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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동료의 무서운 충고...한국에서 펼쳐졌을 지옥도

[이봉렬 in 싱가포르] 독재 위한 대통령의 계엄 선포, 나라를 어떻게 망가뜨리나

4.12.17 07:04최종 업데이트 24.12.17 07:06

2006년 싱가포르에 직장을 구해 이민 온 후 지금부터 스무 해 가까이 됐습니다. 반도체 관련 장비와 부품을 공급하는 작은 회사였는데, 사장이 한국 사람이라 직원들도 한국 사람이 많았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건 직원 중 한국 다음으로 많은 국적은 싱가포르가 아니라 필리핀이었다는 겁니다. 모두 필리핀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온 나름 엘리트였는데 회사에서는 주로 장비를 담당하는 엔지니어 역할을 했습니다.

회사에만 필리핀 사람이 많은 게 아니었습니다. 싱가포르에는 약 200만 명 정도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는데 그중 25만 명 정도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온 가사도우미입니다. 20년 전만 해도 가사도우미는 대부분 필리핀 사람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이 되면 가사도우미들은 시내 길거리나 공원에 모여 휴식을 취합니다. 사진 출처 HOME(Humanitarian Organization for Migration Economics)HOME

고학력에 영어를 쓰는 필리핀 여성들이 싱가포르 가정에서 식사 준비나 청소는 물론이고 육아와 노인 간병까지 도맡아 했습니다. 싱가포르 전체 인구의 4% 정도가 필리핀 국적의 가사도우미였으니 필리핀 여성은 곧 가사도우미라 여겨질 만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지금은 좀 달라졌습니다. 필리핀보다 더 임금이 싼 미얀마나 인도네시아에서 온 여성들이 주로 가사도우미 자리를 차지하면서 필리핀 국적의 가사도우미 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그렇다고 필리핀 여성들에게 다른 일자리가 생긴 건 아닙니다. 가사도우미 혹은 식당 일을 위해 싱가포르 대신 한국이나 다른 나라를 찾는 걸로 바뀐 것입니다.

한국과 필리핀

지난 6일(현지시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마닐라 말라카낭 대통령궁에서 연설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반도체 회사를 비롯한 제조업 분야에서 필리핀 출신 엔지니어들에 대한 수요는 여전합니다. 동남아 국가 중 교육 수준이 높고, 기술이 뛰어나며, 영어가 통하기 때문입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필리핀에서 구할 수 있는 변변한 직장이 없는 것도 싱가포르에 필리핀 엔지니어들이 몰려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도 반도체 팹으로 직장을 옮겼지만 여기서 함께 일하는 엔지니어의 대부분이 필리핀 출신입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일이 아니더라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됩니다.

음식이나 여행, 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서로 좋은 점을 추켜세워 주고 은근히 자국의 장점을 내세우며 대화가 흘러갑니다. 특히 케이팝과 넷플릭스를 통해 전해지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필리핀 동료들도 한국이 최고라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정치 이야기를 할 때는 좀 다릅니다. 우리가 볼 때는 그래도 한국의 민주주의가 아시아에서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필리핀 동료들은 한국이나 필리핀이나 뭐가 그리 다르냐는 식으로 받아칩니다.

2016년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필리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저는 그가 한국의 전두환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를 섞어 놓은 것 같다며 어떻게 그런 인물이 대통령이 될 수 있냐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필리핀 동료들은 두테르테가 필리핀의 구악을 해소할 적임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너무 폭력적이지 않냐고 물으니 이명박 정부 당시 서울 광화문에 컨테이너를 쌓아 시민들을 막았던 명박산성이나 전쟁과 같았던 용산참사를 이야기하며, 두테르테는 최소한 선량한 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응수했습니다.

얼마 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가 필리핀 대통령이 됐을 때는 어떻게 나라를 망가뜨린 독재자의 아들을 대통령으로 뽑을 수 있냐는 저의 지적에 독재자의 자식을 대통령으로 뽑은 건 한국이 먼저라고 답하는 바람에 할 말을 잃기도 했습니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윤석열의 말을 머리기사로 보도한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스트레이츠 타임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붉게 충혈된 눈으로 회사에 출근했더니 만나는 필리핀 동료마다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한국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국회에 의해 계엄이 해제되기는 했지만 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고, 정신이 이상해진 독재자가 계엄을 선포했으나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답게 국회가 막았으니 대통령은 곧 탄핵당해 물러날 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동료들은 부디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면서 이제껏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필리핀에서도 대통령에 의한 계엄 선포가 있었다는 겁니다.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가 장기독재를 했고, 그 가족은 구두 수백 켤레로 상징되는 사치를 일삼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 장기독재의 시작이 대통령의 계엄선포로 시작됐다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평소 정치 이야기를 해도 농담을 섞어 가볍게 하던 그 동료는 계엄 상태에서 나라 꼴이 어떻게 되는 지를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해 줬습니다.

2016년 2월 26일(현지시간) 필리핀 케손시티에 있는 피플 파워 체험 박물관에서 한 방문객이 계엄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고 있다. 1972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의 계엄 선포부터 1986년 평화 혁명까지 다각도로 체험할 수 있는 이 박물관은 마르코스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피플 파워 혁명 30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연합뉴스

1972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장기독재를 위해 계엄령을 선포했고 의회를 해산했습니다. 계엄 해제까지는 10년, 독재자 마르코스가 쫓겨나기까지는 무려 14년의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인권 단체인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필리핀의 계엄 기간 동안 약 7만 명이 투옥되었고 3만 4000명이 고문당했으며 3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사람들 목숨만 빼앗은 게 아닙니다. 경제도 엉망이 되어 버렸습니다. 마르코스가 집권한 1965년 필리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8달러로 한국의 105달러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됐습니다. 1981년 필리핀의 계엄이 해제되던 해의 1인당 GDP는 815달러, 한국의 GDP는 1883달러로 이번에는 한국이 필리핀의 두 배 이상이 되었습니다.

계엄과 장기독재로 인해 꺼져버린 성장동력은 독재자가 물러난 이후에도 다시 살아나지 못해 2023년 필리핀의 1인당 GDP는 3725달러로 한국의 3만 3121달러에 비하면 12%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12%의 GDP도 외국에서 남자는 엔지니어로 여자는 가사도우미로 일해 부친 돈으로 겨우 만든 것입니다.

한국과 필리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세계은행

대화를 마친 필리핀 동료는 끝으로 이 말을 제게 했습니다.

"너희는 필리핀처럼 되지 마라."

저는 '걱정 말라'고, '우린 대통령을 탄핵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사실 걱정이 컸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방해로 탄핵소추안 표결에 실패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14일 오후, 계엄 발표 이후 11일 만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습니다. 필리핀은 계엄 후 의회가 해산됐지만, 우리 국회는 계엄을 해제했고 불법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을 탄핵했습니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심리만 남았습니다. 탄핵 인용으로 내란죄 수괴를 완전히 끌어내린다면 제2의 필리핀은 되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남은 여정에서도 우리 국민 모두가 자랑스런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 줄 거라 믿습니다.

#탄핵 #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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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안정” “검찰개혁” “새로운 대한민국” 탄핵 이후 야당의 목소리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야당은 일제히 ‘탄핵 이후’의 구상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은 탄핵안 통과 이튿날인 15일 국회에서 각각 기자간담회를 열고 각 당의 입장을 밝혔다.

공통적으로는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파면 결정과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내란 책임자들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 하지만 이후, 각 당이 방점을 둔 메시지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2.15.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회 제1야당인만큼 ‘국정 안정’에 방점을 둔 정국 수습책을 제시했다. 국회와 정부가 참여하는 국정안정협의체를 구성해 이곳에서 국정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하자는 제안이었다. 당내에도 ‘국정안정 내란극복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국정 수습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대표는 “국회가 정부가 대한민국 전반에 불어닥친 위기를 조속히 매듭지을 수 있게 하겠다”며 “국정안정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통해 금융과 경제, 민생에 관한 정책적인 협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 혼선을 막기 위해 그간 당 일각에서 요구됐던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절차도 일단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발언 내용 중 상당 부분은 경제 위기 극복에 대한 방안이었다. 내수 경기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논의를 촉구하고, 정부를 향해서도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민주당 역시 “시장 안정화, 투자 보호 조치 등 경제 불안 해소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침체된 민생경제의 물꼬를 틔우고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입법을 빈틈없이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22대 국회에서 추진해 온 검찰개혁 관련 입법도 혼란 수습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이 대표는 관련 질문이 나오자 “지금은 모두가 힘을 합쳐 혼란을 극복하고 민생 회복을 하는 데 주력해야 할 때”라며 “제도적 개혁의 문제는 혼란이 정리되고 난 다음에 논의해도 충분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민(가운데)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1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조국혁신당은 창당 때부터 주창해 온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은 “검찰개혁은 미룰 수 없다”며 “조국혁신당은 지난 8월 ‘검찰개혁 4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검찰 공화국의 폐단은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부역한 검찰이 몸소 입증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제 윤석열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 거부권도 칼집에 들어갔다”며 “혁신당은 앞으로도 검찰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황운하 원내대표 역시 “헌재에서 파면 결정이 있는 시점 이전까지는 검찰개혁 4법이 반드시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발의한 ‘검찰개혁 4법’이란 공소청법 제정, 중대범죄수사청법 제정, 수사절차법 제정, 형사소송법 개정을 일컫는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에 이관하고, 기존 검찰청을 폐지한 뒤 기소와 공소 유지를 전담하는 공소청을 만들고, 수사기관이 적법절차와 피의자 인권 보호와 관련된 원칙을 준수하게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와 의원들이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보당
진보당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내세웠다.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린 촛불혁명 이후 다양한 사회 개혁 과제들을 제대로 완수해 내지 못했다는 성찰에서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윤석열 정권이라는 희대의 괴물이 등장한 데는 촛불혁명 과정에서 터져 나왔던 사회대개혁 과제들이 실종되고 온전히 실현되지 못한 원인이 있다”며 “다시는 이 비극적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진보당은 또다시 타오른 촛불과 응원봉의 염원, 바람을 잊지 않고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윤석열의 내란 범죄에 맞서 함께 싸운 야당들과 머리를 맞대고 초당적인 논의와 협력을 이뤄내겠다. 노동, 농민, 빈민 등 시민사회와도 협력을 강화하고, 광장을 채웠던 민의가 올곧게 실현될 수 있도록 진보당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종덕 의원도 “윤석열 탄핵을 넘어 국민의 삶을 바꾸는 평등, 평화의 새로운 시대, 제7공화국을 열어내기 위한 범국민적 논의를 제안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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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친윤에 등 떠밀려 오늘 사퇴…국힘 다시 비대위로

오전 10시30분 사퇴 기자회견 예정

서영지기자
  • 수정 2024-12-16 07:00
  • 등록 2024-12-16 06:00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의원총회장에서 나와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의원총회장에서 나와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당대표직 사퇴 의사가 없다’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10시30분 사퇴 기자회견을 하기로 돌연 마음을 바꿨다. 14일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뒤 친윤석열계로부터 가해진 ‘조직적 사퇴 압박’에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14일 저녁 국민의힘은 혼비백산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 직후 비상의원총회를 위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 모였고, 문이 닫히자마자 안에선 고성이 들려왔다. 일부 의원들은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당대표 들어오라고 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소리쳤다.

