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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윤 대통령의 '선언'... 알고 보면 더 황당하다

[전강수의 경세제민] 규제 완화·감세하면서 양극화 타개? 정책 안 바꾸면 헛일

24.11.27 06:51최종 업데이트 24.11.27 06:5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갑자기 "양극화를 타개해 새로운 중산층 시대를 열겠다"라고 선언했다. 지난 1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다음 22일 국가 조찬기도회 연설에서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비추어, 그냥 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선언을 뒷받침하기 위해 추가 경정 예산 편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동안의 소위 '건전재정' 노선을 확대재정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이 숨어있는 것으로 읽힌다.

지금까지 대통령의 말과 실제 정책이 어긋나는 경우가 여러 번이어서 선언이 정책으로까지 이어질지 의구심이 들지만, 임기 후반의 새 국정 목표라고까지 강변하는 걸 보면 약간의 진정성이 담겨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단지 국면 전환을 위해 정치적 '뻥카'를 날리는 것이라면 그냥 무시해도 되겠지만, 조금이나마 진정성이 담겨 있을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생각할 거리가 있다.

스스로 양극화를 심화시켜 놓고는 양극화를 타개하겠다니

우선,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는 신자유주의가 요구하는 정책 방향을 충실히 지켜왔는데 양극화 타개는 이 정책 방향과 조화될 수 있을까. 주지하듯이 신자유주의는 규제 완화, 감세, 민영화를 3대 축으로 하는 정책 노선이다.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경제위기를 유발함으로써 참담한 실패를 경험했다.

그럼에도 지난 2년 반 동안 윤석열 정부는 규제 대폭 완화와 감세를 질풍노도처럼 밀어붙였다. 국유자산의 매각을 필두로 한 민영화도 서서히 발동이 걸리고 있던 참이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은 것이었지만 속도는 훨씬 빨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3년 12월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기업 총수들과 함께 떡볶이 튀김 빈대떡을 시식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 부터 정기선 HD현대 부사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윤 대통령,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재원 SK수석부회장.연합뉴스

대기업과 슈퍼리치들에게 막대한 혜택을 안겨주는 법인세·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감면은 이미 시행되어 2023~2027년 총 83.7조 원에 달하는 재정 여력 감소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폐지와 상속·증여세 감면은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감세 조치들은 모두 부자들에게 현금을 안겨주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그 자체로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여기에 복지지출 축소가 결합했으므로 양극화 심화는 더해질 수밖에 없다. 양극화 심화가 불 보듯 뻔한데, 갑자기 양극화를 타개하겠다고 나서니 황당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재정 제도의 변경은 경로 의존성이 강하기 때문에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지난 2년 반 사이에 재정 제도는 이미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치달았는데, 역방향 전환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런 유의 정책 트랙 전환에는 엄청난 결단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실의 추경 편성 입장에 대해 난색을 표명한 것은 그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아무리 기재부 관료들이 '핫바지'로 전락했다고 해도 이 정도는 분별하지 않겠는가.

불로소득 대책이 없는 양극화 타개책은 허구

서울 시내 아파트.연합뉴스

다음으로, 윤석열 정부는 정책 수단에 대해 제대로 고민했을까. 대한민국에서 양극화를 초래하는 주범은 불로소득이다. 불로소득이란 재화와 용역의 생산(부의 '창출')에 기여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곳에서 생산되는 부를 '추출'함으로써 얻는 소득을 가리킨다. 투기는 부 추출의 가장 유력한 통로다.

한국에서 부동산 투기와 금융 투기가 극심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투기를 통해 발생하는 불로소득은 국민소득 계정에 잡히지 않는다. 소득 분배와 자산 분배가 따로 노는 현상은 이 때문에 발생한다. 소득 지니계수(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는 2018년 이후 계속 떨어졌는데(2018년 0.345 → 2019년 0.339 → 2020년 0.328 → 2021년 0.329 → 2022년 0.324), 이는 불평등이 완화되었다는 뜻이므로 일반 국민의 상식과는 전면 배치된다. 통계와 상식의 괴리는 불로소득의 존재로 설명된다. 부동산과 금융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 때문에 소득 불평등이 심화함에도 통계상으로는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불로소득을 포함하는 소득 불평등, 즉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하는 정책이 필수적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부동산 보유세고, 금융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금융 이득 과세다. 현 상황에서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종부세를 통해, 금융 이득 과세 강화는 금투세를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부수적으로 불로소득 환수를 상시화하는 방향으로 양도소득세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종부세와 금투세 둘 다를 폐지하고 싶어 한다. 게다가 양도소득세도 대폭 완화하고 싶어 한다. 이와 같은 정책 방향을 유지하면서 양극화를 타개하겠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면 침소봉대일 수밖에 없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선언이 거짓말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선언은 침소봉대가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양극화 타개를 위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무척 궁금하지만, 선택지는 매우 좁다. 기껏해야 '① 대기업과 슈퍼리치에 대한 감세는 그대로, ② 전체 복지지출 축소도 그대로, ③ 생색을 내기 좋은 좁은 분야에 대한 복지지출 증대 추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양극화 타개 정책으로는 정말 옹색하지 않은가.

#윤석열대통령 #양극화타개 #불로소득 #신자유주의 #전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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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인사들, “우크라이나에 무기지원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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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4.11.26 12:23
  •  
  •  수정 2024.11.26 16:00
  •  
  •  댓글 2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찾은 각계 단체와 인사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찾은 각계 단체와 인사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우크라이나 특사단’ 방한이 임박한 가운데, 26일 각계 인사와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윤석열 정부를 향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별도 배포한 「각계 공동선언」을 통해 “포탄 등의 공격 무기를 직접 지원하고 파병 등의 군인 파견으로 나아간다면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공식적이고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공동교전국이 되어 경제와 안보 영역 모두에서 심각한 후과를 불러오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최근 러시아는 미국, 유럽의 무기 지원에 따른 러시아 본토 공격에 대해 핵무기를 포함한 대응을 경고하고 나섰다. 핵전쟁을 포함한 3차 대전의 위험성이 인류 앞에 닥쳐온 지금, 국제사회가 힘을 쏟아야 할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이지 무기지원과 군사개입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회 동의 없는 참관단 ‘꼼수파병’ 반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일체의 무기 지원 및 국군 파견 반대, △무기 지원 논의 위한 우크라이나 특사단 방한 거부, △주권, 평화, 민생 위협하는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반대를 외쳤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행사에서는 자주통일평화연대 안지중 집행위원장의 사회 아래 자주통일평화연대 이홍정 상임대표의장, 평화의길 ‘야단법석’ 진우 스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 김종귀 변호사, 진보대학생넷 임지혜 서울인천지부 집행위원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종귀 변호사는 “현재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수출하는 것은 전략물자수출입고시 위반이고, 군사원조 형태로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것은 우리나라가 2017년에 가입한 무기거래조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907년 체결된 헤이그중립협약, 국제관습법으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다”면서 “중립국이 교전국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군함이나 탄약 등 전쟁물자를 보내는 것을 금지한다고 되어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의 중립국인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에 전쟁 물자를 보내는 것은 헤이그중립협약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임지혜 집행위원장은 “최근 대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하거나 시급한 사회문제를 꼽아달라’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 전쟁 준비를 뽑았다”면서 “친구들과 얘기할 때 전쟁은 낯선 주제인데 이제 시급한 사회문제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북에 무인기를 보냈다는 뉴스, 북이 전단을 보내고 우리도 북에 전단을 보낸다는 뉴스, 나아가 진짜 전쟁이 벌어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파병까지 한다는 소식은 전쟁 위기,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면서 “우리가 전쟁할 이유는 없다 확실하게 잃는 것은 우리 청년, 국민들의 목숨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계 공동선언」에는 자주통일평화연대를 비롯한 241개 단체와 각계 인사 1,325명이 서명했다. 26일 서울 용산을 비롯해 경남, 제주, 경기, 인천, 대전, 울산, 전남, 부산, 대구경북, 전북까지 전국 11곳에서 동시다발 선언이 진행됐다.

25일 이탈리아 피우지에서 만난 한-우크라이나 외교장관들. [사진제공-외교부]
25일 이탈리아 피우지에서 만난 한-우크라이나 외교장관들. [사진제공-외교부]

한편,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탈리아 피우지를 방문 중인 조태열 외교장관은 25일(현지시간) 안드리 시비하(Andrii Sybiha)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26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우리 정부는 러북 군사 협력의 진전과 우리 안보에 대한 위협에 상응하는 실효적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해 나갈 것”이라고 했으며, 시비하 장관은 “우크라이나 특사가 근시일 내 한국을 방문하여 관련 협의를 이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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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약자 지원법’ 발표한 당정, 정작 노동계는 “기만적” 반발

민주노총·한국노총 “정부가 할 일은 차별 없는 노동법 보장이어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동약자지원법 입법발의 국민 보고회에서 참석자들과 손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11.26 ⓒ뉴스1
정부와 여당이 현행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프리랜서, 특고·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며 내놓은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안(노동약자 지원법)’의 뼈대가 26일 공개됐다. 당정은 사용자가 아닌 국가에 책임을 부여해 노동약자를 지원한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며 ‘기댈언덕법’이라고 자찬했지만, 정작 노동계에서는 “기만적”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기존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근본적인 대안을 놔둔 채 일부 시혜적인 조치들만 보장한다는 이유에서다.
고용노동부와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노동자 지원법 입법 발의 국민 보고회’를 열고 법안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제정안에는 노동약자를 위한 정책 심의를 하는 ‘노동약자지원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국가가 ▲취업촉진 및 고용안정 ▲복지증진 ▲권익보호 ▲표준계약서 제정, 보급 ▲보수 미지급 예방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지원 ▲경력 관리 ▲공제회 설립 등을 지원하도록 했다. 정부·여당은 이 같은 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해 올해 정기국회에서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그간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방안으로 논의돼 온 것은 사회 변화에 맞게 노동관계법을 손질하는 것이었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근로자의 개념도 폭넓게 인정하자는 것이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통해 ‘진짜 사장’인 원청의 책임을 인정하는 요구도 분출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사회적 합의가 힘들다”는 이유로 별도의 법을 만들어 일부 지원책만 보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기만적 노동약자보호법 규탄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11.26 ⓒ뉴스1
노동계는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같은 날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법이 아닌 별도의 법을 만들어 노동약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은 ‘노동약자’에게 노동자성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가짜 노동자를 양산하는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법부터 정비해 권리를 차별 없이 누리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정부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도 “권리가 취약한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이나 노조법 등 노동법 울타리 안으로 진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울타리 밖으로 밀어내는 법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 부여를 더 어렵게 하는 법”이라며 “이것은 ‘노동 약자 지원법’이 아니다. ‘약자 지위 고착화법’, ‘권리 박탈법’”이라고 질타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정부는 이 법을 통해 근기법상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노동약자로 규정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결국 5인 사업장 근기법 적용 확대, 근기법상 근로자와 사용자개념 확대 등 근기법 개정을 통한 보호범위 확대 요구를 ‘노동약자 지원법’으로 퉁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분절과 배제를 넘은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노동법 보호체계로의 개편”이라며 “사각지대에 방치된 다양한 고용 형태 종사자들에게 보편적 노동인권을 보장하는 입법 조치를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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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으로 양극화 해소’ 윤 정부의 급선회, 진정성 의심받는 이유

기재부·여당 반발로 ‘용두사미’…전문가들 “본예산 확대하고 감세 철회 병행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뉴시스
임기 반환점을 돌며 후반기에 접어든 윤 대통령이 재정 정책 방향의 급선회를 시사했다. 양극화 해소를 전면에 내걸었다. 대통령실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언급하며,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책 전환은 시작과 함께 용두사미로 끝나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가 반발하자 대통령실이 추경 의사를 물렀다. 애초 정책 전환은 지지율을 의식한 쇼에 불과했다는 시각이 많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추경이 아니라 본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감세 조치를 철회해 지속적인 세수 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2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임기 전반기에는 민간 주도 시장 경제 활성화와 규제 완화에 집중했다면, 후반기에는 양극화 타개에 힘을 기울여 국민 전체가 성장 엔진으로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에 “국민통합도 양극화가 타개돼야 이뤄질 수 있다”며 “양극화의 기본적, 구조적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진단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 의지를 공표한 건 지난 11일이다. 그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임기 후반기에는 소득·교육 불균형 등 양극화를 타개하기 위한 전향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대통령실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 건전 재정을 강조하던 것에서 확장 재정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정부가 내수 부진과 경제 성장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초 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발언이 22일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대통령실도 보도자료를 내고 “추경을 포함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확인했다.

경제 관료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기재부가 설명자료를 통해 “내년 추경 예산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것이다. 여당도 대통령실에 등을 돌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금은 예산안이 확정되기 직전의 단계”라면서 “이 시점에서 추경을 논의하는 건 혼란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입장문을 내 “내년 본예산 심의도 끝나지 않은 시점에 추경 가능성을 거론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 “당정은 내년 초 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결국 대통령실은 “필요한 경우 재정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일반론적 언급이었다”며 상황을 무마했다. 건전 재정이라는 철칙 아래 재정 지출을 억제해 온 기재부를 꺾지 못하고 대통령실이 물러선 모양새다.

대통령실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거론한 것 자체는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전향적인 변화다. 그간 윤석열 정부는 전통적인 기재부 시각에 동조하며 긴축 재정을 고수해 왔다. 올해 예산안은 전년 동기 대비 총지출 증가율이 역대 최저인 2.8%로 편성됐다. 물가상승률 3.6%보다 낮은 수치다. 내년 예산안 증가율은 3.2%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증가하는 의무 지출을 제외하고 정부 의지가 반영된 재량 지출은 증가율이 0.8%에 그친다. 올해 대폭 삭감했던 연구개발(R&D) 예산을 일부 복원하고 예비비를 증액했다. 이밖에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반영한 사업 예산 증가는 거의 없는, 사실상 동결 예산이다.

확장 재정에 대한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주요 지표가 고꾸라지고,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낮췄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전망치를 동일한 수준으로 하향했다. 내수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내수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9% 쪼그라들었다. 10분기 연속 감소로, 1995년 통계 집계 이래 최장기간이다. 수출도 녹록하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수출은 전 분기 대비 0.4% 감소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할 경우 한국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2024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보편적 관세(10∼20%)가 현실화하면, 한국 대미 수출이 8.4∼14.0%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내년 초 추경을 하면 재정으로 양극화 심화와 경기 둔화 추세를 일정 부분 방어하는 효과가 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약자 복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실제 예산 배정에 있어서는 강조하는 수준에 못 미쳤다”면서 “경기 대응적으로 재정을 운영하지 못한 맞닥뜨린 위기 국면에서 이제라도 추경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5.17. ⓒ대통령실 제공
“추경 아닌 본예산 확대가 우선…감세 철회하고 세수 확충해야”

‘재정의 적극적 역할로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재정 정책 기조가 말뿐인 수사 아니냐는 시각도 많다. 대통령실이 제시한 추경이라는 수단으로는 양극화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이 아니라 본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칙적으로 추경은 코로나19처럼 일시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 규모가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역대 추경 규모를 보면 10조원 안팎이다. 20조원 이상인 사례는 문재인 정부 시절 코로나19 지원 대책 차원에서 이뤄진 2020년 3차 추경(35조 1천억원), 2021년 2차 추경(34조 9천억원), 윤석열 정부 첫 추경인 2022년 2차 추경(62조원)이 전부다.

