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0월13일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전남 목포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이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의 공천개입 의혹, 골프 논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정 지지율은 바닥권을 형성했으며 지난 14일 국회에선 3번째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야권 단독으로 처리됐다. 명씨 구속으로 수사 범위가 대통령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동아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 “보수진영으로선 업보”라고 규정하며 보수진영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동아 “윤석열, 객관화 훈련 전혀 안 돼… 가족 감싸기 초상식”
동아일보 이기홍 대기자는 칼럼 <변화 거부한 尹부부… 보수도 더 이상 인질처럼 매일 수 없다>에서 “대통령 부부는 변할 의향이 없다”며 보수진영의 집단적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은) 내재적 관점으로만 자신을 바라볼 뿐 외부의 시선으로 자신의 상황을 객관화시켜 보는 훈련이 전혀 안 돼 있음을 드러냈다”며 “그의 ‘와이프 퍼스트’ 철학은 일반인의 가족 감싸기와는 완전히 다른 초상식의 수준임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이 김 여사가 과거 육영수 여사처럼 국정에 대해 조언을 할 뿐 국정농단이 아니라고 한 점에 대해 “아내가 정권 최고 실력자 행세를 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아내로서의 조언’이라고 규정했다면 이는 국민 기만이고, 육 여사에 대한 모독”이라고 밝혔다.
▲11월15일 동아일보 칼럼 갈무리
동아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을 “보수진영으로선 업보”라고 규정했으며, 김 여사에 대해 “억울한 누명과 가짜뉴스의 수렁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잘못이 있다면 지금 처벌받는 게 낫다. 지금 피하면 다음 정권에서 몇 배 더 혹독하게 치르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천지가 무너져도 검찰·법원 포토라인에 못 서겠다면 조용히 아프리카 등 제3세계로 가서 임기말까지 봉사 활동하라. 여사 문제를 풀지 못하는 한 국민이 다시 윤 정권 지지로 돌아오는 건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보수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며 “대통령이 쇄신을 거부하면 아예 보수진영에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압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월15일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또 동아일보는 사설 <곳간 빈 尹 정부의 갑작스러운 “양극화 타개”… 돈은 어디서> 사설에서 윤 대통령이 임기 후반부 국정목표를 ‘양극화 해소’로 맞춘 것에 대해 “정부 안팎에선 ‘뜬금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민심 수습을 위해 황급해 내놓은 것 아니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여권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권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정안을 의결한 것이다. 이번이 3번째로,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에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한국일보는 사설 <야 ‘김건희 특검법’ 세 번째 처리… 여 ‘보이콧’ 능사 아니다>에서 “임기 후반부에 들어선 윤 대통령 지지율은 20%를 밑돌고 있다. 4대 개혁 추진은 고사하고 국정 운영조차 어려운 백척간두 상황”이라며 “여당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게 아니라 김 여사 의혹 해소를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특감으로 ‘김건희 특검’ 막겠다는 여권, 민심은 안 무섭나> 사설을 내고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특별감찰관(특감) 후보 추천에 나서기로 했다”며 “특감을 앞세워 특검 민심을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비리를 감찰·예방하는 특감과, 이미 곪을 대로 곪은 범죄 의혹을 규명하는 특검은 역할 자체가 다르다”고 비판했다.
▲11월15일 한겨레 칼럼 갈무리
한겨레 최혜정 논설위원은 <이제 ‘사랑꾼 김 여사’를 확인할 시간>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판단해 김건희 여사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면서 “윤 대통령 부부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할 때, 이는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의 ‘결단’에 달려 있다는 시각이 많다”고 했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의 ‘사랑꾼’ 면모는 이미 온 나라가 다 안다. 이제는 김 여사가 남편을 위해 ‘특검법 수용’을 자청할 때”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사설 <김건희 특검법 세번째 통과, 윤 대통령 ‘성난 민심’ 직시해야>에서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면 통치 불능 상태에서 헤어날 방법이 없다. 국정을 포기하면서까지 김 여사를 지키려 할수록 민심은 떠나갈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11월15일 서울신문 칼럼 갈무리
서울신문 이민영 정치부 차장은 칼럼 <육영수와 김건희, 그리고 공적 지위>에서 영부인에 대한 공적지위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영부인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지만, 대통령의 배우자로서 사실상 공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기회에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을 규정하는 법률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대통령 배우자의 공적 활동을 양성화하는 동시에 과도한 개입을 견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명태균 구속 “윤석열-김건희 행적 사실확인 작업 뒤따를 수밖에”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통과된 지난 14일, 공천개입 의혹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씨는 영장실실심사를 마친 뒤 구속됐다. 동아일보는 명씨가 검찰에서 김건희 여사에게 돈을 받은 적 있다고 털어놨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5면 <명태균 “金여사에게 두번 정도 돈 받아”> 기사에서 명씨가 ‘(김 여사에게) 두 번 정도 (돈을) 받은 기억이 있다. 교통비 정도’라고 진술했다면서 “당시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입당 후 당내 경선에 막 뛰어든 시점으로, 봉투에는 김 여사가 운영한 전시기획사인 ‘코바나컨텐츠’가 적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11월15일 한국일보 3면 갈무리
한국일보는 수사가 윤석열 대통령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일보는 3면 <명태균發 의혹 규명 탄력… ‘尹 여론조사’ 등 수사 확대 가능성>에서 “김영선 전 의원과의 돈거래에 대가성이 있다는 점이 명확해지면, 검찰 수사는 명씨와 관련한 다른 의혹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명씨는 김 전 의원에게 돈을 받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 부부 등 정계 유력 인사들과 친밀한 관계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고, 대통령 부부와 직접 통화를 했던 정황이 다수 확인됐다”며 “결국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행적에 대한 사실 확인 작업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 골프 논란까지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골프 논란도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8년 만에 골프 연습에 나섰다고 밝혔지만, 군 장병의 골프가 금지된 기간에 골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한겨레는 1면 <“윤 대통령, 8월 한미 훈련때도 골프장 갔다”>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윤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기간,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당시 골프를 쳤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군 골프 금지 기간에 라운딩을 한 전례는 찾기 어렵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 동맹’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남북이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인 가운데 한·미가 대규모 군사훈련을 할 때 윤 대통령이 골프를 친 것은 역할 방기와 ‘언행불일치’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11월15일 동아일보 5면 갈무리
동아일보는 5면 <尹 軍골프장 라운딩 날, 장성들은 대북상황 악화에 줄취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군 소유의 서울 노원구 태릉체력단련장에서 골프를 친 지난달 12일은 대북 상황이 악화돼 합동참모본부 장군 등에게 골프 자제 지침이 내려간 날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군 장성들은 안보 상황이 엄중하다며 골프 라운딩을 줄줄이 취소하며 대기 태세를 갖췄는데 국군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이 골프를 친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금세 거짓 들통난 ‘대통령실 골프 해명’, 부끄럽지 않나>에서 “국정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이 이렇게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했다니 어이가 없다”며 “대통령이 주말에 골프를 즐긴 것 자체를 탓하긴 어렵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엄중한 국면에서도 골프를 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실 거짓 해명은 상습적”이라며 “이번 골프 거짓 해명은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관련자를 엄히 문책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1심 선고에 “벌금형 나오면 일극체제 출렁”
위기는 여권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는 지난 1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15일 이 대표 본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결과가 나온다. 이 대표가 받는 재판 4개 중 첫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이 대표는 2021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의 압박으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에 응했으며, 그해 12월 방송에서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 사건 수사를 받다가 숨진 김문기씨를 모른다고 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세계일보는 1면 <심판대 서는 李… 정치운명 중대 기로>에서 “비록 1심 선고라 하더라도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이 나올 경우 그간 공고하게 다져온 민주당의 ‘이재명 일극체제’가 출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1면 <이재명 오늘 1심 선고, 野 총집결>에서 “정치권의 관심은 이 대표에게 의원직 상실형인 ‘벌금 100만 원 이상’이 선고되느냐는 것”이라며 “친명계는 ‘이재명을 대체할 대선 후보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 대표 체제는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이 선고된다면 대법원 판결까지 사법 리스크를 계속 안고 가야 하는 이 대표에 대한 불안감은 고조되고 이 대표의 19년 정치 인생도 고비를 맞게 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고 했다.
▲11월15일 조선일보 1면 갈무리.
서울경제는 사설 <李 재판부, 압박에 흔들리지 말고 법리 따라 공정하게 판결하라>에서 “이 대표 재판부도 민주당의 압박에 흔들리지 말고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정하게 판결해야 한다. 선고 결과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명태균 씨가 검찰의 구속 영장 청구를 받게 되면서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가 점차 보수정치인들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가고 있다. 검찰은 증거 인멸 우려가 크기에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는 한편 명 씨의 녹취록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은 명 씨와의 관계를 부인하기에 급하다.
수많은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만큼 명 씨와 모종의 ‘공모’를 벌이거나 ‘카르텔’을 형성했던 정치인들을 한눈에 살펴보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명태균 씨와 거래를 한 정치인들을 정리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금까지 밝혀진 명태균 씨와 윤석열 대통령의 인연은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당내 경선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명씨는 홍준표 현 대구시장과 윤석열 대통령이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 개입했다. 자신이 소유한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윤 후보의 지지율을 홍 후보보다 높게 만든 것이다.
2021년 9월 29일 오후 명씨는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윤석열이를 좀 올려서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 “그 젊은 애들 있다 아닙니까. 응답하는 그 개수를 올려갖고 (지지율이) 2~3% 홍(준표)보다 더 나오게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 같은 여론조사는 수차례 이어져, 그 금액 규모만 3억 7000여만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당선되자 음지의 개국공신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직접 22년 6월 보궐선거에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창원 의창 공천을 요구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
2022년 5월 9일 이뤄진 명씨와 윤 대통령의 통화는 그 같은 거래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윤석열: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를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명태균: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건희 여사
김건희 여사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최소 21년 6월부터 명태균 씨를 알고 있었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신분이던 윤 대통령은 검찰개혁에 나섰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를 공격하며 ‘윤석열의 난’을 일으켰고, 검찰총장직을 사임하면서 보수층 대권주자로 떠오르기 시작했던 시점이었다.
언론에 공개된 명 씨와 김 여사의 문자도 그즈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내일 준석이를 만나면 정확한 답이 나올겁니다. 내일 연락 올리겠습니다”라는 명 씨의 말에 김 여사는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 제가 난감 ㅠ”라는 답 문자를 보낸다. 이어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사과드릴게요”라며 “제가 명 선생님에게 완전 의지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윤 대통령의 대선 출마 여부를 두고 명 씨와 이준석 의원의 컨설팅이 이뤄졌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2021년 7월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 씨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상가에 있는 코바나콘텐츠 사무실에서 만났던 자리에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함께 있었기 때문.
명 씨가 윤 대통령을 위해 여론조사 조작 지시를 내리기 직전에 당사자들 간의 비밀 회동이 있었던 셈이다.
그 뒤 김건희 여사는 두 차례에 걸쳐 명 씨에게 돈봉투를 전달했다. 21년 9월경 500만원을 전달한 것이 첫 번째고, 나머지 전달은 대선 과정이나 직후에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윤상현 의원은 명태균 씨의 개입 이전까지 무소속 상태였다.
그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 동구·미추홀구 을 선거구에 출마 선언하였으나 해당 지역구는 미래통합당 차원에서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되어 컷오프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윤상현 의원은 반발하여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이전 당명)을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개인플레이로 한동안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져있던 그는 21년 8월 5일 급작스레 국민의힘에 복당한다. 그러나 ‘돌아온 탕아’에 대한 대우로서는 파격적이게도 윤석열 대선 캠프 총괄특보단장에 임명된다.
여기에도 명 씨가 있었다.
명 씨는 2021년 8월 5일 지인과의 통화에서 “내가 볼 때 (윤석열 캠프) 본부장 정도 되려고 하면 윤상현이 정도 돼야”한다며 “정진석이 꼼짝 못 하지, 권성동이 꼼짝 못 하지, 장제원이나 이런 아들(애들)은 가지도 못한다. 그 가들(걔들을) 누르려고 내가 윤상현이 복당시켰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당 대화가 녹음된 당일에 윤상현 의원의 복당 소식이 전해졌다.
이어 명 씨는 “다음 주 월요일에 준석이 하고 나하고 윤상현이 만난다”며 “윤상현이가 저 (캠프) 본부장으로 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실제로 복당 두달 만에 윤석열 캠프 총괄특보단장에 임명됐다.
당시 선거법 위반으로 면직 처분을 받을 수도 있었던 윤 의원은 당시 제1야당(국민의힘)의 후보의 총괄본부장이 됨으로써 정치적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당시 노량진에서 수조물을 퍼마신 기행으로 유명해진 김영선 전 의원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자신의 세비(의원 보수) 9000여만 원을 명씨에게 지급했다.