    한 대표는 의총이 시작된 지 1시간50분여 만인 이날 저녁 6시50분쯤 의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대표는 비공개 의총에서 “오늘 결과에 마음 무거우실 줄 안다. 하지만 저는 탄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건 여기 의원들도 다 알지 않느냐”는 한 대표의 발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의원석에서 고함이 쏟아졌다. 일부 의원들은 “왜 대표가 당론을 안 따르냐”고 소리쳤고,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동훈 대표의 직무 수행도 불가능하다. 이 자리에서 당장 대표직을 그만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  
  • 한 대표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그는 “비상계엄을 내가 했나? 나는 (계엄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사실관계와 별개로 이 말은 그 자체로 친윤계 의원들의 분노를 더 키웠다.

    의총장을 빠져나온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직무를 수행하겠다. 집권 여당 대표로서 국민과 함께 잘못을 바로잡고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했다. 대표직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측근들에게는 “탄핵에 반대하면 ‘계엄 옹호당’ 되는 것 아니냐”고 답답함을 토로했고, ‘권성동 권한대행 체제’가 언급되는 것에 대해선 “내가 사퇴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가능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 하지만 7월 전당대회 때부터 함께했던 ‘친한동훈계’ 장동혁·진종오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14일 저녁 의총장에선 권성동 원내대표의 제안으로 한동훈 지도부의 거취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의원 93명 가운데 73명이 지도부 총사퇴에 찬성했다. 당 소속 광역단체장들도 가세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15일 페이스북에 “제발, 찌질하게 굴지 말고 즉각 사퇴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계속 버티면 추함만 더할 뿐 끌려나가게 될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한 대표는 15일 오전 서범수·한지아 의원 등 참모들과 상의를 거쳐 대표직 사퇴로 기울었다. 당 지도부에 속한 친한계 인사는 “대표가 자리를 지킨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친윤과 싸우는 모습밖에 더 보이겠나. 대표가 마음을 비우는 모습을 보이고 2선으로 후퇴해 국민을 상대로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일각에선 당헌당규상 비상대책위원장 지명권이 당대표에게 있다며 ‘버틸 것’을 주문했지만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을 가지고 싸우기 시작하면 더 보기 안 좋아진다”고 만류했다고 한다. 또 다른 당 지도부 관계자도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을 두고 친윤계가 압도적 다수인 전국위원회와 다툼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조언하자, 한 대표도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대표가 사퇴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인 이헌승 의원은 이날 저녁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위원회 의장으로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위한 절차를 지체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들어 5번째 비대위를 꾸리게 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당내 계파 갈등이 커지는 상황이라 마땅한 비대위원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4·10 총선 참패 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물러나고 새 비대위를 꾸리는 과정에서도 위원장 후보군의 상당수가 제안을 고사했고, 황우여 전 의원이 직을 수락함으로써 비대위원장 구인난도 비로소 해소됐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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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尹 망상 헤어나오지 못해…헌재, 민주주의 퇴행 바로잡아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12/16 08:21
  • 수정일
    2024/12/16 08:21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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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탄핵가결 1면 기사에 담긴 신문들 속마음은

국민의힘 한동훈도 사퇴 기자회견, 리더십 한계

기자명조현호 기자

  • 입력 2024.12.16 07:36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가(찬성) 204표 부(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였다. 이제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심판 착수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르면 1월에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검찰과 경찰도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윤 대통령에 소환을 통보했으나 불응했다. 2차 통보할 예정이다. 2~3차 통보까지 불응할 경우 체포한다는 방침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민심에 반하는 탄핵반대표가 85명이나 나온 국민의힘은 찬성을 독려한 한동훈 대표와 찬성한 의원들 마녀사냥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아무런 사과하지 않은채 포기하지 않겠다며 끝까지 법정에서 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과도 싸울 기세다. 동아일보는 망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탄핵이 가결된 뒤 처음 맞은 월요일자 신문 1면엔 다양한 관점의 탄핵 관련 기사 제목이 눈에 띄었다. 다음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윤석열 1차소환 불응 검찰, 오늘 2차통보>

국민일보 <수사 속도내는 검 “윤 소환불응…곧 2차 통보”>

동아일보 <尹, 檢출석 거부… 헌재, 오늘 첫 탄핵 회의>

서울신문 <국회 둘러싼 준엄한 민심>

세계일보 <비상 시국에…’국정안정협의체’ 거부한 여>

조선일보 <“우리 사회에 火가 너무 많다”>

중앙일보 <대통령, 검찰소환불응 계속 거부땐 체포 검토>

한겨레 <윤 “책임회피 않겠다”더니…출석요구 불응>

한국일보 <“민주주의 살렸다, 이젠 경제 민생 살려야”>

검찰 초유의 현직대통령 소환통보했으나 불응, 체포 검토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회의 탄핵 표결 다음 날인 15일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11일 통보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에서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 출석 요구 등 검찰 수사와 탄핵심판을 동시에 받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2면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이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고,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검찰은 윤 대통령에게 추가로 출석 요구를 하고, 윤 대통령이 계속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강제 구인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윤석열 탄핵 헌재 결정 이르면 1월에 나올 수도

한국일보는 2면 기사 <헌재로 넘어간 윤의 운명…이르면 내달 파면 여부 결정>에서 “헌재 결정은 빠르면 내년 1월에 나올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사건 사건번호는 ‘2024헌나8’이고, 사건명은 ‘대통령 윤석열 탄핵’이다. 한국일보는 헌재 연구관 출신의 노희범 변호사가 “윤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혐의는 국회 증언과 수사기관 진술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사실 관계가 드러났다”며 “아무리 길어도 두 달, 정말 빠르면 4주 내지 5주 내에도 선고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전했다. 김종대 전 헌재 재판관도 “국회에 출석한 증인들 진술이 모두 공문서라서 헌재가 따로 조사할 필요 없이 바로 증거로 쓸 수 있다”며 “심리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동아일보 “尹 자화자찬 어이 없다, 망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국회에서 탄핵안 가결 뒤 담화에서 “잠시 멈춰 서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자신의 업적을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동아일보는 사설 <尹 또 자찬 일색 담화… 8년 전 朴은 “제 부덕” 고개 숙였는데>에서 윤 대통령이 탄핵안이 가결되자 이번엔 정치적 피해자라도 된 듯한 언행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태도는 실로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육군참모총장, 방첩사령관,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은 구속되거나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관련자 체포도 이어지고 있고, 경찰 1, 2인자인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도 구속됐다”며 “수족들은 이렇게 내란죄로 줄줄이 엮여 사법 심판의 대상이 됐는데 정작 그 ‘우두머리’인 윤 대통령은 여전히 망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소환에 불응한 것을 두고도 동아일보는 “이런 부조리가 또 어디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헌재가 민주주의 퇴행 조속히 바로잡아야”

동아일보는 다른 사설 <헌재, 민주주의 퇴행 조속히 바로잡아야>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사건의 조속한 심판을 촉구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이 자진 사퇴를 거부하며 여당과 정부에 국정을 위임하는 이상한 비정상 체제가 해소되고 헌법 절차에 따른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 것은 다행이지만 정부의 제한적 리더십은 작금의 혼란과 불안을 일소하기엔 한계가 뚜렷한 것도 사실”이라며 “어느 때보다 신속한 헌재의 탄핵 결정이 필요한 이유”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헌법의 수호자로서 헌재는 법리에 따른 신중함, 나아가 빠른 혼란 종식을 위한 과단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번 결정은 그 사법적 판단 못지않게 한국의 지난한 민주화가 이룬 여정을 돌아보며 퇴행적 궤도 이탈을 바로잡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겨레도 사설 <헌재, 신속·단호한 탄핵심판으로 헌법 수호해야>에서 “신속하게 결론 내야 할 이유가 뚜렷하다”며 “탄핵 사유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중하다. 헌정을 파괴하는 내란 사태를 일으킨 죄과는 단죄를 한시도 미룰 수 없다”고 썼다. 내란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도 했다. 또한 한겨레는 “사유가 단일하고 법리가 명백하고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무더기 증인 신청 등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려는 윤 대통령 쪽의 갖은 술책에도 헌재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이제 차분히 경제·안보 지킬 때>에서 이번 탄핵 결과를 두고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조차 납득시키지 못했다”며 “윤 대통령이 느닷없고 독단적인 계엄령 선포로 선진 한국을 수십 년 후퇴시키려 했다는 국민적 분노가 컸다”고 해석했다. 조선일보는 “계엄 선포 열흘 남짓 만에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서 국가적 분열이 장기화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고 썼다.

한국일보는 사설 <이제 헌재의 시간…공정한 탄핵 심판 위해 당리당략 버려야>에서 “공명정대한 탄핵심판을 담보하려면 공정한 재판관 선출이 필수적”이라며 “야당은 지금까지 후임 재판관 선출에 협조하지 않았는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 검사 등의 직무정지가 길어지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끊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신임 재판관 임명 과정에서 이런 정파적 접근법이 재연돼선 안 된다”며 “정파성이 향후 탄핵심판 결과의 불복 빌미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고 썼다.

