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같아선 다 쏟아내고 싶다. 하지만 그 화살이 직원들한테 돌아갈 것을 알기 때문에 솔직한 마음을 다 털어놓을 수 없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 문을 박차고 나온 박진 전 사무총장은 인터뷰 시작 전 이 전제를 꼭 언급해달라고 했다. 누군가 반(反)인권위원들의 행태를 고발하면 직원들이 응징을 당하는 현실, 박 전 사무총장이 말한 그 '전제'는 장막에 가려진 지옥 같은 지금 인권위의 현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인권 '운동'이라 이름 붙일 경력만 30여 년, 버티고 싸우는 데 잔뼈가 굵은 인권운동가 박진. 그런 그도 안창호·이충상‧김용원 '반인권 삼위일체' 지도 체제 앞에선 버티지 못했다. 그가 인권위 안에서의 역할을 스스로 내려놓았다는 것은 지금 인권위가 더는 손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뜻이나 매한가지다.
박 전 사무총장은 차라리 '인권위 암흑기'로 불렸던 현병철 위원장 시절을 그리워했다. "촛불집회같이 정치적으로 엮일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개입했지만 그 외 운영위가 돌아가는 데 대해 크게 반대하거나 국제사회가 우려할 만큼의 행보를 한 적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안 위원장과 두 상임위원은 인권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게 그의 평가다.
'사람 몇 명 바뀐다고 조직이 바뀌겠어'라는 가벼운 우려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안 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인권위는 학교 내 학생 휴대전화 수거 문제와 관련해 10년 축적된 입장을 하루아침에 뒤집었다.
이는 앞으로 펼쳐질 인권위 급변 사태의 예고편에 불과한 걸까. '성소수자 혐오' 논란에 휩싸였던 안 위원장은 위원회가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국회에 보고한 내용에 대해 "제 의사와 다르게 전달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전 사무총장은 "차별금지법에 반대 의견을 낸다면 그때부턴 돌이킬 수 없다. 그 인권위는 망해야 한다"며 "나도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인권위를 떠나는 날, 그는 안 위원장에게 장문의 편지를 남겼다고 했다. "개인의 의견보다는 조직을 따라달라"는 당부와 함께 "직원들을 지켜달라"는 부탁을 했다. 정작 직원들은 "이젠 우리가 할 수 있다. 그러니 마음 가볍게 가셔도 된다"며 손을 흔들었다. 그는 인권위를 23년 세월 동안 지켜 온 직원들을 믿기로 했다.
박 전 사무총장은 인권 운동에 매진했던 30년의 세월을 훑으며 "인권위는 망가져도 인권은 변화·발전한다"고 했다. "당장은 안 보이는데 긴 시간이 지나면 '내가 주장한 게 이만큼 와 있네' 하는 때가 온다"며 낙관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당장은 "쉬는 게 목적"이라면서도 새로운 인권 의제, 이슈들을 나열했다. "해보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지난 4일 경기도 수원시 모처에서 박 전 사무총장과 함께 인권위 그리고 인권운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나눈 대화 전문으로, 두 번에 나눠 싣는다.
▲박진 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연합뉴스
"위원장의 생각? 중요하지 않다. 인권위 기본 방향 따라야"
프레시안 : 안창호 인권위원장 취임 후 첫 국정감사가 열렸다. 총평은?
박진 : 기사로만 봤다. 참혹했다. 이충상 상임위원이 이태원 유가족에게 어떤 태도로 대답했을지 뻔히 보여 너무 화가 치밀었다. 잠시나마 인권위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부끄러웠다.
박진 : 사무총장도 그렇지만 위원장 업무량이 어마어마해서 모든 보고 내용을 다 볼 수 없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꼼꼼히 보지 못했다고 그렇게 말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다 볼 수 없기 때문에 과장 전결, 국장 전결이라는 게 있는 것 아닌가. 그들에게 믿고 맡기는 것이다. 그 방향이 내가 100% 동의하든 안 하든 지금까지 인권위의 기본 방향이라는 게 있으니까 믿고 맡기고, 그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안 봤으니 당신 의사와 달리 전달됐다? 그렇게 말하는 걸 동의하기 어렵다. 나 같으면 그렇게 말 안 했을 것 같다.
나라고 인권위와 방향이 다 맞았겠나. 엔지오(NGO) 출신인데, 인권위가 하는 일 중에 미흡한 게 얼마나 많았겠나. 하지만 조직이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고, 그렇게 가자고 하면 가는 게 맞다고 본다. 내 생각이랑 다르더라도 조직에서 보고를 받았고, 공문서로 제출이 됐으면 그건 존중을 해야 한다. 내용이 틀린 게 아니라면.
프레시안 : 차별금지법에 대한 안 위원장의 지론을 생각하면, 보고 내용 자체가 틀렸다고 보는 것 아닌가 싶다.
박진 : 거듭 말씀드리지만, 위원장의 생각이 어떻든 그건 어쩌면 중요하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라는 기구가 마땅히 해야 될 몫, 그리고 지금까지의 방향을 역행하는 결정을 한다면 엄청난 책임이 따를 것이다. 그리고 실제 이 이야기를 안창호 위원장에게 했다.
프레시안 : 안 위원장으로부터 그에 대한 답변을 받았나.
박진 : 그건 답변하기 어렵다.
프레시안 : 사람 두세 명이 바뀐다고 조직의 방향이 바뀌는 게 맞는 게 맞나.
박진 : 지금까지 인권위 23년 동안 보수 진영에서 위원장도 오고 위원들도 무수히 많이 왔다 갔다. 그런데 아무리 보수적인 인사라도 위원회 기존 입장과 생각이 다를 경우 이를테면 소수의견을 쓰든가 그런 방법으로 자기 의견을 표출했다. 보수 쪽 추천 인권위원의 이야기가 있다. '내 생각이 어떻든 그 조직의 기본 방향에 따르는 게 맞다'는 것이었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진보‧보수 진영에서 오신 분들의 장점이 각각 있다. 보수에서 오신 분들은 세세하게 근거를 들여다보고 따지기 때문에 사무처는 그걸 설득하기 위해 더 많은 근거를 준비하게 된다. 진보 진영 분들보다도 더 꼼꼼하고 생각지 못한 지적들을 하기도 한다. 서로 간의 장점이 있다. 그렇게 상호 보완하면서 인권위라는 조직이 조금씩 발전해 왔다.
그런데 지금 인권위는 앞의 역사와 완전히 단절되고 있다. 위원이 바뀌면 분위기가 조금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큰 궤적 안에서 서로 장점을 발휘하면서 나아가야 하는데 적어도 지금은 그렇지 않고 당분간은 그럴 여지가 안 보인다. 안창호 위원장 청문회 보고 그만둬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이미 작년 8월부턴 제대로 일을 못 했다. 매일 발생하는 내부 사건‧사고 검토하고 관리하느라 바빴다.
프레시안 : 회의감이 많이 들었겠다.
박진 : 우리는 직장 내 괴롭힘, 직장 내 갑질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인권위 안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자기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한테 '사무처는 입 닫고 있어라'는 식으로 하는 일이 어떻게 21세기, 그것도 심지어는 인권의 마지막 보루라는 인권위원회에서 일어났나 싶다. 나중에는 너무 화가 치미는 게 '내가 일하려고 왔지, 사고 수습하려고 왔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인간적으로는 참는 법을 배웠다. 인내하는 법.
▲안창호 인권위원장(가운데)과 이충상 상임위원(맨 앞). ⓒ연합뉴스
"10년 결정 뒤집을 거면 국민들한테 물어봤어야"
프레시안 : 안 위원장 청문회 때 그만둘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그런데 만약 안 위원장이 청문회를 계기로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면 사무총장 일을 계속했을 것 같나.
박진 : 그랬을 수도 있었겠지만 결국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을 것이다. 그래도 12월까지는 마무리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그분이 한 말 중에 동의하기 힘든 것이 많았다. 특히 창조론? 소수자 혐오 표현이 표현의 자유라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프레시안 : 안 위원장 취임하자마자 인권위 방향이 확 바뀌는 느낌이다. 대표적인 예가 전원위원회에서 학교에서 학생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것은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한 일이다. 10년간 인권위에서 계속 시정 권고를 내렸었던 몇백 건을 다 뒤집은 셈이다.
박진 : 너무 답답했다. 만약 그 자리에서 학생들의 건강권을 비롯한 여러 권리들의 침해 여부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이 벌어지고 나서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면 어떤 결정이라도 나는 수긍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논의가 없었다. 그날 그 주제에 대해서 나눈 이야기는 '논의'가 아니었다. 안건 대상으로 올라왔던 그 학교의 수거 방식이 '전면적인 제한'이냐 아니냐, 거기에 그쳤다.
최근 비상임 위원으로 새로 오신 소라미 위원이 그런 얘기를 했다. '몇몇 상임위원들이 외국 사례를 드는데, 한국 학생과 외국 학생들의 환경이 다르다. 한국 학생들이 입시에 올인(all-in)하는 상황에서 유일한 해방구가 휴대전화다. 그러니까 휴대전화가 아이들에게는 쉴 권리이기도 하고 자신에 대한 모든 정보가 있는 정보접근권과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었다. 굉장히 의미있는 말씀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에 대한 토론이 없었다. 이 안건 하나에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는 건데 정작 논쟁 내용이 너무 납작하고 앙상했다. 요즘 인권위는 다른 의견이 섞이지 않는다. 각자 평행선을 달리면서 표대결만 한다. 토론의 의미가 손색되는 상황이다.
위원들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라고, 사례마다 다르다고 이야기했는데도, 이미 사람들은 이 결정이 10년 만에 뒤바뀐 것으로 다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양상을 만든 게 첫 보도다. 모 보수언론에서 10년 만에 인권위가 입장 바꿨다고 첫 보도를 냈는데, 그 시점이 비공개 회의가 끝난 지 5분, 10분 만에 나온 것이었다. 이 사안이 기각 결정되기만을 바라고 기다리던 누군가가 미리 써놓은 혹은 미리 배포했을 수도 있는 자료가 없었더라면 그렇게 신속하게 나갈 수가 없는 보도였다. 게다가 회의에서 토론된 내용과도 조금 다른 내용이었다. 누가 알려준 건지 충분히 추측 가능하긴 한데, 너무 의도적이지 않나 싶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학교의 학생 휴대전화 일괄 수거는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린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중학교에서 하교하는 학생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 ⓒ연합뉴스
프레시안 : 사례마다 판단이 다를 거라고는 했지만 결국 이번 결정이 유사 사례 판단에 계속 영향을 주지 않을까.
박진 : 그렇다.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다.
프레시안 : 인권위가 오랫동안 유지해 왔던 기존 입장을 너무 쉽게 뒤집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박진 : 십 년의 결정례를 바꿀 거면 국민들한테 물어봤어야 한다. 안 위원장이 숙의하고 토론하자고 자주 말씀하신다. 그렇다면 대토론회도 하고 공청회, 청문회도 하고 그랬어야 한다. 위원들 10여 명만 모여서 10년 결정을 뒤집으면서 뭘 숙의를 했다는 건가.