우 교수는 “양극화는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며 “양극화 해소를 위해 추경을 한다는 건 항암 치료를 하지 않고 영양제를 주입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사업 예산을 본예산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MB 정부 때 광우병 사태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민생을 살리겠다고 얘기했는데, 그걸 흉내 내는 것 같다”며 “실효적인 대책 없이 홍보만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제기됐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다가 봉창 때리는 식으로 대통령께서 양극화 해소를 자주 언급하신다”며 “본예산에 양극화 예산을 편성하면 되는 것을 굳이 추경을 언급하는 뜻은 또 립서비스 아닐까”라고 적었다. 같은 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실은 여야의 양극화 사업을 예산심의 과정에서 수용하겠다고 하는데 정작 일선의 정부 당국자는 증액을 반대하고 있다”면서 “도대체 이 정부의 정책 기조가 무엇인지 모를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재정을 확대하려면 대기업·부자 감세를 철회하고 세수를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연이은 감세로 재정 여력을 갉아먹는 실정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2년 세법개정안에 따른 향후 5년간의 감세 효과를 73조 7천억원으로 추정했다. 나라살림연구소 분석 결과, 윤석열 정부에서 진행된 감세 조치로 차기 정부에 전가되는 감세 효과는 100조원에 이른다. 내년 세법개정안에 담긴 상속세율 인하 조치로 줄어드는 세수는 5년간 18조 6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2년간 발생한 세수 결손만 86조원에 달한다. 올해 국세 수입은 예산 대비 29조 6천억원 모자랄 전망이고, 지난해에도 56조 4천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감세-세수 감소-긴축 예산-서민 지원 축소-양극화 심화’의 악순환인 것이다.

강병구 교수는 “확장 재정 정책을 취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세제의 재분배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추진해 왔던 부자 감세 기조를 철회하고 공평과세 체계로 전환해 세수를 확충하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면서 재정적자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MF도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세수 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라훌 아난드 한국 미션 담당은 지난 20일 한국 경제성장률을 하향한 연례협의 결과 발표 당시 “한국은 재정 기조와 관련해 부채가 지속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선진국 대비 국가 부채 수준이 낮다고 본다”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령화라든지 기후변화와 같은 사안 때문에 향후 재정적으로 여러 가지 필요가 더 늘어날 수 있고, 사회안전망 확보와 관련된 사회적 지출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도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이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재정적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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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옆자리' 머스크의 자율주행, 전기차시장 '게임 체인저' 될수 있나

[오민규의 인사이드경제] 저가형이냐 자율주행이냐…전기차를 둘러싼 별들의 전쟁

 
 
 
 
 

전기차로의 전환이 캐즘(Chasm)에 빠져 있다는 점, 중국 전기차업체를 향해 관세를 올리며 미국도 유럽도 무역전쟁에 나섰다는 얘기를 몇 차례에 걸쳐 적은 바 있다(☞관련기사 바로가기 : 중국 전기차 관세 반대시위 나선 프랑스 꼬냑 생산자들, 왜? / 중국산 전기차 콕 찍어 관세장벽 설치한 EU, 다음은 현기차? / 87년만에 독일 공장 폐쇄 언급한 폭스바겐, 이유는 '전기차 시장 침체'?).

 

그 사이 미국 정치판에 트럼프가 다시 등장했는데, 당선되기 전부터 트럼프는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 중단', '배출가스 규제 완화' 등 전기차 전환에 노골적인 반대 공약을 내세웠다.

 

전기차 캐즘 극복할 게임 체인저

돌아온 트럼프의 옆에는 EV(전기차, Electric Vehicle) 분야 세계 최강자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서 있다. 2030년까지 무려 2000만 대의 전기차 판매량을 달성하겠다고 큰소리를 땅땅 치던 그가 이 계획을 올초에 이미 취소한 걸 감안하면 이런 변신이 그리 놀랍지도 않다.

 

▲ 지난 11월 19일 화요일 텍사스주 보카치카에서 열린 스페이스X 스타십 로켓의 여섯 번째 시험 비행 발사장에서 만난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P=연합뉴스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 얘기는 좀 뒤로 제쳐놓고 전기차 캐즘 얘기를 좀 더 이어가 보자. 새로운 기술에 입각한 신제품이 시장 주류로 오르기 위해 겪을 수밖에 없는 캐즘, 이걸 넘지 못하고 영원히 시장에서 사라지는 제품들도 있지만 캐즘을 극복하는 경우 대부분 게임 체인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스마트폰의 초기 시장은 PDA 폰이었지만 얼리 어답터를 중심으로 형성된 초기 시장 이후 좀처럼 캐즘을 넘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것처럼 이 캐즘을 극복하게 만들어준 게임 체인저는 아이폰(i-Phone)의 등장이었다.

 

중국 업체가 선택한 후보 : 저가형 EV

 

그럼 전기차 캐즘을 넘게 해줄 게임 체인저는 무엇일까? 물론 아직 정답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게 있었다면 캐즘 따위 금방 넘어서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여러 업체들이 추진하는 후보군은 존재한다.

 

사실 캐즘에 빠진 이유를 살펴보면 후보들이 눈에 들어온다.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가격 △아직은 많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충전 시스템 △배터리 화재 등 안전 이슈 △1회 충전시 주행거리 △배터리·모터 원자재부터 정밀 반도체까지 아우르는 전기차 부품의 안정적인 공급망 문제가 캐즘의 핵심 이유였으니 게임 체인저라면 이들 문제 중 하나 이상은 해결해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중국 업체들은 이 중에서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가격' 문제 해결을 위해 저가형 전기차를 후보로 선택했다. 한국 시장에 아직 중국 전기차가 많이 풀린 게 아니라서 실감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도대체 얼마나 싼 가격에 전기차를 공급한다는 걸까?

 

2000만~3000만 원대에서 벌어지는 경쟁

 

중국업체들이 미국·유럽의 무역장벽을 피해 새로운 시장으로 개척하기 시작한 동남아 시장, 그중에서도 전기차 점유율이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베트남 시장에서 중국 업체를 비롯한 경쟁업체들이 벌이는 저가형 전기차 전쟁의 양상을 살펴보자.

 

▲ 베트남 시장의 전기차 가격.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베트남 시장 최강자는 토종 전기차업체인 빈패스트(VinFast)로, 전기차 시작가격이 3억 2200만 동(1만 2765달러) 수준이며 한국 돈으로 따지면 1700만 원에도 못 미친다. 동남아 전기차시장 최강자인 BYD가 경쟁에 뛰어들었는데 시작가격이 2만 6000달러로 한화 3000만 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빈패스트의 경우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되어 판매하는 차량이지만, BYD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어 베트남으로 수출하는 차량, 즉 선적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 업체들은 어떨까?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생산되는 캐스퍼 일렉트릭의 시작가격이 3100만원 대로 달러 환산가격 2만 3000달러로 비슷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빈패스트와 BYD는 유사한 가격대에서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제공되는 수준인데, 한국의 경우 저가형 전기차 포트폴리오가 결코 넓다고 볼 수 없다.

 

너도 나도 '엔트리 모델'이 뛰어들기 시작

 

"전기차가 자동차시장의 100% 또는 50%를 점유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엔트리 모델이 필요하다. (If you want E.V.s to get to 100 percent or even 50 percent of the market, there have to be affordable E.V.s," she said. "You've got to provide entry models in that space.)"

 

2년 전 <뉴욕타임즈>와 인터뷰를 했던 지엠(GM)의 CEO 메리 바라의 얘기다. 유럽과 미국의 글로벌 자동차업체들 역시 저가형 EV가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보고 면밀한 검토를 해왔다. 특히 팬데믹 기간 엄청나게 치솟은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미국보다 유럽 메이커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사실 조금만 돌아보면 저가형 EV는 매우 자연스러운 발상임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한국에서도 '마이 카(My Car)' 시대를 열어준 건 중대형차가 아니라 국민차 티코를 비롯한 경차와 소형차 아니었던가. 국민 모두가 저렴한 가격에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다면, 다음 차를 살 때엔 더 큰 중대형차를 살 테니 말이다.

 

팬데믹 기간 전기차 열풍이 시작되긴 했지만, 활성화된 시장은 SUV를 비롯한 프리미엄 EV 부문이었다. 그래서 이름 있는 업체들 모두 엔트리 모델, 즉 젊은 층과 여성층의 생애 첫 차가 될 저가형 EV 개발과 출시 계획을 앞다투어 발표하게 된다(아래 표).

 

▲ 세계 각국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가격.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중국 따라잡다 숨이 차버린 유럽·미국 업체들

 

대부분의 업체들이 시작가격 2만5000~3만 달러에서 대략 2026년 경부터 출시를 목표로 경쟁을 하겠다는 선언이 이어졌다. 하지만 야심찬 계획 발표와 달리 이런 차량들을 실제 개발하고 출시하는 문제는 완전히 다른 얘기였다.

 

그렇지 않아도 이윤이 남지 않는 전기차인데, 당분간 저가형 EV라면 적자를 보고 파는 차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금은 팬데믹 기간처럼 전기차 붐이 일어나는 시기가 아니라 캐즘에 빠져 전기차 전환에 빨간 불이 켜진 시점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보여주는 저가형 EV의 가격대, 그 차량들이 보여주는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유럽·미국 업체들 입장에서는 '넘사벽'에 가까웠다.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느니 차라리 무역장벽을 높여서 살아남는 길을 선택하는 게 훨씬 쉬운 길처럼 보였다.

 

결국 관세 인상을 비롯한 무역전쟁이 시작되었고, EV 시장을 희생시켜서라도 미국·유럽의 자본을 살리는 길이 선택되었다. 그래서인지 현재 스텔란티스의 시트로앵 브랜드에서 출시된 eC3를 제외하면 저가형 EV 출시 일정은 계속 뒤로 늦춰지고 있다.

 

저가형 대신 자율주행 선택한 일론 머스크

 

"기본적으로 2만 5000달러 (저가형) 모델은 답이 아니며 어리석은 대안 같다. (Basically, I think having a regular $25K model is pointless. It would be silly.)"

 

지난 10월, 3분기 실적발표에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투자자들 상대로 내뱉은 얘기이다. 올해 4월 로이터 통신이 테슬라가 저가형 전기차 Model 2 개발을 중단했다는 단독 보도가 나왔을 때만 해도 "<로이터>가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며 비난한지 6개월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물론 일론 머스크의 새로운 주장은 한 가지 전제조건을 단 것이기는 하다. 만일 인간이 운전하는(human-driven) 차량이라면 말이 안 된다는 것. 그렇다면 테슬라는 완전 자율주행(Fully self-driven) 차량으로 저가형 전기차를 내어놓겠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글쎄, 일론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옆자리에서 저가형 전기차가 아니라 자율주행에 완전히 몰입한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IRA법(인플래이션 감축법, Inflation Reduction Act)에 따른 세제 혜택(전기차 구매보조금)을 폐기하자는 트럼프 제안에도 동의를 표했으니 말이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EV 시장을 희생시켜서라도 테슬라 자본의 살 길로 선택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 효과 역시 글쎄…. 지금이야 트럼프 옆에 서 있으니 테슬라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세계 최대의 이목을 끌고 있지만, 듀엣 무대가 아니라 독무대를 좋아하는 트럼프가 일론 머스크와의 관계를 얼마나 유지할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책사 노릇을 했던 스티브 배넌과도 얼마 못 가지 않았던가.

 

캐즘과 무관한 대안이 답이 될까

 

게다가 자율주행이라는 대안은 전기차 캐즘을 불러온 이유와도 무관하다. △차량과 배터리 가격 △충전 인프라 △원료 포함 공급망 △1회 완충시 주행거리 등 캐즘을 극복할 대안이 되기엔 부족하다는 것.

 

아무리 권력자의 곁에서 자율주행 관련 규제를 확 풀어버린다 하더라도, 일론 머스크에게 기회가 열릴 것인지는 미지수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은 이 부문 최고 수준인 웨이모(Waymo)는 물론이고 2위 그룹인 GM의 크루즈(Cruise)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GM의 크루즈조차 캘리포니아에서 운행 중 곳곳에서 사고를 일으켜 캘리포니아주가 자율주행 택시 면허를 회수한 적이 있다. 현재 GM은 안전운행자를 탑승한 상태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부분적으로라도 '완전 자율주행'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서비스는 현재 웨이모가 유일하다.

 

물론 <인사이드경제>가 아무리 얘기해도 지붕을 뚫을 것 같은 테슬라의 주가만이 진실이라 믿는 분들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얘기일지 모른다. 한국 정부 1년 예산인 5000억 달러의 2~3배에 달하는 테슬라 시가총액 아니던가.

 

 

EV 캐즘을 극복하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 것인지, 캐즘을 넘어서게 할 게임 체인저가 무엇인지, 미국-유럽-중국 사이의 무역전쟁은 어떤 방향으로 세계경제를 이끌고 갈 것인지 점점 더 불확실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지만, 땅을 떠나 치솟은 것은 끝내 중력을 거스르지 못하고 언젠가는 떨어지는 법이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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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외교차관, “우크라에 무기 지원하면 한·러 관계 파탄”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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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4/11/26 09:42
  • 수정일
    2024/11/26 09:4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자명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4.11.25 11:22
  •  
  •  수정 2024.11.25 11:26
  •  
  •  댓글 3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차관. [사진-주북 러시아 대사관 SNS]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차관. [사진-주북 러시아 대사관 SNS]

“한국산 무기가 러시아 시민을 죽이는데 사용된다면 궁극적으로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파탄시킬 것임을 한국이 알아야 한다.”

지난달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여부는 북·러 협력 진전에 달려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 24일(현지시간) [타스통신]과 인터뷰한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차관이 이같이 거듭 경고했다. 

