 위해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을 수단 활용은 자제할 법도 했다. 하지만 전임 대통령들도 하나같이 못한 일을 검찰 출신 대통령에게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대선 전후로 불거진 야당 대표의 각종 불법‧비리 의혹에 대해 검찰은 거침없이 수사에 나서 기소를 이어갔다. 수세에 몰린 야당 대표의 선택은 재판 지연만이 아니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역시 정치의 다른 수단으로 맞서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대통령과 영부인, 정부 인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과 부적절한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언론을 통해 폭로하고 특별검사 추진으로 위협하고 고위공직자 탄핵안으로 압박했다. 여기에 여당 대표마저 등을 돌리자 대통령은 궁지로 몰렸고, 민주주의 규범으로도 일반의 상식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수단을 선택했다.
정당과 의회를 무시한 정치의 결과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대통령과 좀 더 상호 대등한 관계를 가졌더라면, 대통령의 의사를 미리 알고 자제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집권 여당이 조직적으로 좀 더 강했더라면, 대통령의 2선 후퇴나 자진 사퇴를 이끌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여야 정당이 좀 더 견고하고 폭넓은 사회적 기반을 가졌더라면, 정당 간 협의를 통한 정국 수습에 들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야당 모두는 그럴 의사도, 능력도, 기반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탓에 우리는 또 한 번의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적대와 분열을 마주하고 있다.
대통령들이 통치를 위해 선택한 정치의 다른 수단이 한국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만들었다. 그 다른 수단에 군대도 포함됨은 물론이다. 검찰‧언론‧운동이 정치적 편의를 위해 지속적이고 대대적으로 동원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낳는다.
검찰의 동원은 정치 전반을 범죄시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언론을 통한 폭로는 정치를 도덕화하고 휘발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운동의 동원은 정치를 선악 대결 구도로 몰아가거나 정치 자체를 적대시하고 부차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 모든 동원으로 인해 정치 불신이 깊어졌고, 진영 대립의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었고, '정서적 급진주의'의 포퓰리즘 정치가 확산되었다.
대통령의 정치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시민사회로까지 뻗어나간 방대하고 강력한 국가 기구의 수장에 오른 덕분에 검찰‧언론‧운동을 자기 의도대로 손쉽게 활용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시민사회의 서로 다른 갖가지 이익과 요구를 인정하고 수용하며 정책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정당과 의회에 의존하는 방법이다.
이 두 방법이 완전히 배치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대통령이 검찰‧언론‧운동의 힘에 의지하는 만큼 정당‧의회의 지위와 역할은 위축되고 형해화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고전이 된 영화 <여인의 향기>는 탱고 신도 좋지만 마지막 연설 장면이 압권이다. 가난한 고학생의 진실한 영혼을 응원하는 그 연설에서 알 파치노는 이렇게 말한다.
"난 지금도 인생의 갈림길에 서있소. 늘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알았지만, 그 길을 택하지 못했소. 왜 그런지 아시오? 그 길이 너무도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오."
대통령들도, 우리도 올바른 정치의 길이 무엇인지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 길이 너무도 힘들기에 애써 눈 감고 쉬운 길을 택해왔는지도 모른다.
정치는 어려운 일이다. 시민들의 서로 다른 요구와 주장 속에 공익과 사익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원래도 어렵지만, 민주화 이후 특히 지난 10여년 간의 여러 변화로 더욱 어려워졌다.
시민 주권, 시민 참여, 직접 민주주의를 과도하게 강조하는 지적 흐름은 민주 정치의 또 다른 원리인 대표와 책임에 충실하고자 하는 정치인들의 설 자리를 크게 줄여 놓았다.
SNS로 대표되는 소통 기술의 발전은 정치 활동의 방향을 미디어 중심의 이미지와 이벤트, 발 빠른 대응에 맞추며 공유 가능한 사실과 합리적 토론, 사려 깊은 타협의 기반을 약화시켰다.
세계화와 기술 발전에 따른 시장경쟁 심화와 산업구조 재편은 선택 가능한 정부 정책의 범위를 축소시키고 안정된 정치적 지지 기반을 허물며 사회적 불안과 고통을 야기하고 있다.
정당과 의회가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는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지만, 그 해결책을 찾는 제도적 출발점임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당과 의회의 가치와 권위를 인정하고 활용하기보다 무시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자유민주주의와 절제의 미덕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자주 언급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국민의힘이 자유민주주의 정당임을 강조하곤 했다. 민주당을 자유주의 개혁 정당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누구나 자유를 말하고 자유주의의 가치를 인정하는 듯하지만, 우리 정치권에서 그것의 의미를 이해하고 실천하려는 노력은 없는 것 같다.
정치이론가 마이클 왈저는 자유주의를 '분리의 기술(art of separation)'로 보았다. 하나의 권위와 가치 아래 유기적으로 통합된 공동체를 교회와 국가, 왕조와 정부, 정치와 경제 등으로 나누는 데서 자유주의가 시작된다는 말이다.
국가와 사회, 공적 생활과 사적 생활을 나눠 그 사이에 경계를 긋는 데서 시민적 자유가 창출된다. 정치, 경제, 교육, 종교, 가족 등의 제도 영역 사이에 경계를 긋는 데서 사회적 자유가 만들어지며 가치 다원주의의 토대가 자리 잡는다. 입법‧행정‧사법의 분리를 통한 기능적 견제와 균형도, 전체 사회를 부분(part)으로 나눠 대표하는 정당들(parties) 간의 사회적 견제와 균형도 전제를 막고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적 기제이다.
물론 자유주의의 경계는 각 제도 영역의 고립을 위한 것도 아니고 완전히 고정된 것도 아니다. 이런 경계들을 어떻게 긋고, 그 경계들의 어디에 어떤 크기로 교류의 문을 만들지는 정치인과 시민, 영역 구성원들의 몫이다.
지금까지 대통령이 주도하고 야당까지 동참한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는 사법기구·언론매체·사회운동·정당정치, 그리고 입법부와 행정부 각 영역 간의 경계를 존중하지 않았고, 이들 영역 내의 구성원들 역시 자기 영역의 독자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절제의 미덕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른 영역들도 그렇겠지만, 이런 탓에 자유주의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했고, 자유민주주의도 여전히 우려스러운 위험 속에 놓여 있다.
