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유럽연합과 미국이 추진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이하 탄소국경세)에 대해 한국 기업의 부담 최소화를 추구해 왔다.
실제로 지난 1월 23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동아일보> 기사 "'계산법도 몰라요' EU 탄소배출 신고 1주 앞 기업들 혼란"에 대해 "정부는 탄소국경조정제도 관련 우리 기업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관련 지원을 적극 시행중"이라는 보도설명자료를 발표했다.
8월 2일 <오마이뉴스> 기사 "무능한 윤정부… 조만간 한국 기업 수백 개 사라질 위기(https://omn.kr/29mty)"에 대해서도 산업부는 설명자료에서 ▲ 탄소국경세 도입 초기부터 우리 기업의 요구사항을 적극 개진하여 ▲ 한국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고 자랑했다. 정부가 2021년 7월 유럽연합 탄소국경세 초안 발표 때부터 기업의 요구를 적극 개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초기부터 반영해 왔다는 우리 기업의 요구는 무엇일까?
기업 부담 최소화 추구하는 한국 정부
그것은 '공짜 탄소' 혜택이다. 2021년 7월 2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현 한국경제인협회)는 '유럽연합 탄소국경세 적용 면제국에 한국을 포함해 달라'는 내용으로 유럽연합 의회에 편지를 보냈다. 이유는 한국이 유럽연합과 유사한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경련은 1년 뒤인 2022년 9월 28일에도 유럽연합 의회에 다시 유사한 편지를 보냈다. 이렇게 해서라도 한국 기업들은 탄소국경세 면제를 통해 공짜 탄소 혜택을 얻고 싶었던 것이다.
한국 정부는 기업 요구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을까? 2023년 11월 15일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보도자료에서 기재부 차관이 유럽연합 게라시모스 토마스 조세총국장을 만나 "한국이 엄격한 탄소배출권 거래제 운영 국가인 만큼 한국 기업에 불필요한 부담을 가중시키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재부는 토마스 총국장이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의견을 고려하겠다고 대답한 것에 희망을 둔 듯했다.
그런데 정부가 희망을 갖고 있는 유럽연합의 긍정적 고려는 기대할 것이 없다. 전경련의 탄소국경세 면제 요구에 유럽연합은 답을 하지 않았고, 정부의 기업 부담 최소화 요청도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탄소국경세 부과 기준인 탄소배출권 제도는 공짜 탄소를 없애 온실가스를 줄이는 게 목표다. 아울러 투명성, 완전성, 신뢰성 등의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한국의 탄소배출권이 유럽연합과 호환되기 위해서는 이런 유럽연합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와 전경련이 주장하듯이 한국의 탄소배출권 제도가 엄격할까? 기업은 이 제도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을까? 유럽연합으로 돌아간 토마스 조세총국장은 한국에 대해 사실상 무엇을 고려해야 했을까?
무엇보다 느슨한 탄소배출권 운영이 문제다. 한국은 약 700개의 온실가스 다(多)배출 기업을 대상으로 배출권 제도를 운영하지만, 정부가 대상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 이상으로 탄소 배출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별다른 감축 노력을 안 해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심지어 허용 배출량을 다 채우지 못해 남는 배출권을 판매해 횡재수익까지 챙긴다는 점에서 허점투성이다.
기후환경단체 '플랜 1.5'의 보고서는 한국이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작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포스코 등 10개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들이 남는 탄소배출권을 팔아 약 4747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9월 3일 국회에서 개최된 배출권거래제 토론회에서 탄소배출권 컨설팅 기업 '에코아이'는 한국에서 이렇게 남아도는 탄소배출권 누적 잉여량이 2024년 9990만 톤이고, 내년에는 1억 3034만 톤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러다 보니 한국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공짜 탄소와 횡재수익으로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기가 힘들다.
투자 대상에서 배제되는 고탄소 기업 포스코
▲ '해외 투자기관들이 기후 대응과 노동권에 대한 우려로 철강업체 포스코를 떠난다'고 보도한 3월 26일 자 영국의 <리스판서블 인베스터> ⓒ 리스판서블 인베스터
정부와 기업들의 공짜 탄소에 대한 집착은 다소 참담한 결과를 만들고 있다. 그것은 고탄소 제조업체들에 대한 투자 자본들의 투자회수다. 지난 3월 26일 영국의 금융 매체인 <리스판서블 인베스터>는 해외 투자기관들이 기후 대응에 소홀한 포스코를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15개 유럽 소재 기관투자자들이 기후 대책 미비 등으로 포스코홀딩스와 자회사들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한 것이다. 2024년 포스코홀딩스에서 투자회수 결정을 한 네덜란드 자산 운영사 로베코는 포스코가 석탄을 단계적으로 폐기하는 계획을 세우지 못하자, 기후 기준 미달로 투자를 회수한다고 밝혔다. 이런 투자회수로 포스코홀딩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2022년 9월 54%에서 2023년 9월에 절반인 28%로 떨어진 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24일에는 2000년 이후 25년 동안 포스코와 전략적 제휴 계약을 맺었던 일본제철이 포스코홀딩스 주식 289만 4712주 전부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포스코홀딩스의 3.42% 지분을 갖고 있던 대주주 일본제철은 1주도 남기지 않고 전부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제철의 포스코 주식 매각이 미국과 인도 시장에 경영자원을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보도했다. 일본제철이 탈탄소, 탄소국경세, 투자회수, 미국 대선 결과 등으로 미래가 불확실해진 한국 시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투자회수는 투자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했음에도 해당 기업이 투자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만족시키지 못해 행사되는 최후의 수단이다.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공짜 탄소의 혜택을 포스코가 누리는 동안에 투자 자본들은 떠난 것이다. 이것은 유럽연합에서 시작해 미국과 영국, 일본 등으로 확산되는 탄소국경세의 공세에서 한국 제조업들이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력한 공짜 탄소 대신 대담한 탈탄소 전환으로
지난 3월 8일 대한상공회의소는 390개 기업이 참여한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의 탄소중립 대응실태와 지원과제 조사'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탄소중립이 기업 경쟁력에 긍정적'이라고 한 기업이 올해 60.3%로, 2022년의 34.8%보다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응답한 89%의 기업들은 '탄소중립에 대응하려 해도 투자 리스크가 높아 망설인다'고 했다. 너무 낮은 탄소배출권 가격이 그 투자 리스크 중 하나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배출권 거래제 참여기업인 D사는 탄소 감축을 위해 지난 2년간 1000억 원 넘는 비용을 들여 감축 설비에 투자했다. 그런데 탄소배출권 가격이 1만 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회사 차원에서는 배출권 구매가 더 나은 선택이 되어 버렸고, 경영진도 이럴 거면 왜 투자했냐고 담당 부서를 추궁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탄소중립이 기업 경쟁력에 긍정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국의 제조업들이 대응을 안 하는 것은 공짜 탄소가 정치적, 경제적, 정신적으로 한국 사회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 정부는 9월 초 중국의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를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품목들이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 대상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의도는 명확하다, 중국 정부는 2026년까지 적응 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해당 품목에 탄소 가격을 부과한다고 했다.
그동안 높은 탄소세가 일본 산업에 끼칠 악영향을 고려해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신중했던 일본 정부 역시 2023년 7월 '녹색 전환 추진 전략'을 발표하면서 탄소가격제를 본격 도입하고 있다.
도쿄에 소재한 아시아개발은행연구원 백승주 전 부원장은 "일본 정부는 철강, 알루미늄 등 제조업의 녹색 전환을 위해 10년간 20조 엔(약 184조 원) 이상의 전환채권을 지원한다. 이 전환채권은 탄소가격제인 배출권 거래제와 연동되어 있다. 전환채권의 혜택을 얻기 위해 소극적이던 740개 이상의 일본 기업들이 이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처럼 중국과 일본은 모두 자국의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공짜 탄소 대신 탄소에 가격을 부과하고 있다.
한·중·일 중에서 한국만 기업 부담 최소화를 위해 공짜 탄소를 방치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민감한 상황에서 제조업 국가인데도 한국만 둔감하다. 한국도 적정한 탄소 가격 정책과 대담한 탈탄소 지원 전략을 병행해야 지금의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본처럼 탄소가격제와 연동한 대규모 녹색전환채권 도입이 하나의 길로 보인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2일 “서부 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시찰하며 지휘성원(지휘관)들한테 윤석열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를 “괴뢰들이 떠안고 있는 안보불안과 초조한 심리를 내비친 것”이라고 규정했다고 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것”이라는 국군의 날 기념사를 겨냥해 “윤석열 괴뢰” “뭔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며 막말을 퍼부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며 비판한 건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인 2022년 7월27일 ‘전승 69돌 기념행사’ 연설에서 “윤석열과 그 군사깡패들” 운운하며 “대남 대적 정신”을 강조한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일 “서부 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시찰하며 지휘성원(지휘관)들한테 윤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를 “괴뢰들이 떠안고 있는 안보불안과 초조한 심리를 내비친 것”이라고 규정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윤 괴뢰가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의 문전에서 군사력의 압도적 대응을 입에 올렸는데 뭔가 온전치 못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지 않을 수 없게 한 가관”이라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괴뢰가 그 무슨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한미동맹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이니 ‘정권종말’이니 하는 허세를 부리고 호전적 객기를 여과 없이 드러내 보인 것은 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헤치는 세력이 바로 저들임을 자인한 것”이라 말했다.
이어 “적들이 ‘만약’ 공화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무력 사용을 기도하려 든다면 가차 없이 핵무기를 포함한 수중의 모든 공격력을 사용할 것”이라며 “그러한 상황이 온다면 서울과 대한민국의 영존(영구 존속)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곤 자신의 말이 “그 무슨 수사적 위협이 아닌 물리적 파괴력에 대한 현실적 예측”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2022년 7월27일 윤 대통령을 처음으로 실명 비판했을 때에도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 엄포를 놨다.
남과 북의 최고지도자가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며, 비록 상대방의 “핵무기 사용”이나 “주권 침해 무력 사용”을 전제로 한 것이긴 하지만 “종말” 운운하는 위태롭고 험악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 현지시찰 계기 윤 대통령 실명 비난을 3일치 1~2면에 펼쳐 보도했다. 3면 머리기사로는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의 전날 대남 비난 담화 전문을 실었다. 전체 6개면 가운데 3개면을 대남 비난에 할애한 셈이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국군의 날 기념행사를 “들개무리의 ‘힘자랑’인가, 식민지 고용군의 장례 행렬인가”라고 폄훼하는 담화를 2일 밤 조선중앙통신으로 발표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는 남쪽의 국군의날 행사 비난과 함께, 오는 7일 소집이 예정된 최고인민회의 14기11차 회의를 앞둔 ‘대남 적개심 고취’ 목적이 짙게 느껴진다. 7일 열릴 최고인민회의는 “북남 관계는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라는 김 위원장의 신노선을 헌법에 반영하는 ‘사회주의헌법 수정보충’을 주요 의제로 다룬다고 예고돼 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2일 “서부 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시찰하며 지휘성원(지휘관)들한테 윤석열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를 “괴뢰들이 떠안고 있는 안보불안과 초조한 심리를 내비친 것”이라고 규정했다고 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늘어선 군인들 뒤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라는 구호판이 걸려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한편 김 위원장의 ‘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 시찰은 지난달 11일 이후 21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계속 힘을 키워야 한다, 오직 두 손에 틀어진 힘만이 적을 다스리고 자기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담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조선인민군 특수작전 무력훈련기지’ 현지시찰 땐 “전쟁은 사전에 광고를 내고 하지 않는다”며 “투철한 대적의식과 주적관”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유사시 후방 침투와 파괴를 주요 임무로 하는 특수부대를 한달새 두차례나 방문한 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이례적 행보다.
인구 5만의 작은 지역.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가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격돌로 뜨거워진 선거판세는 진보당의 급부상으로 3강 구도가 형성됐다. 세 당 후보 모두 오차 범위 내 30% 지지율,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접전이다. 지난 2일 격전지 영광을 찾았다.
영광군 읍내에 위치한 영광군수 세 후보자 선거사무소 벽보. ⓒ민중의소리
“영광 군수는 퇴임하면 징역살이”
영광군에서 가장 번화한 영광읍 버스터미널 사거리에서 골목으로 2분쯤 걸어가면 영진파크맨션 아파트가 나온다. 1997년 준공했다. 14층짜리 건물 한 동에 30평(75㎡), 40평(107㎡) 두 평형에 116세대가 나눠 입주해 있다. 40평대 매매가는 1억 5천만원선, 소도시의 전형적인 서민아파트다.
직장인 한민성(가명·53)씨는 이곳에서 30년 가까이 살고 있다. 그는 “영광 군수는 끝나믄 징역을 살어. 명예로운 퇴진이란걸 본 적이 없당께”라고 했다.
직전 강종만 군수는 2006년과 2022년 두 번 당선됐으나, 두 번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최근엔 지역 기자에게 “잘 봐달라”고 100만원을 준 혐의가 확정돼 직위를 상실했고 2008년엔 건설업자에게 뇌물 1억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2년 만에 물러났다.
전임 김준성 군수는 사실상 자신이 소유한 석산을 토석채취업자에게 개발하도록 허가하고 편의를 봐준 대가로 6억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기소 됐다. 한민성씨는 “허구헌날 돈 많고 권력 쥔 놈들끼리 해처먹는거 징글징글 해불어”라고 혀를 찼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군수 선택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도덕성/청렴성’이라고 답한 군민이 가장 많은(35.3%) 이유가 있었다. 청렴한 군수에 대한 군민의 열망은 ‘후보 능력이나 경험을 보겠다’(25.2%)는 답변보다 많았고, 소속 정당(9%)이나 당선 가능성(6.3%)을 보겠다는 답변을 압도했다.
법성포에서 4대째 굴비 덕장을 운영하는 구철수(73)씨는 “요번째야말로 참말로 깨깟한 사람이 돼야제”라고 했다.
