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역 인근 전통시장인 초량시장을 방문해 시장을 찾은 시민과 상인들을 응원하고 격려했다. ⓒ대통령실
한국갤럽이 조사한 10월 넷째 주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20%로 또 한 번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 1위는 ‘김건희 여사 문제’(15%)였다. 그러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7일 청년 100여 명과 만난 자리에서 “제가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것은 (대통령) 개인에게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저는 그게 맞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이라고 생각해서 (이견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한동훈 대표는 김건희 여사 등 대통령 친·인척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이틀 앞서 지난 21일 한동훈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정진석 비서실장은 회동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야당이 지체하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동훈 대표가 곧바로 특별감찰관 추천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통해 결정될 원내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특별감찰관 임명을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김건희 특검법 처리가 먼저”라고 했다.
특감 추천 권한을 가지고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맞붙은 가운데, 동아일보와 한겨레, 경향신문은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한동훈 대표를 향해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것은 특별감찰관이 아닌 김건희 특검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특별감찰관은 등 돌린 민심 달랠 마지노선”이라며 “민주당이 김 여사에 대한 감시 장치 없이 연일 사고가 터지기만 바라는 게 아니라면 특감 추천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한겨레·경향 “국민이 원하는 건 특감 아닌 김건희 특검법”
경향신문은 한동훈 대표의 특별감찰관 도입 주장이 김건희 특검을 막기 위한 방책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4면 <‘특감’으로 ‘특검’ 가리는 여권> 기사에서 “정치권에선 특별감찰관 무용론이 팽배하다. 정권 후반기에 임명되는 특별감찰관이 김 여사의 공천·인사 개입, 주가조작 의혹 등 과거 사안을 들춰볼 수 없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라며 “국회가 특별감찰관 후보 3명을 추천하는데 대통령이 그중 자기 입맛에 맞는 여당 추천 인사를 임명하면 제대로 일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인력과 권한 부족에 허덕이다 좌초한 전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28일 경향신문 4면.
한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특별감찰관이라도 해야 민주당발 특검을 막을 명분이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친한계는 김 여사 특검법의 경우 ‘특검은 곧 탄핵’이라는 인식이 당내에 뿌리 깊어 추진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며 “결국 한 대표가 ‘민심’을 따르는 정치를 하겠다면 세 번째 발의된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김건희 특검법에 여야가 합의하면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문제는 자연스레 풀린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경중 못가리고 분란 휩싸인 與… ‘특감’보다 ‘특검’이 우선이다> 사설에서 “특별감찰관도 임명하고 김 여사 특검법에도 합의해야 한다”며 “다만 지금으로선 김 여사 특검법이 특별감찰관 임명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우선순위에서 앞선다. 특별감찰관 임명은 한동훈-이재명 간 여야 대표 회담의 결과를 보고 그때 가서 거론해도 늦지 않다. 여야가 김 여사 특검법에 합의하면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의 연계 문제는 부수적으로 풀릴 수도 있다. 일의 경중(輕重)과 우선순위를 구별하는 정치적 지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8일 동아일보 사설.
한겨레도 <김 여사 문제 놓고 ‘대표 권한 논쟁’ 여당, 그리 한가한가> 사설에서 “특감은 상시 감찰이라는 업무 성격과 제한된 권한·인력 등으로 김 여사 관련 수많은 의혹을 풀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것은 특감이 아니라 ‘김건희 특검법’이다. 여당은 권한 논쟁 따위의 소모적인 특감 실랑이를 접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한겨레·경향과 다른 입장 낸 중앙일보 “특별감찰관이 민심 달랠 마지노선”
반면 중앙일보는 특별감찰관 임명이 민심을 달랠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특별감찰관은 등 돌린 민심 달랠 마지노선이다> 사설에서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가 특별감찰관 추천 권한으로 다투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며 “여당이 이렇게 내분이나 벌이고 있을 만큼 상황은 한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갤럽의 지난 25일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긍정평가는 20%로 하락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국정농단 논란으로 사과했을 때 지지율이 17%였고, 바로 그다음 주 5%까지 급락한 끝에 탄핵당해 물러나야 했다. 지지율 하락을 막을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박 대통령이 당했던 위기가 반복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고 경고했다.
▲28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갤럽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 1위가 ‘김건희 여사 문제’(15%)다. 역으로 이 문제를 해소한다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치솟아 국정 동력을 회복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 여사 문제를 풀 현실적 방안의 하나가 특감이란 건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라며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도입된 특감은 초대 이석수 특감이 박 대통령 동생 근령씨를 사기 혐의로 고발하고,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을 감찰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그러다 박근혜 정권의 미움을 사 사임한 뒤 공석이 된 특감 직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5년 내내 임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도 한 대표와의 면담에서 북한 인권재단 이사 인선 지연을 이유로 특감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재단 이사직이 특감과 무슨 연관이 있는가. 특감은 등 돌린 민심을 달래기 위한 ‘마지노선’”이라며 “용산은 대안으로 ‘제2부속실 설치’를 들고 있지만 김 여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부속실 체제는 한계가 분명하다. 반면에 수사 의뢰권을 갖고 용산 내부를 24시간 감시하는 ‘암행어사(특감)’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김 여사 등 대통령 주변을 조심케 하는 예방 효과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한동훈에 “박근혜와 불편했지만 정권 재창출 위해 전폭 지지”
국민의힘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특별감찰관 추천 권한으로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일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빈소에 찾아온 한동훈 대표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과 불편했지만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전폭적으로 지지했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8일 중앙일보 5면.
중앙일보는 5면 <MB, 한동훈에 “불편했지만…재집권 위해 박근혜 전폭 지지”> 기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5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빈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꺼낸 말이다. 당시 한 대표는 대구 일정을 마치고 빈소를 찾아 조문했고, 이 전 대통령 부부와 30분간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박 전 대통령과의 편하지만은 않았던 관계를 언급하면서 ‘하지만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박 전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인 박 전 대통령과 크게 충돌하지 않은 점과, 친이계와 친박계가 화합해 선거에서 승리한 과정도 설명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이 가장 중요하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잘해낼 것’이라고 했고, 한 대표는 ‘제가 잘해서 꼭 정권 재창출을 하겠다고 화답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 전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언급한 것은, 격화되고 있는 윤·한(尹·韓) 갈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을 과거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갈등에 빗대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대통령과 여당 차기 유력 대선주자, 즉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충돌 양상인 점에서 닮았다”고 말했다.
“명태균 여론조사 대선에 활용” 폭로에 경향 “대통령실 거짓 해명했나”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맡았던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가 27일 뉴스타파와 경향신문에 “대선 당일 캠프 핵심 참모진에게 미래한국연구소의 미공표 여론조사 보고서가 공유됐고, 전략회의도 했다”고 밝혔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명태균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신 전 교수는 “마지막날 명씨 보고서는 (윤 대통령이 이재명 당시 후보를) 9.1%포인트 이기는 걸로 돼있더라. 대선 결과는 0.73%포인트 차이였는데 9.1%면 오차범위 밖”이라고도 했다.
▲28일 경향신문 1면.
그러나 명씨는 그동안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고,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지난 7일 “(명씨와는) 본격적으로 대선에 들어가기 전에 대통령이 선을 그었던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경향신문은 <“명태균 여론조사 대선 활용” 증언, 대통령실 거짓 해명했나> 사설에서 “증언이 사실이라면 ’미공표 여론조사는 보고한 적이 없다‘는 명씨 주장이나, 대통령 후보 경선 이후 명씨와 관계를 단절했다는 대통령실 해명은 거짓이 된다”며 “명씨가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윤 대통령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선거 공천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명태균 의혹’의 핵심인 만큼 이에 대한 진상 규명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캠프에서 여론조사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만큼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은 명씨는 물론 관련자들을 모두 소환해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특별수사팀을 꾸리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증거와 증언들이 나오는데도 검찰이 제대로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국민의 의구심은 더욱 커질 것이다. 윤 대통령은 여론조사 활용을 인지했는지를 포함해 명씨와 관계를 사실대로 밝히고, 그동안 해명에 거짓이 있다면 사과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 25일 경기도 광명시청에서 박승원 시장이 교부세 삭감에 따른 지자체 위기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 ⓒ광명시청
윤석열 정부가 지방교부세를 삭감해 국민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정부가 예고 없이 교부세를 내려보내지 않아, 주민과 밀접한 사업을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해야 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도 교부세 삭감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교부세 삭감이 반복되면, 재정 여력이 없는 지자체는 파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지난 25일 경기도 광명시청에서 박승원 시장을 만나, 교부세 삭감에 따른 지자체 위기 상황을 들었다.
박 시장은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 상임대표로 선출됐다. KDLC엔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이 소속돼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박 시장은 지자체장 협의기구인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2004년 광명시의원을 시작으로 경기도의원을 거쳐 2018년부터 광명시장을 지내고 있다.
박 시장은 현 상황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교부세를 안 내려주면, 지방정부는 제대로 살림을 꾸려나갈 수가 없다"며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민생 경제 관련 예산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교부세 의존도가 높은 지방정부는 교부세 격감으로 재정에 심대한 악영향을 받고 있다”며 “진행하던 사업을 중단하는 등 형태로 지방재정이 심각한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그 피해는 오롯이 주민들에게 전가된다”고 호소했다.
“일방적 교부세 삭감으로 지방재정 혼란 야기”
정부는 지난해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하자, 교부세 7조 1,689억원을 임의로 삭감했다. 약속된 돈을 받지 못한 지자체는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해야 했다.
KDLC와 민주당 기초단체장협의회는 최근 ‘지방정부 재정 위기에 대한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교부세 삭감에 따른 지자체 사업 중단·축소 사례를 전했다. A시는 도로 확장 공사를 백지화했다. 도로·지하차도 보수 공사도 잠정 연기했다. B시는 주차 시설 구축 사업을 중단했고, C시는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등 10개 이상의 사업을 축소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중앙정부는 국회에서 의결된 교부세 편성액에 대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거나 지방재정 상황을 살피지 않고, 일방적으로 교부세 삭감을 통보했다”며 “지방재정에 큰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광명시도 지난해 교부세 삭감으로 타격을 입었다. 정부 세수 결손에 따른 교부세 삭감을 예견하고 예산을 보수적으로 편성해 사업을 중단하는 사태는 막았지만, 그 과정에서 고강도 세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했다. 지난해 광명시가 받은 교부세는 8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46억원 이상 줄었다.
박 시장은 “광명시는 지난해 초부터 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 전문가와 세입부서가 논의해 국세와 지방세 세입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파악했다”며 “행정안전부가 내시한 교부세 규모보다 보수적인 자체 추계액을 도출해 반영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투자 사업의 연차별 예산을 최소 규모만 반영하고 행사운영비를 삭감하는 등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했다.