배우 현서영 씨는 격문을 낭독하며 올 한 해가 “윤석열, 김건희에게는 두려움의 연속”이었지만 “우리 국민에게는 연전연승, 항쟁과 승리의 해!”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말 안 듣는 모든 것을 죽도록 짓밟고 싶은 욕망, 그 안에 폭발하던 부정선거를 향한 욕망, 그 위험한 욕망이 윤석열, 김건희의 더러운 일상과 만나 마침내 가 닿은 결론이 ‘내란!’, ‘전쟁!’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그 모든 협박에 겁먹지 않는 국민”이 “마침내 어두운 밤길을 달려 맨손으로 장갑차를 멈추고 잘 닦은 장검을 들고 나선 장수처럼 촛불과 응원봉으로 무장한 갑남을녀”, “대한민국을 지켜낸 승리자”임을 강조했다.
김교영 용산촛불행동 회원은 “우리는 큰 슬픔 속에서도 내란을 진압하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모였다. 함께하는 것이 슬픔을 이기는 방법이고, 투쟁이 우리의 추모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농후한 특급범죄자, 내란 수괴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을 지금 당장 집행해야 한다”라며 “뿐만 아니라 국힘당은 최상목 대행에게 내란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대놓고 내란 수괴를 비호하는 이놈들도 윤석열과 함께 감옥에 쳐 넣어야 되지 않겠나?”라고 역설했다.
인천에서 온 노동자 황성룡 씨는 “우리들의 꺼지지 않는 촛불과 응원봉으로 기필코 윤석열을 파멸시키고 국힘당을 해체시키자”라고 강조했다.
한 여성은 “노래하고 춤추고 외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으면 한다. 광장에서 함께 슬퍼했으면 좋겠다. 함께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참사가 없는 더 나은 세상 함께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 그 시작에 내란 수괴 윤석열과 내란 공범들의 체포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인 25살 민소원 씨는 “세월호참사 때도 이태원참사 때도 참사를 일으킨 주범들이 아직도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지 않은가. 그 주범들이 없어져야 참사가 없는 나라가 되지 않겠나?”라며 “유가족들이 오롯이 슬퍼할 수 있게, 제대로 애도하고 추모할 수 있게 저 윤석열을 반드시 파면하고 구속하자”라고 외쳤다.
한 20대 청년은 윤석열 정권을 “김건희 하나만을 지키기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짓들을 저지르고 있는 정권”, “대북 도발로 전쟁을 유도하고 기획한 정권”이라고 규정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하는 마음으로 함께 촛불을 들자”라고 발언했다.
가수 백자 씨는 「오 그대여」, 「담쟁이」를 노래하며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어 「피 묻은 펜대를 이제 그만 멈춰」, 「나는 돌멩이」를 열창하면서 윤석열 파면과 체포에 함께 힘을 모으자는 의지를 되새겼다.
시민들은 새해에는 윤석열과 내란 잔당들을 소탕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올해 마지막 촛불문화제를 마무리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4.12.31. ⓒ뉴시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심리할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했다. 이로써 헌법재판소는 8인 재판관 체제가 됐다.
최 대행은 이날 오후 첫 정례 국무회의를 열어 "여야 간 합의에 접근한 것으로 확인된 정계선·조한창 후보에 대해서는 오늘 즉시 임명한다"고 밝혔다. 다만 "여야 합의"를 이유로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 중 한 명인 마은혁 후보자 임명은 보류했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고심해 온 최 대행은 이날 '임명'으로 입장을 굳힌 데 관해 "지난 27일 대통령 권한대행을 승계한 저는 하루라도 빨리 정치적 불확실성과 사회 갈등을 종식시켜 경제와 민생 위기 가능성 차단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은 "여야 합의"를 이유로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최 대행은 '계엄 사태' 국면이 초래한 정치적 불확실성과 1,500원에 육박한 고환율 등 경제 위기 침체 등을 거론하며 "부디 금번 헌법재판관 임명을 계기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털고 2025년 새해에는 사고 수습과 민생 안정을 위해 여야정이 함께 힘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전했다.
내란·김건희 특검법은 모두 '거부'
최 대행은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는 일괄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최 대행은 내란 일반 특검법(윤석열 정부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국무회의 안건으로 상정, 곧장 의결했다.
최 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맞아 항공기 추락사고 수습과 국정안정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법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히게 되어 너무나 착잡한 심정"이라며 "헌법을 수호할 책무가 있는 정부로서 그 위헌성이 해소되지 않고 국익과 국민의 기본권 측면에서도 우려가 많은 법안들을 그대로 공포하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자세인지 수없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최 대행은 여러 차례 "위헌성이 해소되지 않은 특검법"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여야가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대고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해 주실 것을 호소한다"고 했다.
두 특검법은 지난 12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7일 정부로 이송됐다. 이들 법안의 공포 또는 거부권 행사 시한은 내년 1월 1일이다. 당일이 공휴인 점을 감안해 올해 마지막 평일인 이날, 정부의 거부권 행사가 유력하게 점쳐졌다.
앞서 두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무게를 둔 한덕수 전 대행도 최대한 시간을 끌다 이날 재의요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 바 있다. 지난 27일 국회에서 한 대행 탄핵안이 가결되며 두 특검법에 대한 판단의 공은 최 대행에게 돌아갔다. 국민의힘은 "거부권을 쓰지 않는 것이 오히려 헌법 위반"이라며 두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강하게 촉구해 왔다.
두 특검법 본회의 통과에는 일부 여당 의원들도 동의를 표했다. 국민의힘 당론은 '모두 부결', 즉 반대 투표였지만 내란 특검법에는 소속 의원 5명(김예지·김용태·김재섭·안철수·한지아), 김건희 특검법에는 4명(권영진·김예지·김재섭·한지아)이 각각 찬성표를 던졌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선포를 다루는 내란 특검법은 윤 대통령을 비롯한 핵심 주도 세력뿐만 아니라 비상계엄 선포를 심의한 국무회의 참석자들도 수사 대상으로 한다. 한 총리와 최 대행 등 국무위원들도 특검법의 수사를 받아야 하는 당사자라는 의미다. 최 대행의 특검법 거부권 행사는 그 자체로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대통령의 세 차례 거부권 행사로 국회가 벌써 네 번째 재발의했다. 이번 김건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명태균 씨 관련 의혹 등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15가지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서안지구 베들레헴에 있는 분리 장벽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그려져 있다.연합뉴스
2024년은 인류가 당분간 직면할 정치적 긴장, 사회적 갈등, 환경적 위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해였다. 위기는 인류에게 도전과 기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다만 위기와 기회는 접점에서 만날 뿐 동시에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런 맥락에서 2025년은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지구촌 안보 위기의 중심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있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결정적 승리를 거두지 못한 채 전쟁은 장기전 양상을 띠고 있다. 물론 오는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외교 정책 변화에 따라 이 전쟁의 향방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트럼프는 과거 집권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협력 관계를 중시한 바 있다. 취임 후 외교적 협상을 통해 전쟁 종식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위험도 있다. 이는 서방 동맹국들과의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의 위기는 유럽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유럽 역시 복잡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불신을 지속적으로 드러내 온 만큼, 방위비 부담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국방비 증액이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유럽은 미국이라는 우산 없이 독자적인 안보 노선을 모색할 수도 있다. 다만 현재 유럽 국가들의 정치적 불안정과 재정적 제약으로 단기적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변화 예고하는 중동
트럼프의 재집권은 중동 정세에도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와의 강력한 관계를 바탕으로 더욱 공격적인 외교 및 군사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가자지구와 레바논을 넘어 시리아와 예멘까지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이 확대될 여지가 충분하다.