이는 김 의원의 정치 생명이 명씨에게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을 위해 조작된 여론조사에 3억7천만원을 사용하고, 대가로 김 전 의원의 공천과 김건희 여사의 금일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2년 6월 보궐선거를 앞둔 5월 9일, 명 씨는 국민의힘 공관위가 창원의창 지역구를 경선 지역으로 선정하려는 정황을 포착한다. 그러자 명 씨는 윤 대통령을 통해 당시 공관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에게 ‘김영선을 전략공천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이날 명 씨는 윤 대통령에게 “우리 김영선 의원을 잘 부탁한다”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수차례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다음 날 국민의힘은 경남 창원 의창 보궐선거에 김 전 의원을 공천한 것이다.
국회의원이 된 김 전 의원은 명씨가 사주한 입법 로비를 그대로 시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김 전 의원은 ‘국세징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민의힘 의원 11명과 공동 발의했다. 이는 국세 체납자의 재산 압류를 해제할 조건에 ‘압류할 재산이 없다’는 조항을 삽입한 법안이었다.
정황상 명 씨가 2014년부터 누적 4억원 가까이 체납한 국세를 면제해주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정론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22년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창원의창 지역구 경선 방침을 명태균 씨에게 전달하며 사실상 김영선 전 의원의 전략공천 로비를 도왔다.
2022년 5월 8일, 이준석 대표는 공관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에게서 창원의창 공천의 경선 방침을 전해 들었다.
이에 다음날 이 대표는 명태균씨에게 “윤(대통령 당선자)이 김영선 경선하라고 한다던데”라는 소식을 전했고, 명 씨는 곧바로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김 전 의원의 단독 공천을 받아낸다.
한편 이 대표는 올해 22대 총선에서 컷오프된 김영선 전 의원의 행보를 결정하는 이른바 ‘칠불사 회담’에도 모습을 비추며 명 씨의 로비에 협조했다.
김건희 여사는 22대 총선 당시 김영선 전 의원이 창원의창 지역구를 고집할 경우 공천이 배제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2월 18일 명태균에게 직접 연락해 이를 알렸고, 김영선 의원의 텔레그램으로 지역구를 옮겨서 출마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김영선 전 의원은 김해시 갑으로 지역구를 옮기겠다고 선언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컷오프 됨으로써 김건희 여사에게 앙심을 품고 명태균 씨를 대동한 채 칠불사로 이준석 대표를 만나러 온 것이다.
여기서 김 전 의원은 이 대표에게 개혁신당 비례대표 1번을 대가로 김 여사의 공천개입 비리를 폭로해주겠다는 밀실거래를 시도했다.
김 전 의원의 요구는 결국 불발됐으나 이 대표는 김종인 전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에게 회동 내용을 보고하고 어떻게 할지 상의할 만큼 명 씨와 김 전 의원의 로비를 진지하게 고려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명태균은 김건희 여사를 통해 국민의힘 공관위에 압력을 가해 사실상 공천 탈락했던 김진태 현 강원도지사에게 공천을 주게 만들었다.
명태균의 개입으로 말미암아 국민의힘 공관위는 황상무 전 KBS 앵커를 강원도지사 최종 후보로 결정했던 것을 번복하고 느닷없이 김진태를 올려 경선을 만들었다.
김 지사의 경선이 확정된 4월 18일 당일 명태균은 직원과의 전화통화에서 “아이고, 김진태는 그거 내가 살린 거야”라며 “어제 김진태(한테) OOO씨 아는 분이 갔는데 내 얘기하니까 ‘그분이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벌떡 일어나 손잡고 막 흔들더래요”라고 말했다.
명씨는 그러면서 “어제 잠도 못 잤다”며 “김진태(지사가) 나 보고 ‘주무시면 안 돼요. 주무시면 안 돼요’ 막 이래가, 막 사모님 그래가 밤 12시 반에 내가 해결했잖아”라고 덧붙였다.
이에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태균이 김진태한테 (김건희가 가는 운동 시설을) 알려줘 가지고, 김진태가 가가지고 (경선을 대가로 김건희에게) 충성맹세를 하게 했다”고 전한 바 있다.
한국철도공사가 '수서행 KTX 운행', '쪼개기 민영화 반대' 등 정부의 철도 정책에 반하는 요구사항을 담은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 170여 명에게 징계 처분을 내린 사실이 확인됐다. 파업 당시 노조 집행위원이 아니었던 일반 조합원을 집행위원으로 지목해 징계한 사례도 있었다.
파업이 끝나고 1년이 넘은 시점에서 무더기 징계가 이뤄진 배경과 관련해선 철도노조의 12월 파업을 앞두고 사측이 압박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프레시안>의 취재를 종합하면, 철도공사는 2023년 9월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 조합원 175명에게 파업 1년 2개월 만인 지난 8일 징계처분 사유서를 보냈다. 징계 내역은 △정직 8명, △감봉 43명, △견책 124명 등이다.
징계를 받은 조합원 중에는 파업 당시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집행위원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집행위원회에 속해 쟁대위의 모든 사업을 총괄, 투쟁상황을 점검·통제했다"는 내용의 감봉 처분 징계사유서를 받아든 이도 있었다.
앞서 철도노조는 노조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열어 조합원 64.4%의 동의를 얻은 뒤 지난해 9월 14일~18일 파업을 진행했다. 요구사항은 △수서행 KTX 운행, △직무급제 도입 철회, △4조 2교대제 시행, △임금인상 △시설유지·보수 업무 이관 등 쪼개기 민영화 중단 등이었다
철도공사는 그 중 수서행 KTX 운행, 민영화 중단 등이 노조법상 노사교섭 사항인 '노동조건'이 아닌 '정부정책'에 관한 요구라는 이유로 2023년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를 기획·주도·선동하는 행위 등을 했다는 점을 징계사유로 삼았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그러나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작년 파업 당시 국토부도, 철도공사도 '이번 파업이 불법이니까 파업을 하면 안 된다'고 공표한 적이 없다"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토부 철도국장도 '(2023년 철도노조 파업을) 명확하게 불법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철도공사 등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과 박지홍 전 국토교통부 철도국장 간 질의. ⓒ국회 회의록 갈무리.
철도공사가 정부정책 관련 요구를 문제 삼은 데 대해 그는 "당시 파업은 임금교섭 과정에서 이뤄졌고, 노사가 수서행 KTX 투입 문제를 논의하고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기로 합의까지 했는데 뜬금없이 징계를 했다"며 "수서행 KTX 투입은 국토부가 수서-부산 SR 노선을 11% 축소하겠다고 해 시민 불편을 해소하려 한 요구였다. 민영화 중단은 주된 쟁점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업이 끝나고 1년 넘게 지나 징계하는 경우도 처음 본다"며 "12월 초 파업을 할 계획인데, 그걸 앞두고 분위기 조성용으로 징계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이어 "징계와 관련해서는 이후 여러 절차와 과정을 통해 다투겠다"고 밝혔다.
철도공사 측은 이번 징계가 부당하다는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프레시안>의 질문에 "징계가 진행 중이라 입장을 밝히기가 조심스럽다"고 답했다.
한편, 철도공사는 지난 4월 29일에도 철도노조 조합원 5명에게 정직, 6명에게 감봉, 6명에게 견책 징계를 했다. 철도노조가 2023년 파업을 2주일 여 앞둔 8월 14일~9월 2일 진행한 준법 운행 투쟁 과정에서 차량 정비 대체인력 투입을 막고 정시운행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 등을 징계 사유로 제시했다. 철도공사가 파업이 아닌 태업을 이유로 징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철도노조는 이에 대해 지난 5월 2일 성명에서 "작년 철도 노동자의 투쟁은 사측 스스로 정한 작업 규정을 좀 더 정확히 지키는 준법 운행에 불과했다"며 "억지 징계"라고 주장했다. 이어 준법 운행 투쟁 당시 사측이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정시 운행 명령을 남발하는 등 규정을 무시한 위험천만한 행위를 했다"며 "징계의 칼날은 작업 규정을 지킨 조합원이 아닌 사측을 향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 전국철도노동조합 대전지방본부가 지난해 9월 14일 대전역 동광장에 모여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최용락 기자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자주통일평화연대, '한미일 사무국'은 군사동맹 완성 시도..美패권 위해 진영대결 격화시킬 뿐
기자명 이승현 기자
입력 2024.11.14 14:38
수정 2024.11.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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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는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진영대결 구조화, 주권과 평화 훼손하는 한미일 안보협력사무국 설치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지난 9월 23일 한미일 외교장관이 '한미일 협력 제도화'를 위한 연내 한미일 정상회의 개최와 '한미일 협력사무국 설립'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미루어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인도·태평양지역에서 3국협력'을 강조한 이른바 '캠프데이비드 정신'을 재확인하고 이를 고착시키기 위한 '제도화'논의가 중점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미국 대선 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북미관계 개선 등을 앞세운 트럼프 당선이 확정되면서 미국의 중대한 대외정책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과 지난 11일 결선 투표까지 가는 접전끝에 간신히 총리에 오른 이시바 총리, 10%대로 주저앉은 지지율로 인해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윤석열 대통령이 만나 유의미한 결론이 나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는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진영대결 구조화, 주권과 평화 훼손하는 한미일 안보협력사무국 설치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미일 3국이 외교장관회의와 차관회의를 통해 '정치상황 변화에 상관없이 한미일 협력 지속을 제도화'하며, '차기 정상회의에서 3국 조정 메커니즘의 설립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혀왔으나 "한미일 안보협력 사무국은 안보협력 제도화를 위한 핵심조치로서, 사실상 한미일 군사동맹의 완성을 향한 중대조치에 다름 아니라"고 하면서 "우리는 그 설치를 단호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 이후 지난 7월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 협력각서' 체결과 3국간 각종 협의체 설치, 군사정보 공유, 다영역훈련 정례화 등 한미일 안보협력을 정례화, 제도화시켜 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설적 운영이 가능한 안보협력사무국 설치는 사실상 군사동맹 단계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와 동시에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한미일 3국 다영역 군사훈련인 '2차 프리덤엣지 훈련'이 진행되는 것은 "미국과 일본의 패권야욕을 위해 북한,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을 적대하고 진영간 대결을 격화시키는 한미일 군사동맹의 완성"이라고 하면서, 결코 이를 두고볼 수만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일본의 패권정책과 일체성을 높여 3국 군사동맹을 현실화하면 할수록 외부 분쟁에 연루 위험성은 높아지고 한반도를 둘러싼 적대적 갈등도 격화될 것"이라는 것.
평화연대는 "미국의 신냉전 대결정책에 편승하고, 일본 재무장과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뒷받침하며, 한일 역사정의를 훼손하는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을 강행하는 윤석열정권은 더 이상 주권과 평화를 파괴하지 말고 스스로 내려오라"고 촉구했다.
한충목 평화연대 상임대표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안보협력이라는 미명 아래 사무국을 만든다고 하는데, 이 사무국이 만들어지면 한반도의 전쟁을 부추기고 주권을 훼손하며, 일본 자위대가 무시로, 합법적으로 한반도에 드나들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라며, "전쟁동맹인 한미일 군사동맹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은 "2022년 11월 인도·태평양 수역에서 한미일 협력을 공식화한 프놈펜선언으로부터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선언이 있었고, 올해 이를 구체화한 프리덤엣지 훈련(6월 진행, 11월 진행중)이 진행되고 TSCF 협력각서가 체결되었으며,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3국의 일상적인 협력을 논의하는 사무국까지 설치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우려하던 한미일 군사동맹이 실질적인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은 우려를 넘어 현실이 되고 있다"고 하면서, "한일협정 60년이 되는 내년에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에 이어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와 상호접근 및 협력 원활화 협정(RAA)까지 일본과의 군사동맹을 공고하게 하는 협정들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는 미국이 한국에 일본과의 동맹을 강요하고 있다고 하면서 "과거 식민지배역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없이 역사를 왜곡하고 영토 침범의 뜻을 버리지 않는 일본과 군사동맹을 강요하는 것은 우리에게 또 다시 굴종의 삶을 살라고 하는 것이고 독립을 위해 흘린 선조들의 피를 배신하라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또 "임기조차 보장받기 어려운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을 믿고 허울좋은 미일한 안보협력의 구조화를 추진한다면 그것은 우리 국민 대다수와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예리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미국은 쓰러져가는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일본의 군사대국화 길을 열어주고, 북중러를 적으로 삼는 신냉전정책을 펼치며 한국을 장기판의 말로 쓰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의 돌격대를 자처하는 윤석열 정부야 말로 한반도 전쟁위기를 격화시키는 주범"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퇴진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아내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이시바 총리, 윤석열 대통령의 가면을 쓰고 한미일 협력사무국 설치를 결정하려는 자리에 참가자들이 '반대' 스티커를 붙이는 상징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적 모험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동맹국 및 우호국과 공조해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를 포함한 실효적 상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15~16일)와 주요 20개국(G20, 18~19일)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스페인 국영 통신사 에페(EFE)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한반도와 유럽, 더 나아가 전 세계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단계적 조처를 취하겠다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앞서 윤 대통령이 북한군의 전쟁 관여 정도에 따라 “살상무기 공급 검토” “방어 무기부터 우선적으로 고려” 등을 언급한 것과 견주면 온도차가 있는 발언이다. ‘우크라이나전 조기 종식’을 원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와도 필요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협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윤 대통령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도 전략적 소통을 지속하면서 중국이 한반도와 인태지역의 안정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 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도 했다.