정부의 임의적인 교부세 삭감이 월권이라고 박 시장은 비판했다. 추경 편성 없이 교부세를 삭감하면서 국회 심의를 회피했다는 지적이다. 세수 결손으로 예산이 부족해지면, 세입 감액 추경을 거쳐 국채를 추가 발행해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는 게 정석이다.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지출을 줄일 경우에도 지출 감액 추경을 해야 한다.
박 시장은 “세입 감소에 따른 추경은 중앙정부, 국회, 지방정부가 소통을 통해 대안을 논의하는 장으로 역할을 한다”며 “정부가 세수 결손에 따라 교부세 등 지출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 국회에 지출 감액 추경안을 제출하고 국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또다시 국회 예산심의권을 무시하고 임의대로 교부세를 감액한다면 지난해처럼 많은 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일부 국회의원들은 정부가 임의적인 교부세 삭감으로 국회 예산심의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지자체장들도 지방정부 자치권과 재정권을 침해당했다며 동참했다.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 상임대표인 박승원 광명시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세수 펑크로 인한 지방재정 파탄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0.21. ⓒ뉴시스
“2027년까지 반복되면 지자체 파산 위험 직면”
올해도 세수 결손이 반복된 가운데, 정부는 결손분을 충당하기 위해 교부세 삭감을 검토 중이다.
박 시장은 교부세 삭감이 장기화하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는 파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재정 축소 영향으로 빚을 내는 지방정부가 늘고 있다”며 “어느 시는 2천억원, 어느 시는 1천억원, 올해 또 몇백억원의 부채를 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2027년까지 계속 이렇게 교부세를 안 내려주면, 자체 재원이 없어 중앙정부 예산에 의지하는 지방정부는 파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며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부세를 삭감하더라도 지자체가 여유 재원을 활용하면 예산 집행에 큰 제약이 없다는 기획재정부 주장은 현실과 다르다고 박 시장은 지적했다. 대표적인 여유 재원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다. 지자체는 매년 불가피하게 남긴 돈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 적립한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 활용으로는 안정적으로 재정을 운영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게 박 시장 설명이다.
그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여러 회계와 기금의 유휴 자금을 통합해 운영하는 것”이라며 “일시적으로는 부족한 재원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차입해 운영할 수는 있지만,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 자금을 맡긴 회계의 자금 수요에 따라 예수금을 빈번히 상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차입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세수 결손을 내더라도 교부세를 당초 예산대로 지급하기 위한 장치는 이미 마련돼 있다. 지방교부세법은 정부 세수 결손 시 교부세를 당해연도에 바로 감액하지 않고, 2년 뒤까지 미룰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향후 경기가 개선돼 국세와 지방세가 늘어나는 시기에 교부세를 감액하면 지방재정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박 시장은 “지방정부의 재정 안정성을 위해 교부세를 함부로 삭감하지 말라는 지방교부세법 취지를 고려해, 정부는 교부세를 연차적으로 정산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올해는 정부가 교부세를 예산안대로 교부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지자체장들이 중심이 돼 지방재정 위기로 피해를 보는 시민단체들과 기재부에 항의 방문하는 등 방법을 통해서라도 강력하게 저항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정부가 교부세 삭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교부세 삭감이 민생과 직결된 문제라는 걸 이해하지 못한 채, 마음대로 교부세를 안 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본적인 인식 자체가 지방정부를 경시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윤 정부가 지방자치와 재정분권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시민들에게 보다 많은 권한과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지방정부가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필요로 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교육, 복지, 환경, 문화는 지역마다 특색이 다르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충분히 재정을 확보해 사업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 유럽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4 대 6이다. 지방이 더 큰 재정 권한을 갖는다. 한국은 국세 8, 지방세 2 구조에 머물러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7 대 3까지 지방세 확대를 추진했다. 이미 지방재정 확대라는 기본적인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그런데 윤 정부는 교부세를 임의로 삭감하면서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이태원 참사 주요 책임자 1심 선고…'박희영 무죄' 관련 '주최 없는 행사' 해석 다툼 여지 있어
이명선 기자 | 기사입력 2024.10.28. 06:53:03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159명이 사라진 골목에 희생자를 상징하는 보라색 별 모양의 전구가 내걸렸다. 경찰을 꿈꾸던 별, 간호조무사로 일하다 간호대학에 진학한 별, 미국 공인회계사 합격 발표를 두 달 남겨 놓은 별,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의 별, 한국 유학을 온 별, 혼자만 살아 남았다며 자책하던 별 등.
이들 모두 국가의 안전관리 책임 의무 소홀로 하늘의 별이 됐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경찰에 내린 판결에서 "국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과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라고 명시했다. 국가도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동시에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경찰 일선에만 유죄를 선고해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주요 책임자에 대한 판결이 일단락 된 가운데, 유가족협의회가 기소한 23명에 대한 판결 내용을 정리했다. 피고인 중 안전관리 책임자가 아닌 김미나 창원시 의원은 제외했다. '모욕죄'로 기소된 김 의원은 지난 9월 1심에서 선고유예를 판결받았다.
▲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왼쪽)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오른쪽). ⓒ연합뉴스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무죄·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유죄…세월호와 닮은 꼴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이라는 혐의로 기소됐지만 경찰 최고위급에게는 무죄가, 일선 경찰에게는 유죄가 선고됐다. 이같은 판결은 여러 모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해경 지휘부에게는 무죄가, 일선 해경에게는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 권성수)는 지난 1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을 받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이 안전과 질서 유지 등을 위해 충실한 임무를 직접 수행하거나 관할서를 관리‧감독할 일반적 의무는 있다"면서도 형사 처벌로 이어질 만큼 구체적·직접적 주의 의무 위반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청장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험성을) 직접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관할 경찰서가 제공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며 "여러 보고를 종합했을 때, 대규모 인파 사고가 발생할 여지나 관련 대비가 필요하다는 정보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참사 당일 용산서의 추가 경력 지원 요청은 없었으나 김 전 청장이 참사 보고를 들은 직후 가용 부대를 급파한 점 등을 들어 참사 당일과 이후 대응에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을 포함한 류미진 전 서울청 112상황관리관(총경)과 정대경 전 서울청 112상황팀장(경정)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지난 23일 항소했다.
경찰 최고위급과 달리 일선 경찰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게는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는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의 치안을 총괄하는 용산경찰서장으로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안일한 인식으로 대비에 소홀했고 결국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 금고 3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마약류 범죄 단속과 교통 단속에만 치중했을 뿐 다중 운집으로 인한 안전사고 대책은 전혀 마련하지 않았고, 사고 당일 혼잡 경비와 정보 경력 전원을 집회·시위 현장에만 배치했다"며 "이태원 참사는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주의의무를 다하면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 서장은 1심 선고에 불복해 지난 4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을 포함한 송병주 전 112 상황실장과 박인혁 112 상황팀장에게 각각 금고 2년과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최용원 전 생활안전과 서무와 정현우 전 용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이같은 결과는 8년 전 세월호 참사 재판 결과와 유사성을 보인다. 세월호 참사 책임자에 대해 법원은 해경 지휘부 무죄, 일선 해경 유죄라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김석균 전 해경청장과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경청장 등에 대해 "제한된 정보로 세월호 침몰에 따른 인명 피해를 예견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현장 관리자인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에게는 "승객들이 빨리 퇴선하지 않으면 선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다"며 신속히 판단해 즉시 퇴선 조치를 했더라면 승객 상당수를 구할 수 있었다고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김 전 정장은 해당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까지 갔지만, 대법원 2부는 지난 2016년 12월 상고 기각으로 유죄를 확정했다.
▲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 2022년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사고 책임에 대한 질문에 "이태원 핼러윈 데이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말했다.(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박희영 용산구청장 무죄…'주최 없는 행사'에서 벌어진 참사 책임, 어떻게 볼 것인가
159명이 희생된 참사를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말해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공분을 산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책임에서 빗겨갔다. '주최자 없는 행사'에 대한 지자체의 안전관리 의무가 쟁점이었지만, 검찰의 입증 실패로 1심 재판부는 구청 측 손을 들어줬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구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치구를 관할하는 행정기관에서 사전에 특정 장소로의 대규모 인파 유입을 통제·차단하거나 밀집한 군중을 분산·해산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수권규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결국 이 사건 공소에서 검찰이 지적하고 있는 여러 업무상 주의의무는 자치구의 일반적·추상적 주의의무에 해당할 뿐 피고인들이 인파관리·통제에 관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업무상 주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설령 피고인들의 조치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선고 전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굉장히 많은 주의의무를 공소장에 언급했는데, 이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인가"라고 질문했지만, 검찰은 법원이 원하는 구체적인 '주의의무'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용산구청 측은 재판 내내 '주최자 없는 행사'의 경우지방자치단체의 안전관리 계획 수립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이태원참사TF는 "재난안전법 자체가 '주최 없는 인파 밀집'에 대해서도 지자체의 재난 예방·대응 의무를 두고 있다"고주장한다. 재난안전법은 국가와 지자체 모두에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할 책무 등을 두고 있는데, 이태원 참사와 같은 인파 사고를 '그 밖의 각종 사고'의 범주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피고인들이 모두 용산구 주민이거나 용산구에서만 장기간 근무하였던 공무원이면서 재난을 관리할 책무를 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이 핼러윈 데이 인파 운집을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인정한 것은 대단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법원의 판단은 형식적인 법 논리에만 매몰되어 피고인들의 무능을 무죄의 근거로 삼은 부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지난 7일 박 구청장을 포함한 용산구청 관계자 4명에 대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앞서 검찰은 박 구청장에게 징역 7년을, 유승재 전 용산부구청장과 문인환 전 용산구청 안전건설교통국장에게는 금고 2년을, 최원준 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 박희영 용산구청장 무죄 판결이 선고된 지난 9월 30일 서울 서초구 법원 앞은 눈물 바다가 됐다. ⓒ연합뉴스
"경찰의 '위험' 분석 보고서 은폐, 실체적 진실 발견 어렵게 해 엄정 처벌"
이태원 참사 관련 재판 중 부실대응 혐의 외에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민 전 서울청 정보부장,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정보과 직원에 대해서는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배성중)는 지난 2월 14일 박 전 부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김 전 과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정보과 직원에 대해서는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기존 자료 보존 등으로 (이태원 참사) 수사에 적극 협조했어야 하나 정반대로 사고 이전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거나 임의로 파기하고 사건 관련 증거를 인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 같은 범행은 그 자체로도 공무를 망친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고 전국민적인 기대를 저버린 채 경찰의 책임을 축소·은폐함으로써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렵게 한 데 대해 책임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참사 발생 직후 경찰 수사에 대비해 용산서 정보관의 '이태원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와 특정정보요구(SRI) 보고서 3건 등 총 4건의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두 사람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박 전 부장은 지난 6월 항소심 첫 공판에서 "삭제 지시를 한 적 없다", "삭제 지시할 동기도 없다"고 혐의를 부것했다. 반면 김 전 과장은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한 항소라고 밝혔다.