폭력, 사기·국고 횡령 전과자 공천한 민주당
민주당은 경선을 통해 장세일 후보를 확정했다. 그가 청렴한 군수를 열망하는 군민의 뜻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선관위에 신고한 장세일 후보 전과 기록에 ‘사기·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9백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된 점이 눈에 띈다.
재선 도의원 출신인 장세일 후보가 공직에 진출하기 전, 중앙정부·영광군으로부터 각각 도비와 군비를 지원받아 자신이 운영하던 주유소 옆 공간에 특산물인 굴비 저장 창고를 건설했다가 의무 운영 기간을 채우지 않고 매각한 사건이다.
약속된 운영 기간을 지키지 않은 사기 혐의, 보조금으로 건설한 시설을 매각해 개인 자금으로 회수했으니 보조금 횡령 혐의다. 특산물 굴비 판로 확대를 위한 사업이었지만, 지원된 보조금이 결국 장 후보 주머니로 들어간 셈이다.
장 후보는 “보조금 지원 사업 처리 절차를 잘 몰라서 발생했던 일이다. 고의적인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올해 60세인 장 후보는 20대 청년 시절, 폭행 사건을 일으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형을 받은 폭력 전과도 있다. 장 후보는 최근 토론회에서 “물리적인 것은 없었고, 언성만 좀 높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군민들 시선은 곱지 않다. 읍내에서 통신업에 종사하는 정모 대표(48)는 “얼마나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가 나오냐. 폭행이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 패고 정부 상대로 사기 친 사람이 민주당 군수 후보라는 게 부끄럽다”고 했다.
민주당은 공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영광에 내려와 한 달째 선거를 지휘하고 있는 한준호 최고위원은 캠프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만나 “중앙당 최고위 차원에서 범죄 이력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내린 결정이다. 횡령 금액이 수천만원 수준으로 매우 적고, 폭행 행위도 경미했다. 공정한 경선을 거쳐 선발된 후보”라고 강조했다.
장세일 후보는 재선 도의원 출신으로 풍부한 도정 경험을 최대 장점으로 내세운다. 영광에서 나고 자라 30여년간 지역 정치에 몸담아 군정을 이끌 적임자라는 것이다.
조국혁신당 후보는 ‘철새’ 꼬리표
영광읍 옥당로 대로변 5층짜리 건물 2층에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 선거사무소가 있다. 건물 외벽엔 대문짝만한 글씨로 ‘조국혁신당, 군수다운 군수 장현’이라고 적혀 있지만, 얼마 전까지 이곳 선거사무실엔 이재명 대표와 장현 민주당 군수 예비후보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걸려 있던 곳이다.
한 달 사이 뒤바뀐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 선거사무실 현수막. 위쪽은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시절, 아래쪽은 조국혁신당 후보 확정 이후 모습. ⓒ민중의소리
장현 후보는 불과 한 달 전까지, 민주당 예비후보였다. 장세일 후보와 본선 진출을 두고 경선을 벌였다. 당시 장현 예비후보는 장세일 예비후보 범죄 경력을 문제 삼으며 중앙당에 공천 배제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장현 후보는 경선 마지막 날 탈당했고, 며칠 뒤 조국혁신당에 입당, 경선을 거쳐 후보로 선정됐다. 지역 정가에선 ‘아버지까지 바꾼 철새 정치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국혁신당은 반박한다. 윤재관 선대본부장은 “군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를 걸러내는 것이 지역 정치, 정당의 역할”이라며 “폭력·사기 전과자, 파렴치범을 거르기 위해 스스로 만든 규정도 지키지 않은 민주당 부정 공천에 항의한 탈당”이라고 강조했다.
이번뿐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장현 후보는 2000년대 초부터 영광 국회의원, 군수 선거에 여러 차례 출마했다 낙방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입당과 탈당, 무소속 출마를 반복한 전력이 있다.
허위 경력 논란도 따라붙는다. 과거 여러 선거에서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는 고려대학교 학도호국단 총학생장 출신이었다. 총학생회장은 당시 민주화를 이끌던 학생운동의 중심이었지만, 학도호국단 총학생장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학생운동 무력화를 위해 조직한 관변 학생단체 수장 성격이 짙었다. 과거 여러 선거에서 총학생회장이라는 타이틀을 썼으나, 선관위 고발 등을 거치며 최근에는 총학생장으로 표기하고 있다.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장현 후보는 본인에게 유리한 것만 취사선택하는 ‘습관성 탈당 철새 정치인’”이라고 꼬집었다.
적어도 영광에선, 조국혁신당이 내세우는 명분이 퇴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광군 D 면의 A 이장은 “경쟁을 통한 야권 강화, 정권교체, 지역 정치 혁신을 내세운 것이 조국혁신당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장현 후보가 거기에 적합한 후보라고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장현 후보 측은 사회복지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시시피주립대, 플로리다주립대에서 각각 인문학·정치학 석사와 박사를 따고, 호남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교수, 호남대 평생교육원장을 역임해 영광군의 고질적인 인구 감소·고령화 문제 해결에 적임자라는 것이다.
진보당의 약진, “땀에 투표해 주세요”
군청에서 직선거리로 18km 떨어진 곳에 한빛원자력발전소가 있다. 영광군 최북단에 위치한 홍농읍, 그중에서도 계마리다. 원자력발전소 사택 이외에 나머지 지역엔 거주 인구가 거의 없는 한적한 곳이다.
발전소 인근 주민 목소리를 듣기 위해 2일 아침, 군청에서 차로 30분을 달렸다. 공공근로 조끼를 입고 계마미 해수욕장 쓰레기를 줍는 주민들이 있었고, 그 사이에 진보당 선거운동원이 보였다. 읍내에서 가장 멀고 후미진 곳에도 진보당은 있었다.
진보당 당원이 영광군 홍농읍 계마리에서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진보당 당원이라는 그는 “벌써 석 달째”라고 말했다. “마음을 얻기 위해 땀을 흘렸다”고 했다. 매일 100여명, 주말이면 400여명 당원이 전국에서 모였다. 뜨거웠던 지난여름, 이들은 마을을 청소하고, 농약을 치고, 고추를 함께 땄다.
땀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이석하 후보 지지율이 30.1%로 나왔다. 민주당 장세일 후보가 32.5%,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가 30.9%다. 세 후보 지지율 모두 오차 범위 안에 있다. 누가 당선될지 아무도 모른다.
영광은 덮어놓고 민주당이 아니었다. 여덟 차례 군수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세 번 당선됐다. 전남도의회 영광 지역구 의원 두 명 중 한 명이 진보당 소속이다. 변화를 원하는 유권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영남의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 국민의힘 계열이라면, 호남의 그것은 민주당 계열이라는 것이 그간 영광 군수 흑역사가 말해주는 교훈이다.
영광읍에 위치한 진보당 이석하 후보 사무실 외벽에는 ‘영광군수, 바르게 세우고 싶죠?’라는 글귀가 가로로 누워있다. 군내 곳곳에는 ‘영광 정치, 바르게 세우고 싶죠?’라고 적힌 현수막이 삐뚜룸 하게 걸려있다. 진보당이 진정한 지역 정치 개혁을 이루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진보당 이석하 후보는 영광에서 나고 자랐다. 전남대학교를 다니다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농민운동, 노동·환경·시민 운동에 앞장섰다. 이석하 후보는 “지난 30년 기득권 정치를 완전히 종식하겠다. 부패·비리와 탈당 철새를 단호히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하 후보가 지금은 상승세를 타고 있으나, 영광은 인구 5만명의 작은 지역이다. 투표율이 낮은 재보궐 선거 특성상 조직력에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진보당 신창현 사무총장은 “정당 지지율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광군 진보당 지지율은 24.9%가 나왔다. 같은 조사 기관에서 발표된 진보당 전국 지지율 1.9%의 20배 수준이다. 신 사무총장은 “정당 지지율은 당 조직력을 대표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재보선을 치렀지만, 이만큼 높게 나온 적 없었다”며 “후보와 당원들의 헌신이 만든 든든한 지원군이다. 선거 막판 민주당 조직에 쉽게 흔들리거나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vs 조국 vs 진보당, 복잡한 속내
이번 재선거는 5만 영광 군민의 삶을 돌보는 군정 책임자를 뽑는 선거다. 단순히 군정을 잘 돌볼 적임자를 고르면 되지만, 현실에선 그보다 많은 의미가 담긴다.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권 심판 시기 ‘야권 대표주자’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호남 대안 정치세력으로 자리 잡던 진보 정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각 당 지도부 속내가 복잡하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진보당 김재연 대표 모두 지지를 호소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제공 : 뉴시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일 장현 영광군수 후보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제공 : 뉴스1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3일 이석하 영광군수 후보와 함께 유세를 하고 있다. ⓒ제공 : 뉴시스
민주당은 이재명 2기 지도부 출범 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부담이 만만치 않다. 장세일 후보의 손을 치켜세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총선이 1차 정권 심판이었다면, 이번 보궐선거는 2차 정권 심판이어야 한다”며 “최전선에서 무도한 정권과 큰 전쟁 벌이고 있는데 조금 마음에 안 든다고 때리면 전선이 무너진다. 앞을 향해 낼 창을 옆으로 찌르면 전쟁이 되겠나”라고 했다.
지역구 의원이 없는 정당인 조국혁신당은 지역 정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조국 대표는 장현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서 “지금은 대선이 아니고 호남 지역에서 어느 당, 어느 후보가 그 지역의 발전을 위해 제대로 된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경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경쟁이 바로 여기 영광과 호남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야권 분열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호남에서 공정하게 경쟁하고, 그 뒤에 정권교체를 위해서 민주당과 철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보당 김재연 대표는 “개혁과 정치교체는 비슷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끼리 자리바꿈을 한다고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을 향해선 “함량 미달 후보를 내세우고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될 거라는 생각은 호남 민심은 말할 것도 없고 정권교체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고, 조국혁신당을 향해선 “호남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영광 재선거에 올인하는 조국 대표의 모습이 총선 민의에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진보당이 영광군수 재선거 돌풍으로 호남 정치의 개혁, 정치교체를 본격 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식 선거운동은 앞으로 13일간 치러진다. 영광 군수 후보는 무소속 오기원 후보까지 총 4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오는 11·12일에는 사전투표가, 본 투표는 오는 16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 영광 - 홍민철 기자 ” 응원하기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시민들의 모임인 평화통일시민행동(대표 이진호)의 '2024평화통일시민강좌'를 연재합니다.
2024평화통일시민강좌는 일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변화하는 세계정세를 깊이있게 들여다 보고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과 군사력, 유엔사 부활의 문제점 및 5.18광주 항쟁과 미국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3월 30일부터 11월 30일까지 매월 1회, 서울시청 시민청 혹은 복합문화공간 종로 nuguna에서 진행됩니다.
아래는 지난 8월 31일 서울시 시민청에서 '기울어 가는 미국, 일어서는 글로벌 대국'을 주제로 한설 예비역 육군준장이 진행한 강연의 주요 내용입니다.
자본주의의 위기와 새로운 체제의 필요성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서구 중심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자국의 이익과 현실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 나름의 패러다임, 우리 입장과 현실에 맞는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확립해야 할 때이다.
현재의 국제 정세 변화는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역사적 대전환기이다. 단순한 국제 정치적 변화를 넘어, 지금까지의 세계 질서를 지탱해온 기본 틀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기후 변화 등 글로벌 이슈들은 현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자본주의적 경제운영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발전이 어려워졌다. 많은 사람이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새로운 대안적 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중심의 단일 패권 체제가 붕괴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새로운 세력들이 부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패권의 이동이 아닌, 패권 자체의 개념이 사라지는 근본적인 변화로 해석된다.
현재의 국제 정세 변화는 단순한 강대국 간의 힘의 균형 변화를 넘어, 인류 문명의 새로운 단계로의 진입을 의미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각국은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 질서에 대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과 러시아가 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체제이다. 이들 국가의 시스템은 전통적인 자본주의나 사회주의와는 구별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들 국가에서는 강력한 중앙 집권적 권력이 경제를 주도하면서도, 시장 경제의 요소를 일부 도입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새로운 체제의 등장은 기존의 영미식 자본주의 체제가 직면한 한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본주의의 지속적인 확장이 더이상 불가능해지고, 기후 변화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영미식 자유주의가 중러식 국가자본주의로 전이가 가능할지 주목할 만한 문제이다.
▲ 한설 예비역 육군준장. ⓒ평화통일시민행동
전 세계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전선
이러한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뚜렷해진 전선은 다음과 같다.
1. 유럽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헝가리,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조지아를 연결하는 전선이 형성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미국을 비롯한 NATO와 러시아 간의 전선이다.
2. 서아시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축으로 예멘 후티, 가자, 헤즈볼라, 시리아의 전선이 만들어지고 있다.
3. 동북아시아: 필리핀, 대만, 한반도를 잇는 긴장 라인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미국의 견제 사이에서 이 지역 국가들의 전략적 선택이 중요해지고 있다.
4. 동남아시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새로운 세력 축을 형성하고 있다. 과거 냉전 시대에 수난을 많이 겪었던 이 나라들은 이제 자기들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고 있다.
5. 아프리카 : 아프리카 중부의 사헬 지역을 중심으로 전선이 만들어지고 있다. 말리, 부르키나파소, 차드와 같은 나라들이 이에 포함된다.