에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을 요구할 수 있는 도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질문에 윤 대통령이 ‘가정적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며 “모든 분야에서 한미 동맹을 더욱 굳건히 유지, 발전해 나가도록 협력할 것이며,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노력도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와 17일부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을 위해 순방길에 오른다. 이번 순방에 김건희 여사는 동행하지 않는다.
여러 여론조사기관의 예상과 달리 이번 미국 대선은 도널드 트럼프의 압승, 해리스의 참패로 끝났다. AFP 통신은 99% 개표가 완료된 시점에서 전체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트럼프는 312명, 카라 해리스는 226명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국적인 득표수에서는 트럼프가 7464만 표(50.5%), 해리스는 7091만 표(48.0%)를 얻을 것으로 이 통신사는 예상했다(AFP, 2024.11.10.). 이전 대선에 비해 트럼프는 42만 표를 더 얻었고 해리스는 바이든이 얻은 표에서 약 1,040만 표를 잃었다.
언론들은 대선의 투표 결과를 분석한 기사들을 바삐 내놓았는데, 투표장에 나온 유권자의 수가 이전 대선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점, 그리고 그 줄어든 유권자가 주로 민주당 성향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첫째, 4년 전 대선에 비해 이번 대선의 투표자 수가 줄어들었다. 2020년에 투표장을 찾은 유권자 수는 1억 5800만 명이었는데 이번에는 거기에서 1250만 명쯤 모자란 1억 4550만 명이었다. 미국 플로리다대학 조사에 따르면 투표율로는 2020년의 66.4%에서 이번에는 64.5%로 낮아졌다. 이와 달리 선거 등록을 아예 포기한 유권자 수는 크게 늘었다. 미국에서는 유권자들이 대선 투표를 하기 위해서 사전에 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를 포기한 숫자가 2020년에는 1200만 명이었고 이번에는 1900만 명이었다.
둘째, 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의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선 후보들의 득표수를 지역 특성, 인구사회학적 특성과 결합해 2020년 대선과 비교하여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 매체는 개표를 99% 이상 마친 2240개의 카운티(미국의 전체 카운티는 3244개)를 분석했는데, 이에 따르면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의 우세가 강했던 지역일수록 투표자 수의 감소 폭이 컸다. 거꾸로 트럼프가 우세했던 지역에서는 투표자 수가 거의 감소하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났다. 정치 전문 언론매체인 폴리티코도 카운티 별 투표율을 이전 대선과 비교하는 방식을 통해 이와 유사한 결과를 제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득 수준이나 노동조합 가입 비율을 통해서도 선거 결과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평균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노동조합 가입 비율이 높은, 따라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카운티일수록 투표자 수의 감소 폭이 컸다. 거꾸로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백인 비율이 높은, 따라서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카운티에서는 오히려 투표자 수가 늘어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분석 결과가 민주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해설했다.
투표장에 나간 민주당 지지자들의 지지 열의도 떨어졌음이 여러 조사에서 확인된다. 소수 민족, 여성, 젊은이, 도시 거주자, 노동조합 가입자 등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으로 꼽힌다. 이번 대선에서 흑인 남성의 민주당 지지율은 77%였는데, 이는 이전 대선의 92%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여성 지지율은 지난 대선의 57%에서 이번에는 54%로 낮아졌다. 민주당 성향의 언론매체인 뉴리퍼블릭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의 57%가 노동계급인데, 그 가운데 44% 만이 해리스에게, 54%는 트럼프에게 표를 주었다. 2020년에는 노동계급의 47%가 민주당에, 51%가 트럼프에 투표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노동계급 득표율 차이가 4%p에서 10%p로 늘어난 셈이다. 물론 노동조합에 가입한 조직 노동자들은 공화당보다 민주당에 더 많은 표를 주었지만, 그 정도는 이전에 비해 약해졌다. 30세 미만 젊은이들의 민주당 투표율도 크게 떨어졌다. 이 연령대에서 해리스는 트럼프보다 6%p를 더 얻었는데, 2020년에는 바이든이 트럼프보다 25%p를 더 얻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은 왜 민주당에 심드렁한 모습을 보였을까?
▲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승리연설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이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와 손을 잡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경제 지표는 좋다는데 시민의 삶은 팍팍하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꼽은 이번 선거의 핵심 이슈는 경제와 고용이었다. 대선 직전 AP 통신이 유권자 1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현재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열 명 가운데 네 명이 경제와 고용을, 두 명은 이민을, 그리고 한 명은 낙태권을 들었다. 이민 문제도 넓은 의미에서 고용 문제의 한 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미국인 열 명 가운데 여섯 명이 경제와 고용을 당면한 중요 문제로 든 것이다. 다른 조사기관들의 조사 결과도 대체로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비추어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라고 점치는 분위기도 있었다. 왜냐하면 드러난 수치만으로는 미국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건실하고 활기찬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다우지수는 2021년 초 3만에서 대선 무렵에는 4만3000으로 사상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나스닥도 같은 기간에 1만3000에서 1만9000 수준까지 올라갔다. 틀림없이 미국 주식시장은 주요 나라들에 비해 더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IMF에 따르면 미국의 2023년 GDP 실질 성장률(잠정)은 2.1%로, 일본 1.5%, 유로 0.1%, 우리나라 1.4%에 비해 좋은 편이었다. 미국의 실업률은 4% 수준으로 완전고용에 가까웠고 물가도 점차 안정세를 보였다. 민주당은 미국 경제의 실적을 자랑하던 터였고, 수치로만 본다면 그럴만한 근거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 유권자들은 드러난 수치와는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AP통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열 명 가운데 여섯 명은 현재의 경제가 좋지 않다고 답변했다. 역시 대선 직전에 실시한 로이터 통신의 조사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로이터 통신의 조사에서 미국 경제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답변한 유권자 비율은 미국인 열 명 가운데 여섯 명 꼴이었다. 생활비가 너무 높다고 답변한 유권자 비율도 열 명 가운데 일곱 명이나 되었다. 공표 지표와 유권자의 체감 경제는 전혀 달랐다.
공표 지표와 체감 경제에서 차이가 생기는 이유를 몇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GDP 성장률이 과장되었을 가능성이다. 미국 경제가 유로권이나 일본 등 주요 나라들에 비해 더 나은 성적을 기록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GDP 계산 방식이 성장률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무기 제조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의 처리 방식은 이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비용은 GDP 계산에 포함된다. 곧, 전쟁 비용이 늘어날수록 GDP도 커진다. 그렇지만 이렇게 늘어난 GDP가 일반 시민의 생활 수준 개선을 나타낼 리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일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쟁 비용 지출이 증가하면서 GDP 성장률은 지표상으로는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다수 시민의 삶은 오히려 나빠졌을 수 있다.
둘째, 자산가격의 상승은 다수 시민의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현 재무부 장관인 옐런(Jarnet L. Yellen)은 2014년, 연준 의장일 당시 연준의 연구원을 동원하여 미국의 불평등 정도를 조사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2013년을 기준으로 전체 부 가운데 상위 1%는 35%를, 상위 5%는 63%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하위 50%는 1%만을 차지했고 최하위 20%는 자산을 전혀 보유하지 못했다. 주식, 채권, 뮤추얼펀드, 개인연금과 같은 금융자산을 분리해서 봐도 전체 자산의 분포와 별로 차이가 없었다. 전체 금융자산 가운데 상위 5%는 3분의 2를, 그다음 45%는 3분의 1을, 그리고 하위 50%는 2%만을 차지했다. 이러한 자산 보유 구조에서 예를 들어 주가가 상승한들, 그것이 소수 부유층을 제외한 다수 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셋째, 실질 물가 상승률도 공표 수치보다 더 높을 수 있다. 지난 4년 동안 상품과 서비스의 평균 가격은 공식적으로는 대략 20% 정도 올랐다. 그런데 공식 물가 상승률을 계산할 때 들어가지 않는 의료 보험료나 모기지 이자 지급액 등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 4년 동안 가계의 실질 소득은 지표상으로는 11% 정도 늘어났지만 세금, 의료 보험료, 주택 담보대출 지급이자 증가액을 빼면 별로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소득이 낮은 계층의 실질 소득은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거기에다 주택 가격은 지난 4년 동안 45% 상승했는데, 이 때문에 임차인들이 지급해야 하는 임대료 부담까지 덩달아 커다.
넷째, 낮은 실업률도 안을 들여다보면 그다지 실속이 없다. 지난 4년 동안의 일자리 증가 대부분은 파트타임 고용이나 공공부문 서비스 부문에서 생겨났다. 임금이 높고 안정성이 있는 생산 부문의 정규직 일자리는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지표상의 낮은 실업률과 달리 노동자들이 실제로 느끼는 고용 불안감은 여전히 크다. 많은 노동자들은 이민의 증가가 자기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이러한 믿음에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이 느끼는 비이성적인 두려움은 트럼프 쪽의 반이민 캠페인이 먹히는 토대를 제공했다.
다섯째, 기업들의 실적도 신통치 않다. 경제가 좋다는 얘기는 기업들이 충분하게 돈을 벌면서 투자와 고용도 늘린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 가운데 ‘매그니피슨트 7’, 무기 제조회사, 곡물과 에너지 대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비금융 기업들의 수익성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주식시장에서도 ‘매그니피슨트 7’ 기업을 제외하면 2021년 이후 주가가 전혀 오르지 않았다. ‘매그니피슨트 7’이란 미국의 빅테크 기업 일곱 개를 말하는 신조어인데, 우리나라에서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으로 개봉된 영화 제목에서 따왔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를 포함하는 ‘매그니피슨트 7’은 전체 주식시장 시가 총액의 30%를 차지한다. 현재 이 종목들이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결국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좋은 경제 지표는 월스리트, 거대 하이테크 기업, 전쟁 기업, 곡물 대기업, 기리고 이들 기업의 주식을 가진 소수 부유층의 얘기인 셈이다. 다수 시민은 그러한 경제 지표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표와 체감 경제의 괴리는 당연히 대선 투표 결과에도 반영되었다. 이번 대선의 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경제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유권자 69%는 트럼프에 투표했다. 그런데 경제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유권자의 다수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 쪽일 가능성이 크다.
다수 시민의 삶을 힘들게 한 민주당의 경제정책 보수화
지표로 나타나는 현실과 시민들의 체감 경제가 다른 이유는 민주당이 겉으로 표방하는 정책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보수적인 정책을 펴왔던 데서 찾을 수 있다.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상대적으로 더 진보적인 경제정책을 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민주당도 스스로 노동조합 강화,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세금 상향, 사회 서비스 확대, 불평등 축소와 같은 좀 더 진보적인 이슈를 지속적으로 던져왔다. 바이든은 노동조합 친화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자동차 노동자들이 파업 행진을 할 때 거기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한 노동조합 조직화를 장려했고, 무역 정책을 수립할 때는 노동조합의 요구 사항을 적극적으로 들었으며 노동조합에 우호적인 인물을 연방 노동 위원에 임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바이든 정부 시기에 실질임금은 증가하지 않았고 노동자들은 민주당에서 점차 멀어져 갔다.
민주당의 실제 경제 정책은 당이 내건 슬로건과 달리 보수적이었다. 민주당의 많은 경제정책들은 사회의 소수자, 약자, 빈곤층, 노동자보다 대기업, 자산가, 특히 금융자본에 혜택이 가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민주당은 시대 과제인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서 별로 성공하지 못했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편 것도 아니었다. 민주당의 경제정책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측면은 아마 물가를 다루는 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가 문제는 최근의 경제 문제 가운데서도 핵심을 이룰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삶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기도 하다. 당연하겠지만 이번 대선에서도 물가 문제는 시민들의 관심사였고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바이든 정부에서 물가 문제가 떠오른 이유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전례 없이 높은 상승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물가 상승은 어쩔 수 없이 생긴 현상이 아니었으며, 따라서 정책적인 노력을 통해 통제할 수 있는 변수였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는 2023년 초에 열린 전미경제학회(AEA)에서 바이든 정부에서 물가가 상승한 이유를 분석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바이든 정부에서 나타난 물가 상승이 수요가 아니라 공급 때문에 생겼다고 주장했다. 물가가 수요 때문에 오른다는 주장에는 노동자들의 씀씀이가 크다는, 따라서 노동자들의 과소비를 탓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스티글리츠는 수요가 아니라 공급망의 붕괴 때문에 식품과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서 평균적인 물가가 올랐다고 주장했다.
당시 공급망이 붕괴한 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놓여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과 나토의 전진 배치라는 배경 속에서 일어났다. 미국은 전쟁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시켰고, 이 전쟁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전쟁 과정에서 미국의 곡물회사나 에너지 기업은 가격 상승에 따른 큰 이익을 얻었다. 셰일 가스 과잉 투자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던 미국의 에너지 기업들은 전쟁으로 단숨에 반전을 이뤘다. 이들 기업이 얻는 이익이 너무 커서 횡재세가 얘기될 정도였다. 기업의 이익 증가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주주들도 큰 이익을 얻었다. 물론 무기 제조회사들과 그 주주들도 전쟁이 길어지면서 큰 이익을 얻었다.
