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북 '태양절' 맞춰 진행 된 미국의 수상한 군사훈련

북 '태양절' 맞춰 진행 된 미국의 수상한 군사훈련

 

  • 기자명 한경준 기자
  •  
  •  승인 2025.04.16 18:14
  •  
  •  댓글 0
 
 
025년 4월 15일, 미 공군 B-1 랜서 폭격기 2대가 미 공군 F-16 파이팅 팰컨 2대 및 대한민국 공군 F-35A 라이트닝 II 전투기 2대와 함께 대한민국 서부 지역 상공에서 편대 비행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공군
025년 4월 15일, 미 공군 B-1 랜서 폭격기 2대가 미 공군 F-16 파이팅 팰컨 2대 및 대한민국 공군 F-35A 라이트닝 II 전투기 2대와 함께 대한민국 서부 지역 상공에서 편대 비행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공군

4월 15일은 북에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기념하는 날로 가장 중요한 명절로 꼽힌다. 그런데 미국은 4월 15일 B-1B 랜서 전략폭격기 2기를 한반도 인근 상공에 투입해 한국 공군과 연합 공중훈련을 진행했다. 이후 오산 공군기지 상공에서 저공비행까지 진행했다. 이번에 동원된 B-1B 랜서 폭격기는 텍사스 다이이스 공군기지 제9원정폭격비행대대 소속이며, 폭격기를 비롯해 공군 인력과 지원 장비가 일본 미사와 공군기지에 배치됐다.

미국은 이번 작전을 폭격기 순환 배치 작전 25-2호(Bomber Task Force 25-2, BTF 25-2)라고 설명했다. 이는 태평양 공군(Pacific Air Forces) 휘하에서 수행되는 전략폭격기 순환 배치 작전으로, ‘억제력 유지’, ‘동맹국 안심’, ‘작전 준비 태세 강화’를 목적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실상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전략 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여 북을 압박하고, 유사시 선제 핵 공격 옵션까지 염두에 둔 극도로 위험한 군사 전략이다. 특히 이번 BTF 25-2 작전에 동원된 B-1B 랜서는 최대 속도 마하 1.25, 항속거리 11,998km에 달하는 가변익 초음속 전략폭격기로, AGM-158 공대지 미사일(JASSM)과 같은 정밀 유도 무기는 물론, 핵탄두 탑재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그 위협 수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과거 코소보 전쟁,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서 막강한 화력을 투사하며 '죽음의 백조'라는 별칭으로 악명을 떨친 B-1B의 한반도 전개는 명백한 핵 위협이다.

 

폭격기 순환 배치 작전은 2018년부터 미국이 본격 도입한 전략폭격기 운용 체계다. 기존처럼 특정 기지에 전략 자산을 상주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미 본토에서 세계 각지로 폭격기를 ‘예측 불가능하게’ 순환 배치하는 구조다.

4월 15일에 맞춰 미국의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들이밀고 핵 공격 연습과 다름없는 위협적인 비행을 감행한 것은 극도의 적대감을 드러내는 극악한 도발이다. 이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무모한 행위이다.

미국의 'BTF' 작전을 비롯한 잇따른 군사적 도발은 한반도에 드리워진 전쟁의 그림자를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 더 이상 미국의 패권주의적 야욕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고, 동북아시아 전체를 불안에 떨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경준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세월호 11주기, 한겨레 “이윤이 먼저, 안전은 뒷전인 구태 벗어나길”

[아침신문 솎아보기] “참사 11년, 세월호 가족은 언제 어디든 약자 곁으로 달려간다”

빨라진 관세 협상, 중앙일보 “한덕수, 성과 과시 앞서면 뒷감당 어려워”

조선일보 “누가 대통령 돼도 협상 연속성 유지하도록 긴밀하게 협의해야”

[미디어먼슬리] 천관율, 김희원의 대담 지금 신청하세요

기자명윤유경 기자

  • 입력 2025.04.16 07:36

  • 수정 2025.04.16 07:42

▲ 세월호 생존 학생 장애진씨가 2019년 4월16일 오후 3시 안산 화랑유원지 3주차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식에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글을 읽고 있다. ⓒ미디어오늘

세월호 참사 11주기인 16일 신문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목소리와 사진이 담겼다. 특히 2014년 참사 이후 ‘생명과 안전’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각종 참사 현장과 노동자들의 집회에 함께해 온 유족들의 연대에 주목하는 보도도 있었다. 여전히 일상에서 반복되는 재난과 참사에 시민들의 안전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당부하는 목소리도 재차 나왔다.

경향신문은 ‘광장, 그 후’ 시리즈에서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을 인터뷰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까지 세월호 유족과 자원봉사자들은 매주 탄핵 촉구 집회에 나온 시민들을 위해 주먹밥을 나눠줬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김수진양의 아버지인 김 위원장은 경향신문에 “주먹밥 나눔은 항상 오후 4시16분에 카운트다운을 하며 시작했다”며 “416이라는 숫자는 슬프고 아픈 숫자이기도 하지만 생명과 안전을 의미하는 희망의 숫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팽목항을 다녀온 날 하루를 빼고는 지난해 12월7일부터 4월5일까지 매주 토요일 탄핵 촉구 집회가 열리는 광장에 나왔다.

김 위원장은 ‘권력의 잘못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사회’를 바란다고 했다. 지난 15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대통령기록관을 상대로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을 담은 대통령기록물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세월호도, 비상계엄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실들이 묻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안전·생명을 위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한겨레도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아 ‘연대하는 사람’이 된 세월호 유가족의 모습을 전했다. 한겨레는 기사 <참사 11년, 세월호 가족은 언제 어디든 약자 곁으로 달려간다>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각종 참사 현장은 물론, 노동자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집회에서도 앞자리를 지킨다”며 “백남기 농민이 2015년 경찰 물대포에 맞아 목숨을 잃고 농민들이 항의할 때 세월호 가족은 가장 앞줄에 앉아 울었다.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하청 노동자 김용균, 2021년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하다 숨진 청년노동자 이선호, 2023년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분신한 건설노동자 양희동 곁에도 세월호 유가족이 있었다”고 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김순길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고 진윤희양 어머니)은 한겨레에 “외로운 싸움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 일단 가서 옆에 있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조은정양의 어머니인 박정화씨는 재난안전 전문강사가 되어 강단에 섰다. 박씨는 지난 9일 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우리 아이들 데려와서 합동분향소를 차렸을 때 많은 사람이 도와줬어요. 처음에는 슬프고 정신이 없어서 공무원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냥 시민들이더라고요. 생각할수록 참 고마운데 일일이 감사를 표할 수도 없어서, 다른 분들하고 연대하는 걸로 대신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동아대학교 대학원 재난관리학과와 긴급대응기술정책연구센터가 발표한 ‘세월호 11주기 재난안전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44%가 ‘대형 사회재난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날 일부 신문에서도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사회를 지적하는 사설을 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우리 사회가 이윤이 먼저고 안전은 뒷전인 구태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로 159명이 숨졌고, 지난해 6월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폭발 참사로 이주노동자 등 23명이 희생됐다. 연말에는 제주항공 참사로 시민 179명이 또 목숨을 잃었다”며 “최근에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땅꺼짐 사고까지 빈발한다. 이런 대형 재난·사고가 잇따르는데 안전하다고 느낄 시민이 얼마나 되겠나. 하나같이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우다 발생한 참사”라고 지적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 광주일보 사진기사 갈무리.

경남도민일보도 관련 사설을 내고 “시민의 생명과 신체적 안전 보장을 실제로 하려면 재해 예방사업에 인력과 예산이 먼저 배치돼야 한다”며 “3월 발생한 산청·하동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도 사회적 관심을 끄는 중대 재해다. 하지만 산불 재난 피해지역 지원 대책은 여전히 피해자 우선 부담에 기대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불 피해 주민 가구당 월 300만 원의 생활 안정지원금을 3개월 정도는 지급해 주도록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원금이라도 빨리 주자는 제안을 동정심의 발로로 볼 게 아니라 실질적 지원 대책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광주일보도 사설에서 “354명의 사상자를 낸 이태원 참사, 179명이 숨진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안전 대한민국’이 여전히 요원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세월호와 제주항공 등 대형 참사가 우리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지역민들을 더 가슴 아프게 한다”며 “사고를 통해 배우는 것이 없다면 또 다른 참사를 예방할 수 없다. 더 이상 예기치 못한 대형 참사로 이웃을 잃는 안타까운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빨라진 관세 협상, 중앙일보 “한덕수, 성과 과시 의욕 앞서면 뒷감당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호관세 협상에서 한국을 ‘우선 협상 대상국’으로 지목하면서 협상 타결을 재촉하고 나섰다. 관세 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각)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주에는 베트남, 수요일에는 일본, 다음주에는 한국과 협상이 있다”며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도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참여 등 미국과의 ‘통상 협상’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한겨레는 1면에서 “‘관세 전쟁’을 벌였다가 궁지에 몰린 트럼프에게 탈출구만 열어주고 국익은 해치는 졸속 협상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미국 정부에 발맞춘 우리 정부의 협상 속도전은 자칫 미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관세 전쟁에서 성급한 결론으로 국익과 기업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장기적 국익이 걸리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문제를 대행 체제에서 결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겨레는 “정부가 협상 카드로 언급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개발 사업을 두고 미국 전문가들은 약 1300㎞ 길이의 파이프라인과 수출 터미널 등의 설치에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본다. 지금 사업을 개시해도 차차기 정부 때 천연가스 공급이 이뤄질 수 있고 수익성은 그때 이후 에너지 시장 상황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도 관세 협상 관련 최종 결정은 차기 정부가 내려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미국이 우리와의 협상을 서두르는 이유는 명확하다. 상대하기 쉬운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의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를 냄으로써 자신의 무역 정책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라며 “미국의 재촉에 우리의 페이스를 잃고 끌려가다가는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부재’라는 우리의 특수 상황을 내세워 최대한 주요 결정은 뒤로 미루는 전략을 구사해 차기 정부를 위한 협상 토대를 마련하는 데 만족해야 한다”며 “관세 협상에서 ‘성과’를 내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활용하려 한다는 의혹의 시선까지 있음을 한 권한대행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 또한 사설을 내고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중앙일보는 “한 대행의 신중한 접근이 중요해졌다. 최고 통상 전문가로 꼽히는 만큼 국익을 위한 협상에 나서겠지만, 혹여 성과를 과시하려는 의욕이 앞서 정부 차원에서 덜컥 개발을 약속하면 뒷감당이 어려워진다”며 “미국의 무차별적 요구의 끝을 모르는 상황에서 자칫 차기 정부에 부담만 될 수 있다. 특히 한 대행은 대통령 출마설이 회자하고 있는 만큼 정치적 논란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반면 조선일보는 대행 정부가 관세 협상 전면에 나서는 것을 비판한 더불어민주당을 두고 “대미 관세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한 대행의 국민 지지가 올라갈까 걱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미국과의 협상을 미룰 수 없다는 사실은 민주당도 잘 알 것이다. 이재명 전 대표가 싫다고 관세 협상을 피할 수도, 미룰 수도 없는 것”이라며 “미국이 발표한 관세 90일 유예 기간은 7월 8일쯤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기간 내에 한·미 간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민주당 지적대로 미국 관세 정책이 여전히 유동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이 고정되기 전에 협상을 해야 우리 입장을 설득할 여지도 있다”며 “누가 대통령이 돼도 협상의 연속성이 유지되도록 지금부터 각 정당과 정부가 긴밀하게 협상 방향을 협의해야 한다. 이 문제에서만큼은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나라 전체가 원 팀이 돼야 전례 없는 무역 전쟁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고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 CIA, 일 자민당 창당 공작에 수백만 달러 투입

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다른 기사 보기

  • 국제

  • 입력 2025.04.15 20:45

  • 수정 2025.04.15 21:42

  • 댓글 1

존 F. 케네디 암살 기밀문서 해제 최종자료에 명기

좌파 배제 보수우파 집권 영속화 위해 자민당 결성

지금까지의 자민당 일당 장기집권 체제의 출발점

이탈리아, 한국 등에서도 유사한 패턴 보여

미 대사관 정치부문 직원 약 절반이 CIA 첩보요원

일본 군부 은닉 텅스텐 밀거래에 1천만 달러

미국 버지니아 주 랭글리에 있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본부 청사. 나무위키

1992년부터 공개되기 시작한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관련 기밀자료의 마지막 약 8만 쪽에 이르는 미공개 자료가 지난 3월 18일 공개됐다.

일본 언론들은 마지막으로 공개된 그 자료들 중에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일본 정치공작, 특히 자민당 결성과정과 자민당 정치인의 활용에 수백만 달러의 자금과 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명기해 놓은 부분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수백만 달러를 지금 환율로 환산하면 엄청난 돈이다.

14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번에 기밀 해제돼 공개된 문서에는 미국 CIA 기밀공작 강화를 케네디 대통령에게 권고하는 내용이 들어 있으며, 이 문서를 분석한 조지 워싱턴대의 바카르디 교수는 “일본의 좌파를 약체화하고 보수파를 강화하기 위한 CIA 공작에 관한 증거 문서”라고 설명했다.

 

CIA 휘장

 

검은 칠로 삭제했던 인명 지명 등 무삭제 공개

이에 앞서 <아사히신문>은 지난 2일, 케네디 암살 관련 문서들은 1992년부터 2023년까지 이미 99%가 단계적으로 기밀해제돼 공개됐으며, 이번에 공개된 것은 나머지 약 8만 쪽에 이르는 분량으로, 이번 공개에서는 그 동안 기밀해제된 문서들에서 검은 칠로 삭제돼 있던 인명이나 지명, 기관명 등이 그대로 공개돼, 자민당에 대한 CIA 공작도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관련 사실들은 2017년까지 공개된 관련 자료에 들어 있었으나 ‘일본’ ‘도쿄’ ‘자민당’ 등의 단어들은 검은 색칠로 지워져 있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무삭제로 공개됐다.

미 대사관 정치부문 직원 약 절반이 CIA 첩보요원

<아사히>에 따르면, 1960년대에 작성된 케네디 암살 관련 문서에는 당시 CIA가 해외에 약 3700명의 요원들을 파견했으며, 각국의 미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정치부문 직원의 47%가 첩보요원들이었다는 사실이 명기돼 있다.

주일 미국 대사관 직원의 약 절반이 CIA 첩보요원이었을 도쿄에도 당시 CIA 지국이 있었으나, 당시 월터 먼데일 주일 미국대사는 그 사실의 공개를 꺼렸으며, 거기에는 그 사실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일본 자민당 정부 쪽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

미국 CIA가 일본 자민당 결성에 자금 제공 등을 통해 깊이 관여한 사실은 1994년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그 윤곽이 드러났으나, 당시 고노 요헤이 일본 외상은 먼데일 당시 주일 미 대사에게 “(CIA의 자민당 공작이 드러나면) 보수파 정치 지도자에게도, 미일 안전보장 관계에도 심각한 데미지(손실/피해)를 안겨주게 될 것”이라며 “미국정부에게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는 사실이 공개자료에 명기돼 있다고 보도했다.

CIA 도쿄지국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던 일본

외교, 방위, 디지털 대신을 지낸 고노 다로 중의원 의원의 부친인 고노 요헤이 당시 외상은 1995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도 “CIA가 일본에 존재하는지 여부, 그리고 CIA가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우리는 일절 아는 바가 없다”고 의원 질의에 답변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CIA가 일본에 존재하고 있고, 조직적으로 활동했다는 것을 확인해 준 거나 같다.