인권위에서 지금까지 이렇게 드라마틱한 변화가 많지 않았다. 따로 통계를 내지 않아 정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내가 기억하기로 그렇다. 기본적으로 소위에서 합의가 안 되면 전원위로 보내고 전원위 내에서 그렇게 뭔가를 뒤집어야 한다면 말씀드린 대로 공청회 같은 여러 과정들을 거쳐서 오랫동안 숙의하거나 토론하는 과정을 거친다. 국민들이 납득할 시간은 줘야 할 것 아닌가. 이 결정으로 인해서 영향을 받게 된 무수히 많은 학생 청소년한테도 물어봤어야 하는 것 아닌가.
"현병철 인권위 2기, 가장 좋은 평가 받았다"
프레시안 : 인권위 23년 역사 가운데 흑역사 하면 가장 첫손에 꼽는 때가 '현병철 인권위' 시절이다. 지금과 그때를 비교하면 어떤가.
박진 : 그렇게 반인권이었다고 한 현병철 위원장 시절 때도 지금보다 훨씬 나았다. 현병철 위원장은 촛불집회같이 정치적으로 엮일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개입했지만 위원회가 돌아가는 데 대해 크게 반대하거나 국제사회가 우려할 만큼의 행보를 한 적이 거의 없었다. 우리가 흑역사로 기억하는 건 1기인데, 2기 때는 오히려 역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방침에 대해 철회를 촉구하는 입장도 그때 나왔다.
인권위 오고서 알았다. 와서 과거 기록들을 뒤져보니 현병철 위원장 때 인권위가 진짜 많은 일을 했었다. 그래서 사무처가 중요하다. 사무처 직원들은 위에서 시키면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아니라 깨알같이 한 문구라도 더 넣기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무처 직원들이 학습시키고 설득시켜서 완전히 다른 인권위원장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프레시안 : 김용원 상임위원의 경우 초반에는 기존 인권위 방향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순간 바뀐 것 같은 느낌인데, 왜 그렇다고 보나.
박진 : 실제로 본인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작년 8월 전에도 그랬었냐'고. 채 상병 수사에 대한 긴급조치 안건 회의에 참석 안 한 것을 두고 군인권센터에서 고의로 불참했다고 한 내용이 보도된 후로 완전히 태도가 바뀐 건 맞는 것 같다. 그분 말에 비춰 보면 (무엇엔가) 많이 화가 나서 저런 건가 싶다.
프레시안 : 국감에서 화제가 된 이야기가 있다. '윤석열 위에 김건희, 김건희 위에 명태균이 있다면, 인권위에서는 안창호 위에 이충상, 이충상 위에 김용원' 이런 것이다. 실제로 그랬나.
박진 : 그런 이야기가 돌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 안 위원장 임명되고 걱정이 있었지만, 그래도 적어도 직원들은 지켜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사무총장을 경험해 보니 위원장과 사무총장은 조직을 지키려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안 위원장이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으로부터 직원들을 지켜주지 않았다는 이야기인가.
박진 : 지켜주셔야 한다는 말을 다시 드리겠다.
프레시안 : 민주당에서 이른바 '김용원 방지법', 인권위 상임위원을 국회 탄핵소추 대상에 추가하는 내용의 국가인권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박진 : 탄핵만이 맞는 방법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다른 나라 인권기구들을 보니 위원들을 해임할 근거가 있는 곳들이 있더라. 반인권적인 말과 행동을 하거나 인권위원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경우 해임 절차가 필요한데 구체적인 방법은 좀 더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권위원의 지위를 독립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라는 것이지, 다른 의미에서 독립적이라는 말은 아니지 않는가.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오른쪽)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위원회 의결정족수 안건에 대한 의결 회피 관련 인권위원 6명의 공동성명서를 읽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이충상 상임위원. ⓒ연합뉴스
"안창호 위원장에게 장문의 편지 드렸다…귀담아주길"
프레시안 : 인권위 운영과 관련해 또 다른 제도적 보완 방안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
박진 : 인권위원 후보 추천 절차를 단일화하자는 게 간리(GANHRI;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의 권고이기도 해서 그런 방향으로 입법화를 추진하기도 했는데 사실 절차에는 다 함정이 있다. 김용원 위원도 단일화로 된 후보추천위원회 모델로 된 거다. 애초에 추천기관이 검증을 잘해야 한다. 그분이 과거 룸술집에서 술 마시다 경찰관 폭행한 일이 있었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만 해도 나오는 일인데 추천기관에서 검증을 안 한 것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 : 지금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정권이 바뀌는 거 말고는 없다고 보나.
박진 : 아름다운 이야기로 답하겠다. 인권위원장님과 인권위원들이 자신의 생각보다는 기관이 갖고 있던 기본적인 임무와 소임에 대해서 더 심사숙고해 주실 거라고 저는 아직도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사무처를 믿고 격려해 주길 바란다. 사무처를 믿는다면 적어도 인권위가 망가지진 않는다. 사무처 직원들은 적어도 이 기관을 23년 이렇게 지켜온 숙련된 전문가들이다. 그들이 쓰는 보고서를 신뢰하고 믿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조사관들의 보고서가 신뢰 대상이 아니라 마치 흠을 잡기 위해서 보는, 심판의 대상이 되는 분위기여서 안타깝다.
프레시안 : 마지막 출근 날을 어떻게 보냈나.
박진 : 무척 바빴다. 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이 발의된 게 있어서 이날 오전에 국회 가서 운영위원회 법안심사소위 갔다가 밥도 못 먹고 인권위에 급하게 들어와서 층마다 돌면서 직원들이랑 마지막 인사하고 퇴임식하고 또 국회에 갔다. 예산이 깎이지 않게 말씀드릴 일이 있어 다시 찾아갔다, 하루를 그렇게 마무리했다.
프레시안 : 직원들이 마지막으로 뭐라고 하던가.
박진 : 고생 많았다고. 애쓰셨다고. 3년을 서로 볼 꼴 못 볼 꼴 많이 겪어서 그런지 직원들이 "애썼으니 이제는 가셔도 된다" 하더라. 정말 고마웠다. "그래도 총장님이 계셔야 한다" 이런 말을 할 법도 한데, 많은 분들이 "이젠 우리가 할 수 있다. 그러니 마음 가볍게 가셔도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좋았다. '나만 좋자고 빠져나가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그래 당신들이 스스로 지키겠다고 했으니 나는 나가도 되겠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프레시안 : 직원들이 다 같은 마음은 아닐 텐데,
박진 : 280명 정도 있으니 당연히 생각은 다양할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인권을 다루는 사람들이니까 인권 친화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단련돼 왔다. 그래서 어느 기관보다 직원들의 인권 감수성이 높다. 그래서 직원들 출신도, 성향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우리 직원들이 인권 감수성으로 무장해서 대단히 비장하거나 늘 훌륭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법 잘 따르고 정해진 일만, 인권 옹호 업무, 그거만 하면 된다.
대신 서로 갈라지지 않아야 한다. 직원들한테도 서로 간에 마음만 다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위원장이든 위원이든 얼마 있으면 다 떠나지만 직원들은 남으니까. 이 사람들은 매일 같이 얼굴 봐야 하는 사이인데 등지면 그때부터 지옥이다. 사무총장을 조금이라도 일찍 그만두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내가 오래 있으면 위원장한테 사사건건 반대할 텐데, 그럼 직원들만 중간에서 죽어 나가겠구나 싶었다. 나중에는 사무총장한테 줄 서고 위원장한테 줄 서고 그러면 직원들이 갈라지지 않겠나. 제발 직원들끼리 갈라서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안 위원장과도 마지막에 면담을 했나.
박진 : 마지막 편지를 드리고 왔다. 인권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제 진득한 마음을 담은 장문의 편지였다.
프레시안 : 내용을 짤막하게라도 소개해달라.
박진 : 계속 해왔던 이야기다. 인권위의 기본 소임을 저버리지 말아달라. 직원들 지켜달라. 새로운 사무총장이랑 상의하셔라. 여러모로 불편한 이야기를 많이 담았다. 위원장님이 귀담아주실 것이라 기대하면서 드렸다. (다음에 계속)
▲박진 전 인권위 사무총장. ⓒ프레시안(서어리)
서어리 기자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11월 9일 오후 4시 서울 숭례문 앞 세종대로 일대에서 10만여 명의 노동자, 농민, 시민 등이 참가한 가운데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본부)가 주최한 '1차 퇴진총궐기'가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공천개입 의혹이 대통령의 육성으로 확인된 뒤 19%로 주저앉은 지지율이 7일 진행된 대통령의 담화와 기자회견 이후 거짓말과 변명, 무례함까지 두루 갖춘 '파국', '불통의 끝판왕'이라는 시민사회의 평가가 나온 가운데 8일 다시 17%대로 최저치를 경신했다.
11월 9일 주말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퇴진 1차 총궐기'와 곧이어 진행된 '국정농단 윤석열 OUT 촛불행진'은 "윤석열 김건희 맹태균 국정농단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 "퇴진만이 살길이다. 윤석열정권 퇴진하라"는 목소리로 들끓었다.
민주노총과 전국민중행동, 진보대학생넷 등이 구성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본부)가 주최한 '1차 퇴진총궐기'는 이날 오후 4시 숭례문 앞 세종대로 일대에서 10만여 명의 노동자, 농민, 시민 등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되었으며, 민주노총 주최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24 전국노동자대회'가 동시에 개최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비스연맹, 민주일반연맹을 비롯한 16개 산업별연맹은 2~3시간 전 서울 도심 14곳에서 사전대회를 열고 서로 다른 경로로 행진하며 대회장에 집결하고자 했으나, 경찰이 일부 산별연맹 조합원들의 진입을 통제하면서 대회장 주변 여러 곳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조합원 6명이 연행되고 9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광화문 동화면세점 주변에는 기독교 보수단체들이 자리를 잡고 맞불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윤석열 퇴진 요구에 대해 "윤석열, 김건희는 아무 잘못없다"고 하면서 "빨O이는 죽여도 좋다. 그래야만 한다'는 등 혐오·증오 발언을 아무 거리낌없이 쏟아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양 위원장의 대회사가 진행되는 중 경찰이 대회장을 밀고들어오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1차 퇴진총궐기 대회사에서 "분노한 시민들은 이 나라 대통령이 김건희인지 명태균인지 묻고 있다"며, "그런데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윤석열 정권은 눈과 귀를 닫고 제멋대로 폭주를 멈추지 않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또 "이틀전 대통령의 끝장토론은 이 정권의 끝을 보여주었다. 권력 주체인 국민들이 틀렸다! 바꾸라! 요구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못하겠다! 안하겠다!고 답했다"며 "이제 나가라! 물러나라! 퇴진하라! 외쳐야 하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위원장은 윤석열정권에 대해 △전두환 군사독재보다 더욱 악랄한 검찰독재 정권 △이명박의 '비즈니스 프랜들리'보다 더욱 탐욕스러운 부자퍼주기 정권 △박근혜의 국정농단보다 더욱 파렴치한 국정파괴 정권이라고 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윤석열정권 퇴진광장에서부터 만들어 나가자"고 밝혔다.