무기회사 인수를 늘려나간 사모펀드(PEF)들도 전쟁에 따른 이익 배당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금융시장에 좋은 뉴스였다. 과거에는 전쟁이 금융시장에서 악재로 받아들여졌는데, 전쟁이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이유에서였다. 월스트리트는 전쟁을 싫어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사모펀드 등을 통해 무기회사들마저 금융시장에 편입되면서 이제 전쟁은 오히려 금융투자자들에게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우크라나 전쟁이 끝난 뒤에는 1000조 원가량의 재건 시장이 건설회사나 사모펀드에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젤렌스키는 지난해 9월, 뉴욕을 찾아가서 블랙록 등 사모펀드들에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에서 계층별 분배에 미치는 효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해서 정리할 수 있다. 곧, 우크라이나 전쟁은 곡물과 에너지 기업, 무기 제조 기업, 재건 기업 등과 그 주주들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 나아가 사모펀드 등을 통해 금융시장 전체에도 좋은 소식을 전달한다. 그러나 다수 시민들은 물가 상승에 따른 고통을 겪어야 한다. 거기에다 전쟁 비용에 따른 재정 지출의 증가는 교육, 교통, 사회 복지 등 공공 지출에 대한 양보 요구로 이어진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은 다수 시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월스트리트와 극소수의 부유층을 살찌우는 분배정책이라 할 수 있다. 바이든은 그런 보수 정책을 지금까지 이어 왔고, 역설적이지만 트럼프는 전쟁 중단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미국 연준은 물가 상승에 대해 금리 인상으로 대응했다. 앞서 스티글리츠가 얘기한 바와 같이 물가 상승의 원인이 공급 쪽에 있다면 그 해법은 금리 인상이나 신용 축소가 아니라 상품 공급을 확대하는 쪽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스티글리츠도 물가 상승 대책으로 재정 확대를 통해 공급 제약을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물론 물가 문제의 궁극적인 해법은 서둘러 전쟁을 끝내는 데에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연준은 물가 문제의 해법을 물가 목표제를 내세우면서 금융시장을 옥죄는 방향에서 으려 했다. 그러한 방향의 정책은 고용을 축소시키고 불안정하게 한다는 점에서 노동자들의 희생을 부른다. 연준은 이를 잘 알고 있었지만 금융시장 옥죄기를 통해 자본에 유리한 고용 환경을 만들려고 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칩스법(Chips Act)도 노동자보다는 자본의 이익에 치우쳐 있었다. 이 법의 목표는 기반시설 복구, 핵심산업 재건, 기후투자 확대, 기술 인력 양성 등을 통해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삶을 개선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 법으로 기후 투자, 핵심 산업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는 등 어느 정도의 목표하는 성과가 생겼다. 그러나 대규모로 투입된 자금이 기업에 대한 보조금 형태로 들어갔기 때문에 노동자들에게는 별로 혜택을 가져다 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칩스법(Chips Act)의 혜택을 많이 받은 주에서 오히려 민주당이 표를 덜 받는 현상이 나타났다.
해리스의 경제 공약이 보수 쪽으로 기울었다는 점도 유의해서 짚어봐야 한다. 해리스는 공공의료보험 확대를 위한 금융거래세 도입, 법인세 인상, 식료품 가격 통제, 사회보장과 저소득층 지원 확대, 기회균등의 확대와 같은 다소 진보적인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해리스 공약의 진보적인 색채가 엷어졌다, 해리스 캠프는 암호화폐를 규제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때문에 암호화폐 업계에서 후원금이 몰려들었다. 세금을 높이겠다는 약속이나 기업 규제 약속도 후퇴했다. 해리스 캠프 쪽은 진보적으로 보이는 의제에 대해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었다.
뉴욕 타임스는 해리스 캠프가 월스트리트 친구들에게서 캠페인 전략과 정책 조언을 구한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리스가 노동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정책의 강조점을 미묘하게 옮겼다고 분석했다. 이는 해리스의 경제정책 공약이 보수 쪽으로 흐르는 것을 지적한 내용이다. 민주당은 온건하고 부유한 유권자에게 호소하여 얻는 표가 노동 계층에서 이탈하는 표보다 더 많을 것으로 계산했다. 이러한 전략은 사실 위험한 도박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도박은 실패로 끝났다.
▲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하워드대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연설을 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의 대선 패배가 한국 민주당에 주는 교훈
2024년 미국 민주당의 대선 패배는 2022년 한국 민주당의 대선 패배와 닮은 점이 있다. 두 정당 모두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스스로 내건 정책도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내용의 것이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집행하는 정책은 내건 정책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었고 보수 쪽으로 많이 기운 상태였다. 구호로 내건 정책과 실행 정책 사이의 괴리는 전통적인 지지자들의 심드렁한 태도로 이어졌고 이는 결국 대선 패배를 불렀다.
예컨대 바이든 정부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정책, 물가 안정 목표에 기반한 연준의 금융정책 등은 보수적인 성격의 것이었고 기업 보조금을 중심으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나 칩스 법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정책들로 자산가, 금융자본가, 기업은 큰 이익을 얻었지만 다수 시민들의 삶은 힘들어졌다. 우리나라 민주당 집권 시기의 부동산 정책은 구호와 실질 내용이 다른 대표적인 정책이었다. 정부여당은 집값 안정 구호를 열심히 외쳤지만 실제 집행한 정책은 이와 거리가 멀었다. 예컨대 집값이 크게 오르던 무렵 당국은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를 시행한다고는 했지만 실제로는 담보대출 규모가 계속 증가했고 집값도 오름세를 지속했다. 낮은 금리는 산업 투자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자산가격 상승만을 불러왔지만 중앙은행은 이를 바꾸려는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미국 민주당이든 한국 민주당이든 보수적인 정책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민주당 지지자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보수적인 정책이 펼쳐지면서 이들은 민주당에서 멀어져갔다. 미국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처럼 한국 대선에서도 집값 상승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언젠가 황운하 의원은 저학력, 저소득층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불평한 바 있다. 황 의원은 아마도 민주당이 열심히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는데, 왜 그걸 몰라주느냐고 항변하고 싶었을 것이다. 황 의원이 간과한 점은 집값 상승에서 보듯, 민주당의 정책이 저소득층에 그다지 유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박지원 의원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경제 정책 면에서는 보수당과 민주당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는데, 이게 진실에 가까울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민주당의 경제정책이 보수로 흐르면 대선 승리에서 멀어진다는 것이다.
미국 민주당이 이번 대선에서 편 캠페인 전략도 한국 민주당에 시사점을 준다.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는 처음에는 진보적인 정책을 내놓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중도 지향적인 캠페인을 벌이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미국판 중도층 확대 전략을 통해 해리스는 자기를 모든 계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후보로 내세우고자 했다. 해리스는 유대인 세력의 눈치를 보면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략에 입을 다물었지만 소수 민족 표를 의식해서 전쟁에 시달리는 팔레스타인의 고통을 얘기했다. 자본가, 자산가 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자기의 공약인 기업 규제를 말하지 않으면서도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사회 보장의 확대를 주장했다. 모든 계층의 지지를 받겠다는 전략은 중도로 흐를 수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전략은 성공적이지 못했음을 이번 대선은 보여주었다.
한국 민주당 내에도 '중도 견인론' 주장이 있다. 거대한 두 당의 지지자는 이미 정해져 있으므로 중도적인 캠페인을 벌여서 중도층을 끌어와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한 이 주장은 사실 과학적인 근거가 아니라 주먹구구에 기반한 것이다. 정말 중도 확장 전략이 유리한지 근거를 가지고 좀 더 찬찬히 따져봐야 한다. 미국 대선에 비춰보자면 ‘중도 견인론’은 현명한 전략이 아니다. 민주당으로서는 오히려 자기 지지자들의 이젤탑>을 번익을 확실히 보장하면서 그들의 지지를 튼튼하게 묶어 세우는 전략이 더 나을 수 있다.
임수강 금융평론가
임수강 금융평론가(linsk@hanmail.net)는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독립 연구자이다. 증권회사에서 채권 트레이더로 일했고 은행 경제연구소와 금융경제연구소 등에서 연구 활동을 했다. 최근 역사를 다룬 <바역해서 출판했다.
윤석열 대통령 (자료사진,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선인과의 친교 외교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8년 만에 골프 연습을 재개했다는 대통령실의 설명을 두고 '거짓말' 논란이 지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 이전부터' 골프장에 드나든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 파장을 급히 잠재우기 위해 대통령실이 '트럼프 당선'과 무리하게 엮어 포장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13일, 현재까지 드러난 윤 대통령의 골프장 방문 일지를 살펴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결과와는 거리가 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날은 지난 6일인데, 윤 대통령은 그 이전부터 골프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날자 CBS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담화 및 기자회견 이틀 뒤인 지난 9일뿐만 아니라, 지난달 12일과 지난 2일에도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태릉체력단련장에서 골프를 쳤다. 지난 9일 외에는 모두 트럼프 당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시점이다.
특히 이 중 지난달 12일은 북한이 남측으로 쓰레기 풍선을 무더기로 날려 보낸 날이고, 지난 2일은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와 '명태균 녹음 파일' 파장으로 대통령실 대응에 시선이 쏠린 때였다.
'8년 만에 다시' 선수 쳤지만...야당 "8월에 골프 쳤단 제보 확인"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10일 일부 언론을 통해 '윤 대통령이 8년 만에 골프채를 다시 잡았다'고 홍보했다. 윤 대통령이 '골프광'으로 알려진 트럼프 당선인과의 만남 등 친교 상황을 고려해 골프 연습을 재개했다고 귀띔한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지난 9일 골프장 방문이 언론에 포착된 이후 취재 움직임을 인지한 대통령실이 골프 관련 설명을 먼저 흘린 점을 보면, 결국 '골프치는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방어하기 위한 '급조' 대응에 가까워 보인다.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골프장을 찾은 사실이 드러난 현재로서는, '트럼프 친교' 수단으로 포장한 대통령실의 설명은 오히려 의혹을 키우는 악수가 된 모양새다. 정작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회동 시점조차 아직 구체화하지 못한 상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골프장을 찾은 사실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관련한 공식 입장도 내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대통령의 비공개 일정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했다. 대통령 경호처 측도 "경호 대상자 관련 일정은 보안 사항, 공무상 비밀이라 답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야당은 "골프 친 사실이 들통나자 급조해 낸 변명이 구차하다"며 공세를 가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국제적 망신"이라며 "국방위원들은 윤 대통령이 지난 8월, 9월 그리고 11월 2일 수도권 일대에서 여러 번 골프를 쳤다는 제보를 확인했다. 제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대통령이 어떤 변명과 거짓말을 내놓을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트럼프와의 골프를 위해 라운딩했다는 새빨간 거짓말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 전 골프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3년은너무길다' 특별위원회 황운하 부위원장은 회의에서 "오랜만에 골프채를 잡았다는 말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며 "뇌물수수 피의자와 접대성 골프를 친 분이라면 평소 얼마나 골프를 치고 싶었을까 그 마음 이해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흔한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 '오마이뉴스 기자 박정훈'과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박정훈',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연대를 모색해 나갑니다.[편집자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 앞서 국민들에게 사과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정훈님,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민심이 심상치 않습니다. 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의 국정농단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고, 향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잘못한 게 있으면 딱 집어서 이 부분은 잘못한 것 아니냐고 해 주시면, 제가 거기에 대해서 딱 그 팩트에 대해서 사과를 드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은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하청노동자 파업현장에서 벌어진 국정농단?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먼저 사과해야 할 사람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들입니다. 2022년 6월 거제는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의 분노로 들끓었습니다. 2015년 이후 조선업 불황으로 하청 노동자의 임금이 30% 삭감되었습니다.
20년 넘게 일한 숙련 노동자의 임금이 최저임금과 비슷한 200만 원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져 큰 충격을 주었지요. 임금체불과 4대보험 체납이 일상화되었고 참다못한 노동자들이 노조라도 만들면 하청업체들은 폐업으로 맞섰습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은 건조 중인 선박을 점거하고 파업을 벌였습니다. 하청노동자 유최안은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1㎥ 철제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두었습니다.
▲2022년 6월 22일 당시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바닥에 가로세로 1미터 크기의 철판을 붙여 만든 공간 안에서 농성하고 있다.금속노조
하청노동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 대표적인 노동 약자입니다. 그러나 막상 하청노동자들이 권리를 주장하니 대통령이 나서 공권력 투입을 하겠다며 노동자들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7월 1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산업 현장의 불법적인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라며 파업 진압을 천명하였습니다. 바로 다음 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재차 하청노동자들에게 경고를 보냈습니다. 7월 19일 대통령은 출근길에서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가 헬기를 타고 파업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적어도 책임 있는 정부라면 원청과의 교섭이 불가능한 하청노동자들의 노동권 보호를 위한 정책적 대안이나 조선산업에 대한 전망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집요하게 파업 진압에만 몰두했습니다.