그는 “물론 우리는 필요한 모든 방법으로 이에 대응할 것”이라며 “그것(주-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한국 자신의 안보 강화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루덴코 차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제공 여부를 북·러 간 상호작용 발전과 연계시키는 접근 방식은 아주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분쟁과 한반도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북미 접촉이 재개될까’는 의문에 대해서는 “정치에서는 어떤 것도 배제할 수 없”으나 “우리 견해로는 이전 조건으로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이고 한반도와 세계의 지정학적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봤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점은 협상의 전망이 미국의 의지뿐만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한 북한의 원칙적 입장에 달려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란 대통령이 러시아-이란 신조약에 서명하기 위해 조만간 모스크바를 방문한다는 데 북·러 관계와 유사한 방위 의무를 포함하는가’는 질문에 대해, 루덴코 차관은 “국방과 안보를 포함하여 러시아-이란 협력의 거의 모든 현재와 미래 영역을 포괄한다는 점만 언급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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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무죄에 조선일보 “거짓 증언 있는데 시킨 사람 없다는 판결”

[아침신문 솎아보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위증교사 사건 1심 무죄 파장

경향신문 “야당 대표 겨냥한 검찰 먼지털이식 수사·기소 법원에서 제동”

조선일보 “부탁하지 않는데도 남을 위해 거짓 증언 범죄 저지를 사람 있나”

‘플라스틱협약’ 마지막 협상 “한국, 생산 감축 지지 여부 명확히 안 밝혀 비판”

기자명윤유경 기자

  • 입력 2024.11.26 07:34

  • 수정 2024.11.26 07:35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더불어민주당

법원이 지난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26일 주요 아침신문이 해당 소식을 1면에서 다룬 가운데, 공직선거법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이 대표가 일단은 ‘사법 리스크’의 한 고비를 넘겼다는 해석이 나왔다. 경향신문은 이번 판결을 두고 야당 대표를 향한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고 평가한 반면, 조선일보는 “거짓 증언은 있는데 시킨 사람은 없다는 판결”이라며 지적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는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 대해 “일방적인 주장을 반복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증언을 언급하는 것만으로 위증을 요구하는 대화라고 해석하긴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이 대표가 2002년 최철호 당시 KBS PD와 함께 검사를 사칭해 성남시장에 전화를 걸었다가 벌금 150만 원형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토론회에서 “검사 사칭이 아니라 누명을 썼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검찰은 이를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고 기소했고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됐으나 이 대표는 재판 과정에서 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위증을 교사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다시 기소됐다. 위증교사 정범으로 함께 기소된 김씨에게는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두 번째 사법리스크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향신문은 “열흘 전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중형을 받아 코너에 몰렸던 이 대표는 최악의 위기는 막을 수 있게 됐다”며 “민주당의 이 대표 ‘일극체제’도 쉽게 흔들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야권의 동력이 급격히 약화되는 상황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조선일보도 1면 기사에서 “민주당 내부에선 ‘사법 리스크 부담을 일부 덜었다’는 반응이 나왔다”며 “이 대표 중심의 ‘일극 체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기소가 법원에서 처음으로 제동이 걸린 셈”이라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은 대선 때부터 윤석열 대통령 집권 후까지, 이 대표와 야당·비판언론에만 칼날을 겨눈 먼지털이식 수사에 경종이 울렸음을 직시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기소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신중해야 하는데도 현 정부 들어 검찰은 이 대표를 집중적으로 기소해왔다”며 “이번 무죄 판결은 이 같은 무리한 표적 기소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겨레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사건은 하나같이 무혐의 처분하거나 모른 체하면서, 야당 대표에 대해서는 과거의 사소한 사건들까지 끌어와 재판정에 세우는 검찰의 편파적 행태는 법 집행의 가장 중대한 원칙인 공정성과 중립성을 잃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검찰 스스로 검찰 개혁의 명분을 산처럼 쌓아 올리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검찰은 22년 전에 있었던 사건과 관련된 발언으로 이 대표를 법정에 세웠지만 1심 판결대로라면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결과가 됐다”며 “법조계 안팎에서 ‘무리한 기소’ 아니었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라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여야가 정치라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향신문은 “이 대표의 수사·재판과 여야 공방으로 협치가 겉돌고, 국민 원성이 쌓인 국정과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 있다”며 “여당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국정쇄신 회피의 방패로 삼는 정략적 태도를 멈추고, ‘명태균 게이트’ 등 윤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의혹과 총체적 국정난맥의 해법을 제시할 때가 됐다. 이 대표와 민주당도 사법리스크는 법정에서 다투되 윤석열 정부의 폭주·무능을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제1야당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리니지2M 5주년

동아일보도 “대장동 사건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첩첩산중이고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번 판결을 앞두고 민주당은 무죄를 주장하고 국민의힘은 법정 구속까지 언급하며 연일 설전을 벌였다”며 “끝도 없이 사법과 정치가 뒤엉킨 채 국가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이제 재판은 재판대로, 정치는 정치대로 각자의 영역에서 제 역할을 할 때가 됐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 <거짓 증언은 있는데 시킨 사람은 없다는 판결>에서 법원 판결을 지적했다. “법원은 김씨의 위증은 일부 유죄로 판단하면서 이 대표에 대해선 ‘고의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라고 했다”며 “부탁하지 않는데도 남을 위해 법정에서 거짓 증언이라는 범죄를 저지를 사람이 있을까. 판사는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인데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지난 정권 때 대법원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 선거 토론에서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허위 발언을 해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해 이 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TV 토론에서는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황당한 판결이었다”며 “이번 판결도 비슷한 점이 있다. 항소심에서는 어느 쪽이든 편견 없이 사실에만 입각한 판결이 나왔으면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법원이 신속하게 남은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를 둘러싼 다섯 건의 형사 재판 중 1심 판결이 나온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중앙일보는 “앞으로 법원은 신속한 재판 진행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과 혼란을 최소화해 주길 바란다”며 “이번 위증교사 혐의 재판은 검찰의 기소 이후 1년1개월 만에 1심 판결이 나왔다. 일반 형사재판은 언제까지 끝내야 한다는 강행 규정은 없지만, 법원은 신속한 재판이 헌법에서 규정한 국민의 권리이자 법원의 책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 대표가 지지자들의 법원 앞 집회를 만류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이번 재판 선고에 앞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법원에 몰려와 재판부에 무죄 판결을 압박한 건 매우 부적절한 행위였다”며 “법정 밖에서 세력을 과시하는 집회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면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태다. 이 대표는 앞으로 지지자들의 집회 계획을 만류하고 법원의 판단을 차분히 지켜보도록 설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플라스틱협약’ 마지막 협상 “한국, 생산 감축 지지 여부 명확히 안 밝혀 비판”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가 지난 25일 부산에서 개막했다. 2022년 유엔환경총회에서 참가국들은 올해까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협약을 마련하기로 했는데, 각국의 입장 차이로 4차 회의까지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회의는 내달 1일까지 7일간 진행되고, 이번 5차 회의에서 177개 참가국은 전 주기에 걸친 플라스틱 오염 국제협약 제정을 목표로 협상하게 된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은 2면에서 해당 소식을 다뤘다. 경향신문은 “이번 회의는 1992년 체결된 유엔 기후변화협약처럼 쟁점에 대해 ‘선언적 합의’를 담은 ‘골격 협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발비디에소 의장은 구체적 감축 목표치가 도출될 수 있을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협약은 시간이 지나면서 강화되어야 한다’면서 ‘과학적 데이터가 필요하며, 각계의 의견을 반영해 업데이트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은 포괄적 성안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했다. 아울러 각국이 화석연료에서 뽑아내는 플라스틱 원재료에 해당하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 감축안을 놓고 갈등하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발비디에소 의장이 중간안으로 제시한 ‘논페이퍼’(비공식 문서)가 각국의 찬반 대립 끝에 논의의 시작점으로 정해졌다”며 “논페이퍼는 77쪽 분량의 협약을 요약한 비공식 문서로, ‘감축’, ‘감량’과 같은 직접적인 표현 대신 ‘전 주기에 걸쳐 지속 가능한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1차 폴리머 공급을 관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문구가 담겼다”고도 보도했다.

한국일보도 “생태계 파괴에 인류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최초의 국제 협약 성안이 이번 주 부산에 달렸다”며 개최 소식을 전했다. 한국일보는 “이번 협약은 생산·유통·소비·처리 등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에 대한 대응 방안을 다루며, 무엇보다 공식 명칭처럼 ‘구속력 있는 협약’을 목표로 한다”며 “최대 쟁점은 플라스틱의 원재료인 폴리머를 비롯한 ‘생산 감축’ 여부”라고 했다. 아울러 “회의 주최국인 한국은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는 우호국연합(HAC)에 속하면서도, 세계 4위 석유화학산업 생산국이라는 이중적 위치 탓에 ‘생산 감축 지지’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간 비판을 받아왔다”고 덧붙였다.

▲ 경남도민일보 사설 갈무리.

경남도민일보는 관련 사설을 내고 “그린피스 발표에 따르면 동아시아 지역 상위 10대 플라스틱 생산 기업 중 70%가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한국의 플라스틱 생산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5000만 t으로 일본과 대만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며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도 세계 3위다. 한국은 개최국이자 플라스틱 협상 우호국 연합 소속 국가로서 협약 제정을 위해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부산일보도 사설에서 “2022년 유엔환경총회에서 올해 말까지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마련하기로 결의한 만큼 새로운 국제 규범 도출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의 전환점이 돼야 할 것”이라며 “민간 분야에서도 관련 논의와 실천이 확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산일보는 “전 세계적인 차원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선 최종적으로 정부의 플라스틱 정책에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며 “우리 산업계의 현실과 국민의 생활패턴 등을 고려한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수립해 일관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부산에서 플라스틱 관련 국제 회의까지 열린 데다 국민의 친환경 공감대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여건이 무르익고 있는 만큼 부산 회의를 계기로 전 세계 플라스틱 정책의 선도국이 될 수도 있다”며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국민은 적극적인 동참으로 정부에 화답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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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 한동훈 발목잡은 김건희, 그리고 '60장'의 사진

[윤석열의 사람들] 검찰정권 1인자 눈 밖에 난 한동훈

24.11.26 07:06최종 업데이트 24.11.26 07:06

'윤석열의 사람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핵심 인사들의 역할과 이들이 주도한 정책을 분석해 그에 따른 문제점과 사회적 파장을 조명하는 기획입니다.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된 이들이 빚어낸 국정 난맥상의 실체를 입체적으로 탐구하고 그 대안을 모색합니다.[편집자말]

2022년 5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검찰 선후배이자 정치적 동지다. 검찰 재직 시 '특수통 칼잡이'로 한 시대를 풍미한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에서 출세해 영욕을 함께했다.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윤 대통령에게 한 대표만큼이나 가까운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한 사람만 빼고는.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휩싸인 한 대표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막다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징계를 당해 직무정지라는 치욕을 겪었다.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에 오른 한 대표는 대대적인 인사를 통해 윤석열 사단을 재건하고 김건희씨 의혹에 대한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과 자신의 정적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옭아매는 검찰 수사를 사실상 지휘함으로써 검찰정권 2인자의 위상을 굳혔다.

한 대표는 유력 정치인이 된 지금도 검사 티를 못 벗었다는 평을 듣는다.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발언만 해도 그렇다. 노련하고 우회적인 정치인 화법이 아니라 단순하고 직설적인 검사 화법이다. 여전히 '좋은 놈 나쁜 놈 프레임'에 사로잡혀 있다. 그의 눈에 이재명은 그저 범죄자일 뿐이다. 그는 윤 대통령처럼 전형적인 검찰주의자다. 평생 단죄권력을 누려온 두 사람 눈에는 모든 정치인, 나아가 모든 국민이 잠재적 피의자다. 검찰 패밀리만 빼고 말이다.

서초동 편집국장

검사 시절 한 대표는 특수 수사, 특히 정치권과 재벌기업 비리 수사에서 적잖은 성과를 냈다. 윤 대통령도 비슷한 수사를 많이 했지만, 수사방식은 달랐다. 직선적인 윤 대통령은 수사 중 외압에 부딪히면 정면 돌파를 선택하거나 특유의 승부수를 던졌다. 꼼꼼한 한 대표는 치밀하고 정확하게 수사한다는 평을 들었다.

돌이켜 보면 두 사람에 대한 세간의 평에는 거품이 있었다. 친검(親檢) 기자들 덕분이다. 발뺌도 잘하고, 말 바꾸기도 능하다. 수사 실력도 부풀려진 면이 있다. 또 내로남불의 대가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과는 정반대로, 남의 허물은 가을 서리처럼 엄격히 대하고 자신의 허물은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했다. 오죽하면 '윤로남불'이니 '한로남불'이니 하는 조어가 생겨났을까.

이명박 정부 때 법무부에서 근무하던 한 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파견됐다. 예나 지금이나 최고 권력기관에 파견되는 공무원은 소속 집단에서 꽤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다. 아니면 줄을 잘 섰거나. "샌님 스타일에 말이 적고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일을 잘했다"라는 게 당시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표 1]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맡았던 주요 직책과 직접 참여하거나 지휘한 대형 수사를 정리한 것이다.봉주영

판이한 스타일의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가까워진 것은 서로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인 듯하다. 검찰을 정의의 화신으로 여기는 두 사람은 여러 대형 수사를 같이하면서 의기투합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 재직 시 수사하거나 수사를 지휘한 주요 대형 사건을 꼽아 보면 9개인데(표1 참고), 그중 한 대표와 함께한 수사가 5개나 된다. 두 사람 다 말단 검사로서 역할이 크지 않았던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까지 포함하면 10개 중 6개다. 두 사람의 수사 인연이 얼마나 끈끈한지를 알 수 있다.

대형 사건의 경우 언론 보도가 수사 성패를 좌우할 때가 많다. 과거 특수통 검사들은 대체로 언론플레이에 능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수사할 때 언론을 적절히 활용한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도 그 부류에 속했다. 둘 다 언론 친화적이고, 언론 덕을 자주 봤다. 특히 보수 언론과의 끈끈한 관계는 두 사람에게 두고두고 큰 힘이 됐다.

2019년 한 대표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서 서울중앙지검의 조국 수사를 지휘했다. 정권과 검찰이 충돌하고, 보수-진보 양 진영이 격하게 대립하던 시기였다. 당시 법조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한 대표는 "서초동 편집국장"으로 불렸다. 기자들에게 적절히 기삿거리를 배분하고 기사 방향까지 코치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었다.

검찰정권 2인자

플라톤이 말한 '철인'을 '검사'로 여기는 윤 대통령은 집권 후 검찰 출신을 중용했다. 심복인 전직 검사들이 대통령실을 비롯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 포진하고 일부는 국회에 진출했다. 법무부 장관을 맡아 축소된 검찰 수사권을 복원한 데 이어 여당을 접수한 한 대표는 '검찰 통치'의 상징적 인물로 부상했다.