대회사가 진행되는 중 대회장으로 밀고 들어오려는 경찰과 직접 몸싸움 대치가 벌어지는 등 정상적인 대회가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퇴진본부 대표들이 낭독하기로 한 총궐기 결의문은 결국 투쟁사로 대신해 서둘러 끝내게 되었고, 1차 퇴진총궐기도 당초 예정된 5시를 훌쩍 넘겨 5시 40분이 되어서야 마무리될 수 있었다.
1차 퇴진총궐기 경찰의 대회장 진입시도로 인해 미리 준비한 결의문 낭독은 유매연 행동하는 경기대학생연대 대표, 하원오 전국ㅁ농민회총연맹 의장, 이도흠 민주평등사회를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사회개혁특별위원장(왼쪽부터)의 투쟁사로 갈음하고 대회는 서둘러 끝났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미리 배포된 결의문에서 박석운 퇴진본부 공동대표는 "한국사회 변곡점마다 우리 민중은 들불처럼 일어나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왔다"며, "노동자, 농민, 빈민, 청년학생, 우리 모두가 윤석열 퇴진에 앞장서 부패한 권력을 끌어내리자. 반민중권력을 퇴진시킨 자리에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11월 20일 2차 총궐기, 12월 7일 3차 총궐기에 더 많은 시민과 함께 더 큰 퇴진광장을 열어나가자"며 "모든 현장, 거리 곳곳에서 윤석열퇴진 국민투표를 더욱 힘차게 전개해 민심의 분노를 모으고 확산시키자"고 호소했다.
고미경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경찰은 합법적으로 신고된 집회에 대해 고의적으로 통행을 방해하고 대회 무대 옆까지 침탈을 기도했으며, 이 과정에 조합원 6명이 연행되고 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며, 추후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1차 퇴진총궐기가 끝난 뒤 광화문 사거리에서 모인 1천5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종로-을지로를 거쳐 다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1시간 30분간 '국정농단 윤석열 OTUT 촛불행진'을 벌였다.
연도의 시민들은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안에서 휴대폰 사진을 찍거나 함께 퇴진 구호를 외치며 행진대열에 지지의사를 표시했다.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대표들이 국정농단 윤석열OUT 촛불행진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종강보다 하고 싶다. 윤석열 퇴진. 대학생들이 들고 나온 구호이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석열 퇴진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 퇴 진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STOP 전쟁조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긴건희 지키려고 대북전단 살포지원? '윤석얼 때문에 열받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행진대열을 휴대전화로 찍는 연도 시민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정농단 윤석열 OUT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연도의 시민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행진단에 지지의사를 표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9일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전봉준 투쟁단' 발족실이 진행됐다. ⓒ 김준 기자
“우리가 전봉준이다. 우리가 농민군이다”
윤석열 정부가 농민 봉기를 다시 불러일으킬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았던 ‘전봉준 투쟁단’이 발족했다. 이들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자리에서 발대식을 진행하고,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가 주최하는 퇴진총궐기에 합류했다.
한국 역사에서 국가적 위기나 억압에 반발해, 농민들이 앞장서 나선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조선 말기, 탐관오리의 부패와 일본의 경제적 침탈에 맞서 전봉준을 중심으로 농민들이 봉기를 일으킨 동학농민운동이 대표적이다.
친일 뉴라이트 인사, 독도 조형물 철거, 과거사 부정 등 지금 윤석열 정권의 외교정책은 구한말, 그때의 정책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정부 요직에 친일 발언 인사를 세우고, 사법부가 인정한 과거사 문제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과거사 사과 문제에 대해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밝힌 김태효 국가안보실1차장을 아직도 최측근으로 두고 있다.
9일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전봉준 투쟁단' 발족실이 진행됐다. ⓒ 김준 기자
130년 전 정부를 향해 낫과 죽창을 들고 일어난 농민 봉기가 다시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은 녹두장군 전봉준 장군 동상 건너편에 있는,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르메이에르 빌딩에서 ‘전봉준 투쟁단’ 발족했다.
2015년 민중총궐기에서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뒤, 분개한 농민들은 녹두장군 전봉준 장군의 정신을 계승 받아 처음 전봉준 투쟁단을 꾸렸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 퇴진 투쟁에 선봉에 서며 반농민·반노동 정책에 맞섰다.
그 전봉준 투쟁단이 윤석열 정권에서 부활했다. 쌀값 폭락으로 절규하는 농민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뉴라이트 친일 인사로 나라를 파국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이들은 윤 정권의 농업파괴, 농민 말살 정책에 반발하며, 정부의 친일 정책도 규탄했다. “일본 사도광산 전시실에 강제 동원됐다는 표현이 누락됐는데도 우리 정부가 이를 용인했고, 3.1절 기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는 이번에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주권을 팔아먹는 대통령”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임기 내내 “농업파괴가 이뤄져, 10월 25일 산지 쌀값은 한 가마(80kg)에 182,900원에 이르러 지난해에 비해 15.9%가 하락했다”며 “정부의 대책이 나올 때마다 쌀값은 오히려 하락중”이라고 정부의 무능을 비판했다.
9일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전봉준 투쟁단' 발족실이 진행됐다. ⓒ 김준 기자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회장은 “역사가 되풀이 된다”면서도 “이 결기를 갖고 끝까지 투쟁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양 회장은 “이태원의 쓰라린 마음들과 아리셀의 노동자들처럼 무책임하고 자본의 뒤만 쫓는 나라로부터 세상을 떠난 국민들이 있다”며 “아직 목숨줄 붙어 있지만 죽음이나 다름없는 삶을 사는 노동자와 농민들이 있고, 그들을 끝없이 거부하는 대통령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윤석열 정권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그들이 가진 권력을 빼앗은 것뿐”이라며 “130년 전 사람이 이곳 하늘이라는 빛을 들고 일어난 이들, 2024년 5월 우리는 다시 전봉준의 이름으로 떨쳐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대식을 마친 이들은 민중총궐기가 열리는 숭례문으로 행진해, 연대 집회를 이어갔다.
9일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전봉준 투쟁단' 발족실이 진행됐다. ⓒ 김준 기자
9일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전봉준 투쟁단' 발족실이 진행됐다. ⓒ 김준 기자
9일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전봉준 투쟁단' 발족실이 진행됐다. ⓒ 김준 기자
9일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전봉준 투쟁단' 발족실이 진행됐다. ⓒ 김준 기자
9일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전봉준 투쟁단' 발족실이 진행됐다. ⓒ 김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일주일 만에 취임 후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한국갤럽 8일 발표한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17%로 지난주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부정 평가도 74%로 2%포인트 높아져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선일보를 제외한 조간신문은 9일자 사설을 통해 17% 지지율의 의미를 비중 있게 지적했다. 이날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가 지지율 17% 기사를 1면에 배치한 반면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를 3면에 배치했다.
동아일보는 9일 사설 <1위 여사, 2위 경제, 3위 소통… 3대 난맥에 부정평가 역대 최고>에서 “7일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은 국정 난맥상을 반성하고 쇄신책을 제시함으로써 추락하는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지만 대통령은 김 여사를 감쌌고, 김 여사 특검은 ‘정치 선동, 인권 유린’이라 했으며, 자신의 육성 녹취까지 공개된 명태균 씨 의혹은 부인했다”고 했다. 이 신문은 “대통령은 2시간 20분간 목이 아프도록 해명했지만 말이 길어질수록 민심과 동떨어진 인식에 대다수 국민들은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동아일보는 “민심이 돌아서고 있는데 무슨 힘으로 (임기를) 완주한다는 건가”라고 되물으며 “대국민 담화에 ‘할 수 있는 건 다했다’고 엉뚱한 소리 하는 대통령실 참모진부터 모두 갈아 치워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도 같은 날 사설 <‘지지율 17%’ 최저 경신…실종된 대통령의 위기의식>에서 “국정운영 동력이 바닥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지만, 윤 대통령에게서 위기의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역대 대통령을 돌아봐도 임기 반환점을 앞둔 시점에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경우는 찾기 어렵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대국민사과를 할 때 지지율이 17%”라고 했다. 김 여사를 담당할 제2부속실을 출범하고 윤 대통령 부부의 개인 휴대전화를 교체하기로 했다는 대목을 두고서는 “국민 눈높이에 걸맞은 쇄신책으로 평가하긴 어렵다”며 “지지율 17%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같은 날 사설 <‘트럼프 2기’ ‘4대 개혁’… 난제 첩첩 임기반환점에 尹 지지율 17%> 사설에서 “임기반환점(10일)에 국정이 힘을 받기는커녕 정상적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라 분위기를 침울하게 한다”며 “지지율 추락 관성을 막기 위한 시급한 과제가 김건희 여사 문제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다음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지 않기로 했지만 냉랭한 여론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무엇보다 그제 미흡한 회견 탓에 대통령 ‘신뢰의 위기’가 국정 최대 리스크로 되레 부각하는 형국”이라며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사과를 제대로 하라’고 했다며 대국민 사과 원인 제공자의 조언을 전하는 기이한 모습까지 보였다”고 했다.
▲지난 6월13일 김건희 여사가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악수 중인 모습. 사진=대통령실
반면 조선일보는 최저 지지율과 관련한 사설을 쓰지 않았다. 대신 <김 여사 해외 순방 불참, 특별감찰관도 조속히 임명을>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대통령실이 제2 부속실 설치와 김 여사의 순방 불참, 대외 활동 중단, 개인 휴대폰 폐기 등 실질적 조치를 잇따라 내놓는 것은 김 여사 국정 개입에 대한 국민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민주당이 (특별감찰관) 추천을 미룬다면 윤 대통령이 더 적극 나서서 특별감찰관 역할을 할 사람을 자체적으로라도 임명했으면 한다. 그러면 국민 신뢰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7일 대국민 담화 이후 지지율을 올릴 국면을 만들기 위해 애써 정부 비판을 최소화하는 모습이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 사진은 지난해 서울 강서구 전교조 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다. ⓒ민중의소리
“좋은 건 같이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윤석열 정권 퇴진 찬반을 묻는 투표 참여를 안내하고 독려했다는 이유로 수사 대상이 된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은 교육부의 대응에 의연한 반응을 보였다. 불과 1년여 전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반대투표 독려 메일을 보낸 행위가 문제가 돼 전교조 서울지부 관계자들이 수사를 받았던 터라, 정부의 강경 대응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럼에도, 투표 독려를 한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전 위원장은 “조합원들도 함께 동참해서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못하게 하는 대통령 좀 물러나라는 목소리를 같이 외쳐야 되지 않겠나라는 고민들이 있었다”며 “윤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졌기 때문에 (윤석열 정권 퇴진은)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사안”이라고 힘줘 말했다.