그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대통령이 공권력 투입을 언급하기 이틀 전인 7월 16일 명태균씨가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했습니다. 민간인 신분이었던 명태균씨가 사측의 안내를 받아 파업현장을 방문 한 후 대통령에게 '파업을 정돈하지 못하면 대우조선해양이 날아갈지도 모른다'라고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관련 기사: "명태균 '조선하청 파업 개입' 의혹, 국정조사 해야")
의혹이 사실이라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농단이 노동약자의 파업 현장 한복판에서 벌어진 것입니다. 1㎥의 감옥에 가두어야 할 것은 하청 노동자 유최안이 아니라 무도한 정권이었습니다.
화물 안전운임제 폐지도 사과해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안전운임제 입법을 촉구하며 삭발식 마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51일의 대우조선해양 파업이 끝난 그해 겨울,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안전운임제 쟁취를 위해 총파업을 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을 진압하면서 지지율이 올랐다고 믿습니다. '파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큰 한국에서 파업을 진압한 정부에게 지지를 보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화물연대가 파업을 한 이유였던 안전운임제에 대한 국민 여론[1]을 물었더니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2022년 12월 6일에서 8일까지 3일간 한국갤럽이 1000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안전운임제 적용 범위를 확대하자는 의견이 48%로 과반에 가까웠습니다. 당시 당정안이었던 시멘트·컨테이너 업종만 3년 더 연장하자는 의견도 26%였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아예 없애버린 안전운임제 일몰 반대의견이 74%였던 것입니다.
국민들도 도로위의 안전과 화물노동자의 적정소득 보장을 위해 안전운임제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겁니다. 실제 안전운임제도가 소멸되고 나서 화물노동자의 처우는 급격하게 후퇴합니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안전운임제 확대와 화물운송사업 안전 증진을 위한 정책대회에서 안전운임제도 일몰 이후의 생생한 실태가 발표되었습니다.
컨테이너 운송사 20개의 거래명세표를 분석한 결과 컨테이너 운송료는 안전운임제가 사라진 2023년 9월 이후 급격히 삭감되었습니다. 그 결과 화물노동자의 소득 역시 줄었습니다. 화물연대가 자체 설문조사와 한국교통연구원, 안전운임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안전운임제가 사라진 이후 화물노동자의 소득이 무려 45% 삭감됐습니다.(2024년 3월 기준) 화물노동자들도 안전운임제라는 안전장치가 사라지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임금이 30% 이상 삭감되는 노동약자였던 겁니다.
화물산업도 후퇴했습니다. 대기업 화주로부터 일감을 받는 운송사들 중 98%가 안전운임제 이후 운송료가 삭감됐다고 답했고, 95.17%의 운송사들이 저가입찰 경쟁으로 물량을 빼앗긴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화물산업을 시장에만 맡겨놓으니 영세한 운송사들이 난립하고, 이들의 저가경쟁으로 운송사들과 화물노동자들이 피해를 보는 시장실패가 일어난 겁니다.
안전운임제 시행기간 동안에는 화주와 운수사들이 가격입찰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바닥으로 향한 경쟁이나 불필요한 다단계 구조를 없앨 수 있었습니다. 안전운임제가 가져온 경제적 효과와 안전 효과도 있었습니다.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안정적인 소득이 확보 가능했던 노동자들이 새로운 차량을 구입하면서 성능과 안전이 보증되는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여유시간도 증가해 차량 정비 시간도 9%정도 늘었습니다.
안전운임제 폐지와 함께 화물노동자의 안전과 여유도 사라졌습니다. 운송사들은 이윤이 떨어지지만 화물노동자들은 수명이 단축됩니다. 한국안전운임연구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과적은 15%, 과속은 12.8%, 과로는 18.5% 감소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과 화물연대가 조사한 결과 안전운임제가 사라진 2024년 3월 기준 화물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주11.1시간 늘어났습니다. 줄어든 소득을 노동시간으로 메우고 있는 겁니다. 이는 도로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합니다.
2023년 기준 사업용 화물차 사고 건수는 6233건으로 하루 약 17건의 사고와 25.6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무려 1년에 146명이 화물차와의 사고로 사망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틈만 나면 화물연대 총파업을 탄압한 것을 정권의 성과라고 자랑합니다. 그들은 도로 위 화물노동자와 국민이 죽는 것을 자랑하는 정치인이란 말입니까?
올 겨울 노동자들의 투쟁이 온다
▲지난 10월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열린 민생단체 플랫폼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노동자가 헬멧을 쓰고 회견에 참가해 있다. 이들은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도입, 택배·배달노동자 과로사 및 운임 문제 해결, 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 민족의 시장지배적 기업 사전 지정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보호하겠다고 한 또 다른 노동약자는 플랫폼노동자입니다. 정작 플랫폼노동자들은 대우조선하청노동자들의 투쟁으로 그 필요성이 입증된 노조법 2,3조개정과 화물노동자들의 '안전운임제'를 대안이라고 말합니다.
지난 11일 안전운임제 입법을 촉구하는 화물노동자들의 국회앞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지부장은 '지난 10년간 최저임금도 오르고 물가도 올랐지만 배달노동자들의 배달 단가는 3000원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3000원 마저도 최근 플랫폼 알고리즘이 결정하는 실시간 배달료 때문에 1000원, 2000원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배달료는 오르는데 정작 배달노동자가 가져가는 수익은 줄어들고 있는 겁니다.
대리운전노동자들을 비롯한 다른 플랫폼 노동자들도 최소한의 기준도 없이 실시간으로 바뀌는 건당 임금 체계를 안전운임제와 같은 법정소득보장제도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는 20일 안전운임제 쟁취를 위해 라이더 화물노동자들이 처음으로 공동투쟁에 나섭니다. 전통적인 특수고용노동자와 새로운 플랫폼노동자들의 역사적인 연대입니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인력감축과 구조조정으로 고통 받았던 공공부문 노동자들도 '안전한 일상, 평등한 일상, 윤석열퇴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2월 파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철도노조와 민간도시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을 선언했고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도 파업을 선언했습니다. 지옥철, 죽음의 급식실이라 불리는 현장들입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도 모두 '안전'입니다. 인력감축으로 현장의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니 시민의 안전도 책임질 수 없다는 겁니다. 모두 윤석열 퇴진만이 아니라 퇴진 이후의 미래를 그리는 싸움들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으로 부부싸움을 열심히 하겠다고 했습니다. 부부싸움은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습니다.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싸움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맞선 노동자의 싸움을 보고 싶어 할 겁니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자를 탄압하면서 지지율을 올렸지만, 그 탄압이 부당했다는 게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노동탄압이 과거에는 지지율을 올리는 지렛대가 되었지만, 지금은 윤석열 정부가 넘어가는 지렛대가 될 겁니다.
덧붙이는 글[1] [한국갤럽(12월 2주) 조사 개요]
의뢰처: 자체조사 / 조사기관: 한국갤럽 / 조사기간: 12월 6일~12월 8일 / 조사대상: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 조사방식: 무작위 생성(RDD, 무선 90%, 유선 10%) 전화면접조사 방식 /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p / 응답률: 10.0%
“나는 오늘 1만명이 넘는 북한군이 러시아 동부에 파견됐고, 그 중 대다수가 (러시아) 서부 끝 쿠르스크주로 이동해 러시아군과의 전투작전에 관여하기 시작했다고 확인할 수 있다.”
1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러가 새 조약 비준절차를 끝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은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이 “우크라이나와의 잔혹한 전쟁을 지속하기 위한 병력을 구하려 북한에 의지하기로 한 러시아의 결정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관여의 수준과 범위’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파텔 수석부대변인은 “러시아군은 북한 병사들에게 야포, 무인기, 참호 제거를 비롯한 기본적 보병작전을 훈련시켰는데 이는 최전선 작전에 필수적인 기술”이라고 밝혔다.
“북한군을 활용해 전장에서 성공할지는 러시아가 북한군을 그들 군대에 얼마나 잘 통합할 수 있는지에 크게 달려 있다”면서 “그들이 극복해야 할 도전의 일부는 상호운용성, 지휘·통제, 그리고 통신”이라고 짚었다.
그는 “미국은 이것의 함의와 이러한 사태에 관해 동맹 및 우방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되풀이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유럽으로 향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EU) 측과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북한군을 포함한 러시아군 5만명과 쿠르스크에서 싸우고 있다’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가 제공한 평가는 우크라이나가 말하게 두라”면서 “우리는 북한군 1만여명이 러시아 동부에 파견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대꾸했다.
이에 앞서, 12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러시아와 북한이 조약을 양쪽에서 함께 발효시킨 것은 국제사회가 보기에 흠결 없는 제도적 절차에 따라서 당사자 간의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러모로 볼 때 국제법적으로 그리고 우리의 안보의 측면에서 볼 때 대한민국이 수수방관할 수는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서 계속 관련국들과 협의를 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특사단은 언제 방한하는가’는 의문에 대해서는 “준비는 마무리돼 가고 있”으나 “우리가 지금 일주일 넘는 다자외교 일정을 떠나야 되기 때문에 귀국한 이후에 특사단을 받는 것으로 우크라이나 측과 조율을 하면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대답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11.15~16)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4일 출국한다. 페루 공식 방문,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참석한 뒤 21일 새벽 귀국한다. 김건희 여사는 동행하지 않는다.
▲지난 9일 무장한 경찰들이 ‘2024 전국 노동자대회, 1차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에 참석한 민주노총 조합원을 진압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법원이 총궐기 당시 경찰과 충돌해 공무집행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청구된 민주노총 조합원 4명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조선일보는 사설로 경찰의 ‘불법시위’ 주장을 이어간 반면 한겨레는 경찰이 내세운 진압 명분을 대법원 판례로 반박하는 기사를 냈다. 경향신문은 “성난 민심을 공권력으로 ‘입틀막’하고, 공안정국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미경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 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과 충돌한 혐의로 청구된 민주노총 조합원 4명의 구속영장을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전원 기각했다.
경찰은 지난 9일 민주노총 등이 서울 도심에서 주최한 총궐기 집회에서 조합원·시민 참가자 11명이 불법행위를 했다고 연행해 6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이 중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모두 기각된 것이다.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한겨레가 이를 보도했다.
▲13일 한겨레
한겨레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 이후 수사기관의 무리한 영장 청구에 법원이 제동을 건 셈”이라며 “경찰의 과잉 대응이 거듭 확인되면서 야당은 경찰 예산 삭감을 벼르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경찰은 집회에서 충돌이 발생한 직후 ‘민주노총이 불법 집회를 사전에 기획했다’고 주장했지만, 구속영장 신청서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시민사회의 윤 정권 비판 움직임에 강경 대응 기조를 보이면서 무리하게 구속을 시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경찰의 ‘불법 집회’ 주장을 뒷받침하는 입장을 사설로 이어갔다. 조선일보는 “그날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발생한 것은 민노총 집회 참가자들이 먼저 사전 신고·허가된 공간을 넘어 양방향 도로 9차로를 전부 점거하려 했기 때문”이라며 “경찰이 민노총 집회에 세종대로 5차로만 허가한 것은 주말의 극심한 교통 혼잡을 우려해서였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집회·시위를 통해 의사를 표현할 자유가 보장되는 만큼, 다른 시민들의 일상도 보장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이를 위한 경찰의 기본적 통제와 질서 유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13일 조선일보
한겨레는 경찰의 진압 명분을 대법원 판례로 반박하는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한겨레는 “신고 범위를 벗어난 순간 ‘불법집회’가 된다는 경찰의 단순 논리는 대법원에서 깨진 지 20년이 넘었다”며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내용이어서, 경찰이 탈법적으로 시위 진압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는 경찰이 1996년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행진을 저지한 것을 두고 제기된 국가배상소송 판결에서 대법원이 “신고사항 미비나 신고범위 일탈만으로 곧바로 집회 자체를 해산·저지해선 안 된다”고 적시한 판례를 들었다. 이어 “법원은 ‘정당한 해산명령’이 아니면 응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2010년 옥외집회를 연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에 경찰이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로 해산명령을 내린 사건에서 대법원은 경찰 해산명령의 위법성을 인정했다”고 했다.
대법원이 2009년 “어느 정도 소음이나 통행의 불편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부득이해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일반 국민도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며 건설노조 삼보일배 행진을 정당행위로 판단한 판례도 들었다. 경찰이 2016년 11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대규모 도심 집회를 ‘교통소통’ 이유로 금지했는데 서울행정법원이 “수인 범위 내의 불편”이라며 민중총궐기 투쟁본부의 손을 들어준 것도 언급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시민들의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정부가 강경 대응하면서 사회적 긴장이 커지고 있다“며 “‘민중의 지팡이’여야 할 경찰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을 떠받치던 ‘권력의 몽둥이’로 돌아간 듯하다. 오는 16일에도 민주노총 등의 2차 퇴진 총궐기가 예정돼 있는데 혹여 불상사라도 생길까 우려”라고 했다. 이어 인사혁신처가 ‘정권 퇴진투표’에 참여하지 않도록 단속을 요구하고 교육부가 투표 참여를 호소한 전교조 위원장을 수사의뢰한 사례 등을 들며 “우격다짐으로 틀어막는다고 성난 민심의 물길이 막아지지 않는다”고 했다.