현재 중동 정세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 지역에서 대치하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형국이다. 이스라엘이 군사 활동을 벌이는 지역은 이란에 곧 최전선이 되고 있다. 하마스, 헤즈볼라,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 후티 반군 등 이란의 우방 세력은 올해 잇따라 위기를 맞았다.
이 와중에 트럼프의 취임은 알리 하메네이 체제에 악몽과도 같은 시나리오를 예고하며 이란이 더욱 고립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이란이 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이스라엘의 폭력성을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길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개방정책은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리는 이슬람권 8개 개도국(D8)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카이로 국제공항에 도착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연합뉴스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이끄는 온건 개혁파 정권은 최근 메타의 메신저 왓츠앱과 구글의 앱 마켓 구글플레이 사용 금지를 해제하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여성 복장 규제를 담은 히잡 의무법 시행을 보류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연이은 개방정책은 페제시키안 정권의 개혁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누그러뜨리며 국제여론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외교정책에서도 이란의 고립을 탈피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미국과의 전통적인 동맹 관계에 약간 거리를 두고 있다. 이스라엘의 무분별한 전선 확대는 무슬림 세계의 두 패권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대화를 시도할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대만 문제는 2025년에도 국제 정세의 주요 화두로 남을 전망이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맞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군사적 억제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립은 동아시아 안보 환경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며, 지역적 갈등이 전 세계로 확산될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극우 세력의 부상
정치적 양극화는 올해에도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20세기 초 극좌 세력의 부상이 정치 지형을 흔들었던 것처럼, 현재는 극우 세력의 부상이 새로운 도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계급 간 불평등 해소를 목표로 한 국제 연대가 정치 변화를 이끌었다면, 지금은 국가라는 무한 권력 기구를 중심으로 한 배타적 고립주의가 정치적 혼란을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다수 국가에서 극우 세력이 집권하거나 세력을 확장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극우 지향의 대통령 탄생이 더 가까워졌고, 영국에서는 극우 성향의 개혁당이 기존 보수당을 압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극우 세력의 부상은 민족주의의 강화와 외국인 배척으로 이어지며, 국제적 연대와 협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신종 감염병의 위협은 더 이상 미래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세대가 직면한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2024년에도 대규모 자연재해가 잇따라 발생하며, 환경, 보건 문제가 인류 생존과 직결된 과제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이런 환경 위기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은 우려를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대통령 재임 시절, 파리협약을 탈퇴했고, 탄소배출의 위험성에 대해 거짓 정보라고 몰아세웠으며, 코로나 위기 속에서 백신의 필요성을 음모론으로 치부했다. 환경문제에 소극적 대응을 넘어 적극적 방해의 길을 가는 사람이 유례없이 거대한 힘을 가진 나라의 대통령으로 복귀하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가 보여준 힘
▲지난 5일 프랑스의 국제 보도전문채널인 '프랑스 24'가 보도한 "한국의 위기: 민주주의는 흔들리지만 굳건히 버티고 있다"프랑스 24
2025년을 앞둔 인류는 과연 이러한 위기들을 극복해 낼 수 있을까?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까? 암울한 2024년을 보내면서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가 보여준 힘과 잠재성이다. 상상을 초월한 악의 음모를 저지한 것은 다름이 아닌 조직된 시민의 힘이었다.
프랑스의 한국 정치 전문가 장 이브 콜랭(Jean-Yves Colin)은 "한국의 민주주의는 외세나 엘리트가 아닌 시민들의 저항을 통해 아래로부터 쟁취된 민주주의다"라고 말했다. 그러한 민주주의가 정치적 혼란에 익숙한 한국 국민들이 위기 때마다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힘으로 작용했다.
2024년에서 2025년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겨울은 어쩌면 세계가 겪는 민주주의 위기의 시험대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장 이브 콜랭은 지금의 한국이 겪는 위기는 1980년대 위기와는 비교할 수 없다면서 힘주어 말한다.
"현 사태는 심각한 정치적 위기이자 잠재적 체제 위기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한국 민주주의의 강인함과 위기 극복 능력을 입증하고 있기도 하다."
이날 문화제는 전날 있었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박재석 신부는 희생자를 위한 추모사를 낭독한 후 “내란 수괴 윤석열과 한덕수는 이미 그 직무가 정지된 벌을 받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자숙하고 또 자숙할 것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명령한다”라고 하였다.
극단 경험과상상 배우 김한봉희 씨는 추모시를 낭송하며 “제발 내란범 너희는 자중하라 / 너희는 애도를 말할 자격이 없다 / 이렇게 재난이 흔한 세상에서 1년 365일 소요를, 계엄을, 전쟁을 기도한 자들”이라며 “너희의 난동이 도대체 얼마나 거대한 죽음을 준비한 것이냐”라고 외쳤다.
윤경황 종로성북동대문촛불행동 대표는 “이태원참사도 미연에 방지 못 한 무능, 무책임한 내란 수괴와 공동 정범들이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나자 서로 앞다투어 정쟁을 멈춰야 한다며 추모만 하자고 한다. 더욱 기가 막힌 건 직무가 정지되고 세 번째 공수처 출석 요구에 불응한 내란 수괴 윤석열이 여전히 이 나라 대통령인 듯 버젓이 SNS에 참사 관련 글을 올렸다”라며 “이러니 우리가 아직도 내란이 현재 진행형이라고 하는 거 아닌가?”라고 하였다.