 

1950~60년대에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일본의 보수우파 정치세력을 지원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썼다는 제목을 단 1994년 10월 9일 기사. 뉴욕타임스

좌파 배제 보수우파 집권 영속화 위해 자민당 결성

1994년 10월 9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CIA는 1950~60년대에 일본을 당시 동서냉전기의 공산주의 공세에 맞서는 동아시아의 보루로 설정하고 사회당 등 좌파들을 약체화해 친미 보수 우파가 지배하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보수우파 합동의 자민당을 결성하고 소속 정치인들을 정보원으로 활용하는 데에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투입했다. CIA의 자민당 결성 공작은 1949년 중국에 마오쩌둥의 공산정권이 들어서고 소련의 첫 원자탄 폭발시험이 이뤄진 뒤 본격화했다.

원래 미국은 패전국 일본을 점령한 뒤 전범자들을 추방하고 평범한 친미 종속국으로 만들 계획이었으나 중국 공산화와 소련의 핵무기 개발, 그리고 1950년 한국전쟁 발발 뒤 일본을 강력한 반공친미 동맹국가로 만들기로 방향을 선회하고 전범자들을 전후 일본의 중추세력으로 재기용했다. 이것이 이른바 ‘역코스’(reverse course) 정책인데, 그때 앞장세운 정치인이 A급 전범으로 스가모 형무소에 감금돼 있던 기시 노부스케와 그의 친동생 사토 에이사쿠 같은 보수우파 정객들이었다.

 

1955년 일본 자유민주당(자민당) 창당대회. 나무위키

자민당 일당 장기집권 체제의 출발점

함께 스가모에 감금돼 있던 도조 히데키 등 다른 A급 전범 7명을 처형한 다음날인 1948년 12월 24일 기시를 전격 석방한 미국은 그를 1955년 보수합동의 자민당 결성 주역으로 내세웠다. 자유당과 민주당 등을 통합한 자민당 결성의 목적은 반공의 보루 일본에서 좌파세력의 집권을 영구히 막고 친미 보수우파세력의 집권을 영속화하는 것이었다. 오늘날까지 자민당이 사실상 장기 일당지배를 계속하고 있는 일본의 정치지형의 기본틀이 그때 짜였다.

이탈리아, 한국 등에서도 유사 패턴

이런 패턴은 CIA의 이탈리아 기독교민주당 지원 때도 되풀이됐으며, 한국에서 미 군정청이 몽양 여운형 등이 주도했던 건준과 인민공화국, 박헌영의 남로당 등을 억압 배제하고 한민당, 군부 등 반공주의 보수우파들을 지원해 ‘좌파’세력의 집권을 원천봉쇄한 것도 다르지 않았다.

기시가 석방될 때 요시다 시게루 정권 관방장관이던 사토는 CIA 자금 제공 통로였다. 사토는 형 기시가 총리로 재직(1957년 2월~1960년 7월)할 때도 재무상(당시 대장성 대신)으로 CIA의 자민당 공작 자금통로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958년 7월 29일 당시 주일 미국 대사였던 더글러스 맥아더 2세(미국 전쟁영웅 더글러스 맥아더의 조카)는 사토가 공산주의와 싸우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며 주일 미국 대사관에 돈을 요구했다고 본청 국무부에 보고했다. 맥아더 2세는 당시 일본 사회당이 “모스크바가 직접 운영하는 위성”이라면서 “일본이 공산화되면 나머지 아시아가 그것을 뒤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일본 외에 미국의 힘을 투사할 다른 곳이 아시아에는 없기 때문에 일본은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늘 일본을 싸고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시 노부스케가 양자로 가는 바람에 성이 달라진 그의 친동생 사토 에이사쿠는 1964~72년 일본 전후 최장수 총리(그들의 외손자 아베 신조 이전까지)로 있으면서, 이른바 ‘비핵 3원칙’을 고수했다는 등의 이유로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으나, 나중에 미국 핵무기의 일본 기항, 반입을 사실상 인정한 비밀 약정을 맺어 비핵 3원칙을 스스로 형해화한 사실이 폭로돼 노벨상이 무색해졌다.

 

3월 18일 공개된 케네디 암살 관련 문서의 일부. 마이니치신문 4월 14일

일본 군부 은닉 텅스텐 밀거래에 1천만 달러

CIA는 고다마 요시오 등 또다른 전범들과 전직 국무부 관리 유진 두만, 2차대전 기간의 미국 첩보기관 OSS 출신자들도 정치 브로커 및 자금통로로 활용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한국전쟁 기간에 유진 두만 그룹은 돈이 필요한 일본 보수정치인들(나중의 자민당)과 텅스텐 등 희소 전략물자가 필요한 미 군부 사이를 연결하는 1000만 달러 규모의 밀거래를 성사시켰다. 여기에는 고다마 요시오와 갑부 게이이치 스가하라(케이 스가하라) 등도 관여했다. 당시 CIA는 일본 군부 관리 출신자들이 은닉하고 있던 텅스텐 확보작전에 280만 달러를 제공했고, 두만 그룹이 그 중 200만 달러 이상을 가져갔다.

이들은 1953년에 전후 처음 실시된 일본 총선에 ‘검은 돈’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고, 1955년 자민당의 보수합동체제(1955년 체제) 탄생에도 기여했다.

일본 군부가 확보해 숨겨 두고 있던 텅스텐이라면, 세계 최대의 텅스텐 광산 중의 하나가 조선 상동 광산이라는 점에서, 그들이 패전 전에 비밀리에 빼돌린 상동광산 텅스텐이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중국과의 희토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이 다시 상동 광산 텅스텐 재개발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무거운 돌이라는 뜻의 ‘중석’으로 불리는 텅스텐은 무겁고 단단한 재질 때문에 탄환과 미사일 등 군수물자에 필수적인 광물이다.

CIA 대일공작 1970년대 초까지 이어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자민당 결성 때 CIA의 극동작전 책임자였던 앨프리드 을머 주니어는 1955년에서 1958년 시기에 자민당 결성과 자민당 내 정보원 확보를 위해 자금을 제공했으며, 그것은 1970년대 초까지 관행으로 이어졌다. CIA와 자민당의 이런 깊은 관계에 대해서는 부총리를 지낸 7선 중의원 의원 고토다 마사하루의 당시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당시 CIA는 사회당이 모스크바의 지원을 받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었고, 자신들의 자민당 지원을 그런 면에서 정당화했다. 이런 관계는 1970년대에 들어서서 일본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고 미일 간에 통상무역을 둘러싼 알력이 커질 때까지 유지됐다.

 

1977년에 제작된 ABC TV의 2부작 영화 '리 하비 오스왈드의 재판'의 케네디 암살 재연 장면. 나무위키

트럼프가 ‘케네디 기밀문서’ 최종본까지 공개한 이유

1963년 11월 22일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오픈카를 타고 시내 퍼레이드를 벌이던 당시 46세의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백주에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암살 용의자 리 오스왈드는 사건 이틀 뒤인 24일 경찰서에서 다른 남성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미국 정부조사위원회는 다음해인 1964년에 “오스왈드에 의한 단독범행”으로 규정했으나 중앙정보국(CIA) 등이 개입한 음모론이 끊이지 않았다.

그 사건과 관련한 방대한 자료들은 비밀에 붙여졌고, 30년이 지난 1992년부터 해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에 관련 법률이 제정돼 25년 안에 원칙적으로 자료들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후 단계적으로 기밀해제가 이뤄져 왔고, 2023년까지 전체 자료의 99%가 공개됐다. 3월 18일 처음 공개된 마지막 자료도 8만 쪽에 가까운 방대한 자료인데, 거기에는 검은 색칠로 삭제된 내용 원본들도 포함됐다. 따라서 그동안 기밀해제한 자료들조차 숨겨 온 구체적인 인명이나 국명, 기관명들이 그대로 드러났다.

케네디 암살 관련 마지막 기밀자료 공개 이후에도 아직까지 오스왈드 단독범행설을 뒤엎을 만한 새로운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 마지막 기밀자료 전면 공개는 대선 때 그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을 이행한 결과다. 사회보장번호 등 개인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공개해선 안 된다는 주장들도 있었으나 트럼프는 다음과 같은 말로 공개를 정당화했다.

“나는 아무것도 소거(삭제)하고 싶지 않았다. 소거하면 사람들은 왜 소거했느냐며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거기에 뭔가 있으니까 그랬겠지라고. 그래서 우리는 사회보장번호까지 모조리 공개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응원봉·키세스에 정치가 응답해야 내란 종식·극우 확산 차단”

6·3 대선 어젠다 ②

시민·전문가들이 꼽은 핵심 개혁과제

이승준기자

수정 2025-04-16 07:53등록 2025-04-16 06:00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초등학교 앞 도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다음날인 지난 1월4일 저녁 “윤석열을 체포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1박2일 철야농성 투쟁을 벌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윤석열 파면은 끝이 아니다. 국회와 한남동 관저, 남태령을 가득 메운 ‘응원봉’과, 매서운 겨울바람을 견딘 ‘키세스 시위대’는 윤석열 파면을 요구하며 차별 없는 세상, 평등한 세상, 민주주의가 흔들리지 않는 세상을 외쳐왔다. 시민사회와 지식인들은 이들이 타전하는 메시지에 정치가 응답해야 극우의 확산을 막고 진정한 내란 종식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 뒤 ‘내란 종식’의 최전선에 섰던 시민사회 활동가와 지식인들 사이에서 사회대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노동·시민·사회단체 1700여곳이 모여 ‘탄핵 광장’을 이끌어온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그동안 집회 현장과 온라인 공간에서 시민의 요구들을 모아 헌정 질서 회복, 정치개혁, 경제·민생, 성평등, 기후위기, 돌봄, 노동, 언론자유, 교육·청소년, 식량 주권 등 12개 분야 개혁 과제 118개를 추렸다.

올해 초 연구자, 정책전문가, 시민들이 모여 출범한 ‘내란 종식과 사회대개혁을 위한 정책포럼’(사회대개혁 정책포럼), 싱크탱크인 ‘대전환포럼’도 광장의 요구와 전문가들 의견을 취합해 사회개혁 과제를 추리는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세 단체의 공통된 문제의식은 2017년 ‘박근혜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 광장’의 목소리가 제도 정치 안에 정돈된 형태로 수용되고 정책화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민들로부터 꼽은 시급한 개혁 과제는 ‘차별 없는 세상’이다. 여성, 청년, 장애인, 성소수자, 비수도권 주민, 비정규직 등이 어우러졌던 ‘광장의 민주주의’가 광장이라는 상징 공간을 넘어 사회 전체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상행동이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와 디지털 자유발언대 ‘천만의 연결’에 지난 2월10일부터 3월6일까지 들어온 시민 의견 651건을 분석한 결과 차별금지와 인권 관련 내용이 31%로 가장 많았고, 민주주의 강화와 정치개혁(23%), 돌봄과 사회안전망(8%) 관련 내용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 그룹은 불평등 문제 해소와 정치·검찰 개혁 등에 방점을 찍는다. 사회대개혁 정책포럼과 대전환포럼이 교수연구자·정책전문가 5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2월14~21일, 중복 응답)에서는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정의로운 경제와 민생 안정’(51.4%),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확대’(43.3%), ‘보건의료·돌봄·복지 강화’(35.2%), ‘성평등과 소수자 인권 보호’(29.6%) 등이 꼽혔다.

시민과 전문가 그룹이 공통적으로 꼽은 개혁 과제를 살펴보면 1987년 민주화 이후 줄곧 맞닥뜨려온 ‘오래된 퍼즐’을 마주하게 된다. 극단적 갈등 대신 다양한 민의를 대변하는 정치개혁이다. 이창현 대전환포럼 대표(국민대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차별 없는 세상을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은 다당제 정착, 국회의 비례성 강화 등 선거법 개정으로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개혁 과제들로 모인다”고 했다.

사회대개혁은 12·3 내란 이후 부상한 극우세력의 확산을 막고 내란을 종식하기 위한 필수 과제이기도 하다.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은 통화에서 “한국의 극우는 유럽이나 미국처럼 특정 사회집단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갑자기 나타났다”며 “대선 이후 들어설 새 정부가 국정개혁을 통해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되고 고통받아온 이들의 숨통을 틔워줘야 극우화의 흐름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에 의견을 준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개헌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아래로부터의 열망이 반영되는 제대로 된 개헌 논의의 장을 열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는 게 이들의 조언이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야5당, ‘내란세력 재집권 저지’ 연대 공식화…교섭단체 완화·결선투표제 합의

2차 선언문 통해 2기 원탁회의 출범 예고 “모든 민주헌정수호 세력 참여해 달라”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왼쪽부터),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윤종오 진보당 상임대표 직무대행,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란종식 민주헌정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에 참석해 2차 선언문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야5당은 내란특검 실시, 반헌법행위 특별조사위원회 설치, 대선 직후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마무리하고 결선투표제 도입, 권력기관 개혁 추진 ⓒ뉴스1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5당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내란세력 재집권 저지를 위한 연대에 합의했다. 또한, 교섭단체 요건 완화와 결선투표제 도입 추진 등 제도 개혁에도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 진보당 윤종오 상임대표 직무대행,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종식 민주헌정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원탁회의)’ 2차 선언문을 발표했다.

야 5당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는 회의체 명칭처럼 내란의 종식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기 위한 목표로 지난 2월 출범했다. 1차 선언문에는 비교적 상징적인 내용이 담겼다면, 이번 선언문에는 구체적인 개혁 과제 사항들이 명시됐다. 

야 5당이 합의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내란종식 민주헌정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 2차 선언문

1. 대한민국의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가 내란종식과 민주헌정수호라는 점에 대해 공동 인식하고, 내란세력 재집권 저지를 위해 제 정당이 연대한다.

1. 내란종식을 위해 내란특검을 실시하고, 2025. 2. 19. 출범선언에서 천명한 ‘반헌법행위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한다.

1. 민주헌정수호 다수연합 실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 선거 직후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마무리하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한다.

1. 사회대개혁,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 등 국가 미래 과제를 대선 공약으로 추진하고, 차기 정부 국정과제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한다.

1. 검찰, 감사원, 방첩사 등 권력기관 개혁을 추진한다.

1. 윤석열 파면에 함께했던 모든 민주헌정수호 세력이 참여하는 제2기 원탁회의 출범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힘을 모은다.


그간 야 5당은 내란 종식을 위해 이번 대선에서 민주헌정수호 세력의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번 선언은 선거 연대와 연합 정치, 사회대개혁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으로 해석된다. 앞서 조국혁신당과 사회민주당은 독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은 이번 합의의 의미에 대해 “내란을 끝내고 헌정을 회복하겠다는 단호한 선언이자, 다시는 이 땅에 독재가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결의”라고 설명했다.