최근 2~3년간 국제 정세는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뚜렷한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적 변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
미국을 위시한 집단서방과 러시아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우스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어 있다. '글로벌 사우스'란 표현은 과거 '경제적으로 낙후한 남반부'란 개념을 넘어서는, 미국과 집단서방의 대척점에 있는 세력들을 지칭하지만 현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정교한 용어는 아니라고 본다.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도 돋보인다. 중국은 국제정치 무대에서 분명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던 과거와는 달리 2023년 6월 우크라이나의 반격 실패 이후, 국제 문제에 대해 보다 강경하고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2023년 6월 이후 러시아가 이 전쟁에서 절대 질 수 없다 판단하고, 이후 국제질서 수립 방향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고 미국에 대해서도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과거 미국이 지목한 '악의 축' 국가들, 특히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조선)이 더욱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유라시아 지역에서 중요한 전략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1차 세계대전 이후 주도권을 잃었던 대륙 세력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유라시아 지역에서 해양 세력(주로 미국 주도)과 대륙 세력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관계 개선 시도 또한 국제 정세에서 중요한 흐름이다. 양국은 최근 국경 분쟁에서 군사적 충돌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튀르키예의 입장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NATO 회원국인 튀르키예는 최근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추구하면서, 서방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하는 모습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튀르키예는 유럽의 정치와 외교사에서 매우 중요한 흑해와 지중해의 관문이다. 지중해는 대서양 방향으로 지브롤터 해협, 흑해 방향으로 다르다넬스 해협이 있다. 지브롤터 해협은 영국이, 다르다넬스 해협은 튀르키예가 통제하고 있다. 17세기까지 서유럽은 러시아를 흑해 안에 가두어 두고자 모든 노력을 다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튀르키예가 러시아쪽으로 기울어져 가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현상이다.
8,90년대 사회주의가 붕괴하면서 서구 중심으로 넘어갔던 동유럽 지역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 NATO나 EU 회원국들이지만, 헝가리, 세르비아, 조지아, 슬로바키아 등의 국가들이 기존의 친서방 입장에서 친러 입장으로 노선을 변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프리카, 특히 사헬 지역에서도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사회주의적 이념을 기반으로 한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으며, 미군 철수 요구 등 반서구적 태도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프랑스의 CFA 프랑 체제에 대한 거부 움직임이다.
CFA 프랑은 프랑스가 아프리카 경제를 장악하기 위해 사용한 화폐 시스템으로, 프랑스는 사헬지역에서 금을 가져가고 CAF 프랑을 공급하고 있다. 프랑스는 금을 생산하지 않지만, 금 보유량이 세계 3, 4위 안에 든다. 사헬지역 국가들은 지난 7월 사헬국가연합(AES)를 결성하고 새로운 공동 화폐를 추진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아프리카의 제국주의적 지배는 1970년대까지 지속됐다. 그러나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차드 등의 지역에서는 과거 찬란했던 이슬람 문명의 흔적이 남아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도서관과 대학이 존재했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최근 아프리카의 동향 중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니제르에서 발생한 반프랑스, 반미 시위다. 니제르 국민들은 친서방 정권을 몰아내는 쿠데타를 지지하는 시위에서 인공기를 들고 나왔다. 또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에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진이 등장했다.
우리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니제르 군부의 쿠데타를 북한이 지원해주었거나 그동안 어떤 상호 교류가 있었음을 짐작 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여러 번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는데 이 때문에 니제르 국민들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인공기를 들고 나왔을 것이라 추측해 본다. 이렇듯 아프리카와 서아시아에서 미국은 정통적인 힘의 우월성을 상실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개선이다.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의 맹주 이란은 오랜 기간 서로 적대적이었지만 빠르게 관계 개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들은 결국 미국의 전통적인 세계 통치 방식이 더 이상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국주의는 분할하고 분열시켜 서로 통합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하나 씩 통제해가는 방법을 써왔다. 하지만 서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의 통합 흐름들은 미국의 통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파키스탄의 미국 영향력 이탈 시도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 파키스탄은 그 지리적 위치로 인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다. 인도 북서쪽에 위치하여 중앙아시아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 사이에서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역사는 인도와의 관계, 그리고 중국의 영향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2022년 4월 10일 파키스탄의 임란 칸 총리가 실각했다. 영국에서 유학한 임란 칸은 민족주의적 성향을 가진 정치인으로, 인도와의 평화적 관계 구축과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추구했다. 그는 갑작스럽게 실각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 임란 칸은 야권이 미국과 결탁하여 자신을 퇴출시켰으며 앞으로 이들과 투쟁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임란 칸은 총 1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갇혔다. 파키스탄의 최근 총선에서 임란 칸의 지지자들은 정당 결성이 금지된 상태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했고 총선에서 최다 득표를 했으나 샤리프 전 총리가 군소정당을 규합하여 정권을 확보한 상태다.
▲ 한설 예비역 육군준장. ⓒ평화통일시민행동
최근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난 정치적 변화는 복잡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방글라데시가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할 당시, 인도가 방글라데시(당시 동파키스탄)의 독립을 지원했다. 이에 대응하여 미국은 파키스탄을 지원하기 위해 제7함대를 벵골만으로 파견했고, 소련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함대를 파견하는 등 국제적인 긴장 상태가 조성됐다.
인도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독립 당시 도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방글라데시 군부 내에는 여전히 파키스탄에 가까운 세력이 존재한다. 파키스탄 군부는 여전히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최근 방글라데시의 하시나 총리가 물러난 사건은 이 지역의 복잡한 정세를 잘 보여준다. 하시다 정권을 붕괴시킨 시위는 1971년 파키스탄에서 분리 독립할 때 공헌한 유공자들의 후손이 공직 취업 시 받아오던 특혜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시다 정권의 강경 진압으로 수백 명이 목숨을 잃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하시다 정권의 실책과 반민주적 지배를 자행한 것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하시나 총리는 사임 후 "내가 사임한 것은 시체 행렬을 보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들은 학생들의 시체를 넘으며 권력을 잡으려 했지만 나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세인트마틴섬의 주권을 포기하고 미국이 벵골만을 지배하게 했더라면 나는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인트마틴 섬은 미국이 공군 비행장으로 사용하길 원했던 곳이다. 미국은 이 섬을 통해 중국의 인도양 진출을 견제하고, 미얀마에서 인도로 이어지는 통로를 장악함으로써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본다. 게다가 친인도정책을 펼치던 하시나 총리의 붕괴로 미국은 자립노선을 추구하는 인도에 대한 압박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브라질 출신의 저널리스리트이자 유라시아에 초점을 맞춘 독립적인 지정학 분석가인 페페 에스코바르(Pepe Escobar)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총리 사퇴를 이끌어 낸 대학생들 중 다카대학 정치학과 출신이 많다는 것이 특이사항이다.
다카대학교 정치학과는 "방글라데시에서 잘못된 정보에 맞서기"(CMIB)라는 모호한 조직에서 자금을 지원받는 교수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중 두 명이 이 프로젝트를 이끌었고, NED(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 보조금도 받았다. 그리고 다카 대학의 정치학 시위대/선동 요원들이 바로 다음 방글라데시 정부의 수석 고문으로 무함마드 유누스를 "제안"한 사람들이었다.
유누스는 전형적인 친미 신자유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폴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에서 유학했고, 미 대통령이 주는 최고훈장, 의회가 수여하는 최고훈장을 받았다. 그는 소액 대출을 해주는 은행을 운영하여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이율의 이자를 물려 더욱 빈곤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누스는 8월 21일 NED와 함께 세계 전역에 걸쳐 색깔혁명에 개입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대표와 만나 미국이 “과도 정부를 어떻게 가장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 했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 시위에 미국의 개입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의 내부분열과 이중권력
미국이 어떤 나라이고, 어떻게 통치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체제가 존속되기 어려울 정도로 극단적인 분열 상태에 놓여 있다. 그 이유는 부의 편중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계에 봉착한 자신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두고 노선 투쟁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기존의 신자유주의적이고 제국주의적인 방식을 버리고 미국민이 먼저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는 고립주의 노선을 취했다. 민주당은 미국의 힘은 자본에 있으므로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계속해서 돈을 벌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세계 무대에서 패권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자산을 극대화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미국 민주주의의 이중성이다. 국내적으로 작동하는 민주주의 이중성과 전세계적으로 작동하는 민주주의 이중성이 중첩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루즈벨트 시대까지 미국은 정치권력이 힘을 발휘했지만 그 이후의 미국은 정치권력보다 자본의 힘이 더 우세해졌다.
미국은 대공황 이후 자본의 구조에 변화가 있었다. 그 전에는 유대자본이 주력이었지만 대공황 이후 록펠러 자본이 미국 시장에서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유대자본은 태생적으로 권력에 맞서지 않고 부역을 했지만 록펠러 자본은 권력을 장악하고 직접 통치를 했다. 소위 '딥스테이트'라 부르는 월스트리트 금융자본이 실질적으로 미국을 움직이는 힘이다.
그런데 민주주의 체제는 자본주의와 맞지 않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확장하고 독점하는 성격을 가진다. 제도 정치로서의 민주주의는 프랑스 혁명에서 나온 자코방 민주주의, 즉 인민민주주의다.
단순히 '1인 1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부르주아의 지배에 대항하기 위한 정치 이념이다. 여기서 '자유민주주의'는 자본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합쳐놓은 개념으로 자본의 국가지배를 합리화하는 용어다.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다. 그러나 국가와 인민의 삶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 자본도 포기와 양보가 있어야 한다 여긴다. 일정부분을 양보하지 않으면 자본주의 체제는 유지가 되기 어렵다고 본다.
미국의 패착 : 우크라이나와 조선(북한)문제
미국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결정적 계기는 우크라이나와 조선(북한)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이 조장하고 일으킨, 미국의 대리전이다. 미국은 하지 말아야 할 전쟁을 하고 있다. 미국의 가장 최대의 적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모든 힘을 집중해야 했지만, 러시아와 상대하게 되며 힘을 분산시켜 버렸다. 또한 조선과 관계 개선을 해서 중국을 장악해 들어가는 전략을 짜야 했지만 미국은 하노이 회담 실패로 조선을 놓쳐 버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에 치명적이었다. 아프리카 사헬 지역 국가의 반제국주의 운동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서방국가들의 무력함을 확인하면서 일어났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다 판단했는지 아직까지는 확실하지 않다.
전쟁 초반,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자본주의 경쟁국인 유럽의 생산능력을 파괴하기 위한 목적이 있지 않았겠는가 하는 분석을 했다. 미국은 자본주의의 가장 핵심적 문제인 과잉생산 문제를 유럽경제 초토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참가하지 않았지만 산업생산 능력이 철저하게 파괴당했다.
2023년 1월, 1리터당 가솔린 가격을 보면 러시아가 0.71달러, 독일이 1.84달러, 프랑스는 1.96달러다.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은 소련, 그 후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천연가스를 엄청나게 싼 가격에 수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에너지 가격이 이렇게 올라버리면 중국과 러시아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없어진다. 유럽은 침몰할 수밖에 없다.
조선과 중국 러시아의 관계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이 조선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역사에 대한 몰이해에 기반한다.
일제 강점기 민생단 사건으로 중국의 조선인 핵심 공산당원 수천 명이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다. 또한 2017년 4월 미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한반도는 과거 중국의 영토'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과 조선은 절대로 형과 아우의 관계가 될 수 없다. 조선의 핵은 미국을 향하기도 하지만 중국을 향하기도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이후 1958년 8월 종파사건도 중국과 소련에 기반을 두고 있는 연안파와 고려인들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조선은 중국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숙청을 감행했고, 김정은 집권이후 고모부 장성택과 원로들의 처형 및 숙청도 중국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미국의 동맹정책의 전환과 미국 이후의 세계
미국은 동맹관계를 기존의 부채살 방식에서 격자형 방식으로 전환하려고 한다. 미국의 동맹들은 미국과 수직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동맹국들간의 이해관계는 긴밀하지 않다. 미국이 빠져버리면 동맹국들 관계는 절실하지 않다. 한미일 3각 관계에서 한일은 동맹관계로 발전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공동의 안보이익이 없다. 없는 안보이익을 억지로 만들면 오래가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만 발생한다.
▲ 한미일 국방장관이 7월 28일 일본 도쿄 방위성에서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협력 각서에 서명하고는 악수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신원식 국방부 장관,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연합뉴스
미국의 패권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은 대부분이 동의한다. 시간문제일 뿐이다. 패권 붕괴 이후 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기존의 질서가 존속되면서 패권만 전이될 것인가? 아니면 기존의 질서가 붕괴하고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일까?
가장 합리적인 생각은 집단 서방과 글로벌 사우스로 나뉘어지는 것이다. 집단 서방은 미국과 위계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미국이 없으면 존속하기 어렵다. 하지만 글로벌 사우스는 중러가 중심적 역할을 하지만 참여국가의 자발성이 핵심으로 상호호혜적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관찰된다.
흔히 표현되는 다극화는 지금의 세계정세를 정확히 담아내는 표현은 아니라고 본다. 다극화는 19세기 유럽의 세력균형과 비슷한 관계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의 발칸지역, 2차 세계대전의 체코와 같이 강대국의 이해관계 조정에 따라 약소국이 세력균형 정책의 희생양이 되었다.
때문에 '다극화'가 서구 외교사적 개념인 세력균형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다극화'는 형식이 아닌 내용에서의 다양성과 상호공존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미국은 새로운 다극화 시대에 스스로 적응해 가야 한다. 만약 이에 대비하지 못한다면 미국 연방이 해체되거나 아노미적 상황이 초래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협력 관계 형성
글로벌 사우스의 핵심국가는 러시아, 중국, 이란, 조선이라 본다. 인도, 브라질, 베네수엘라, 튀르키예, 발칸지역, 사헬지역 및 아프리카를 2선 국가, 3선 국가로는 동남아, 중앙아시아, 중남미 국가들이 있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관계를 맺는데 성공하면 대륙세력이 해양세력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인도의 뭄바이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연결하는 남북수송로를 구축하고 있으며 북극항로도 개발하고 있다. 이 회랑이 중국의 일대일로와 결합하여 지구를 동서와 남북으로 연결하며 유라시아 시대를 열게 될 것이다.