참사 현장인 해밀턴호텔 골목에 위반 건축물을 세운 혐의(건축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해밀턴호텔 이 모 대표에게는 지난해 11월 벌금 800만원이 선고됐다. 호텔 라운지바 '브론즈' 임차인과 '프로스트' 대표에게는 각각 벌금 500만원, 100만원이 선고됐다. 호텔 운영 법인 해밀톤관광에는 벌금 800만원, 임차 법인 디스트릭트에는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한편,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 구 모 순찰1팀장(경감)과 윤 모 순찰2팀장(경위)에 대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구 경감은 참사 당일 저녁 6시 34분 "압사당할 것 같다"는 첫 112 신고 1건을 받은 뒤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윤 경위는 저녁 6시 34분 첫 신고 이후로도 압사를 언급한 112신고 10건을 받았지만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참사 현장에 30분가량 일찍 도착했다고 허위 기재한 최재원 용산구보건소장(공전자기록등위작·행사 혐의)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한 편의 회귀물을 보는 것 같다.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고발을 한 것이 7년 전인데 아직도 변한게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필자는 서울도서관의 예술과 노동 전시검열에 대한 기자회견(2023년 1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위 발언을 했다. 블랙리스트 사태의 재발을 막고 예술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음에도, 그러한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블랙리스트 사태는 재발했다.
물론 수천 명의 명단을 작성하고 지원을 배제하는 행위는 형사처벌 및 손해배상으로 학습이 되어 그대로 실행할 수 없겠지만, 위 법률이 금지하는 예술인권리침해행위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행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당시 유행하는 회귀물의 장르를 보는 듯했고, 이에 비유하여 표현하게 되었다.
아래에서는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블랙리스트 시대로의 회귀를 보여주는 예술검열 사건들에 대한 개요 및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2022년 행정안전부의 '늑대가 나타났다' 검열
▲43주년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식이 지난 2022년 10월 16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참가한 가운데,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리고 있다.부산시
지난 2022년 43주년 부마민주항쟁기념식을 앞두고 재단법인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은 강상우 감독에게 기념식의 총연출을 제안하였다. 강상우 감독은 정형화된 국가기념식 연출은 본인의 영역이 아니라 생각하여 거절하였다. 재단 측은 제43회 기념식은 청와대나 행정안전부 등의 특별한 개입 없이 부마재단의 주도로 준비될 예정임을 언급하였고, 강상우 감독은 기존과 다른 내용의 형식의 국가기념식을 연출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작업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총연출직을 승낙하였다.
강상우 감독은 가수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가 기념식 주제에 적합하다는 공감하에 이랑을 기념식 공연자로 섭외하였다.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 공연은 기념식의 주최, 주관 단위의 담당자가 모두 참석한 중간보고 회의에서 확정되었음에도, 행정안전부의 납득하기 어려운 곡 변경 지시(늑대가 VIP를 상징하는 것 같다는 이유)로 <늑대가 나타났다> 노래는 기념식에서 교체되어야 했다. 이에 동의할 수 없었던 강상우 감독과 이랑은 기념식까지 불과 3주를 앞둔 상황에서 사임·하차할 수밖에 없었다.
강상우 감독은 사임 전 재단 사무처장과 상임이사와 통화를 하였는데, 재단 측은 "행안부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재단의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행안부 윗선에서 늑대가 나타났다 노래에 대한 브레이크(교체 지시)가 있었고, 예산의 목줄을 행안부 정부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행안부의 의사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행정안전부의 노래 교체 지시는 예술인권리보장법 제13조 제1항 제3호의 '불공정행위'로서 "예술인권리침해행위"에 해당한다. 강상우 감독과 가수 이랑은 예술인권리보장법 위반 및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침해에 따른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대한민국, 재단법인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행정안전부는 위 검열논란 당시 특정 곡을 검열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였으나, 소송이 진행 중인 현재 주최기관의 관여는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3년 서울도서관의 전시 검열
▲2023년 1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서울도서관 '예술과 노동' 전시 검열 사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손잡고
지난 2022년 12월 29일 서울특별시 산하 서울도서관은,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등에 따라 서울도서관이 관리·감독하는 복합문화공간 서울아트책보고에서 시작된 입주 서점(자각몽)의 전시가 '이태원 참사', '화물노조 파업'을 언급하였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철거를 지시하였다.
이에 대해 입주 서점 자각몽 대표와 전시 작가가 강력하게 항의하자 서울아트책보고는 아무런 협의 없이 전시물을 다시 가져다 놓았다가, 서울도서관 지식문화과장의 지시를 받고 다시 일방적으로 철거를 반복했다.
서울도서관과 서울아트책보고는 이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자 전시물 앞에 '본 전시는 서울시·서울아트책보고와는 무관한 전시'라는 안내 푯말을 세워두었다. 서울시는 서울도서관과 서울아트책보고의 검열 책임자들을 문책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대신, 아무런 입장표명 없이 본인들과 무관한 전시라는 푯말을 내세우며 책임을 회피하였다.
이 전시가 이태원 참사나 화물노조 파업을 직접 표현했더라도 무엇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전시는 이태원 참사나 화물노조 파업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전시 홍보물에 담긴 전시기획자의 기획의도에 위와 같은 표현이 담겼다는 것을 서울도서관 측이 문제 삼은 것이다. 자각몽 대표와 전시 작가는 2023년 1월경 서울도서관 지식문화과 과장과의 녹취록까지 확보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검열금지 원칙 위반 등으로 진정을 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정사건이 많다는 이유로 조사를 계속 지연하다가, 다시 전시물을 복원한 점, 서울도서관 및 서울아트책보고의 입장을 홈페이지와 전시장에 별도 표시한 점, 서점과 수탁기관 간에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진행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점 등을 이유로 2024. 9. 13. 진정내용이 사실이라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 및 인권침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을 결정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도서관 지식문화과 과장의 지시 및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녹취가 있음에도,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국가인권위원회는 일방적으로 철거하고 복원한 점(*그러나 복원도 철거 전 전시의 원 상태로 복원하지도 않았음) 및 서울시, 서울아트책보고와는 무관한 전시라는 입장을 별도 표시한 점이 왜 인권침해행위의 면책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이 기각 결정을 하였다. 자각몽 대표와 전시 작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기각 결정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준비 중에 있다.
2024년 종로구청의 백기완노나메기 재단에 대한 거부처분
▲백기완 노나메기재단, 블랙리스트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주최로 지난 2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 앞에서 열린 '마로니에 야외공연장 고 백기완 선생 3주기 추모문화제 불허 블랙리스트 실행 항의 및 정문헌 종로구청장 사과ㆍ공간사용 승인 및 재발방지책 요구 기자회견'에서 면담을 요구하는 참석자들이 구청 정문을 잠그고 출입을 막는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이정민
백기완노나메기재단은 2023년 12월 28일 "고 백기완 선생 3주기 추모문화제"의 공연을 위해 종로구청 홈페이지를 통해서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 대관신청을 하였다. 추모문화제의 내용은 시 낭송, 영상 상영, 합창단 공연, 춤 공연, 풍물굿 공연 등 전형적이고 보편적인 문화행사였다. 재단은 고인의 생전부터 종로구 대학로에 사무소가 소재한 지 35여년이었으므로, 마로니에공원의 상징적 의미를 고려하여 추모문화제를 진행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종로구청은 지난 2월 6일 "1) 서울특별시 종로구 도시운영에 관한 규칙 제6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공원의 조성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2)심의 시 심의위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요청한 보완자료 미제출" 등을 불승인 사유로 기재하며 재단의 이용신청을 거부하였다.
이후 2월 14일 재단 측과 종로구청장의 면담에서 종로구청장은 '본 추모행사가 정치적 행사라고 판단하였고,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원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를 뿐'이라고 하며,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신속히 공원운영위원회를 개최하여 다시 심의하게 하는 것이 전부라 하였다. 재단 측은 종로구청장이 정치적 행사라고 판단한 의중이 공원운영위원회의 결정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종로구청은 추모제 하루 전인 2월 16일 본 행사가 순수 문화행사로 보기 어려운 점, 공원 이용으로 인한 참여 인파, 소음 등으로 인한 공원 이용객, 인근 주민 등의 불편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점 등을 불승인 사유로 기재하여 마로니에공원 이용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을 하였다.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규칙 제6조 제1항 제1호는 이용승인에 대한 배제 사유로 "공원의 조성목적에 위배되는 경우"라 규정하고 있다. 상위법령인 공원녹지법 제49조는 도시공원 등에서의 금지행위를 한정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공위녹지법 제49조 제2항은 조례로 정하는 도시공원에서 금지행위 역시 행상 또는 노점에 의한 상행위, 동반한 반려견을 통제할 수 있는 줄을 착용시키지 아니하고 도시공원에 입장하는 행위로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규칙을 위임한 서울특별시 도시공원 조례 제22조에 따르더라도 위 금지행위 외에 도시공원의 사용허가에 관하여 어떠한 규정이나 위임 사항도 없다.
즉 종로구청은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된 규정 및 '공원의 조성목적에 위배되는지 여부'라는 포괄적이고 불분명한 규정을 근거로 재단의 이용신청을 거부하였다. 재단은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법률유보의 원칙 및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 규칙을 근거로 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또다시 권력을 가진 개인의 말 한마디가 예술인의 자유로운 예술활동을 파괴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예술활동의 의미와 내용을 불문하고, 누군가의 생각이나 견해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술활동을 중단시킬 수 있는 국가에서는 어떠한 자유와 권리도 살아 숨 쉴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월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1960년생입니다. 검사 시절부터 동갑내기 술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성품이 맑은 어느 술친구가 윤석열 검사에게 “너는 정치하지 말라”고 충고했습니다. 윤석열 검사가 이유를 물었습니다. 술친구는 “너는 남의 말을 안 듣잖냐. 그런 사람은 정치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합니다.
윤석열 검사는 술친구의 충고를 듣지 않고 정치에 뛰어들었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임기 절반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금 잘하고 있나요? 10월21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면담은 우리 정치사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결별을 시작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여권이 친윤석열과 친한동훈으로 분열하기 시작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한동훈 대표가 요구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건희 여사 대외 활동 중단, 김건희 여사 각종 의혹에 대한 설명과 해명, 특별감찰관 임명 등은 뭐 그리 특별한 요구가 아닙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 것뿐입니다.
10월18일 공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명품 가방 수수, 주가조작 등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응답자의 63%가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필요 없다”는 26%에 불과했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공개 활동에 대해서는 67%가 “줄여야 한다”고 했고, “현재대로가 적당하다”는 응답은 겨우 19%였습니다.