박 직무대행은 “6.3 대선은 헌정수호 세력과 헌정파괴 세력의 역사적 대결”이라며 “국민께서 내란을 끝내고 정권을 교체하라는 준엄한 명령을 내리셨다. 우리는 그 명령에 민주헌정수호 세력의 강력한 연대로 응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당 김선민 권한대행도 “모든 국민을 위한, 모두의 대통령을 함께 만들겠다”며 “민주주의와 헌정을 지키는 대연합으로 포용하고 연대하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당 윤종오 직무대행은 “오늘 선언문은 국민에게 드리는 내란종식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무거운 약속”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윤 직무대행은 합의사항 중 원내 정당 외에 모든 반내란세력이 함께할 수 있는 ‘제2기 원탁회의’ 출범을 강조했다. 그는 “광장에서 함께 했던 시민사회와 국민 모두가 2기 원탁회의와 함께 할 수 있도록 진보당이 더욱 노력하겠다. 광장에서 응원봉과 깃발을 들고 싸웠던 모든 분들께 함께 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며 “진보당은 내란세력의 재집권을 막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사회대개혁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것을 열어놓고 연합정치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우리의 연대는 국민의힘을 닮아서는 안 된다. 선명하고 실용적인 정책 협의를 통해 국민의 삶을 바꿀 구체적인 해법을 제출해야 한다”며 “이번 대선이 심판의 선거를 넘어 미래에 대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여기 모인 우리의 책임”이라고 제언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민주수호세력 전체가 힘을 합쳐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는 민주정부를 탄생시키는 것이야말로 다시 대한민국이 윤석열 시대로 후퇴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며 “민주진보세력의 최대 선거연합을 반드시 성사시켜 압도적 정권교체로 완전한 내란 종식을 이루는 데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김장하 선생은 싫어하겠지만...이건 꼭 말해야겠습니다

[오길영의 뾰족한 시각] 김장하와 문형배 : <어른 김장하>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인연

25.04.16 06:47최종 업데이트 25.04.16 06:47

내란 수괴가 드디어 파면되었다. 역사의 정말 힘든 고비를 넘긴 느낌이다. 이제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세워야 한다. 다들 그렇겠지만 지난 몇 달 동안 내란 스트레스로 나도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 그 이유 중에는 내 주변에서도 그동안 멀쩡해 보이던 이들이 요즘 유행하는 말로 흑화(黒化)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 것도 있다.

이 말의 어원을 찾아봤다. 일본어 '쿠로카(黒化,くろか)'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일본 대중문화 매체에서 선량했던 인물이 어떤 계기를 통해 악에 물들거나 비뚤어진 방향으로 변모하는 것을 뜻한다. 이 말이 한국에 들어와 퍼지면서 성격이 갑자기 이상해지거나, 비뚤어진 방향으로 바뀌는 사람을 두고 쓰는 표현이 되었다.

원래 난세에는 사람의 본색과 바닥이 드러난다. 내란 사태를 거치면서 사람됨이 돋보이는 이들도 있었고 흑화된 이들도 적지 않다. 내란 세력이 보여준 추잡한 행태에 대해서는 굳이 덧붙일 게 없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문득 그렇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를 예증하는 분이 떠오른다.

김장하의 삶을 알리는 게 필요한 까닭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한 장면.MBC 경남

오래전에 몇 번 봤던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아래 <김장하>)를 넷플릭스에서 다시 찾아본 이유다. <김장하>를 보고 많은 이들이 감동하였다는 소감을 밝힌다. 나도 그렇다. 자신이 세운 고등학교를 국가에 헌납, 문화 재단에서 지급한 수많은 장학금, 사람살이의 문제를 고민하는 형평 운동에 오랫동안 참여하고 후원, 다수의 시민 사회단체를 남모르게 지원, 지역 신문 지원 등이 <김장하>에 나온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만으로도 눈에 보이는 것만이 인정받는 물신주의가 득세하는 이 시대에는 보기 힘든 사례다.

내가 주목한 지점을 조금 덧붙이고 싶다. 나는 <김장하>를 보면서 이런 질문을 해봤다. 사람은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얼마나 절제할 수 있는가? 여러 철학자나 정신분석학 이론에서 어려운 개념으로 설명했듯이, 인간이 뿌리치기 힘든 가장 강력한 욕망이 인정 욕망(the desire of recognition)이다. 이런 질문을 해보면 된다. 왜 권력, 돈을 얻으려 하는가? 그것들 자체가 주는 매력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그것을 소유하게 되면 남들이 '나'를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남들이 알아주는 맛에 우리는 산다. 그 인정이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생각 혹은 착각한다. 그게 삶을 움직이는 동력이다. 인정 욕망은 힘이 세다.

눈에 보이는 권세나 돈만 그런 게 아니다. 명예 혹은 상징 권력(symbolic power)을 얻고자 하는 욕망도 마찬가지다. 소설가나 시인, 혹은 평론가도 다르지 않다. 문학 예술인은 물질에는 초연한 척한다. 혹은 현실적으로 초연할 수밖에 없다. 안정된 수입을 갖고 사는 문학 예술인은 드물다. 대부분 불안정한 수입으로 어렵게 생활한다. 수많은 문학상에 기본적으로 비판적이면서도 그 상에 딸려 오는 상금을 생활비로 쓰는 작가, 시인의 사정을 같이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돈과 권력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남이 알아주는 이름, 명예는 오래 간다. "문학사에 영원히 새겨질 이름" 운운하는 말이 그걸 보여준다. 나는 욕망이 없다는 언설을 믿지 않는다. 따라서 도사나 성자를 자임하는 이들은 대체로 사기꾼들이다. 김장하 선생(아래 호칭 생략)을 그렇게 규정하려는 시각이 있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김장하의 행적이 놀라운 것은 욕망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욕망이 따지고 보면 부질없다는 걸 알았다는 점이다. 그렇게 살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자신의 욕망을 인지하는가, 아니면 무지한가 중에서 선택하는 것뿐이다.

엉터리 도사나 성자를 좋아하지 않고 제도권 종교에 비판적이지만, 그래도 종교에서 배워야 할 점이 있다. 예컨대 예수 혹은 기독교를 세계화했다고 말하는 바울이 되풀이 강조하는 게 세상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주님(the Lord) 개념이 그 점을 요약한다. 돈도 권력도 주인이 아니다. 주님은 따로 있다. 불교에서 내가 가장 의미 있게 보는 개념이 무아(자기 없음, 아나타)인데, 그 의미를 나는 비슷하게 해석한다. 따지고 보면 '나'는 없다. 그렇다면 '내' 소유, '내' 권력, '내' 돈, '내' 명예도 없다.

경남 하동 차밭을 찾은 김장하 선생의 모습.윤성효

하지만 이런 개념을 머리로 아는 것과 그렇게 사는 건 별개다. 그래서 점점 더 말과 글을 예전보다 덜 신뢰한다. 말과 글이 자신을 속이고 세상을 현혹하는 걸 자주 보기 때문이다. <김장하>를 보면서 마음에 다가온 건 자신을 감추고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이 시대에 보기 드문 모습이다. 김장하는 말한다. "옛날에는 약값을 기술료라고 해서 엄청 많이 받았거든. 나는 기술료보다는 수가를 줄이겠다, 내가 돈을 벌었다면 결국 아프고 괴로운 사람들을 상대로 돈을 벌었다. 차곡차곡 모아서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서 이 일을 시작한 것이다."

조금만 내세울 게 있으면 그걸 더 멋지게 포장해야 인정받고, 그렇게 하는 게 훌륭한 처세술로 통하는 세상이다. 드물지만 그렇게 살려고 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김장하는 그런 사람으로 보인다. <김장하>를 통해 본인이 널리 알려진 걸 반길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 시대는 김장하가 보여준 드문 삶의 모습을 이렇게라도 알리는 게 필요하다. 악하고 추잡한 모습만이 눈에 보이고 그런 자들이 힘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이기에, 좌절감과 우울함이 커지기 때문이다. 내란 사태에서 우리는 그런 한심한 인간 군상을 많이 목격했다.

아름다운 인연이 낳은 소중한 결실

위선과 위악이 득세하는 시대에 드물지만, 시대에 어긋나게 사는 분이 있다는 걸 아는 건 위안이 된다. 위안이 된다고 해서 김장하처럼 산다는 게 쉽다는 뜻은 아니다. 원래 "모든 고귀한 것은 극히 드물고 힘들다."(스피노자) 그러나 김장하가 지적하듯이 세상을 움직이는 이들은 소수의 고귀한 자가 아니다. 고귀한 이들은 본보기가 되지만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이 지탱한다." 잘 되지 못해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부끄럽다는 장학생에게 김장하가 해준 말이다.

그런 김장하 장학생에는 한국 현대사에 기록될 날인 2025년 4월 4일 11시, 내란 수괴 파면 선고문을 담담히 읽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아래 문 대행)도 포함된다. <김장하>에는 문 대행이 잠깐 나오는데, 그는 김장하에 대해 이렇게 심경을 밝힌다. "선생님은 나에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고 자신은 이 사회에 있는 것을 너에게 주었을 뿐이니 혹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 사회에 갚으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조금의 기여를 한 게 있다면 그 말씀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을 하며 문 대행은 울컥하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한다. <김장하>를 다시 보면서 나도 뭉클했던 장면이다. 김장하와 문 대행이 맺은 인연이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봤다. 2019년 4월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 문 대행이 했던 말이다.

"저는 경남 하동에서 가난한 농부의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독지가인 김장하 선생을 만나 대학 4년간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사법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김장하 선생은 한약업사로서 번 돈으로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하여 국가에 기증하셨고, 수백 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했으며, 형평운동기념사업회와 진주오광대 복원사업, 경상(국립)대학교 남명학관 건립 등 좋은 일을 많이 하셨습니다. 선생은 제게 자유에 기초하여 부를 쌓고 평등을 추구하여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며 박애로 공동체를 튼튼하게 연결하는 것이 가능한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몸소 깨우쳐 주셨습니다. 법관의 길을 걸어온 지난 27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한민국 헌법의 숭고한 의지가 우리 사회에서 올바로 관철되는데 전력을 다했습니다. 그것만이 선생의 가르침대로 우리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는 길이라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지금까지 간직한 저의 초심은 언제나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 소장권한대행이 부산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때인 2019년 1월 16일 진주 경상국립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시민들이 마련한 김장하 선생 생일 축하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했다.유근종

김장하가 쌓은 공덕이 문 대행을 통해 한국 사회로 돌아왔다. 내란 사태에서 드러난 추하고 흑화된 악귀 같은 인간 군상에 깊은 환멸을 느끼면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인연이 낳은 소중한 결실이 어떻게 한국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지를 확인하면서 나는 큰 위안을 얻는다. 사람에게 자주 실망하면서도 또 어쩔 수 없이 사람에게 기대는 이유다. 파면선고문에 나온 인상적 표현인 "대한국민"의 한 구성원으로 나는 두 분, 김장하 선생과 문 대행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누구보다 고마워해야 할 대상은 대한국민이다. 아래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나도 민주공화국을 지킨 동료 시민들에게 "무한히 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우리는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과 같은 오류를 앞으로 또 저지를지 모른다. 그러나 그때도 이번처럼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다. 나 혼자 한 생각이 아니다. '내란성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1859년에 나온 <자유론(On Liberty)>을 읽고 또 읽었다. 존 스튜어트 밀은 거기에 마치 우리 국민에게 건네는 듯한 말을 써놓았다.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부터 파면까지, 화나고 아프고 어이없는 일들을 견디고 이겨낸 시민들에게, 계엄의 밤 국회에서 계엄군을 막아섰던 사람들에게, 남태령의 기적을 만든 젊은이들에게, 눈보라를 맞으며 헌법재판소 앞에서 밤을 지샜던 남녀노소에게, 무한히 큰 감사의 마음을 얹어 그 말을 전하고 싶다. 밀은 우리 국민들이 '인간의 모든 자랑스러운 것의 근원'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스스로 자랑스러워 해도 좋다는 것이다."(유시민)

#어른김장하 #오길영의뾰족한시각 #문형배 #김장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일 벌려놓고 수습 못하는 트럼프…러 공습으로 '우크라 민간인 34명 사망'

4일 크리비리흐 놀이터 공습 뒤 열흘 만…'조바심' 트럼프 러 압박 강화할지 주목

러시아가 13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 지역 중심부를 공격해 최소 34명이 숨지고 117명이 다쳤다. 최근 이어진 러시아의 민간인 공격을 계기로 지지부진한 휴전 협상을 중재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압박을 강화할지 주목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영상연설을 통해 수미 지역이 러시아 탄도미사일 2발의 공격을 받았고 한 발은 대학 건물에, 다른 한 발은 길가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부상자 중 올해 태어난 신생아가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습은 종려주일(부활절을 일주일 앞둔 기념일) 도시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쓰레기들만 이런 짓을 할 수 있다"며 러시아를 비판했다. 영국 BBC 방송은 사망자 중 최소 2명이 어린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BBC에 이번 공습으로 교육 기관 4곳, 카페, 상점, 아파트 5동 등 건물 20채가 파손됐고 차량 10대와 전차(트램)도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수미 지역 당국자들은 폭격에 사용된 미사일에 집속탄이 탑재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나의 폭탄 속에 다수의 소형 폭탄이 들어 있는 집속탄은 민간인 피해 가능성을 높여 집속탄금지협약(CCM)에 의해 2010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공습으로 어린이 수업을 포함해 교육 활동에 참여하거나 교회에 갔던 주민들은 다급히 대피했다. BBC는 이름만 밝힌 이 지역 주민 나탈리아가 두 번째 공습이 자신의 차를 강타했을 때 자녀 및 다른 어린이들과 대피소로 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나탈리아는 방송에 "제때 대피소로 움직이지 않았으면 우린 차 안에서 죽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주민 스비틀라나 스미르노바는 종려주일을 맞아 친구와 교회에 갔다가 공습 탓에 급히 대피했다. 그는 "공습 당시 버스에 타고 있던 친구 한 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의식이 없다"며 "친구는 당시 아들과 함께였는데 아들도 부상을 입었다"고 토로했다.

 

이번 공습은 지난 4일 러시아 공습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향인 우크라이나 남동부 크리비리흐에서 최소 19명이 숨진 뒤 열흘도 안 돼 일어났다. 당시 탄도미사일이 놀이터 인근을 타격하며 어린이 9명이 숨졌다.

 

영국과 프랑스는 즉각 공격을 비판하며 휴전을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전쟁을 러시아가 혼자 시작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오늘 인명, 국제법,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채 러시아 혼자 전쟁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휴전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의 끔찍한 공격에 경악했다"며 "푸틴은 지금 조건 없는 완전하고 즉각적인 휴전에 동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전후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 파견 관련 유럽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나라들이다.

 

수미 공습, 美 특사 푸틴 만나고 이틀 만…"도 넘었다"

 

이번 공습이 미국이 러시아에 휴전 압박을 높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키스 켈로그 미 우크라이나 특사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민간인을 목표물로 한 러시아군의 수미 공격은 도를 넘은 것"이라며 "이는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수미 공습은 스티브 윗코프 미 중동 특사가 푸틴 대통령을 만난 지 불과 이틀 만에 이뤄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 윗코프와 푸틴 대통령 회담이 "미-러시아 간 우크라전 관련 회담이 지연되고 푸틴 대통령이 광범위한 휴전을 약속하기를 꺼리며 트럼프 행정부의 초조함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미국 중재로 지난달 에너지 시설에 대한 부분 휴전에 합의했지만 양쪽 모두에서 위반 주장이 나온 상황이고 흑해 휴전엔 원칙적 합의가 이뤄졌지만 러시아가 농산물 수출에 대한 서방 제재 해제 등을 요구함에 따라 발효가 미뤄지며 사실상 흐지부지된 상태다. 이 가운데 전면 휴전 협상은 발도 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스카이뉴스도 11일 회동이 트럼프 행정부가 "평화 회담에 진전이 부족한 것에 대해 점점 좌절"하고 있다는 징후라고 해석했다. 방송은 윗코프와 푸틴 대통령이 세 번째 만났지만 만난 장면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라며 해당 영상에서 "푸틴 대통령이 주도적이고 훨씬 더 느긋한 모습을 보였고 윗코프는 강한 협상가가 아닌 수줍은 남성팬처럼 보였다"며 "푸틴 대통령이 확실히 우세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는 움직여야 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끔찍하고 무의미한 전쟁으로 죽고 있다"고 러시아를 압박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방위·보안 편집자 댄 사바흐는 "수미에서의 민간인 사망은 미 정부에 푸틴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일요일(13일) 수미에서 발생한 살상과 파괴, 그리고 (11일) 윗코프와 푸틴이 악수하는 사진 사이의 불협화음은 대부분의 관찰자들에게 너무나 명백하다"며 "러시아가 민간인에 대한 낮 공격을 용인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왜 영토를 넘기는 것을 고려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다만 백악관이 "어느 시점에" 민간인 살해를 러시아에 대한 면죄부가 아닌 "협상을 위한 진짜 압력"을 가해야 하는 사안으로 결론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 중심부를 러시아 탄도미사일이 강타해 최소 34명이 숨진 가운데 구조대가 현장의 불을 끄고 있다. ⓒUPI=연합뉴스

김효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첫 재판부터 내란 부인…동아일보 “변명 재탕이거나 한술 더 뜬 궤변”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신문 “자연인 윤석열’ 철퇴 내려야” 세계일보 “국가 최고지도자였던 사람으로서 너무 무책임”

대선 차출 논란 한덕수 띄우는 조선일보?