교육부는 전교조 홈페이지에 올라온 위원장 명의의 호소문과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홈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는 QR코드 게시물 등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행위로 보고,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에게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하고 노동운동이나 그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게시물들이 이를 위반했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교육부가 수사의뢰 사실을 공개한 시점은 게시물이 올라온 지 한참 지난 10월 31일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일명 ‘명태균 녹취록’이 추가 공개된 날이기도 하다. 이 녹취록에는 윤석열 대통령 육성으로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사실상 공천개입 물증이 드러난 셈으로, 윤석열 정권으로서는 대형 악재가 터진 상황이었다. 그런데 마침 이날 오후, 정부는 전교조 위원장을 수사 의뢰했다. 교육부가 공개한 수사의뢰 대상이 ‘전교조 위원장 등’으로 명시된 것으로 보아, 실제 수사 대상은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6일 서울 강서구 전교조 회관에서 만난 전 위원장은 “교육부 내부에서도 이게 처벌 자체가 가능하냐는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강수를 둔 이유는 마침 ‘공천 개입’ 녹취록이 터졌던 날이라 이런 걸 던진 게 아니겠나. 용산에 잘 보여야겠다는, 현재 정권의 어려움을 돌파하는 데 역할을 하고자 하는 교육부 장관의 마음이 아니었을까”라고 추측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교육시민사회단체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전교조 수사의뢰한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1.6 ⓒ뉴스1
교사를 비롯한 공무원에게 정치활동을 보장하지 않는 현행법상 이러한 논란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져 왔다. 당장 지난해 6월에는 교육부 시스템을 이용해 교사들에게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독려 메일을 보낸 전교조 서울지부 관계자들이 수사를 받았고, 올해 7월 국가공무원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까지 됐다.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만이 아니라, 교육감 선거에조차 교사들은 제대로 된 의견을 낼 수 없었다. 일례로 최근 치러진 서울교육감 보궐선거 당시 한 교원단체가 교육시민단체와 함께 교육감 후보자를 초청하고 공약 평가 및 심층 면접을 진행하려 했으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제재로 무산된 바 있다. 서이초 투쟁 당시에도 공분한 교사들이 연가나 병가를 쓰는 방식으로 우회적으로 파업에 나서자, 교육부가 징계를 운운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가 거센 반발에 부닥쳐 철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 위원장은 “교사들에게 정치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문제는 계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었다. 작년 서이초 투쟁을 하면서도 기본적인 교권 문제가 해결되려면 정치기본권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왔었다”며 “기본적으로 정치기본권을 보장할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고, 교원노조들도 교육 정책과 관련된 기본적인 입장을 가지고 교섭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국회 내에 이미 법안들이 많이 발의되어 있기 때문에 빠르게 처리하면 된다. 특히 이러한 문제가 계속되는데도 불구하고, (다수당이자 해당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이 해태하는 부분에 대해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의원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면, 보통 국민의힘의 반대와 국민 정서를 얘기하지만 국민의힘의 반대는 이제 더 이상 핑계를 댈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 정서에 대한 부분도, 교사들이 수업 중 정치 활동의 자유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퇴근 이후 정치 활동의 자유라는, 국민의 가장 기본권을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해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강원교육청 단협 실효 파기 선언으로 시작된 충돌
정권 위기 맞은 여당 정치인들, 일제히 ‘전교조 때리기’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이 전교조 강원지부와의 단체협약 실효를 선언했다. ⓒ강원도교육청
강원에서는 기상천외한 ‘전교조 탄압’이 벌어지고 있다. 전교조 강원지부와 단체교섭을 진행 중인 강원도교육청이 돌연 현행 단협의 실효를 일방 통보하면서다.
12년만에 보수 성향 교육감으로 바뀐 강원도교육청과는 단체교섭 과정에서도 크고 작은 진통을 겪었다. 강원도교육청은 이번 교섭 과정에서 기존 조항 대부분을 삭제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는데, 이 조항에는 육아휴직 교사 권리보호, 교사 정원 확보 및 기간제 교사 처우, 교사의 수업 부담 경감, 공익제보자 인권 보호, 교육환경 개선, 성평등,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 등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내이 담겨 있다고 한다.
특히 이 와중에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은 단협 실효에 항의하는 전교조 조합원들이 물리력을 행사해 넘어져 부상을 당했다며 일주일 넘게 병원에 입원 중이다. 그러나, 강원지부가 공개한 당시 상황을 보면, “면담 좀 부탁드린다”는 전교조 조합원들을 교육청 관계자가 밀치며 나가는 과정에서 신 교육감이 넘어지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또 다른 영상에선 신 교육감이 머리 뒤쪽을 잡으며 걸어서 학교 밖으로 이동했다. 신 교육감은 속초의료원을 거쳐 서울 모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당시 함께 엉켜 쓰러진 강원지부 조합원들도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이후, 교육부는 물론 김진태 강원도지사까지 전교조 조합원들이 마치 물리적 폭력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며 공세에 나섰다. 여기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까지 참전해 전교조 지휘부의 책임 있는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전교조는 “허위 비방과 명예훼손성 발언”이라고 규정하며, 국민의힘에 “입 다물고 본인들 처신이나 똑바로 하라”고 일갈했다.
전 위원장도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교육 현안이 아니라 전교조 사안이라 여당의 원내대표까지 나선 것인가”라며 “전반적인 노동탄압, 노동혐오 기조로 (퇴진 찬반 투표에 대한) 수사 의뢰부터 전교조 때리기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위원장은 이번 사안의 시발점은 강원도교육청의 일방적인 단협 실효라는 사실을 분명히 짚었다. 그러면서 “10, 20년 전이면 몰라도 최근에는 이렇게 일방적으로 단협 실효 선언을 한 사례가 거의 없다”며 “전교조와의 단협을 진보 교육감이 한 단협이라고 주장하는데, 그 전에 보수 교육감과도 같이 만든 단협이 20년 동안 이어져 온 것이다. 그런데 지금 진보 교육감을 핑계 대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전 위원장은 대선 직후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성향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교육 현장에서도 퇴행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기조에 맞게 교육감으로서 기본적인 역할을 버리고, 자신의 정치적인 잇속만 차리는 게 아닌가”라고 질책했다.
법정 기준도 안 지켜지는 특수교육 현실,
또 한 명의 교사가 스스로 세상 등져
지난 1일 인천시교육청 본관 앞에 특수교사 A 씨를 추모하는 조화가 설치돼 있다. 앞서 24일 오후 8시쯤 미추홀구 자택에서 초등학교 특수교사 30대 남성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특수교육계는 A 교사가 격무와 민원에 시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5년차 미만특수 교사로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024.11.1 ⓒ뉴스1
지난달 24일 인천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했던 4년 차 특수교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또 다른 비극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있던 A씨는 평소 지인들에게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맡았던 학급에는 법정 정원을 초과한 8명의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이 있었다. 특수교육법상 한 학급의 정원은 6명인데, 올해 초 일시적으로 2명의 학생이 졸업해 6명으로 줄자, 인천시교육청은 한 학급을 줄이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이후 특수교육 학생 2명이 차례로 전학 오면서 남은 한 학급이 과밀학급이 됐던 것이다. A씨는 이 외에도 통합학급에 있던 특수교육 학생들의 지도하고 행정업무까지 담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 위원장은 A씨의 죽음에 대해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절망으로 이어졌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게 거의 대부분의, 특수학급을 맡고 있는 선생님들의 현실”이라며 마음 아파했다.
실제, 전교조 특수교육위원회가 지난 7월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A씨와 같은 환경에 놓인 특수교사들의 상황이 여실히 드러났다. 전국 특수교사 1,175명이 참여한 조사 결과를 보면, 특수교사가 담당하는 과중한 행정업무와 적절한 전문 인력 지원 미비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가장 주요한 요구는 특수학교·특수학급의 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법정 기준을 준수하라는 것이었다.
전교조를 비롯한 6개 교원단체는 지난 5일 도성훈 인천교육감과의 면담을 갖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특수교육 여건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도 교육감과의 면담 당시, 300여명의 조합원이 현장을 찾았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교사들이 함께 공감하고 분노하는 문제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모습이었다. 전 위원장은 “따로 조직한 것도 아니었고, 모두 자발적으로 오셨다. 일요일에 교육감 간담회가 있으니 혹시 목소리 내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오시라고 웹자보를 만들었는데, (간담회가 있던) 화요일에 바로 300여명 정도 오셔서 교육청 로비를 메웠고, 면담이 끝날 때까지 계셨다”라며 “특수교육 정상화를 요구하는 서명 참여자는 이틀도 안 돼 벌써 1만 5천명이 넘어섰을 정도로 모든 특수교사들이 (자신의 문제처럼)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 위원장은 “교사만의 요구는 아니다. 인천교육청 앞에서 장애인 학부모 단체들도 기자회견을 했는데, 가장 중요한 문제로 과밀화 문제를 얘기했었다”라며 “특히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한테는 더 많은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더 학급 당 인원이 줄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특수교육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정 기준도 바뀌어야 하고, 교사들의 정원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전 위원장은 강조했다. 전교조는 7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도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 당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구체적인 요구로는 ▲인천 특수교사의 순직 인정 ▲특수학급 법정 학생 정원 준수 및 과밀 문제 해결을 위한 특수학급 증설 ▲업무 집중 방지 위한 특수학급 교사 정원 증원 ▲특수학급 담임교사 업무 감축 등을 제시했다.
제대로 된 교육 위해 인력·예산 필수적인데,
교원은 줄이고, 예산은 지방교육청에 떠넘기기?
지난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죠)전희영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교육예산 삭감 철회 기자회견에서 내년 유・초・중등교육 예산이 7조 이상 삭감 규탄 공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3.17 ⓒ민중의소리
교사들의 교육할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학령 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원 감축에 나섰고, 세수 펑크 등의 영향으로 각 지방교육청의 예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대폭 줄어들었다.
전 위원장도 이러한 상황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우선, 교원 감축과 관련해선 전체 교육의 질을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령인구는 줄어들지만, 전국적으로 학급 수나 학교 수를 보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며 “수업이나 생활지도 등은 학급을 기준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교사들의 수업시수나 업무는 폭증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전 위원장은 이어 “그런데 교사가 부족해 10개 반을 8개 반으로 줄이면, 학급은 과밀화된다. 이러면 학급당 학생 수는 계속 늘어나게 되고, 교사들의 노동강도도 세지고, 그럴수록 수업의 질은 떨어지는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지금 교원 선정 기준을 학생 수로 하고 있는데, 학급수 기준으로 바꾸는 것이 상식적이다. 이와 함께 학급당 학생 수도 제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예산과 관련해선 최근 개정된 시행령을 주목했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교육부가 현금성 복지 지출 규모가 큰 지방교육청의 교부금을 삭감할 수 있도록 하고, 교부금 배분 기준에 늘봄학교, AI 디지털교과서 등 정부 중점 정책을 추가했다.