▲13일 경향신문
명태균 “김건희 여사에게 돈 받은 적 있다”
검찰이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씨에게 돈봉투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신문들이 보도했다. 명씨는 “단순 교통비”라며 대가성을 부인했지만, ‘500만원이 코바나컨텐츠 봉투에 담겨 있었다’, ‘500만원 받았다는 얘기를 명씨에게서 들었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한겨레가 이를 제목에 올려 보도했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은 지난 8~9일 명씨를 불러 조사하면서 김 여사로부터 받은 돈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명씨는 “교통비 정도를 받았다”고 답변한 뒤 구체적인 시기와 액수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회계 책임자였던 강혜경씨는 검찰에서 ‘명씨가 김 여사에게서 500만원을 받았다’고 했고, 앞서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은 검찰에 ‘명씨가 대선이 끝나고 김영선 전 의원이 당선되기 전에 김 여사에게서 500만원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명씨가 김 여사로부터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돈봉투 사진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신문들은 보도했다.
이를 1면 머리에 보도한 한겨레는 “명씨를 매개로 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김 여사가 대선 과정에서 명씨의 조력을 인지하고 격려금을 전달했을 가능성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1면에서 “법조계에선 김 여사가 건넨 돈이 명씨가 실시한 여론조사 대가인지 등을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13일 동아일보
국민일보는 “명씨가 구속될 경우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검찰은 명씨가 지난 대선 후 김 여사로부터 돈봉투를 받은 정황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명씨에게 돈을 준 정황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알고 있었는지도 밝혀야 할 대목”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명태균 의혹’ 규명 위해 김종인·이준석도 조사 방침> 기사 말미에 명씨의 진술 내용을 덧붙였다.
이재명 ‘우클릭’ 가속페달 지면에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우클릭’이 지면에 올랐다. 최근 여야가 원전 예산을 정부 원안보다 증액해 합의했다. 민주당은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만나 재계의 요구 사항인 기업 배임죄 폐지와 배당소득 분리 과세에도 긍정 입장을 표했다.
▲13일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여야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회에서 원전 개발 및 지원 예산을 2138억 원 규모로 합의했다. 정부가 제출한 원안보다 1억 원 증액된 액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야권에서는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려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고 했다. “특히 ‘실용주의’를 내세운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선을 앞두고 더 이상 탈원전 노선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 계산을 하고 있다”며 “이 대표가 차기 대선을 겨냥한 행보 중 하나로 탈원전 선회를 고려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5면 <배당소득 분리 과세도 긍정적… 이재명 ‘우클릭’ 가속페달>에서 “이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결정에 이어 재계의 요구 사항인 기업 배임죄 폐지와 배당소득 분리 과세에도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고 했다.
▲13일 국민일보
국민일보는 “12일 민주당 내부에선 이 대표가 전날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을 만나 한 발언을 두고 당황해하는 기색이 감지됐다”며 “이 대표는 ‘경영상 판단에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는 건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기업 배임죄 폐지 내지 완화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또 배당소득 분리 과세와 유연근무제 개선 등 재계의 요구에도 공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차기 대선 준비 성격으로 보이지만 당 정체성까지 흔들 수 있다는 불만도 고개를 들고 있다”며 “이 대표는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제인협회 등 다른 재계 단체도 차례로 만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이념적으로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서 각계의 면담 요청도 늘고 있다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우클릭 행보 강화’를 요구했다. 동아일보는 “민주당이 국회에서 밀어붙이는 법안들은 이(우클릭 행보)와 달리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했다.
기업 이사회가 소액주주 이익을 챙기도록 기업 이사들의 충실의무 대상을 ‘총주주’로 확대하는 상법개정안이 “불필요한 소송 남발을 부른다”고 했다. 노동쟁의에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 청구를 제한한 노란봉투법엔 “기업들로선 불법 쟁의에 대응할 유일한 방어수단을 잃게 된다”고 주장했다. 배임죄도 경영 활동에 형사 책임을 묻는다며 “이런 족쇄부터 풀어줘야 기업이 마음대로 뛸 수 있고, 민생도 함께 살아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한간호협회 간호법 제정 축하 기념대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24.11.12. ⓒ뉴스1
최근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빼박’ 증거가 잇따라 공개됐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수사 대상 사건을 기존 13개에서 2개로 줄인 특검 수정안을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에 올릴 계획이다. 국민의힘이 거부하기 힘들 정도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사건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민주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주장해 왔던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안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반대할 작은 명분조차 주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그러자,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특검을 상대 정당의 분열을 조장하는 공격카드로 악용하는 것은 매우 저급한 정치행태”라면서 발끈하는 모습이다.
거부하기 힘든 제안
“수사대상, 추천방식 협의 가능”
박찬대 “한동훈, 마지막 기회”
(자료사진)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명태균 씨 여론조사 비용 불법 조달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명태균 씨 통화 녹취를 듣고 있다. 2024.10.21. ⓒ뉴스1
기존에 민주당이 특검 수사 대상으로 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및 사건은 총 13개다.
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을 통해 부정한 이익을 획득했다는 의혹 ②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의 주식 등을 특혜 매입한 후 되파는 방식 등으로 부정한 이익을 획득했다는 의혹 ③ 코바나컨텐츠 관련 전시회로 뇌물성 협찬을 받았다는 의혹 ④ 고가의 명품가방 등 물품 수수 및 인사청탁 의혹 ⑤ 국정개입 및 인사개입을 했다는 의혹 ⑥ 대통령 집무실 관저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했다는 의혹 ⑦ 이종호를 통해 임성근 등을 구명로비했다는 의혹 ⑧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022년 재보궐선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 ⑨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 ⑩ 명태균을 통해 제20대 대선과 경선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부정선거를 했다는 의혹 ⑪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출하고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에게 국가업무를 수행토록 했다는 의혹 ⑫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 한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의혹 ⑬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수사를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방해했다는 의혹 등이다.
특별검사는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가 각각 1명씩 2명의 후보자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되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을 경우 후보자 중 연장자가 임명되는 안이 제안됐다.
기존 ‘김건희 특검안’(김용민 의원 발의, 169인 찬성)은 이 같은 내용으로 지난 10월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접수되고, 이달 8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그런데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을 앞두고 민주당은 여당에 협의의 여지를 보였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특검법 처리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열어놓겠다”면서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수사 대상과 특검 추천 방식에 대해 모두 열어놓고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대표와 국민의힘은 독소조항 운운하는 핑계는 그만 대고 직접 국민이 납득 가능한 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13개의 의혹 중 여당이 동의할 수 있는 의혹으로 수사대상을 좁히고, 한동훈 대표가 대안으로 제시했던 ‘제3자 추천안’도 가능하다고 제안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마지막 기회”라며 “한 대표와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게 행동하고 민심을 거부한다면, 윤석열 부부와 함께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발끈
추경호 “분열 조장, 저급한 정치”
한동훈 “할 말 없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국민의힘·윤석열 정부 합동 전반기 국정성과 보고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4.11.11. ⓒ뉴스1
민주당의 특검법 수정안 제안에, 국민의힘은 각종 수식어를 동원하여 반발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12일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졸속 입법이자 입법농단”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민주당의 특검법 수정안 제안에 대해 “나라의 법률을 만드는 일을 정략적 흥정 대상처럼 취급하고, 특검을 상대 정당의 분열을 조장하는 공격카드로 악용하는 것은 매우 저급한 정치행태”라며 “민주당의 입법농단에 국민의힘이 놀아날 이유가 없다. 꼼수 악법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라고 날을 세웠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11일 “이재명 대표 선고에 집중된 시선을 흩뜨리려는 교만하고 얕은 술수”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한동훈 대표는 “민주당의 말뿐이지 않나”라며 “거기에 대해 더 할 말은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이 그러거나 말거나
민주당, 특검법 뾰족하게 수정
“한동훈, 부끄럽지 않은 입장 밝혀라”
(자료사진) 검사 시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임화영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의 반발에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 수정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13개 의혹 중 사건의 전모가 상당히 드러난 사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민수 대변인은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를 둘러싼 온갖 비리와 국정농단 개입 의혹이 있지만, 그 범위를 대폭 축소하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 씨로부터 촉발된 김 여사 공천개입·선거개입 의혹에 국한할 것”이라며 “제3자 추천 방식이 포함된 수정안을 제출하겠다”라고 밝혔다.
가장 최근 드러난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경우 해당 의혹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윤석열 대통령 녹취뿐만 아니라 여러 당사자의 녹취 등 증거가 공개된 상황이어서, 특검을 거부하기 어려운 사안으로 보인다.
특히, 압권은 윤 대통령의 녹취다. 민주당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녹취를 들어보면, 윤 대통령은 명 씨에게 “김영선이를 (공천)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공개된 또 다른 녹취에서는 명 씨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회계책임자 강혜경 씨에게 “여사님 전화 왔는데, 내 고마움 때문에 김영선 (공천) 걱정하지 말라고 내보고 고맙다고. 자기 선물이래”라고 말했다. 또 지난달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는 “명태균이가 바람 잡아서 윤석열 대통령을 돕느라고 벌어들이는 돈 대부분을 (여론조사) 거기다가 썼잖아. 내가 그거에 영향을 받아서 공천을 받기는 했는데”라는 김 전 의원 목소리가 공개됐다.
관련해서,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동훈 대표에게 묻겠다”며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과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개입이 지금 윤석열·김건희 두 사람의 공천개입보다 직접적이라고 생각하나”, “당시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이 얻은 이익이 지금 윤 대통령 부부가 얻었다고 의심되는 것보다 더 직접적인가”, “명태균 씨가 윤석열·김건희 내외의 국정에 개입한 것보다 최순실의 개입이 더 중차대하고 심각하다고 생각하나”
이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을 통해 검찰총장을 거쳐 대통령까지 된 윤 대통령, 검사에서 법무부 장관을 거쳐 여당 대표가 된 한 대표가 서로의 권력을 위해 진실을 외면해서야 되겠나”라며 “한 대표는 과거 국정농단 특검 당시 자신이 했던 발언과 수사 행적을 돌아보고 부끄럽지 않은 입장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명선 기자 | 기사입력 2024.11.13. 09:00:49 최종수정 2024.11.13. 09:02:08
박장범 한국방송(KBS) 사장 후보자의 '파우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윤석열 대통령 특별대담과 관련해 "편집이 필요 없는 수준으로 사전에 정리가 된 방송"이라는 내부 폭로가 나왔다. 이와 함께 박 후보자가 윤 대통령의 '술 친구' 박민 체제에서 앵커로 활동하며 보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등 공영방송 사장 후보자로 부적격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위원들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영방송 사장, 그 자격을 묻는다'라는 제목으로 긴급 토론회를 열고 박 후보자에 대해 "'박민 체제'에서 철저하게 계획된 아바타"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18일과 19일 양 일간 열린다.
▲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방송(KBS) 사장 후보로 지목한 박장범 전 앵커가 지난 2월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윤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한 질의를 하며 명품백을 '파우치'라고 발언하고 있다. (KBS 유튜브 갈무리).
박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과거 '술 친구'로 알려진 박민 사장의 공식 취임 열흘 가량을 앞둔 지난해 11월 1일 <뉴스 9> 앵커로 발탁됐다. 이어 넉 달 뒤인 지난 2월 4일 윤석열 대통령과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를 녹화했다. 대담은 녹화 사흘 뒤인 7일 밤 10시 KBS 1TV에서 100분간 방송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조애진 KBS 피디(언론노조 KBS본부 수석부본부장)는 박 후보자가 진행한 특별대담과 관련해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을 '파우치' 발언으로 축소·왜곡했을 뿐만 아니라 준비에서 방송에 이르기까지 '깜깜이'로 진행됐다고 폭로했다.