국민의힘 당권경쟁 친윤 회귀 우려, 한동훈 리더십 한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오늘(16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사퇴할 것이라고 많은 신문들이 보도했다. 한겨레는 1면 <한동훈 오늘 사퇴>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뒤 당 안에서 거센 사퇴 요구를 받아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며 “7·23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지 146일 만”이라고 보도했다. 최고위원 5명이 무더기로 사퇴했고, 당 의원총회에서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다. 한 대표가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한겨레는 3면 기사에서 “당 안팎에선 ‘국민의힘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동아일보는 5면 기사 <韓 5개월만에 리더십 한계 노출… 당내 “탄핵 오락가락, 韓-韓체제 등 패착”>에서 “국민의힘 당 지도부가 붕괴되면서 한동훈 대표의 리더십이 대표 취임 5개월 만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친한계 일각에서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대표가 탄핵안을 두고 찬성→반대→찬성으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위헌 논란을 일으킨 ‘한-한(한덕수 국무총리-한동훈 대표) 공동체제’를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한 대표 스스로 리더십에 균열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해석했다.

경향신문은 4면기사에서 한 대표를 두고 “당을 이끌며 보수진영 대권 주자 1위로 부상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기지 못했다”며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서 오락가락하며 자충수를 둔 데다, 허약한 당내 기반 속에 친한동훈(친한)계 일부도 등을 돌려 위기 국면을 돌파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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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쿠데타 연구자가 '윤석열 내란' 살펴보고 한 말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친위 쿠데타와 민주주의

24.12.16 07:10최종 업데이트 24.12.16 07:10

'12.3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여의도 국회에 투입된 무장 군인들.연합뉴스/로이터

현실은 허구를 능가한다. 허구는 개연성을 가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소설보다 더 극적인 현실을 이렇게 표현했다. 소설 속 인물이 설명되지 않는 비상식적 행동을 할 때, 독자는 몰입하기 어려워진다. 개연성이 부족하다며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개연성 없는 비상식적 사건들이 발생한다. 그래서 현실은 더 극적이다.

수십 년 전 있었던 권력의 폭력과 그에 대한 민중의 저항을 모티프로 한 소설이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그 문학적 깊이와 보편적 울림을 인정받아 작가는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을 수상한다. 공교롭게도 시상식이 열린 날, 작가의 조국은 또다시 권력의 폭력이 초래한 혼란 속에서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소설이라면 지나치게 과장된 설정이라 여겨질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광주와 제주의 아픔을 역사와 문화를 달리하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들이 보듬어 주던 바로 그 시간, 정작 작가의 나라에서는 똑같은 야만의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이 모든 극적 대비가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 만들어졌다.

2024년 겨울, 한국에서 발생한 내란 기도는 실패로 끝났다. 법적 절차가 남았지만, 세계는 이미 한국 국민의 승리를 선언했다. 이렇게 빠른 진전을 세계는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 시선에는 후속 조치에 대한 관심도 함께 있다. 후속 조치에는 파면과 처벌과 같은 법적 절차도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위한 전반적 성찰이 필요하다.

왜 이런 비현실적 일들이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 벌어지는가. 왜 '스토리'에서도 과하다 싶은 일들이 '히스토리'에서 이리도 반복되는가. 왜 고통의 기억은 새로운 불의를 막아내지 못하고 마비된 의식 마냥 무뎌지고 희석되는가. 왜 광기의 수괴들은 징글징글할 만큼 가면을 바꿔가며 끝없이 나타나는가?

답은 질문 안에 있다. 끝없이 가면을 바꿔 쓰기 때문이다. 광기의 수괴들은 수단을 바꿔가며 민중을 속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낸다.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역사를 반복해, 지역을 거슬러, 빈틈만 보이면 출몰하는 벌레 마냥, 끊임없이 어둠 속에서 기어 나온다. 그들의 발밑 세상은 그만큼 달콤하고, 손에 쥔 수단은 그만큼 막강하다.

한국에서 벌어진 전형적인 '친위쿠데타'

1945년 이후 전 세계에서 46번의 친위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 현직 국가 지도자가 더 많은 권력을 장악하거나 불법 또는 위헌적으로 임기를 연장하려 시도하면 대개는 성공하나 몇 가지 예외도 있다.Colpus Dataset

"마치 쿠데타 같은 기분이에요."

지난 3일 밤, 외신이 전한 한 서울 시민의 반응이다. 외신은 이 반응이 틀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단순히 '쿠데타 같은 것'이 아니라 명백한 '쿠데타'라고 단언했다. 학술 탐구와 탐사 보도의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이 언론은 2024년 12월 3일 밤 한국에서 벌어진 사태를 전형적인 '친위쿠데타'로 규정했다.

국가를 전복시키는 행위를 흔히 쿠데타(Coup d'Etat)로 부른다. 프랑스어에서 온 이 말의 본뜻은 '국가를 향한 타격'을 의미한다. 정작 프랑스에서는 다른 용어가 더 많이 쓰이지만 이 말은 전 세계에서 널리 쓰이는 국가 전복을 의미하는 정치 용어가 됐다. 대개는 하위 권력이 초법적 수단을 통해 상위 권력을 찬탈하며 권력을 장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카네기 멜런 대학교에서 전 세계 쿠데타 사례를 연구해 온 존 친 교수는 친위 쿠데타를 일반적인 쿠데타와 달리 현직 행정부 수반이 사법부나 의회와 같은 다른 권력을 상대로 불법적 행위를 통해 자신의 권력을 연장 또는 확대하려는 시도로 정의한다. 그는 윤석열의 계엄령 선포를 전형적인 친위쿠데타 사례로 규정했다.

그에 따르면 친위 쿠데타는 구체적으로 "군대를 동원해 의회를 폐쇄하려는 형태를 취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실패한 사례로 남겠지만 2021년 7월 튀니지의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은 의회와 사법부를 해산하고 자신의 권한을 확대해 3년이 지난 지금도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친 교수는 설명한다.

지난 10년 간 친위 쿠데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에는 친위 쿠데타가 없었으나 그 이후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서 31건의 쿠데타가 발생했다.Colpus Dataset

쿠데타는 일반적으로 비민주적 체제에서나 그런 체제의 인물에 의해 발생한다고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들에 의해서도 친위 쿠데타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1945년 이후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들에 의해 발생한 친위 쿠데타가 총 46건에 달한다고 밝히며, 가장 최근의 사례로 한국을 들었다.

한국의 12·3 쿠데타 미수 사건은 전형적 형태의 측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고 한다. 친 교수에 따르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발생한 친위 쿠데타 시도의 절반 이상은 사법부나 입법부를 대상으로 하며, 약 40%는 민주적 선거를 약화시키거나 선거 승자의 취임을 방해하려는 명시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친위 쿠데타의 가장 흔한 방법은 어떤 것일까? 이번 12·3 쿠데타 미수 사건처럼 계엄령 선포일까? 흥미롭게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발생한 친위 쿠데타 시도 중 계엄령을 선포한 사례는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더 일방적인 방식은 야당 지도자들에 대한 공격이나 선거 개입이다.

12·3 쿠데타 미수 사건이 얼마나 철저히 준비된 내란이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윤석열은 계엄령 선포와 함께 국회를 무력화시키려 했으며, 야당 지도자들과 언론인에 대한 구금을 시도한 의혹을 받고 있고, 선거 결과에 개입하려는 정황까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모든 친위 쿠데타의 전형적 방법이 총망라됐다는 것이다.

건재한 한국의 민주주의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국회 주변에 등장한 무장한 계엄군에게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권우성

그렇다면 윤석열의 쿠데타는 왜 실패했을까? 존 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쿠데타의 성공 여부는 당파적 동맹과 군사 엘리트를 포함한 다양한 세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조율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는 대부분의 친위 쿠데타가 군과 정당 엘리트의 이탈로 내부 지지를 상실하면서 실패한다고 설명한다.

군이 이탈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친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친위 쿠데타가 발생할 경우, 이번 서울 사례처럼 대규모 시민이 거리로 나와 저항하면 군부가 긴장하며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한다. 민주주의 사회의 군대와 권위주의 사회의 군대는 바로 이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민주주의 사회의 군대는 국민을 보호하는 사명을 뼈에 새기며 총을 쥐는 반면, 권위주의 사회의 군대는 군주를 보호하는 사명으로 총을 든다. 이번 쿠데타 실패 후, 일부 보수 언론은 군 지휘관들의 눈물을 폄훼하는 논설을 싣고 있는데, 이들은 여전히 권위주의 시대에 머물러 있다. 그들에게 군대란 감정 없이 주군의 명령에 전진하는 목각인형일 뿐이다. 권위주의 망상에는 대통령만 빠져 있는 것이 아니다.

친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일수록 쿠데타의 성패는 군의 지지보다는 '민주주의 자본'의 축적 여부에 좌우된다고 말한다. 민주주의 자본이란 오랜 민주주의 역사를 통해 형성된 시민적, 사회적 자산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군과 민주주의 자본은 상호 대립적인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친 교수가 판단하는 윤석열 쿠데타의 실패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은 수십 년간 군사독재를 겪었고, 그 시대를 향수하거나 동경하는 망상가들이 여전히 있다. 하지만 이후 수십 년 동안 민주적 통치를 이어오면서, 이제 다수의 한국 국민은 요람에서부터 민주주의를 보고 자란 이들이다.

그의 표현대로 한국은 이미 충분한 민주주의 자본을 축적한 나라다. 이 민주주의 자본은 한국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았을 때, 제대로 작동했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저항했고, 정당 지도자들은 윤석열 반대에 일치했다. 국회의원들은 만장일치로 계엄 무효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것이 과거 두 차례의 쿠데타(1961년 박정희, 1979년 전두환)와 한 차례의 친위 쿠데타(1972년 박정희)가 성공했던 반면, 2024년 12월 3일의 친위 쿠데타가 실패한 결정적인 차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건재하다. 그것도 단 한 사람의 피도 흘리지 않고 광기의 수괴를 몰아낼 만큼 강하다.