현재 미국 주도 질서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힘은 러시아에 있다. 러시아는 미국과 공존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NATO 해체 등 유럽 안보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과거 경쟁하던 중국과 러시아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전략적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 두나라의 협력에 미국이 승리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
해양에 대한 장악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해양세력
해양세력은 힘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해양세력의 기본은 해군력에서 나온다. 그러나 홍해를 장악한 후티반군에 의해 미국의 함정들이 홍해에 접근을 못하는 상황처럼 해군력이 막강해도 해양을 장악 못한다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후티반군은 초보적 수준의 미사일로 미국의 항공모함을 공격하고 있고 미군은 이에 대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홍해는 후티군이 장악하고 있다. 이는 해군력을 바탕으로 한 해양세력의 주도권 장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말레이시아가 브릭스 가입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해양세력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사건이 되고 있다. 말레시이아에 인접한 말라카 해협은 인도양과 남중국해를 연결하는 해협으로 물류수송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수에즈 운하를 관할하는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있는 홍해 입구에 위치한 에티오피아가 브릭스에 가입했다. 해양세력이 자신의 힘의 근거가 되는 해양에 대한 통제력을 점점 상실해 가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세계의 공장에서 고부가가치 생산 중심으로 전환
중국은 지난 7월, 3중전회를 통해 기존의 발전전략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국가발전전략을 채택했다. 양으로 승부를 보던 경제운영방식에서 탈피해 상품의 고급화를 추구하는 신질생산능력 확충을 내걸었다. 그간 중국은 미국 주도의 세계에서 최대한의 이점을 확보하려는 입장이었고 미국 시장에 막대한 상품을 판매하여 엄청난 이득을 남겼다.
이제 중국은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발전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매우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 예상되지만, 과거 세계의 공장이라는 역할에서 탈피하여 고부가가치를 생산해내는 체제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입장이고 내부에서 의견을 모아가느라 3중전회가 예정보다 1년 늦게 개최되었다. 이를 위해 공산당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으며 중국은 공산당원들의 쇄신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대전 이후 굳건했던 냉전체제의 붕괴
미국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더 이상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독일 사민당 정권은 더 이상의 지원은 곤란하다는 입장이고 우크라이나군은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를 군사적으로 점령하는 것으로 전쟁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유럽의 안보지형은 근본적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패배는 미국 패권의 붕괴와 새로운 국제정치질서의 형성을 초래할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한반도의 분단과 미국으로의 쏠림, 북중러와의 대결심화는 냉전체제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 근본적 구조가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일극체제의 붕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 저항은 대결과 전쟁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
얼마 전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을 면담했다. 그 자리에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했다.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언급은 미국이 한반도에 핵을 배치하지 않겠다는 확약이다. 중국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높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중국이 미국에 무엇을 해 주었을지는 아직은 확언하기 어렵다.
미국의 부채는 35조 달러를 넘었다. 한화로 4경 8496조 원이다. 미국의 부채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며 미국의 진정한 위기는 여기서 나온다. 미국은 위기에서 탈피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고 전쟁이라는 선택지는 미국에서 익숙한 카드다. 그리고 동북아 지역은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이 곳이다. 게다가 남한은 윤석열 정부의 무모한 군사적 모험주의로 군사분계선에서의 긴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전쟁이 나면 우리나라는 3개월을 넘기기 어렵다. 한국은 전략적으로 불리하다. 한국군은 전략적 불리함을 극복할만한 군사적 능력이 부족하다. 전작권이 없기 때문에 전쟁의 시작과 종결에 관한 권한자체가 없으며, 한국군 지휘부는 스스로 한국군을 지휘할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남과 북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러시아까지 참전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핵전쟁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역사적으로 가장 잔혹한 전쟁이 될 것이다.
우리의 눈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만들어지고 있는 안보구도가 과연 우리를 위한 것인지, 남을 위한 안보구축인지 냉철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한국은 해양과 대륙의 중간자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는 적대할 것이 아니라 대륙으로 진출할 기회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인 9월 17일 강원도 최전방 육군 15사단 사령부 사열대에서 사단 장병들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장병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황남순 평화통일시민행동 사무국장 최근글보기
러시아가 핵 독트린 변경에 착수했다. 더 적극적이고, 더 공세적인 방향으로 핵 정책을 변화시키고 있다.
9월 26일 푸틴은 핵억제에 관한 안전보장이사회 상임회의에서 “지정학적 환경의 변화와 새로운 군사적 위협으로 인해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핵 독트린 개정 방향을 공개했다. 즉 핵 독트린 수정안을 제시한 것이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는 수정 초안이 제시되었고, 승인 절차까지는 밟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9월 29일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핵 교리 개정 내용이 준비됐고 공식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승인 절차가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승인은 형식적 절차라는 점에서 사실상 개정이 완료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공격에 가담할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경고하는 신호”라며 핵 교리 개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러시아 핵 독트린에서 새롭게 추가된 내용은?
푸틴의 상임회의 모두발언에 따르면 새롭게 추가된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핵보유국이 (러시아 공격에) 포함되거나,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는 비핵국가가 공격할 경우
▶ (러시아를 겨냥한) 대규모 공중 또는 우주 공격무기가 발사되었거나 그러한 무기가 국경을 넘을 것이라는 믿을만한 정보가 있을 경우(전략 및 전술 항공기와 순항 미사일, 무인기 등 포함)
▶ 핵보유국이 참여하는 비핵국가(벨라루스)에 대한 공격을 러시아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 적군이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여 중대한 위협을 가하는 경우
2020년의 러시아 핵 교리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알려져 있다.
▶ 핵무기 사용 조건으로 러시아를 겨냥한 탄도 미사일이 날아오는 경우
▶ 러시아나 동맹국을 겨냥해 핵무기나 다른 대량살상무기가 사용됐을 경우
▶ 러시아의 핵대응능력이 저해될 경우
▶ 러시아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의 공격이 있을 경우
따라서 달라진 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 탄도 미사일 외 순항 미사일, 무인기 등의 공격에도 핵 사용 가능
▶ 핵보유국(미국, 나토)의 지원을 받은 비핵국(우크라이나 의미)의 공격에도 핵 사용 가능
▶ 벨라루스에 대한 비핵공격에도 핵 사용 가능
러시아의 핵 독트린 변경에 대해 미국은 “전적으로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난했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역시 “러시아 지도부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라며 러시아 비난에 가세했다.
미국의 핵 정책은 이미 3월에 변경
우리 언론 역시 푸틴의 핵 독트린 개정에 비판적 보도 일색이다. 보수 매체는 물론이고, 민주·개혁과 진보를 표방해 왔던 매체들 역시 “러시아가 핵전쟁의 문턱을 낮췄다”라는 식의 보도 행태를 보인다.
러시아의 핵 독트린 개정이 핵무기 사용의 조건을 완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핵전쟁의 문턱을 낮췄다고 결론을 내리기엔 충분하지 않다.
주지하다시피 나토 회원국들 상당수가 러시아 공격용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있으며,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해도 좋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유엔 총회를 방문하여 국제사회의 무기 지원을 요청했고, 바이든을 만나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지원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바이든 정부는 장거리 미사일 제공 여부를 놓고 심각한 논의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을 위시한 나토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이 러시아에게 “지정학적 환경의 변화와 새로운 군사적 위협”으로 인식되었고, 그 결과 핵 독트린 개정에 착수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더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이 추가로 지적되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 새로운 핵운용 지침(Nuclear Employment Guidance)을 승인한 점이다. 4년마다 개정되는 이 문서는 극비사항이라 전자 사본도 없고, 소수의 국방 안보 관리들에게만 인쇄물로 배포된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4년마다 개정되는 이 문서는 극비사항이라 전자 사본도 없고 소수의 국가 안보 관리와 국방부 지휘관들에게만 인쇄물로 배포”된다.
바이든이 지난 3월 극비리에 핵운용 지침을 승인한 사실은 뉴욕타임스의 8월 20일 보도로 알려지게 되었다
미 백악관 NSC의 프라나이 바디(Pranay Vaddi)가 새로운 핵지침을 언급하면서 “러시아, 중국, 북한을 동시에 억제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데서 드러나듯이, 적대적 핵보유국인 북중러를 겨냥하는 핵지침인 것은 분명하다.
나토 사무총장의 발언 역시 러시아의 핵 독트린 변경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6월 16일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전선으로부터 심각한 핵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작전상 핵탄두가 얼마나 필요하고 어떤 핵탄두를 보관해야 하는지에 대한 세부 사항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누가 핵전쟁의 문턱을 낮추고 있나?
한 나라의 무장력은 국익의 치명적 손상이 있을 때 사용하기 위해 존재한다. 핵무기 역시 무장력 중의 하나이다. 200여 개의 나라 중에 10여 개 나라밖에 보유하지 않은 상당히 '독보적인' 무장력이라 할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지 두 나라의 전쟁이 아니다. 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정치외교적, 경제적 지원을 아낌없이 해왔다. 그리고 이젠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장거리 미사일 등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독보적인' 무장력인 핵무기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어쩌면 핵보유국으로서 상식적 선택인지도 모른다.
푸틴이 6월 7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에서 “핵 정책은 살아있는 도구”라면서 “우리 주변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주시하고 있으며 이 정책의 일부 변경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발언한 것은 미국과 나토의 핵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핵 독트린의 변경은 푸틴이 아니라 미국이 먼저였다. “작용과 반작용”이라는 운동 법칙을 미-러 관계에 적용한다면, 러시아의 핵 독트린 변경은 미국과 나토의 공세적 핵 및 군사정책에 대한 ‘반작용’이다.
핵 독트린의 변경이 핵전쟁의 문턱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핵 전쟁의 문턱을 낮춘 것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다.
전쟁 동맹 위기 조장
친일굴종과 헌정파괴
대미종속과 민생파탄
검찰독재와 민주파괴
국정농단과 직권남용
퇴진광장과 국민투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주권은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다. 윤석열 정권은 전쟁 위기를 조장하고, 민생을 파탄내며 헌정 질서를 무너뜨렸다. 또한, 친일 반민족 행위와 대미 종속 외교로 주권과 국익을 훼손했다. 국민적 분노는 이제 임계점에 다다랐다. 윤석열 정권이 퇴진해야 할 이유를 짚어보고, 그 방법을 모색해본다.
전쟁 동맹 위기 조장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전쟁동맹 강화로 한반도를 전쟁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거의 매일같이 진행되며, 심지어 핵전쟁을 가정한 훈련까지 포함되었다. 이러한 군사훈련은 대한민국을 미국의 대리전쟁 전초기지로 만들고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차장은 "북한의 핵 사용이 임박한 상황에서 한미가 핵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매우 위험한 발언이며, 윤석열 정권이 의도적으로 전쟁 위기를 조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8월까지 223일 중 179일 동안 군사훈련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이 정부가 얼마나 전쟁 위기를 극대화하려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사실상 용인하는 군사 협력 강화는,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방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한민국의 주권을 스스로 훼손하며 국민의 안보를 위협하는 정권은 더 이상 국민을 위한 정권이 될 수 없다.
친일굴종과 헌정파괴
윤석열 정권은 친일 굴종 외교로, 대한민국의 자주성과 헌정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전쟁 범죄와 조선 강점을 부정하는 일본의 군국주의 노선을 묵인하며, 독도 영유권 주장에도 침묵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영토 주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매국 행위이며, 왜놈의 후예라고밖에 볼 수 없는 반민족 행위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승인, 위안부 3자 변제, 독도 상륙 훈련 중단, 일제강점기 국적 논란, 8.15건국절 논란 등이 대표적인 사건이다. 이는 단순한 역사 왜곡이 아니라, 일본의 침략범죄를 정당화하고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 도발이다.
윤석열 정권은 뉴라이트 인사들을 요직에 기용해 항일 독립운동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해 친일 식민사관을 전파하고 있다. 형법 제91조 ‘국헌문란’에 해당한다. 윤석열 정권이 바로 반국가세력이다.
대미종속과 민생파탄
윤석열 정권의 대미 종속 외교는 한국 경제를 심각한 경기침체로 몰아넣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출과 주기적 양털깎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 보호무역은 한국의 핵심 산업에 치명상을 입혔다. 윤석열 정부 들어 역대 최장기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며, 세계 5위였던 무역수지가 200위로 추락했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가계부채는 사상 최고치인 1,862조 원을 기록했다. 중소상인들도 대출금 부담으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상반기 폐업한 자영업자 수는 약 7만 명에 이른다.
또한 환율 불안정과 금리 인상은 내수 경제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2024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1.4%로 하향 조정되었다. 이는 대미 종속 경제가 민생을 파탄으로 몰아넣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검찰독재와 민주파괴
윤석열 정권은 검찰 권력을 남용해 정치적 반대 세력을 탄압하고, 언론을 장악해 정권의 부정부패를 은폐하고 있다. 압수수색을 남발해 국민을 겁박하고,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유린했다. 검찰 출신 인사들을 대거 기용해 정권의 방패로 삼고, 권력 남용을 정당화하고 있다.
양곡관리법, 노조법2,3조, 전세사기특별법 등 민생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가 의결한 측근 비리 수사를 방해함으로써 권력을 사유화했다. 이는 독재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검찰권을 남용한 것이며, 다수결의원칙과 3권분립 등 민주주의원리를 부정한 것이다.
특히 반국가세력 운운하며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국방부장관, 행안부장관을 비롯해 군정보 요직에 충암고 동문을 배치해 계엄선포를 시도하려는 정황마저 포착되고 있다.
국정농단과 직권남용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정권의 국정농단과 직권 남용의 상징이다. 김 여사는 이른바 ‘쩐주’로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여당 공천개입도 모자라 당대표 선거까지 관여한 의혹이 불거졌다. 이는 단순한 개인 비리가 아니라, 최순실을 능가하는 심각한 국정농단이다.
과거 최순실이 저지른 국정농단은 고작 대통령 연설문을 고치고,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딸의 대학입학 비리를 저지른 정도다. 하지만,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명품 가방 수수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의 불법 행위 △제22대 국회의원 공천개입, △공직자 인사 개입, △국민권익위원회 수사외압, △임성근 사단장 구명 로비, △양평고속도로 종점변경 등 숱한 의혹에 휩싸여 있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은 대통령을 뽑았지, 배우자를 선출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배우자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며 권력을 남용하는 상황은 국가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을 두 번씩이나 거부함으로써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 이는 국정농단의 전형적 사례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경험한 우리 국민은 결코 윤석열-김건희 국정농단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퇴진광장과 국민투표
윤석열 정권 퇴진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정권 내부에서 이미 균열이 시작됐다. 9.28퇴진광장에서 시작된 국민적 저항은 11월 9일, 11월 20일, 12월 7일의 전국적 민중총궐기로 이어질 것이다.