강동구에서 온 김원일 씨는 “검경에게 묻는다. 왜 아직도 가장 큰 내란죄를 범한 자를 잡지도 못하고 증거 인멸할 시간만 주는 것인가?”라며 “국민에게 소상히 수사 결과를 숨김없이 공개하고 법대로 빨리 처벌하시오”라고 하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가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가 30일 밤 충남 서산 해역에서 선박 전복 사고가 발생하자 “인명 수색 및 구조에 총력을 다해달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최 대행은 이날 밤 “해양경찰청을 중심으로 국방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는 현장의 가용자원 및 인력을 총동원하여 인명 수색 및 구조에 총력을 다해달라”며 “해당 해역의 조류가 강한 점, 야간 수색인 점을 고려하여 구조대원의 안전에도 유의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기획재정부가 전했다.
앞서 이날 저녁 6시26분께 충남 서산시 팔봉면 가로림만의 고파도 인근 해상에서 물품 운반선(차도선) ㄱ호(83t급·인천 선적)가 전복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해경이 수색·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선박에는 7명이 승선한 것으로 알려졌고, 해경은 저녁 7시에 2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이후 해경은 실종된 선원 5명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복된 선박은 이날 우도 어촌뉴딜사업 공사를 마치고 작업자들이 돌아오던 길에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구조된 선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선장과 선원 등 7명이 탑습한 물품 운반선이 전복된 가로림만 고파도 인근 해상 위치도. 태안해경 제공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됐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영장을 청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놓고 “권한 없는 기관”이라고 반발했지만 31일자 아침신문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선을 그었다. 중앙일보는 “사태가 이렇게 악화한 건 윤 대통령의 자업자득”이라고 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세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하자 체포영장 청구를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수사 권한이 없는 기관이라 영장청구가 각하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움직인 군 및 경찰 관계자들이 대부분 구속돼 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지만 윤 대통령 측 주장처럼 공수처가 내란 수사 권한이 있는지에 대한 법원 판단이 변수로 꼽힌다.
동아일보 “윤 대통령, 책임 모면할 궁리만 하는 모습”
다수 아침신문은 윤 대통령이 거부할 명분도 근거도 없다고 봤다. 계엄선포가 위헌적이었다는 정황이 거의 드러난 상황이라 보수성향 신문도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는 31일자 사설 <체포 영장까지 청구된 尹, 피하기만 할 건가>에서 “공수처는 현재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면서 ‘관련 범죄’로 내란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며 “이런 논리로 최근 내란 관여 혐의로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는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윤 대통령의 공수처 소환 조사 거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대통령 경호처가 물리적으로 체포를 막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는 “체포 영장은 집행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 그럼에도 경호처가 체포 영장 집행을 막으면 그 자체가 불법”이라며 “법원이 체포 영장을 발부하면 윤 대통령이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체포영장 청구, 자업자득이다> 사설을 냈다. 중앙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끌어내라’, ‘계엄을 두 번 세 번 할 수 있다’ 등의 발언을 다시 언급하며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말문이 막힐 정도다.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게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 스스로 강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명분을 제공한 셈”이라며 “이미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윤 대통령은 더 이상 수사를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응하길 바란다”고 했다.
동아일보 사설 제목도 <현직 대통령 첫 체포영장, 당당치 못한 尹 대응이 자초했다>이다. 동아일보는 “이번 사태의 정점인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윤 대통령은) 관저에 은둔한 채 시간을 끌며 책임을 모면할 궁리를 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런 구차한 대응이 체포영장을 자초했다. 검찰총장 출신답지도, 대통령답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최상목, 헌법재판관 임명할 수 있다는 관측”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덕수 대행이 탄핵되기 전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취지로 한 대행을 설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 31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중앙일보는 31일 1면에 <“헌법재판관 임명” 탄핵 전 한덕수에 최상목 건의했다> 기사를 냈다. 중앙일보는 정치권 고위 관계자가 이를 전했다며 “최상목 부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는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행 탄핵’을 시사하자 한 총리를 찾아 “나라와 경제가 어렵다. 불확실성을 빨리 끝내려면 헌법재판관 임명은 하셔야지 않겠나”고 설득했다. 그러면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낸 것엔 다 근거가 있을 테니, 그 판단을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며 “권한대행 체제가 또 탄핵 소추를 당하면 불확실성만 커진다”고 했다고 중앙일보는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관계자 발언도 인용해 “실물 경제를 중시하는 최 부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끝까지 거부할 거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한편 정치권에선 최상목 권한대행이 31일 국무회의에서 쌍특검법(내란·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거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고 했다.
규정상 잘 부러져야 하는데… ‘콘크리트 둔덕 이례적’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참사를 놓고 피해가 커진 원인 중 하나로 아침신문은 일제히 ‘콘크리트 둔덕’을 꼽았다.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재질 둔덕이 쉽게 부러지거나 접히지 않아 여객기 폭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 31일자 한국일보 1면 기사.
31일자 신문 1면에선 이러한 문제의식이 드러났다. <“활주로 밖 콘크리트가 피해 키웠다”>(경향신문), <무안공항 ‘2m 콘크리트 둔덕’이 참사 키웠다>(동아일보), <참사 키운 2~4m ‘콘크리트 둔덕’… “범죄 가깝다”>(서울신문), <‘콘크리트 둔덕’이 죽음의 벽 됐다>(조선일보), <활주로 끝 콘크리트 구조물이 참사 키웠다>(한겨레) 등의 제목이 나왔다.
활주로 끝엔 여객기의 착륙을 돕는 ‘로컬라이저’가 설치된다. 이번에 사고가 난 여객기는 이 로컬라이저 구조물에 충돌하면서 폭발했다. 전문가들은 통상 쉽게 잘 부러지게 설계되는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콘크리트 둔덕으로 이뤄진 건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토교통부 항공장애물 지침에서도 “항공기와 충돌할 경우 최소한의 손상만 끼치도록 부러지거나 변형돼야 한다”고 돼 있다.
한국일보는 <콘크리트 둔덕에 무리한 운항...제주항공 참사, 인재 아닌가> 사설을 내고 “만일을 대비해 비행기가 쉽게 뚫고 지나갈 수 있는 구조로 설치하는 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지침”이라며 “항공안전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영국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그 위치에 둔덕이 있다는 건 범죄행위에 가깝다’고 표현했을 정도”라고 했다. 이어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원인을 하나로 몰아가는 건 섣부르지만, 항공사고는 한 번의 사고가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하나씩 면밀한 조사를 해야 한다. 규정을 지켰는데도 사고가 났다면 규정을 손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팬클럽 카페 등에서 “참사 후속대책에 사용될 예비비가 대폭 삭감되면서 예산집행도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라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예비비를 삭감한 탓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후속대책 지원이 어렵게 됐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가짜뉴스”라고 지적했다.