10월24일 공개한 전국지표조사에서는 김건희 여사 대외 활동 중단에 대해 73%가 “동의한다”, 20%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변했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바로 이런 여론을 ‘압도적’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민심과 싸우려는 대통령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대표의 요구를 깡그리 무시했습니다. 면담 다음날 아침 대통령실 관계자가 ‘백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자세히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에게 이런 당부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어처구니없는 의혹에 대해서는 대응을 제대로 하고 싶어도, 대통령실이 계속 싸우는 게 맞느냐. 대통령실에서 입장을 내면 당에서도 같이 싸워주면 좋겠다. 말이 안 되는 공격을 하면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같이 공격을 해주면 좋겠다. 정치 공세에는 좀 대응을 해줘야 하지 않나.”
김건희 여사 관련 여러 의혹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어처구니없는 의혹’, ‘말이 안 되는 공격’, ‘정치 공세’라고 확신한다는 뜻입니다.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한동훈 대표가 면담 결과를 브리핑하지 못하고, 다음날 오전 일정을 취소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철저히 무시당한 한동훈 대표는 직접 대국민 호소에 나섰습니다. 10월23일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범죄 혐의에 대한 재판 결과들이 11월15일부터 나온다.”
“그때 우리는 어떤 모습이어야 되겠는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국민들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만 한다. 그때도 지금처럼 김 여사 관련 이슈들이 모든 국민들이 모이면 얘기하는 불만의 1순위라면, 마치 오멜라스를 떠나듯이 더불어민주당을 떠나는 민심이 우리에게 오지 않는다.”
오멜라스는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가상의 도시로 ‘위선적 낙원’을 의미합니다. 민주당을 떠나는 사람들을 국민의힘이 붙잡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동훈 대표는 특별감찰관을 북한인권재단 이사와 연계하지 않고 추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 인권 문제는 헌법적 가치이자 당의 정체성과 연결된 문제”라고 했습니다. 사실상 반대입니다. 특별감찰관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갈등은 이처럼 거의 내전 수준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거나, 윤석열 대통령 지시를 받은 의원들이 한동훈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사태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도대체 지금 우리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골육상쟁하는 이유가 뭘까요? 골육상쟁의 결과는 공멸입니다. 그런데도 싸우는 이유가 뭘까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실한 정치적 리더십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마디로 자격이 없습니다. 대통령의 자격도 없고, 정치인의 자격도 없습니다. 정치인은 민심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지 않습니다. 제가 너무 심한가요?
외교·안보 이슈로 비켜 가려는 꼼수?
김영삼 대통령의 공보수석과 환경부 장관, 한나라당 의원을 지낸 윤여준 전 장관이 2011년 ‘대통령의 자격’이라는 책을 출판했습니다. ‘문제는 당선 이후의 통치력이다!’가 책의 부제입니다.
“이 책의 주제인 스테이트크래프트는 ‘국가를 다스리는 실천지’로서, 특히 ‘근대 국민국가’라는 특수 유형의 정치 공동체를 창설·유지·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집단적 결정’과 그 ‘실행’을 관리·감독하는 실천적 능력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헌법적 기본 원리를 포함한 국가 제도의 관리, 국민적 일체감 형성 및 통합의 유지, 대내외 각종 현안에 대응할 수 있는 올바른 정책의 수립 및 실행, 여러 정치 세력 및 인물 관리 등 ‘국가라는 법인체의 행위자로서 요구되는 각종 능력’이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과연 ‘대통령의 자격’을 갖춘 사람일까요? 여러분이 한번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윤여준 전 장관은 특히 “(정치인들이) 자기편에 대해서는 선의라고 하는 관대한 심정윤리를 적용하고, 상대편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 규정을 들이댈 뿐 아니라 심지어 악의를 갖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보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어떻습니까? 툭하면 자신을 반대하는 국민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딱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한동훈 대표에 대해 “‘집권 여당 대표’라는 정체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러다가 머지않아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를 반국가 세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최근 여권 내분의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도대체 언제까지 김건희 여사 문제를 끌고 가려는 것일까요? 윤석열 대통령 머릿속에는 어떤 그림이 들어 있는 것일까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국정감사를 마치고 의원총회를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국정감사는 11월1일 끝납니다. 11월3일 이후 열리는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특별감찰관 추천 여부를 결정할 것입니다. 11월 초에는 제2부속실 윤곽도 드러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면담 때 정진석 비서실장이 그렇게 설명했습니다.
11월10일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 반환점입니다. 기자회견이나 국정 설명회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유감 표명이나 사과로 민심을 달래려 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외교·안보에 ‘진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11월에 외교·안보 분야의 대형 사건들이 불거지면서 김건희 여사 문제를 비켜 갈 수 있다고 기대할 것입니다.
이를테면 북한의 러시아 파병의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월24일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갖고 있었는데, 이 원칙을 더 유연하게 북한군 활동 여하에 따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무섭습니다.
11월5일(현지시각)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집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당분간 관련 뉴스가 쏟아질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는 호재입니다. 11월15일과 25일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1심 선고가 잇따라 내려집니다. 이재명 대표의 불행은 윤석열 대통령의 행복입니다.
자, 어떻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이처럼 ‘믿는 구석’이 따로 있다고 봐야 합니다. 물론 정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희망대로 흘러갈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월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추경호 원내대표. 김경호 선임기자 jiae@hani.co.kr
‘김건희 특검’ 재의결 땐 탄핵도 가시권
마무리하겠습니다. 시간은 윤석열 대통령 편일까요? 아닌 것 같습니다.
명태균씨의 입을 통해 쏟아진 김건희 여사 국정 농단 의혹이 하나씩 사실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11월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번째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의결할 예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무기명투표로 진행되는 국회 재의결에서 이번에는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합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재의결되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도 가시권에 들어온다고 봐야 합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행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단축 개헌을 제안하고 국민의힘을 탈당한 뒤 국정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하면 됩니다. 대통령 자격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니 스스로 임기를 일부 반납하고 대통령직에서 일찍 내려오는 것입니다.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어느 정도 가라앉을 것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런 제안에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쫓겨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능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는 “1972년 지금으로부터 52년 전 10월 17일은 박정희 정권이 유신을 선포한 날이었다”라며 “2024년 10월 17일, 검찰이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무혐의 선언을 했다. 검찰청에 마지막 남은 최소한의 신뢰도 무너진 날이고 대한민국 헌정이 김건희의 국정농단에 농락된 치욕스러운 날이었다”라고 개탄했다.
이어 “윤석열·김건희 정권이 독재를 넘어 불장난을 쳐서 한반도의 평화가 위태로워지고 있다”라며 “총력을 통해(다해) 윤석열 정권을 고립시켜 내고 전쟁의 불장난을 막기 위해서 하루라도 빨리 윤석열을 탄핵하자”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폭정 종식 그리스도인 모임 공동대표인 강경민 목사는 지난 10월 9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 여성 인권 토론에서 일본 대표가 “위안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위안부 주장은 근거 없는 주장이다”라고 말한 것에 한국 대표가 침묵으로 일관한 것을 두고 “사실상 일본의 역사 왜곡에 동조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은 일제에 의해 강제로 나라를 빼앗긴 우리 선조들의 피눈물 젖은 역사를 외면한 매국노들의 광기가 가득한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및 참석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2024.10.26 ⓒ뉴스1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사흘 앞두고 이태원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수많은 시민이 모였다. 이태원 참사가 유가족들은 여전히 ‘진상규명’을 목 놓아 외쳤다. 유가족들의 간절한 외침에 참가자들은 “함께 하겠다”고 화답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26일 이태원 참사 당시 압사 위험을 처음으로 신고된 오후 6시 34분 서울광장에서 2주기 시민추모대회를 열었다. 서울광장은 이태원 참사를 상징하는 보라색 옷을 입은 유가족들과 시민들로 가득 찼다. 해가 지며 서늘해진 날씨에도 참가자들은 2시간 이상 이어진 추모대회를 끝까지 지켰다.
이날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위해 시민들의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지난 2년여간 거리에서 싸우며 힘들게 출범시킨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첫발을 내딛었지만, 여전히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향한 길이 멀고 험난하다는 것이다.
현재 참사 책임자들 중 극히 일부의 공직자들만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다. 그나마도 윗선으로 꼽히는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은 최근 이뤄진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0.26. ⓒ뉴시스
고 이주영 님의 아버지인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눈물과 애환의 산증인들이 있다. 가족을 잃고 평생을 고통스러운 멍에를 메고 살아가야 하는 4월의 세월호, 그리고 10월의 이태원, 또 수없이 많은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들이 그분들”이라며 “이런 사회적 참사가 수십년이 지나도 반복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더 이상 이 나라에 이러한 불행이 반복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에서 두 번 다시 재난참사로 고통받는 이들이 없도록 한 걸음 나아가는 주춧돌이 되고자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참사를 겪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피해당사자로서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사회 각계에 당부하는 말을 남겼다.