전 위원장은 “세수 계산을 잘못해서 지방교육청의 예산이 줄어들게 생긴 데다가, 대부분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예산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기는 상황”이라며 “이번에 시행령이 개정된 것도 지방교육재정은 줄이고 정부에서 원하는 늘봄학교나 AI 디지털교과서 등을 하면 돈을 더 주겠다는 얘기다. 지방교육청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위원장은 “정부가 예산을 가지고 압박을 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교육 부분은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교육 예산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지방교육청에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을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 재수강 절대 없는 낙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전희영)이 지난달 26일 오후 전국 교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사진 속 청년 조합원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제공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지난 2020년 역대 최연소의 나이로 당선됐던 전 위원장은 2022년 연임에 성공해, 오는 12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최근 2년간은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 퇴행에 맞서는 선봉에 서 왔다. 그는 “특권학교 폐지 등 많은 국민들과 교육 주체들이 노력해 온 것들을 10, 20년 전으로 되돌리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낙제점을 주고 싶다. 재수강이 절대 없는 낙제”라고 정부의 교육 정책을 총평했다.
임기 동안 아쉬운 점을 묻는 질문에는 “교육권과 관련해 많은 고민을 했었다. 서이초 사건 이후 많은 선생님들의 투쟁으로 예전보다는 진척된 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었다”면서도 “다만, 정치기본권과 관련된 법 개정은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됐다. 그럼에도, 교사들에게 정치기본권이 너무나 절실한 문제라는 것을 오히려 교권 투쟁을 하면서 좀 알게 된 것 같고, 법 개정까지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이제 한 발 정도 뗀 것 같다”고 말했다.
성과로는 ‘젊은 조합원의 확대’를 꼽았다. 전 위원장은 “전교조가 과거 법외노조를 거치면서 정부의 탄압으로 조합원 감소세를 많이 겪었지만, 위원장을 하면서 탈퇴하는 조합원보다 가입하는 조합원이 많아졌다. 특히 2030 청년 조합원이 많이 가입하게 됐다”며 “이번 전교조 선거를 보더라도, 본부나 지부 모두 상당히 연령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탈퇴보다 가입이 훨씬 많은 전교조, 교사들이 찾아오는 전교조로 바뀌었다는 점, 2030 청년 교사들이 전교조와 많이 함게하게 된 점이 성과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한편, 제22대 전교조 위원장·사무총장은 합동연설회와 토론 등을 거친 뒤, 오는 26~28일 진행되는 본투표로 결정된다. 위원장·사무총장 선거는 양자 대결로 치러진다. 기호 1번은 강창수 위원장 후보-김현희 사무총장 후보조이며, 기호 2번은 박영환 위원장 후보-양혜정 사무총장 후보조가 출마했다. 당선인은 개표가 모두 완료된 28일 오후 발표된다.
'바이든-날리면' 사태는 윤석열 정부의 성격을 규정하는 핵심 사건이자, 대한민국 언론 자유의 핵심 문제라고 생각한다. 전 국민이 보고 들은 영상과 육성이 존재하는데도 뻔뻔하게 '미국 국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라고,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윽박지르며 소송전까지 불사한다. 지록위마(指鹿爲馬)를 뻔뻔하게 구사한다.
대통령 부부가 김영선 공천을 받기 위해 발벗고 뛰었다는 의혹은 김영선, 이준석, 명태균, 강혜경 등등의 녹취와 증언을 짜맞추면 합리적인 스토리로 구성된다. 구체적인데다, 아귀가 딱딱 맞는다. 하지만 대통령은 수많은 증거와 정황, 증언들을 두고 특유의 '두루뭉술 화법'과 '자기 모순' 화법으로 넘어간다. 기자회견을 요약하면 기억은 잘 안나지만 실제 '김영선이 해 줘라'는 말을 했더라도 '의견 제시' 수준이라는 거다.
검사 앞에 선 피의자가 일부러 바보 행세를 하면서 혐의를 부인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란 지적이 나온다. 검사 출신인 김용남 전 의원은 이를 '더듬수'라 표현했다. 쉽게 말해 '나는 바빠서 그런 일이 있는지 기억을 못하고, 설사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있더라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며,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설령 그런 행위를 했더라도 공모에 가담했다는 나의 혐의는 성립하지 않아요'라는 장황한 피의자식 화법이란 것이다.
2022년 5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은 명태균 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이 발언 자체는 부인하지 않고 있으니 사실로 간주할 수 있겠다. 검사들이 더 주목해야 하는 건 대통령의 발언보다 명태균 씨의 답변이다.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자, 명태균은 어떤 은혜를 입었을까?
수사의 프로토콜은 '이익을 본 자'를 족치는 데서 시작한다. 그가 어떤 이익(김영선 공천)을 봤는지 확정해야, 그 이익에 대한 대가(무상 여론조사)를 입증할 수 있는 것이다. '더듬수'를 구사하는 용의자를 잡는 방법이다.
앞에서 이 얘기 하고, 뒤에서 저 얘기하는 대통령의 당당한 몰염치에 대해서는 수많은 언론이 이미 사설과 칼럼을 통해 지적하고 있으니, 이 글에서는 몇 가지 간과할 만한 사실들을 추가로 짚어보려 한다.
첫째, '바이든 날리면' 사건을 떠올린 이유는 이렇다. 윤 대통령은 미국의 특별검사 제도를 언급하며 묘하게도 미국 의회를 "미국 국회"라고 표현한다. 대통령은 "과거에 이란콘트라 케이스의 경우에 미국 국회에서 특별검사법이라고 하는 걸 (결의했다)", "(미국) 국회가 특별검사를 (통해) 수사해야 하지 않느냐는 결의를 하게 되면..."이라고 말한다.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시간을 거슬 2022년 9월 있었던 '바이든-날리면' 사태 당시 김은혜 홍보수석은 "지금 다시 한번 들어봐 주십시오. '국회에서 승인 안 해 주고 '날리면'이라고 되어 있다"며 "여기에서 미국 (국회) 얘기가 나올리가 없고, '바이든'이라는 말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지금은 폐기한 '도어스테핑'에서 MBC 보도를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했다고 규정했다. 그리고 외교부는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소송을 제기한다.
재밌는 건 법원이 '바이든-날리면'을 판독 불가라고 하면서도, 윤 대통령이 '의회'라고 한 점을 주목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역시 글로벌 펀드 공여를 위해선 미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회는 미국 의회'이고 '날리면은 바이든'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이 성립한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외교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렇게 보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이 일반적으로 미국 의회를 지칭하는 '의회' 대신 착오로 대한민국 국회를 지칭하는 '국회'를 사용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미국 의회를 '국회'로 잘못 지칭하였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논파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평소에도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미국 의회' 대신 '미국 국회'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공식 기자회견에서 두 번이나. '미국은 의회라고 하지 국회라고 하지 않는다'라는 반박이 힘을 잃은 순간이었다. 윤 대통령이 '미국 국회'를 지칭했다는 가능성이 생겼다면, '날리면'의 자리에 '바이든'이 오는 게 자연스럽지 않은가? 법원이 충분히 참고할만 한 일이다.
여전히 "이 새끼들"은 '미국 국회가 아니고 한국 국회'를 향한 "상욕"이라고 주장한다 해도 그동안 없었던 염치가 생기는 건 아니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국회가 대통령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국회 시정연설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한국 국회에 '이새끼들'이라고 '상욕'을 하는 대통령의 국회관을 먼저 따져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본인의 국정 실패로 여당이 총선에 참패해 야당 의석 우위의 실상이 합법적이고 유일한 현실인데, 욕설을 하고 거부권을 남발하는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한다고 볼 수 있겠나.
유체이탈과 뻔뻔함, 그리고 부인에 대한 사랑만이 나뒹구는 국가 최고통치자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건 대통령의 화법이었다. 둘째, 이른바 '하여튼 대통령'이다.
"하여튼 저하고 통화하신 분 아마 손 들으라고 그러면 무지하게 많을걸요. 또 텔레그램이나 문자로 서로 주고받은 분들 뭐 엄청나게 많습니다. 근데 저는 이게 리스크도 있지만 장점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렇게 했는데 하여튼 이 부분은 제가 더 하여튼 이런 리스크를 좀 줄여 나가고 국민들이 어찌 됐든 이런 거로 걱정하고 속상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튼 좀 조치를 하겠습니다."
"그래서 하여튼 이런 변화와 또 쇄신과 또 더 유능한 모습 이런 것들을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또 영남 일부에서 말씀을 하시니 뭐 또 대구 경북 지역에 계신 분들은 하여튼 좀 하여튼 전체적으로 국민들께서 속상해하지 않으시도록 하여튼 잘 좀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사적 통화 문제와 10%대 지지율 관련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 짧은 문장들 틈에 '하여튼'만 8번 나온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클로바노트 로 옮겼을 기준으로 '하여튼'이란 말은 총 66번 나왔다. 대통령이 선호한다는 "국어사전 정의"에 따르면 '하여튼(何如튼)'은 "의견이나 일의 성질, 형편, 상태 따위가 어떻게 되어 있든"을 의미하는 부사다.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된 의혹 제기에 대해 답하면서도 습관적으로 '하여튼'을 쓴다. 조금 박절하게 말하자면 '아 됐고'의 느낌으로 들린다. 이런 언어 습관은 뭔가 일을 급하게 마무리하려는 심리, 잘못된 걸 지적할 때 변명거리를 생각해내는 심리와 연관돼 있다. 뻔하게 드러난 사실들을 앞에 두고 '하여튼 잘 하겠다'를 남발하는 건 성의없음으로 보여진다.
무의식적 언어 습관까지 지적하는 게 박절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총평하기에 '하여튼'만한 단어가 없다는 점을 "양해" 바란다. '하여튼' 기자회견에 '하여튼' 대통령을 보고 있으니, 이런 수준의 기자회견을 대체 왜 했는지, 참모들은 왜 말리지 않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용산 김건희 라인' 쇄신도 없고, 국정 기조 전환도 없이 '하여튼 사과'했다는 것인가? 당황스럽도록 장황한 변명의 향연이 끝나고 남은 건 대통령의 부인 사랑과, 김건희 영부인의 국정 개입 공식화다. 이번 기자회견은 두 번의 검찰 수사 면죄부에 이은 대통령의 마지막 '김건희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하여튼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영부인이 취임 초 순방을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취재진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명태균씨가 2023년 10월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과 글. 그는 청와대가 보이는 서울 전경 사진을 올리며 "청와대 터는 흉지"라고 썼다. ⓒ 명씨 페이스북, 박은정 의원실 제공
▲청와대 본관. ⓒ 권우성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윤 대통령 당선 직후 사주, 풍수지리 등으로 대통령실 이전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청와대 터는 흉지"라는 글을 쓴 것을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8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명씨의 2023년 10월 11일 페이스북 글에는 "롯데호텔 38층 ○○○○ ○○(식당)에서 본 청와대 터는 뒷산 백악산(아들)과 북악산(아버지) 봉우리가 서로 등을 지고 있어 배신을 뜻하는 흉지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명씨는 이 글과 함께 '백악산', '북악산', '청와대'를 각각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으로 표시한 전경 사진도 함께 게시했다. 다만 북악산과 백악산이 같은 산을 지칭한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북악산은 북한산의 오기로 보인다. 해당 글엔 "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군요"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현재 명씨의 페이스북에선 이 게시물을 확인할 수 없다. 명씨가 삭제 또는 비공개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녹음파일에 따르면, 명씨는 "아유, 내가 뭐라하대? 경호고 나발이고 거 내가 (김 여사에게) 거기 가면 뒈진다 카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카면 가나"라고 말했다.