현실은 허구를 능가한다. 국뽕에 찬 한 소설가가 이 '스토리'를 써냈다면, 개연성 없는 진부한 소설이라며 비난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에서 벌어진 '히스토리'다. 현실은 허구가 구성할 수 없는 세계를 만든다. 민주주의의 세계는 이처럼 주어지는 세계가 아니라, 만들어 내는 세계다.

12.3 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 재표결이 이뤄지는 14일,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수십 만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를 가득 메우고 있다. 권우성

2024년 겨울, 민주주의 후발주자 한국은 서구세계로부터 배운 민주주의가 고장이 날 때 어떻게 수리를 하는지, 다시 서구세계에 가르쳐 주고 있다. 기자의 생각이 아니다. 취재차 만났던 한 외국 시민에게 기자가 부끄럽다는 말을 했을 때, 그가 돌려준 반응이었다.

"당신들은 지금 미국을 포함한 세계를 향해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을 때, 어떻게 고쳐 쓰는지 보여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인용한 기사 :

https://theconversation.com/what-is-a-self-coup-south-korea-presidents-attempt-ended-in-failure-a-notable-exception-in-a-growing-global-trend-235738

#쿠데타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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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공모' 혐의자 줄줄이 체포·구속…김용현 "진술 거부"

 검찰, 곽종근 특전사령관에 구속영장 청구…여인형 방첩사령관 등 수사에도 박차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로부터 탄핵소추의결서를 전달받아 직무가 정지된 이후 수사기관이 내란 혐의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란 공모 혐의자들은 속속들이 체포되고 있고,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 인멸을 우려해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있다.

 

15일 검찰 비상계엄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전날 707특수임무단 등 휘하부대를 국회에 투입한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구속영장을 중앙지역 군사법원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곽 사령관 혐의의 중대성과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를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들의 진술이 중요한 증거인 상황에서 군 지휘체계와 지위를 고려할 때 서로 말을 맞출 우려가 있어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곽 사령관은 계엄 이틀 전인 이달 1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국회, 선거관리위원회 3곳, 더불어민주당 당사, 여론조사 '꽃' 등 6개 지역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10일 국회에서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해제를 위한 국회의원) 의결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직접 들었지만, 현장 지휘관과 상의해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10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내용을 공개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곽 사령관의 주장과 별개로 그가 내란에 가담해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본다. 곽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의 육사 9기수 후배로,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 시절 한남동 공관에서 열었던 이른바 '공관 모임'의 멤버 중 한 명이다.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앞서 곽 사령관이 계엄 당시 테이저건과 공포탄 사용을 건의했었다고 밝혔다.

 

곽 사령관과 같이 계엄 당시 휘하부대를 국회에 투입한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은 14일 체포 이후 검찰에게 첫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 사령관으로부터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뒤 병력이 국회로 출동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하며 "끌어내라"는 지시를 두 차례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의 육사 10기수 후배이자 곽 사령관과 마찬가지로 공관 모임에 참여한 멤버 중 한 명이다. 검찰은 이 사령관이 계엄 선포 전부터 계엄 작전을 알고 있었던 정황도 포착했으며, 계엄 당시 수방사 1경비단과 군사경찰단 등을 국회에 투입한 경위와 목적, 총기 소지 여부 등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 등과 공모해 내란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의 경우 14일 구속됐다. 그는 계엄이 계속됐다면 핵심 직책인 계엄사 산하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을 예정이었다.

 

여 사령관은 계엄 당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방첩사 요원들을 보내고 여야 대표 등 주요 인사 14명의 체포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 서버 확보를 지시하는 등 내란에 관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인사 14명을 체포해 수도방위사령부 내 벙커 등에 구금하고 선관위 등의 서버를 영장 없이 확보하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주요 인사 위치 추적을,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에게 군사경찰 지원을 요청하는 등 업무 조율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11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과 함께 내란을 주도한 혐의를 받으며 체포 당한 후 극단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던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14일 김 전 장관에게 계엄 포고령 수정 과정에 윤 대통령의 관여 정도와 비상상황 판단 근거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지만, 김 전 장관은 줄곧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14일 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수사 과정에서 검사가 제시한 문건의 하나를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생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과 수사 검사들을 직권남용과 불법체포·감금 등으로 고소하고 징계 청구도 하겠다며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취소를 요구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진술 확보를 계속 추진하는 한편 여타 중요 인물의 진술과 각종 증거를 토대로 윤 대통령 수사로 나아가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갈 전망이다.

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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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윤석열의 도박은 완전히 실패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외신 집중보도

기자명금준경 기자

  • 입력 2024.12.14 22:46

▲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탄핵촉구집회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 사진=금준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한국 언론은 물론이고 주요 외신들도 일제히 주요 기사를 내고 한국 상황에 주목했다.

CNN은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도박에 빗대 “윤 대통령의 도박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지난 12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한국 정치권과 국민은 더 크게 분노했다. 윤 대통령의 무모한 정치적 도전이 화살로 되돌아왔다”고 했다. CNN은 “아시아의 역동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퇴진을 요구하며 단결했다”고 했다.

▲ 14일 BBC 홈페이지 갈무리

 

▲ 14일 가디언 홈페이지 갈무리

 

파이낸셜타임스도 <한국 대통령, 계엄령 도박 실패 후 탄핵되다> 기사를 통해 실패한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르몽드 역시 “계엄령 베팅이 실패로 끝났다”고 했다. AP통신은 윤석열 대통령을 가리켜 “충격적인 계엄령으로 인해 탄핵소추된 한국의 지도자”라며 “충격적인 몰락”이라고 했다.

그간의 과정을 돌아보며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을 무리수로 평가한 보도도 나왔다. 가디언은 “계엄령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고 했다. BBC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국내에서 정치적 혼란을 야기했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짚었다. 뉴욕타임스는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가 국가를 헌법적 위기에 빠뜨린 후 그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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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11일 가디언은 <한국의 계엄령 참사에 대한 견해: 민주주의의 등대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사설을 내고 “계엄령을 선포한 한국 대통령의 기괴하고 끔찍한 시도는 여전히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레임덕이 아니라 데드덕”이라고 했다. 실권이 사라진 정도가 아니라 정권 자체가 종말을 맞았다는 의미다. 가디언은 “지금 필요한 건 ‘사임 로드맵’이 아니라 즉각적인 선거”라고 했다.

▲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탄핵촉구 집회가 끝난 후 모습. 집회 참가자들이 쓰레기를 모아 정리했다.

 

이날 역시 한국 집회 참가자들을 조명한 기사도 이어졌다. 가디언은 “거리는 놀라울 정도로 깨끗해 보인다. 한국의 시민의식을 잘 보여주는 집회 참가자들은 스스로 쓰레기를 치웠다. K-POP 콘서트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오늘 밤은 콘서트와 매우 흡사했다”고 했다. 외신은 전부터 K-POP 콘서트를 방불케하는 한국의 집회 문화를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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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도 “이제 윤석열 구속”

유학생, 재일동포, 일본인 등 5백여 명 모여 ‘탄핵’ 외쳐

  • 기자명 도쿄=조정훈 통신원 
  •  
  •  입력 2024.12.14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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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역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 한국 국회에서 탄핵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14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역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 한국 국회에서 탄핵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14일 한국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소식에 도쿄 신주쿠(新宿)역이 함성으로 울렸다. 그리고 노래 ‘아모르파티’에 맞춰 춤을 추고 “이제는 윤석열 구속”이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날 오후 3시 30분 일본 도쿄 신주쿠역 남쪽 출구에서 ‘도쿄 윤석열퇴진집회추진연합’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 참가자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 참가자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12월 들어 가장 추운 날인 이날 유학생, 재외동포, 일본인 등 5백여 명은 한국 국회에서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를 촉구했다. 대중가요와 민중가요 등을 부르고, ‘윤석열 탄핵’, ‘내란수괴 구속’, ‘국민의 힘 해체’ 등을 외치던 이들은 한국의 소식을 기다렸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신주쿠역 일대는 함성이 울렸다.

유학생, 재일동포, 일본인 등 500여 명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 소식이 전해진 이후 노래 ‘아모르파티’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유학생, 재일동포, 일본인 등 500여 명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 소식이 전해진 이후 노래 ‘아모르파티’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서로를 얼싸안은 이들은 가수 김연자의 ‘아모르파티’에 맞춰 춤을 추며 탄핵 가결의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에스파의 ‘넥스트레벨’ 노래를 부르며 “다음 단계는 내란수괴 윤석열 구속”이라고 외쳤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20대 유학생은 “광주 출신으로 부모님들이 민주화 운동을 하셨던 이야기를 들어 계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런데 윤석열은 담화에서 2시간짜리 질서유지라고 했다. 군인이 총을 들고 국회에 들어간 것이 어떻게 질서유지냐”며 “내란이다. 이제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구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내란수괴 윤대통령 구속하라 탄핵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한 참가자는 윤 대통령의 영정사진을 들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집회 참가자들은 ‘내란수괴 윤대통령 구속하라 탄핵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한 참가자는 윤 대통령의 영정사진을 들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일본에 거주 중인 40대 여성은 “너무나 잘됐다. 눈물이 다 나려고 한다. 당연한 결과”라며 “정권도 바뀌기를 바란다. 한국이 더 좋은 길로 나아가서 교민들도 힘을 낼 수 있는 정치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50대 일본 남성은 “탄핵안이 통과한 것을 축하한다. 한국인이 민주주의를 지켰다. 자랑스럽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일·한 관계가 나빠질 거라고 일본 언론들이 떠들었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짓밟은 사람과 어떻게 상대하느냐. 한국인이 승리했다”고 축하를 보냈다.

70대 일본 여성도 “탄핵은 당연한 결과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을 윤 대통령이 했다”며 “어제 일본 신문에 박근혜가 탄핵 소추되었을 때 윤 대통령이 검찰 간부로서 수사했다고 적혀있었다. 그는 그때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탄핵 집회, 유학생들 자발적으로 계획.. 동포들도 힘 보태

이날 집회는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재외국민동경유권자연대’,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도 함께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이날 집회는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재외국민동경유권자연대’,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도 함께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이날 집회는 애초 ‘재외국민동경유권자연대’가 도쿄 시내 중 다른 곳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유학생들이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에 유권자연대도 결합했다. 그리고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재일 한통련)’도 함께했다.