점화된 퇴진투쟁에 기름을 부어야 한다.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가 바로 기름이다.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는 단순히 대통령을 퇴진시키는 것을 넘어,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선언하는 대장정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이 부여한 권력이 국민을 배반할 때, 이를 되찾는 것은 국민의 정당한 권리다. 국민투표는 그 권리를 실현하는 도구이며, 독재 권력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2016년 촛불 항쟁에서 국민은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렸다. 이번에도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 우리는 한번 해냈고, 또 해낼 수 있다.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는 우리의 미래를 바꾸는 첫걸음이다.
무능한 정치인에게 기댈 필요 없다. 가장 유능한 정치인은 다름 아닌 국민 자신이다. 국민이 이끄는 혁명. 국민이 직접 권력을 회수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내자. 지금이 그 때다.
A 씨가 피해 금액을 추산하며 한 말이다. A 씨와 그의 지인들은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의 아들 태 모(32) 씨에게 속아 10억원이 넘는 가상화폐 테더(USDT)를 여러 사람 명의로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했다. 그는 설마 태 씨가 아버지 태영호 처장의 직위와 경찰과의 친분 그리고 당국의 신변보호를 받는 특수한 신분 등을 이용해 10억이 넘는 가상화폐 사기를 벌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탄식했다.
태영호 처장이 페이스북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하자, 일부 언론은 ‘4700만원 빌려주고 못 받았다’는 한 명의 피해사례만 언급하며 해당사건을 보도했다. 하지만, 민중의소리가 직접 접촉해서 확인한 피해자만 4명이다. 그중 A 씨 일행은 10억원 상당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태 처장의 사과에는 “아들이 해당 사건과 관련해 성실한 자세로 수사에 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뿐이었다. 피해보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말은 없었다. A 씨는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A 씨는 “페이스북에 사과한 게 사과인가, 우리에게 전화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민중의소리는 9월 15일 통화 인터뷰에 이어, 27일 오후 7시 서울의 한 카페에서 직접 A 씨를 만나 자세한 사정을 들었다. 그런데 A 씨가 전해준 태 씨의 말에는 논란이 될 수 있는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A 씨는 몇날며칠 잠을 못 잔 것처럼 얼굴에 피곤이 역력하고 목소리에도 기운이 없었지만, 차근차근 태 씨를 만난 이야기를 들려줬다.
미국 지원받는 탈북민단체 교체하자며 접근
A 씨에 따르면, 태영호 민주평통 사무처장의 아들 태 모(32) 씨는 A 씨에게 미국의 지원을 받는 탈북민 단체를 만들 계획이라며 해당 단체의 재무를 담당해 달라면서 접근했다. ⓒ민중의소리
A 씨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A 씨는 여태까지 가상화폐 환전·대출 사업도 한 경험이 없다고 밝혔다. 대기업 출신인 그는 현재 중견기업에서 재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짬나는 시간에 지인들과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A 씨는 지난해 일을 하다가 태 씨를 만났다. 태 씨가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주영국북한대사관 공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망명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그는, 탈북민의 자립을 지원하는 단체를 설립해 보자는 태 씨의 제안을 진지하게 믿었다고 한다. “이곳 카페에서 얘기했어요. ‘미국 자금 끌어다가 아버지가 하는 탈북민 네트워크가 있는데, 지원받을 수 있는 기간이 끝나가니 다른 단체로 바꿔야 한다. 그걸 함께 만들자’는 거예요. 내가 뭘 해주면 되느냐고 했더니, 재무 쪽을 맡아달라고 했어요. 재무는 제가 원래 하던 일이니까, 응했죠.”
A 씨의 설명에 따르면, 태 씨가 제안한 사업은 단체를 설립해 탈북민의 자립을 지원하는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대북전단 살포 등은 무의미하니, 그 돈으로 탈북민 자립지원 단체를 통해 성공한 탈북민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A 씨는 설명했다.
실제 태 씨가 A 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8월에 보낸 카카오톡 문자를 보면, 태 씨는 “북한자유미한동맹을 만들어서 진행할 예정”이고 “어제 미국에서 크게 한번 소리 냈다”면서 미국 워싱턴 D.C 소재의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인터뷰를 공유했다. 이는 대북전단 말고 성공한 탈북민 이야기를 알리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다루는 기사였다. 해당 기사는 삭제됐지만, ‘조갑제닷컴’에서는 여전히 볼 수 있다. 또 태 씨는 “놀라운 소식”이라며 “미 국무부 북한인권 담당으로부터 120억 유치자금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자신이 미국에 다녀왔다는 것을 증명하듯 미국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보냈다.
“태○○의 제안은 올해 10월~11월까지 가상화폐 환전과 대출을 통해 단체설립에 필요한 자금을 만들고, 12월에 설립하자는 거였어요. 그럴싸했어요. 탈북민의 자립을 지원한다? 의미가 있을 것 같았어요. 운영 자금도 태○○가 받아오겠다고 하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죠. 실제 (태○○가) 미국도 다녀왔고요. ‘사기 치러 미국에 갔나’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었어요.”
아버지 힘으로 극동방송 입사?
태영호 민주평통 사무처장의 아들 태 모(32) 씨와 A 씨의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보면, 태 씨는 A 씨에게 극동방송에 입사할 수 있었던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민중의소리
탈북민 지원 단체 사무실을 어떻게 구할지도 논의했다고 한다.
“그럼 사무실은 어떻게 할까 했더니, 극동방송 이사장이 자기 아버지랑 친하니까 극동방송 사무실 하나를 내줄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이것을 또 왜 믿었냐면, 실제로 태○○가 극동방송에 입사했어요.”
민중의소리가 극동방송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태 씨는 정말 극동방송 제주지사에서 일하다가 최근 퇴사했다. A 씨가 태 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보면, 5월 초 태 씨는 A 씨에게 “극동방송 가서 미팅하고 점심(을) 아버님이랑 저랑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와) 점심 식사”한다더니 “5월이나 6월부터 극동방송에서 일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태 씨는 “극동에 있으면 이게 미국계 VOA 지사라 미국 쪽으로 손을 뻗기 수월해진다”면서, 극동방송에 입사한 것도 탈북민지원 사업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가 방송에 아무런 그게 없거든요. 근데 입사하니까, 저기를 저렇게 쉽게 들어가지네? 아버지 위세가 있긴 하구나 싶은 거죠. 그래서 극동방송 사무실 얘기도 믿었어요.”
그렇게 태 씨는 A 씨를 이용해 가상화폐 환전과 대출 사업을 시작했다. A 씨는 “환전과 대출을 통해 돈을 벌어서 탈북민지원단체 설립에 사용하겠다는 게 태○○의 계획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아버지 직위와 특수한 신분 활용
명의도용 가상화폐 대출
태 씨는 A 씨에게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도움을 주겠다면서 A 씨가 운영하는 소규모 회사의 투자제안서와 거래실적 등도 받아 갔다. A 씨는 이게 다른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투자사기에 사용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태 씨는 다른 피해자 B 씨에게 돈을 불려주겠다면서 투자를 종용했는데, 이때 A 씨 회사의 투자제안서 등을 이용했다. 태 씨는 A 씨 회사가 투자자금을 유치한 내역을 보여주며 “저희 회사 투자자금 유치 후 굴리는 상황”이라고 B 씨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자신이 태영호 처장의 아들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가족카톡방 사진과 모자이크 처리 없는 가족관계증명서까지 보여줬다. B 씨는 태 씨를 믿고 수천만원을 투자했는데, 막상 A 씨 회사 계좌로 입금된 돈은 없었다고 한다. A 씨는 “우리가 준 투자제안서 등으로 B 씨를 낚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태 씨는 B 씨의 명의로 A 씨 일행로부터 수억 원의 가상화폐를 빌렸다. 하지만 B 씨에게 직접 확인한 바에 따르면, 막상 B 씨는 자신의 명의로 대출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B 씨는 이 사실을 A 씨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은 9월에서야 알게 됐다. B 씨는 올해 5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태 씨를 만나 가상화폐 환전을 부탁하며 신분 확인용으로 신분증 등을 넘겼는데, 이게 B 씨도 모르게 대출에 사용된 것이다.
경찰과의 친분, 지인 개인정보 등 활용
태영호 처장 아들 태 모(32) 씨는 자신이 신변보호팀 경찰관들과 매우 친해서 피해자들의 신용도 경찰을 통해 알 수 있다는 듯 이같이 A 씨에게 말한 것으로 파악된다. ⓒ민중의소리
태 씨가 A 씨를 이용해 벌인 가상화폐 환전·대출은 처음부터 규모가 큰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십만원 단위의 환전으로 시작해, 수백만원의 대출로 이어지더니,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단위로 규모가 점점 커졌다.
규모가 커지니, 태 씨를 믿던 A 씨도 걱정이 커졌다. 그때마다, 태 씨는 A 씨에게 피해자들의 자산 정보를 보여줬다고 한다. 실제 카카오톡 대화기록을 보면, 태 씨는 A 씨에게 피해자 C 씨와 D 씨의 자산을 보여주며 안심을 시켰다. 태 씨가 보여준 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 화면에 적힌 C 씨의 총자산은 3억2928만원 상당이었다. 태 씨는 “이 중에 1억 이상이 외화예금”이라고 설명했다. 또 태 씨가 D 씨의 자산이라며 보여준 화면에는 3억2984만원이 적혀 있었다. 태 씨는 A 씨에게 “저거 우리한테 400만원 생활비 제외하고 넘긴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 씨가 피해자 C 씨와 D 씨에게 확인해 본 결과 태 씨가 보여준 정보는 모두 거짓이었다고 한다. A 씨는 “모두 합성한 거였다”라고 말했다. C·D 씨는 태 씨와 고려대 동문이다.
또 A 씨가 불안해할 때마다, 태 씨는 수시로 경찰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는 특수한 신분이라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심지어 태 씨는 “일단 (경찰) 신변팀 쪽에도 내용 공유했고, 얘도 능력됩니다”, “신원조회는 아까 강남경찰에 하긴 했어요”, “깡패 안 쓰고 경찰 쓰면 더 효율적이죠”, “걔 개인정보 등 받아서 강남경찰서 조회 넘김요”라면서 A 씨를 안심시켰다.
이 같은 태 씨의 말을 얼마나 신뢰했느냐는 질문에, A 씨는 “안 믿기 힘들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실제 경찰과 찍은 사진도 보여줬어요. 그 당시에는 그럴싸했습니다. 신변보호 당연히 해야 할 것 같았고, 나 같아도 경호를 붙일 것 같았어요. 자연스럽게 친해졌겠지 생각했어요.”
“진실과 거짓을 섞었기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태 씨가 이 같은 방식으로 A 씨 일행으로부터 빌려 간 가상화폐는 13억원 상당이다. 이중 이자 명목 등으로 갚았다는 3억원을 제외하면, A 씨는 태 씨에게 10억원이 넘는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한다. 올해 5월부터 8월 사이 약 3~4개월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A 씨는 7월 말~8월 초쯤 태 씨에게 속았다고 확신했지만, 이미 늦은 시기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태○○의 말은 모두 뻥이었는데, 그때는 ‘그렇구나’ 싶었어요. 태○○가 교묘하게 진실과 거짓을 섞었기 때문에 믿을 수밖에 없었어요. 치밀한 데다 너무 과감하니까 속을 수밖에 없었어요.”
A 씨는 태 씨가 여러 피해자에게 투자받거나 자신에게 빌린 돈을 전부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날렸다고 보고 있다. 태 씨의 가상화폐 계좌를 추적해 본 A 씨는 “선물거래 후 전부 탕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돈을 모두 날렸다는 것이다.
문제는 태 씨 측의 입장이다. 태 씨의 어머니는 A 씨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갚아줄 능력이 안 된다”면서, 되려 A 씨에게 “우리 집 망하게 하려고 한 거 아니냐”라고 화를 냈다. 또 태영호 처장 역시 다른 피해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태○○는 성인”이라며 “그러면 채무채권 관계는 부모와 전혀 관계없다”고 말했다. A 씨와 다른 피해자들은 이후 여러 차례 태영호 처장과 태 씨 어머니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언론보도 후 태영호 처장이 페이스북에 남긴 네 줄의 사과문이 전부였다.
한편, A 씨는 2일 고소장을 우편으로 발송했다. 지난 9월 26일에는 피해자 E 씨가 주소지 관할 지역인 대구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오는 4일 오후에는 피해자 B 씨가 경기도 용인 소재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역사학자 김기협 씨가 쓴 <뉴라이트 비판>(돌베개 펴냄)이 다시 출판된다. 2008년 <프레시안>에서 연재했던 것을 묶어 같은 해 낸 이 책은 이명박 정권의 이데올로기 집단 노릇을 하는 뉴라이트의 활동과 담론, 이념을 총체적으로 비판하는 책이다. 또한 뉴라이트가 일제통치, 이승만·박정희 통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들이 왜 민족과 민주주의를 두려워하고 승자와 강자에 집착하는지를 보여준다.
나온지 16년이 된 이 책이 다시 출판되는 이유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금 뉴라이트가 준동하기 때문이다. 책 내용도 16년 전과 다르지 않은 이유다. 김기협 역사학자는 재출판되는 이 책에 서문만 다시 썼다. <프레시안>에서는 김기협 학자가 새롭게 쓴 서문을 싣는다. 편집자
'뉴라이트' 이야기가 근래 심심찮게 튀어나온다. 그런데 16년 전과는 양상이 다르다. 그때는 '뉴라이트'를 자임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거기 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지금은 지목받는 사람들이 "저 아닌데요?" 발뺌한다. "그게 뭔데요?" 시치미도 뗀다. '뉴라이트'가 나쁜 말이 되어 있다.