검찰정권의 수호자인 윤석열 사단은 주로 윤 대통령과 수사 인연으로 맺어진 검사들이다. 이들은 문재인/윤석열 2대 정권에 걸쳐 검찰 주류를 형성했다. 주축은 국정농단 특검 수사(2016~17년)와 적폐청산 수사(2017~18년), 조국 수사(2019년)에 참여한 검사들이다. 한 대표는 윤석열 사단의 간판이었다. 윤석열 사단의 상당수가 한동훈 라인과 겹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 전반기에 맹활약한 윤석열 사단은 조국 수사 이후 좌천되거나 한직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화려하게 부활해 검찰 지휘부와 수사라인을 장악했다. 문재인 정부 비리 의혹과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에 매진하면서 '정치검찰'이라는 비난을 들었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2024년 1월 3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서 신년 덕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지난해 연말부터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뉴스타파> 보도를 문제 삼은 윤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과 명품백 수수 및 주가조작에 연루된 김건희씨 수사 방향을 두고 잡음이 나더니 한순간에 중앙무대에서 밀려났다. 검찰권력의 핵심인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지휘부 및 주요 수사라인이 한꺼번에 물갈이되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영전 형식이지만 좌천성 또는 문책성 인사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들 중에는 '한동훈 라인'으로 분류되는 검사도 많았다. "한동훈 색깔 지우기"라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그들이 물러난 자리는 신윤(新尹) 검사들이 차지했다. 일부는 원조 윤석열 사단과 겹치지만, 대체로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낼 때 근무 인연을 맺은 검사들이다.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를 열심히 했거나 김건희씨 봐주기 수사에 관여했거나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에서 공을 세운 검사들이 지휘부와 주요 수사라인에 포진했다. 특히 2020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빚어진, 이른바 '추-윤 갈등' 때 윤 총장을 강력히 지지했던 검사들의 영전이 두드러졌다.

오늘날 한 대표가 대선주자급의 정치인으로 성장한 것이 윤 대통령 덕분이라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윤-한 갈등'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찰떡궁합 같던 검찰정권 1인자와 2인자의 충돌이라니. 역대 정권에서도 그랬듯이,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대립은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현재의 권력구도는 물론 미래 권력구도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의형제처럼 단단했던 두 사람 관계가 틀어진 것은 김건희씨 때문이다. 한 대표가 아무리 윤 대통령과 가깝다고 하더라도 김씨에 비할 바는 아니다. 지난 총선 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한 대표는 '김건희 리스크'의 심각성을 절감한 듯했다. 그러잖아도 이기기 힘든 선거인데 김씨 때문에 더 망칠 듯싶었다. 김씨를 싸고도는 윤 대통령과 틈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1월 이른바 '디올백 내전'이 벌어질 때만 해도 다들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상당수 야권 정치인과 정치평론가가 이를 "약속대련"으로 간주했다. 속임수 또는 위장술로 판단한 것이다. 확증편향이 판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에서도 그런 시각이 우세했다. 두 사람이 한통속이고 주종관계나 다름없는데 무슨 대립이고 충돌이냐는 의구심이었다. 여기에는 한 대표의 위상을 인정하고 싶지 않거나 깎아내리려는 견제 심리도 작용했다.

다들 알다시피, 이는 오판이었다. 사건 초기 내가 "약속대련이 아니다"(오마이TV '조성식의 어퍼컷')라고 말한 것은 한 대표의 절박한 처지를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후 벌어진 '서천 회군'과는 별개다. 충남 서천시장에서의 폴더인사는 한 대표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2024년 1월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고 있다.연합뉴스

간동훈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이익집단인 검찰 패밀리의 위계질서는 조폭 조직 뺨친다. 특별히 한 대표에게 윤 대통령은 의리와 충성, 보은의 대상이다. 무사 집단으로 치면 주군인 셈이다. 검찰 재직 시에는 보호막이 돼주고, 정권을 잡은 뒤에는 후계자로 키웠다. 그만큼 신뢰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전두환-노태우 사례처럼 퇴임 후 안전까지 고려했을지 모른다.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를 감안하면,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맞선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위계질서 상 용납되지 않는 일이고 배신자 프레임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충돌을 빚었다는 것은 한 대표가 그만큼 김건희씨 문제를 심각하게 봤다는 뜻이다. 김씨의 권력욕이 정권의 위기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대권가도에 걸림돌이 될 거라는 우려다.

김씨가 계속 공동 집권자처럼 행세하는 한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예전 관계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 대표는 여기서 더 치고 나갈 배짱이 없다. 윤 대통령과 달리 승부사 기질이 없거나 약하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기회를 엿보는 듯싶다. '간동훈'이라는 별명이 그럴듯한 이유다. 그토록 '국민 눈높이'와 '상식'을 강조하다가 상식 이하의 대통령 기자회견 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걸 보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잽만 날려 보다가 정작 큰 펀치는 휘둘러 보지도 못하고 클린치로 화해를 모색하는 꼴이다.

사실 한 대표 처지에서 윤 대통령 부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란 쉽지 않다.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 세 사람은 공동운명체다. 2020년 4월 총선 직전 벌어진 고발사주 사건을 상기해 보면 세 사람이 일찍이 한배를 탔음을 알 수 있다. 검찰총장 직속의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손준성 검사가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 출마자인 김웅 전 검사에게 텔레그램으로 전송했다는 고발장에는 세 사람 이름이 나란히 등장한다.

"그러나 사실 김건희는 불법적인 주가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없었고, 한동훈 검사장은 채널A 기자를 시켜 이철에게 유시민 이사장의 비리를 진술하라고 설득한 사실이 없었고...(중략)...문재인 정부 및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검찰총장으로 취임하였던 윤석열 검찰총장은...(중략)...'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진두지휘하면서 정부, 여당과 진보 세력 지지자들에게 역적 같은 존재가 되고 말았습니다."('고발사주' 고발장 14쪽)

고발사주 사건이 발생하기 2주 전인 2020년 3월 14일 한동훈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권순정 대검 대변인은 카카오톡 단체방을 개설했다. MBC가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보도한 3월 31일부터 고발사주가 이뤄진 4월 2일까지 3일간 이 단톡방에서는 128건의 메시지가 오갔다. 이와 별도로 한동훈-손준성 간 주고받은 메시지가 169건이다. 같은 기간 한동훈 차장과 윤석열 총장은 40차례 통화했다.

고발사주가 실행된 4월 3일, 김웅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자는 조성은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게 고발장 20장과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의 실명 판결문, 관련 캡처 사진 88장 등을 텔레그램 메시지로 전송했다. 왼쪽 상단에 '손준성 보냄'이라는 문구가 따라붙은 사진 파일들이었다. 그런데 바로 전날 한동훈 검사는 3인 단톡방에 사진 파일 60장을 올렸다.

휴대전화 화면을 캡처하면 상단에 표시된 통신사, 시각 등의 정보가 노출된다. 또 하단의 '뒤로 가기' 표시 위치에 따라 휴대전화 기종을 알 수 있다(아이폰은 왼쪽, 갤럭시는 오른쪽).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한 사람들은 캡처 사진을 외부로 전송할 때 위아래를 잘라서 보낸다고 한다.

한때 한 대표와 취재 인연으로 친분이 있었던 전혁수 기자는 최근 조성은씨와 함께 펴낸 <정치검사>라는 책에서 "내 주변에도 이런 습성을 보이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한동훈이다"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고발사주 사건 당시 텔레그램으로 전송된 캡처 사진도 그런 모양이었다. 법조 취재 경력이 많은 전 기자에 따르면, 주로 검사들이 이런 방식으로 캡처 사진을 보낸다고 한다.

이 사건을 수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단톡방 대화 내용과 사진 파일의 실체를 확인하는 데 실패했다. 채널A 사태 때 한동훈 검사가 그랬던 것처럼, 손 검사도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꼭꼭 숨겼다. 공수처 수사는 거기서 멈췄다.

정권이 바뀐 후 법무부 장관이 된 한 대표는 고발사주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손 검사를 검사장급(대구고검 차장검사)으로 승진시켰다. 대검 감찰부는 그를 무혐의 처분했다. 만약 한 대표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나선다면, 고발사주 사건 연루 의혹부터 해명해야 할 것이다.

친윤계의 강력한 견제와 '패싱' 논란, '가족 댓글' 의혹 등으로 리더십이 흔들리는 한 대표에게 김건희 특검은 위기이자 기회다. 그런데 배포가 부족하고 뒷심도 약한 한 대표는 교묘한 말 바꾸기로 자책점을 쌓고 있다. '제3자 추천 특검'이라면 수용하겠다고 공언하고는, 막상 민주당에서 그에 맞춘 수정 법안을 제시하자 슬쩍 발을 빼면서 '특감(특별감찰관)' 타령만 한다.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유죄 선고를 활용해 반전을 꾀하거나 여권에 대한 비난을 물타기 하려는 전략도 유치하다. 그런 얕은 술수가 통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재명은 이재명이고, 김건희는 김건희이고, 한동훈은 한동훈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에게 배운 듯한, 국민을 우습게 보는 이런 잘못된 습성을 버리지 못하면 한 대표의 대권가도는 순탄치 않을 것이다. 여당 대표이자 유력 대선주자인 사람이 소신도 비전도 정책도 없이 정적 공격에만 몰두하는 건 딱한 노릇이다. 한 대표가 국민의 마음을 얻을 승부수를 던지지 못하고 간만 보는 동안 윤석열호의 침몰 속도는 점점 빨라질지 모른다.

#윤석열 #한동훈 #김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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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609] 제3핵시대 개막을 알린 아레오쉬닉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4/11/25 [09:25]

 

<차례>

1. 제국주의 전쟁광들의 확전 음모

2. 우크라이나군이 공격하고 로씨야군이 반격하다

3. 개별기동 재진입체 6발 탑재한 정체불명의 미사일

4. 로씨야의 미사일 개발사에 출현한 걸작품

5. 아레오쉬닉 등장, 핵교리 개정, 제3핵시대 개막

 

1. 제국주의 전쟁광들의 확전 음모

 

미 제국과 영국은 자기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우크라이나에 고성능 미사일을 넘겨주고, 로씨야 침공을 사주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음으로 양으로 책동해왔다. 2024년 5월 22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토니 블링컨(Antony J. Blinken) 미 제국 국무부장관은 2024년 5월 14일 우크라이나 수도 끼이우(Kyiv)를 네 번째 방문해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지미르 젤렌스끼(Volodymyr O. Zelenskyy)와 밀담을 나누고 워싱턴으로 돌아갔는데, 그때부터 미 제국 국무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미 제국으로부터 넘겨받은 고성능 미사일로 로씨야 영토를 공격하지 못하게 금지한 조치를 완화해주자는 의견을 제기했다고 한다. 미 제국 국무부가 그런 의견을 들고나오자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그 문제를 놓고 “활발한 토론(vigorous debate)”이 벌어졌다. 워싱턴 정가에 그런 분위기가 조성된 2024년 5월 중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우크라이나군이 로씨야 영토를 고성능 미사일로 공격해도 좋다고 허락했다.

 

그런 소식을 들은 군사전문가들과 정세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미 제국과 영국으로부터 각각 넘겨받은 고성능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로씨야군 국경선을 돌파하고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4년 5월 하순 로씨야의 국가안보는 심각한 위기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로씨야는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로씨야 국가안보회의(Security Council of Russian Federation)가 채택한 여러 대응책 가운데 가장 확실한 대응책은 침공군을 전술핵공격으로 격멸하는 격퇴전이었다. 그래서 로씨야 국가안보회의는 핵교리(nuclear doctrine)를 전술핵공격과 격퇴전에 맞게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024년 6월 18일 쎄르게이 랴브꼬브(Sergei A. Ryabkov) 로씨야 외무차관은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로씨야의 핵교리에 서술된 몇 가지 변수를 명확히 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침공군을 전술핵공격으로 격멸하는 격퇴전에 맞게 핵교리를 개정하는 작업이 2024년 6월 초에 시작되었음을 말해준다.

 

제국주의 전쟁광들은 로씨야 국가안보회의가 핵교리를 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크라이나군을 로씨야 침공으로 내몰았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로부터 로씨야를 침공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우크라이나군은 2024년 8월 6일 국경을 넘어 로씨야 꾸르스크주(Kursk Oblast)를 침공했다. 전자전 부대가 하루 전에 꾸르스크주에 침투해 로씨야군의 각종 전자 장비들을 무력화시킨 것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군의 무력 침공은 로씨야 국경경비대의 방어선을 일거에 무너뜨리고 진격해 1,376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로씨야 영토를 짧은 기간에 점령했다. 기습공격을 받고 뒤로 밀린 로씨야군은 한 달이 지난 2024년 9월 10일에 가서야 격퇴전에 나섰다.

 

로씨야군이 격퇴전을 시작한 때로부터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2024년 9월 11일 미 제국 국무장관 블링컨은 영국 외무장관 데이빗 라미(David L. Lammy)와 함께 우크라이나 수도 끼이우를 방문해 젤렌스끼와 3자 밀담을 나누었다. 3자 밀담에서 그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미 제국과 영국으로부터 넘겨받은 고성능 미사일로 로씨야 영토를 공격하면 로씨야군이 시작한 격퇴전을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타산했다. 3자 밀담 직후, 현지에서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 영국 외무부장관 데이빗 라미는 우크라이나군이 미 제국과 영국으로부터 각각 넘겨받은 고성능 미사일로 로씨야 영토를 공격하는 문제를 놓고 3인이 “자세한 대화(detailed conversations)”를 나누었다고 말했다.

 

블링컨, 라미, 젤렌스끼가 끼이우에서 3자 밀담을 진행한 때로부터 이틀이 지난 2024년 9월 13일 조 바이든(Joe R. Biden) 미 제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Kier R. Starmer) 영국 총리는 백악관에서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로씨야 영토를 침공한 우크라이나군이 미 제국과 영국으로부터 넘겨받은 고성능 미사일로 로씨야 영토를 더 깊숙이 공격해도 좋다고 허락했다. 이런 사정을 보면, 조 바이든과 키어 스타머는 지역전을 유럽 전역으로 확대시켜 제3차 세계 대전을 도발하려는 확전 음모에 집착한 전쟁광들이다.

 

제국주의 전쟁광들의 확전 음모를 간파한 울라지미르 뿌찐(Vladimir V. Puitn) 로씨야 대통령은 2024년 9월 25일 로씨야 국가안보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중대한 발언을 했다.

 

“지금 우리는 격동적으로 변화하는 군사-정치 상황을 목견하고 있다. 로씨야의 핵억제 정책은 급변하는 상황에 맞게 조정되어야 한다. 만일 비핵국가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로씨야를 공격하면, 우리는 그것을 두 국가의 합동 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다.”