유학생들이 직접 사회를 보고 성명서도 발표하는 등 집회는 다채롭게 진행됐다. 유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참가자들의 안전도 관리하고 행인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본어로 양해도 구했다. 참가자들은 응원봉을 흔들고 ‘탄핵’ 문구를 담은 손팻말을 들며 호응했다.

14일 집회는 유학생을 중심으로 진행됐으며, 성명서도 직접 작성해 발표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14일 집회는 유학생을 중심으로 진행됐으며, 성명서도 직접 작성해 발표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이날 발표된 성명서를 처음 써보고 사람들 앞에서 처음 낭독해본다던 한 유학생은 성명서 내용을 공유해달라는 요청에 “제대로 쓴 건지 모르겠는데요”라고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이날 성명문 내용은 강력했다.

“우리는 이국의 땅에서 한국에 있는 우리의 동포들의 일상이 무너지는 것을 화면 너머로 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에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모였다. 우리의 외침이 한국에 닿을지 알 수 없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불확실함을 이겨내고 이 자리에 모두가 모였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민주 사회의 세계시민이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민주 사회 세계시민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내란 수괴 윤석열과 그 부역자들의 퇴진을 요구한다.”

한 일본인은 ‘한국의 파워에 일본은 배워야 한다’는 구호를 내걸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한 일본인은 ‘한국의 파워에 일본은 배워야 한다’는 구호를 내걸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여기에 50~60대 재일동포, 머리가 희끗희끗한 일본인들 등 참가자들은 핫팩을 사서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거나, 처음 듣는 대중가요에도 손팻말을 흔들며 호응했다. 유학생들은 ‘탄핵’ 앞에 세대의 벽이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민중가요를 틀어 함께 부르기도 했다.

집회에서 박철현 재외국민동경유권자연대 사무총장은 “젊으신 분들이 준비하고 자발적으로 모여서 했다는 것 자체에 너무너무 깊은 감동과 뿌듯함 그리고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가해 발언하는 손형근 재일 한통련 의장.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집회에 참가해 발언하는 손형근 재일 한통련 의장.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손형근 재일 한통련 의장도 “오늘 집회를 준비한 학생 청년들에게 박수를 보내자. 이 학생 청년들은 우리 한국의 미래와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역대 보수 정권은 우리 한통련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탄압해 왔다. 윤석열은 노동자와 시민들은 심지어 야당까지도 반국가세력이라고 낙인찍었다”며 “반국가세력은 누구냐. 한통련이나 야당이 반국가세력이 아니다. 윤석열 정권이야말로 바로 반국가세력이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손팻말을 만들어 보였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집회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손팻말을 만들어 보였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비자 안 나오면 다 네탓이니 퇴진하라’라는 손팻말을 든 참가자.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비자 안 나오면 다 네탓이니 퇴진하라’라는 손팻말을 든 참가자.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집회 참가자의 모습.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집회 참가자의 모습.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다음은 이날 발표된 성명문 전문이다. 

 

성명문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일 밤 기습적으로 위헌 계엄령을 선포하고, 입법기관인 국회와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투입했다. 선포의 목적도 절차도 없는 위헌 계엄령은 한밤중 국회 앞으로 달려가 국회를 지킨 시민들의 힘으로 190인의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령 해제 요구안을 가결하며 해제되었다. 윤석열의 비상 계엄령은 개인의 안위와 국가의 안위를 구별하지 못하고 일으킨 친위 쿠데타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지금까지도 시민들의 안전과 국가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린 결과에 대해 아무 책임도 지고 있지 않다. 윤석열은 시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보를 지켜야 할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림으로써 국가 원수의 자격을 상실했다.

지난 7일 국회에서는 윤석열에 대한 탄핵 표결을 진행했으나 윤석열이라는 내란 수괴를 배출한 여당 국민의 힘은 내란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야당에 정권을 넘겨주기 싫다는 이유로 단체로 국회를 퇴장했다. 이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속한다는 헌법의 기틀을 중대히 위반하는 행위이고, 국민의 대표로서 그들을 입법기관에 들여보내 준 국민들에 대한 배반이며, 명백한 월권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더 이상 국민의 대표가 아니며 윤석일의 내란에 동조한 범죄자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국의 땅에서 한국의 국회에서 국민들의 주권이 유린당하는 것을 화면 너머로 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에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모였다. 우리의 외침이 한국에 닿을지 알 수 없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불확실함을 이겨내고 이 자리에 모두가 모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지금까지 그 수많은 불확실성을 이겨내고 쌓아 올린 것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우리를 겨누는 총구가 아군의 것인지, 적군의 것인지 모르는 한국전쟁의 불확실함을 이겨내고 쌓아 올린 것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암흑 같은 유신의 불확실함을 이겨내고 쌓아 올린 것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우리가 군홧발에 짓밟히고 있는 현실을 아무도 모르는 군사독재의 불확실함을 이겨내고 쌓아 올린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한번 불확실함을 이겨내고 민주주의를 쌓아 올리려 한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민주 사회의 세계시민이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민주 사회 세계시민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내란 수괴 윤석열과 그 부역자들의 퇴진을 요구한다.

2024년 12월 14일 
도쿄 
윤석열 퇴진집회추진연합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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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24분, 윤석열 직무정지... 200만 환호 "막힌 속 뻥 뚫려"

윤석열 탄핵 투표 가결, 기뻐하는 시민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 이정민

윤석열 탄핵 투표 가결, 기뻐하는 시민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 이정민

▲ 12.3 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 재표결이 이뤄지는 14일,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수십 만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를 가득 메우고 있다. ⓒ 권우성

ⓒ 권우성 선대식 소중한 유지영 이정민

[최종신 : 14일 오후 9시 16분]

"85라는 숫자, 우리 불안하게 만들어... 다시 광장 나올 것"

11일. 내란 우두머리를 '질서 있게' 끌어내는 데 걸린 시간. 그것도 민주공화국의 시민이 어떠한 폭력도, 절차적 위반도 없이 오로지 헌법만을 등에 업은 채.

100만, 그리고 200만. 대의민주주의의 작동을 지켜보기 위해, 그리고 추동하기 위해 첫 주말, 그리고 두 번째 주말 모인 민주공화국 시민의 수.

204. 민주공화국 시민을 '빽으로' 삼아 투표지에 "가(可)"를 눌러쓴 '헌법기관' 국회의원의 수.

그리고 특히 기억해야 할 숫자 85, 8, 3. 어떤 말을 갖다 붙이든 결국 헌법을 "부(否)"정한 국회의원의 85표. "가부"를 함께 적거나 '왕점'을 그려 넣은 얼빠진 '무효' 국회의원 8명. 끝내 사고하기를 포기한 '기권' 국회의원 3명. 열린 사회와 그 적들.

▲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이 재적의원 300명 중 204명 찬성, 85명 반대,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되자, 세월호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윤석열 내란수괴 즉각 탄핵하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내란수괴 즉각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14일 오후 6시께 국회의 탄핵안 통과로 12.3 내란 사태의 핵심인 '대통령 윤석열'은 더 이상 작동할 수 없게 됐다. 국회 일대에서 이를 모두 목도한 시민들은 '11일', '200만', '204표'라는 숫자보다 '85표'를 "잊지 않겠다"고 했다. 광장에 모인 이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응원봉을 흔들며 '다시 만난 세계'를 합창하면서도 "85명을 기억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탄핵"이 적힌 풍선을 들고 있던 신아무개씨는 "물론 지금 너무도 기쁘다. 하지만 그 85라는 숫자가 우리를 너무도 화나게, 불안하게 만들었다"라며 "여전히 제가 다음 주에도 광장에 나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아이돌 그룹 NCT의 응원봉을 든 안아무개(31)씨는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안씨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주에 탄핵안 표결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오늘 일부가 가결한 것도 결국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위한 것이지 않나"라며 "앞으로의 선거에서 국민들에게 투표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7시 24분, 대통령실에 탄핵 의결서가 전달됐다. 이 시간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권한과 직무는 정지됐다.

▲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내란수괴 즉각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윤석열 내란수괴 즉각 탄핵하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내란수괴 즉각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3신 : 14일 오후 6시]

탄핵안 통과, 흘러나온 '다시 만난 세계'

"시민이 민주주의·헌정질서 지켜냈다"

"가 204" 한 마디에 국회 일대 200만 명(주최 측 추산)이 박차고 일어섰다.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가 흘러나왔다.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지드래곤의 '삐딱하게'가 이어졌다.

"영원한 건 절대 없어."

같은 시공간의 200만 명이 반복되는 슬픔에 안녕을 고하고, 영원한 건 절대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눈을 마주치며 확인했다. 12.3 내란 사태의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14일 오후 5시 직후, 아침부터 "윤석열 탄핵"을 염원하며 여의도에 모인 '민주공화국'시민들은 '탄핵 콘서트'를 즐겼다.

ⓒ 유성호

▲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이 재적의원 300명 중 204명 찬성, 85명 반대,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되자,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앞서 시민들은 탄핵안 표결이 이어지는 동안 쉬지 않고 응원봉과 손팻말을 흔들며 "탄핵해", "윤석열을 탄핵하라", "탄핵소추 가결해"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아파트', '아모르파티', '소원을 말해봐', '임을 위한 행진곡', '토요일 밤' 등의 노래를 목소리 높여 부르면서도 초조한 표정으로 전광판의 뉴스 화면을 지켜보기도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라고 알리자, 국회 앞 시민들은 "와!" 하고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어 "윤석열 탄핵"이 쓰인 풍선들이 날아올랐고, 시민들은 응원봉을 들고 춤추며 함께 노래를 불렀다.

LED 전구를 몸에 감은 한 시민은 탄핵안 가결 직후 자리에서 일어나 "지금 너무 기쁘다"라며 "추운 날 주말도 포기하고 왔다.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이뤄냈다"고 외쳤다. 한 시민은 "오늘은 이미 역사다. 탄핵하자. 집에 가자"고 적은 태블릿PC를 연신 들어보였다. "윤석열 나락도 락이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이도 음악에 맞춰 흥겹게 몸을 흔들었다.