허영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중 행안부, 농림부 등 각 부처 예산으로 편성되어 있는 재난재해대책비는 9270억원”이라며 ‘정부 원안’을 삭감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또 “이 예산으로 부족하면 예비비를 사용하게 되는데, 재난재해대책에 사용할 수 있는 목적예비비는 1조6천억원”이고 “이것으로도 부족하면 국가채무부담행위를 활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가채무부담 한도는 “1조5천억원”이라고 덧붙였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좀 더 자세한 설명이 담긴 서면브리핑 자료를 내며 “예비비 삭감으로 항공 참사 대책에 난한을 겪을 것이라는 주장은 가짜뉴스”라고 밝혔다.
윤 원내대변인은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예산을 통해 참사에 대해 충분히 조사할 수 있고, 정부 책임이 확인되면 국토부와 공항공사 예산을 편성하여 배·보상이 가능하다”면서 “조사 기간이 통상 최하 6개월에서 2년 정도 소요되어 예산으로 인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안전부 재난대책비 3600억원이 편성돼 있어 이 예산을 우선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재난대책비가 부족한 경우 예비비를 편성하면 되기 때문에 재원이 부족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이번 항공참사는 사회재난이므로 재난대책비로 피해를 보전할 수 있다”면서 “다만 자연재난과 달리 과실유무를 판단해야 하며, 비용은 원인 제공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짚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 예비비는 일반예비비 8천억원, 목적예비비 1조6천억원 등 총 2조4천억원이 있어 참사 대응에 재정적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종합하면 자연재난에 의한 참사로 결론이 나오면 ①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 예산’ ② ‘각 부처 예산으로 편성된 재난재해대책비 9270억원 중 행안부 재난재해대책비 3600억원’ ③ ‘2조4천억원의 정부 예비비 중 1조6천억원에 이르는 목적예비비’ 등을 사용할 수 있다. 그것도 부족하면 ④ ‘국가채무부담행위’를 활용할 수 있기에, 예산이 없다는 주장은 가짜뉴스라는 게 허 의원과 윤 원내대변인의 설명이다.
한편, 민주당 때문에 후속대책 지원이 어려울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은 한 인터넷매체 기사로 공유되고 있다. 해당 기사는 지난 12일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를 인용하기도 했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윤 대통령을 옹호하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이 매체는 최근에도 지난 27일 검찰 ‘12.3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발표한 내란사건 일부 수사결과 내용 대부분에 대해 “의심스럽다”는 취지의 기사를 냈다.
▲지난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파손된 기체 후미 수색 등 수색견을 동반한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연합뉴스
"아들 내일 오지"
"왜 전화가 안 돼"
29일 제주항공 7C2216편에 탔던 승객들에게 가족들이 남긴 카카오톡 메시지입니다. 메시지 옆의 1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고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한순간에 잃은 가족의 심정은 헤아리기조차 어려웠고, 애도의 말 또한 쉽사리 남길 수 없던 비통한 하루였습니다.
갑작스러운 윤석열의 등장과 국가애도기간
그런 와중에 윤석열의 등장은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직무 정지 상태인 그가 돌연 페이스북에 "유가족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라며 "이 어려운 상황을 하루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저도 국민 여러분과 함께하겠다"라고 쓴 것입니다. 참사 상황을 틈타 대통령 직무에 복귀한 듯 행동한 것이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오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한 애도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윤석열 페이스북
대통령실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긴급 수석회의를 소집하고, "국정상황실을 중심으로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이 24시간 비상 대응 태세를 유지하기로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참사가 '정치적 기회'인 모양입니다.
윤석열의 페이스북 글이 올라온 지 얼마 안 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월 4일 24시까지 7일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국가애도기간을 정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어딘가 서늘한 기분이 듭니다. 이태원 참사 때의 기억 때문일 겁니다.
정훈님, 지난 2022년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이 어땠는지 기억하시나요? 당시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국가애도기간을 일종의 정치적 방어 수단으로 이용했습니다.윤석열은 애도기간에 '출근길 문답'을 하지 않는다며 민감한 질문을 피했습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금은 슬픔을 나누고 기도해야 할 시간으로 추궁의 시간이 아니고 추모의 시간"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는 추모 기간을 선포하고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라며 "추모를 정쟁으로 변질시켜서도 안 된다"라고 썼습니다.
심지어 이채익(국민의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은 국가애도기간이라는 이유로 행안위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부처 업무보고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 과정을 생략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지금은 추모와 애도의 기간이기 때문에 사고의 원인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국회 차원의 논의는 정부의 사고 수습이 이루어지고 난 후 충분히 실시하고자 한다"라고 말해서 야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지난 2022년 10월 31일 서울시청앞 서울광장과 이태원 참사현장 부근에 정부가 설치한 이태원 압사 참사 합동분향소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라고 표기되어 있다.이희훈/권우성
이렇듯 정부·여당은 국가애도기간을 통해 '정부 책임론'을 막아내고, 사건 축소에 열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국가애도기간 중 '이태원 참사'의 명칭을 '이태원 사고'로 통일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합동 분향소 명칭에 '참사 희생자'가 아니라 '사고 사망자'라고 쓰기까지 했으니까요.
갑자기 튀어나온 윤석열과 2년 전 국가애도기간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적 있는 국민의힘을 보면서, 그들이 제주공항 여객기 참사를 '정국 전환'의 기회로 삼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겁니다.
황당한 '줄탄핵' 타령, '정쟁 중단'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
실제로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은 참사를 '역공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줄탄핵' 운운하며, 더불어민주당이 어려운 시기에 국정 공백을 만들었다는 식으로 압박에 나섰습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줄탄핵의 후과'라는 글을 통해 "더불당(더불어민주당)의 줄탄핵으로 우리 정부에는 국무총리도 행안부도 없는 상황이다(...) 국정 공백이 정말 걱정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모두 '내란죄 피의자'라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입니다.
보수 언론도 '줄탄핵'을 언급하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정치적 책임을 민주당에 돌립니다. 30일 <조선일보>는 "국가 재난 앞에... 정부는 비정상, 국회는 4시간 후에야 회의"라는 기사에서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총리,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로 국가 시스템의 공백 상태를 만들어 놓고 국가적 참사가 발생하자 정부에 최선을 다하라는 게 정상이냐'는 비판이 제기됐다"라는 문장을 말미에 넣었습니다.