우선 정부와 여야 정치권을 향해 “이태원 참사는 정쟁의 도구로 소모되어서는 결코 안 될 엄청난 국가적 재난 참사”라며 “그러므로 이 참사가 정치권에 부여하는 의미를 깊이 되새기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을 진지하게 이행해 주실 것을 진심으로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를 향해선 “참사 직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안전사회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활동하고 함께 걸어주셨던 것을 기억한다”며 “이제 막 걸음을 뗀 진상조사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감시자이자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을 부탁드린다. 진상을 규명하고 그 책임을 묻는 과정에, 그리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그 긴 과정에 지치지 않는 걸음으로 함께해달라”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시민들에게도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년간 여러분들이 보여주신 연대는 우리 유가족들이 버텨온 힘이자 위로였고 응원이었다. 또한 왜곡된 시선으로 악의적인 모욕과 폄훼를 퍼붓는 이들로부터 우리를 버티게 해 준 힘이었다”며 “그러나 이태원 참사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이는 수많은 생존피해자와 목격자들이 이태원 참사를 이야기하고 기억하는 일을 주저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들에 맞서 이태원 참사를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함께 해달라”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는 잃어버린 꿈들의 잃어버린 진실을 찾기 위해 기나긴 여정을 내딛고 있다”며 “그 긴 여정에 지치지 않도록, 외롭지 않도록 함께 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거듭 호소했다.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맡은 송기춘 특조위원장은 이날 추모대회에 참석해 “유가족들의 애끓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송 위원장은 “위원회는 2년 전 10월 29일 밤의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 왜 희생자와 피해자들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들이 행해졌는지, 왜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는지,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이러한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우리들이 제기할 수 있는 모든 의문과 요청에 답하고자 한다”며 “우리는 참사 원인을 밝히는 것을 넘어서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조건을 확보하고 그런 환경을 어떻게 만들지 함께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위원장은 “위원들은 추천된 정당과 무관하게 활동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참사 원인을 밝히고 책임 소재를 규명하려 한다. 특조위원 9명의 뜻과 마음도 결코 다르지 않다”며 “위원회가 가지는 권한의 한계에도 많은 분들이 진상규명 작업에 함께할 것으로 믿는다. 진실은 밝혀지고 거짓은 드러나지 않을 리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 초 야당이 통과시킨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지난 5월 여야 합의로 수정안이 통과되면서 특조위는 어렵게 출범했다. 첫 회의는 지난 9월 개시됐고, 활동 기간은 조사 개시 결정일로부터 1년이며 3개월 이내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 가능하다. 특조위는 참사 발생 원인과 수습 과정, 후속 조처 등 참사 전반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유가족들이 여는 공연을 바라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4.10.26 ⓒ뉴스1
유가족들, 정부와 국회 향해 “정치가 해야 할 역할 해달라” 당부
여야 7개 정당 대표들, 한목소리로 ‘특조위 지원’ 약속
유가족들의 간절한 호소에 정치권도 화답했다. 추모대회에는 여야 7개 정당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특히 야당 대표들은 참사에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정부를 질타하며,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국회의 역할을 약속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책임지지 않는 권력은 폭력이다. 이태원 참사가 인재라는 증거가 차고 넘치지만 참사의 책임자는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고 있다”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통과됐지만, 특조위 임명은 지체됐고, 예산과 인력 지원은 요원하다. 과연 정부가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엄벌할 수 의지가 손톱만큼이라도 있는지 심각하게 따져 묻게 된다”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특조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과 인력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며 “반드시 참사의 원인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고 책임져야 할 이들이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함께 분노하고 싸우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그날 국가와 정부가 제 역할을 다했다면 수많은 생명을 잃는 어처구니없는 비극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유가족들은 진실과 정의를 밝히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워왔지만 참사를 둘러싼 책임 있는 이들은 하나둘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조위가 2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고, 조사 권한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정부를 상대로 한 증거와 자료 확보가 필요한 조사이기 때문에 앞으로 길고 지난한 싸움이 예상된다”며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혁신당은 특조위 활동에 최대한 협조하고 지원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지난 2년간 온갖 난관을 헤치고 싸워 마침내 특조위를 출범시키며 진실을 향한 한 걸음을 내딛고 국민을 대신해 맨 앞에서 싸워준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상임대표는 “어렵사리 출범한 특조위가 여러 악조권을 뚫고 감춰진 진실의 문을 열고 책임자 처벌로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진보당이 함께 하겠다”며 “진실을 감추고 잘못을 사과하지 않는 공직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생각조차 없는 불의한 권력에 맞서 시민과 함께 손잡고 싸워 나가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처럼 야당 대표들의 발언이 끝날마다 참가자들은 환호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반대해 온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무대에 오르자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거센 항의와 야유를 보냈다.
추 원내대표는 “다시는 이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할 뿐”이라며 “특조위의 피해구제심의위원회와 추모위원회도 조만간 출범한다. 관련 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주어진 역할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 대한민국의 모든 시간과 공간에 국가가 존재함을 느낄 수 있도록 국회가 무한한 책임감을 갖고 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을 향한 항의는 추 원내대표의 발언을 끝내고 내려올 때도 이어졌다. 한 유가족은 추 원내대표가 무대에서 내려가자 “어디서 발언을 하느냐”고 소리쳤다.
이날 추모대회에서는 특별한 추모 공연이 준비 돼 시민들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가수 하림이 오래된 지인이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인 최정주 씨(고 최유진 님 아버지)가 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직접 작사, 작곡한 추모곡 ‘별에게’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하림의 노래가 시작되자, 참석자들은 희생자들을 향한 마음이 하늘에 닿을 수 있도록 휴대전화의 플래시를 켜고 함께 추모곡을 들었다.
한편 유가족과 시민들은 시민추모대회에 앞서 참사가 발생했던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4대 종단 기도회를 진행한 뒤, 용산 대통령실을 거쳐 서울광장까지 행진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 뒤로 서울시청이 이태원참사를 추모하는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다. (공동취재) 2024.10.26. ⓒ뉴시스 “ 윤정헌 기자 ” 응원하기
중국의 대문호 루쉰을 인용할 때도 느꼈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좌파 작가의 작품을 곧잘 인용한다. 좋은 일이다. 이번엔 자본주의의 모순을 파헤쳐 온 무정부주의자 어슐러 르 귄의 SF 소설을 인용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이슈들이 모든 국민들이 모이면 얘기하는 불만의 1순위라면 마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처럼 더불어민주당을 떠나는 민심이 우리에게 오지 않는다."(한동훈 대표, 23일 확대당직자회의)
이 말엔 몇 가지 중요한 상황 판단이 들어있다. 먼저, 한 대표는 '보수 결집'보다 '중도 확장'이 중요하다는 걸 안다. 둘째, '김건희 리스크'가 지금 중도 확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유죄가 선고될 경우 민주당에 마음이 가 있던 '중도층', 그들이 한 대표가 포섭해야 할 '타겟'이다.
해법은 제대로 짚었지만, 중요한 건 한 대표가 처한 상황이다. 한 대표가 언급한 오멜라스는 어슐러 르 귄의 단편 소설 속에 등장하는 부조리한 유토피아다. 왕도, 노예도, 경찰도 없는 오멜라스의 사람들은 행복하지만, 그 행복은 한 어린아이의 비참한 삶을 집단적으로 방치함으로 얻어진 행복이다. 오멜리스가 행복한 건 양심의 가책을 느낀 사람들이 오멜라스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멜라스엔 '양심'과 '행복'을 교환한 사람들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영원히 '행복함'을 유지할 수 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을 소설 속의 오멜라스에 비유하고 있는데, 정작 한 대표 본인이 처한 상황은 여왕이 통치하던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이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토끼굴이다. 오멜라스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보다, 하트 여왕이 통치하는 이상한 나라를 헤매고 있는 한 대표의 처지가 더 딱해 보인다.
지난 21일 윤-한 차담은 여러모로 괴이한 회동이었다. '윤석열 원더랜드'의 문을 열고 혈혈단신 용산에 발을 디딘 한 대표를 에워싼 건 대통령이 거느린 수많은 카드 병정 같은 참모들이다. 소설 속에서 하트 여왕이 주관하는 기묘한 크로켓 경기를 본 앨리스는 기겁한다. 공은 살아있는 고슴도치고 방망이는 살아있는 플라밍고다.
카드 병정들이 손과 발을 사용해 고슴도치가 통과할 아치를 만들고 있었다. 하트 여왕은 게임을 도중 '저놈의 목을 베어라'라고 연신 소리를 지르고 있다. 크로켓 경기가 끝날 때쯤엔 모든 병정들이 목을 베이는 형을 선고받는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사는 세계는 보통의 정서로 설명될 수 없다. 지난 4월 총선 참패 원인은 한동훈이어야 하고, 지난 당대표 선거에선 원희룡 대표가 선출돼 있어야만 하는 세계다. 카드 병정을 거느리며 국정을 주무르고 있는 하트 여왕이 왜 문제인지 왕은 잘 모른다.
다시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여왕이 '목을 베라'고 명령을 내렸는데, 사형 집행인은 '몸이 없는 머리는 벨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고, 하트 여왕의 남편인 왕은 '모든 머리는 벨 수가 있다'며 하트 여왕을 대신해 아무런 의미도 없는 논쟁을 벌이며 국사를 논하고 있는 기괴한 형국. 하트 여왕은 왕과 재판관을 향해 "선고를 먼저 내리고 재판은 나중에 하라"고 소리치고 있다.
현실로 돌아와 보자. 대통령은 "집사람이 많이 힘들어한다"며 "활동을 많이 줄였는데 그것도 과하다고 하니 더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고, "(한동훈이) 나와도 계속 일 해 왔지만 나와 내 가족이 무슨 문제가 있으면 편하게 빠져나오려고 한 적이 있나"라고 오히려 반문한다. '김건희 라인' 참모들을 경질하란 요구엔 "누가 어떠한 잘못을 했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무슨 행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얘기를 해줘야 조치를 할 수 있지 않나"라며 거부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회동 사진엔 '김건희 라인' 의전비서관과 한 대표가 같은 프레임 속에서 박제됐다. 굴욕적이다. 하긴, 이상한 나라에 온 건 앨리스의 잘못이지, 애초에 하트 여왕의 잘못은 아니다.
하트 여왕으로부터 '머리를 베어라'라는 선고를 언도받고 재판정에 선 앨리스가 지금 '오멜라스'를 바라보며 걱정을 하고 있는 꼴이다. 소설 속 앨리스는 여왕을 향해 "말도 안되는 헛소리"라며 "너흰 그냥 카드 한 벌일 뿐이야"라고 외친 후 꿈에서 깨어나게 된다. 한 대표는 그럴 수 있을까?
'윤-한 회동'에서 성과가 있다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권 재창출' 의지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는 점이다. 한 대표는 당대표에 출마하며 "정권 재창출"을 강조하며 "만약 1년 뒤쯤 그게 저라면 저는 당연히 (대선에) 나온다"고 말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 범어사를 찾아 '무구무애(인생을 살면서 허물이 없어 걸릴 것이 없다)가 적힌 족자를 받아 들고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다짐했다.
대선 주자 한동훈의 목표는 '정권 재창출'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럴 의지가 없다. 한 대표는 '중도 확장'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럴 의지가 없다.
앨리스가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 여왕을 향해 반기를 들었듯, 한 대표가 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한다면 '차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한 대표는 지금 겹겹의 딜레마에 처해 있다. 첫째, 한 대표가 인식하고 있는대로 '중도 확장'을 목표로 한다면 대통령과 영부인을 둘러싼 의혹을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 대통령의 경우엔 한 대표가 약속한 채상병 특검이 해법이 될 것이고, 영부인의 경우엔 김건희 특검이 해법이 될 것이다. 이 경우 대통령 탈당, 나아가 '분당'까지 각오해야 한다.