원래 뉴라이트는 '합리적 보수'를 표방했다.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 보수 정당의 패배 후 보수 진영의 위기의식 속에 새 깃발로 나선 것이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보수 정당이 승리하자 일등공신을 자처하고 나섰다.
'뉴라이트'가 이 사회에서 나쁜 말이 되어버린 것은 이때 승리에 들뜬 뉴라이트의 어지러운 행태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합리적 보수를 추구하는 진짜 뉴라이트가 아니라 잿밥만 보고 몰려든 사이비들의 행태였다. 잔치판이 너무 흥겹다 보니 뉴라이트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도 휩쓸려버렸고 극소수 진지한 사람들은 대오를 떠나버리기도 했다.
이 책의 비판 대상은 뉴라이트 이론에 앞장서다가 잔치판에 휩쓸려버린 사람들이다. 공부한 내용이 현실에 투영되는 것은 학인(學人)에게 큰 기쁨이다. 그런데 기쁨에 취해 공부를 현실에 꿰어맞추려 들면 공부가 망가지고 학인의 자세가 무너진다. 뉴라이트에게서 타산지석(他山之石)을 찾고자 쓴 글이다.
'뉴라이트'가 나쁜 말이 된 것은 이 책에서 비판을 잘한 덕분이 아니다. 뉴라이트의 몰락은 그 이론의 한계와 문제점이 밝혀진 결과가 아니라 사이비 뉴라이트가 지나친 분란을 일으킨 결과다.
이 책 17장에서 '이 땅의 보수를 죽이려는가?' 따진 것은 이 사이비 행태를 표적으로 한 질문이다. 당시의 보수주의자들은 '권위주의 보수'를 벗어나 '합리적 보수'로 나아가고 싶었다. 합리적 보수의 이름이 될 수 있는 '뉴라이트'란 말을 제멋대로 쓰다가 나쁜 말로 만들어버린 것이 사이비들의 행태였고, 그로 인해 보수주의 이념의 발전이 가로막혔다.
사이비의 판별 기준은 '진정성'에 있다. 합리적 보수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하이퍼내셔널리즘(과잉민족주의)의 반성이 중요한 과제다. 대한민국 건국은 1919년인가, 1948년인가? 일제강점기 이 땅 주민들의 국적은 대한민국이었나, 대일본국이었나?
이런 질문에 하이퍼내셔널리즘은 하나의 정답만이 있다고 주장한다. 진지한 보수주의자는 그 정답이 완전하지 못한 문제를 고민한다. 아무 고민 없이 그 반대쪽이 확고한 정답이라고 우기고 나서는 자들은 사이비다. 건국이 언제였나, 국적이 어디였나, 논의를 통해 이견을 좁히고 공감을 늘리기보다 편 가르기로 대립을 격화하는 데서 정략적 이득을 찾는 자들이다.
지금 상황이 '뉴라이트 시즌-2'라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사이비 시즌-2'”다. 더 이상의 '뉴라이트 비판'보다 '사이비 비판'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이비는 이득이 보일 때 창궐한다. 지금 그들에게 어떤 이득이 보이고 있나?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미주지역 자문위원과의 통일대화에 입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 사회에는 북한의 선전선동에 동조하는 반(反)대한민국 세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대립과 편 가르기가 화합과 협력보다 유리한 상황에 문제가 있다. 그런 상황의 중심에 '사이비 대통령'이 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한 준비가 없던 사람이 덜컥 대통령이 되어 있다. 그는 대통령의 권력만 생각하지, 대통령의 책임은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수준이 높든 낮든 나름대로 자기 목표를 세워 꾸준한 노력을 쌓는다. 분란을 틈타 '어쩌다' 자리를 차지한 사람에겐 그런 직업의식이 없다. 꾸준한 노력에 의한 '성공'이 아니라 화끈한 요행에 의한 '승리'만 바라본다.
임명권자의 이런 취향에 맞는 사람들이 등용된다. 언론 관계 요직에 '반(反)-언론' 성향 사람들, 역사 관계 요직에 '반-역사' 성향 사람들을 골라 뽑는 것은 분란을 키우기 위해서다. 직책에 책임감을 갖고 분란의 해소에 힘쓰는 사람들은 '코드'에 안 맞는다.
16년이 지난 지금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땅의 보수를 죽이려는가?" 지금의 사이비 사태는 정치를 비롯해 이 사회의 모든 부문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 그중 치명적 피해를 입는 것이 보수 이념이고 보수 진영이다. 다른 부문의 피해는 원인이 제거되면 바로 치유되는 외상(外傷)인데, 보수 쪽 피해는 속이 망가지는 내상(內傷)이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의 정의에 여러 방법이 있지만, 나는 변화에 대한 태도를 핵심으로 본다. 일체의 변화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피한 변화를 최대한 원만하게 받아들여 부득이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을 찾는 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에서 독재시대까지 이 땅에는 보수주의가 설 여지가 없었다. 현실의 변화 필요가 너무 절박해서 뜻있는 사람들은 모두 변화를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폭력독재가 끝나고 40년이 되어가는 지금은 이 사회에도 지키고 아낄 만한 것이 많아졌다. 보수주의의 역할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권력은 아껴 쓸 때 힘이 늘어난다. 인사권의 발동이 조심스러워야 순조로운 효과를 바랄 수 있고, 거부권(재의요구권)은 행사하지 않아야 그 권위가 지켜진다. 권력자의 권력 오-남용은 국가제도를 마모시켜 붕괴를 재촉한다. 이번 사이비 사태의 수습 과정에서 보수다운 보수의 역할이 나타나기 바란다.
김기협 역사학자
40세 나이에 교수직을 그만둔 후 20여 년간 독학으로 문명교섭사를 공부해 온 역사학자. 서울대학교 이공계 수석 입학 뒤 사학과로 전과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프레시안 장기 연재를 바탕으로 <해방일기>, <뉴라이트 비판>, <페리스코프>, <망국의 역사, 조선을 읽다> 등의 책을 썼다. 프레시안 창간 때부터 거시적 관점에서 역사와 한국 사회를 조망하는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 <역사 앞에서>의 저자 김성칠 교수가 부친이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분쟁이 이스라엘의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 제거로 극단으로 치닫다 마침내 10월 1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확전의 기로에 섰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 9월 10일 오후 서울 전태일기념관 2층 공연장에서 “중동정세 변화와 국제질서의 재편”을 주제로 강연한 ‘2024년 9월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이란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단한 바 있다.
박현도 교수는 “이스라엘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란을 건드려서 이란이 발끈해서 공격을 하기를 바란다”며 “이 전쟁은 이란과 이스라엘 전쟁이 아니고 이스라엘을 구하기 위해서 미국이 끼어들 거다. 그럼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된다”고 중동전의 성격을 규정했다. “미국과 합쳐서 이란의 핵 시설을 파괴하는 게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의 꿈”이라는 것.
이란이 확전으로 맞서지 못하는 이유는 이스라엘의 뒷배 미국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란은 1979년 (이란)혁명 난 다음부터 제재를 꾸준히 받았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퇴역해야 될 비행기들이 여전히 다니고 있는데, 그 비행기로는 이길 수가 없다. 방공망도 약하다”는 것. 따라서 러시아로부터 최신식 전투기와 방공망을 도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분석이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 9월 10일 오후 서울 전태일기념관 2층 공연장에서 “중동정세 변화와 국제질서의 재편”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 교수는 “모든 게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지금 이란이 중요한 것은 제재를 해제해야 되는 것”이라며 “맞더라도 이 전쟁에서 끝까지 참고 참으면 승자는 결국 이란이 될 거라고 얘기를 한다”는 논지를 폈다.
나아가 “(이란이) 제재를 해제 못 하면 이란의 경제는 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건 우리 한테도 안 좋다”며 “이란 제재가 해제되면 우리 중소기업 200개가 살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이란 시장이 열리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제5차 중동전쟁은 없다. 제3차 세계대전이 있다. 그래서 확전되면 안 된다는 얘기다”라고 결론지었다. 중동전이 확전되면 이스라엘과 미국이 한편이 되고 결국 러시아와 중국이 팔레스타인과 이란 등 아랍국가들을 지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이란은 다른 아랍국가들의 적이기도 하지만 “아랍 국가들은 지금 이란과 싸울 마음이 없다. 경제 발전을 해야 되니까”라는 판단이 전제로 붙는다.
현실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개시됐고, 이스라엘도 보복을 다짐하고 있어 확전 가능성은 열려 있고, 박 교수가 진단했듯 전면전을 원치 않는 이유들도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갈림길에 선 셈이다.
중동 정세 변화, 미국의 ‘셰일 에너지 혁명’이 촉발
박현도 교수는 “현재 중동 정세의 변화, 국제 질서의 변화의 가장 큰 축의 시작은 미국의 ‘셰일(Shale) 에너지 혁명’”이라며 “에너지 자급자족의 꿈을 이룬 미국이 이제 한 발 더 나아가서 미국의 가장 거추장스러운 도전자인 중국을 제압하기 위해서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지금 세계 정세가 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현도 교수는 미국의 셰일 에너지 혁명이 중동 정세의 전환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자료 제공 - 박현도]
“석유가 없었다면 중동은 아프리카와 같을 것”이라는 명언처럼, 미국은 셰일 에너지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고, 에너지 자급을 넘어 수출까지 가능케 돼 중동을 중요하게 여길 이유가 사라진 것. 셰일 가스와 석유는 생산 단가가 높고 환경 문제도 심각하다는 한계도 있다.
우리 나라도 사우디아라비아(30%)에 이어 두 번째로 석유를 많이 수입해 오는 나라가 바로 미국(10%)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로부터 석유 수입이 불가능해져 우리 나라의 중동 석유 의존율은 60%에서 다시 이전의 70%로 되돌아 왔다.
당장 장기전으로 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힘을 쏟아붓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물불 안 가리는 확전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 때부터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를 외치며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의 입장과 상치되기 때문.
미국의 중동 중시 정책이 변하면서 중동의 전략구도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료 제공 - 박현도]
박 교수는 “미국이 조금씩 조금씩 중동에 대해서 관심을 끊는 게 본격적으로 드러난 게 2019년”이라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두 곳을 공격해서 셧다운시켰지만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일성은 “미국을 공격한 게 아니다”였고, “만약에 사우디가 원하면 우리가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상 사우디에 비용을 청구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분위기가 “미국은 더 이상 중동에서 군사 개입을 하지 않는다. 왜? 중동 에너지가 미국에 그렇게 필요하지 않다. 왜? 우리는 셰일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그 바쁘다. 우리는 중국을 잡아야 한다”는 것.
이에 반해 에너지 자립국이 아닌 중국은 중동의 석유자원이 절실하다. 중동 국가들은 당연히 에너지를 수출할 수 있는 중국과 친해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2023년 3월 중국의 중재로 이란-사우디아라비아 외교정상화가 이뤄졌다. 미국 단일패권이 중동에서도 서서히 저물고 있다는 진단이다.
“중동에서는 미국의 단극 시대가 끝났고...이제는 서로서로 연결되는 시대”이며, 중동국가들의 브릭스(BRICS) 가입도 이같은 흐름에 있다는 것.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해리스와 트럼프
박현도 교수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중동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전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 교수는 미국 대선이 미칠 영향을 전망하며 “트럼프도 그렇고 해리스도 그렇고 전쟁을 끝내기보다는 최대한 조용히 전쟁이 선거 악재만 되지 않으면 되는 거니까 그 전쟁이 끝나기 힘들다”며 “일단 해리스가 되는 게 팔레스타인 문제는 트럼프가 되는 것보다 (해결이) 더 빠를 거다”고 전망했다.
“해리스가 네타냐후에 대해서 굉장히 차갑다”는 것이며, 반면에 “트럼프가 되면 네탄야후하고 찰떡궁합이기 때문에 특히 미국에서 강력하게 민심의 반전이 없는 한 이스라엘에게 좋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반대인 셈이다. 트럼프 후보는 당선 즉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하고 있다.
박 교수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가장 큰 원인은 사우디아라비아하고 이스라엘이 손잡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팔레스타인이 22개 중동국가들을 믿고 이스라엘에게 덤비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중동국가들과 먼저 손을 잡는 ‘네탄냐후 독트린’으로 제압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아울러 이스라엘 ‘내분’, 네타냐후와 대법원의 갈등이라는 ‘허점’을 노린 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정권을 유지하지 않으면 퇴임후가 보장되지 않아 연임을 위한 유일한 탈출구인 확전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한 상태다.
중동 전쟁을 막는 방법은 간단하다. “미국이 무기 안 주면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이스라엘 쪽에서 “미국이 무기를 안 주면 우리 이스라엘은 전쟁 5일밖에 못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적도 있다고.
박 교수는 이란의 혁명수비대 연구소에서 “미국이 러시아, 이란, 중국을 막는 데 혼자 싸울 수 없기 때문에 자기의 파트너를 구성해서 싸울 것”이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전장터로 유럽나토가, 이란은 팔레스타인을 전장터로 아랍나토가, 중국은 대만을 전장터로 한국과 일본이 포함된 동아시아나토가 담당하는 구상일 것이라고 분석한데 공감하고 이같은 기류가 2040년까지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화3000이 후원하는 ‘2024년 통일뉴스 월례강좌’ 10월 강좌는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북한-통일학과 교수가 “북한 헌법 개정의 의미”를 주제로 10월 10일 오후 6시 30분 전태일기념관 4층 강의실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북한은 10월 7일 헌법 개정을 위한 최고인민회의 소집을 공표해둔 상태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8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 남소연
지난 8월 6일 휴가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형석 (재)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을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함으로써 막장 인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로써 동북아역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 국사편찬위원회에 이어 독립기념관까지 주요 역사 관련 기관을 모두 뉴라이트 인사들이 장악하게 되었다.