 

위의 발언은 우크라이나군이 제국주의 핵보유국들(미 제국, 영국, 프랑스)로부터 넘겨받은 고성능 미사일로 로씨야 영토를 공격하는 경우, 로씨야는 핵반격을 할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였다. 그러나 확전 도발에 광분하는 제국주의 전쟁광들은 뿌찐의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2. 우크라이나군이 공격하고 로씨야군이 반격하다

 

로씨야가 우려했던 사태는 일어나고 말았다. 2024년 11월 19일 오전 3시 25분 우크라이나군은 미 제국으로부터 넘겨받은, 사거리가 300km인 에이태큼스 지대지 탄도미사일 6발을 로씨야 영토로 연속 발사했다. 에이태큼스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미 제국 육군이 사용하는 주력 무기다. ‘에이태큼스(ATACMS)’는 육군전술미사일체계(Army Tactical Missile System)로 표기되는 영어단어의 첫 글자들을 조합해 만든 명칭이다.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에이태큼스 지대지 탄도미사일 6발은 국경을 넘어 로씨야 영토 깊숙이 약 113킬로미터를 날아갔다. 로씨야군은 국경을 넘어 날아오는 에이태큼스 지대지 탄도미사일 6발 중에서 5발을 반항공미사일로 요격했다. 로씨야군이 요격하지 못한 에이태큼스 지대지 탄도미사일 1발이 로씨야 브랸스크주(Bryansk Oblast) 카라체브(Karachev)시 인근에 있는 로씨야군 제67탄약관리소를 타격해 연쇄폭발이 일어났다. 제67탄약관리소는 반항공미사일과 로켓포탄을 저장해둔 곳이다.

 

우크라이나군의 무력도발은 이튿날에도 계속되었다. 2024년 11월 20일 우크라이나군은 영국으로부터 넘겨받은, 사거리가 550킬로미터인 스톰 섀도우(Storm Shadow) 공대지 순항미사일 12발을 로씨야 영토로 연속 발사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전날 에이태큼스 지대지 탄도미사일만 연속 발사하더니, 그다음 날에는 스톰 섀도우 공대지 순항미사일만 연속 발사하지 않고 미 제국으로부터 넘겨받은 고기동포병로켓포(HIMARS)도 동시다발로 쏘고, 자폭 공격형 무인기 공격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전투기에서 공중 발사한 스톰 섀도우 공대지 순항미사일 12발은 국경을 넘어 로씨야 영토 안으로 약 40킬로미터를 날아갔다. 지상에 배치된 발사대차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을 반항공미사일로 요격하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초음속으로 날아가는 전투기가 공중에서 전방위로 발사한 순항미사일을 반항공미사일로 요격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날 로씨야군은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고기동포병로켓포 6발과 우크라이나군이 날려 보낸 자폭 공격형 무인기 67대를 요격했으나, 스톰 섀도우 공대지 순항미사일은 12발 중에서 2발밖에 요격하지 못했다.

 

로씨야군이 요격하지 못한 스톰 섀도우 공대지 순항미사일 10발은 최근 격전에 벌어지고 있는 꾸르스크주(Kursk Oblast)에 있는 마리노(Maryino)마을 촌장 공관을 집중 타격했다. 마리노마을 촌장 공관 지하에는 로씨야군 작전통제소가 있었다. 그 작전통제소는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스톰 섀도 공대지 순항미사일 10발을 맞고 완전히 파괴되었다.

 

로씨야군 지휘부는 격노했다. 로씨야군은 제국주의 전쟁광들의 사주와 배후 조종을 받으면서 광분하는 우크라이나군을 징벌할 반격태세를 갖추었다. 로씨야군의 징벌적 반격은 2024년 11월 21일 오전 5시에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5분 뒤 우크라이나 전국에 요란한 공습경보가 울렸다. 로씨야군의 징벌적 반격은 당일 오전 7시까지 계속되었다. 로씨야군은 2시간 동안 각종 고성능 미사일을 타격 대상을 향해 연속 발사했다. 로씨야군의 반격상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그날 새벽 로씨야군은 정체불명의 신형 미사일 1발, 킨잘(Kinzhal) 공대지 순항미사일 1발, Kh-101 공대지 순항미사일 7발을 2시간 동안 연속 발사했다. 로씨야군은 아스트라한주(Astrahan Oblast)에 있는 카프찐 야르(Kapustin Yar) 군사훈련기지 및 미사일 발사장에 배치된 발사대차에서 정체불명의 신형 미사일 1발을 발사했고, 탐보브주(Tambov Oblast) 상공을 날아가는 미그-31 전투기에서 킨잘(Kinzhal) 공대지 순항미사일 1발을 발사했고, 볼고그라드주(Volgograd Oblast) 상공을 날아가는 뚜폴레브(Tupolev)-95 전략폭격기에서 Kh-101 공대지 순항미사일 7발을 발사했다. 그것은 서로 다른 미사일 3종을 섞어 쏘는 배합타격(combined strike)이었다.

 

정체불명의 신형 미사일의 최고 비행 속도는 마하 11(초속 3.74킬로미터)를 기록했다. 이 신형 미사일은 약 5분 만에 약 700킬로미터를 날아갔다. 그에 비해, 킨잘 공대지 순항미사일의 비행 속도는 마하 10을 기록했고, Kh-101 공대지 순항미사일의 비행 속도는 마하 0.6~0.78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비행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Kh-101 공대지 순항미사일 7발 중에서 6발을 요격했으나, 비행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정체불명의 신형 미사일 1발과 킨잘 공대지 순항미사일 1발은 요격하지 못했다.

 

3. 개별기동 재진입체 6발 탑재한 정체불명의 미사일

 

군사전문가들은 처음 보는 정체불명의 신형 미사일에 관심을 집중시켰다. 정체불명의 신형 미사일은 어떤 미사일인가? 2024년 11월 22일 로씨야 언론매체 ‘리아노보스찌(Ria Novosti)’는 정체불명의 신형 미사일이 타격 대상을 향해 고극초음속으로 내려꽂히는 놀라운 장면을 원격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은 다음과 같은 놀라운 장면을 보여준다.

 

▲ 러시아가 21일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로 우크라이나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시 산업단지를 타격했다. ©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1) 동영상은 밤하늘에 눈부시게 빛나는 거대한 흰색 섬광체 6개가 거의 동시에 수직으로 지상에 내리꽂히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 장면은 정체불명의 신형 미사일에 개별기동 재진입체(multiple independently targetable vehicle) 6개가 탑재되었음을 보여준다. 신형 미사일 동체에서 분리되어 각각 다른 타격 대상을 향해 유도조종으로 비행한 개별기동 재진입체 6개는 고극초음속으로 지상을 향해 내리꽂혔다. 고극초음속으로 내리꽂히는 개별기동 재진입체 표면에서는 대기 마찰에 의해 상상을 초월하는 극고압과 극고열이 발생했다. 그래서 개별기동 재진입체는 눈부신 흰색 섬광체로 변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정체불명의 신형 미사일이 RS-26 루베즈(Rubezh) 중거리 미사일인 것으로 착각했다. RS-26 루베즈 중거리 미사일의 최고 비행속도는 마하 20이며, 사거리는 5,800킬로미터다. 이 중거리 미사일에는 개별기동 재진입체 4개가 탑재된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신형 미사일에는 개별기동 재진입체 6개가 탑재되었으니, RS-26 루베즈 중거리 미사일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로씨야는 아방가르드(Avangard)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RS-26 루베즈 중거리 미사일 개발을 2027년까지 잠정적으로 중지했다.

 

2) 동영상은 정체불명의 신형 미사일 동체에서 분리된 탄두 6개가 내리꽂히면서 타격 대상 6개를 타격했는데도 폭발이 전혀 일어나지 않은 이상한 현상을 보여준다. 원래 미사일에는 강력한 폭약이 들어간 고폭탄두가 탑재되었기 때문에 미사일 동체에서 분리된 고폭탄두가 타격 대상을 강타하는 순간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체불명의 신형 미사일 동체에서 분리된 탄두 6개는 타격 순간에 폭발을 일으키지 않았다. 탄두 6개가 전부 불발탄이었을까? 그런 게 아니었다.

 

2024년 11월 21일 로씨야 언론매체 ‘모스꼽스끼 꼼소몰레쯔(Moskovskij Komsomolets)’는 정체불명의 신형 미사일에서 분리된 탄두들이 지상에 내리꽂히면서 발생한 충격음이 타격점으로부터 20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들릴 만큼 “비정상적으로 강력한” 타격이었다고 보도했다. 폭발음이 아니라 충격음이 들렸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타격점으로부터 20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충격음이 들린 까닭은, 정체불명의 신형 미사일에 핵탄두와 동일한 크기와 무게로 특별히 제작된 중금속 탄두가 탑재되었기 때문이다. 2024년 11월 23일 도이췰란드 언론매체 ‘빌트(Bild)’ 보도기사에서 도이췰란드 군사전문가 율리안 룁케Julian Röpke)는 로씨야군이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한 정체불명의 신형 미사일에 탄두가 장착되지 않았고, 핵탄두와 동일한 크기의 대체물이 장착되었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무거운 중금속 탄두가 높은 고도에서 고극초음속으로 지상을 향해 내리꽂히면서 강력한 운동에너지(kinetic energy)가 발생했고, 지상 목표물을 타격하는 순간 발생한 충격음이 20킬로미터 밖에까지 들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주(Dnipro Oblast) 주지사 쎄르히 리삭(Serhiy Lysak)은 그날 새벽 로씨야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장애인재활쎈터 유리창이 수십 장 깨지고, 보일러실이 훼손되었다고 밝혔다. 이것은 정체불명의 신형 미사일에 탑재된 무거운 중금속 탄두가 목표물을 타격할 때 발생한 강력한 진동으로 장애인재활쎈터 유리창이 깨지고 보일러실이 훼손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장애인재활쎈터만이 아니라 그 주변에 있는 건물들도 진동피해를 입었다.

 

4. 로씨야의 미사일 개발사에 출현한 걸작품

 

2024년 11월 21일 뿌찐 대통령은 신형 미사일의 정체를 밝혔다.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한 그는 로씨야군이 “최신형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 1발을 시험발사했다”라고 하면서, 신형 미사일이 아레오쉬닉(Oreshnik)이라고 명명되었다고 밝혔다. 한국 언론매체들은 신형 미사일의 명칭을 ‘오레시니크’라고 표기하는데 그것은 로씨야말 원음과 동떨어진 표기다. 로씨야말 원음에 가까운 발음으로 표기하면 아레오쉬닉이다.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개암나무를 로씨야말로 아레오쉬닉이라 한다. 개암이 3~7개씩 다발로 열리는 개암나무처럼 아레오쉬닉 미사일 전투부(warhead)에도 개별기동 재진입체 6개가 다발로 들어간다.

 

로씨야의 군사전문가 이안 마트베예브(Ian Matveyev)는 아레오쉬닉 미사일이 2단형 미사일이라고 말했다. 로씨야의 군사전문가 일리야 크람닉(Ilya Kramnik)은 로씨야 언론매체 ‘이즈베찌야(Izvestia)’ 취재기자에게 아레오쉬닉 미사일의 사거리가 3,000~5,000킬로미터라고 말했다.

 

2024년 11월 22일 로씨야 국방부는 아레오쉬닉 미사일의 모든 탄두가 목표물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군 반항공망을 뚫고 6개 목표물들에 전부 명중했다는 뜻이다. 아레오쉬닉 미사일은 어떤 목표물들에 명중했을까? 아레오쉬닉 미사일은 우크라이나 남동부 드니프로뻬뜨로브스크주(Dnipropetrovsk Oblast)에 있는 유즈마쉬공장(Yuzhmash Plant)을 타격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우주국이 운영하는 유즈마쉬공장은 탄도미사일, 우주발사체, 우주선, 로켓엔진, 트랙터 등을 생산하는 군산복합체이며 항공우주기업체다. 유즈마쉬공장 경내에서 특정 목표물 6개를 미리 선별한 로씨야군은 아레오쉬닉 미사일 1발을 발사해 특정 목표물 6개에 명중시키는 정밀타격을 단행했다.

 

모스크바에서 발간되는 국방전문지 ‘국가방위’ 편집장 이고르 코로뜨첸꼬(Igor Korotchenko)는 로씨야 ‘따스통신(Tass)’ 취재기자에게 아레오쉬닉 미사일이 “현대 로씨야의 고체연료 미사일 개발사에 출현한 걸작품(masterpiece)”이라고 하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로씨야군이 ‘걸작품’을 실전에서 처음 사용한 정치군사적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100년이 넘는 소련-로씨야 역사에서 로씨야군이 중거리 미사일을 실전에서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씨야군은 아레오쉬닉 미사일을 실전에서 사용함으로써 영국을 포함한 유럽 전역이 아레오쉬닉 미사일의 타격권 안에 들어있다는 것을 실증했다. 로씨야는 아레오쉬닉 미사일 발사로 개별기동 재진입체를 실전에서 사용한 첫 국가로 세계 전쟁사에 기록되었다. 이번에 로씨야군은 중금속 탄두 6발이 들어간 개별기동 재진입체 6개를 아레오쉬닉 미사일에 탑재해 발사했지만, 원래는 전술핵탄두 6발이 들어간 개별기동 재진입체 6개를 탑재해 발사한다.

 

주목되는 것은, 미 제국을 수괴로 하는 나토(NATO) 제국주의 진영이 로씨야의 아레오쉬닉 미사일 공격에 대응할 방어 수단을 전혀 갖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미사일방어체계도 아레오쉬닉 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한다. 이런 사정을 보면, 이번에 로씨야군은 전술핵탄두 6발이 들어간 개별기동 재진입체 6개가 탑재된 아레오쉬닉 미사일을 발사해 제국주의 진영을 제압할 수 있는 막강한 핵무력을 과시한 것이 분명하다. 2024년 11월 22일 드미뜨리 뻬스꼬브(Dmitry S. Peskov) 로씨야 정부 대변인은 모스크바 대통령궁에서 진행된 언론설명회에서 아레오쉬닉 미사일이 사상 처음 실전에서 사용된 것에 대해 언급하면서 “로씨야는 자기 능력을 분명히 보여줬고, 로씨야의 우려 사항이 고려되지 않을 경우 단행될 보복조치가 무엇인지도 매우 분명히 보여주었다”라고 말했다.

 

로씨야군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향해 아레오쉬닉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날인 2024년 11월 20일 쎄르게이 나리쉬낀(Sergey Y. Naryshkin) 로씨야 대외정보국 국장은 현지 언론매체와의 대담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장거리 미사일로 로씨야 영토를 타격하도록 사주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의 시도는 징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징벌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자, 우크라이나 대도시들에 대한 로씨야군의 공습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수도 끼이우에 공습경보를 긴급히 발령했고, 우크라이나 의회는 회의 일정을 취소했다. 끼이우에 주재하는 미 제국 대사관을 비롯한 제국주의 국가 대사관들은 즉시 폐쇄되었고, 우크라이나 대도시들에 체류하는 자국민들에게 긴급 대피를 준비하라고 권고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다급해진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은 대국민 성명을 발표해 흉흉한 민심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들은 성명에서 로씨야군이 우크라이나 대도시들을 공습할 것이라는 메시지는 헛소문이며, 로씨야 정보기관의 전형적인 심리전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나 로씨야군의 공습이 임박했다는 메시지는 결코 헛소문이 아니었다. 로씨야군은 서로 다른 3종의 미사일 9발을 2시간 동안 섞어 쏘는 배합타격, 기습타격, 정밀타격을 단행했다. 그것은 제국주의 진영의 앞잡이 노릇에 열중하면서 로씨야 영토를 침공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징벌이었다.