"막힌 속이 뻥 뚫린 기분"

▲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이 재적의원 300명 중 204명 찬성, 85명 반대,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되자, 시민들이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이 재적의원 300명 중 204명 찬성, 85명 반대,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되자, 시민들이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전국낡고지친개발자협회'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온 개발자 곽아무개(43)씨는 "마지막까지 국민의힘이 탄핵에 동참할지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오늘 (가결이) 안 돼도 계속 집회에 나오려고 깃발을 만들었다. (오늘 가결은) 매우 당연한 결과"라고 힘주어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와 나온 김세헌(40)씨도 "막힌 속이 뻥 뚫린 기분이다"라며 "불의를 저지른 사람이 대가를 치르게 돼 참 다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시민은 "지금 매우 행복하다"면서도 "홀가분한 마음과 무거움 마음도 크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나 (수사와 재판 등) 책임자 처벌까지는 갈 길이 멀다. 다들 더 힘내자"라고 호소했다.

집회 사회를 맡은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무대에 올라 "국민이 승리했다. 대통령은 44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리려 했지만 깨어 있는 우리 시민들이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켜냈다"라며 "윤석열 탄핵을 외쳐 온 주권자 시민 모두의 승리"라고 말했다.

탄핵안 가결 직후 몇몇 시민들은 자리를 떠났지만, 다수 시민들은 야당 국회의원들이 집회 무대에 오르길 기다리며 환호를 이어갔다.

[2신 : 14일 오후 4시 50분]

야구팬 김제니 "국민의힘은 윤석열 탄핵에 동참하라"

ⓒ 소중한

▲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촛불대행진'이 14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일대에서 진행됐다. 탄핵안 투표 용지와 함께 "제발 네모 안에 '가'를 넣어"라고 적힌 깃발(개막 전 해체를 바라는 KBO 10개 구단 팬 임시연합)이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휘날리고 있다. ⓒ 소중한

야구팬 김제니씨가 14일 오후 3시 시작된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쏟아낸 연설이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탄핵"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한 김씨의 연설과 그 안의 '속사포 질문'에 집회 참가자들은 환호로 화답했다. 아래 김씨의 발언을 요약했다.

"집회에 여섯 번째 함께 하며 희망을 느낀 분들을 만났습니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들었습니다. 집회가 길어지면, 축제 같지 않으면 젊은이들이 떠나는 게 아니냐며 말입니다. 이 자리에서 야구팬, 빠순이, 오타쿠로서 말하려 합니다. 민주주의의 딸과 아들에게 말하려 합니다. 모두에게 똑똑히 전해주길 바랍니다.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앞선 세대가 보기에 지금 청년들에게 절박함이 부족해 보일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희는 그런 세대입니다. 민주주의의 드넓고 푸른, 여러분이 일궈낸 결실에서 삶을 꿈꾼 세대입니다. 절박함이 아니라 사랑으로 연대하는 세대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하는 많은 이들을 여기서 만났습니다.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노동자, 농민, 이주민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잊을 것입니까. 여러분, 오래된 노래라고 함께 부르지 않을 겁니까. 신나는 음악이 덜 나온다고 광장을 뒤로할 겁니까. 밤이 길어진다고 지쳐 떠날 겁니까. 우리는 연대, 단결, 투쟁 또한 기쁘게 배워갈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어쩌면 저들은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콜드게임, 무승부를 기다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잡는 일에 콜드게임이 있습니까. 무승부가 있습니까. 우천취소가 있습니까. 강설취소가 있을 수 있습니까.

스포츠 팬 여러분, 우린 국가대표처럼 끝까지 맞설 것입니다. 맞습니까. 게이머 여러분, 우리는 정의의 엔딩을 위해 몇 번이든 리트할 것입니다. 맞습니까. 오타구 여러분, 우리의 최애처럼 민주주의를 수호할 것입니다. 맞습니가. 빠순이 여러분,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보려고 밤새워 기다린 것처럼 민주주의의 찬란한 태양이 다시 뜨길 기다릴 것입니다. 맞습니까. 우린 다 함께 여기서 독재의 담장을 넘어 홈런을 칠 것입니다. 맞습니까. 우리는 타는 목마름으로 함께 부를 것입니다. 해방의 찬란한 길목에서 부를 것입니다. 피맺힌 가슴의 분노가 되어 외칠 것입니다.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고 외칠 것입니다. 우리는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길 것입니다. 맞습니까.

'국민의 짐'은 들으십시오. 당신들은 계엄 해제의 첫 기회를 저버렸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두 번째 기회 저버렸습니다. 야구팬 여러분 묻겠습니다. 스트라이크를 세 번 놓친 타자에게 네 번째 기회가 주어집니까. 우리는 이 광장에서 꽉 찬 직구를 던질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탄핵에 동참하라. 윤석열을 탄핵하라. 감사합니다."

박석운 진보연대 상임대표, 2030 여성 향해 "고맙다"

"윤석열 내란수괴 즉각 탄핵하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내란수괴 즉각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 수많은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 가결을 촉구하며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앞서 무대에 오른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김씨와 같은 2030 여성을 향해 "고맙다"라고 목소리르 높였다. 이 말에 광장에 모인 수많은 이들이 환호를 쏟아냈다.

박 대표는 "퇴진광장에서 주권자 국민들은 놀라운 저항의 역사를 새로 열어나가고 있다. 경쾌한 풍자와 재밌는 해학이 넘치는 열린 촛불광장이 되고 있다"라며 "가족과 친지들의 손을 잡고 함께 참여한 시민촛불대행진이 진행되고 있고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단 2030 여성들이 광장에서 저항의 핵심 주체로 앞장서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운율 있는 구호 외치기, 율동과 함께 노래 부르기, 그리고 각양각색의 응원봉, 즉 탄핵봉 물결은 새로운 'K-시위' 문화로 정착되고 있고 전세계로 확산될 것"이라며 "또한 이번 퇴진광장은 세대를 횡단해 민주주의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MZ세대는 중장년세대로부터 전통적 민중가요를 배우고, 중장년세대는 MZ세대로부터 케이팝과 결합된 신세대 노래와 율동을 배우는 감동적 퇴진광장이 열린 것"이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내란세력, 내란동조세력과 내란선동세력을 청산하는 것과 함께 윤석열과 같은 자들이 다시는 재등장할 수 없도록 제도가 개혁돼야 한다. 정치적 민주화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민주화를 위한 과제의 해법이 모색되고 실천돼야 합니다"라며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함께 촛불광장에 앞장선 국민 여러분 깊이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도 "어떻게 아직도 내란수괴범이 국가존립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리에 있을 수 있나. 내란수괴 윤석열이 왜 아직도 감옥이 아니고 대통령실에 있나"라며 "유일한 헌법적 해결은 탄핵이다. 국민의힘에 경고한다. 무너진 민주주의, 헌법가치를 바로 세우는 출발점은 윤석열 탄핵이다. 지금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은 오로지 윤석열 탄핵이다"라고 말했다.

[1신 : 14일 오후 3시 41분]

거북목협회부터 해병대까지... "퇴사하고 왔다, 윤석열 탄핵"

▲ 언론노조 윤창현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이 가결을 촉구하며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 수많은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 가결을 촉구하며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12.3 내란 사태의 핵심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 통과를 지켜보기 위해 수많은 시민들이 국회 인근으로 몰리고 있다. 오후 3시엔 범국민촛불대행진 집회가 시작됐다.

'집회 무대 1열'을 차지한 정다은(27)씨는 경기도 안산에서 출발해 오전 9시부터 집회 현장에 도착했다. 정씨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다음 날인 4일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너 때문에 퇴사했다 - K장녀'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만들어 집회를 찾았다.

그는 "사회복지사로 일하다가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 퇴사하고 매일 같이 집회에 나오고 있다. 한국에는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은데 정부는 그간 복지 혜택을 없애왔다"라면서 "더 이상은 안 되겠어서 이제는 탄핵을 시키고 복지 혜택을 되돌려놓겠다는 사명감을 느끼고 일을 그만두었다"라고 전했다.

"부디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되기를 바란다"

▲ 수많은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 가결을 촉구하며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 수많은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 가결을 촉구하며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가족 단위로 온 참가자도 많았다. 김현수(52)씨는 이날 아내와 아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 김씨는 "저녁에 약속이 있었는데, 아들이 국회에 한 번 꼭 가고 싶다고 해서 참석하게 됐다. 무엇보다 오늘 국회 앞이야말로 민주주의 현장 체험 학습이 될 수 있을 거라 본다"면서 "아들은 탄핵이 부결된 날 울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경기 남부에서 두 돌이 된 아이랑 함께 나온 엄마 이아무개(33)씨는 "나중에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으려고 참여했다. 부디 오늘이 (집회에 나오는) 마지막 날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색 깃발을 갖고 나온 참가자도 여럿이었다. 전아무개(20)씨는 '전국거북목협회'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오전 6시 30분 버스를 타고 서울로 왔다. 전씨는 "이왕 시위를 나가는 김에 무거운 분위기를 덜 수 있도록 독특하고 긴장을 풀 수 있는 깃발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전국거북목협회'를 만들었다"라면서 "대학생인 친구들의 공통된 문제가 거북목이라 다들 웃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거북목이면 누구든 자동 가입이다"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선 전씨처럼 각양각색의 이색 깃발을 들고 온 참가자들이 곳곳에 자리했다. 한편에서는 핫팩 박스 여러 개를 놓고 집회 참여자들에게 '무료 나눔'을 했다. '선결제 릴레이'로 시민들에게 '무료 커피'를 나눠주는 카페는 밀려드는 참여자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했다. 선결제로만 이미 커피 2000잔이 나간 한 카페에서는 "원래 공휴일은 가게 문을 열지 않지만 문의가 계속 와 오늘 오전 7시 30분에 출근했다"라고 했다.