[미디어먼슬리] 천관율, 김희원의 대담 지금 신청하세요

기자명김예리 기자

  • 입력 2025.04.15 07:53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형사 첫 정식재판을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오후에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12·3 내란사태로 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첫 형사법정에 섰다. 국민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를 제외한 6개 아침신문이 이를 1면으로 알렸다. 동아일보와 세계일보 등 보수신문마저 사설에서 이날 윤 씨의 법정 발언을 가리켜 “한술 더 뜬 궤변”이며 “국민의 심정은 참담하다”는 평을 내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내란 사건 형사재판이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재판장 심리로 시작됐다. 그는 이날 법원 지하주차장을 통해 비공개로 출석해 오전과 오후에 걸쳐 이어진 발언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비상계엄은 “평화적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라고 주장했고 “몇 시간의, 비폭력적 사건을 내란으로 구성한 건 법리에 맞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건 “질서 유지”이며 일부 의원이 “담을 넘는 사진을 찍는 쇼”를 했다고 했다. 그를 파면한 헌재가 받아들이지 않은 허위 주장의 되풀이였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고, 이에 따라 불법체포와 구속, 구속기간을 넘겨 기소한 불법 구금이 이뤄졌다며 공소 기각을 주장했다.

증인으로 나온 지휘관들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비상계엄 당시 국회로 출동한 김형기 육군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은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으로부터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도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같은 지시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을 ‘궤변’으로 일축했다. 경향신문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은 <윤석열 “평화적 계엄”…93분간 궤변만>이었다. 한겨레 기사 제목은 <윤석열 “평화적 메시지 계엄” 궤변>, <尹 “계엄은 늘 준비해야 되는 것” 檢 “국헌문란 목적 폭동”>이었다.

▲15일 동아일보

재판부가 언론의 법정 내 촬영을 불허하고 윤 전 대통령의 지하주차장 이용을 허가한 가운데, 동아일보는 촬영이 불허 조치된 첫 공판 풍경을 그림(일러스트)로 묘사했다. 동아일보는 윤 전 대통령이 “‘난센스’라는 단어를 이날 6번 썼다”며 “비상입법기구 내용을 담아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진 쪽지에 대해선 ‘과거 국가보위입법회의 같은 기구 창설을 검토하는 걸 경제부 장관에게 준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른 신문들이 1면 머리기사로 다룬 이번 재판을 조선일보는 사회 12면에야 첫 언급했다. 1면과 정치면, 경제면(관세 전쟁), 예비부부들이 예식장 잡기도 힘들다는 내용을 다룬 기획면을 지나서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포함해 총 93분 동안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고 썼다.

▲15일 조선일보

세계일보는 사설 <‘내란 혐의’ 첫 형사재판서도 공소사실 전면 부인한 尹>에서 “파면 후에도 여전한 비현실적·일방적 주장을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하다”며 “아직도 비상계엄 선포·해제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관저 퇴거 메시지에서 “다 이기고 돌아온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뭐 (대통령) 5년 하나 3년 하나…”라는 말까지 했다며 “자신의 실패마저 승리라고 우기는 건 한때 국가 최고지도자였던 사람으로서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 탄핵 이후에도 달라지거나 반성하는 기색을 찾아볼 수 없으니 개탄스럽다”고 했다.

▲15일 세계일보

세계일보는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의 지하주차장 이용을 허가하고 언론의 법정 내 촬영을 불허한 것을 두고서는 “사법 심판의 대상이 됐던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공개 출석하고 법정 촬영도 이뤄졌던 것과는 딴판”이라며 “더구나 이 재판부는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법리를 내세워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바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첫 재판부터 내란 부인한 ‘자연인 윤석열’, 철퇴 내려야>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냈다. 경향신문은 “윤석열의 이런 모르쇠 전략은 헌재 탄핵심판에서 이미 철저히 논박당했다”며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참으로 낯 두꺼운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에게는 최소한의 도덕률조차 ‘연목구어’”라고 했다. 또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민주주의·헌정파괴 범죄에 철퇴를 내리는 재판이 돼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자기 과오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 자세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법원은) 역사적 재판을 지켜보는 국민의 알권리를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그의 주장이 “헌재가 받아들이지 않은 변명의 재탕이거나 종전보다 한술 더 뜬 궤변”이라며 “이만저만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일부 강성 지지층에 기대 정치적 활로를 도모해 보겠다는 계산이나 노림수가 없다면 이렇게까지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파면 대통령’에게 어떤 정치적 미래가 남아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윤 전 대통령이 이처럼 염치없게 구는 건 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국민의힘 탓이 크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윤 전 대통령의 지지를 애걸복걸하는 한 그의 뻔뻔함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경향, 대선 차출논란 한덕수에 “간보는 태도 볼썽사나워”

국민의힘에서 6·3 대선 경선을 시작하기도 전에 ‘한덕수 차출 논란’이 더해지고 있다. 자당 후보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후속 단일화가 거론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관련해 “친윤석열계 의원 50여명은 연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추대론을 부르짖으며 연판장도 돌렸다. 그런데 한 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거론하며 ‘국무위원들과 함께 제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고 했다”며 “대선에 출마하겠다, 안 하겠다고 똑 부러지게 얘기하면 될 일인데 여지를 남기며 ‘간 보려는’ 태도도 볼썽사납다. 이런 애매한 태도는 국정의 불확실성만 키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15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1면 <‘내란 정권’ 2인자 한덕수로 단일화 드라마 꿈꾸나>에서 “국민의힘 후보와 한 권한대행의 단일화가 추진되더라도 2002년 노무현·정몽준의 성공 사례처럼 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후보도, 당도, 대통령도 그때와 반대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한덕수 대행 얼굴을 두 차례 지면에 내세웠다. 1면에서 이어지는 ‘日·인도와도 협상 서두르는 美… 한국, 트럼프 관심사부터 공략’(3면)에서 한덕수 대행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띄웠다. 다음 면인 정치면엔 왼쪽 상단에 <한덕수 때리는 민주 “尹 아바타에 불과”>를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에서 ‘한 대행 대선 차출론’이 제기되자 민주당은 ‘한 대행은 윤석열 아바타에 불과하다’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하겠다고 밝힌 것을 언급했다.

▲15일 조선일보

▲15일 조선일보

이어 “한 대행이 수사에 대비해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했고, 국회 대정부 질문에 한 대행이 출석을 거부한 것을 두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총리가 일방적으로 불출석했다. 양 교섭단체 양해도 없었고 의장 허가도 없었다. 무책임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같은 면엔 한 대행이 14일 발표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은 3위로 나타났다고 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 48.8%, 김 전 장관 10.9%, 한 대행 8.6% 순이었다. 이 신문은 ‘반이재명 빅텐트 성사되나’란 제목으로 국민의힘 소속 후보들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이낙연 전 총리, 더불어민주당 비명계 일부 사진 사이 가운데에 한덕수 얼굴을 띄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5년치 보은 몰아치려니…몰락한 내란 정권의 ‘알박기’ 금도 넘었다

장나래,신형철기자

수정 2025-04-15 07:05등록 2025-04-15 05:00

게티이미지뱅크

정권 말 고질병으로 여겨지던 ‘알박기 인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빚어진 권력 공백 상황에도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윤석열 집권에 기여했거나 정권과 우호 관계를 유지해온 이들을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임기가 보장되는 권력기관이나 공공기관 고위직에 내려꽂기 위해 온갖 무리수가 동원된다. ‘대통령의 내란’으로 초래된 헌정 위기가 가까스로 수습되는 국면이란 점에서, 최근의 ‘알박기 인사’는 사실상의 ‘내란 연장’ 시도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알박기 금도’마저 깬 ‘한덕수의 난’

논란의 정점은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헌법재판소가 파면한 윤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완규 법제처장을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일이었다.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주어진 ‘현상 유지적 권한 행사’의 범위를 넘어선 위헌적 행위라는 비판이 거셌다. 지난달 26일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를 이끄는 이진숙 위원장이 안팎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화방송(MBC) 아나운서 출신 신동호씨를 신임 교육방송(EBS) 사장으로 임명한 것도 몰염치한 권한 남용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정권 차원 보은 인사’로 여겨지는 공공기관의 임원 인사도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1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보면, 12·3 비상계엄 하루 뒤인 지난해 12월4일부터 지난 4월11일 사이에 공시된 공공기관 임원 모집 공고는 모두 101건이다. 헌법기관과 권력기구, 공영방송 등의 고위직뿐 아니라, 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대표, 상임이사, 감사직도 최종 임명권자가 바뀌기 전 서둘러 자리를 선점하려는 ‘구정권’의 주변 인물들이 경쟁적으로 몰려드는 탓이다.

대통령이 탄핵당한 권한대행 정부에서 ‘알박기 인사’가 여전히 횡행하는 데는 전임 윤석열 정권의 특수성이 자리잡고 있다. 임기를 3년밖에 채우지 못한 채 중도 하차하면서 미처 실행에 옮기지 못한 ‘보은 인사’의 수요가 많았던데다, 대통령이 스스로 내란죄 피고인이 되면서, 새 정권이 들어설 경우 ‘단죄와 청산’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일관된 발탁 기준, ‘정치 성향’과 ‘충성심’

최근 기관장에 선임되거나 내정설이 나돈 인사들을 보면, 대부분 윤석열 정권 출범에 기여했거나, 출범 뒤 대통령실에서 윤 전 대통령과 손발을 맞춰온 참모진,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 공직 진출에 실패한 정권 주변 인사들이다. 이들이 진입을 희망하는 자리는 전임자의 총선 출마나 임기 만료 등으로 공석이 된 곳으로, 이들의 발탁 기준 역시 ‘전문성’과 ‘유관 경력’보다는 ‘정치 성향’과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다.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던 올해 초 경찰 인사에서는 ‘용산 출신 친윤 경찰’들이 대거 영전했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3계급 ‘초고속 승진’을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 임명이 대표적이다. 대통령 국정상황실에 파견됐던 남제현 치안감을 비롯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논란에 연루됐던 김찬수 대통령실 행정관,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연루 의혹을 받는 박종현 행정관 등도 무사히 진급했다.

지난달 17일 임기가 시작된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에는 지난해 총선 당시 서울 중랑갑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김삼화 전 의원이 임명됐다. 초대 양육비이행관리원장에는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이자 지난해 총선에서 경기 구리시에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나섰던 전지현 변호사가 선임됐다. 앞서 1월20일에는 최춘식 전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으로 취임했고,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한 이주수 전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이사회 의장은 2월4일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대표이사에 임명됐다.

임기 안 끝난 대통령기록관장을 왜?

대통령기록관장 인사는 정치적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경우다.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대통령기록물 이관 등 중요 업무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현직 기록관장의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후임자 인선 절차가 진행된 것이다. 대통령기록물 사정에 밝은 이들 사이에선 새 기록관장이 올 경우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의 유출이나 봉인 우려까지 제기한다. 행정안전부가 진행 중인 새 대통령기록관장 선임 절차는 최종 후보자 2명 가운데 1명이 윤석열 정권 임기 내내 대통령비서실에서 기록 담당자로 일한 행정관 출신이다. 심성보 전 대통령기록관장은 14일 “계엄 당시 대통령실 상황을 잘 아는 인물이 대통령기록관장이 되면, 어떤 기록을 숨겨야 하는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제도를 악용해 기록물을 온전히 이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감사원의 지난 4일 전보 인사는 ‘과거 청산 발목잡기’ 성격이 짙다. 장난주 국민제안감사1국장을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감사교육원 교수직에 발령했는데, 장 국장은 감사원이 애초 벌였던 대통령 관저 감사가 부실 논란에 휩싸인 뒤 국회 요구로 재감사가 실시되면서 투입된 실무책임자였다. 감사원에선 “감사청구 업무의 실무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가장 적합한 인사를 신임 국장으로 발령한 정당한 인사권 행사의 일환”이라고 강조했지만, 관저 부실 감사 논란 등으로 탄핵당했던 최재해 감사원장이 복귀 직후 시행한 인사라는 점에서 ‘보복 인사’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최소한의 ‘염치’와 ‘절제’마저 실종

영화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 1월6일 영화진흥위원회 신임 위원 6명을 임명했는데, 영화계 현장과 유리된 교수와 투자 전문가 등이 대다수였다. 문체부 산하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국립국악원과 인천국제공항공사 산하 인천공항보안도 기관장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다.

논란이 커지며 정권 말기나 권력 공백기에는 필수불가결한 인사가 아니면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권한대행 체제 정부에서 이를 중단하거나 보류하려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내란 정권’ 종사자들 사이에서 ‘정권교체 이후’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며 ‘절제’나 ‘염치’라는 심리기제가 작동할 여지가 사라져버린 탓이다. 문제는 이런 행태가 공적 기관의 정상 작동을 어렵게 하고, 조직에 장기적이고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는 데 있다.

윤석열 정권이 주어진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3년도 안 돼 몰락하면서 미뤄온 보은 인사의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특수성도 있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는 각 기관 임원 추천위원회나 공공기관 운영위원회 등을 윤석열 정권 친화적인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차기 정권에 넘겨야 한다는 고려 없이 막무가내로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권 임기-기관장 임기 일치가 답일까?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말기 알박기 인사’ 방지를 위해 대통령 임기와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괄적으로 정권 임기에 맞추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철 위원은 “업무의 특성상 정권 임기와 무관하게 기관장 임기를 보장해야 하는 공공기관도 있다. 기관 특성을 반영해 공공기관 운영법을 전면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부)는 “인사권은 임명권자의 재량인 만큼 일일이 제도적인 통제가 어렵지만, 정말 일해야 하는 자리만큼은 정권이 바뀌어도 건드리지 않는다는 암묵적 관행이나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부서 종합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T도 울컥한 그날...'파면 선봉장' 두 사람의 123일, 67번 집회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04/15 07:31
  • 수정일
    2025/04/15 07:3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인터뷰] '비상계엄-파면' 넉 달 동안 집회 이끈 박민주·김형남 비상행동 활동가

박수림(srsrsrim) 사진이정민(gayon)

25.04.15 06:59최종 업데이트 25.04.15 06:59

▲박민주 한국진보연대 정책국장-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주최로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범시민대행진에서 진행을 맡았던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과 박민주 한국진보연대 정책국장이 11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기 앞서 손을 마주치고 있다.이정민

"윤석열 파면 이후 일주일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내란 세력들이 활개 치고 다니고 있어요. 지금은 우리가 다시 한번 힘을 모아 사회 곳곳에 있는 내란 세력들을 청산해야 할 때입니다." - 박민주

"지난해 12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했던 말, 기억하시나요? 같은 당 김재섭 의원에게 '내가 박근혜 탄핵 반대할 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 다 찍어줬다'고 말했잖아요. 그 말이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시민들이 끊임없이 증명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 김형남

두 활동가는 매번 무대 위에 있었다. 항상 행진을 이끄는 트럭 위로 올랐다. 두 사람이 외친 구호를 광장의 사람들이 연호했고, 두 사람이 택한 노래는 광장의 노래로 재탄생됐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윤석열퇴진·사회대개혁(현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에서 사회자로서 마이크를 잡았던 김형남·박민주 활동가는 그간 함께 광장을 지킨 시민들을 향해 "윤석열 파면으로 우리의 역할이 끝난 게 아니"라고 당부했다. 두 사람의 말처럼 그들이 몸담고 있는 '윤석열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지난 8일 단체명을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으로 바꾸고 목표를 재정립했다.