 

5. 아레오쉬닉 등장, 핵교리 개정, 제3핵시대 개막

 

드미뜨리 뻬스꼬브 대변인은 2024년 11월 22일 모스크바 대통령궁에서 진행된 언론설명회에서 “어제 (뿌찐 대통령의) 발언은 완벽하고, 이해하기 쉽고, 논리적이었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그 발언을 이해했을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뻬스꼬브 대변인이 언급한 뿌찐 대통령의 발언은 2024년 11월 21일에 진행된 뿌찐 대통령의 텔레비전 방송 연설을 뜻한다. 뿌찐 대통령은 텔레비전 방송 연설에서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이 확전 정책을 계속하면서 로씨야 영토에 대한 장거리 정밀무기 공격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라고 지적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로씨야를 공격하면 로씨야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가 말한 단호한 대응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살펴보자.

 

2024년 11월 19일 오전 3시 25분 우크라이나군이 로씨야군 제67탄약관리소를 향해 에이태큼스 지대지 탄도미사일 6발을 발사하는 무력도발을 감행한 때로부터 몇 시간 뒤 뿌찐 대통령은 핵교리 개정안을 최종적으로 승인했다. 그가 승인한 핵교리 개정안에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다.

 

1) 군사동맹에 속한 국가가 로씨야 또는 로씨야 동맹국을 단독으로 공격하는 경우, 로씨야는 그것을 군사동맹 전체의 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다.

 

해설 – 한미군사동맹에 속한 한국이 로씨야의 동맹국인 조선을 공격하는 경우, 로씨야는 그것을 한미군사동맹 전체의 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며, 조선과 체결한 동맹조약 제4조에 규정된 대로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2) 비핵국가가 핵보유국의 참여 또는 지원을 받아 로씨야 또는 로씨야 동맹국을 공격하는 경우, 로씨야는 그것을 합동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다.

 

해설 – 비핵국가인 한국이 핵보유국인 미 제국과 함께 또는 미 제국의 지원을 받아 로씨야의 동맹국인 조선을 공격하는 경우, 로씨야는 그 공격을 미 제국과 한국의 합동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며, 조선과 체결한 동맹조약 제4조에 규정된 대로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3) 적국이 핵무기 또는 다른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거나 재래식 무기를 사용해 로씨야 또는 벨로루씨를 공격함으로써 국가의 주권 및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 로씨야는 핵무기를 사용할 권리를 갖는다.

 

해설 – 미 제국을 수괴로 하는 나토 제국주의 진영이 핵무기 또는 다른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거나 재래식 무기를 사용해 로씨야 또는 벨로루씨를 공격함으로써 국가의 주권 및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 로씨야는 핵공격으로 침공군을 격퇴한다는 것이다. 2024년 11월 19일과 20일 우크라이나군이 2종의 재래식 무기(에이태큼스 지대지 탄도미사일과 스톰 섀도우 공대지 순항미사일)를 사용해 로씨야 영토를 이틀 동안 공격한 것은 로씨야가 전술핵무기를 사용해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으로 된다.

 

뿌찐 대통령은 핵교리 개정안을 승인한 직후 아레오쉬닉 미사일을 발사해 우크라이나를 징벌하라는 명령을 로씨야군에 하달했다. 공격명령을 받은 로씨야군은 11월 21일 오전 5시부터 7시까지 아레오쉬닉 미사일을 비롯한 고성능 미사일들을 발사하는 배합타격, 기습타격, 정밀타격으로 우크라이나를 징벌했다.

 

로씨야가 이번에 개정한 핵교리에 의하면, 2024년 11월 19일과 20일 우크라이나군이 재래식 무기를 사용해 로씨야 영토를 공격한 것은 로씨야군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결정적 시기가 다가왔음을 보여주는 중대한 사건이다. 로씨야군은 이번에 아레오쉬닉 미사일에 중금속 탄두를 탑재해 발사했지만, 그들은 앞으로 전술핵탄두를 탑재해 제국주의 진영을 징벌할 결정적 시기를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급변한 상황을 미 제국에서 쓰이는 용어로 표현하면, 세계는 바야흐로 ‘제3핵시대(third nuclear age)’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다. 제1핵시대는 소련과 미 제국이 전략핵무기를 가지고 맞섰던 핵무력 대치기였고, 제2핵시대는 냉전이 종식된 이후 반제 핵강국들인 조선, 중국, 로씨야가 핵무력을 급속히 증강해 제국주의 진영의 전쟁도발책동을 억제해온 핵도발 억제기였다. 그리고 오늘의 제3핵시대는 반제 핵강국들인 조선, 중국, 로씨야가 무력 침공에 광분하는 미 제국을 수괴로 하는 제국주의 진영을 징벌하기 위해 전술핵무기를 실전에서 사용하게 될 핵무력 징벌기다.

 

로씨야군이 아레오쉬닉 미사일을 발사해 우크라이나를 징벌한 2024년 11월 21일 평양에서는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식이 성대히 진행되었다. 미 제국을 수괴로 하는 제국주의 진영을 징벌할 실전에서 사용될 각종 전술핵무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은 총비서는 무장장비전시회 개막식 연설에서 “우리는 적수들의 무력 사용 의지를 철저히 꺾어버릴 것”이라고 확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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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대령, 군검찰도 자신 없어 징역 3년 구형... 외압 없으면 무죄"

21일 오후 서울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전 해병대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 대한 군 형법상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 결심공판에서 군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결심공판을 마친 뒤 군사법원앞에서 변호인단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권우성

지난 21일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와 관련해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군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에 대부분의 언론은 법정 최고형을 구형했다고 보도했다.

군검찰의 징역 3년 구형에 대해 박정훈 대령 변호인단은 어떻게 보는지 들어 보고자 지난 23일 박정훈 대령 변호인단으로 활동하는 법무법인 일로의 정구승 변호사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군검찰, 유무죄에서 자신이 없다 보니 3년 구형한 듯"

- 21일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와 관련해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군검찰이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했는데 어떻게 보세요?

"항명과 명예훼손 혐의가 각각 3년 이하 5년 이하의 징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근데 두 사건을 한꺼번에 재판 받았기 때문에 실체적 경합에 해당하여 원래 (징역) 상한은 7년 6개월입니다. 언론에서는 항명죄의 상한이 3년이기 때문에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사실 김규현 변호사나 저 같은 경우 특수부 사건 같은 걸 많이 봐왔잖아요. 그래서 김규현 변호사는 한 5년, 저는 7년 정도로 강하게 구형할 줄 알았는데 상한이 7년 6개월인 사건에서 3년을 구형했다고 하면 자신감 있게 질렀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오히려 유무죄에서 자신이 없다 보니 3년을 구형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우면 무죄를 해야 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무죄를 해야 하는 건데 검찰 입장에서 혐의가 인정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론 저희는 이미 객관적 증거가 충분히 확보되었기 때문에 공소 취소하는 게 맞지 않나 해요. 그리고 검찰은 저희에게 유리한 증거를 낼 의무가 있거든요. 하지만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입증을 안 하거나 숨기려는 태도가 오히려 공소권 남용에 해당해 이 재판 자체가 무효고, 공소 기각을 해야 한다는 입장도 가지고 있습니다."

- 군검찰은 "피고인은 현재까지 범행 일체를 부인하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는 군 지휘 체계와 군 전체 기강에 큰 악영향을 끼쳐 엄벌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던데.

"군 기강을 저해한 건 외압을 넣은 사람들이고, 그 외압에 저항해 오히려 군 기강을 바로 세웠다고 생각합니다. 윗선의 눈치를 보내고 사실관계 왜곡하거나 진술 번복한 사람들이 진정한 군 기강 해치는 사람이고 있었던 일들에 대해 진실되게 행하고 발언한 박정훈 대령은 오히려 기강을 높이 세운 겁니다. 그 부하들 역시 군 기강의 정수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 검찰은 박정훈 대령이 명령에 불복종했기 때문에 엄벌해야 한다는 것 같은데요.

"저희 변호인단이 주장하는 건 명령의 발권자가 김계환 사령관이어야 하는데 김계환 사령관의 경우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명령을 내린 바가 없다는 겁니다. 만약 김계환 사령관의 주장처럼 세 차례 명령 내렸다고 한다면 그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부하를 보직 해임하거나 배제시킨 다음 그 명령 이행하면 됐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거든요.

박정훈 대령이 처음부터 얘기했던 것처럼, 김계환 사령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결정을 못 내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보고요. 이첩 중단 명령의 경우에는 박정훈 대령이 이를 수용하여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거는 식으로 했기 때문에 그 명령에 저항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명령이 존재하지도 않았고, 존재하는 명령에 대해서는 수명했기 때문에 항명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명령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법령과 판례에 따르면 적법한 명령이어야 합니다. 적법한 명령이라 하면 불법적인 명령이 아니어야 되는 건데 이 사건 같은 경우 명령의 목적이 특정 인원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불법적인 요구죠. 100번 양보해서 명령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불법적인 명령이라 항명죄의 대상이 되는 명령이 될 수 없습니다."

- 공수처에서 외압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잖아요. 거기서 외압이 있었다고 결론 나면 이 재판에서 설령 박정훈 대령이 유죄를 받더라도 의미 없는 거 아닌가요?

"만약 공수처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먼저 밝혀졌다면, 이 사건은 더 쉽게 진행됐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수처가 가진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계속 공수처에 사실조회 신청 등을 했는데요.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그것들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재판을 100%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재판 증거를 통해서만으로도 외압이 있었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박진희 군사보좌관이 보낸 텔레그램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 주십시오'라는 박진희 군사보좌관의 텔레그램 자체가 외압을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정구승 변호사 ⓒ 정구승 변호사 제공

- 법원에 들어가기 전 박정훈 대령이 "지난 1년 반을 지나오면서 채 상병 진실은 다 드러났다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일까요?

"만 단위가 넘어가는 기록 페이지가 생성되었고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 통해 나온 증언만 해도 수천 페이지가 될 겁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할 얘기는 다 했고요. 위증하실 분들은 위증했고 진실을 밝힌 분들은 진실을 밝혀서 이미 판단을 내리기에는 충분한 자료가 수집되었다는 의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채 상병이 왜 사망에 이르렀는지는 아직 모르지 않나요?

"그에 대한 증거는 생각보다 꽤 많이 쌓여 있는 편입니다. 박정훈 대령이 1차 수사했던 내용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구체적으로 진술을 광범위하게 받아 놓은 것들이 많아요. 통화 내용 내역 같은 것만 확인한다고 해도 사실 임성근 사단장의 무리한 지휘와 강압으로 인해서 이 문제가 생겼다는 건 어렵지 않게 확인 가능합니다."

- 지난해 12월 7일부터 지난 10월 29일 공판까지 9차례 공판이 있었는데 어땠어요?

"이번까지 총 10회의 공판이 있었고 너무 많은 분이 진술과 증언을 하시러 오셨어요. 일부 사람들이 너무 뻔뻔하게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자신이 다치지 않기 위해 상황을 축소하거나, 기억하지 못 한다고 하는 모습들을 보여 슬펐습니다. 다들 훌륭한 커리어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의 군 엘리트인 분들인데, 그런 분들이 다른 목적이나 자신의 보신 위해서 비겁한 모습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안타까웠고요.

이미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진실 밝히는 박세진 중령이나 박영길 수사관 같은 분들의 모습 보면서는 '이게 바로 군 기강과 해병대 정신이구나' 싶을 정도로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증인과 피고인 진술까지 있었느니, 이제 충분히 사실관계에 대해 판단할 만큼 (진상이) 밝혀졌다고 생각합니다. 군사법원이 용기 있게 소신대로 판결해 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어려운 점이나 힘든 점이 있었을까요?

"두 가지가 있었어요. 제가 5차 공판 끝나고 합류했던 걸로 기억 하는데 일단 기록이 너무 방대했습니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았고 군 검사가 해야 될 수사와 조사를 저희가 법원을 통해 진행했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해 사실조회나 문서송부 촉탁을 통해서 각 기관에 정보를 받고 그걸 정리하는 과정이 정말 녹록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이 그래도 어느 정도 협조해 줬지만 100% 동의해 주시지 않았고, 공수처 같은 기관들은 계속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에 어느 정도까지 다가갔지만 완벽하지 못 했던 점은 아쉽습니다. 그리고 이게 공익 소송이다 보니까 여러 회사 소속 변호사 분들이 오셨는데, 그런 부분들을 조율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 지금 공수처에서 외압 사건에 대해 수사하지만, 아직 결론이 안 났잖아요.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외압의 경우 공수처에서 수사하고 있는데 저는 공수처가 생각보다 많은 증거를 이미 확보했다고 생각합니다. 수사 의지는 있는데 수사를 관철시킬 권한이 없다고 생각하고 이건 아무래도 윗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윗선이 바뀌어야 되는데 그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현실적으로 외압을 사건 파헤치기 위해서는 특검 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외압의 실체 밝히는 건 어렵지 않아, 특검 빨리 해야"

- 지금 특검과 관련해 아무 움직임이 없는 것 같거든요.

"맞습니다. 지금, 이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제2의 박정훈, 제3의 박정훈이 나타나 공익 제보가 이루어지고 있지요. 국민들이 저희 특검이나 다른 특검을 지지해 주신다면 실체적 진실 향해 출발하는 기차가 끓는 점을 넘어서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하자고 하는데.

"저는 법률가의 입장에서 이미 판단을 위한 자료가 충분히 나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명죄와 관련해서 국정조사는 큰 실익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봅니다. 하지만 결국 이 사건의 본질이자 핵심은 외압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특검으로 가야 하고, 특검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환기시켜야 합니다. 국정조사 통해 그런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채상병 특검에 대해 제3자 추천안을 제시했었죠. 제3자 추천안은 어떻게 보세요?

"저희는 변협 추천만 아니면 제3자 추천이든 대법원장 추천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분들이 나서주실 거로 생각하고 중립적인 분들이라도 특검에 들어가셔서 할 수만 있다면 누가 추천을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사실 저는 압수수색과 조사만 조금만 더 이루어진다면 그 외압의 실체를 밝히는 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뭐든 좋으니까 특검을 빨리 출발시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군인권센터가 무죄 탄원 서명을 하는데, 하루 만에 3만 명을 넘겼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감동적인 일입니다. 링크를 찾고, 그 링크에 자기 개인 정보를 입력하고, 글을 써야 되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한 일인데 거기에 하루 만에 3만 명이 동참해 주셨다는 건 눈물이 차오를 정도로 감동스러운 일이고요. 저도 현장에서 항상 함께 있었기 때문에 그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다면 군사법원에서도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박정훈 대령은 이번 구형을 보고 뭐라고 했나요?