또 "얘기했잖아. 그 청와대 뒷산에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있다니까"라며 "김종인 위원장 사무실에서 보니까, 15층이니까 산중턱에 있는 딱 그 청와대 딱 잘 보이데"라고 말했다. 이는 명씨가 위 페이스북에 쓴 글의 취지와 유사한 내용이다.
더해 명씨는 "내가 김건희 사모 앉은뱅이라고, 눈 좋은, 끌어올릴 사주라고 하고. 내가 뭐라 했는지 알아요?"라며 "(김 여사) 본인이 영부인 사주가 들어앉았고, 대통령 사주가 안 들어왔는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데 (내가 김 여사 등에게) 3월 9일이라서 당선된다 그랬제"라며 "(김 여사 등이) 왜 그러냐 그래서 꽃 피기 전에는 윤석열이가 당선, (꽃) 피면 이재명이를 이길 수가 없다(고 했어). 그래서 함(성득) 교수 전화 왔어. (함 교수가) '진짜 뭐 하루이틀 지낫으면 (대선에서 졌겠다 야' 그랬어"라고 덧붙였다.
대선 과정에서 청와대에서 광화문으로 대통령실을 옮기겠다고 공약한 윤 대통령은 당선 후 이를 수정해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했다. 윤 대통령은 손바닥 '왕(王)자', 천공 등으로 인해 꾸준히 무속 논란을 일으켜 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천 거래' 정황이 담긴 명태균씨와의 육성 파일에 대해, 윤 대통령은 그저 축하 전화였다며 국민 마음에 염장을 질렀다. 이제 어떤 말도 믿을 수 없게 됐다. 김건희·명태균·이종호·천공 등과 연결된 온갖 의혹이 해명되기는커녕 '탄핵 명분', '퇴진 사유'가 되어 돌아왔다.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도 본궤도에 올랐다. 일찌감치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한 진보당이 유세차에 올라 전국을 순회하며 투표 독려에 나섰다. 민주노총도 오는 9일 전태일 열사 54주기 노동자대회 때까지 120만 조합원 전체가 투표한다는 방침이다.
웬만하면 참아보려고 했지만, 윤석열 정권은 소나무 재선충처럼 도저히 고쳐 쓸 수 없는 존재임이 명확해졌다. 지난 총선은 윤석열 정권의 이런 본질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108석이라는 참패를 안겼음에도, 반성은커녕 언론을 장악하고, 검찰 권력을 남용하고, 국정을 농단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전쟁위기를 조장하고, 미국에 굴종하고, 일본에 더 비굴해졌다.
온 산 소나무를 모두 죽이는 재선충처럼 윤석열은 존재 자체가 대한민국의 파국이다.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는 베어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누가 윤석열을 끌어내려야 할까? 대통령에게 권한을 준 국민이 나서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윤석열 퇴진을 위해 대한민국 국민은 유권자가 돼야 한다. 선거 때 국민은 유권자로 불린다. 유권자, 권력이 있다는 뜻이다. 국민이 유권자일 때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국민께 머리를 조아린다. 그러니 국민이 직접 ‘투표소’를 찾아 유권자임을 선언하자.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는 그래서 국민 스스로 힘을 갖는 과정이며, 그 힘을 과시하는 절차다. 비로소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를 법전 밖으로 불러낼 때가 도래했다.
국민투표의 위력은 참여자 수가 결정한다. 100만이 투표하면 퇴진광장이 열린다. 500만이 투표하면 윤석열을 탄핵할 수 있다. 1천만이 투표하면 헌법을 바꿔 국민이 권력을 쥘 수 있다.
혹여 박근혜 탄핵 때처럼 죽 쒀서 개 주지 않을까 걱정이 앞설 수 있다. 물론 우려는 정당하다. 하지만 개에게 죽을 줄지 말지는 개 주인인 국민이 결정할 몫 아닌가. 주인이 주지 않았는데 개가 죽을 훔쳐 먹으면 몽둥이로 다스리면 될 일이다.
윤석열 퇴진을 주저하는 것은 개에게 뺏길까 두려워 죽을 쑤지 않는 어리석은 주인과 같다. 더구나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사회대개혁을 위해 헌법까지 개정하자는 마당에 ‘개 죽’ 논란에 빠져 있는 것이야말로 책임 방기이자 시간 낭비다. 그런 시행착오를 걱정할 시간에 윤석열 같은 독버섯이 다시는 자라날 수 없는 사회체제를 어떻게 만들지 연구하는 편이 낫다.
무엇보다 정권 퇴진투쟁에 노동자가 앞장서야 한다. 가장 많은 유권자가 노동자이기도 하지만, 헌법이 단결권을 보장한 유일한 계급도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단결은 헌법을 만든 국민의 명령이자, 노동자의 숙명이다. 단결한 노동자만이 퇴진투표에 기름을 붓고, 퇴진광장을 활짝 열어젖힐 수 있다.
특히 명태균이 대우조선해양 사측 관계자에게 파업 상황을 보고받고, 윤 대통령에게 강경 진압을 주문한 정황까지 드러난 이상 당시 투쟁 구호처럼 노동자는 ‘이대로 살 순 없게’ 되었다.
노동자는 이 땅의 모든 사회적 재부를 생산하는 창조자들이다. 이제 노동자가 창조해야 할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다.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주권과 평등이 넘치는 새 세상을 창조할 사람들의 이름 그 이름 자랑스러운 노동자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4.11.08. 05:02:31
지구촌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공화당은 정권교체뿐만 아니라 상하원도 석권했다. '트럼피즘'의 위세가 맹위를 떨칠 것임을 예고해주는 대목이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최우선적인 관심사는 북미정상회담 재개 여부로 쏠린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내내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7월 중순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나는 북한 김정은과 잘 지냈다"며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이제 북한은 다시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며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하고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고 "우리가 다시 만나면, 나는 그들과 잘 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6년 대선 후보 당시에도 김정은과의 만남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었다. 이를 두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측에서 '친북주의자'로 몰아붙여도 트럼프는 소신을 꺾지 않았었다. 그리고 숱한 화재와 논란 속에 구체적인 성과는 내지 못했지만,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김정은과 세 차례나 만났었다.
이쯤 되면 북미정상회담을 통한 문제 해결 의지는 트럼프의 소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의 측근들도 취임 직후부터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볼 때, 트럼프는 임기 초반부터 북미정상회담을 향한 수준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교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단단히 토라진 김정은 정권이 이에 호응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이 또 하나의 카드를 쥐게 될 공산은 커졌다. 2019년부터 '남방외교'의 문을 굳게 닫고 '북방외교'로 방향을 튼 조선(북한)은 북중 혈맹관계의 회복을 거쳐 현재에는 조정기에 들어갔다. 또 러시아와는 전략적 동맹 관계 수립을 향해 치달아왔다.
이를 지렛대로 삼아 조선은 러시아가 그랬던 것처럼 중국도 자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흐르는 북중 관계의 냉기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브 레터"를 주고받았던 트럼프의 복귀는 김정은 정권이 전략적 그림을 다시 그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트럼프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묵인 받으면 핵보유국 지위를 굳힐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정강정책에서 비핵화를 포함시키지 않았고, 트럼프가 대선 기간 내내 "핵보유국 지도자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한 것도 조선의 기대치를 높이는 배경이 될 것이다.
아마도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정상회담을 타진해오면 김정은 정권은 '비핵화 요구 제외'를 정상회담 성사의 핵심적인 조건으로 제시할 것이다. 이에 트럼프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알 수 없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한 등 북핵 동결을 대가로 이를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군비통제가 북미관계의 핵심 의제로 떠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의 귀환으로 가장 난처한 입장에 몰릴 쪽은 윤석열 정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정부는 김정은을 '악마화'하는 데에 여념이 없으나 정작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한다. 윤 정부는 김정은 정권을 '타도의 대상'으로 바라보지만 트럼프는 '잘 지내야할 상대'로 본다.
또 윤 정부는 '가치 동맹'을 역설해왔지만 트럼프는 '돈벌이'를 중시한다. 윤 정부는 한미(일) 연합훈련과 미국의 전략 자산 전개를 성과로 내세워왔지만, 트럼프는 이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었다. 윤 정부는 '수출'에 더더욱 의존하려고 하는데 트럼프는 '관세 폭탄'을 예고하고 있기에 경제적 불안도 커질 것이다. 윤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승전'을 돕겠다고 하는데 트럼프는 '종전'을 도모하겠다고 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차이점이다.
과거에도 한미간에 대북 인식 및 정책을 두고 엇박자는 있었다. 2000년대 초반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번처럼 극심하고도 뒤바뀐 엇박자를 예고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특히 트럼프의 기질과 '충성파'로 채워질 그의 참모진으로 고려할 때, 트럼프 행정부가 윤 정부의 입장을 존중할 것 같지도 않다.
이에 따라 남북미 삼각관계는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남북관계 최악-한미관계 결속-북미관계 와해'로 규정할 수 있는 현재의 국면이 조정기에 접어들 공산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북일정상회담을 꾸준히 타진해온 일본이 트럼프의 재집권을 계기로 이에 탄력을 붙일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정부 내내 추구해온 대북 강경 기조의 한미일 결속이 '맏형'에 해당하는 미국의 정권교체로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럼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면 된다.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낡은 구호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재정정책을 통한 내수 진작에 힘 써야 한다. 역효과가 입증된 대북 전단 살포 방조와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면서 조선의 호응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쌍중단'은 남북관계의 안정화에 기여함으로써 트럼프 2기를 대비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나 파병 검토를 중단하고 국제사회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는 휴전·종전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이러한 선택은 모두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이다. 또 국익과 민생, 그리고 국민 안전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선언에 서명하고 이를 교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07. ⓒ뉴스1
'고개 숙인 윤석열 대통령'으로 시작한 7일 대국민담화는 결국 '사과 없는' 기자회견으로 막을 내렸다. 윤 대통령은 "불편", "불찰" 등 단어를 써가며 "죄송하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지 끝까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 단상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15분간 미리 준비한 담화문을 읽고, 125분간 출입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경직된 표정으로 등장한 윤 대통령은 고요한 분위기에서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은 통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기자회견 직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입장하는 대통령을 맞이했으나, 이날은 기자회견 시작과 말미 모두 박수를 치지 않았다.
기자회견 첫머리, 윤 대통령은 자세를 낮춘 듯했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며 본격적인 담화문 낭독에 앞서 단상 옆에 서 "국민 여러분께 먼저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 같은 태도는 오래가지 못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다양한 질문이 쏟아지자 윤 대통령의 목소리는 점차 커졌다. 한 기자가 "김 여사 대외 활동 자제"에 관해 질의를 시작하자 윤 대통령은 "자제가 아니"라며 질문을 끊고, "사실상 중단"이라고 표현으로 바로잡았다. "질문을 좀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요구도 했다. 중간중간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비위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저희 집사람도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까지 만들어서 그야말로 저를 타깃으로 해서 제 처를 많이 '악마화'시킨 것은 있다"며 마지못해 사과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사과에 "국민에게 감사와 존경의 입장"이라는 모호한 의미 부여를 했다.