"현재 우리 국민들 수준은 1940년대 영국 국민보다 못하다"는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일제가 쌀을 수탈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수출한 것"이라는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육사에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허동현 국사편찬위원장,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라면서 "친일인명사전을 손보겠다"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한마디로 인사가 아니라 가장 부적격한 인물을 배치한 '망사'라 할 만했다. 김형석 씨는 8월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대한민국이) 1945년에 광복됐다는 것을 인정하는지 관장 자격으로 이야기해 달라'는 국회의원의 질의에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광복절을 광복절이라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독립기념관장이라니.
▲뉴라이트가 장악한 정부 산하 역사 관련 기관 ⓒ 민족문제연구소
독립기념관법에는 독립기념관의 목적이 "외침을 극복하고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지켜 온 우리 민족의 국난 극복사와 국가 발전사에 관한 자료를 수집·보존·전시·조사·연구함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민의 투철한 민족정신을 북돋우며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하는 데에 이바지함"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독립기념관의 목적이 이러함에도 윤 정부는 거꾸로 정반대 성향의 인물을 조금도 거리낌 없이 관장으로 임명하였다. 이쯤 되면 국민 여론은 안중에도 없는 '오만과 탈선'이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역사 관련 주요 기관장을 무리하게 뉴라이트 일색으로 채운 데에는 분명 숨은 의도가 있을 것이다. 역사 쿠데타를 기도했던 박근혜 정권의 몰락과 더불어 사라진 줄 알았던 뉴라이트가 화려하게 부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뉴라이트의 전사(前史)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뉴라이트의 시발점
뉴라이트는 도대체 언제, 무엇 때문에 출현한 것일까? 일반적으로 뉴라이트의 시발점을 '뉴라이트 전국연합'(상임의장 김진홍 목사)이 출범한 2005년 전후로 본다. 하지만 필자는 그보다 앞선 1994년이 뉴라이트가 등장한 때라고 생각한다. 3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기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세력을 확장해 온 것이다.
1993년 2월 25일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어떤 이념이나 어떤 사상도 민족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라면서 북한 김일성 주석에게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데 이어 1994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제안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남북회담을 관장할 통일부총리에 오랜 민주화 운동 경력을 가진 한완상 교수를 임명했다. 한 부총리는 통일정책의 '국민적 합의'를 위해 반공인사들은 물론 당시 통일운동의 주력이었던 한총련 학생들과 문익환 목사, 임수경씨 등도 잇따라 만났다. 1994년 6월 한반도가 북한 핵문제로 위기상황에 처하면서 이 문제의 타결을 중재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통해 김일성 주석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했고 김 대통령이 즉각 수락함으로써 1994년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평양에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역대 정부 출범 때마다 남북정상회담 제안은 단골 메뉴였지만 김영삼 정부의 담대한 통일 정책과 눈앞에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에 화들짝 놀란 사람들은 이철승을 비롯한 골수 반공 정치인들이었다. 이철승은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이 화해와 협력의 길로 접어드는 상황을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질 총체적 위기'라면서 우익단체 결성과 잡지 창간 등을 독려했다(조선일보 1994.3.13.) 이 때 이철승 등 극우반공 정치인들이 호명한 인물이 바로 이승만이었다. 사실 이승만은 1960년 4·19혁명 후 거의 30년 넘게 잊힌 존재에 불과했다.
이승만을 미화한 영화 〈건국전쟁〉과 다큐 〈기적의 시작〉에서는 하와이 망명 중인 이승만이 1965년 죽음을 앞두고 고국으로 가고 싶어 했다면서 신파조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당시 이승만 입국을 막은 자는 다름 아닌 박정희였다.
이승만 노인은 눈이 어두운 독재자다. 지난날 이승만씨가 꾸며 놓았던 자유당이야말로 자기 파만의 수지타산을 제일로 치는 정당의 본보기였으며, 세계 선거 역사 가운데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없으리만큼 부정과 불법의 흉계를 꾸미고 이를 국민에게 강요했던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박정희, <우리 민족의 나갈 길>).
▲우남(이승만)기념사업 활성화모임을 보도한 조선일보 1994년 7월 1일자 기사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김영삼-김일성 정상회담을 앞둔 1994년 6월 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는 '우남 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 활성화를 위한 모임'이 열렸다. 이들은 모임의 취지를 "70년대 초반에 조직됐지만 그동안 활동이 지지부진해오다 최근 들어 '대한민국의 국가 기반을 닦은 위인을 푸대접해서는 안된다'는 원로들의 의견이 높아지자 활성화를 위한 모임을 갖게 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조선일보 1994.7.1.).
이 자리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윤치영(1898~1996)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파로 이승만 정권의 초대 내무부 장관, 박정희 정권 당시 민주공화당 의장 서리를 지냈다. 신현확(1920~2007)은 일제의 고등문관시험에 합격하고 이승만 정권 부흥부 장관, 박정희 정권의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냈다. 안응모(1930~2024)는 전두환·노태우 정권에서 각각 치안본부장과 내무부 장관을 지내며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 앞자리에 있었다. 신도환(1922~2004)은 이승만 정권 당시 대한반공청년단장으로 1960년 3·15 부정선거 관련 혐의로 구속되어 사형이 구형되었으나 무죄로 풀려났다. 이후 신민당에서 활동하여 야당 인사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3·15 부정선거에 책임이 있다. 홍석현(1949~ ) 중앙일보 사장도 참석했는데 그의 부친인 홍진기(1917~1986)는 4·19 때 내무부 장관으로서 발포 책임자로 지목되어 무기징역이 선고된 바 있다. 이도형(1933~2020)은 극우 잡지 <한국논단> 발행인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친북좌파로 비난하는 등 이른바 '사상 검증'으로 유명했다. 지난 날 독재에 부역했던 이들이 한목소리로 '북진 통일'의 아이콘인 이승만을 무덤에서 불러낸 것이다.
김일성 사망에 안도, 본격적인 역사 전쟁 시작
1994년 6월 30일 신라호텔 모임은 이후 한국 뉴라이트의 시작이라 할만하다. 모임 이후 7월 8일 이들에게 김일성 주석 사망이라는 기적과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김일성 주석의 사망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린 이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광복 50주년을 맞은 1995년, 많은 국민이 옛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남산 외국인 아파트 철거 등 김영삼 정권이 추진한 '역사 바로 세우기'에 지지를 보내고 있었지만 <조선일보>는 광복 50년·조선일보 창간 75주년 특별기획전 '이승만과 나라세우기'를 시작으로 대규모 역사 전쟁에 나섰다. 이승만과 나라세우기? 즉 '이승만이 1948년 대한민국을 건국했다'는 뉴라이트의 핵심 강령이 이때 제시된다.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건국한 대통령 이승만은 불굴의 항일투사로, 공산주의와 맞서 싸운 선견의 정치가로, 세계열강들 가운데서 탁월한 국제감각으로 평생을 나라를 재건하고 수호하는 데 헌신한 애국자였습니다. 그러나 이승만에 대한 평가는 이러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일제를 청산하지 못한 대통령, 4·19를 유발한 독재자로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승만은 말년의 과오만이 아니라 그의 전 생애(1875~1965)가 한국의 근대사였고 역사를 개척한 주역이었다는 점에서 다시 평가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승만과 나라세우기 전은 바로 건국대통령 이승만을 있는 그대로 보이는 자리로 재평가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사고[社告]로 밝힌 전시회 기획의도, <조선일보> 1995.2.3.)
▲'이승만과 나라세우기' 전시회 개막식을 보도한 조선일보 1995년 2월 5일 자 기사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당시 이 전시회의 저의를 간파하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조선일보사가 박정희, 이승만의 복원을 집요하게 추진, 미화하는 것은 상식적인 역사 재조명이 아니라 '개혁'을 보수의 틀 안에 가두어 놓겠다는 구체적인 의도(고성국 나라정책연구회 상임운영위원)
이미 4·19 혁명에 의해서 역사적·국민적 평가가 난 이 대통령의 행적을 새삼스럽게 '건국 대통령'으로 과장·미화하는 것은 과거 50년대와 이해관계가 닿아있는 기득권층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사업(서중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수구 보수 세력의 위기감이 드러나 보인다(윤종세 민주주의민족통일대전충남연합 사무처장)
이승만 한 사람만 되살리고 말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박혜란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
반공 정치 세력과 조선일보 등 수구 언론은 남북정상회담 무산을 전후하여 김영삼 대통령 주변에서 통일 정책을 추진했던 한완상 통일부총리와 김정남 교육문화사회수석비서관에게 집요하게 사상 검증 공세를 펼쳐 결국 이들을 정부와 청와대에서 쫓아내는 데 성공한다. 이즈음 김영삼 정권은 급격한 우경화로 치달았고 이를 입증하는 상징적 사건이 발생한다. 1996년 한총련 주최로 연세대에서 열린 '통일대축전 및 범민족대회'를 정부가 이례적으로 강경 진압해 5848명이 연행되고, 1998년에는 대법원이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언론은 이 같은 강경 진압의 원인을 "보수세력을 결집시켜 차기 집권을 위한 유리한 정세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았다(중앙일보 1996.8.21.).
▲이철승, 오제도 등 반공 인사들을 중심으로 '자유민주주의 전사'를 자처하며 출범한 자유민주민족회의 발족을 보도한 조선일보 1994년 11월 15일 자 기사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반공 정치인과 수구 언론의 결합으로 시작된 뉴라이트는 학생운동에서 이탈한 인사들(1998년 시대정신, 2004년 자유주의연대)이 일부 결합하고 여기에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이 합세하면서 본격적으로 공론장과 학교 현장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1997년 연세대 현대한국학연구소(소장 유영익)는 2011년 연세대 이승만연구원(원장 류석춘)으로 변신하며 본색을 노골화하였고, 지금은 이승만학당 등 수많은 이승만 우상화 단체가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초·중·고등학교의 기존 교과서가 좌파적 성향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2005년 출현한 교과서 포럼은 대안교과서-교학사 교과서-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를 거쳐 최근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를 통해 부활을 꾀하고 있다.
이들이 역사교육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대한민국의 건국이념과 정통성의 자랑스런 역사교육을 후대에 철저히 교육시켜야 한다(이철승, <동아일보> 1993.6.16.)
이처럼 뉴라이트는 새로운 보수가 아니라 수구세력의 자구 노력이자 기득권 유지를 위한 결집이라 할 수 있다. 뉴라이트의 시작과 그들의 목적을 알고서도 이 역사 전쟁이 쉽게 끝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을까?
헌법을 무기로 뉴라이트에 맞서야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무기로 역사 전쟁에 임해야 할까? 필자는 우리 헌법이 뉴라이트에 맞서는 유효한 무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헌법은 장식(액세서리)이 아닌 규범 헌법이다.
헌법은 국민적 합의에 의해 제정된 국민 생활의 최고 도덕규범이며 정치 생활의 가치규범으로서 정치와 사회질서의 지침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 사회에서는 헌법의 규범을 준수하고 그 권위를 보존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헌재 1989. 9. 8. 88헌가6).
우리 헌법 전문은 독립, 민주, 평화통일 등 3대 정신을 명확히 천명하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2021년 11월 3일 <반일 종족주의> 공동저자인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우연씨가 수요시위 행사장에 접근해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며 태극기와 일장기를 흔들고 있다. ⓒ 권우성
즉, 대한민국임시정부 등 독립운동 폄훼, 이승만 독재 찬양·미화, 반북 대결 의식 고취라는 뉴라이트의 주장은 한마디로 반 헌법적이다. 우리는 '국민 생활의 최고 도덕 규범이며 정치 생활의 가치 규범'인 현행 대한민국 헌법을 무기로 반 헌법 세력인 뉴라이트에 맞서야 한다. 이름에 '뉴'가 붙었다고 해서 그것이 새로운 사조일 수는 없다. '올드 라이트'든 '뉴라이트'든 혼종이든 친일·친독재, 외세 의존, 멸공 통일 등을 본령으로 하는 '초록은 동색'이다. 수구 세력의 기득권 지키기란 측면에서 이들은 모두 과거로의 회귀를 희구하는 반헌법 세력일 뿐이다.
1일 저녁, 광주전남 KBS 주최로 영광군수 재선거 후보자 토론회가 진행됐다. ⓒ화면 갈무리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TV토론에서 날 선 공방을 펼쳤다. 더불어민주당 장세일 후보의 폭행·국비횡령 사기 전과와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의 ‘철새정치’ 행태·이력 사칭 공방이 뜨거웠다. 진보당 이석하 후보는 공방에서 한 발 떨어져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강조했다.
1일 저녁, 광주전남 KBS가 주관하는 영광군수 후보자 초청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은 처음부터 끝까지 후보자 이력 검증 공방으로 이어졌다.
장세일 민주당 후보는 “조국혁신당이 장현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제대로 검증했는지 의문이다. 입당과 탈당, 무소속 출마를 여러 번 반복한 경력이 있고, 이번에도 경선을 목도에 두고 또 한번의 탈당을 했다 이래서 군민들이 장현 후보를 철새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석하 진보당 후보 역시 “얼마 전까지 이재명 대표와 찍었던 사진을 대형 현수막으로 만들어 걸어 뒀다가, 갑자기 조국혁신당에 입당하니, 군민들 사이에선 ‘아버지를 바꿨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는 “민주당이 탈당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 그래서 내가 ‘탈당 당했다’는 표현을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현 후보의 ‘고려대 총학생회장 사칭’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장 후보는 과거 자신이 출마했던 일부 선거에서 ‘총학생회장 출신’이란 이력을 적은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총학생회장이 아닌 학도호국단 총학생장 출신이다.