"현역 군인이시기 때문에 이런 것에 대해서 의견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서, 그냥 미소만 지으셨습니다."

- 박정훈 대령의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현재 아무 보직도 못 맡고 있는 걸로 아는데요.

"맞습니다. 보직 해임된 지가 이제 1년이 넘어가고, 사실상 연금 당한 것처럼 군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1년간 보직 해임 됐으면 사실 자동 전역시켜야 되는데 그것도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보직 해임을 취소하고 직무를 주자니 그건 윗선에서 껄끄럽죠. 공중에 떠 계신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왜 부하 군인들이 증언대에 설 때마다 '대령님께서 버텨주시기 바랍니다'라면서 흐느끼는지,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쉽지 않은 상황에 계시지만 의연하게 잘 버티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 내년 1월 9일 선고가 예정되어 있잖아요. 어떻게 전망하세요?

"법리적 판단을 했다면 무죄입니다. 제가 이번에 변론 요지서를 쓰기 위해서 기록을 다시 한번 읽어봤는데 어떻게 해도 유죄를 쓰기 쉽지 않습니다. 법조인이라면 무죄를 선고해야 되는 상황이고 다른 외압이 없다면 재판장님께서도 무죄를 선고하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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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승#박정훈대령#채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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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북한군 사상자 발생 구체적 첩보…면밀히 확인 중”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11/25 09:24
  • 수정일
    2024/11/25 09:2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서영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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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5개 공항 중 11개가 적자, 그런데도 가덕도신공항 짓는다? 대체 왜?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⑭ 건설하면 안 되는 33가지 이유 下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은 경제성 문제, 환경파괴문제를 넘어 우리들의 삶의 한 부분이 자연문화 역사자원을 파괴하고 나아가 우리의 생존 자체를, 우리의 미래를 파괴하는 '잘못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도 있다. 이번에는 가덕도신공항을 건설하면 안 되는 33가지 이유 가운데 마지막으로 자연문화역사자원 파괴, 부산의 발전가능성,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를 다뤄보고자 한다.

 

21. 세계 최고의 자연경관을 훼손한다

 

▲ 아미산에서 바라보는 낙동강하구와 가덕도 풍경. ⓒ박중록

부산시의 시정 구호는 그야말로 글로벌하다. 글로벌 허브 도시, 글로벌 관광 허브도시, 모두 부산시의 시정 목표를 담은 말들이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허울 좋은 말만 나열했을 뿐이다. 실제로는 거꾸로 간다. 겉으로는 글로벌 관광도시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관광객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글로벌급 자연자산을 모조리 없애고 있다. 가덕도신공항건설과 낙동강을 횡단하는 대저대교·엄궁대교 건설이 모두 그런 사업이다.

 

다대포 아미산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낙동강하구와 가덕도 아름다운 절경은,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의 감탄을 절로 자아낸다. 연대봉에서 만나는 가덕신공항 건설예정지인 국수봉과 동쪽으로 펼쳐지는 낙동강하구 전경, 남쪽의 태평양으로 가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서쪽으로 한려수도의 섬들이 이어지는 모습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세계자연유산은 세계인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탁월하고 보편적인 가치를 가진 자연에만 그 명칭이 부여된다. 낙동강하구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한국 갯벌을 대표하는 곳이다. 2008년 창원에서 열린 람사르총회 때 우리는 총회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낙동강하구 투어를 만들었다. 세계두루미보호회 회장인 아치볼드 박사를 포함해 세계적인 조류, 습지 전문가들이 낙동강하구를 찾았다. 그리고 한결같이 원더풀을 외쳤다. 그러나 공무원과 정치인들은 이런 놀라운 가치에 흥미가 없다. 수천억, 수십조원 토목사업에만 목을 매단다. 이런 사람들이 우리와 우리 삶의 기본 토대인 자연의 운명을 틀어쥐고 제 맘대로 흔들고 있다.

 

22. 한려수도를 훼손한다

 

가덕도와 거제도는 거가대교로 이어진 이웃 섬이다. 거제도 서쪽으로도 또 섬들이 연이어 이어진다. 가덕도는 한려수도가 시작되는 섬이다. 가덕도를 훼손하는 것은 곧, 한려수도의 동쪽 첫 섬을 훼손하는 것이다.

 

▲ 낙동강하구에서 바라본 신공항 예정지, 가덕도 국수봉. 이 산을 모두 폭파해 그 흙과 돌로 낙동강하구 쪽 바다를 메워 공항을 만들려 한다. 국수봉 뒤로 보이는 섬이 거제도다. ⓒ박중록

 

23. 한국 고유의 어로 문화가 사라진다

 

가덕도 주변 바다는 유명한 숭어 어장이다. 조선시대 가덕도에서 잡힌 숭어 알은 궁궐로 보내지던 귀한 진상품이었고, 지금도 매년 4월 가덕도 대항마을에서는 숭어축제가 열린다. 여섯 척의 배가 동원돼, 높은 곳에서 망보는 어로장의 구령에 따라 그물을 들어 올려 숭어를 그물에 가두어 잡는 ‘육수장망’ 어로법은 170년이 더 된, 전 세계에서 오직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우리 고유의 어로 문화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이 소중한 우리 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24. 한국 최고의 대구어장을 훼손한다

 

1300리 한반도의 남쪽 땅을 흘러 낙동강 물이 태평양 바다와 만나는 낙동강하구와 가덕도 일원은 예로부터 천혜의 어장이었다.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 수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던 신이 내린 축복의 땅이었다. 비록 과거의 명성은 퇴색되었으나, 가덕도 주변은 한반도 최고의 대구어장이다. 지금도 여전히 수 많은 사람들이 이 바다에 의지해 살아간다.

 

25. 부산의 수평선이 모두 사라진다

 

부산은 산, 바다, 강이 어우러진 축복받은 곳이다. 바다는 부산을 대표하는 자연이며, 그 중에서도 해운대와 광안리는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광안대교가 부산을 대표하는 명물로 꼽히나, 초등학교 때부터 이곳서 살아 온 필자에게는 더 없는 흉물이다. 수평선을 가로막은 다리가 얼마나 갑갑한지 모른다. 탁 트인 수평선을 도심에서 만난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러나 해운대도, 송정과 달맞이 고개에서 만나는 끝없는 수평선도 이제는 모두 사라져야 한다. 가덕도가 외진 곳에 있어 도심에서의 접근성이 떨어지니, 부산의 대표 관광지로 공을 들이고 있는 기장 오시리아에서 가덕도까지를 잇는 제2해안순환도로 건설 계획이 부산시 도로관리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부산의 모든 수평선도 사라져야만 한다.

 

▲ 제2해안순환도로 건설계획. ⓒ부산광역시

 

26. 세계에서 가장 보존상태가 양호한 러일전쟁 유적을 파괴한다

 

가덕도 국수봉과 그 주변 일대는 러일전쟁 유적지가 온전한 모습으로 곳곳에 남아 있다. 대한해협을 통해 이동할 러시아 발틱함대를 겨냥해 만든 포진지와 탄약고. 은폐된 포진지와 산 능선의 관측소를 잇는, 국수봉 능선을 따라 지그재그로 난 말길. 이를 만드는데 동원되었던 식민지 시대 선조들의 고달팠던 삶의 흔적들이 생생히 남아 있는 곳이다.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의 글에 자세한 내용이 실려 있다.

 

27. 일제 침략의 유적, 역사교육 유적지를 상실한다

 

일제 침략의 흔적은 포진지와 관측소, 말길 만이 아니다. 포진지에는 조선을 침략해 강점한 일제의 ‘사령부 발상지지’라는 비석, 일본군들이 사용하던 막사와 변소 터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포진지 옆 외양포 마을에는 사령관실, 헌병대 막사, 무기창고, 장교 사택, 사병 내무반 건물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당시의 감옥과 목욕탕, 우물까지. 마을 전체가 당시 주둔했던 일본군 병영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역시 공항이 건설되면 사라지게 되는 대항과 건너편 새바지에는 일제가 미군 상륙에 대비해 만들었다는 동굴이 생생하게 남아있고, 대항동굴과 포진지에서는 문화해설사들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부산시가 운영하는 부산역사문화대전에는 “외양포는 일본 침략의 상징으로서 개발보다는 보존해야 하는 곳이다. 일제 침략을 후세에게 교육시킬 만한 유적이 그다지 많지 않은 오늘날, 이곳은 교육의 현장으로서 매우 중요한 유적이다”라고 적고 있다.

 

28. 오래된 미래, 우리가 잃어버린 옛 고향의 모습을 그대로 지닌 외양포 마을을 파괴한다

 

가덕도 남쪽에 자리한 외양포 마을을 걷는 길은 잃어버린 시간 여행을 하는 길이다. 이 마을은 일본군 사령부가 주둔했던 곳이다. 일제 강점기에 사용하던 군 막사를 해방 뒤 우리 해군이 관리하면서, 다시 돌아온 주민들에게는 사용권만 부여했다. 소유권이 없어 간단한 집 수리 정도만 하며 주민들이 살아왔기에, 마을은 동네 모두가 옛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남쪽 바다를 빼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여 햇볕이 넉넉하고 포근하다. 단층으로 지어진 막사형 옛 나무집들이 모두 텃밭을 가꾸기 알맞은 마당을 지니고 있고.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정도의 좁은 마을 길 옆에는 우물이 있고, 지금도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작은 개울과 텃밭, 풀과 나무가 어우러진 마을 풍경은 어릴 적 옛 마을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나라 어디에 이런 풍경, 이런 역사를 지닌 곳이 또 있단 말인가?

 

▲ 외양포 마을과 서편으로 펼쳐진 한려수도의 섬들. ⓒ박중록

 

29. 국가산림자산과 가덕도의 수려한 자연 해안선이 사라진다

 

숲이 잘 보전된 국수봉 일원의 외양포 포대와 말길은, 산림청이 지정한 국가산림자산이다. 말길 입구의 안내판에는 ‘1904년 개설한 산길과 배수로의 돌쌓기가 거의 원형으로 보전되어 있어 당시 석축 기술과 산길 개설 방법에 대한 보전·연구 가치가 매우 크며, 강제 동원된 우리 민족의 희생이 서려 있는 역사체험 투어길로서 국가산림자산으로 보전가치가 높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가덕도 해안은 대부분 바위 해안이고, 곳곳에 해식애가 발달해 있다. 특히, 동남쪽으로 해식애가 잘 발달했는데, 작은 배도 가까이 대기 어려운 수십m 높이를 가지고 있고, 그 풍광도 매우 수려하다. 부산역사대전의 부산향토문화백과에는 “남산을 돌아가면 있는 가덕도 최남단의 가덕등대 앞에는 히녀라는 돌샘이 있으며, 대항 서쪽 2㎞ 지점에 모양이 코같이 생긴 코바위섬과 남서쪽 4㎞ 지점에 농처럼 생긴 농바위섬이 있다”고 이곳의 해안선을 설명하고 있다.

 

30. 부산진해신항의 발전가능성을 위협한다

 

현재 가덕수도를 이용하는 2.4만TEU급 컨테이너선의 높이(78.5m)는 가덕도신공항의 위치와 높이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부산진해신항으로 출입하는 배들 위로 비행기가 앉고 뜰 수 있어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자료에는 ‘진해신항에 3만TEU급 접안시설 확충 계획이 확정되어 장래에는 현재보다 큰 선박이 운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고 있다. 대형화 추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산항대교가 대형 크루즈선의 출입을 방해하듯,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부산진해신항 발전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 가덕수도를 지나는 컨테이너선 ⓒ박중록

 

31. 부산을 세계적인 관광 허브도시로 만들 기반을 파괴한다

 

부산시 시정 목표의 하나인 세계적인 관광 허브도시를 가능하게 하려면, 세계적인 관광자원을 보유해야만 한다. 해운대, 광안대교, 태종대는 국내를 대표하는 자연유산, 경관으로는 손색이 없으나 국제급에는 못 미친다. 그러나 가덕도 연대봉과 낙동강하구 아미산에서 만나는 자연경관, 가덕도의 역사·문화유산은 오직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세계급 자산이다. 낙동강하구야 이미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한국 갯벌을 대표하는 곳이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곳이다. 그러나 가덕도는 그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맹금류의 이동을 조사하기 위해 가덕도 제1봉, 연대봉 꼭대기에서 며칠 오전을 보냈다. 아침 이른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올라왔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면서도 하나 같이 눈 앞에 펼쳐진 놀라운 풍경을 보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자연 풍경을 만나며 열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그런 대단한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풍경만이 아니다. 가덕도는 세계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소중한 자연·역사·문화 유산이 섬 전체에 널려있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⑪ “2030년이면 1500만 찾는 네팔, 왜 ‘제2공항’을 포기했을까”를 집필한 류종성 안양대 해양바이오공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가덕도는 또한 고래관광의 최적지다. 무려 76회에 이르는 토종돌고래, 상괭이 조사를 진행했는데, 그중 66회 상괭이가 관찰되어 발견 확률이 무려 86.8%에 이른다. 숫자 또한 1회 평균 21마리, 8월엔 조사당 평균 96마리가 관찰되었다 한다.

세계인의 발길을 부산으로 이끌어, 부산을 먹여 살리고도 남을 소중한 자산이, 터무니없는 공항건설로 사라져서야 되겠는가?

 

32. 국방을 위태롭게 한다

 

가덕도는 국토의 최남단에 위치해, 예로부터 일본의 침략이 잦았던 곳이다. 태백산맥의 조정래 작가는 그간 우리는 931번의 외침을 받았고 그중 25%가 일본의 침략이었다 한다.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게 국제관계다. 가덕도신공항으로 사라질 외양포 마을은 조선을 점령했던 일본군 사령부가 주둔했던 곳이다. 진해만과 대한해협 사이의 지리적 이점을 살려 대륙침략의 전초기지로 삼았고, 대한해협 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지리점 이점을 살려 포진지를 구축했던 곳이다. 이런 요새 중의 요새를 폭파해 공항으로 만들는 일은, 일본이 다시 우리를 침략한다면, 대한해협을 건너오는 적군을 가장 가까이서 막는 군사적 요충지를 우리 스스로 없애는, 토착 왜구들이나 반길 일이다.