둘째, 한 대표가 설사 분당을 막고 보수 단일 대오를 유지하며 대통령 부부에 대한 처분을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데 성공했다 치자. 본인이 대권을 꿈꾼다면 대한민국 유권자들이 '검찰 대통령'을 연속 두 번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명분을 제공해 줘야 한다. 한 대표가 언급한 어슐러 르 귄의 오멜라스는 지금 검찰의 모습과도 같다. 영부인의 범죄 혐의를 방치한 대가로 '영원한 행복'을 구가하고 있는 '검찰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붙잡기 위해선 친정을 향해 개혁의 칼을 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 대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이 어려운 일들을 전부 해낼 수 있는가? 욕심을 버리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사즉생이다. 보수를 살리고 본인의 대권을 포기할 때, 오히려 길은 열릴 수도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대통령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4.10.01. ⓒ뉴시스
부정확한 북한군 참전설을 빌미로 우리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해야 한다는 취지의 도를 넘은 주장이 여권에서 확산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직접 공급 방안을 시사했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파병된 북한군에 인명 피해를 입혀 대북 심리전에 활용하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포착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공동언론발표 자리에서 “우리는 대원칙으로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는데, 더 유연하게 북한군 활동 여하에 따라 더 유연하게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원식 안보실장과 한기호 의원의 메시지 내용은 충격적이다. 같은 날 ‘이데일리’ 카메라에 포착된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한 의원은 신 실장에게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신 실장은 “넵 잘 챙기겠습니다. 오늘 긴급 대책회의했습니다”라고 답했다. 한 의원이 이어 “파병이 아니라 연락관도 필요하지 않을까요”라고 보냈고, 신 실장은 “그렇게 될 겁니다”라고 답했다.
북한 파병설에 관한 정보의 정확성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 비해 여권에서 언급되는 이러한 대응 방식은 다소 과도해 보인다. 이렇게 강경 일변도의 대응 발언들이 여과 없이 나오는 일이 누적·확산되는 건 분명한 불안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들의 반복이 자칫 빌미로 작용해 북한과 수위 높은 말싸움이 오가면서 남북간 군사적 긴장에 불을 지피거나,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 입장에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레드라인을 넘나들기라도 한다면 지금보다 높은 차원의 안보 위기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군·정보 당국이 현재까지 확보하고 있는 정보는 북한군 3천여 명이 러시아 동부 연해주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것이 전부다. 지난 6월 양국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맺은 이후 그에 따른 새로운 군사·안보 협력 차원인지, 전장에 용병으로 투입하기 위한 목적인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보다 더 높은 정보력을 가진 미국도 북한의 전투병 파병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3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에 참가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했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군의 이동 목적에 대해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 패트릭 라이더 대변인이 그 전날 북한군 이동과 관련해 “북한과 러시아 관계 각각의 측면과 수년에 걸친 양국의 정보·훈련 교류는 그 자체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오늘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비준됐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것이다. 그 조약 4조의 이행과 관련된 협상을 (북한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북러 조약 4조는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면 다른 한쪽이 지체 없이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푸틴 대통령의 말은 전황에 따른 불확실한 미래의 일이다. 객관적인 현재의 전황을 러시아가 현재 동맹국의 군사 원조를 받을 만큼 시급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군 파병 정보에 관한 국제사회의 공식적인 판단과 우리 여권의 대응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야권에서는 우려와 비판이 거세다.
외교·안보 전문가인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전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만약 트럼프가 당선이 돼서 전쟁을 끝내면, 만약 그 전에 우리가 살상 무기를 보내버리면 전쟁이 끝난 상태에서 한러 관계는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며 “우리가 왜 이렇게 앞서가느냐”고 꼬집었다.
설사 전투병 참전설이 사실이라는 가정하에서도 김 의원은 “북한도 비판해야 되고 러시아도 비판해야 되고, 한미일이 같이 공조해야 되는 문제가 분명히 맞다다. 그러나 그게 우리가 미리 입장을 정해놓으면서 우리 스스로 올가미를 맬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90여 명은 25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윤석열 정권의 전쟁 조장, 신북풍몰이 규탄대회’를 열고, 정부·여당의 긴장 조성 국면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신 실장과 한 의원이 주고받은 메시지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에 전쟁을 사주하고 한반도에 전쟁을 불러들여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겠다는 저 극악무도한 발상을 우리가 용서할 수 있나”고 했다.
또한 “(이들은) 한반도에 전쟁을 불러들여 정권이 맞이한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위험천만한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며 “정권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민의 생명쯤이야 아무렇지 않게 희생할 수 있다는 소시오패스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 발언에 대해 “추가적으로 더 드릴 말이 없다”고 했고, 신 실장-한 의원 메시지 내용과 관련해서는 “의례적인 응대였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야 3당은 2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의 영토주권과 역사정의를 훼손하는 한일군사협력 추진을 즉각 멈추라"고 함께 외쳤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5회째를 맞는 '독도의 날'인 25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 3당과 시민사회가 노골적으로 독도강탈을 꾀하는 일본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려는 윤석열정부를 규탄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야 3당은 2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의 영토주권과 역사정의를 훼손하는 한일군사협력 추진을 즉각 멈추라"고 함께 외쳤다.
먼저 윤석열정부에서 역사적으로, 또 실효적으로 우리 고유영토인 독도의 존재를 지우려는 여러 시도가 끊이지 않고, 일본이 2022년 국가안전보장전략 개정판에 '독도를 자신들의 고유영토'로 최초 명시하는 등 영토주권에 대한 노골적 침해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에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않는 행태를 문제삼았다.
한일역사정의행동 공동대표인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공동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주권의 핵심인 영토주권을 침해하려는 나라와 군사동맹을 구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협력각서 체결(한미일 군사훈련 정례화,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강화 등) △한일군수지원협정(ACSA) 체결 움직임(김선호 국방부차관 국회 국방위원회 발언) △한일상호접근협정 추진(자위대 한반도 진출 뒷받침) 등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나아가려는 정부의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해야 한다'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구상에 대해 '구체화되면 협의하겠다'며 긍정적인 태도를 비친 정부의 태도는 미일 주도하의 배타적 군사동맹 구축과 역내 긴장격화에 대한 우려를 한층 높이고 있다"고 경계했다.
또 한일군사협력 추진과 함께 일본 제국주의의 불법적 침략을 미화하고 친일 협력을 합리화하는 등 '친일 역사쿠데타'를 감행하여 '우리의 미래마저 식민지화'하려 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군사동맹 정책 기조를 강력 비판했다.
야 3당과 시민사회는 "우리는 군사기밀을 내어주고, 영토주권을 내어주며 역사정의를 내어주면서 일본의 군화발을 다시 한반도로 끌어들이려는 정부의 한일군사협력 추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사회를 대표해 이홍정 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은 "우리는 일제를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고 자위대의 재무장과 한반도 진출을 정당화하는 한일 군사협력을 반대하는 동시에 이를 매개로 구축되는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체제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한일 군사협력 체제를 작동시키는 미국의 패권주의적 욕망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전쟁 시기에 구축된 미일, 한미 양자 간 냉전 군사동맹을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확정하기 위해 노력해 온 미국이 마침내 윤석열정권의 대미 종속 외교와 대일 굴욕외교를 매개로 한일관계의 걸림돌인 역사적인 문제를 안보우선주의에 입각해 가해자 입장에서 타협하고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의 길을 강제한 것"이라고 하면서 "이는 미중 패권경쟁이 치열하게 작동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일극패권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신냉전 분열 정책으로서 결국 북중러 동맹체제를 강화하여 한반도의 영구 분단과 민족 공멸의 핵전쟁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독도지우기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은 "독도는 단순한 섬이 아니라 국민의 자존심이자 주권의 상징"이라며, 독도지우기에 여념이 없는 윤석열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호시탐탐 독도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는 일본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독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독도에 대한 잘못된 표기를 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외교안보특별위원장은 "한미일 군사협력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묵인'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이 숨어 있다"며 "윤석열정부는 '독도지우기'라는 위험한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독도 수호의 굳건한 의지를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혜경 진보당 원내대변인은 "독도의 날에 국민들이 독도를 잃을까봐 걱정하는 건 윤석열정부의 역사 지우기 행보가 계속되기 때문"이며, "일본정부가 말도 안되는 독도지우기에 몰두하는 건 그들의 군사 야욕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격변하는 국제정세속에 국익 우선의 신중한 외교는 커녕 일본 군대의 손을 잡고 뛰어들겠다는 윤석열정부의 위험천만한 사고 방식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근경색에도 단식 투쟁 불사한 장옥기 위원장
임금 삭감 철회 쟁취하는 지역 늘어나
"11월 9일 저 위에 있는 동지들과 함께 내려가겠다"
지난 2일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문승진 사무국장과 경기도지부 김선정 부지부장이 일당 2만원 삭감안 철회와 건설 노동자 고용입법안 제정을 요구하며 여의2교 인근 광고판에 올라가 농성을 시작했다. ⓒ한경준 기자
지난 2일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문승진 사무국장과 경지도지부 김선정 부지부장이 국회가 보이는 여의2교 인근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건설노조는 매주 목요일 18시 30분 농성장 인근에서 ‘건설노조 투쟁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24일 건설노조 문화제에 함께 했다.
여의2교에 다다르면 건설노동자들의 요구가 담긴 대형 현수막이 눈에 띈다. 건설노조는 ‘내국인 우선고용 보장하라!’, ‘건설노동자 고용입법안 제정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있다.
건설 노동자들은 이른바 ‘노가다’라고 불리며 사실상 하층민 대우를 받았다. 이러한 인식은 건설 현장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건설 현장은 누가 하나 죽어도 모르는 죽음의 현장, 식사와 배변 등 기본적인 권리도 지켜지지 않는 비인간적인 현장이었다. 건설노조가 만들어지고 투쟁을 통해 단체 협약과 일자리 보장, 노동자를 위한 안전한 현장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건폭몰이를 하면서 노조를 탄압하고 조합원들을 고용하지 못하게 압력을 넣었다. 그러면서 건설현장은 다단계 하도급, 외국인 인력으로 채워졌고 빈번한 부실시공으로 이어졌다.
문화제에는 건설 조합원을 비롯해 건설노조를 응원하고 고공농성하는 동지들을 지지하는 많은 연대단체 회원들과 진보당 등 진보정당 당원들로 가득 찼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단결의 열기는 문화제가 진행되는 장소를 훈훈하게 데웠다.
24일 오후 18시 30분, 여의2교 고공농성장 인근에서 개최된 건설노조 투쟁문화제에서 장옥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한경준 기자
한편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은 22일, 고공농성 사태 해결을 촉구하면서 삭발하고 무기한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그는 2013년 투쟁하다 쓰러져 심근경색을 앓고 있다. 아직까지 약을 복용하는 등 단식 투쟁하기에 매우 위험한 몸 상태다.