29일 <중앙일보>는 "무안으로 달려간 이재명… 줄탄핵 책임론에 숨죽인 민주당" 기사에서 전직 민주당 의원의 말을 인용해 "사고 수습과 희생자 애도가 끝나고 나면 여권을 중심으로 연쇄 탄핵 책임론이 커질 수 있다 (...) 호남 지지층 여론도 급변할 수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대통령·총리·장관 모두 '대행'…여권 '줄탄핵에 재난 컨트롤타워 붕괴'" 기사에선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잇따라 탄핵당하고 행정안전부 장관마저 공석인 상태라 재난 컨트롤타워가 직무대행 체제로 부실 운영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라고 썼습니다.
정훈님, 위의 기사들은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왜 탄핵을 당했는지, 탄핵을 앞둔 행정안전부 장관이 왜 사진 사퇴했는지는 쏙 빼놓고 있습니다. 바로 '12.3 내란'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대통령과 그를 감싼 국무총리가 문제일까요, 아니면 국민의 열망을 받들어 그들을 탄핵한 민주당이 문제일까요? 더 생각할 필요도 없는 질문 아니겠습니까.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운데)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전남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수습방안 등 논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참사를 이용한 '민주당 책임론'보다 더 교묘한 것은 '정쟁을 멈추라'라는 주장입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사태 수습에 전력을 다할 것을 요청한다"라고 말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정치권은 사고가 완전히 수습될 때까지 모든 정쟁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습니다.
'정쟁을 멈추라'라는 말은 가치중립적인 표현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치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있는, 공격당할 거리가 많은 세력일수록 정쟁을 피하고 싶어 합니다. 지금 그 세력이 누구일까요? 윤석열이 탄핵 심판·내란 수사에 관해서 '지연 전략'을 편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국면에서 국민의힘이 참사를 정치적 공세를 막아주는 도구로 사용하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30일 <국민일보>는 사설 "권력 공백에 대형 사고까지… 당장 모든 정쟁 중단하라"를 통해 "우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주장대로 정치권은 무안 사고가 완전히 수습될 때까지 최 대행 탄핵 시도 등 모든 정쟁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민주당을 다그쳤습니다. '정쟁 중단'이라는 수사가 실제로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애도와 탄핵은 함께 갈 수 있다
▲12.3 윤석열 내란사태를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석열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소속 학생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유성호
정훈님, 저는 우리 사회에서 애도가 상시적인 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날마다 슬픔 속에 살아가자는 말이 아니라, 잊지 않고 애도를 이어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생명을 경시하는 자본과 권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비극을 더 오랜 시간 기억하고, 더 넓고 깊은 연대가 이뤄져야 하니까요.
애도는 단순히 슬퍼하고 기도하는 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요구 등을 포함하는 감정이자 행위입니다. 지금껏 국가 폭력과 사회적 참사의 유가족이 해왔던 것처럼요. 물론 그건 정부가 원하는 애도는 아닐 겁니다.
그래서 애도는 불온하고, 반사회적이며, 무지몽매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참사라고 해서 유가족을 고립시키고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이들이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여객기 참사 조사 기간이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3년씩 걸린다"라고 밝혔습니다. 하루아침에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한 애도가 쉽게 끝나선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면서 동시에 탄핵 심판과 내란 수사를 촉구할 수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희생자들을 향해 묵념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윤석열 구속'을 외치는 것이 왜 대립되는 행위란 말입니까? 오히려 '애도기간'이라며 애도의 형태를 침묵이나 중립에 가두는 일이, 참사를 가장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일 것입니다.
국회를 통과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의 거부권 행사 법정 시한은 1월 1일입니다.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3인 임명은 한시가 시급합니다. 최상목 대행이 '국가애도기간'을 이유로, 내란 수사와 탄핵 심판 절차에 필요한 일을 회피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야당 주도로 통과된 ‘쌍특검법’(내란 특검·김건희 특검)에 대해 “‘위헌적 조항’을 삭제하는 쪽으로 야당과 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수석은 30일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그동안의 국정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을까 싶다”며 “만약에 거부권이 행사돼서 국회로 되돌아온다면 저희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야당과 위헌적인 조항을 삭제하는 방법으로 해서 충분히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 12일 본회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내란사태의 위헌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야당만 특검 추천권을 갖는다는 점, 특검법의 수사대상이 모호하고 광범위하다는 점 등이 ‘위헌 요소’라며 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그는 쌍특검법을 현재 3인이 공석인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문제와 연계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의원들이 개인적인 의견 차원에서 얘기할 수는 있겠지만, 당내에서 공식 논의한 적 없다”라며 “최 대행에게 그런 식으로 요청한 사실도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 원내수석은 또 최 대행이 ‘법률안 거부권’은 행사할 수 있지만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임명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국가원수의 지위에서 나오는 이 권한은 가능하면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라며 “논리적인 이유, 관행 이런 걸 따져봤을 때 지금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는 것이 우리 국민의힘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원내수석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공수처와 대통령실이 조율해서 자진 출석을 하는 방향으로 정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3차까지 소환 요구를 했기 때문에 아마 공수처에서는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수순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며 “만약에 체포 영장이 발부돼서 (공수처가) 집행하려고 하고, 경호실에서는 집행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실제 충돌 가능성도 문제지만 이 부분도 국격 추락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2024년 12월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동체착륙 후 화재가 발생해 탑승객 179명이 사망했다. 1997년 미국 괌 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추락해 200여 명이 숨진 뒤 27년 만에 벌어진 최악의 항공기 참사다. 30일 아침신문에선 신속한 참사 원인 규명과 유가족 지원에 대한 당부가 나왔다. 일부 광주·전남 지역신문은 호외를 발행하거나 추모글을 통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
국토교통부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태국 방콕공항에서 이륙한 제주항공 7C2216편은 무안으로 입국하던 중 랜딩기어(착륙장치)를 내리지 못하고 동체가 활주로에 닿은 채 착륙하다가 활주로 끝에 설치된 공항 울타리 외벽과 충돌해 폭발했다.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태국인 2명 포함)과 승무원 6명이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당국은 구조자 2명을 제외하고 모두 사망했다고 밝혔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규명되지 못한 상태다. 다수 신문들의 참사 원인 분석에 따르면, 비행기와 새 떼가 충돌(버드 스트라이크)하면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경향신문은 “조류와 충돌했더라도 다른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점에는 의문이 제기된다”며 “조류 충돌 위험을 인지한 후 공항 관제탑과 기장의 대처가 적절했는지도 향후 교신 기록 등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대형 참사 원인을 풀 핵심 열쇠는 새 떼 충돌이 가져온 엔진 파손 수준과 새 떼 충돌과 랜딩기어 미작동 간의 인과관계”라며 “1차 착륙 시도 실패 뒤 곧바로 방향만 바꿔 재착륙을 감행한 이유도 규명돼야 할 쟁점”이라고 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신문들은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1차 착륙을 시도하다 정상 착륙이 불가능해 다시 복행한 원인도 랜딩기어 미작동 때문인지, 엔진 이상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비행기와 조류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 경고 2분 후에 조종사가 조난신호인 ‘메이데이’ 선언을 했지만, 조류 충돌만으로 랜딩기어 조작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전문가들 지적도 있다. 미국 보잉사의 ‘737-800’ 기종인 사고기는 국제적으로 많이 판매됐고 사고 소식이 잦았던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조류 충돌이 랜딩기어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인지, 기체 정비에 결함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등이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며 “동체 착륙을 할 경우 공항당국이 미리 화재에 대비해야 하는데 이번엔 그런 과정이 없었던 점도 의문이다. 또 무안공항은 인근에 겨울 철새가 자주 찾는 갯벌 등이 있어 조류 충돌 위험성이 큰데도 이에 대응할 전담 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도 따져볼 대목”이라고 했다.