조 피디는 "(KBS 소속이 아닌) 외주 피디 한 명을 (대담팀에) 합류시켜서 (방송을 준비)했는데, 그 이유가 '깜깜이'로 하기 위해서"라며 "내부 인력을 쓰면 어떻게든 (준비 과정이) 취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부 인력을 합류시켜 편집 과정 등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촬영을 한 시간(녹화 시간)과 실제 방송이 나간 시간(100분)이 거의 일치하다고 알고 있다. 그 말은 즉 거의 대본에 가깝게 사전에 질문과 답이 나왔다는 것"이라며 "정말 긴급하게, 긴급 생방송을 할 때 하는 일이다. (보통은) 이렇게 하지 않는다. 거의 편집이 필요 없는 수준으로 사전에 이미 정리가 된 내용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JTBC 앵커 출신인 이정한 민주당 의원은 "앵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어떻게 작성되고 전달되는지 잘 알고 있다"며 "특별대담은 박 후보자가 질문지를 그냥 작성해서 (대통령에게) 질의한 것이 아니고 철저하게 보도본부 차원에서, 그리고 경영진 차원에서 사전에 여러 차례 질문지를 수정하고 재수정하는 작업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또 특별대담이 사전에 녹화된 방송이라는 점을 들어 "편집을 했을 것이고, 편집 과정에서도 보도본부장을 비롯해 경영진이 분명히 모니터링 했을 것"이며 "그들이 생각할 때에도 걸릴 만한 내용들, '이건 아닌데' 싶은 것들은 편집 과정을 거쳐 방송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8월로 활동을 종료한 31기 KBS시청자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박 앵커의 (당시) 질문은 <인간극장>과 같은 하나의 휴먼 터치 다큐를 그리는 듯한 아주 부드러운 언사로 (윤 대통령을) 모시는 듯한 인터뷰"였다며 "그러다 보니 국민의 관심사였던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은 윤 대통령의 심기를 보위라고 하듯이 그렇게('파우치' 발언으로) 넘겨버렸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소한 기자로서 갖춰야 될 냉정함이나 공정성, 이런 게 있어야 되는데 그 인터뷰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며 "국민이 기대한 관심사였던 만큼 아무리 살아있는 권력이라고 해도 제대로 지적하고 물어봤어야 했는데 그것을 방기했다"고 평가했다.
역시 31기 KBS시청자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정진임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은 박 후보자가 사장 후보자 면접에서 '파우치' 발언과 관련해 "수입 사치품을 왜 명품이라고 불러야 하나. 부적절하다"고 한 말을 언급한 뒤 "'사치품 파우치'라고 했어도 되는데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각색한 것 아닌가. 여기에서부터 신뢰가 어긋났다"며 "일방적으로 한쪽의 입장만 그대로 전달했기 때문에 거기서 이미 중립성과 기계적 균형이라고 하는 것을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이준형 언론노조 전문위원은 특별대담 외에 '박민 체제'에서 박 후보자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보도 참사' 사례로 △'오세훈 처가 내곡동 땅 의혹 보도' 등 4가지를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 사례로 꼽아 사과한 일(2023년 11월 14일 자), △국회 연결 생방송 리포트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 스티커가 붙은 기자의 노트북이 다음 날 유튜브 채널에서는 모자이크된 일(2024년 7월 25일 자), △뉴스 톱에서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보도가 배제된 일(2024년 10월 31일 자) 등을 꼽았다.
이 전문위원은 특히 박 후보자의 경영 계획서와 면접 내용에 "'박민 체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전혀 없다"며 "'박민 체제'의 독립성·공정성 침해 기조에 문제가 없으며 (사장이 되면) 이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장범'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기회주의적이고 (공영방송 사장으로) 준비가 안 된 인물인가를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파우치' 앵커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일주일 가량 앞둔 11월 12일 국회에서 긴급토론회 '공영방송 사장, 그 자격을 묻는다'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회 과학방송통신기술위원회 야당 의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프레시안(이명선)
11월에 두 개의 중요한 법원 판결 선고가 예정되어 있다. 11월 15일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죄) 사건 1심 선고가, 25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재명 대표에게 유죄 판결이 선고되어 여론의 흐름이 바뀌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7일 대국민담화에서 하나 마나 한 사과를 하고 김건희씨에 대한 변명으로 일관한 것도 법원의 유죄 판결을 믿기 때문이리라.
야당 대표 죽이기 대 김건희 불기소 처분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기차게 이재명 대표를 죽이기 위한 표적 수사에 몰두해 왔다. 지난 2년 6개월간 각 검찰청에서 차출되어 투입된 검사만 70여 명, 압수·수색만 376회로 집계되었고 구속영장 청구도 2회 있었다. 그 결과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배임, 성남FC 뇌물, 백현동 특혜개발,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북 송금 대납 건 등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우리 정치사에서 협치의 대상인 야당 대표를 죽이기 위해 검찰이 이렇게까지 집요하고도 무차별적으로 수사·기소에 나섰던 때가 있었던가? 기억에 없다. 우리 헌정사에 유례없는 검찰공화국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어떠한가?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4년 6개월을 끌다가 지난 10월 17일 불기소처분으로 막을 내렸다. 김건희씨가 단순 공범을 넘어 적극적으로 주가 조작에 가담했었다는 증거가 다수 드러났고 다른 공범들은 모두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는데도 검찰은 시간만 끌다가 무혐의로 종결했다.
선진 외국에서는 주가 조작이 시장경제질서의 기반인 사회적 신뢰와 공동체 다수의 경제적 이익을 해친다는 이유로 살인죄 이상의 중한 범죄로 다루고 있는데 한국 검찰은 '콜검'이라는 비아냥을 들은 굴욕적인 출장 조사–이때 검사들은 스마트폰도 압수당했다- 끝에 김건희씨에게 무릎 꿇고 두 손으로 면죄부를 상납하였다.
▲'김건희 불기소' 발표하는 검찰서울중앙지검 조상원 4차장 검사가 10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대통령 배우자의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한다고 발표했다. ⓒ 권우성
그 전에 이미 검찰은 김건희씨가 명품 가방을 받는 장면이 온 국민에게 영상으로 공개되었는데도 불기소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 밖에도 김건희씨는 양평-서울 고속도로 비리, 양평 공흥지구 비리, 국민의힘 공천 개입 등 다양한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데 이런 혐의에 대해서 검찰은 어떤 수사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표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10만4천 원 사용 의혹에 대해서는 130여 차례 압수수색을 하였던 검찰이 김건희씨의 비리에 대해서는 두 눈 감고 입도 뻥긋하지 못하는 바보가 되어 있다. 비겁함도 이런 비겁함이 없고 후안무치도 이런 후안무치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외쳤던 '공정과 상식'은 쓰레기통에 버려진 지 오래다. 압도적 국민 여론은 '용산의 개'가 되어 버린 검찰에 대해 사망을 선고하였다.
결과적으로 승리는 항상 검찰의 몫
한국 검찰은 수사권, 강제수사를 독점하는 영장청구권, 기소독점권을 한 손에 쥐고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은 각각이 막강한 권한이다. 잘못 사용할 경우 한 사람의 삶을 억울하게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고 반대로 거악(巨惡)에 눈을 감을 경우에는 사회 전체를 위기로 몰아갈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선진 외국은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을 분리하여 상호 감시·견제하게 함으로써 권력의 남용과 부패를 방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쥐고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사건을 조작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갖고 있다.
지난 2년 6개월간 지속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기소는 진짜 범죄의 실체가 있어서 수사·기소한 것인지 아니면 아무 실체가 없는데 수사 과정에서 사건을 조작하고 가짜 시나리오에 근거해 기소한 것인지 외부에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수사와 기소를 검사가 독점하고 있고 외부에서는 구체적인 경과와 내부 정보를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수원지검 전경 ⓒ 김종훈
2013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에서 검찰이 조작된 증거를 법정에서 사용한 범죄가 드러난 바 있고, 지난 2015년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유죄가 확정되어 옥살이를 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서는 검사가 허위 증언을 교사하는 등 조작에 가까운 검찰 수사가 이루어졌다는 정황이 언론 보도로 드러난 바 있다. 지난 제17대 이명박 대선 후보의 BBK 의혹에서는 온 국민이 검사들의 거짓말 농단에 놀아나지 않았던가.
일단 기소가 되면 재판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최종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더라도 검찰은 법원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며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권력에 아부하여 청부 수사와 사건 조작을 한 검사는 승진으로 보답받고 억울한 피해자에게는 악전고투 끝에 상처뿐인 승리가 남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승리는 항상 검찰의 몫이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쥐고 있는 한 모든 시민, 모든 단체, 모든 기관은 언제든지 검사들의 사건 조작에 희생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억지 기소와 증거 조작을 통한 사건 만들기
검찰의 사건 조작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억지 기소'와 '증거조작을 통한 사건 만들기'이다. 11월 판결 선고가 예정된 이재명 대표 두 개의 사건도 이에 해당한다.
첫째, 이재명 경기도 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죄)으로 기소한 것은 전형적인 억지 기소에 해당한다.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 허위사실공표죄의 허위공표 금지대상은 '출생지, 가족관계, 신분, 직업, 경력 등. 재산, 행위, 지지 여부'이다. 다수의 법률전문가들이 지적하였듯이 이재명 대표의 발언인 '시장 재직 시절에는 김문기를 몰랐다'라는 것은 '인식' '의식' '기억'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위 법문이 금지하고 있는 허위공표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검찰은 "시장 재직시에는 김문기를 몰랐다"고 한 말은 "김문기와 교유(交遊) 행위가 없었다"라고 해석해야 하고 이것은 법문에 명시된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인식·의식·기억의 영역에 속하는 것을 억지로 '행위'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피고인의 유죄를 주장하는 것은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유추 해석에 해당한다. 이 점을 법률 전문가인 검사들도 명확히 알고 있을텐 데도 억지 기소를 감행한 것이다.
검찰의 억지 기소가 낯선 일은 아니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 때 검찰의 억지 기소로 사장직에서 쫓겨난 정연주 전 KBS 사장. 당시 정연주 사장은 국세청에 대한 1심 소송에서 승소한 후 법원의 조정 권고를 수용해 항소심을 취하하였다는 이유로 검찰에 의해 배임죄로 기소되었다. 검찰 내부에서도 '법원의 권고에 따른 것이 죄가 될 수 있나'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검찰은 기소를 감행했다.
이후 정연주 사장은 당연히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의 의도대로 정연주는 KBS 사장직에서 물러나야 했고 그에 대한 검찰 기소는 언론장악의 시발점이 되었다. 정권의 언론 장악에 검찰이 총대를 멘 전형적인 억지기소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유성호
둘째,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위증교사로 기소한 사건은 억지 기소에도 해당하지만 증거 조작(증인의 진술조작)을 통한 사건 만들기에 해당한다.
이재명 대표가 김진성에게 "기억을 되살려 사실대로만 진실을 이야기해 달라"고 이야기한 것은 형법 이론적으로 위증교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증인이 자기의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하는 경우에만 위증죄가 성립하고 기억나는 대로 진술하는 것은 위증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따라서 "기억을 되살려 기억나는 대로 진술해 달라"라는 부탁은 명백히 위증교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점을 잘 아는 검찰이 기소한 것은 전형적인 억지기소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위증을 했다고 자백한 피교사자 김진성의 진술이 검찰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계속 바뀌었다는 점이다. 당초 김진성은 사실대로 증언했다면서 위증한 사실을 부인했다가 추후 검찰의 주장과 동일하게 위증을 시인하는 방향으로 진술을 바꾸었다.
그런데 김진성은 사기·알선수재 등 3건의 범죄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거나 기소되어 있다. 한 건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는데도 검찰은 조사 한번 하지 않고 무혐의로 처리했고, 백현동 알선수재 범죄는 다른 공범은 2심 재판이 끝났는데도 아직도 기소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검찰, 하위법령인 시행령을 근거로 수사하고 기소
위증죄에 대해서는 진즉 변론이 종결되었음에도 아직 검찰이 구형을 하지 않고 있다. 자신의 범죄로 검찰의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김진성은 '정치검찰의 거미줄에 걸린 나비' 신세나 다름없는 처지이다. 검찰이 김진성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협박·공갈·형량 거래를 하고 그에게 허위진술을 교사했을 것이라는 강한 의심이 드는 지점이다. 검사가 유죄 판결을 받아내기 위해 사건관계인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하는 것은 사건 조작이라는 중죄를 범하는 것이다.
최근에도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검찰에 의한 위증 교사가 있었다는 의혹을 폭로하여 파장이 크게 일었다. 수원지검이 이화영과 쌍방울의 김성태·안부수 등 공범들을 모두 한 자리에 불러 모아 연어회를 곁들인 술파티를 열어주고 이재명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기 위해 진술을 서로 맞추도록 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그동안 검찰의 행태를 생각하면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가 10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그 외에도 대장동의 유동규, 백현동의 정바울 등 이재명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기소에는 어김없이 회유·협박, 기소 및 형량 거래 의혹이 불거져 있다. 게다가 2022년 개정된 검찰청법에 의하면 위증교사는 검찰의 수사개시권 범위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하위법령인 시행령을 근거로 수사하고 기소했다.
그런데 법률의 위임 범위를 넘어 검찰의 수사권을 확대한 시행령은 명백히 무효이기 때문에 무효인 시행령에 근거해 이루어진 검찰의 수사·기소는 헌법·법률에 위반한 기소로서 무효에 해당한다.