장옥기 위원장은 “11월 9일 서울에 올라와서도 고공 농성을 하고 있는 저 동지들이 내려오지 못한다면 윤석열을 그냥 놔두고 내려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단식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건설노동자들에게는 칼을 들이대고 자기 패거리들의 죄는 묻어버리는 이런 권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용산 패거리를 퇴진시키는 것이 양회동 열사의 염원”이라며 “함께 투쟁해서 함께 승리하자”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이태환 수석부위원장은 “건설노조를 사수하는 것이 바로 민주노총을 사수하는 것”이라며 “양회동 열사의 유지가 살아있는데 주저하거나 물러설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11월, 12월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끌어내겠다는 결심을 조직하는 것이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라며 “건설노동자와 우리 국민들의 삶과 미래를 위해 윤석열 정권 끌어내리자”고 호소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11월 9일 노동자대회와 민중총궐기 성사를 위해 양경수 위원장이 전국의 현장을 순회하고 있다. 9월 12일 충북을 시작으로 강원, 울산, 제주, 인천, 대구, 경남, 경기, 부산, 전북의 현장에서 조합원들 만나서 11월 9일 윤석열 퇴진 투쟁에 함께 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24일 오후 18시 30분, 여의2교 고공농성장 인근에서 개최된 건설노조 투쟁문화제 ⓒ한경준 기자
윤석열퇴진경기운동본부 이종철 상임대표는 “대통령 하나 잘못 뽑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 윤석열 정권이 보여주고 있다”며 “2년 반 만에 어떻게 나라를 이렇게 망가뜨릴 수 있는가”라고 한탄했다. 그리고 “짙은 어둠은 여명을 예고하듯 우리의 저항이 곧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고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열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언제 사람이 죽어도 이상하지 않고 현장에서 제대로 먹고 싸는 것도 허용되지 않던 것이 건설 현장이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건설노조는 일당을 포기하면서까지 투쟁해 많은 것을 쟁취했고 우리는 건설노조에 큰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고공 하늘 감옥에서 손짓하는 저 두 동지의 손을 맞잡고 사악한 정치와 건설 자본에게 반대한다 목소리 높여 달라”고 호소했다.
고공농성을 하는 건설노조 경기도지부 김선정 부지부장은 전화 통화를 통해 참가자들에게 목소리를 전했다. 그는 “건설 노동자들이 희망을 잃고 목숨을 끊는 소식이 올라오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밀려날 곳이 없기에 우리는 이곳에 올라와서 투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옥기 위원장님의 단식 투쟁, 전국의 동지들이 함께 싸우는 그 힘을 믿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24일 오후 18시 30분, 여의2교 고공농성장 인근에서 개최된 건설노조 투쟁문화제에서 양회동 열사의 부인 김선희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한경준 기자
양회동 열사의 부인 김선희 씨는 “조합원분들은 목숨은 걸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며 “오늘은 제가 그동안 받은 위로의 말을 드리겠다. 지치지 말자. 힘내시고 건강하시라”고 말했다.
건설노조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 정양욱 지부장은 “저 위에 있는 두 동지는 자랑스러운 건설노조와 위대한 우리 조합원 동지들의 단결력만 믿고 버티고 있을 것”이라며 “더욱더 힘있게 투쟁하고 단결하자”고 호소했다.
문화제를 마무리하면서 사회자는 “대구경북과 부산, 울산, 경남은 총파업으로 돌파했다”며 “다시 한번 힘차게 싸워보자”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파업가를 부르며 투쟁의 결의를 다졌다.
'영적대화' '장님 무사' '주술사' 해괴한 말 난무...대통령 부부 무속 심취, 국정 운영 영향 줬다면 심각한 일
24.10.25 06:07ㅣ최종 업데이트 24.10.25 07:08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7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열린 오찬에 앞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부부와 기념촬영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온갖 의혹이 난무하는 '김건희 국감'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증인으로 출석한 강혜경씨의 주술 관련 발언이다. 명태균씨가 윤 대통령을 '장님 무사', 김건희 여사를 '앉은뱅이 주술사'로 칭하며 장님의 어깨에서 주술을 부리라고 얘기했다는 대목에서 소름이 돋았다. 명씨와 김 여사가 첫 만남에서 이런 '영적 대화'를 나눴다는 것도 황당하지만, 김 여사가 배후에서 국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더 기가 막힌 건 대통령 해외순방 일정이 명씨의 '꿈'으로 인해 바뀌었다는 의혹이다. 강씨 증언에 이은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2년 윤 대통령 부부의 캄보디아 순방 당시 명씨가 "비행기가 떨어지는 꿈을 꿨다"고 김 여사에게 말하고 난 뒤 당초 예정된 앙코르와트 방문이 취소됐다는 것이다. 당시 앙코르와트 사원 방문은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의 배우자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한갓 사적 인물의 꿈 얘기를 듣고 외교 활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건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여태껏 풀리지 않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취소 의혹은 또 어떤가.
윤 대통령 부부가 무속에 심취해있다는 사실은 대선 후보 때부터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김 여사는 대선 당시 공개된 '7시간 녹취록'에서 스스로를 비범한 무속인으로 자처하면서 "남편에게도 영적인 기가 있어 인연이 됐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토론에서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나와 국민을 놀라게 했고, 김 여사는 사주와 관상 등 점술을 소재로 박사학위 논문까지 썼다. 여기까지는 '참 희한한 부부'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대통령에 오른 뒤 국정에도 영향을 줬다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석연찮은 정책 나올 때 마다 무속 관여 의혹
대표적인 게 용산 대통령실 이전이다. 윤 대통령은 용산에 채 집무실이 마련되지 않았는데도 하루도 청와대에 머물 수 없다며 부리나케 옮겼다. "청와대는 터가 좋지 않아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녹취록에서 했던 김 여사 말 그대로다. 당시 무속인 누군가가 그런 주장을 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용산 졸속 이전으로 인한 막대한 예산 낭비 등 숱한 혼란과 폐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돌연 외교부장관 공관으로 바뀐 관저 이전은 또 어떤가. 무속인 천공 개입설이 돌자 조사에 나선 당국은 '무속인이 아닌 풍수전문가가 동행한 것'이라고 되레 큰 소리를 쳤다.
이게 끝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석연찮은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무속인 관여 의혹이 어김없이 뒤따랐다. '의료대란'의 발단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역술인 천공의 본명인 '이천공'에서 왔다는 말이 돌았고,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천공의 "우리도 산유국이 된다"는 발언에서 비롯됐다는 음모론에 가까운 설이 난무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도 납득할 만한 설명없이 지나가는 사례가 많기에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명씨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부부와 자신의 관계와 관련해 "내가 (천공보다) 더 좋으니까 (천공이) 날아갔겠지"라고 주장했다. 명씨가 공개한 '오빠' 카톡에서 김 여사는 명씨를 '선생님'으로 지칭하고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장담하고, 완전히 의지한다고 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해괴하고 경천동지할 무속과 관련된 국정 개입 의혹이 나올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진다.
윤 대통령 부부 주변에 끊임없이 무속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은 홀로 설 능력이 되지 않아서다. 윤 대통령의 고시합격과 검사 선택도 무속인의 말을 따른 것이라는 김 여사 말처럼 윤 대통령 부부가 지금까지 이룬 것의 상당부분은 무속의 힘이라고 굳게 믿고 있을 터다. 그러니 전혀 준비되지 않은 국정을 운영하려면 무속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역사를 보면 국가지도자가 국민 여론보다 무속에 의존하는 때는 국가가 극심한 혼란에 빠진 때였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인지 모른다.#명태균#앙코르와트
박상인 서울대학교 교수(왼쪽 두 번째)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금융투자소득세 본질 왜곡하는 쟁점들, 끝장 팩트체크 2회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10.24. ⓒ뉴스1
금융투자소득세를 시행하면 한국 증시가 폭락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투세 법안이 통과된 2020년과 시행이 유예된 2022년 증시가 급등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본 이탈 우려를 고려해 완화된 형태로 금투세가 설계됐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금투세는 비합리적이고 복잡한 금융 세제를 개편하는 목적인 만큼, 개인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는 설명이 따른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는 24일 경제개혁연대, 경실련, 민변 복지재정위원회, 포용재정포럼, 참여연대가 주최한 ‘금투세 팩트체크’ 기자간담회에서 “금투세를 도입하면 대만처럼 증시가 폭락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무지한 국회의원들의 막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금투세를 시행하면 증시가 폭락한다는 주장에 대해 박 교수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금투세 반대 진영은 대만이 1988년 금투세를 도입한 이후 증시가 36% 하락한 것을 근거로 든다.
박 교수는 “일본은 1989년 주식 양도 차익 전면 과세를 실시한 이후 오히려 증시가 올랐다”며 “한국은 대만과 일본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 따져보지도 않고 증시 폭락을 주장하는 건 기우”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금투세 시행이 증시 폭락을 야기한다면 그 효과는 앞서 국회에서 금투세 법안이 통과된 당시 나타났어야 한다고 박 교수는 짚었다. 박 교수에 따르면, 금투세 법안이 통과된 2020년 12월 2일 기준 3일 후 코스피 종가 평균은 2724.36으로, 통과 3일 전 2619.68보다 올랐다. 5일 전후를 비교해 봐도, 2617.29에서 2725.9로 상승했다. 박 교수는 “당시 증시가 상승 추세였으며, 금투세 도입은 추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동일한 방식으로, 금투세가 유예된 2022년 12월 22일 전후 증시 상황을 분석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 교수는 “금투세가 증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면 유예됐을 때 폭등해야 하는데, 떨어지는 추세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금투세가 대만 같이 증시에 영향을 미친다면 두 번의 이벤트(급등락)가 발생했어야 한다”며 “현재 한국 증시에 금투세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게 입증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으로의 자본 이탈을 우려할 수준으로 금투세 세율이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금투세는 국내 상장주식 양도 차익이 3억원 이하일 때는 지방소득세 포함 22%, 3억원 초과분에는 27.5%의 세율을 적용한다. 종합소득세 세율은 최소 6%에서 최대 45%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본은 빠르게 국내외를 오갈 수 있다 보니, 자본 소득에 대해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투세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자본 이탈에 대한 우려가 반영돼 있다는 의미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도 “금투세 세율이 높은 게 아니다”라며 “(자본 이득세 세율이) 덴마크는 42%이고, 캐나다는 50%였다가 최근에 60% 이상으로 올렸다”며 “한국에서 시행을 앞둔 금투세는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아주 느슨하게 설계돼 있다” 말했다.
“금투세 핵심은 금융 세제 불합리 개선”
전문가들은 금투세가 금융 세제를 개편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한다. 현재는 법에 열거된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가 이뤄진다. 동일한 소득이 발생했더라도, 법에 열거됐는지 여부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는 구조다. 이같은 문제는 금융 세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가령 소액주주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배당소득에 세금이 붙지만, 주식을 팔아 이익을 낸 데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또한, 투자자가 직접 채권을 양도해 수익이 발생하면 과세하지 않지만, 투자한 펀드에서 채권을 양도해 수익이 발생하면 배당소득을 과세한다. 소득별로 세제가 다르게 적용되면 투자자는 어떤 상품에 투자할 때 이득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김현동 교수는 “현행 소득세법은 복잡하고 비체계적이고 중립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투세는 금융 세제를 통합하고 두 개 그룹으로만 분류한다. 국내 상장주식과 공모주식펀드는 수익이 5천만원 이상인 경우 과세하고, 이 외의 기타 금융 투자 소득은 250만원 이상일 때 세금을 부과한다.