이날 당국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대응에 나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전남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또 이날부터 내년 1월4일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하고 무안공항 현장과 전국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무안사고 대응·지원 TF팀’을 즉시 가동해 특별재난지역 선포 때 이뤄질 예산 투입 등 후속 절차 준비에 착수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최 부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됐지만 재난 대응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석이다. 정국이 심한 혼란을 겪는 상황에서 재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할지 우려된다”며 “우리 사회는 2022년 이태원 참사의 비극을 생생히 기억한다. 정부의 부실 대응이 덧나게 한 참사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런 재난 앞에서만큼은 여야가 힘을 모으고, 정부도 행정 공백이 없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사고 수습 과정에서 조그마한 실책·실언 하나가 유족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 없도록 유념해야 한다”며 “피해자 수습과 장례 준비, 유가족 대책, 사고 조사, 무안공항 이용객 불편 해소 등 시급을 요하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대통령 윤석열의 내란과 탄핵으로 국정이 혼란스러우나 정부는 책임 있게 사고를 수습하고, 제주항공 역시 원인 규명과 피해자·유족 보살핌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유가족 지원과 부상자 치료, 원인 규명 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국내 다른 공항에서도 유사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운항 중인 여객기 정비에도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최 대행의 어깨가 무겁지만, 국정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안보와 치안, 행정을 담당하는 이들이 안이하게 대처하면 작은 사건이나 불씨가 자칫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 불안이 가중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탄핵 절차와 내란 혐의 수사는 엄정하게 진행하되, 이번 사고 수습엔 한마음이 돼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 참사에도 조선일보 “무안공항 정치 논리로 건설”
한편 조선일보는 이번 참사에 무안공항이 정치 논리로 건설된 영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은 무안공항을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는 지역 비하 표현으로 비판해왔는데, 조선일보는 이번 참사에 대해서도 “‘고추 말리는 공항’ ‘한화갑 공항’으로 불리며 정치 공항으로 설계된 무안공항의 태생과 맞물려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고추 말리는 공항’은 지방공항 건설이 논란될 때마다 이용객이 없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의 근거로 등장하는 지역 비하 표현이다.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시절부터 정치권에서 시작된 해당 발언은 언론에서 사실없이 인용됐다. 하지만 다수 언론사의 팩트체크 코너를 보면, 무안공항에서 고추를 말리는 사진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한국공항공사에서도 해당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며 “공항 시설에 일반인이 출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기사 <정치 논리로 건설…조류 서식지 4곳 둘러싸여 초기부터 논란>에서 “2007년 개항한 무안공항은 서남권 거점 국제공항으로 설계됐지만, 활주로는 약 2.8km로 다른 주요 국제공항보다 짧은 편이다. 이에 전남도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활주로 길이를 3.126㎞로 늘리는 연장 공사를 진행 중이었고, 이 공사 탓에 무안공항 활주로는 300m가량 이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며 “활주로는 비행기가 안전한 이착륙을 위해 추진력을 얻는 공간으로, 대형 항공기 이용이 잦은 국제공항 대부분은 활주로 길이가 3㎞를 넘는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과거에도 무안공항에 대해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조선일보는 무안국제공항은 2022년 활주로 이용률이 0.1%로, 전국 공항 15곳 가운데 최하위였다며 “‘활주로에서 고추를 말리는 공항’이라는 오명”에도 “지난해부터 약 500억원을 투입해 2800m 길이 활주로를 3160m짜리로 연장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은 75억원이었다. 하지만 지난 21일 국회에서 가결된 예산안 최종안에선 100억원으로 늘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30일 조선일보는 “무안공항은 서해안 철새 도래지와 가까운 곳이어서 공항 건설 초기부터 관련 문제가 제기돼 왔다. 무안공항 인근의 전남 무안군 현경면·운남면에선 1만2000여 마리의 겨울 철새가 관찰됐다”며 “무안국제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때도 ‘기체가 조류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2020년 당시 보고서는) 폭음기나 경보기를 설치하고, 레이저나 깃발, LED 조명 등을 이용해 조류 충돌을 최소화하라는 구체적 대응책까지 제시했지만, 활주로 확장 사업이 완공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또한 “무안공항 관제탑 등 항공 관계자들의 경험 부족이 사고를 키운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며 “지난 2007년 문을 연 무안공항은 이달 전까지 국제선 정규 노선을 운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29일 사고가 발생한 무안~방콕 노선은 제주항공이 이달 8일 운항을 시작한 신규 노선”이라고 했다. 이어 “무안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4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사장이 뒤늦게 사표를 낸 이후, 8개월째 공석”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남도일보 디지털 호외 발행, 전남일보 1면 하단에 추모글 실어
이날 사고가 난 항공기 탑승객 대부분은 광주·전남 지역민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전남 지역일간지 남도일보는 사고 발생 4시간여 만에 디지털 호외를 발행했다. 남도일보는 29일 호외 발행 소식을 전하며 “본보는 전 취재인력을 무안공항과 사고대책본부, 소방기관 등에 급파와 동시에 뉴미디어국과 편집부를 중심으로 사상 처음으로 디지털 형식의 호외 제작에 나섰다”며 “본보의 디지털 호외는 매일 발송하는 ‘미리보는 조간뉴스’ 구독자와 인터넷 남도일보 회원, 본사 임직원 인적 네트워크 등을 통해 전달됐다”고 밝혔다.