김형남 활동가의 또 다른 직함은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이다. 2016년부터 군대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 사건들을 상담하고 피해자를 지원해 왔다. 박민주 활동가 역시 한국진보연대와 자주통일평화연대에서 각각 자주통일국장과 조직국장으로 일하며 비상행동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두 활동가를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만나 '내란부터 파면까지 넉 달 간의 소회'를 물었다. 또 시민과 함께 누볐던 광화문 일대를 찾아 두 사람이 바라는 미래가 무엇인지 들었다. 인터뷰 후 그들은 "저녁 집회에서 또 만나요"라고 인사했다. 두 사람의 행진은 끝나지 않았다.

아래 두 활동가와 나눈 인터뷰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겨우 원점 찾은 승리의 경험, 이젠 플러스로"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17차 범시민대행진이 지난 3월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렸다.남소연

- 12.3 내란 사태 이후 비상행동이 67차례에 걸쳐 윤석열 퇴진 집회를 열었습니다. 지난 4개월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김형남 활동가(아래 김): "내란 이후 123일 동안 67번 집회를 열었으니 이틀에 한 번 이상 집회를 연 거네요. 제가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은 불안함, 내지는 두려움이었어요. 생각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결과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무거운 분위기들이 전반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불안함과 두려움이 사람들을 계속해서 광장으로 불러내지 않았나 싶어요. 시민들도 다들 생업이 있을 것이고 학생들은 학교에 가야 할 건데 그 와중에 이틀에 한 번꼴로 집회에 나와 싸운 거잖아요. 모두 각자가 겪고 있던 불안한, 두려운 감정을 어떻게 희망으로 전환해 낼 것인지 고민하기 위해 광장에 모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박민주 활동가(아래 박): "박근혜 이후 다시 국민 앞에 윤석열이라는 거대한 적이 탄생한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시민들이 광장의 효용성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마이크를 잡는 내가 시민들을 설득해 보자', '어떻게 하면 광장에 나오는 일에 확신을 갖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도 이어졌고요. 그런데 바깥으로 나오는 시민들을 보면서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 싶더라고요. 시민들이 정의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광장에 나왔거든요. 이후 저는 '광장에 자발적으로 나온 시민들이 집회를 완주할 수 있도록 잘 끌고 가는 것', '집회의 분위기나 참가자들의 마음 상태를 계속해서 확인하는 것' 등에 집중했어요."

- 윤석열 파면 전 마지막 주말 집회(17차 범시민대행진)를 사회자로서 함께 진행했습니다. 당시 어떤 마음으로 무대에 올랐나요?

박: "그때가 탄핵 전 마지막 주말 집회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채 무대에 올랐어요. 17차 범시민대행진이 3월 29일이었는데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일 공지가 4월 1일, 실제 선고가 4월 4일이었으니까요. 집회 당시에는 '탄핵까지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탄핵 국면이 계속 장기화하다 보니 '집회에 온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선고가 늦어질수록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걸 어떻게 표현하지?'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17차 범시민대행진은) 그런 염려 속에 준비했던 기억이 납니다."

김: "그때는 '계속해서 선고 일정이 안 잡히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참가자들의 감정선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집회에 온 참가자도 시민 한 명이고, 집회에서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는 사람도 시민 한 명이니까요. 그렇지만 마이크를 쥔 사람이 '너무 불안하다'고 할 수는 없어요. 집회는 감정을 나누는 시간도 맞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해 내는 시간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우리의 감정을 불안을 넘어서는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 비상행동에서 사회를 맡거나 행진할 때 시민들에게 전하는 발언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나요?

김: "저희 둘이 온라인에 공유 문서를 만들어 같이 쓰면서 완성하는 작업을 거쳤어요. 콘텐츠는 국면마다 좀 달랐는데요. 예를 들면 윤석열이 풀려난 직후(3월 8일)에는 '재구속 요구', '즉시 항고 않은 검찰 규탄' 이런 내용들이 주가 되고, 3월 15일쯤부터는 '헌법재판소의 선고 지연 규탄' 등 내용이 주가 되는 식이에요. 시점에 따라 계속해서 내용을 변주해서 발언문을 준비했습니다."

박: "헌법재판소 변론이 끝나고 (선고 일정만을 기다리던) 잠잠한 시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둘이 집회 대본을 쓰다가 토론을 참 많이 했어요. 집회 참가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이슈를 계속 모니터링했고, 문장 첫머리에 들어가는 단어나 수식어까지도 계속 신경 쓰곤 했어요."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주최로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범시민대행진에서 진행을 맡았던 박민주 한국진보연대 정책국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정민

- 윤석열이 파면되던 순간엔 어떠셨나요?

김: "선고 당일 헌법재판소 인근 비상행동 집회 현장에 있었는데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왠지 파면할 것 같이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현장에 계시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분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또 저는 군인권센터에서 일하다 보니 선고 중간에 채상병 부모님도 생각이 나고, 생존 해병도 생각나고... 그래서 '그분들에게 지금 이 순간은 어떤 순간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일을 겪는 것 자체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자신이 겪었던 일을 부정당하는 것, 폭로를 위해 낸 용기가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것, 목소리를 내도 바뀌지 않는 것 등이 되게 사람 마음을 병들게 하거든요.

어쨌든 저도 북받치는 감정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다만 그 순간 '내가 울기보다는 돌아봐야 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에 눈물이 들어갔어요. 그리고 또 울지 않은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어요. 선고 직후 저희가 같이 행진해야 하는데 민주님이 엉엉 울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 나라도 울면 안 되겠다'라고 생각했어요. (두 손으로 'T' 자를 그리며) 제 MBTI(성격유형지표)가 대문자 T(사고형)거든요(웃음)."

박: "(멋쩍게 웃으며) 제가 원래 진짜 울지 않는 스타일인데요. 당연히 윤석열이 파면 될 거로 생각해 왔고, 그래서 제가 선고 당일에 울 거라고 더욱 생각하지 못했어요. 옆에 있던 비상행동 막내랑 같이 부둥켜안고 생중계를 보는데 '파면한다'는 네 글자를 들으니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어요. 그냥 엉엉 소리 내며 울었어요. 무대에서 시민분들 얼굴을 열심히 보려고 했는데 지난 넉 달 동안 함께한 모습이 자꾸 기억나더라고요. 또 제가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위원회 활동도 했거든요. 유가족분들과 전국을 돌 때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라 사무치기도 했어요.

제 서울 생활 자체가 윤석열 정권과의 싸움이었어요. 활동가로 일하기 시작한 시점이 윤석열 당선 한 달 뒤였거든요. 윤석열 당선이 2022년 3월 10일이었는데, 한평생을 지역에서 살던 제가 활동가로 일하려고 2022년 4월에 서울로 온 거예요. 윤석열 정권 초기부터 싸웠던 제 서울 생활이 탄핵 선고 순간에 떠오른 거죠. 그래서 더 눈물이 콸콸 났던 것 같아요."

- 두 분에게 윤석열 탄핵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던가요?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주최로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범시민대행진에서 진행을 맡았던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정민

박: "진짜 몇 안 되는 승리의 경험이요. 모든 시민·사회단체가 윤석열 정권의 만행으로 탄핵을 외치며 엄청나게 싸웠거든요. 그렇게 노력한 끝에 역사적인 승리의 경험을 눈앞에서 맞이한 거예요. 광장의 효용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죠. 그리고 또 우리 사회의 전환점이라고도 생각해요. '윤석열 정권 이후 우리 사회는 어떻게 해야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으니까요."

김: "지난 넉 달의 싸움은 윤석열이 우리 사회를 마이너스로 만든 것을 '0(원점)'으로 끌고 오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아직도 (내란 세력 등이) 계속 우리 사회를 마이너스로 끌고 가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긴 하지만요. 윤석열 파면 이후 집에 돌아갈 때 시민분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저는 기분이 좀 이상했어요. 왜냐하면 윤석열이 파면됐다고 내 인생이 갑자기 극적으로 변하는 게 없으니까. 내가 사는 집도, 집에 가는 길도, 밥 먹는 하루도 다 똑같으니까. 파면의 순간 차오르는 승리의 감정도 너무 중요하지만, 이제는 0을 플러스로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탄핵은 우리 사회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라고 봅니다."

집회 플레이리스트, 두 사람이 꼽은 노래

- 비상행동에서 활동하며 가장 기억에 남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박: "좀 많아요. 비상계엄 선포 당일에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모인 날도 기억에 남고요. 12월 7일, 국회 탄핵소추안 1차 표결 때 국민의힘이 퇴장하고 그 추운 날 시민들과 국회 앞을 지키면서 버틴 날도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지난해 12월 21일~22일 남태령이요. 시민들이 남태령으로 모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갔는데, 그때 농민분들이 하셨던 말이 생각나요. 청년들이 막 남태령으로 몰려와서 길바닥에서 같이 밤을 새우고, 영하의 추위도 견디고, 계속 '차 빼'라는 구호를 외치고, 춤 추고, 노래하니까 '윤석열은 쟈들을 못 이긴다'라고 하셨거든요. '즐기는 사람들은 이길 수가 없다'고 감탄하시면서요. 그때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 "저는 얼마 전 3월 25~26일에 있었던 두 번째 남태령~경복궁 집회가 기억에 남아요. 정확히는 경복궁 인근에서 경찰이 트랙터를 끌고 가려던 오전 상황이요. 처음엔 (너무 이른 오전이라) 시민들이 20~30명밖에 없었는데요. (경찰의 견인을 막으려고) 트랙터 앞에 다 드러눕고, 끌려 나가면 다시 또 드러눕고. 이런 식으로 견인하는 길을 계속 막으며 시간을 벌었어요. 그런데 오전 6시쯤 지나면서 자꾸 골목, 골목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거예요. 남태령에서 건너왔다는 분, 소식 듣고 집에서 왔다는 분, 출근하다 왔다는 분... 저는 그 순간 이미 경찰의 기세가 꺾였다고 봤어요. 그 순간이 지난 4개월의 여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어떤 동력으로 그동안의 사기를 만들어 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요. 우리는 늘 그런 경험을 만들어 왔어요."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 촉구 시민행동12.3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인 12월 7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 모인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권우성

- K-팝을 활용한 집회와 행진이 떠올라요. 집회 플레이리스트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무엇인가요?

박: "저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 '아모르파티', '위플래쉬' 이렇게 세 곡이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는 집회 초반부터 자주 선곡한 노래였는데 가사가 너무 적절했어요. '이젠 기대하지 않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등의 가사가 있는데요. 윤석열이 갑자기 이상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거나 주변 내란 세력들이 헛소리할 때 적절했던 것 같아요. 중간중간 구호를 넣기도 좋았고요. '아모르파티'는 강력하게 밀고 나가는 느낌이랄까요. 기세를 올리기 좋더라고요. '파면은 필수' 이런 식으로 개사하는 것도 좋았고요(웃음). '위플래쉬'는 말해 뭐하나요."

김: "비상행동이 집회나 행진을 할 때 사실 노래에 번호를 붙여서 소통해요. 그래야 뒤에 계신 음향 기사 선생님에게 설명하기 좋거든요. 짠 건 아닌데 '위플래쉬'가 공교롭게 18번이에요. '위플래쉬'는 사람들 기세를 쫙 당길 때 너무 좋은 노래예요. (비상행동 집회의) 상징곡이 됐죠. 그 외에 제가 자주 선택했던 노래는 '그대에게'입니다. 구호나 멘트를 넣어 같이 외칠 수 있는, 아주 잘 짜인 노래예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가사를 좋아해요. 노래가 주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좋아요. 탄핵 국면에서 '그래도 우리가 이길 거야', '우리가 지금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만들고 있어'라는 멘트로도 이어질 수 있고요.

마지막 하나는 K-팝은 아닌데요. '민중의 노래'요. 처음엔 '민중의 노래'를 틀면 따라 부르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제는 다 외우시더라고요. 행진 선두에서 보면 참가자의 80%가 부르고 있어요. 그 밖에도 여러 노래가 있는데 참가자들이 연령을 막론하고 추임새를 따라 하세요(웃음). '우리가 광장에서 함께 보낸 시간이 노래 하나를 온전히 외울 수 있을 만큼 오랜 시간이었구나'를 느낄 수 있었죠."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서 박민주 활동가가 행진 사회를 보고 있다.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 두 분의 목청에 대한 호평도 있습니다. '쉬지 않고 사회를 보는데도 목이 쉬지 않는다'는 식의 칭찬인데요.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박: "저는 목이 쉬어 본 적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작년 12월 남태령 대첩에 다녀오고부터 회복이 잘 안되더라고요. 그때 '피곤하거나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목이 빨리 가는구나'를 깨달았죠. 그래서 요즘은 보조제들을 챙겨 다녀요. 주머니에 넣어뒀다 사회 보기 직전에 먹고, 주변 사람들한테도 나눠주고요."

김: "저도 살면서 목이 쉬어본 적이 없거든요.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고 그랬는데. 근데 또 기계가 아니라 자주 쓰면 닳잖아요. 어느 순간부터는 회복은 되는데 금방 또 목이 가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요즘은 물을 많이 마시고 있어요. 평소보다 3배 많이 마시니까 피부도 좋아지더라고요. 그리고 집회를 앞두고는 금주하고요."

- 지난 4개월간 다양한 분들과 함께했는데 유독 고마웠던 사람은요?

박: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자발적으로 같이 집회를 만들어 주신 분들에게 너무 감사해요. 집회 때마다 시민 발언을 취합하신 분, 또 그런 시민분들에게 발언 수칙을 안내해 주신 분, 참석자 관리 자원봉사를 하신 분 등이요. 모두 고된 일이잖아요. '소매넣기'를 해주신 분들도 기억나요. 소매 안의 물건을 훔치면 '소매치기'인데, 되레 소매 안에 물건을 넣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그분들을 그렇게 불렀어요. 그분들이 제 주머니에 사탕, 음료, 비타민 등을 넣고 가시는데 무대에서 내려오면 저도 몰랐던 간식이 나왔어요.

미안한 분들도 있어요. 저는 자주통일평화연대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데 현재 윤석열의 외환죄 관련 수사가 순탄히 진행되지 않잖아요. (단체에서) 접경 지역 주민들과 함께 수사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하는데, 제가 비상행동 집회를 챙길 때는 참여를 못했어요. 그럴 때면 다른 활동가분들이 대신 고생해 주셨어요."

김: "저희처럼 마이크 잡는 사람들은 어찌 보면 표가 나는 일을 하는 거예요. 비상행동 음향 팀이나 조명 팀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써주시고 있는 거고요. 그런 분들에게 참 감사하죠. 또 저희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이름 모를 시민들이 계산해 주시는 경우도 있었어요. '시민분들이 단순히 집회에 참석하는 것만이 아니라 집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고생까지도 생각하고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군인권센터 활동가들한테도 되게 고마워요. 어찌 됐든 저 한 사람이 빠지면 그만큼의 일손이 비는 거잖아요."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박민주 한국진보연대 정책국장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주최로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범시민대행진에서 진행을 맡았던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과 박민주 한국진보연대 정책국장이 11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정민

- 단체 이름이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에서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으로 바뀌었습니다.