'김 여사 대외 활동 중단' 요구에 윤 대통령은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서 선거도 잘 치르고, 국정도 남들한테 욕 안 얻어먹고, 원만하게 잘하기를 바라는 일들을 국정농단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국어사전을 다시 정의해야겠다"고 되받아쳤다.
대통령실 '김건희 라인' 등 지적과 인적 쇄신 요구는 "적절한 시기에"라며 즉시 이행을 거절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라인'이라는 말은 굉장히 부정적인 소리로 들린다"고 날을 세웠고, 김 여사 처신에 관한 물음에 "앞으로 부부 싸움을 좀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며 "어떤 면에서 보면 순진한 면도 있다"고 두둔했다. '김건희 특검' 또한 "기본적으로 특검을 하니 마니를 국회가 결정해서, 또 국회가 특검을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며 세 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날 휴대전화 번호가 노출됐는데, 당일 쏟아진 3천여 건의 문자 메시지에 김 여사가 새벽까지 답장을 보낸 일화를 소개하거나, 이번 기자회견 예고 뒤 김 여사가 "사과를 좀 많이 하라"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것도 국정 관여고 뭐 농단은 아니겠죠"라고 비꼬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07. ⓒ뉴시스
명태균에 날 세우지 못한 윤 대통령..."부적절한 일 없어"
명태균 씨와 관련한 논란 역시 소명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에게 명 씨는 "지역 사람" 정도였다. 최근 윤 대통령 부부를 겨눈 폭로를 일삼아온 명 씨에 대해 윤 대통령은 비난 한마디 없었다. 그저 "명 씨와 관련해서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다"는 입장이었다. 윤 대통령은 명 씨와의 통화에서 "길게 이야기할 수 없어서 기본적인 말만 한 것 같다"며 공천 개입 논란을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명 씨한테 여론조사 해달라고 얘기한 적 없다"고 강변했고, "공천 개입이라고 하는 것의 정의도 따져봐야 한다"며 자신은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영선 전 국회의원과 관련한 보궐선거 공천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며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진행되는 것을 꾸준히 보고 받아야 하고, 저 나름대로 고등학교 3학년 입시생 이상으로 바빴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질문 매체 편중' 문제 반복한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통령실 출입 매체 중, 26개 언론사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질문자는 사회를 본 정혜전 대변인이 지목했다. 정치 분야에서 12개, 외교·안보 분야에서 5개, 경제 분야에서 2개의 질문을 받고, 분야 제한 없는 7개의 추가 질문을 받았다. 참석한 대다수의 기자들이 번번이 적극적으로 손을 들어 질의 의사를 표출했지만,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매체에 질문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고질적으로 지적된 '질문 매체 편중' 문제는 이번에도 반복됐다.
대통령실이 공지한 대로 '끝장 기자회견'도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담화 및 기자회견이 시작한 지 2시간이 넘어가자, 정 대변인에게 "이제 (질문) 하나 정도만 하자. 목이 아프다"며 정리를 요청했다.
질문 세례에도 결국 김 여사 문제에 대한 명확한 사과는 나오지 않았다. 기자회견 말미, '그래서 윤 대통령은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 거냐'는 추가 질문이 나왔지만 윤 대통령은 "사실은 잘못 알려진 것도 굉장히 많다", "구체적으로 말하기 좀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이 (통화 녹음을) 공개했는데 짜깁기 됐느니, 소리를 집어넣었느니 대통령이 그걸 가지고 맞네 아니네 다퉈야 하겠나"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어찌 됐든 사과를 드리는 건 처신이 올바르지 못한 것"이라며 "예를 들어서 무슨 창원 공단 어쩌고 하는 것을, 사실도 아닌 걸 가지고 '거기에 개입해서 명 씨에게 알려줘서 죄송합니다' 그런 사과를 기대한다면 그것은 사실과 다른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인정할 수도 없다. 그것은 모략이다. 그런 것은 사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해 장내 분위기를 더욱 냉랭하게 만들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정권 위기 국면전환용 공안탄압 저지·국가보안법 폐지 대책위원회’는 7일 오후 2시 법원삼거리(신한은행 법조타운지점) 앞에서 윤석열 정권의 공안정국에 힘실어주는 사법부의 정치적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정권 위기 국면전환용 공안탄압 저지·국가보안법 폐지 대책위원회’는 7일 오후 2시 법원삼거리(신한은행 법조타운지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6일 민주노총 전 간부들에 대한 국가보안법 조작사건, 15년 중형선고를 윤석열 정권의 공안정국에 힘실어주는 사법부의 정치적 판결이라면서 강력히 규탄하였다.
참석자들은 “10%대 국정 지지율의 윤석열 정권은 정권위기 돌파를 위해 공안정국을 조성하며, 국가보안법을 노동자·민중을 탄압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권은 김건희 특검을 거부하고 국회 입법권마저 무력화하며 검찰을 동원한 먼지털이식 수사, 진보세력에는 종북프레임을 덧씌우며 압수수색 등 국면전환용 공안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하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공동대표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김재하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공동대표는 “재판부는 국가보안법으로 정권유지에 앞장서온 공안검찰의 공소장을 그대로 장시간에 걸쳐 낭독하고 그 판결문을 조·중·동 등 분단과 전쟁신문들이 그대로 베껴서 보도하였다”면서 “정권유지를 위하여 윤석열 정권의 앞장이 역할을 하는 사법부를 야만적이라고 강력히 성토하였다.
함승용 담당변호사가 항소심을 통해 치열하게 다툴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함승용 담당변호사는 “국가보안법은 그 자체로도 위헌적이며 적용할 때도 조문같이 엄격하게 적용하여야 하며, 실질하고 위험이 있는지 판결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자료들은 기사나 검색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이며, 기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항소심을 통해 치열하게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건은 기소 전부터 민주노총 간첩단이라는 프레임으로 수사가 시작되었으며, 일상생활이 파괴당하고, 20여년 몸 담은 조직을 떠나야 했으며, 촬영·미행한 사람들 때문에 지인들과 식사도, 대화도 어려웠다고 하면서 무죄추정의 원칙과 피의자 보호를 위한 공소장 비밀은 지켜지지 않았으며 4명 중 1명은 무죄라는 사실은 이들이 간첩단을 조직하거나 활동했다는 사실은 거짓”이라고 주장하였다.
황인근 NCCK 인권센터 소장(목사)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황인근 NCCK 인권센터 소장(목사)은 “연말이면 끝나는 국정원의 수사권, 정권을 연장해보려는 발악인 것 다 안다.”면서 “최근 통혁당 재건사건이 항소심에서 40여년 만에 무죄선고를 받았다면서 피해자는 이미 삶을 마감하였고 그 자녀들은 억울하게 싸워왔지만 49년 만에 무죄선고가 기쁜 일인가?”라면서 “국가보안법은 패악질의 도구였다. 인권소장으로 여러 재판을 경험했지만 이런 재판은 처음”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판사는 검찰의 공소장을 보도자료마냥 꼼꼼히 읽어 1974년 인혁당, 민청학련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면서 “사법부는 허튼 권력에 아부하는 게 임무가 아니라 안전한 사회를 위해 책임을 다하라.”고 질타했다.
엄미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엄미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북의 공작 지령이라고 일컬어지는 대화 몇 마디, 문서 몇 쪽이 대한민국 근간을 흔든다는 거짓선동으로 민주노총 활동을 왜곡하고 간부들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민주노총 120만 조합원들은 이런 거짓과 국가보안법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고 하는 것을 국민들에게는 결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히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윤석열을 당장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고는 “민주노총은 좌시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를 표명하였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정권 위기 국면전환용 공안탄압 저지·국가보안법 폐지 대책위원회’는 7일 오후 2시 법원삼거리(신한은행 법조타운지점) 앞에서 윤석열 정권의 공안정국에 힘실어주는 사법부의 정치적 판결을 강력히 규탄하였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날 기자회견은 안지중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참가자들은 “국면전환용 공압탄압 가세하는 사법부를 규탄한다!, 반헌법 반인권 반민주 악법 국가보안법 폐지 하라!, 모든 양심수를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진행한 가운데 8일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등 매체에서도 혹평을 내놨다. 중앙일보는 “진솔한 사과보다 변명과 자기 합리화만 부각됐다”며 특히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해 “대통령의 인식엔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어리둥절했던 140분 회견”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와 서울신문은 기자회견에서 아쉬운 대목도 있지만 앞으로 쇄신하길 바라는 논조의 사설을 냈다.
기자회견에서 질문 기회를 얻은 지역신문은 부산일보와 영남일보다. 부산일보 기자는 대통령의 사과가 미흡하다는 취지로 비판적인 질문을 했고 영남일보 기자는 대구경북(TK) 지역에서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것에 대해 질문했다. 8일 부산일보는 ‘사과는 했지만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놨고 영남일보는 윤 대통령이 TK 지역의 중요성을 언급한 대목을 의미있게 평가하면서도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서는 여론 인식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해 8일자 신문 1면 톱기사 제목 중 상당수는 부정적인 평가를 담고 있다.
경향신문 <고개만 숙였다>
국민일보 <아내 처신 머리 숙이고 의혹 앞엔 고개 저었다>
한국일보 <尹 고개 숙였지만, 의혹엔 고개 저었다>
동아일보 <‘김건희 의혹’ 부인한 尹, 특검 거부>
중앙일보 <윤 대통령 “어찌됐든” 사과>
한겨레 <“어찌 됐든 사과” 140분 맹탕 회견>
경향신문, 국민일보, 한국일보 등이 윤 대통령이 고개만 숙였을 뿐 내용상으로는 의혹을 부인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보이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았다. 동아일보 1면 기사 제목에서 대통령이 김건희 의혹을 부인하고 특검을 거부했다고 회견 내용을 요약했다.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사과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윤 대통령이 회견에서 자주 쓴 표현이기도 한 “어찌 됐든 사과한다”는 표현을 제목으로 뽑았다.
▲ 8일자 동아일보 1면 톱기사
일부 신문에선 윤 대통령이 한 말을 그대로 인용하는 수준으로 제목을 지었다.
서울신문 <尹 “아내 처신 신중하지 못해…제 불찰”>
세계일보 <尹 “아내 처신은 잘못…특검은 정치선동”>
대체로 윤 대통령의 사과가 형식적이었다는 평가를 보였지만 조선일보는 1면에서 윤 대통령의 사과메시지만 부각하는 제목을 뽑았다.
조선일보 <“저와 아내 처신 올바르지 못해 사과드린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앞으로 윤 대통령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설 <윤 대통령 크게 바꿔 크게 얻기를 바란다>에서 “회견에 대한 여론 반응이 썩 좋지는 않은 것 같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사과하는지 밝히지 않은 채 두루뭉술 넘어갔고 각종 의혹도 대부분 부인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윤 대통령이 사과했지만 김 여사의 부적절한 처신이나 국정 개입 논란이 다시 벌어지면 모두 허사가 된다. 윤 대통령도 적절한 휴대폰 통화로 구설에 휘말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은 곧 임기 반환점을 돈다. 크게 얻으려면 크게 바꿔야 한다. 임기 후반기를 맞는 윤 대통령이 그렇게 했으면 한다”며 “트럼프 재집권과 북한의 러시아 파병, 경기 침체 등 시급한 경제·안보 현안이 산적해 있다”고 했다.