▲ 조국혁신당의 조국 전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조국혁신당의 윤석열 탄핵 촉구집회에 참석,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정민

▲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촛불대행진'이 14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일대에서 진행됐다. 앞서 시민들이 전두환·윤석열을 합성한 얼굴을 밟으며 집회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소중한

이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 또한 해병대 군복과 목도리를 갖춰 입고 집회 현장을 찾았다.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지난주 오후 10시 넘어서까지 그 추위에 시민들이 남아 있었다. (그분들에게) 핫바와 커피를 나눠드리고자 차량 두 대로 갖고 왔다"라며 "별 거 아니지만 오늘 100만 명의 시민들이 모인다는데 춥고 배고프실 때 보태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윤석열이 '채상병 특검법'을 3번째로 거부한 시점부터 탄핵을 요구했다"라며 "이제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처단해야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 100여 명의 회원들과 오늘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탄핵소추안 표결은 오후 4시지만 집회 참여자들은 이미 오전부터 방석을 깔고 앉아 리허설에서 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추는 등 집회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집회 무대 좌측에는 지난주 집회에서는 마련되지 못했던 휠체어석이 별도로 마련됐다.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은 국회가 아닌 집회 현장에 자리했다.

[관련기사]

국회 집결 5천명 대학생 "종강보다 윤석열 퇴진" https://omn.kr/2bghk

'윤석열 운명의 날' 언론인들 "탄핵 가결하라" https://omn.kr/2bgfz

▲ 수많은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 가결을 촉구하며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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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대행진#국회#윤석열#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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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사태’ 12일의 기록

2차 탄핵소추안 상정 14일 국회 앞 범국민촛불대행진

노동·시민사회·대학생 등 부문별 시국대회, 전국 각지에서도 진행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12.13 16:03
  •  
  •  수정 2024.12.13 17:41
  •  
  •  댓글 0

윤석열 2차 탄핵소추안이 상정되는 14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앞에서 탄핵소추안 가결 촉구를 위한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촛불대행진'이 진행된다.

일주일 전 1차 탄핵소추안이 국민의힘의 표결 불참으로 무산된 뒤 매일 저녁 6시 촛불을 꺼뜨리지 않고 자리를 지켜 온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시민촛불'을 비롯해 '윤석열 즉각 탄핵'을 외치는 시민들이 다시 한번 총 집결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실은 14일 본회의 일정을 오후 4시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1시부터 공공운수노조와 화물연대 결의대회(여의도 환승센터 앞), 1시 30분 언론노조 결의대회(KBS본관 앞)을 마치고 오후 2시 구 전경련 건물 건너편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탄핵 민주노총 행진'을 한 뒤 촛불대행진에 합류한다.

전국대학생시국회의는 이날 오후 1시 30분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윤석열퇴진을 위한 전국대학생 2차 시국대회'를 개최한 뒤 촛불대행진으로 모인다.

윤석열 탄핵 촉구를 위해 '윤석열퇴진 한국YMCA 비상행동'을 결성한 한국YMCA 전국연맹은 이날 지면광고로 '윤석열퇴진 한국YMCA 1만인 선언'을 발표하고 오후 2시 국회앞에서 '윤석열 퇴진 한국YMCA 비상시국대회'를 진행한다.

촛불대행진을 주최하는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윤석열퇴진행동)은 지난 7일 1차 촛불대행진에 이어 10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안전한 집회를 위해 서울시와 경찰청에 사전 협조를 요청하고 자체 질서 유지팀을 운영하는 등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도 범국민촛불대행진이 진행된다.

윤석열퇴진행동은 윤석열 즉각퇴진과 국민의힘 해체, 사회대개혁 추진을 위해 지난 11일 1,500여 노동 시민사회단체들이 뜻을 모아 발족했다.

[사진-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사진-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사진-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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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계엄 주도했나…전직 HID 요원 투입 증언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12/14 09:06
  • 수정일
    2024/12/14 09:0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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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HID 북파공작원 동지회 및 유가족 정보사령부앞 시위. (자료사진) ⓒ 권우성

국군정보사령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비해 최소 수개월 전부터 전직 HID(특수임무대) 요원들을 관리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이들이 방송인 김어준씨가 국회에서 증언한 '정치인 습격' 계획에 실제로 가담할 예정이었다는 충격적인 증언도 나왔다.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와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 소식에 정통한 정보당국 관계자는 13일 <오마이뉴스>에 계엄 당일 강원도 소재 HID 부대 요원들 10여 명과 함께 경기도 소재 HID 부대가 관리하던 전직 요원 20여 명을 동원시켰다고 밝혔다.

"A부대장, 대통령실과 김용현 장관과 소통"

이들이 전역한 민간인 신분이었지만 최소 올해 초부터 경기도 HID 부대를 오가며 A 부대장의 묵인·관리 하에 있었다는 설명이다.

해당 관계자는 정보사 내부의 제보를 근거로 "A 부대장(준장)은 직속상관인 정보사령관을 거치지 않고 용산(대통령실)이나 국방부장관과 소통해왔을 정도로 각별했다"며 "그간 A 부대장의 묵인 하에 전직 HID 요원과 전직 정보사 고위 간부들이 부대에 머물러 왔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A 부대장은 보안규정 위반과 하극상으로 몇 달 전 부대를 떠났고 이후에는 정보사령관이 직접 부대를 관리해왔다"며 "현직 요원이야 명령에 의해 작전을 수행하지만 전직 요원들이 움직인다는 것은 윗선의 지시나 대가 없이 불가능한 일이다"고 덧붙였다.

또 "윤 대통령이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을 계엄의 명분 중 하나로 삼았는데, 신분을 감추기가 용이한 HID 전직 요원들이 현직 요원들과 함께 이러한 명분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따라서 북한군을 위장해 별도의 특별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준비해 왔다는 제보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엄 당시 투입된 방첩부대 더 있다"

지난 10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가운데)와 문상호 정보사령관(왼쪽), 박종선 777사령관(오른쪽)이 의원들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계엄 상황에 개입한 HID 부대와 방첩부대가 더 있다는 진술도 나왔다.

해당 관계자는 "현직 위주의 강원도 부대와 전직 위주의 경기도 부대 외에 평소 조사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지역 HID 심문단도 동원됐다고 들었다"며 "정보사가 단순히 계엄 세력의 지원에 그치지 않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11월 말 해외 출장 중 조기 귀국하고도 부대에 출근하지 않거나 계엄 선포 전날 계획에 없던 상부에 보고를 한 것도 별도의 임무와 관련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계엄 당일에도 강원도 HID 부대장이 휴가 중이었으나 휘하 대대장에게 직접 지시가 내려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보사의 광범위한 계엄 개입에 대해 정보부대들을 총괄하는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이 몰랐다는 것도 이상하고, 몰랐다면 누구에게 임무를 받았는지 밝혀야 한다"며 "군 통신망을 관장하는 777부대가 정보사와 방첩사 임부를 지원했다는 의혹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777사령관인 박종선 소장은 충암고 출신이다.

한편 문 정보사령관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김용현 전 장관 지시로 계엄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영관급 요원 10명을 파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문 사령관은 "HID를 왜 20여 명 모아서 대기했는가"라는 박선원 의원과 박범계 의원 질의에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라고 답변했다.

방첩사 사이버요원들, 명령 거부하고 편의점 간 까닭

방첩사 사이버요원들이 계엄 당일 선관위 서버를 확보하라는 명령을 수행하지 않은 비화도 공개됐다.

그는 방첩사 관계자 증언을 토대로 "계엄 당일 선관위 출동 명령을 거부하고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었다는 요원 중 일부는 과거 기무사령부 시절 사립대 교수의 이메일 해킹 명령을 이행하다가 경찰에 적발돼 고초를 겪었던 경험이 있었다"며 "불법적인 명령을 이행했다가는 시간이 흘러도 결국 처벌된다는 경험에 근거해 현장에서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방첩사 요원들의 명령 거부로 정보사 요원들이 급하게 선관위에 투입되면서 임무를 제대로 이행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육군 소장)이 10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선거관리위원회 병력 파견 경위에 대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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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북파공작원#정보사령부#방첩사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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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 표결 전야, "우리는 지치지 않는다!"

  • 기자명 한경준 기자
  •  
  •  승인 2024.12.13 21:58
  •  
  •  댓글 0
 
 
국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탄핵소추안 2번째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전국 40곳이 넘는 곳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촛불대행진’이 뜨겁게 진행되었다. 국회 앞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손을 얼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15만 명의 시민이 응원봉과 촛불을 밝히고 윤석열 구속, 퇴진, 탄핵을 외쳤다.

탄핵 응원봉을 들고 챌린지를 찍던 최지혜(28) 씨는 집회에 참석한 이유에 대해 “정치에 대해서 잘 몰라도 아닌 건 아니라고 확신이 들어서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자 참석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후 어떤 사회가 되면 좋겠냐는 질문에 “(윤석열처럼) 마음대로 하지 않고 국민을 많이 생각하는 대통령이 뽑히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5년 전에는 군인이라 참담한 상황에도 답답함을 풀 수 없었다는 최맹호(67) 씨는 “제주 아들 집에서 비상계엄 소식을 보고 분하고 울분이 막 찼다”면서 “이번 윤석열 탄핵 시위에 꼭 참여해서 이 횡포를 막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참석했다”고 말했다. 또한 오늘 김어준의 폭로에 대해서 “만약 사실이라면 국민에게 (윤석열이) 너무 큰 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지금 정권을 잡은 모두 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큰 애가 아미봉 안 빌려줘서 작은 요술봉을 몰래 가지고 왔다는 임혜란 씨는 “저는 이재명을 지키기 위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 세대뿐 아니라 40대, 50대, 60대, 70대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어 나왔다”라고 말했다.

집회에서는 모래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 최성욱 씨는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과 그 뒤에 있는 김건희, 이들의 방패를 자처한 국민의힘과 검찰을 표현한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이것을 깨는 탄핵 망치를 그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퍼포먼스를 본 시민들은 ‘우와’, ‘멋지다’라는 감탄사를 보냈다.

이날 집회는 사회자가 참가자들 속에 들어가 피켓을 하나하나 소개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우리는 지치지 않는다”, “윤석열 때문에 기말고사 다 망쳤다”, “플레이브는 플리가 지킨다” 등 각자가 피켓을 직접 만든 시민들이 보였다.

 

이날 시민 발언은 고등학생, 대학생, 취업 준비생 등 청년들의 발언이 주를 이루었다.