김: "윤석열이 파면됐다고 끝난 게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지금도 내란 세력은 헌법재판관에 이완규를 지명하는 등 매일 뭔가 일을 벌이고 있잖아요. 앞으로도 저는 내란 세력이 많은 사건, 사고를 일으킬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아직 우리에게는 할 일이 남아 있어요. 우선은 내란 세력이 다시금 권력을 쥐지 않도록 해야겠죠."

박: "파면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이미 윤석열 파면 이후 일주일도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잖아요. 사회 곳곳에 있는 내란 세력들을 우리가 다시 한번 힘을 모아서 청산해야 할 때입니다. 그래야만 사회대개혁까지 이룰 수 있다고 봐요."

"문재인보다 더 압도적 득표 필요"

인터뷰를 마친 후 두 사람과 함께 광화문 인근을 찾았다. 비상행동이 시민들과 함께 쉼없이 목소리를 높이고 행진한 곳이다. 광화문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두 사람은 "독자들에게 한 마디만 더 전해도 되겠느냐"며 마지막 말을 전했다.

"이번 승리의 경험을 바탕 삼아 다시 광장에 나와 싸워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내란 세력은 재집권하고 싶어 발악을 하고 있어요. 이를 함께 막아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회대개혁이란 과제 역시, 우리가 얼마나 광장에서 싸우냐에 따라 그 깊이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겉핥기식 법과 제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고요. 반대로 우리가 조금만 더 열심히 싸운다면 우리의 바람에 가깝게 사회대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조기 대선 국면에서 우리는 윤석열 파면에 앞섰던 이들이 완주할 수 있도록, 그리고 또 새로운 정부를 구축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합니다. (박근혜 탄핵 이후 진행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41%대의 득표율로 이겼습니다. (윤석열 탄핵 직후인) 지금은 그것보다 더 압도적으로 이겨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 차기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을 거예요." - 박민주

"비상행동 집회 참가자 수가 연인원으로 집계하면 1000만 명이 넘어요. 우리가 서로를 지켜낸 것에 저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정말 감사해요. 아직 우리가 완수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지만,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정체화하고 어떻게 우리가 다음 세상으로 넘어가야 하는지 고민하면 좋겠어요. 이는 주최 측이나 다른 누군가가 대신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그리고 지난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했던 말, 기억하시나요? 같은 당 김재섭 의원에게 '내가 박근혜 탄핵 반대할 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 다 찍어줬다'고 말했잖아요. 그 말이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시민들이 끊임없이 증명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내란 세력들이 했던 일과 말들을 잊지 않을 거야. 바로잡아 나갈 거야'라는 감각을 계속 이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 김형남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계엄은 평화적 대국민 메시지" 윤석열 93분 궤변 쇼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다른 기사 보기

  • 법조

  • 입력 2025.04.14 23:00

  • 수정 2025.04.15 00:15

  • 댓글 0

내란혐의 첫 공판…공소 사실 전체 부인해

"역대 국무회의 중 가장 활발히 계엄 논의"

"몇 시간짜리 내란이 인류역사에 있었나"

"국민이 나서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상조치"

윤석열, '계몽령' 주장 반복하며 국민 우롱

불리한 증인 진술 나오자 말 끼어들기하며

"증인 신문에 정치적 의도 있다" 반발도…

야권 "뻔뻔한 윤석열, 주권자 국민 모욕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첫 형사재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2025.4.14. 연합뉴스

"지금부터 검찰 모두 진술을 시작하겠다. 대통령 윤석열을 피고인으로 칭하겠다."(검찰)

12·3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윤석열이 14일 '대통령' 수식어를 떼고 자연인 신분으로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공판에 출석했다. 그는 공판에서 79분의 모두진술과 그 외 의견진술 등 약 93분간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12·3내란 행위에 대해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라고 또다시 주장했다.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데 대한 반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26년 검사 경력' 운운하며 검찰의 공소내용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등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이 나오면 직접 끼어들어 반박하기도 했다.

"윤석열, 직업은 전직 대통령…"

"주소는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첫 공판을 진행했다. 지난 4일 헌재가 파면을 결정한 지 꼭 10일 만이다. 앞서 윤석열은 지난 2월 20일 이 재판의 첫 공판준비기일에 구속 상태로 출석한 바 있다. 이날 공판기일은 준비기일과 달리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피고인 출석이 의무인 만큼 윤석열도 재판정에 나왔다. 지난달 7일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로부터 '구속 취소'라는 특혜를 받은 윤석열은 오전 9시48분쯤 청사 지하주차장을 통해 차량으로 입정했다. 재판부가 경호상 이유로 비공개 출석을 요청한 대통령경호처 신청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이 열리는 14일 윤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5.4.14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오전 10시 재판부가 개정 선언을 하면서 본격적인 공판이 시작됐다. 윤석열은 짙은 남색 정장에 붉은 넥타이를 매고 머리는 가지런히 빗어넘긴 모습으로 재판에 임했다. 윤석열은 재판부가 들어서자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재판부는 개정 선언 뒤,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인정신문 절차를 밟았다. 재판장이 "인적 사항을 확인하겠다. 생년월일은 1960년 12월 8일, 직업은 전직 대통령. 주소는"이라고 묻자 윤 전 대통령은 "서초 4동 아크로비스타 ○○○호"라고 답했다. 지난 2017년 5월 23일 파면 후 피고인 자격으로 첫 법정에 출석한 전직 대통령 박근혜는 재판장이 직업을 묻는 말에 "무직"이라고 답해 세간에 회자됐던 점과는 비교되는 장면이었다. 재판장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냐고 묻자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정 신문이 끝나자, 검찰이 윤석열에 대한 공소사실 요지 낭독을 시작했다. 검찰은 윤석열을 "피고인으로 칭하겠다"고 한 뒤 국정 상황에 대한 윤석열의 인식, 비상계엄 사전 모의와 준비 상황을 차례로 언급하면서 "피고인은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위헌·위법한 포고령에 따라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고 정당제도 등 헌법과 법률의 기능 소멸을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고인은 군경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민주당사 등을 점거해 출입을 통제하고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하는 폭동을 일으켰다"며 "검사는 이와 같은 피고인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형법 87조를 적용해 기소했다"고 말했다.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국회 본청에는 계엄군이 진입했다. 국회의 발 빠른 결의로 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그 여파는 컸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수사기관의 수사를 동시에 받는 처지가 됐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는 장면. 2024.12.17. 연합뉴스

"공소 사실 전체를 부인한다"

"평화적 대국민 메시지 계엄"

약 1시간 7분 동안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낭독에 이어 피고인 쪽이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윤석열 변호인 윤갑근 변호사는 "공소사실을 전체 부인한다"면서 '야당의 예산 폭거' 등으로 계엄을 선포했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 "대통령은 국회 봉쇄를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고, 국회의원 정치인 등을 영장없이 체포, 구금하라는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사실에 대해서는 왜 비상계엄을 했는지 (윤석열이) 잘 안다"면서, 발언 기회를 넘겼다.

윤석열은 검찰의 발표 자료(PPT)를 법정 내 모니터에 띄워달라고 한 뒤, 직접 협의를 부인했다. 그는 "저도 과거(검사 시절)에 여러 사건을 하면서 12·12, 5·18 내란 사건의 공소장과 판결문을 분석했지만, 이렇게 몇 시간 만에, 또 비폭력적으로 국회의 해제 요구를 즉각 수용해 해제한 '몇 시간 사건'을 거의 공소장에 박아넣은 것 같은, 이런 걸 내란으로 구성한 자체가 참 법리에 맞지 않는다"면서 "헌재 탄핵심판 과정에서도 수사기관(에서 한 관계자) 진술이 많이 탄핵당하고 실체가 밝혀졌는데, 초기에 '내란 몰이' 과정에서 겁을 먹은 사람들이 수사기관의 유도에 따라서 진술한 게 검증 없이 (공소사실에) 반영이 많이 됐다"고 주장했다.

윤석열은 또 "계엄 사전 모의라고 해서 2024년 봄부터 그림을 그려왔단 자체가 정말 코미디 같은 얘기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야말로 장기집권을 위한 군정실시 같은 것을 목표로 하면 이것도 말이 될 수 있지만, 이번 12·3 비상계엄 조치에 대해서 아까 (검찰이) 투입병력이나 무장병력이라 (말)하는데, 군인들이 어디 가든 총을 들고 다니지만 절대 실탄을 지급하지 말고 실무장 안 한 상태로 투입하되 민간인 충돌을 절대 피하라 지시했다"면서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지,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군정실시 계엄이 아니라는 건 계엄 진행 결과를 볼 때 자명하다"고 궤변을 늘어놨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2025.2.25. 연합뉴스

윤석열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임명하며 비상계엄을 사전모의했다는 검찰의 지적에 대해서도 "계엄이란 건 늘상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합참본부 계엄과에 매뉴얼이 있고 여러 훈련을 하는 것"라면서, "계엄을 쿠데타, 내란과 동급으로 이야기하는 자체가 법적인 판단을 멀리 떠난 것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총선을 앞둔 지난해 3월부터 여러 차례 '비상대권' '비상계엄' 등을 언급하며 군사조치에 대해 김 전 장관 등과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사실 자체를 부인한 것이다.

그러면서 윤석열은 "11월 27일 또는 28일 경에, 그동안 저도 어떤 비상조치라는 걸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등 검사들 탄핵 발의 움직임을 보고 상당히 심각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헌법 상의 비상조치, 계엄선포라는 것을 통해서 주권자 국민들에게 이걸 확실하게 알리고 직접 나서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조치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계엄령이 아닌 이른바 '계몽령'이라는 주장을 형사법정에서도 반복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발동한다는 계엄령의 전제와 완전히 어긋난 것으로, 본인 스스로 자의적으로 군대를 동원했다는 걸 인정한 것과 다름 없다. 특히 헌재는 지난 4일 윤석열을 파면하면서 "계엄 선포 당시에는 검사 1인 및 방통위 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절차만이 진행 중이었다"며 "국회의 권한 행사가 위법·부당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피청구인의 법률안 재의요구 등 평상시 권력행사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으므로, 국가긴급권의 행사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한 바 있다. 윤석열의 주장은 헌재의 선고 요지에서도 드러나듯 계엄의 요건과는 전혀 들어맞지 않다. 그럼에도 윤석열은 헌재 판결을 부정하듯 공판 내내 기존의 주장만 강조했다.

윤석열은 도리어 내란 책임을 군인들에게 돌리기까지 했다. 그는 "예하 사령관이라던지 밑에 부대장들은 자기들이 평소 연습했던 그야말로 정말 비상 상황으로, 쿠데타는 아니지만 군정 같은 것들이 실시될 상황이라고 봤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저와 (국방부) 장관과의 커뮤니케이션한 것을 넘어서서, 그런 비상 매뉴얼을 가지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나 싶지만, 그런 것들이 유혈 비상 사태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병력 자체를 실무장하지 않고 소수의 병력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군인들이 과도하게 행동해서 자신이 오히려 사태를 막았다는 것이다.

 

왼쪽부터 김용현, 이진우, 여인형, 조태용.

"역대 국무회의 중 계엄 가장 활발히 논의"

"몇 시간 짜리 내란이 인류 역사에 있었나"

윤석열은 오전 공판에서 42분 모두발언을 한 데 이어 오후 공판에서도 37분 동안 나머지 모두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여러 차례 '난센스'라는 단어를 사용해가며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윤석열은 국무회의를 모아놓고 자신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며 국무회의를 불과 5분 만에 끝냈고 회의록도 남기지 않았다. 계엄의 절차적 요건조차 갖추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이에 대해 "계엄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국무위원들의 자기 의견을 아주 심도있게 들었기 때문에 역대 어느 국무회의보다 논의가 활발했다"면서 "비상조치, 긴급재정경제명령 이런 것과 관련된 국무회의는 더군다나 보안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례 국무회의처럼 할 수 없기 때문에 하자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에 지체없이 통보 안했다는 점에 대해선, 방송으로 전국민 전세계에 알리고 즉시 국회의원과 관계자들이 국회에 들어오고 유관 단체사람들이 수천 명에 국회에 이미 들어와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서면으로 통보하고 할 필요조차 없었다"면서 "그럴 시간 없이 계엄을 심의에 즉각 들어갔고, (국회 해제) 결의가 난 후엔 바로 국무위원을 소집해서 도착하는 즉시 계엄해제를 했다"고 주장했다.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한 뒤 3시간 30분이나 지나서 해제 발표했음에도 마치 즉시 조치한 것처럼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인, 찬성 190인으로 가결했다. 2024.12.4. 연합뉴스

또 윤석열은 자신이 내란 당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하라는 취지의 문건(쪽지)을 건넨 데 대해서도 "계엄 관련 국무회의 하면서 경제장관에게 이걸 준다는 거 자체가 난센스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봉쇄에 대해서도 "헌재에 갈때 그 좁은 구청 건물만도 못한 헌재와 그 주변을 봉쇄차단하는데 1만 명 이상의 경찰 병력 들어간다. 초기에 300명, 1000명 넘는 인원이 나중에 왔다는데 그거 가지고 국회를 완전 차단하고 봉쇄하는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난센스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은 거듭 "이게 무슨 마치 내란을 획책했는데 인력 부족해서 우리가 성공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하는 건 난센스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국회가 사법통제로서 계엄해제 결의를 했을 때엔 대통령이 그걸 즉각 수용해서 받아들이면 되는 건데, 전시사변이 아니면 계엄 선포하게 되면 그게 전부 내란이란 말이냐"면서 "방송으로 전국민 전세계 공고해놓고 국회가 그만두라 해서 당장 그만두는 그런 몇시간짜리 내란이란 게 도대체 인류 역사상 있는 건지 저는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윤석열은 모두진술을 마무리하면서도 "저 역시 26년간 검사 생활을 하면서 치열하게 공직 생활을 해왔다"며 "공소장, 구속영장을 보니 26년간 많은 사람을 구속하고 기소한 저로서도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뭐를 주장하는 건지, 이게 왜 어떤 로직(논리)에 의해 내란죄가 된다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차기환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2025.1.21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불리한 진술 나오자 말 끼어들기하며

"증인 신문에 정치적 의도있다" 방해

오후 재판에선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중령)의 증인신문도 이뤄졌다. 조 단장과 김 대대장은 앞서 12·3 비상계엄 당일 국회로 출동했던 군 지휘관으로, 상부로부터 국회에서 '정치인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두 증인은 이날 형사법정에서도 동일한 진술을 이어갔다.