김 교수는 금융 세제를 단순화하면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손익통산 범위가 넓어진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금융투자소득 금액 범위 내에서 소득분과 손실분을 합산한 순소득에 과세한다. 금융 투자 결손금은 5년간 이월공제된다. 현재는 주식·파생상품·펀드·파생결합증권 간 손익통산을 허용하지 않는다. 또한, 펀드는 다른 금융 상품뿐 아니라 다른 펀드와도 손익통산이 불가하다. 가령 주식 투자로 100만원을 손실 보고 채권 양도로 20만원을 번 경우 기존에는 손익통산이 안 돼 20만원 수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했다. 금투세 체계에서는 이 경우 과세하지 않고, 순손실 80만원에 대한 공제가 이월된다.
김 교수는 “금투세는 개인이 보유하는 금융 상품 전체로 볼 때 손실이 발생해도 특정 상품에서 발생한 소득에 과세하는 불합리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금투세는 주식 개인투자자에 대한 상당한 혜택을 반영해 설계됐다는 설명도 제시됐다. 기타 금융 소득의 과세 기준인 250만원은 기존의 대주주 주식 양도세 규정을 준용했으나, 국내 상장주식 과세 기준은 20배 높은 공제 한도를 적용한다. 김 교수는 “굉장히 호혜적인 규정”이라고 평가했다.
“금투세는 자본시장 선진화 조치…상법 개정은 병행하면 될 일”
금투세 도입에 앞서 제반 여건을 마련하기 전까지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 쏟아졌다. 대표적인 유예론은 자본시장 선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상인 교수는 “금투세가 바로 자본시장 선진화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본시장 불투명성은 재벌 기업의 소유·지배구조 문제와 더불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된다”며 “자본시장 불투명성의 가장 큰 배경은 불법적인 차명 거래를 사전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양도소득에 과세가 안 돼, 차명으로 주식 계좌를 만들어 투자해도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주식 양도 차액에 과세하는 과정에서 차명 계좌를 이용한 주가 조작, 정부·기업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불법 거래를 감시하는 등 제2의 금융실명제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사 충실 의무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 조치는 금투세 도입과 병행하면 된다는 게 박 교수 입장이다. 그는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하자고 한 게 문재인 정부 때부터”라며 “정말 자본시장 선진화를 고민한다면 당장이라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법 개정과 재벌 개혁 관련 법안은 하나도 통과시키지 않으면서 금투세는 안 된다는 건, 자본시장 선진화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 노동시장이 선진화돼 있는가”라며 “근로소득세도 안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금투세 법안의 세부적인 문제점을 개선한 후에 시행해야 하는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핑계”라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이월공제 기간을 5년보다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보완 후 시행 방안을 거론한 바 있다.
박 교수는 “미세조정은 시행 이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미세조정을 이유로 유예하자는 건 시행 자체를 막으려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KBS 이사회가 23일 박장범 '뉴스9' 앵커를 차기 사장 후보로 임명제청했다. 사진=KBS
박장범 앵커가 KBS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것을 놓고 25일 경향신문, 한겨레가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을 비판하는 사설을 냈다. 동아일보는 논설위원 칼럼을 통해 KBS의 흑역사 반복을 우려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박장범 앵커 관련 기사를 25일 지면에 싣지 않았다.
지난 23일 KBS 이사회가 박장범 ‘뉴스9’ 앵커를 차기 사장 후보로 임명제청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면 오는 12월10일부터 3년 임기를 가진다. 야권으로 분류되는 KBS 이사 4명은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 추천으로 임명된 이사들이 진행하는 사장 선임 절차 자체가 위법하다며 이사회 의결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윤 대통령의 무리한 방송 장악 욕심”
경향신문은 25일자 사설 <‘파우치 사장’ 현실화한 KBS, ‘용산 방송’ 시비 계속되나>에서 박장범 앵커를 놓고 “(신년 대담) 당시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백을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에서 만든 조그마한 백’이라고 표현해 ‘대통령 심기 경호’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며 “정권에 편향된 보도로 시청자 신뢰도가 뚝 떨어진 KBS가 ‘용산 방송’이란 오명을 이어가겠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 박장범 KBS 메인뉴스 앵커.
박장범 앵커는 이사회 면접에서 ‘명품백’ 표현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언론에서 구분하는 품목은 생필품과 사치품이지 명품은 들어 있지 않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안을 꿰뚫는 적확하고 간결한 표현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언론의 주요 기능을 무시한 궤변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애써 축소하려던 의도를 시민들이 모를 거라 생각하는가”라고 했다.
이어 “‘5인 합의제’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비정상적 ‘2인 체제’에서 선임한 KBS 이사진이 사장을 선출한 것이 유효한지도 의문”이라며 “ 방통위 2인 체제 결정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에 앉히겠다는 시도는 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반민주주의적 발상”이라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 <KBS 사장 후보에 ‘조그만 백’ 박장범, 공영방송 모욕이다>을 내고 “공영방송 사장이라는 중대한 직책이 대통령 부부와의 친소 관계나 아부성 발언의 대가인 것처럼 해석되는 현실 자체가 공영방송의 위상과 가치를 훼손하는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런 인사가 한국방송 사장이 되면 앞으로 얼마나 더 정권에 아부하는 보도를 쏟아낼지 우려된다”며 “이 모든 ‘위법 행렬’(2인 체제 방통위)이 윤 대통령의 무리한 방송 장악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하루속히 방통위를 정상화하고, 공영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 25일자 동아일보 칼럼.
이진영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횡설수설’ 칼럼 <“쪼만한 백” KBS 사장 선임>에서 박장범 앵커가 진행한 윤석열 대통령 신년 대담을 놓고 “18개월간 공식 회견을 거부하던 대통령의 녹화 대담을, 그것도 녹화 3일 후 내보내는 방식을 수용한 것 자체가 공영방송의 흑역사로 남을 일”이라고 했다.
이진영 논설위원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정치색 짙은 인물이 사장이 돼 정권 바뀔 때마다 새 사장이 전임자 시절 ‘용비어천가’를 반성하는 게 관례가 됐다”며 “(박장범 앵커가) 소송에서 이기고 인사청문회 마치고 사장이 돼도 웬만한 공적을 남기지 않으면 그저 ‘쪼만한 백’ 덕에 큰 감투 쓴 인물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8명의 실명이 거론될 때마다 냉소가 퍼져가고 있다”
동아일보가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김건희 라인’으로 지목된 인사들을 정리하라고 촉구했다.
▲ 25일자 동아일보 사설.
25일자 사설 <실명 지목된 ‘김 여사 라인’ 8명… 빠른 정리가 최선이다>에서 동아일보는 “김 여사 라인이라는 이들은 대체로 코바나컨텐츠와 인연을 맺었거나, 네거티브 대응이나 행사 업무를 맡으면서 김 여사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며 “이들은 여사의 뜻을 앞세워 실권을 행사하기도 하고 김 여사와 직접 소통하며 본업 이외의 미션도 수행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용산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김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은 국정 지지율이 20%대 초반까지 주저앉는 데 큰 요인이 됐다”며 “대통령과 여당 대표와의 만남에서 경제 회생책이나 일자리 창출 등 중요한 국정 현안이 아니라 대통령 배우자 문제가 집중 거론되고, 무슨 라인이니 하며 얼굴을 붉히는 상황 자체가 참담한 일이다. 정치권과 관가에선 8명의 실명이 거론될 때마다 냉소가 퍼져가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차담회를 가진 이후 여권 내부는 대통령실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로 정면출동 양상을 보이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특별감찰관 추천은 원내 사안이라고 선을 긋자 한동훈 대표가 “당헌상 대표가 원내외 일을 총괄한다”며 “특별감찰관 추천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 25일자 국민일보 사설.
이에 국민일보는 “볼썽사나운 내분”이라 했고 한국일보는 “지금이 내전 벌일 때인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25일자 <‘빈손’ 회동 이어 특별감찰관 갈등, 볼썽사나운 與 내분> 사설을 내고 “김건희 여사 문제 때문에 촉발된 여권 내 갈등이 점입가경”이라며 “여권 전체가 1년 중 가장 중요하다는 정기국회 시즌마저 계파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무엇보다 윤·한 회동 이후 여권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이 하나같이 볼썽사납다”며 “여권 내부가 이래선 거대야당을 상대할 수도 없거니와 국정을 원활히 운영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지금이 특별감찰관 놓고 '與-與 내전' 벌일 때인가> 사설에서 “특별감찰관 임명은 여론의 관심에서 한참 떠난 얘기라 답답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다. 김 여사 관련 다수의 의혹은 수사로 밝혀져야 할 수준”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만 해도 검찰의 무혐의 불기소 처분으로 인해 지금 국민적 관심사는 특검법 향배 아닌가. 1년 이상 제기돼온 김 여사 사과와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을 넘어서는 특단의 조치를 내놔도 민심을 달래기 힘든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명태균씨 의혹 1면 배치한 한겨레 “국책사업 대상지 선정 개입”
한겨레가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 명태균씨에 대한 국책사업 개입 의혹 보도를 1면에 배치했다.
▲ 25일자 한겨레 1면.
한겨레는 <명태균, 창원 산단 ‘대외비’ 보고받았다> 기사에서 “명태균씨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한 경남 창원 국가 첨단산업단지(창원국가산단) 선정 몇달 전부터 창원시 공무원들로부터 산단 추진 계획 및 진행 상황 등을 담은 대외비 문서를 보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며 “아무런 공식 직함이나 권한이 없었던 명씨가 국책사업 대상지 선정에 개입한 양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이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지 의혹이 제기된다”고 했다.
명씨의 지시로 각종 선거 여론조사를 벌였던 미래한국연구소의 직원이자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로 일했던 강혜경씨는 한겨레에 “당시 명씨는 김영선 의원의 세비를 ‘반띵’해갈 뿐 아무런 공식 직함도 없었는데 공무원들이 명씨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갔다”며 “창원시 부시장 A씨와 담당 국장 B씨가 자주 김 의원의 사무실로 찾아와 명씨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고, 사무실 밖에서도 명씨와 자주 만났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명씨는 창원산단 선정에 개입하면서 산단 예정 부지에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도모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명씨는 ‘10년지기’이자 ‘동업자’인 강아무개씨와 2022년 하반기 무렵부터 산단 예정 부지에 있는 땅과 건물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고 했다. 강혜경씨는 지난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명씨가) 주변에 창원산단 땅을 사라고 했고, 본인에게도 사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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