 

33. 전쟁 위기를 부추긴다

 

전국 15개 공항 중 11개가 적자 운영 중이다. 이런 판에 정부는 무려 10개의 새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2공항과 새만금신공항은 미국의 세계 지배 전략에 따른 무리한 군사공항 건설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어떤 합리적 까닭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건설 시점까지 못박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지금의 작태는, 가덕도 역시 군사공항의 하나라는 주장을 오히려 수긍하게 만든다. 그래선 결코 안된다. 만에 하나 전쟁 위기를 부추기는 공항 건설계획이라면, 더더욱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은 국민을 우롱하고 국민 등골을 빼먹는 사업이다. 공항을 건설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도대체 보이질 않는다. 건설의 첫째 이유로 꼽았던 2030엑스포도 무산되어 서두를 이유가 없건만 2029년 개항 시기를 정해놓고 막무가내로 밀어 부친다. 심각한 문제인 안전 문제가 있고, 30조원 이상의 상상할 수 없을 규모의 혈세 낭비가 훤히 들여다 보이고, 대규모 자연파괴로 기후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사업이다. 그뿐 아니다. 부산을 명실상부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만들어 온 부산시민을 먹여 살릴 수도 있는 세계적 자연경관과 역사·문화유산을 파괴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1조원 가량의 가덕도공항 건설 예산을 편성하였고, 부산시는 공항 건설을 촉진하는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제정 등의 여론몰이를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대형 건설회사와 이와 결탁한 나쁜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배만 불리고, 건설과 운영비 부담의 짐에 더해, 자연 파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이런 사업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전국적인 난개발 반대운동을 제안한다. 글로벌 난개발도시 조성 특별법 폐기와 난개발 예산 삭감운동을 펼쳐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낙동강하구와 가덕도를 방문하시길 권한다. 하루도 좋고, 이틀이면 더 좋다. 상괭이가 웃으며 여러분을 반길 것이다. (언제든 편히 습지와새들의친구로 연락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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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 추도식 파국 “굴욕 외교 결과” “참을 수 없는 무능”

[아침신문 솎아보기] 추도사 공개 않는데 날짜 못 박은 정부…“예고된 실패” 입 모아

오세훈까지 번진 명태균 의혹 “이래도 특검 안하나” “사라진 청년 일자리, 통계 작성 이래 최저”

기자명김예리 기자

  • 입력 2024.11.25 07:38

  • 수정 2024.11.25 07:41

▲25일 조선일보

정부가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했다. 이 추도식은 지난 7월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때 일본이 한국 동의를 얻기 위해 약속한 후속 조처다. 그러나 일본이 정부 대표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인물을 보내며 한국 유족이 불참했고, 정부가 하루 전날 불참을 결정했다.

25일 대다수 신문은 1면 보도를 통해 한국 정부가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에 성급히 동의해주면서 이번 외교 실패가 예고됐다고 했다. 일본이 2015년 군함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할 때도 희생자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론 현장이 아닌 도쿄에 세우고 강제성도 부인하며 약속을 어긴 바 있다. 이 같은 전례에도 정부가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지적이다.

▲25일 경향신문

외교부는 추도식 하루 전인 23일 “사도광산 추도식을 둘러싼 양국 외교당국 간 이견 조정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치 않다”며 “제반 사정을 고려해, 추도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반 사정’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일본 정부 대표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전력과 추도사 내용 등이 불참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은 참의원으로 당선된 뒤 2022년 8월15일 일본 패전일을 맞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고 교도통신 등이 보도한 바 있다. 그는 강제동원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 “한국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추도사에도 강제성 표현은 없었다. 이날 신문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은 추도사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이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힘든 노동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쟁 중에 노동자에 관한 정책” “전쟁이라는 특수한 사회 상황”을 언급했다. 강제동원이 합법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대목으로 풀이된다. 강제성을 나타내는 직간접적인 단어는 들어가지 않았다.

▲25일 한겨레

행사의 주최는 일본 정부가 아닌 시민단체가 맡았다. 추도식 날짜는 개최 나흘 전인 지난 20일에야 확정됐다. 일본 정부는 추도식에 한국 유가족을 ‘초청’하면서도 비용은 모두 한국 측이 부담하게 했다. 추도식 명칭도 누굴 추모하는지 알 수 없는 ‘사도광산 추도식’으로 정했다. 광산 인근 전시물에서도 ‘강제노역’이란 표현을 뺐다. 일본 측은 추도사 내용을 전날까지 한국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일본 정부 참석자와 추도사 내용을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도식 날짜를 못 박아 발표했다.

중앙일보 “이쿠이나 정무관, 질문 안받고 뒷문 퇴장”

이쿠이나 정무관은 이날 뒷문으로 입장해 행사 뒤 기자 질문을 받지 않고 뒷문으로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추도식 후 질의응답에서 실행위원회 측은 ‘광산 노동자들에 대한 감사 발언’이 부적절하지 않냐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여기는 일본”이라며 “모든 노동자가 있었기에 세계유산 등록이 됐는데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 대표와 유족 불참엔 “유감”이라고 했다.

▲25일 중앙일보

경향신문은 “이번 추도식 사태는 근본적으로 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은 표면적으로 일본 정부의 ‘도발’ 탓으로 보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 7월 강제동원 역사가 사실상 삭제된 상태로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해준 한국 정부에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사도광산 추도식은 지난 7월 말 한국 정부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반대하지 않은 대신 일본 정부가 약속한 조치 중 하나였다. 경향신문은 “정부가 등재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때에 추도식 일본 정부 참석자 지위, 추도사 핵심 내용 등을 미리 합의했어야 했다는 얘기”라며 “세계유산위원회(WHC)는 21개 회원국 전체의 합의로 등재를 결정하기 때문에 한국이 반대할 경우 일본 정부 부담이 커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월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런 비판을 두고 “(그만큼) 생각이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일본이 강제노역으로 고통받은 한국인을 추모하는 행사에 일제 침략을 미화하는 인사를 보낸 건 유족에겐 모욕에 가깝다”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선 우리 측 동의가 필요한 만큼 일단 간사한 말로 속인 뒤, 목적을 이루자 본색을 드러낸 셈”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더 참을 수 없는 건 우리 정부의 무능”이라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또다시 뒤통수를 맞은 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외교부가 처음엔 일본 측 대표의 야스쿠니 참배 사실도 파악 못한 채 차관급으로 격이 올라갔다고 자화자찬한 건 참담할 정도”라고 했다.

▲25일 한국일보

조선일보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된 한국의 대일 외교가 또다시 일본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처럼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로 갈등이 표면화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대다수 신문이 사태의 근본 원인을 한국 정부 책임이라고 지적한 것과 다르다. 조선일보는 3면에선 야스쿠니 참배 인사인 이쿠이나 외무성 정무관이 ‘아이돌 출신’이며 ‘세미누드집’을 낸 전력이 있다고 강조하는 기사를 배치하기도 했다.

▲25일 조선일보

여권 번진 명태균 의혹, 경향 “이래도 특검 안하나”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여권 인사들 간의 부적절한 커넥션 의혹이 여권 정치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번엔 오세훈 서울시장 지인 김모씨가 2021년 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 측에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한 의혹이 불거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는 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 측에 비공표 여론조사 비용으로 거액을 건넨 사실을 인정하면서 오 시장 캠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25일 경향신문

이날 명씨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씨 측에 따르면 미래한국연구소는 2021년 4월 보궐선거 전인 2020년 12월22일부터 2021년 3월21일 사이 서울시장 선거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실시했다. 강씨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씨는 보궐선거 전인 2021년 2월 1일부터 3월 26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3300만원을 연구소 실무자였던 강씨에게 송금했다.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에는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문구 등을 두고 신경전이 이어졌다.

김씨는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명씨 측에 비공표 여론조사 비용을 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당시 오 후보 선거캠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캠프에서는 ‘그 결과를 쓸 수 없다고 차단했다”며 “우리(캠프)에는 여론조사 결과가 오지 않았다”고 했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동아일보가 이를 지면 보도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된 2021년 전당대회,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경선 등에서도 명씨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위해 불법 여론조사를 하고 공천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한 ‘명태균 게이트’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 의혹이 불거지면서 연루된 여권 인사들도 불어나고 있다”며 “이런데도 정부·여당은 ‘김건희·명태균 특검’을 거부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것과 견주어 검찰의 김 여사 처분이나 여당의 특검 거부가 공정하지 않다고 본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특검 수용을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사라진 청년 일자리, 통계작성 이래 최저

올해 2분기 10·20대 청년층 신규 채용 일자리가 역대 최저치로 줄어들었다. 신문들이 이를 주요 지면에 배치했다.

▲25일 국민일보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중 20대 이하의 신규 채용 일자리는 145만4000개로 전년보다 13만6000개(8.6%) 감소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8년 이래 가장 적다.

20대 이하 전체 임금 근로 일자리도 줄었다. 20대 이하 임금 근로 일자리는 305만9000개로 1년 전(319만2000개)보다 13만3000개 줄었다. 역시 통계 작성 이래 최소치다.

한겨레는 “청년층의 신규채용 일자리 감소세는 인구 변화를 고려해도 급격한 기울기”라며 청년층 인구 감소율은 2.9%였고 경제활동인구는 3.1% 줄었는데 임금근로 신규채용 일자리 감소율은 2배 이상 높은 8.6%였다고 했다.

▲25일 경향신문

한국일보는 “정부가 앞장서 청년 채용을 권장하는 공공기관 정규직에서조차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며 올해 3분기까지 339개 공공기관이 채용한 일반정규직 가운데 청년은 1만 703만명으로 80.2% 수준이며, 이 비율은 2022년부터 하락세라고 했다.

60대 이상 신규채용 일자리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이 역시 ‘질 낮은 일자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동아일보는 “60대 이상 고령층의 신규 채용 일자리는 122만9000개로 1년 전(116만7000개)보다 6만2000개(5.3%) 증가해 역대 최대”라며 “월급이 수십만 원에 그쳐 ‘질 낮은 일자리’로 여겨지는 정부의 노인 일자리 공급 규모가 올해 103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5만 명 증가한 영향이 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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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불시단속에 소파 뒤 ‘은닉 마약’ 적발…2개월간 마약사범 184명 검거

이지혜기자
  • 수정 2024-11-24 10:51
  • 등록 2024-11-24 10:51
    • 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경찰이 클럽·유흥주점 등 유흥가 일대 마약류 특별단속을 벌여 2개월 동안 마약사범 184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24일 경찰청은 올해 9월부터 시작한 특별단속을 통해 마약사범 184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49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검거된 마약사범(94명)과 견주면 95.7% 늘었고, 구속 인원도 지난해(20명)보다 145% 늘었다. 이번 단속에서 클럽·유흥업소에서 주로 유통되는 케타민·엑스터시(MDMA) 압수량도 크게 증가했다. 특히 두 달 동안 압수된 케타민만 9592.8g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견주어 6배나 늘었다. 엑스터시 압수량도 944.2g으로 1년 전보다 2배 늘었다.

      경찰은 단속 기간에 마약전담 수사인력을 60% 이상 확충하는 등 대대적인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수차례 시행한 합동단속에는 마약 수사인력뿐 아니라 형사기동대, 기동순찰대, 풍속 수사, 지역 경찰 등도 동원됐고 담당 지자체와 소방 관계자도 함께 단속에 나섰다. 경찰은 핼러윈 데이가 있었던 지난 10월에는 서울·대구·부산 등 경찰청에서 불시 현장 단속을 해 화장실 쓰레기통까지 뒤지며 강도 높은 단속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영업 중인 유흥주점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소파 뒤 은닉된 마약류를 찾아내기도 했다. 합동단속에 참여한 경찰 관계자는 “업소 내에 마약류 범죄가 발생하면 업소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되다 보니 업주들도 업소 내 마약류 유통을 막기 위해 경고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별단속이 오는 12월31일까지로 예정된 가운데 경찰은 지금과 같은 고강도 단속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클럽 등 업소 내 마약류 범죄는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하여 시민들의 신고·제보가 결정적”이라며 “적극적인 신고·제보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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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판결'로 숨통 틘 윤석열 대통령, 우크라 무기 지원 이야기 그만해도 되지 않나요?

[기자의 눈] 긴장 격화되는 러-우에 트럼프 2기 정부 대비 등 고려하면 꺼내지 말아야 할 때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4.11.24. 05:01:45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하고 러시아는 핵 교리를 수정하는 등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이 격화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겠다는 윤석열 정부가 이제는 정말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할 때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미 외신들은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사거리 300km의 ATACMS 미사일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부로 공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19일 러시아 매체 <리아노브스티>통신과 <스푸트니크> 등은 푸틴 대통령이 핵 억제 분야의 국가 정책 원칙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며 "핵무기가 없는 국가가 핵무기가 있는 국가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 또는 그 동맹국에 대해 침략하면 이는 공동 공격으로 간주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및 서방의 무기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미국은 대인지뢰 공급을 허용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당 무기 사용은 2014년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한반도가 아닌 지역에서 금지된 바 있다. 그러다 2020년 트럼프 1기 정부 때 이 결정을 뒤집었고 이후 2022년 바이든 정부가 다시 무기 사용을 금지했는데, 이것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된 것이다.

이렇듯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바이든 정부 임기 종료를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사실상 러시아-미국 등 서방의 전쟁으로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출발점으로 간주되는 우크라이나 특사단의 방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21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날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씀드리지는 않겠지만 방문과 관련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측도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이후에 특사단 방문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정부가 우크라이나 특사단을 언제 만날지, 이에 따라 어떤 무기를 제공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북한군의 러시아 투입 이후 단계별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무기 지원을 언급한 바 있고 현재도 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미사일 사거리 확대 승인 조치가 러시아 쿠르스크에 진입한 북한군에 대한 대응으로 전해지면서, 한국이 북한군 투입을 이유로 무기를 지원하기는 그 명분이 다소 약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의 조기 종전을 언급하고 이를 대외 분야의 최우선 과제로 상정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18일 미 방송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정부의 조치가 "확전 사다리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군산복합체는 아버지(트럼프 당선인)가 평화를 만들고 생명을 구할 기회를 갖기 전에 제3차 세계대전으로 향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은 세계를 권위주의 국가와 자유주의 국가로 나누고 소위 '가치외교'를 펼쳐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와 동맹도 아니고, 동반자 관계도 아닌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겠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 북한군 파병을 10쪽 가까이되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고 대통령 주관 긴급 회의를 했던 10월 중순과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미국 대선이 끝났고 이에 따라 전쟁 양상이 사실상 러시아와 미국의 강대국 간 충돌로 번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나서게 되면 그 여파가 자칫 한반도에도 미칠 수 있다.

그러니 윤석열 대통령이 이제는 정말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볼 때다.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는 윤석열 정부가 전쟁과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싶을 수 있으나, 지금은 우선 한반도에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가져가는 것이 먼저다. 한반도가 안정돼야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한국의 역할도 본격적으로 펼쳐 나갈 수 있다.

윤 대통령에게는 이를 할 수 있는 국내적 여건도 마련됐다. 최대의 정적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으면서 떨어지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멈춰 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 않나.

그러니 이제 외부에서 위협을 찾아 지지율 회복을 노리기 보다는 트럼프 시대에 대비하는 데 집중해주길 바란다.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역할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서도, 곧 찾아올 트럼프 2기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는 더 이상 꺼내지 않는 편이 유리해 보인다.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호 기자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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