조 단장은 '(2024년 12월 4일) 0시 31분부터 1시 사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본청 내부에 진입해 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란 지시를 받은 게 맞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조 단장은 "(수방)사령관이 저한테 그런 임무를 줬고 저는 '일단 알겠다'고 답변한 뒤 사령관에게 다시 전화해 '이 역할에 대해 저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되고 특전사령관과 소통하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잠시 후 사령관이 저한테 전화해 '이미 특전사 요원들이 들어갔기 때문에 특전사가 의원들을 끌고 나오면 밖에서 지원하라'고 했다"며 "'지원하라'는 말은 밖에서 대치하는 사람들 쪽에서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하라고 말해서 제가 '지원'이라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김 대대장 역시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으로부터 담을 넘어 의원들을 끌어내란 지시를 받은 걸로 보인다'는 검사 질문에 "네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특히 "이 단장이 '대통령님이 문을 부숴서라도 끄집어내 오래'라고 했느냐"라는 질문에도 "네"라고 답했다. 김 대대장은 다만 정당한 지시인지에 대한 판단과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자신이 하달받은 임무를 부하들에게 내려주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시민들은 우리가 지켜야 하는 대상인데 왜 우리를 때릴까 의문이 들었다"며 "가만히 보니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이게 제대로 된 의무를 수행하는 건가 의문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5일 국회사무처가 지난 3일 밤 계엄령 선포 후 국회의사당에 진입한 계엄군의 작전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계엄군이 국회 직원들의 저지를 뚫고 국회의사당 2층 복도로 진입하는 모습. 2024.12.5 [국회사무처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은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들이 이어지자 재판장의 허락도 없이 말을 끼어들기도 했다. 윤석열은 조 단장 증언 중엔 "그 증인이 오늘 나와야 했는지 그렇게 급했는지 순서에 대해서도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이 있다. 헌재에서 (증언을) 상세히 한 거 같은데…"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에도 재차 진술 기회를 요청해 "오늘 같은 날 헌재에서 이미 다 신문한 사람을, 기자들도 와 있는데, 자기들 유리하게 굳이 장관을 대신해서 나오게 한 건 증인 신문에 있어서 다분히 (검찰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은 김 대대장의 증언 중에도 재판장을 향해 "실탄을 개인 화기에 집어넣고 군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실무장하지 않은 채로 출동시킨 거고, 군대가 이동하면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몰라서 박스에 실탄을 넣어갔다"면서 "실무장하지 않았던 것을 실무장한 것처럼 나중에 차량에 실탄이 있지 않았냐는 건데 군대가 빈 총만 갖고 이동하는 건 어디에도 없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윤석열이 계속해서 발언하자 "다시 한번 말하는데 반대신문 통해서 그때그때 물어봐도 될 것 같다" "질문하는데 질문하는 사람 입장에선 맥이 끊기는 기분이 들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지적하며 소송을 지휘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럼에도 윤석열은 증인신문을 마친 뒤에도 "오늘 했던 군 지휘관들은 사실 증인으로 내세울 필요도 없는 사람들 아니냐"고 거듭 주장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에는 상당히 초조함을 보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재판부는 조 단장과 김 대대장에 대한 반대신문 기회를 윤석열 쪽에 줬지만, 윤석열이 "다음 기일 때 하겠다"고 답하면서 다음 기일로 미뤘다. 윤석열 쪽 윤갑근 변호사는 공판 종료 후 퇴정하면서 "오늘 이뤄진 두 명의 증인은 계엄 사무에 있어서 최일선에 종사했던 사람이고 대통령과 직접 연관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오는 21일 오전 10시 두 증인을 불러 다시 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나와 서초동 사저로 향하고 있다. 2025.4.11 [공동취재] 연합뉴스

민주당 "뻔뻔한 윤석열, 주권자 국민 모독해"

진보당 "당당하면 지하주차장에 숨지 마라"

윤석열이 첫 공판에서부터 혐의를 전면 부인하자, 야권에서는 일제히 비판이 쏟아졌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이 오늘 처음 나온 형사 재판 법정에서 뻔뻔하기 이를데 없는 태도로 내란죄를 부정했다"며 "헌법정신과 주권자에 대한 모독이고 헌법재판소 판결에 대한 정면 부정"이라고 했다. 한 대변인은 "(윤석열은)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를 위한 계엄' '계엄은 늘 준비해야 하는 것' '몇 시간 사건을 내란이라니' 등 셀 수도 없는 궤변으로 헌법재판소 판결을 정면 부정했다"며 "자숙은커녕 위헌적 불법 계엄으로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짓밟고도 처벌을 피하려는 법꾸라지 행태로 국민을 조롱했다"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더욱이 내란 수괴가 형사재판 법정을 헌법정신과 주권자를 모독하는 장으로 만들고 있는데 재판부는 그런 내란 수괴를 감싸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진다"며 "구속 취소도 모자라 재판정에 지하 통로로 출석하게 해주고 피고인석에 앉은 모습도 감춰주는 특혜를 받으니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얼마나 우습겠냐"고 했다. 그는 "내란 수괴 앞에서 흔들리는 법치주의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윤석열의 망언을 지켜보는 국민은 가슴에서 천불이 난다"며 "피고인 윤석열에게 경고한다. 경거망동하지 마라. 국민은 위헌적 불법 계엄으로 주권자의 신임을 배반한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이 법정에서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궤변을 늘어놓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내란수괴 윤석열이 오늘 첫 형사재판에 출석해 내란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윤석열은 헌법재판소 파면 선고에 승복하지도 않았고, 넉 달 넘도록 나라를 어지럽힌 데 대해 국민께 사과한 적도 없다. 오늘도 진술이랍시고 넋두리만 늘어놨다"면서 "윤석열은 오늘 재판에서도 '몇 시간 사건' 타령을 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허위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윤석열은) 지난해 12월 3일 그 끔찍했던 밤을 기억하는 온 국민을 바보 취급하고 있다. '내란'이 아니라 '내란 몰이'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란수괴 윤석열과 그의 변호인단은 참으로 미련하고 뻔뻔하다. 보통 사람들은 한번 주장한 것이 먹히지 않으면,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지 않는데 이 자들은 헌재에서 판판이 깨진 주장을 내란 재판에서 다시 반복하고 있다"면서 "헌재 탄핵재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황당한 변론이 형사재판에서는 통할 것이라고 믿지 않고서야 하기 힘든 짓"이라고 혀를 찼다.

그는 "윤석열 변호인단은 변론 중에 '피고인'이라는 정식 호칭 대신 '대통령께서'라고 말했다. 검찰은 정정해달라 재판부에 항의하고, 판사는 소송지휘권을 이용해 부적절한 호칭을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어야 한다"며 "윤석열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악용해 국민께 총부리를 겨눴다가 파면당한 전직 대통령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내란청산사회대개혁비상행동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엄벌 및 재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4.14. 연합뉴스

홍성규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헌정파괴범 주제에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냥 '다 이기고 돌아왔다'던 윤석열은, 재판 첫 날에도 오전 42분, 오후 41분간 총 83분에 걸쳐 차마 들어주기 힘든 궤변을 쏟아냈다"며 "그토록 억울하다면, 그토록 당당하다면, 왜 굳이 지하주차장으로 숨어들어가 비공개로 출석한다고 했느냐, 떳떳하게 법원청사 정문으로 왜 걸어 들어가지도 못하느냐"고 따졌다.

홍 수석대변인은 "끔찍한 흉악범이 파렴치에다 졸렬하기 또한 짝이 없다"면서 "이 내란수괴의 뻔뻔함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이야말로 바로, 온 국민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내란범의 탈옥을 허가했던 지귀연 재판부의 '전례 없는 특혜'"라고 지적했다. 또 "지하주차장 출입 요청을 받아들인데 이어 영상기자단의 촬영 허가 신청까지 불허했다"며 "역대 대통령 모두 재판 때마다 법정 촬영이 이뤄졌던 것에 비춰보면, 가히 전례 없는 오직 윤석열만을 위한 특혜"이라고 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윤석열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통속 법비(法匪)들이 여전히 곳곳에서 활개치고 있다"면서 "사회 곳곳에 도사린 내란세력을 철저히 척결하고 단죄해야 한다는 우리 국민들의 명령이, 사법부 또한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명백한 이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세월호 11년, 진실을 정말로 덮고 싶은 자는 누구인가

이용우 전 시사저널e 기자

mindlenews01@mindlenews.com

다른 기사 보기

진상규명 안됐는데 '끝났다''그만하자'며 덮으려

사참위, 내인설 ‘기각’했는데도 침몰원인으로 공표

‘외력설 배제할 수 없다’는데도 음모설로 몰아

영화 '제로썸' 관객 몰리자 비난·조롱하며 공격

인양된 세월호의 모습.. 이용우 기자 사진

세월호 다큐멘터리 <침몰 10년, 제로썸>(이하 제로썸)'이 4월 2일 전국 상영을 시작한 후 일주일 만에 4000명 가까이 몰리며 관객 수 1만명을 돌파했다.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로 보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화가 상영을 지속한다면 더 많은 관객이 몰릴 것은 당연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영화에 대한 비판이 시작됐다. 정상적인 비판은 대응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비아냥과 영화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발언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성숙한 시민의 자세는 분명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비난에 일일이 대응할 이유도 찾지 못한다.

비난이 아닌 비판에 대해서는 필자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책임을 느낀다. 세월호를 취재하며 외력의 가능성을 제시해 왔기 때문이다. 필자는 기자 신분으로 네덜란드 마린 2차(침수실험), 3차(외력실험) 실험에 연이어 참관했다. 기자 중 목포 MBC 기자와 필자 외에 두 실험에 연속 참관한 기자는 없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취재 현장을 동력으로 외력에 관한 기사를 지속해서 쓸 수 있었다.

3년 전 사참위 종합보고서는 왜 '내인설‘ 기각했나

최근 내인설을 주장하는 측은 <제로썸>을 비판하며 이 영화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비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비판을 하나씩 뜯어보면 과연 그런가라는 반문이 제기된다.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 2017~2018년)의 열린안(외력의 가능성 제시)과 내인설(배 자체의 문제 제기)을 이어받아 조사를 진행한 마지막 세월호 조사 기구인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2018~2022년) 종합보고서는 명확한 결론 하나를 내리고 있다. 내인설 기각이다.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화 주장은 내인설을 지탱하는 기둥과 같은 것이다.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주장은 세월호 방향타가 최대 35도까지 우현으로 쏠려 배가 좌현으로 넘어졌다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사참위가 상당 부분 시간을 할애한 것도 고착 여부를 정리하지 않으면 세월호 진상규명에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세월호 모형사진. 이용우 기자 사진

노력의 결과 사참위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결론 내렸다. 사참위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사참위는 복원성이 취약한 세월호가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을 계기로 급히 우선회하며 좌현으로 기울었다는 내인설 보고서의 설명 중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우선회를 유발했다는 부분의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표현에서 '매우' 낮다는 표현은 내인설 주장에서 일말의 가능성조차 남기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사참위는 밸브 고착 현상으로 우현 전차가 일어났다면 왜 침몰 직전 방향타가 우현이 아닌 '좌현 8도'에 있었는지 내인설은 추가 설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이 설명되지 않으면 문제는 굉장히 심각해진다. 단순히 '매우 낮다'라는 표현을 넘어서는 실체적 의혹, 즉 외력설의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참위는 방향타 '좌현 8도'에 대해 다양한 조사를 했고 선원이 고착이 발생한 타기장치를 정지시키고 정상 상태의 타기 장치를 가동하는 긴급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다수의견이라고 했다. 대법원이 제 3항해사에게 업무상 과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점도 제시했다. 결국 우선회를 한 세월호의 방향타 '좌현 8도'가 설명되지 않으면 이는 외력설을 증거하는 여러 단서 중 하나가 되고 만다.

더욱이 2018년 선조위가 마무리될 때 필자가 내인설을 주장한 한 위원에게 방향타 좌현 8도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해당 위원은 "그 부분이 설명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내인설 주장자들도 그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사참위는 다향한 근거들을 제시해 가며 '밸브 고착화 기각' 즉 내인설 기각을 내놨다. 필연적 귀결이다.

남아있는 참사 원인은 '외력' 가능성

사참위 종합보고서가 외력의 증거로 제시한 것은 상당히 많고, 그 내용 또한 적지 않게 길다. 여기에서 모든 걸 다 설명하고 싶은 욕심이 크지만, 독자들이 읽기에 버거울 것이 걱정돼 몇 가지만 짚고 넘어간다. 가장 먼저 '충격음 발생 후 세월호 기울기 시작'이다. 화물의 이동 전에 충격음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세월호가 기울었다는 주장은 이미 많이 제기되어 왔다.

사참위는 사고 당일 8시 49분 31초까지 녹화된 선내 CCTV 영상들을 분석했을 때 이 시점까지의 영상에서 화물이 이동하는 장면이 '눈에 띄게 관찰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43초경부터 C갑판 랙카 차량이 전도됐고, 45~48초 사이 C갑판 선적 화물 대부분이 움직였다. 45~48초는 선체 기울기가 빠르게 30도를 넘어가는 때였다.

사참위는 대량의 화물 이동이 일어난 45~48초 무렵에 두 차례의 높은 횡경사(옆으로 넘어지는 각도 속도) 속도 피크(peak)가 나타난 점에 주목했다. 이 중 첫 번째 피크는 초당 3.6도였다. 48초는 세월호 기울기가 무려 약 40도까지 순식간에 기운 상태였다. 이에 대해 사참위는 명확히 보고서에 그 원인을 밝혔다.

"대량 화물 이동 이전에 외력 같은 다른 요인의 작용에 의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양된 세월호 선체가 직립 후 파단 모습. 이용우 기자 사진

세월호 출항 당시 복원성(GoM)을 열린안은 0.62m, 내인설은 0.406m로 보고 있다. (마린 3차 실험에서 모형을 통해 표류하는 세월호의 복원성을 구했을 때 나온 수치가 심지어 0.56~0.58m다.) 우현 급전타가 나온다 해도 복원성 0.6으로는 20도 이상 기울기가 구현되기 어렵다는 주장은 선조위 초기부터 제기됐다. 앞서 말했지만 우현 전타 가능성은 '매우 낮다'가 결론이다. 그럼 배는 왜 좌현으로 급격히 기울었을까. 복원성 문제가 아니라 다른 것이 원인이지 않을까.

최근 필자와 통화한 열린안 관련 고위 관계자는 "세월호 복원성으로는 배는 넘어지지 않는다"라며 "항해하는 데 충분한 복원성"이라고 말했다. 사참위도 종합보고서에 "세월호의 급격한 횡경사에 외력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다"라고 적었다. 이런 이유로 '세월호 복원성은 나빴다'라는 모호한 표현보다 '사고가 날 만큼 나쁘지 않았다'라는 정확한 표현을 해줄 필요가 커진다.

문제는 세월호에 발생한 충격음이다. <제로썸>도 생존자를 통해 이 부분을 지적한다.

209번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된 '쾅' 하는 충격음은 31~36초에 7회나 연달아 녹음됐다. 이후 세월호 기울기는 20도 이상으로 커진다. 열린안에 따르면 38~39초경 차량 블랙박스 3대에서 '기익'하는 소리가 잡힌다. 이때는 화물이 움직이기 전이었다. 여기에 더해 세월호 선수 방향은 37초부터 불과 14초 동안 180도에서 243도로 급격히 우선회 했다.

이 모든 걸 두고도 과연 외력이 음모론으로만 남아 있어야 할까. 핀 안정기의 과회전은 이미 충분히 외력의 가능성으로 제시됐고, 이를 조사한 전문가의 인터뷰는 <제로썸> 영화에 실려있다. 핀 안정기실 격납고 부위의 외관 변형과 손상에 대해서도 사참위 종합보고서는 "인양 과정으로 인한 손상 가능성이 없는 독특한 손상 흔적을 발견했다"고 했다. 이 손상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무작정 외력이 없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도 이런 부분 때문이다. 다만 사참위는 이와 관련한 외력 힘의 크기, 침수 영향 등 조사에서는 실제 사고와 정확히 떨어졌다는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사참위 종합보고서에 "세월호의 급격한 횡경사에 외력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쓰인 부분(위)과 "세월호가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을 계기로 급히 우회전하며 좌현으로 기울었다는 내인설 보고서의 설명 중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우선회를 유발했다는 부분의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쓰인 부분(아래). 이용위 기자 사진.