검찰의 수명은 이제 다했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 대해 사건조작 및 억지기소를 일삼고 있는 이유는 몇 년간 이재명 대표를 피고인의 지위에 묶어 두고 정치적 타격을 입히려는 데 목적이 있다. 정확하게는 차기 대선 출마를 원천 봉쇄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몇 년 후 재판 결과가 유·무죄 어떻게 나오든 현재 검사들에게는 관심 사항이 아니다. 그때쯤이면 이미 정치적 목적은 달성되어 있을 것이고 자신들은 승진과 좋은 보직으로 보답을 받아 개인의 영달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의 개가 되어 온갖 악행을 일삼는 검찰의 수명은 이제 다하였다. 더이상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검찰을 고쳐 쓰려 해서는 안 된다. 일단 검찰에 사망 선고를 내려야 한다. 시급히 검찰청을 폐지해야 한다. 기소청을 새로 설립하여 엄격한 재임용 절차를 거쳐 손이 깨끗한 검사들을 채용한 뒤 기소 업무만을 전담하도록 해야 한다. 이제 검찰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검찰을 죽여야 한다.
▲법원 ⓒ 이정민
이제는 법원의 시간이다. 법리적으로 두 사건은 당연히 무죄이다. 법원이 올바른 판단으로 무죄를 선고하여 검찰의 사건 조작과 기소권 남용에 대해 철퇴를 내려 주기를 기대한다. 설혹 1심 재판부가 권력과 검찰의 압력에 굴복해 유죄를 선고하더라도 현명한 국민들의 판단과 지지가 흔들릴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여전히 정의의 여신 디케의 정신을 가진 판사들이 법원에 남아 있음을, 법원이 인권과 정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음을 이번 판결로써 증명해 주기를 희망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이 글은 인권연대의 '발자국통신'에도 실렸습니다. '발자국통신'은 강국진(서울신문 기자), 김희교(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염운옥(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오항녕(전주대학교 역사문화컨텐츠학과 교수), 이찬수(전 보훈교육연구원장), 임아연(당진시대 기자), 장경욱(변호사), 정범구(장발장은행장) 등 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가 11일 러시아와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조·러 조약) 비준서에 서명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의회 비준을 거쳐 지난 9일 조약에 서명했다. ‘조·러 조약’은 양 정상이 서명한 비준서가 교환되면 효력이 발생한다.
‘조·러 조약’에 따르면 어느 한 나라가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면 다른 한쪽이 군사 지원을 제공한다. 일명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담겼다. 현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 지역을 침공했기 때문에 조선인민군의 파병이 가능하다.
‘조·러 조약’의 의미
‘조·러 조약’ 제4조는 ‘어느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및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조·러 조약’은 1961년 7월 체결한 ‘조·소 조약’의 복원이다. ‘조·소 조약’은 소련 해체 이후 1996년 파기됐다. 2000년 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우호·선린·협조 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에서는 기존에 있던 '자동군사개입'이 삭제됐고, 경제·과학·기술·문화 등의 협력이 주요 내용을 이뤘다. 2024년 ‘조·러 조약’이 체결됨으로써 28년 만에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복원된 것이다.
다만 ‘조·소 조약’ 체결 당시는 미국의 핵 위협 방어를 위해 소련이 조선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차원이었다면 ‘조·러 조약’은 미군 나토(NATO)의 러시아 침공을 대비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러시아가 조약 체결에 더 절박했다는 의미다. 조약 체결 장소가 1961년엔 모스크바, 2024년엔 평양이란 점도 이런 역학관계를 반영한다.
‘조·러 조약’ 효력 발생과 파병
수일 내로 양 정상이 서명한 ‘조·러 조약’ 비준서가 교환될 것으로 보인다. 교환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조·러 조약’에 효력이 발생하면 조선인민군의 러시아 파병이 현실화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파병설’과 관련해 “조‧러 조약 4조 군사 지원 조항을 어떻게 다룰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조선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으며, 필요할 때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때만 해도 ‘조·러 조약’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이다.
푸틴 대통령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 것은 ‘조·러 조약’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요한 때’라고 한 것은 침략한 우크라이나를 물리치는 데 조선인민군의 힘이 필요한 시기를 말한다.
러시아가 겨우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를 물리치기 위해 조선인민군의 힘을 빌릴 것 같지는 않다. 결국, 나토 미군이 전장에 직접 개입할 여지가 보이면 조선인민군의 파병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나토가 참전하고, 조선인민군이 파병되면 이는 3차 세계대전이다. 3차대전은 핵보유국 간의 전쟁임으로 핵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 특히 북은 핵 보유 이후 첫 참전인 데다가 미 본토를 향한 선제공격 의지를 피력해 온만큼 조선인민군의 파병은 미국에 심각한 위협일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는 나토와 한국 등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국정원은 대북 적대시 정책에 이용하기 위해 하지도 않은 ‘조선인민군, 러시아 파병’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하지만 미 국무부가 ‘파병설’에 동조한 이유는 다르다. 오히려 조선인민군의 러시아 파병을 어떻게든 막아 보려는 몸부림이지 아닐까.
검찰이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명씨 영장에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와 창원산업단지 조성 정보 사전유출 등의 혐의는 빠져있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 부부를 봐주려는 게 아닌지 자연스럽게 의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명씨가 윤 대통령 취임 전날 김 전 의원 공천을 부탁한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수사대상을 이전보다 확 줄이고 특검 제3자 추천까지 포함한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와 한국일보는 여당이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창원지검 명태균 구속영장 청구 윤 대통령 부부 의혹 제외
한겨레는 4면 기사 <윤 대통령 부부 의혹은 빼고…검찰, 명태균 구속영장 청구>에서 “검찰이 11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다만 검찰은 명씨 영장에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를 포함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이날 명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2022년 6월 지방선거 당시 고령군수 예비후보 배아무개씨, 대구시의원 예비후보 이아무개씨 4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명씨의 구속영장에 △2022년 6·1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당선된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공천을 도와주고 25차례에 걸쳐 9760여만원 수수 △2021년 지방선거 예비후보인 배씨와 이씨에게서 공천 약속 등을 암시하며 12차례에 걸쳐 미래한국연구소 여론조사 비용 2억4000만원 조달 혐의를 적시했다. 영장실질심사는 14일에 열린다.
명씨는 검찰수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12면 기사 <‘공천 대가로 돈 거래’ 명태균·김영선 구속영장 청구>에서 명씨가 “공천을 해주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고 그럴 만한 위치에도 없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썼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외 여건 변화에 따른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명태균 취임전날 윤 대통령에 “김영선 공천 부탁” 카톡 보냈다
동아일보는 1면 <검, 명태균-김영선 구속영장 청구>(온라인 기사 제목: <[단독]명태균, 尹에 “김영선 공천 부탁”… 취임 전날 카톡 메시지 보내>)에서 검찰이 명 씨가 2022년 5월 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영선 의원 공천을 부탁한다”는 취지로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날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명 씨와의 통화에서 “김영선이를 (공천을)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한 날로, 명 씨가 윤 대통령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사실과 그 내용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동아일보 2024년 11월12일자 1면
동아일보는 11일 취재를 종합하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이 최근 명 씨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2022년 5월9일 윤 대통령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보했는데, 당시 명 씨가 “우리 김영선 의원을 잘 부탁한다”, “김영선 의원을 꼭 좀 부탁한다”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수차례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고 썼다. 이밖에도 검찰은 명 씨의 문자메시지와 텔레그램 메시지 등도 상당수 복원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한겨레 “또 윤 대통령 부부 봐주기 의심, 납득할 만한 수사결과 내놔야”
한겨레는 사설 <검찰, 명태균 말대로 정치자금법만 수사할 건가>에서 명태균씨 등 구속영장에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적용한 것을 두고 “검찰이 이번에도 윤 대통령 부부를 봐주려는 게 아닌지 자연스럽게 의심하게 된다”며 “검찰은 이런 의심을 불식할 각오가 돼 있나”라고 반문했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 부부가 연루된 대선 여론조사 제공 및 공천 개입 의혹, 창원산단 개입 의혹 등은 영장에서 빠진 것”이라며 “검찰이 이번에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김건희 특검’의 필요성만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검찰도, 윤석열 정권도 불행해진다고 내다봤다.
▲한겨레 2024년 11월12일자 사설
신광영 동아일보 논설위원도 ‘횡설수설’ 칼럼 <“입 열면 다 뒤집어진다”던 명태균, 檢 조사 후엔 “너스레”라니>에서 최근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태도 변화를 보인 명태균씨를 두고 “마침 명 씨가 윤 대통령에게 취임 전날 ‘우리 김영선 의원 꼭 좀 부탁한다’고 보낸 여러 건의 문자메시지가 확보됐다고 한다”며 “명 씨의 말만 따라가다 보면 길을 잃기 쉽다”고 지적했다. 신 논설위원은 “증거와 팩트를 따라가며 정치 브로커에게 국정이 농락당한 게 맞는지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확줄어든 김건희 특검법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에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을 제출하겠다고 11일 밝혔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특검법 수정안의 수사대상을 두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씨로부터 촉발된 ‘명태균 게이트’,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선거 개입 의혹에 국한한다”고 밝혔다. 야당만이 추천하도록 한 특검 후보도 제3자가 추천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1면 <與 분열 노렸나… 野, ‘김여사 특검법’ 수정>에서 “국민의힘을 흔들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며 “(당정의) 내부 갈등이 봉합 국면에 접어들자 민주당이 특검법 수정안 카드로 여권 내 균열을 유도하려 한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동아일보도 1면 <野 “김건희특검 대상 축소”… 與 “갈라치기 하려는 속셈”>에서 “국민의힘에서 ‘독소조항’이라며 반발하던 부분을 수정해 여당 내 이탈표를 끌어내고 여론전을 벌이겠다는 전략”이라고 봤다.
한겨레는 3면 기사에서 “특검법안 반대 명분을 약화시켜 재표결 때 여당 이탈표를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셈법”으로, 경향신문은 1면 <’여당 이탈표 겨냥’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 낸다>에서 “국민의힘이 특검을 거부할 명분을 없애겠다는 전략”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1면 기사에서 “’거부하지 못할 제안’으로 여당의 반대 명분을 불식시키고 이탈표도 확대하겠다는 일종의 노림수”라면서도 “그러나 국민의힘은 수정안에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김건희 특검법 수사대상 축소, 여당도 협상 나서야”
이에 동아일보는 사설 <野 “김건희특검 수사대상 축소·제3자 추천”… 與도 협상 나서라>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수사 범위 축소 등은) 민주당의 말뿐”이라며 수정안을 수용할 수 없으며 특별감찰관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점을 두고 “하지만 특별감찰관과 특검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김 여사의 주가조작 관여 의혹이나 공천 개입 의혹처럼 이미 벌어진 사건에 대해선 강제수사권이 없는 특별감찰관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윤석열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갤럽 조사 기준으로 74%에 달하고 가장 큰 이유로 김 여사 문제가 꼽히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여당도 자체 안을 마련해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때가 됐다”고 촉구했다.
한겨레도 사설 <특검 민심 외면하는 한 대표, 특감이 국민 눈높이인가>에서 한동훈 대표의 입장을 두고 “특감도 필요하지만, 특검을 대체할 수는 없다”며 “특감 추천만으로 도도한 특검 민심을 돌려보겠다는 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다수 민심은 이미 특검을 거부하고 김 여사를 감싸는 윤 대통령과 여권에 등을 돌린 지 오래”라며 “이대로라면 국정 동력을 완전히 상실한 ‘좀비 정권’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한 대표에게 기대를 보냈던 민심마저 이반하면 여권 전체가 공멸을 피하기 어렵다”고 촉구했다.
▲동아일보 2024년 11월12일자 사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특검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하느니, 특검 자체가 위헌이라느니 하는 윤 대통령 궤변에 동의하는 게 아니라면 한 대표는 특검법 협상에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특별감찰관 추진으로 특검을 거부하는 건 이미 벌어진 김 여사 의혹은 덮고 가자는 얘기밖에 안 된다”며 “이게 한 대표가 말하는 정의이고 공정인가”라고 반문했다.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이른바 독소조항을 삭제하기로 한 만큼 여권은 이전처럼 반대만 외치지 말고 수정안 논의에 호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일보는 “김 여사 의혹이 더 이상 국정 블랙홀이 되지 않으려면 여당의 전향적 태도가 절실하다”며 “민주당 수정안에 불합리한 내용이 있다면 자체 수정안을 제시해 접점을 찾는 것이 책임 있는 집권여당의 자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세계일보만 유일하게 사설에서 “민주당 특검법의 수사대상과 추천 주체가 자꾸 바뀌니 ‘정략적 접근’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부정적 견해를 폈다.
경향신문은 3면 <회견 후에도 지지율 ‘바닥’…‘보수 결집’으로 반등 노리는 용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7일 기자회견 이후 국정 상황과 쇄신 방안 수위를 두고 민심과 대통령실의 괴리가 계속 표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민심은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는 반면, 대통령실은 당정 갈등 봉합 잰걸음에 나서는 분위기”라며 “대통령실은 향후 보수층을 결집하며 지지율 반등을 시도하려 하지만 지지층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국정 동력 회복이 어려울 거란 분석이 여권 내에서도 제기된다”고 내다봤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1일 통화에서 “대통령은 회견에서 당정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취지를 여러 번 강조했고 이것은 당연히 당정이 공유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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