남도일보는 사설에서 “180명에 가까운 희생자 중 상당수가 지역민들인 것으로 알려져 더 큰 슬픔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남도일보는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께도 진심으로 위로의 뜻을 전하며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와 유사 사고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전남일보는 1면 하단에 ‘전남일보 임직원 일동’의 추모글을 실었다. 이들은 해당 추모글에서 “전남일보는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희생자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삶을 기리며 이번 참사가 남긴 상처를 함께 공감하고 어려운 시간을 견뎌내시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전남일보는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통해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지역사회가 함께 이 슬픔을 나누고 치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도움과 지원이 신속히 전달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전남일보는 사설에서 “정부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수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유가족의 슬픔도 덜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또 다시 후진적 사고가 재발해서는 안된다. 유가족과의 소통체계도 최대한 마련해야 한다”며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 등 정부가 제대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치권의 적극 협력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지난 주말 광화문에는 다시 수십만의 시민들이 모였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탄핵소추안 가결은 시작일 뿐’임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오직 거리에 나선 시민들의 외침만이 뒷걸음질치는 것만 같은 세상을 뒤흔들고, 윤석열‘들’을 몰아낼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광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여성이, 청소년이, 성소수자가, 투쟁하는 노동자와 농민이 비상계엄 이전부터 이미 ‘계엄 상태’에 놓여 있던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했고, 이런 모순들이 사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음을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농민들이 끌고 온 트랙터가 경찰에 의해 가로 막힌 상황을 알리면서 “갑오년 동학농민군이 끝내 넘지 못한 그 우금치가 바로 남태령”이라면서 시민들의 연대를 호소했다. 그러자 그날 밤, 1만여 명의 시민들이 남태령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농민들과 시민들은 오래도록 기억될 밤을 보냈다. 집회 현장과 온라인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튿날, 더 많은 시민들이 남태령으로 모이고 야당 정치인들이 조력하자, 경찰은 트랙터에 길을 터줄 수밖에 없었다. ‘연대’가 만든 승리였다.
거꾸로 가는 정치
광장의 시민들은 서로를 가로지르며 앞으로 가고 있는데, 윤석열 잔당은 뒤로 가고 있다. 지난 25일 윤석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2차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검찰 출석 요구 불응까지 합하면 벌써 네 번째 조사 거부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총리는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을 임명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다.
민주당은 좌고우면하며 판단을 미루다가 잔당들이 제멋대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넓혀주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지역 가면 욕도 먹겠지만 각오하고 얼굴을 두껍게 다녀야 한다”고 결기를 다졌다. 윤석열 잔당들이 다같이 뻔뻔해지기로 작심한 셈이다.
국힘이 이처럼 시간을 끄는 이유는 명백하다. 이 당의 다선 의원 윤상현이 말했듯, 이들은 “국민들이 1년쯤 지나면 다 까먹는다”고 본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총을 겨눴고,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파괴될 뻔 했음에도 이를 전혀 중요하게 사고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국힘 소속 의원들 다수는 시간을 끌다보면 정국 주도권을 다시 빼앗아 올 수 있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3년 뒤 치러질 총선에서 의원직을 이어가려면 경선에서 투표권을 가진 핵심 당원 여론만 신경 쓰면 되기 때문이다.
26일 오후, 내란 방조자 한덕수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한다”는 내용의 대국민담화를 발표했고, 민주당은 예고한대로 한덕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정족수 문제를 걸고 넘어지면서 불복 여론을 조직하고, 상황을 혼돈으로 빠뜨리려 하고 있다. 결국 광장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더 많은 동료와 함께 거리로 나서야 한다.
어떻게 싸워야 할 것인가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지자 민주당은 ‘내란극복 국정안정’을 기치로 내걸었다. 차기 정권을 수권할 수 있는 세력으로서의 면모를 뽐내려 했던 듯하다. 하지만 상황은 민주당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한덕수는 ‘윤석열 없는 윤석열 체제’의 대통령 행세를 하고 있다. 양곡관리법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제는 김건희 특검과 내란 특검에 대한 거부권 행사도 점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정안정’은 고사하고 혼돈은 연말까지 지속되고 있다.
공은 용산에도, 국회나 헌법재판소에도 있지 않다. 여전히 광장에 있다. 시민들이 ‘어떻게’, ‘무엇을 향해’ 투쟁하느냐가 이후 정세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 변화의 향배를 가늠지을 것이다.
남태령 투쟁은 우리에게 어떻게 가야할 것인가를 보여주었다. 첫째, 농민들과 조선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연대를 통해 우리 모두를 억압하고 차별하는 사회를 바꾸는 운동으로 진전시켰다. 둘째, ‘퇴진’ 구호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순들에 함께 맞서야 한다는 점을 드러냈다. 셋째, 윤석열을 퇴진시킬 수 있는 힘이 국회나 헌재가 아니라 여전히 거리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런 점은 지난 12월 17일 부산 탄핵 집회에서 자신을 ‘노래방 도우미’라고 소개한 여성의 발언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이 여성은 비상계엄 이전에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짓누르던 억압과 착취에 대해 이야기했다. 과로로 죽어가는 쿠팡 택배노동자들, 강제철거에 의해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있는 파주 용주골의 성노동자들, 일방적 공학 전환 추진으로 대학 민주주의의 파괴를 겪고 있는 동덕여대 학생들, 일상적으로 이동권을 제약받는 장애인들, 데이트 폭력에 의해 고통받는 여성들, 차별과 혐오를 경험하는 이주노동자와 자녀들 등을 호명하면서, “이 모든 것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은 빠르게 퇴진시켜야 마땅하지만, 그것을 해낼 힘은 국회나 헌재가 아니라 광장에 있다. 더구나 대통령 하나 몰아내는 것에서 그쳐서도 안 된다. 이제 우리는 윤석열은 같은 자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일상에서는 끊임없이 불평등과 착취, 혐오를 강화하는 우리 사회를 바꾸는 운동들을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색깔로 만들어야 한다. 이번주 내내 전국 주요 도시들에서 열린 크고 작은 집회들은 이를 잘 보여줬다. 한국 최초 여성 용접공이자 노동운동가 김진숙이 항상 외치듯, 웃으며-끝까지-함께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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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이하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에서 발행하는 <윤석열 퇴진 시키고 평등으로>에 실렸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에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에 함께 하는 다양한 사회운동단체들, 노동운동단체들, 노동당·녹색당·정의당 등 진보정당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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