서울신문도 사설 <尹 “저의 불찰”…체감할 후속 조치 최대한 서둘러야>에서 “대통령의 입장을 십분 헤아리더라도 포용력을 보여야 하는 국정 최고지도자의 모습을 기대한 국민 귀에는 부족하게 들렸을 수 있다”면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들을 하루라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그 외 나머지 매체들은 향후 개선점이나 기대보다는 기자회견 비판에 무게를 실었다.
세계일보는 사설 제목이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친 대통령 회견>이고, 중앙일보 사설 제목은 <‘어쨌든 사과한다’만 기억나는 윤 대통령 기자회견>이다. 중앙일보는 “국민은 행간에서 ‘아 대통령은 미안해 하기보다 억울해 하고 있구나’ ‘아 혹시 사과도 아내의 허가를 받는 건가’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라며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요구에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것이나, 대통령실 및 내각의 인적 쇄신을 예산안 마련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이유로 뒤로 넘긴 것 또한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기자회견 관련 사설을 두개 냈다. <“어찌됐든 사과” “육 여사도”…어리둥절했던 140분 회견-고개 숙이며 시작은 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에서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변호인에 가까웠다. 부인의 억울함과 공로를 전하기에 급급한 답변에선 반성과 성찰, 쇄신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며 “그러니 무엇을 잘못했다는 건지, 한데 왜 사과한 것인지 궁금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적 의구심이 씻기지 않은 채 앞으로 2년 반도 그 문제를 안고 그대로 가겠다는 것인지 더 큰 의문을 남겼다”고 했다.
두 번째 사설 <표류하는 ‘4대 개혁’에 대한 안일한 인식>에서는 “4대 개혁의 잘못된 방향 설정이나 더딘 추진 속도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해소할 만한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며 특히 “윤 대통령은 여야와 의료계가 협의체 가동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해 온 올해 입시 정원 조정에 대해 ‘정부가 추진한대로 됐다’고 선을 그으며 협의체 출범 전망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 8일자 한겨레 만평
한겨레도 2개의 사설을 통해 기자회견을 비판했다. 사설 <“이런 대통령 처음 봤다”, 이젠 더 이상 기대가 없다>에서 “자신의 억울함 토로와 자화자찬으로 140분을 채운 윤 대통령에게 더 이상 어떠한 기대도 걸 수 없게 됐다”며 “뭘 잘못했는지. 그렇게 사과하라고 하니 일단 ‘사과는 해드릴게’라는 투”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강조하면서 “당선자가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는 것 처음 봤다” “이런 (소통 잘하는) 대통령 처음 봤다”는 발언도 소개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하지만 기자회견을 지켜본 많은 국민들은 전혀 다른 의미로 ‘이런 대통령 처음 봤다’고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또 다른 사설 <‘김건희 특검법’이 정치선동이라는 윤 대통령>에서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삼권분립 체계 위반”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힌 부분에 대해 “기본적으로 특검이란 행정부를 신뢰하기 힘들어 ‘독립적인 수사’를 필요로 할 때 진행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참여한 ‘국정농단 특검법’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특검 추천권을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 8일자 경향신문 만평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부산일보 기자의 질문과 이어지는 경향신문 기자의 질문이 눈에 띄었다. 부산일보 사설에는 이 내용을 담았다. 부산일보는 사설 <사과했지만 국민 기대 못 미친 윤 대통령 담화·회견>에서 “실제로 한 기자는 ‘사과엔 갖춰야 할 요건이 있는데, 대통령께서 두루뭉술하고 포괄적인 사과를 하셨다’며 보충설명을 요구했다. 또 다른 기자는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는 부분은 어느 부분인가’라고 물었다”고 했는데 이 대목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부산일보는 사설에서 “기자들이 국민에 앞서 실망스러움을 표시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의혹들이) 사실과 다른 것도 많다’며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내놓았다”며 “요컨대 이날 담화·회견에서는 국민이 기대하던 윤 대통령의 실질적인 사과는 없었던 셈”이라고 평가했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영남일보 기자는 여당 텃밭인 TK지역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빠지는 것에 대해 질문했다. 영남일보는 사설 <“얼마나 아꼈으면 얼마나 실망 컸겠나” 그게 바로 TK민심>에서 “윤 대통령이 ‘대구경북의 절대적 지지가 저를 이렇게 만든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TK에 애정을 표했다”며 “‘최저치 경신 여론조사가 이어지고 대구경북을 포함해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 이탈하고 있다’는 영남일보 기자의 지적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언급”이라고 질의응답 내용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얼마나 아꼈으면 얼마나 실망이 크시겠나”, “자식이 밖에 나가 혼나고 오면 맞다 틀리다를 떠나 ‘너는 왜 자꾸 맞고 다녀, 앞으로 좀 잘해’라고 (질책)한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에 영남일보는 “일종의 대국민 사과의 자리였지만, TK민심의 현주소를 잘 헤아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윤 대통령은 “영남일보에서 말씀하시니 대구경북민들이 속상하지 않도록 잘좀 해야겠다”고 했다. 영남일보는 해당 발언을 사설에 인용하면서 “대통령의 각오가 허언이 되지 않으려면 국민 눈높이의 시선을 갖는 게 먼저”라고 했다.
그럼에도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보였다. 영남일보는 “당정갈등을 ‘언론이 부추긴 것’이란 인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특검법’에 ‘아내의 인권’을 들먹인 거나, 야당 탓한 ‘국회 시정연설’ 불참, 기존 주장을 되뇐 ‘의정 갈등’ ‘김건희 라인’ 부인 등도 여론과는 먼 상황인식”이라며 “구체적이지 않은 포괄적 사과는 사과의 효과를 반감시켰고, 쇄신의 결단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국정 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에 나선다. 명태균씨 관련한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과 김건희 여사 논란 등에 어떤 답을 할지 관심이 모인다. 임기 반환점(10일)을 사흘 앞두고 열리는 이번 기자회견은 윤석열 정부 임기 후반부를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연다고 밝혔다. 명씨와 김 여사 관련한 의혹에 대해 국민들의 궁금증이 큰 만큼 대통령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충분히 기자들의 질의를 받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8월29일 대국민 담화 시간(41분)보다 짧게 담화를 진행하고, 기자들과의 질문을 받을 예정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공천 개입과 여론 조사 조작 의혹 등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에서 불거진 의혹에 대한 해명과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어떤 대책을 내놓느냐에 기자회견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 수용을 답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명씨 관련 의혹 해명, 전쟁 책동 중단 입장 표명과 함께 김건희 특검법 수용을 윤 대통령 기자회견 ‘3대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한편, 연방평의회 외무위원회와 국방안보위원회는 5일 북러조약 비준안 채택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비준안 관련 대통령 공식 대변인으로 임명된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부 차관은 이날 “유사한 서방 협정과 달리 북러조약은 군사동맹 형성을 규정하지 않고 제3국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루덴코 차관은 “북러조약을 체결해야 할 필요성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지난 몇 년 동안 발전해온 러시아와 북한 간의 관계의 새로운 성격을 규정하기 위해서다”라고 짚었다.
이어 “두 번째 이유는 2022년 이후에 형성된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과 현재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시아에서 전개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주로 이 지역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이 추구하는 정책과 관련이 있다”라며 “이들은 이 지역에 무기를 투입하고 핵전략무기를 포함한 새로운 첨단 체계를 배치하고, 새로운 군사 및 정치 동맹을 형성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가 북한에 우주 기술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정보가 없다”라고 일축했다.
그리고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전개하고 있는 도발적인 활동에 대해 북한 동료들이 반응한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라며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는 북한 방어 능력 확보와 관련된 정당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성난 농민, 9일 윤석열 퇴진 집회 동참
"쌀값 20만 원, 양곡관리법 약속 어겨"
농민 삶도, 식량 안보도 걷어 차버린 정부
전국쌀생산자협회를 비롯한 농민단체와 국회의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쌀값 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 촉구 공동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오빠는 내리고, 쌀값은 올려라”
농업계도 9일 윤석열 퇴진 집회에 힘을 보탠다. 정부가 계속해서 약속을 어기자 김명기 전국쌀생산자협회장은 “이제 윤석열 정부에 기대할 것이 없다”며 퇴진 집회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농민계가 이토록 분개한 이유는 47년 만의 쌀값 폭락에도 정부가 ‘20만 원 보장’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부는 올해 수확기 쌀값을 한 가마당(80kg) 20만 원 선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러나 수확기에 소폭 상승한 쌀값은 다시 내리막길을 탔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지난달 농림축산부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하며 “이상 기후, 병충해, 수해 피해, 쌀값 폭락으로 대통령 공약인 쌀값 20만 원을 지켜야 하는데, 지금은 17만 원 수준으로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송미령 농림축산부 장관을 질타했다.
그런데 송 장관은 “수확기 산지 쌀값 20만 원 공약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말한 것”이라며 “호도하지 마시고 진정성을 읽어 달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거부도 농민들의 분노를 키웠다. 양곡관리법도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농민에게 약속한 공약 중 하나다. 그는 후보 시절 “농민의 적정한 소득 보전은 쌀의 안정적 수급에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양곡관리법상 기준으로 시장격리 요건은 충족된 상태로 늦추고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양곡관리법은 대통령의 첫 거부권 행사 법안이 됐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과잉 생산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된다”는 게 이유였다. 농민이 정부의 시장격리 정책에 기대 쌀 생산을 늘려 쌀값 하락이 계속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쌀값 하락 주요 원인은 쌀 자체 과잉 생산이 아니라, 정부가 매년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으로 국내로 들여오는 수입 쌀 때문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한국의 쌀 수입량은 국내 소비량의 약 10% 이상인데, 이는 타국과 비교해도 많은 양이며, 식량 안보 흐름에도 역행하는 정책이다.
최대 쌀 생산국인 중국과 인도는 자국 내 수요 대부분을 자국 생산으로 충당하며, 수입량은 전체 소비량의 3% 수준이다. 미국도 자국 소비를 위한 수입은 필요하지 않은 수준이다.
이는 계속되는 기후위기와 전쟁, 자연재해로 수출 제한 조치가 생길 경우를 대비한 세계 흐름이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과 같은 곡물 가격이 폭등한 사례를 고려하면 식량 의존도를 낮춰 자국 농업을 보존하고 확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양곡관리법은 국내 농민의 적정한 소득 보전하고, 장기적으로는 식량 의존도를 줄여 혹시 모를 수출 중단에 대비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농민의 생존과 식량 안보를 걷어 차버린 셈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농업인의 분노를 유발한 정책 실패와 쌀값 폭락 책임을 촉구하며 ▲24년산 쌀에 대한 명확한 연중 가격 유지 목표 제시 ▲쌀값 안정 주체로서 농협의 대책 마련 ▲반복되는 쌀값 폭락 사태 방지를 위한 정부와 여야의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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