뮤지컬 입시를 마친 이자람 씨는 “국민의힘 당 색은 국민의 피와 피눈물로 이루어져 있어서 붉은색인가? 아니면 독재의 붉은색인가?”라고 말했다. 또한 탄핵 반대 성명 참여한 교수들에게 “학생들은 지식뿐만 아니라 사회와 나라를 배운다. 잘못된 사회를 배우고 알려주는 교수들은 반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성소수자 동아리 하이케어의 회장 이승수 씨는 “어제 윤석열의 말 같지도 않은 담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중 하나가 간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을 규탄하는 국민들을 간첩으로 몰고 있는 윤석열이 나라 경제를 파탄 내고 국가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주범”이라고 강조했다.

내일은 3시부터 국회 앞에서 촛불대행진이 진행된다. 2시부터 시민발언대가 운영된다. 1시 30분 산업은행 앞에서는 2차 대학생 시국대회가 진행된다.

국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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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체포 명단에 '이재명 무죄' 현직 판사도 포함"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13일 구속 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자료사진) ⓒ대통령실
비상계엄 돌입 시 '체포' 명단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준 김동현 부장판사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 내란 혐의를 수사하는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진술을 조지호 경찰청장 조사 과정에서 확보했다.

조 청장은 "지난 3일 계엄 선포 직후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정치인 등 15명가량의 위치를 추적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며 그중에는 김동현이라는 현직 판사도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여인형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주요 인사 체포를 위해 조 청장과 홍장원 당시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명단에는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조해주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방송인 김어준 씨,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15명가량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경찰청 지휘망 녹취록'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당시 경찰이 국회의원의 출입을 막는 일에 관여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서울경찰청 경비안전계장은 지난 3일 오후 11시 37분 "현 시간부터 재차 통제입니다. 전원 통제입니다. 아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라는 지시를 전달했다.

이에 국회의원을 포함한 전면 출입 통제가 이뤄졌다. 영등포경찰서 경비과장은 "전원 통제라고 하면 국회의원 포함해서 전원 통제 조치하겠습니다"고 답했다. 차 벽 설치 지시가 이어졌고, 경찰은 국회로 향하는 계엄군에게 출입 및 본관 진입 경로를 열어주기도 했다.

내란 행위 가담자로 꼽히는 조 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다. 경찰 조직 최고 지휘부인 조 청장과 김 청장이 동시에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두 사람은 계엄 선포 전, 당일 저녁 7시경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안전가옥)에서 윤 대통령과 만난 인물이다. 이 회동에서 '계엄군 장악 기관' 등 지시 사항이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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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12·3계엄사태, 그날 현장에서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12/13 09:27
  • 수정일
    2024/12/13 09:2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김준 기자
  •  
  •  승인 2024.12.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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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렸던 군인의 눈, 견고했던 국민의 행동’
‘45년 동안 시나브로 쌓인 민주주의라는 희망’

폭행 사건이라 했을 때 판사보다 빠르게 피의자의 범죄혐의를 식별할 수 있는 건 피해자와 목격자들이다. 이번 ‘12·3계엄사태’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 피해자이며, 당시 국회로 달려온 시민, 보좌관, 기자 모두가 목격자였다.

이를 두고 아직도 ‘내란 혐의 해석 여지’를 운운하는 국민의힘을,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이라면 내란동조집단으로 확신할 수밖에 없다. 추후 증언들로 드러난 내막은, ‘내가 45년 전 오늘 대공분실에 끌려갔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다행히 그런 비극은 우리 안에 내재한 민주주의로 막을 수 있었다. 위헌적 상황에서 군인의 눈은 흔들렸고, 국민의 행동은 견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12월 3일 22:28

술을 마시던 중 기사를 보고 알았다. ‘[속보] 尹대통령 “비상 계엄 선포”’ 눈을 의심했다. 곧바로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책을 논의했다. 국회 출입을 하던 내가 먼저 택시를 타고 국회로 출발했다. 

이미 어느 정도 인파가 몰려있었다. 가장 먼저 눈으로 확인한 건 경찰이 사람들의 출입을 막고 있는 모습이었다. 국회의원도, 보좌관도, 기자도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상황을 기록했다. 

앞에서 “의원님은 들여 보내줘야 할 거 아냐!” 고성이 들렸다.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니, 시각장애인인 서미화 의원이 경찰에 막혀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건 아니다”란 생각에 순간 화가 치밀었다. 

계엄이 선포된 상황에서 당장 가장 시급한 건 의원들의 본청 진입이다. 취재를 잊고 본능적으로 경찰과 몸싸움을 시작했다. 기자도 계엄은 막아야 했다. 계엄사의 언론 통제는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계엄사령부는 4일 보도처를 설치해 언론을 통제할 생각이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비상식적인 상황에 경찰과 몸싸움을 이어가던 중, 서미화 의원이 더듬거리는 손으로 정문을 잡더니 담을 넘기 시작했다. 너무 위태로워 보였다. “앞에서 받아달라”고 소리쳤다. 다행히 건너편에 있던 직원이 서 의원을 안전히 받아줬고, 본청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했다.

대부분 국회의원이 정문으로는 오지도 않았다는 걸 나중에 들었다. 어차피 경찰이 막고 있으니 비교적 인파가 없는 다른 곳에서 담을 넘어 들어간 거다. 평소 자신들의 의정활동 홍보에 열을 내는 모습과 대조됐다.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의원들에게 홍보는 사치였다. 

내가 현장에서 본 서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항의하거나 고성을 지르지도 않고 경찰에 의해 가로막혔단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더듬거리는 손으로 문을 잡고 촉각에만 의지한 채 담을 넘었다.

잠시 후 정문이 뚫렸다. 기자와 보좌진들은 어서 들어가라는 소리를 듣고 서둘러 들어갔다. 고민정 의원, 조국 의원도 이때 들어갔다. 서둘러 본청으로 가던 중, 머리 위에서 헬기 소리가 들렸다. 내 눈으로 확인한 헬기만 5대였다. 

11시 40분경, 이윽고 총을 멘 군인들이 본청에 나타났다. 순간 내가 교과서에서, TV에서나 봤던 5·18 관련 사진, 영상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지나갔다. “설마 나 오늘 총 맞나?” 생각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몸싸움 중에도 서로 자극하지 않으려는 군과 보좌관들 ⓒ 김준 기자
몸싸움 중에도 서로 자극하지 않으려는 군과 보좌관들 ⓒ 김준 기자

군인들은 본청으로 진입하려 했다. “남성 직원들 도와달라”는 소리를 듣고, 난 한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상황을 기록하면서도 함께 군의 진입을 막았다. 

 

앞뒤에서 가해지는 압박에 숨을 쉬기 힘들었다. 그 와중에도 군인과 보좌관들은 서로에게 ‘다친다’며 ‘회전문 사이에 손가락이 끼지 않게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몸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도 서로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본청 진입이 녹록지 않자, 군인들이 뒤로 빠졌다. 처음에는 돌아가는 듯했으나, 측면에서 창문을 깨고 진입하려던 거다. 군이 들어간 걸 확인하고 급하게 국회 본청으로 들어갔다. 본회의장 앞에는 보좌관들이 팔짱을 끼고, 대오를 유지하고 있었다.

본청 유리를 깨고 안으로 진입하는 군 ⓒ 김준 기자
서로 팔짱을 끼고 본회의장 입구를 막고 있는 보좌진들 ⓒ 김준 기자
서로 팔짱을 끼고 본회의장 입구를 막고 있는 보좌진들 ⓒ 김준 기자

본청 안에서도 군인과 대치는 이어졌다. 보좌진들은 소화전과 소화기를 동원해 저항했다. 군은 군화를 신은 발로 수차례 문을 가격했고, 그 문은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파손된 채 방치돼있다. 

소화기 분말로 숨이 탁 막혔다. 몇 년 동안 고여있던 소화전 물이 튀어 옷 상태도 말이 아니었다. 국회 직원들은 나에게 휴지와 마스크를 건네줬다.

ⓒ 김준 기자
군인의 군화발로 부서진 문 ⓒ 김준 기자

1시경, 대치가 이어지던 가운데, 계엄령 해지안이 의결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환호하는 보좌진들 사이에서 나도 한숨 돌렸단 생각에 계단에 앉았다. 군인들도 계엄이 해제되자 얼마 안 돼 헬기로 돌아갔다.

윤석열은 약 세 시간 반이 지난 4시 30분에야 계엄해제안을 의결했다. 군인이 빠진 뒤에도 안심을 놓지 못하던 사람들은 그제야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몇몇 직원은 의총장에서, 남는 회의실에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 나도 국회 밖에 있던 동료들과 상황을 정리하고 귀가할 수 있었다. 

계엄해제안이 의결되자, 직원들이 쉬고 있다. ⓒ 김준 기자
계엄해제안이 의결되자, 직원들이 쉬고 있다. ⓒ 김준 기자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은, 내란 동조 여당의 비호 아래 아직도 2차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 계엄이 끝나지 않았단 생각에, 언제 또 2차 계엄령이 선포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지금까지도 완전히 마음 놓고 자지 못한다.

1차 계엄령 선포 당시만 해도 윤석열이 ‘술김에’, 혹은 ‘대통령 권한 다 써보고 싶어서’란 우스갯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최근에 한둘씩 밝혀지는 전모는 45년 전 오늘, 12·12 사태를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우리 안에 견고히 자리 잡은 민주주의라는 힘으로 최악을 막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거다. 우리는 “세상이 후퇴하고 있다”며 한탄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 지나간 역사에서 시나브로 쌓인 우리 안에 민주주의라는 당위는 언제든 최악을 막는 보루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 앞세대가 피로 세운 민주주의, 거리에서의 울부짖음, 숨어 지내야 했던 불안과 고통, 그리고 이뤄냈다는 희열. 온전히 다 느낄 수 없더라도 그 역사가 우리 안에 DNA로 새겨졌다는 점.

역사의 후퇴에 잠시 회의할 수 있더라도, 45년 동안 우리 안에 새겨진 희망은 언제든 남아있다는 것이다.

나는 운 좋게도 그 희망이 보였던 현장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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