다큐 <제로썸>이 제기하는 질문들을 들어보라

사참위 결론은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우선회와 횡경사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이다. 외력과 관련해서는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했다. 다만 사참위는 이에 덧붙여 "(외력 외에)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에 이르지 못하여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했다.

이 결론 때문에 내인설 주장자들은 좌절해야 했고, 외력설 주장자들은 분노해야 했다. 하지만 외력설은 기각되지 않았다. 사참위는 외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정확히 했기 때문이다.

<제로썸>은 이런 바탕에서 세월호 11주기에 나왔다. 영화는 우리가 자칫 보고서에만 함몰될 수 있는 위험을 제거해 준다. 진보든, 보수든 정권을 가진 자들이 보여준 이상한 행동들을 지적한다. 미국이 취한 행동도 따져볼 법하다. 진상규명에 무엇을 배제할 이유는 없다. 이를 통해 잠수함에 대해 생각의 여지를 제공한다.

잠수함의 선박 충돌 사고는 곳곳에서 일어난다. 2001년 하와이 앞바다에서 떠오르는 미 핵 잠수함과 일본의 한 수산고교 실습선이 충돌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잠수함 충돌 사고가 있었다. 1998년엔 미 해군 7함대 소속 7000톤급 핵잠수함 라졸라함이 우리 어선과 충돌했고 어선은 침몰했다. 사고는 해당 잠수함이 작전을 마치고 진해항에 입항 중에 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부산 가덕도 인근 해상에서는 한국 해군 잠수함과 노르웨이 상선이 충돌했다. 잠수함 충돌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외력 가능성은 과학적으로 충분히 제시됐다. 일각에서는 사참위 종합보고서가 검증받지 못했다고 하는데, 검증은 보고서 발표 이후에도 충분히 할 수 있고 그렇게 되고 있다. 내인설 주장자들이 세월호에도 헌법재판소 같은 역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한 비판을 보면서, 오히려 사참위는 헌법재판소 같은 역할을 했고 그에 대한 평가는 사회에 맡긴다라고 맞받아치고도 싶다.

<제로썸> 제목이 모욕적이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조사관들이 본인들의 명예와 수많은 비판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많은 증거를 따져 만든 결론을 일단 무시하고 보는 태도가 더 모욕적으로 느껴진다. 외력 증거들 앞에서 잠수함 실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잠수함을 부정하는 태도는 마치 범죄 현장에 범인이 없으니 범죄를 부정하는 것처럼도 들린다. 세월호 진실을 정말로 덮으려는 태도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4월2일 극장 개봉한 다큐영화 '침몰 10년, 제로썸' 포스터.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제공.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다 이기고 돌아왔다’는 尹...동아일보 “기이한 정신승리 극치”

[아침신문 솎아보기] 尹 형사재판 법정 촬영 불허에 한겨레 “尹만 특혜…재판 공정성 신뢰 깨졌다”

[미디어먼슬리] 천관율, 김희원의 대담 지금 신청하세요

기자명조현호 기자

  • 입력 2025.04.14 07:39

  • 수정 2025.04.14 08:17

▲한남동 관저를 나서는 윤 전 대통령. ⓒ연합뉴스

비상계엄을 선포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첫 형사재판에 출석한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지난 4일)으로 민간인 신분이 된 이후 열흘 만이다. 그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리고도 반성의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나와 서초동 사저에 도착한 뒤 주민들에게 “다 이기고 돌아온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뭐 5년 하나 3년 하나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동아일보는 “기이한 정신승리의 극치”라고 진단했고 한겨레는 “극단적인 무책임과 비정상적인 자아도취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 당한 뒤 첫 공개 재판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지난 11일 KBS와 방송영상기자단의 윤 전 대통령 법정 출석 장면 촬영 요청을 불허했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윤 전 대통령 구속을 취소한 데 이어 편파적으로 재판 운영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다 이기고 돌아왔다”

동아일보는 사설 <“다 이기고 돌아왔다” “5년 하나 3년 하나”… 기이한 ‘정신승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사저로 돌아간 모습을 두고 “파면된 지 1주일 만인데,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마치 개선장군이 금의환향하는 듯한 모습이었다”며 “12·3 비상계엄 이후 헌재 탄핵심판 과정에서 드러난 윤 전 대통령의 기괴한 현실 인식에 국민은 이미 이골이 날 지경인데, 파면 후에도 여전한 비현실적 억지 주장은 또다시 할 말을 잃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윤 전 대통령이 아직도 사과나 승복의 표현을 밝히지 않는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의 언사에선 지난 4개월간 나라와 국민에게 끼친 해악과 고통에 대한 일말의 반성은커녕 한때 국가 최고지도자를 맡았던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책임을 회피한 채 자기 위안을 통해 합리화하려는 이른바 ‘정신승리’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고 진단했다.

▲동아일보 2025년 4월14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오로지 싸워서 이기는 것 외에 어떤 양보도 타협도 몰랐던 검사 출신 대통령은 우리 정치를 황량하게 만들었다”며 “한데 그것도 모자라 앞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이 딛고 바로잡아야 할 자신의 실패마저 부인하며 승리라고 우기는 심산은 과연 무엇인지 씁쓸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법정촬영 불허, 비공개 출석 허용 비판 확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가 법정 내 윤 전 대통령 촬영을 거부한 당일 서울고법도 윤 전 대통령이 지하주차장을 통한 법원 비공개 출석 요청을 수용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윤석열 인권 챙기는 법원, 피해자 국민 알권리는 안중에 없나>에서 “형사재판 피고인이 지하 주차장을 통해 법정에 출석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법정 내 촬영을 불허한 재판부를 두고도 이 신문은 “모두 국민 법감정과 관례에 반하는 비상식적 조치들”이라고 비판했다.

과거 전직대통령 재판 촬영을 허용했던 전례를 두고도 경향신문은 “윤석열의 12·3 내란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범죄보다 사안이 훨씬 중하다”며 “그런데도 윤석열 내란 사건 재판부는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고 법정 촬영을 불허했으니 전례 없는 특혜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인권만 중요하고 내란 피해자인 국민 알권리는 안중에 없는 건지 재판부에 엄중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2025년 4월14일자 사설

“사법부 시작부터 공정성 의심, 엄중한 사태”

한겨레도 사설 <‘피고인 윤석열’ 또 특혜, 재판 공정성 신뢰 깨졌다>에서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재판부가 잇따라 예외적인 조처로 특혜를 베풀고 있다”며 “재판 시작도 전에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해당 재판부를 넘어 사법부 전체가 신뢰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현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 쪽에 경도된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기에 충분하다”며 “헌법 수호와 직결된 중대한 재판이 이렇게 시작부터 공정성을 의심받는 것은 사법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엄중한 사태다.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기 전에 재판부는 물론 사법부 전체가 각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잇단 예외 조치에 ‘특혜 아니냐’는 논란이 이는 게 무리는 아닐 것”이라며 “허언만 남은 전직 대통령에게 이제 남은 것은 사법 절차에 따른 엄정한 단죄”라고 썼다.

한덕수 대선 출마 간보기 비판 확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차출론(대망론)을 두고 신문들도 비판하고 나섰다. 동아일보 정용관 논설실장은 동아일보 34면 ‘정용관 칼럼’ <한덕수 출마론… 얼마나 설득력 있을지>에서 한 대행이 이완규 함상훈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것을 두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통치권을 상실한 대통령의 권한대행이 그 대통령을 대신해 고유의 인사권을 행사할 것이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6년 임기’의 재판관을 ‘60일 권한대행’이 정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을 벗어난 것이고, 누가 당선되든 후임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논설실장은 “한 대행이 거대 야당에 각을 세우며 맷집이 세진 듯하지만 위험한 도박에 다걸기를 할 정치적 뱃심을 갖고 있을지엔 ‘글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윤 전 대통령과 3년 가까이 한배를 탔던 탄핵 정부의 2인자라는 점은 ‘본질적’ 한계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권력을 유지하려는 친윤 주류의 도구로 이용되고 말 것이란 관측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2025년 4월14일자 34면

한겨레도 사설 <한 대행, ‘출마 간보기’ 멈추고 ‘위헌 지명’ 즉각 철회해야>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간보기’ 행태가 길어지고 있다”며 “대선을 51일 앞둔 13일에도 가타부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출마와 불출마 중 어느 쪽이 일신의 안위와 영달에 유리한지 저울질하느라 과도기 국정 공백과 혼란에 대한 국민 우려에는 눈을 감은 것인가”라며 “한줌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국정 혼란을 부추기는 일도 서슴지 않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특히 한 대행이 출마한다 해도 이 신문은 “어차피 대다수 국민이 ‘내란 방조’ 책임이 큰 한 대행을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오세훈 유승민 불출마 국민의힘 국정실패 책임 만회하려면

6·3대선을 50일 앞두고 주요 대선주자들의 잇단 불출마와 경선룰을 둘러싼 갈등이 대선 국면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불출마, 유승민 전 의원은 경선 불참을 선언해 국민의힘 경선 구도에 지각변동이 발생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중도 확장 가능성 주자들 잇단 국힘 경선 불출마>에서 “비상계엄과 탄핵 과정에서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중도층의 마음을 다시 얻지 못하면 대선 후보를 선출하더라도 본선에서 민주당과 의미 있는 경쟁조차 기대하기 힘들다”며 “그러나 현재 국힘 내부는 계엄과 탄핵에 대한 일반 대중의 여론과는 반대편에 선 쪽이 다수를 형성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오 시장이나 유 전 의원 같이 중도층 유권자에게 호소력을 가지는 주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좁혀지고 있다”며 “대선 주자들의 잇따른 불출마에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국힘 대선 후보로 내세우자는 ‘한덕수 차출론’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 부재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협상을 지휘하는 한 대행을 대선에 참여시키는 것이 국정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경선이 시작되려는 마당에 외부에서 대안을 찾는 것은 당내 주자들의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2025년 4월14일자 사설

한국일보도 사설 <국민의힘 경선, 보수 쇄신과 재건 경쟁돼야>에서 오세훈 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 “일부 주자의 중도하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대선 가늠자로 불리는 중도층에선 국민의힘 주자에 대한 선택지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한국일보는 “파면된 대통령과의 단절, 정책 비전 제시 등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마땅한 노력을 보여주지 않고 있어서”라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 실패 책임을 만회하려면 건전한 보수로 거듭나려는 의지와 청사진을 제시하는 게 순리”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대선 후보 경선을 상대당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로 허비할 게 아니라 보수 쇄신과 재건 경쟁을 통해 외연 확장의 주춧돌을 놓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이재명 어대명식 경선룰에 반발 “이재명에 절대적으로 유리”

민주당이 6·3 대선 후보를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해 선출하기로 했다.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 110만여 명과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파 국민 100만명의 여론조사를 선거인단 삼아 뽑는 것이다. 2002년 대선 이후 일반 국민도 경선에서 한 표를 던지는 방식을 택했는데 이번엔 여론조사로 대체됐다. 일반 국민도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는 비명계 요구는 묵살됐다. 당원 투표와 ‘역선택 방지’ 여론조사로만 후보를 뽑으면 민주당을 장악한 이 전 대표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재명 48.8%로 ‘압도적’, 한덕수 8.6%로 ‘존재감’[리얼미터]

중도층 정권교체론 65.8%, 정권연장론 26.7%

제21대 대통령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전 선포 및 캠프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2025.4.11 ⓒ뉴스1


6.3 조기대선 50여일 남기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50%에 육박하는 지지율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차출론이 끊이지 않는 한덕수 국무총리는 8.6%로 보수진영 내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1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실시한 4월 2주차 주간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선에서의 정권교체 의견은 58.7%, 정권연장은 35.3%로 나타났다. 두 의견 간 격차는 23.4%p로 전주(19.9%p)보다 3.5%p 더 벌어졌다.

특히 중도층 내에서도 정권교체론(65.8%)이 정권연장론(26.7%)보다 약 40%p 가까이 우세했다. 대부분 지역에서 정권교체가 우세했는데, 관심을 모으는 부산·경남(PK)에서도 정권교체가 51.1%로 정권연장 43.6%를 앞섰다. 대구·경북(TK)에서만 정권연장이 50.9%로 정권교체 44.5%보다 많았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46.7%를 기록해 33.1%의 국민의힘을 13.6%p 차이로 앞섰다. 3주 연속 오차범위 밖에서 민주당이 우세를 보였다. 이어 조국혁신당 5.6%, 개혁신당 2.7%, 진보당 0.8%, 기타 정당 순으로 조사됐다.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이재명 전 대표가 48.8%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10.9%로 2위였고, 처음 조사 대상에 포함된 한 권한대행이 8.6%로 3위에 올랐다. 한 권한대행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21.6%를 얻어 27.0%의 김 전 장관을 바짝 추격했다. 무당층에선 11.2%로 김 전 장관(11.1%),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10.1%) 등을 앞섰다.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는 이어 한 전 대표 6.2%, 홍준표 전 대구시장 5.2%, 이준석 의원 3.0%, 유승민 전 의원 2.7%, 오세훈 서울시장 2.6%, 안철수 의원 2.4%, 김경수 전 경남지사 1.3%, 김동연 경기지사 1.2%, 김두관 전 의원 0.9% 순이었다. 다만 오 시장은 12일 대선 불출마를, 유 전 의원은 13일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선주자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이 전 대표가 주요 보수 주자에 압승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전 대표 54.2%, 한 권한대행 27.6%로, 이 전 대표 54.3%, 김 전 장관 25.3%로 나타났다. 또한 이 전 대표 54.4%, 홍 전 시장 22.5%로, 이 전 대표 54.0%, 한 전 대표 18.3%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리얼미터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6명을 대상으로 무선(100%) 자동응답을 활용해 진행했다. 응답률은 4.7%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홍민철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비상행동, “지귀연 사퇴하고 윤석열 재구속하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4/14 10:24
  • 수정일
    2025/04/14 10:2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자명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5.04.14 10:13
  •  
  •  수정 2025.04.14 10:15
  •  
  •  댓글 0
 
[사진-비상행동]
[사진-비상행동]

“‘내란수괴 지킴이’ 지귀연은 사퇴하라”
“내란수괴 윤석열 직권 재구속하라”

1,700여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인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14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촉구했다. 윤석열 형사재판 1심 재판장인 지귀연 판사는 지난달 7일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을 주도한 인사다.

비상행동은 “지귀연 판사의 내란수괴 비호가 점입가경”이라고 질타했다. 

“이미 앞선 영장전담재판부에서 수 차례 공수처의 수사권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음에도 ‘시간 단위’ 구속기간 계산법으로 내란수괴 윤석열의 구속을 취소했다”거나 “한술 더 떠 최근에는 내란수괴 윤석열의 재판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역대 전직 대통령 사건 최초”이고 “심지어 내란수괴로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까지 받은 자다. 내란수괴 혐의로 재판을 받은 전두환, 노태우도 누리지 못한 역대급 특혜를 누리는 셈”인데도 “지귀연 판사는 촬영을 불허하는 이유도 밝히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비상행동은 “지귀연 판사 스스로도 내란수괴 재판을 공정하고 엄정하게 진행할 자신이 없다면 자진하여 회피하는 것이 맞다”고 다그쳤다. 

“그리하여 지금까지도 일말의 반성도 하지 않고 극렬 지지자들을 선동하여 내란행위를 이어가려는 윤석열을 법원이 직권으로 재구속하고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면서 “이것만이 무너진 헌정질서를 바로세우고 우리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 의해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석열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 무단 점거를 끝내고 서초동 사저로 이사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첫 형사재판에 피고로 참석하게 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