장세일 민주당 후보는 “학도호국단은 민주화운동을 방해하기 위해 전두환이 만들어낸 학생 단체다. 이 단체장 출신이면서 민주화를 이끌었던 총학생회장으로 명기한 것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장현 후보는 “사과할 생각이 없다.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선관위의 고발 이후 총학생장이라는 정확한 표현을 사용했다. 학교마다 학도호국단의 성격과 대표 선발 절차가 달랐다”고 주장했다.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는 장세일 민주당 후보의 폭행 전과와 국고횡령 전과를 문제 삼았다. 장세일 후보는 20여 년 전 폭행 사건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폭행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달라”는 장현 후보의 질문에 장세일 후보는 “언성을 높였을 뿐이다. 물리적인 것은 없었다. 젊은 시절 치기 어린 행동이라 반성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지역사회에 헌신하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장세일 후보의 답변에 장현 후보는 “물리적인 것이 없었는데 징역6월에 집행유예 판결이 나오나.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현 후보는 장세일 후보의 국고횡령 사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횡령 액수와 사업이 무엇이냐”고 추궁했다. 장세일 후보는 “공직에 나오기 전 일이다. 국비지원 사업 집행 과정에서 지식과 절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반성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석하 진보당 후보에게는 음주운전 이력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장현 후보는 “이 후보는 음주운전 경력이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이냐”고 물었고 이석화 후보는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20여 년 전, 변명의 여지 없는 불찰과 미숙함이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군민지원금 100만원 재원 마련은?
세 후보의 공약 검증 시간도 있었다. 세 후보 공히 100만원 가량의 현금성 군민지원금 지급을 공약하고 있다. 지원금 지급에는 500억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다. 사회자는 “재원 마련 방안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이석하 진보당 후보의 예산 분석력이 돋보였다.
이석하 후보는 예결산 오차율 축소(현행 35%->12% 수준), 순세계잉여금을 200억원 이하로 조정, 5억 이상 불용처리 사업 70개(총 1천억원 가량) 재평가, 600억원 규모의 군 기금까지 재조정 등 구체적 방안을 언급하며 “분석 결과 추가 예산 확보 없이 군민 1인당 100만원 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같은 질문에 장세일 민주당 후보는 순세계잉여금 감소만 언급했고,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 역시 순세계잉여금을 언급한 뒤 “이석하 후보가 지적한 예산을 확보하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현안인 한빛원전 1, 2호기 수명연장과 관련해선 세 후보 모두 군민의 의견 수렴을 강조했다. 장세일 민주당 후보는 “신뢰구축이 우선이다. 정부 에너지 정책과 연관되어 있는 만큼 안전성 검증에 군민과 신뢰를 두텁게 쌓아야 한다”고 했고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는 “군의회나 군수의 독단적 결정이 아닌 군민의 뜻을 받드는 결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석하 진보당 후보는 “주민대표 500명으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숙의와 토론의 공적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6개월 이내에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했다.
세 후보는 각기 장점을 부각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장세일 민주당 후보는 전남도의원 경력, 30년 지역 정치 경력을 강조했다. 장 후보는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으로 영광은 물론 전남도에서도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는 의원으로 평가받았다. 영광을 바로 세우라는 군민과 시대의 명령을 받들겠다”고 강조헀다.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는 청렴과 투명성을 강조했다. 장 후보는 “영광에는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런 부패 카르텔, 장현이 청산하겠다. 조국혁신당과 함께 깨끗한 영광, 정치 혁신을 해나가자”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석하 진보당 후보는 최근 30%가 넘어선 지지율 상승과 진정한 호남 정치 혁신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석하 돌풍이 태풍이 되고 있다. 지금이 영광 정치를 바로 세울 절호의 기회다. 땀에 투표해 달라”고 강조했다.
1일 저녁, 광주전남 KBS 주체로 영광군수 재선거 후보자 토론회가 진행됐다. ⓒ화면 갈무리 “ 홍민철 기자 ” 응원하기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원외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빼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포함해 핵심 인사들을 불러 만찬을 갖는다. 앞서 지난달 24일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대표를 포함해 당 지도부와의 만찬 자리를 가졌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만찬을 앞두고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후 독대를 재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응답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곧 시작될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원내지도부와 국회 상임위원장과 간사를 초대하는 일은 있었던 일이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감 전 원내 핵심들을 불러 격려하는 자리라서 당무에 집중해야 할 당대표를 안 부른 것”이라고 밝혔다.
2일 동아일보와 한겨레는 각각 이 소식을 사설과 1면에 다뤘다. 동아일보는 “이젠 말도 안 섞겠단 건가”, “이런 식의 감정싸움과 소통 부족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라고 지적했고, 한겨레도 “말이 안 나올 리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신문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김건희 특검법안’의 국회 재의표결에 대비해 분위기를 단속하기 위한 자리”라고 비판했다.
▲2일 한겨레 1면.
韓 뺀 용산 만찬에 동아일보 “이런 식의 감정싸움 언제까지?”
한겨레는 1면 <‘김건희 민심’ 들끓는데 대통령, 특검 표단속만> 기사에서 “여당 대표의 거듭된 독대 요청에도, 대통령 부인을 향한 안팎의 빗발치는 사과 요구에도 미동조차 없는 ‘20%대 지지율’ 대통령이 ‘제 편 챙기기’와 ‘집안 단속’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한 대표를 뺀 독대는 곧 있을 김건희 특검법안 재의표결에 대비해 단속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한겨레는 “중론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김건희 특검법안’의 국회 재의표결에 대비해 분위기를 단속하기 위한 자리라는 것”이라고 해석한 뒤 “국민의힘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을 의결한 김 여사, 채 상병 특검법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표결로 폐기시킨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마포대교 순찰’ ‘공천·당무 개입설’ 등 김 여사 관련 악재들이 잇달아 터져 나온 데다 특검 찬성론이 국민들 사이에서 확산되는 분위기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도 5면 <尹, 오늘 한동훈 뺀 원내지도부 만찬에… 친한 “黨대표 패싱 오해 소지”>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예정인 가운데 재표결을 위한 본회의가 4, 5일경으로 예상돼 ‘표 단속’ 목적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여당 관계자는 ‘당정 관계 정상화보다 특검법 부결 목표 달성을 노리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보도했다.
▲2일 동아일보 5면.
동아일보는 <‘맹탕 만찬’ 8일 만에 ‘韓 뺀 용산 만찬’… 이젠 말도 안 섞겠단 건가> 사설에서 “결국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여당의 파트너가 한 대표가 아니라 추경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윤 인사들이란 의구심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뒤 “이런 상황에서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가 7월 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좌파 유튜버와 접촉해 ‘한동훈 공격’을 사주한 듯한 녹음 내용이 공개됐다. 전화 대화 속에서 김 전 비서관 직무대리는 ‘너희가 잘 기획해서 한동훈을 치면 김건희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거나 ‘(한 대표가) 대통령 되려고 비대위 때부터 (여론조사 예산을 놓고) 수작했다’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한 대표가 대통령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언론에 미리 알려지면서 대통령실이 언짢아했다지만, 두 사람이 협력해야 할 책무는 거북한 개인감정을 넘어서는 일이다. 이런 식의 감정싸움과 소통 부족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2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만 김대남 전 대통령실 비서관직무대리 녹취 논란 1면에
동아일보가 2일 아침 신문들 중 유일하게 김대남 전 대통령실 비서관직무대리가 서울의소리에 한동훈 후보를 공격해달라고 요청한 논란을 1면에 다뤘다.
지난달 30일 서울의소리는 전날 김 전 선임행정관이 이명수 기자와 나눈 녹취록을 공개했는데, 지난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두 사람이 나눈 통화에서 김 전 선임행정관이 “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70억 원대 여론조사를 했는데 이 가운데 자신을 위한 대권주자로서 조사한 게 있다”며 “이번에 잘 기획해서 치면 (김건희)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의소리는 이틀 뒤 <[단독] 한동훈 당비 횡령 유용 의혹 제기>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러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자신의 SNS에 “현재 정부 투자 금융기관 감사위원인 사람이 7·23 전당대회 당시 좌파 유튜버와 직접 통화하면서 저를 어떻게든 공격하라고 사주했다고 한다. 국민들과 당원들께서 어떻게 보실지 부끄럽고 한심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2일 동아일보 1면.
친한계는 수사를 통해 누가 배후에 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아일보는 1면 <尹-韓 갈등 새 뇌관 떠오른 ‘김대남 녹취’> 기사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가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 출신 김대남 SGI서울보증 상근감사위원의 한 대표 공격 배후로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을 정조준한 뒤 대통령실이 즉각 반박하면서 양측이 또다시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라며 “대통령실은 김 감사가 김 여사는 물론이고 윤 대통령과도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며 친한계가 제기한 배후설을 강하게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김 전 선임행정관이 현재 맡고 있는 자리에 대해 낙하산 논란이 있었다고도 다뤘다. 이어지는 3면 기사에서 “특히 친한계는 김 감사가 서울보증 감사로 임명된 데 대해 ‘영화와 소설처럼 공작정치 당사자에겐 보상이 주어졌다’고 주장했다. 8월 김 감사 임명 과정에서 서울보증 안팎에서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연봉 약 3억 원, 회사 2인자 자리에 금융 이력이 전혀 없는 사람을 앉혔다는 이유다. 전직 대통령실 관계자는 ‘낙천한 직무대리가 비서관급도 못 간 서울보증 같은 금융기관 자리에 갔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시민소통비서관이 왔는데도 계속 직무대리라는 명함을 돌리고 다녀서 ‘사칭 논란’이 제기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에서 문제 삼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2일 한겨레 1면.
2년 연속 군사 퍼레이드... 한겨레·경향 “전두환 이후 처음”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북한 정권은 여전히 퇴행과 몰락의 길을 고집하고 있다. 오직 권력 세습만을 추구하며 주민들의 참담한 삶은 외면한 채 핵과 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79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김건희 여사도 참석했다. 지난해에도 진행된 국군의 날 기념식에는 99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2년 연속 국군의 날 기념식을 주재한 건 윤 대통령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2일 한겨레 3면.
한겨레는 <서울 도심서 2년째 열린 시대착오적 ‘군사 퍼레이드’> 사설에서 “이번 국군의 날 행사에는 5300여명의 병력과 340여대의 장비가 참가했다. ‘괴물 미사일’로 알려진 탄두 중량 8t의 초고위력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5’가 최초로 공개되는가 하면, 미군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도 등장했다”며 “2년 연속으로 열린 것은 전두환 군사정권 이후 40년 만이다. 군사정권이나 선호하던 권위주의적 군사 행사에 윤석열 정부는 유난히 집착을 보이고 있다. 이번 국군의 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2년 연속 열병식 연 국군의날, 장병 안전과 복리를 더 챙기길> 사설에서 “2년 연속 도심 열병식을 한 것은 1984년 이후 처음”이라며 “12·12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가 1980~1984년 매년 도심 열병식을 개최했다. 하지만 이후 민주화로 바뀐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도심 열병식은 5년 정도 간격으로 뜸하게 행해졌다”고 했다.
[인터뷰] 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가정·온라인 모두 폭력적인 현실…문제는 청소년 아닌 사회"
박상혁 기자 | 기사입력 2024.10.02. 07:59:15
서울 마포구 경의선 책거리 일대에서는 화려한 블라우스와 높은 통굽 구두 등 범상치 않은 차림을 한 10대 여성 청소년들이 무리를 지어 늦은 밤까지 수다를 떨고 춤을 춘다. '경의선 키즈'로 불리는 이들은 스스로 '멘헤라(정신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의 일본 신조어)', '지뢰계(밟으면 터지는 지뢰 같은 여자)'라 부르며 정신적 취약성을 하나의 개성 또는 패션으로 승화한 또래집단이다.
낯선 문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본 어른들은 이들에게 '성매매하는 불량집단'이란 낙인을 찍었다. 지난해 10월 경의선 키즈들이 '조건 만남'을 한다는 유튜브 영상이 화제가 된 데 이어, 같은 달 <조선일보>는 "30분 만남 15만원, 성관계 30만원"…홍대 앞 모여드는 '경의선키즈' 제하의 기사를 통해 '경의선 청소년들이 성매매 정보를 교환한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 외에도 많은 언론이 경의선 키즈들을 비행을 저지르는 문제적 집단으로 바라보고 있다.
경의선에 모인 청소년들은 미디어가 다뤄온 것처럼 정말 문제로 점철된 집단일까. 여성 위기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서울시립 십대여성지원센터 '나무' 활동가들은 지난 달 27일 <프레시안>과 만나 "경의선 키즈들은 각자 다양한 생각과 관심사로 모여드는 청소년들이기에 백인백색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니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무 활동가들은 경의선 키즈들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쏟아진 이후 주기적으로 경의선 일대를 찾아갔다. 관계 형성을 위해 경의선 키즈들을 따라 춤을 췄다는 목격담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러 노력을 통해 경의선 문화를 즐기기 위해 지방에서 놀러 온 청소년, 학교에서 소외돼 친구들을 사귀러 온 청소년, 가정폭력을 피해 하루만 집을 나온 청소년 등 경의선에 모인 10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이 경의선 키즈들과 밀접한 교류를 이어가며 내린 결론은 '문제는 경의선에 모인 청소년들이 아닌 그들을 동료시민으로 여기지 않고 착취의 대상으로 보는 사회에 있다'는 것이다. 성범죄의 온상이 된 온라인은 물론이고 가정과 학교 등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폭력도 끊이지 않는 상황 속에 청소년들은 길거리에서 친구들에게 밤을 보내는 게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는 게 활동가들의 설명이다.
활동가들은 10대 여성들을 낙인 찍기보다 그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취약한 상황에 놓이는 구조적 원인을 짚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고, 딥페이크 등 성범죄는 가해자를 처벌하는 법만 만들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나라에서 여성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27일 서울 동작구 서울시립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나무 사무실에서 만난 활동가들과의 일문일답이다. 요청에 따라 활동가들의 이름은 '나무'로 통일했다.
▲지난해 10월 유튜버 '카광'이 올린 경의선 청소년 인터뷰 영상 갈무리.
프레시안 : '나무'를 소개해 달라.
나무 : 나무는 위기 상황에 놓인 여성 청소년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서울시 민간위탁기관이다. 십대 여성들을 센터 밖으로 직접 만나러 가는 '현장상담사업', 십대 여성의 위기 상황 및 일상을 지원하고 다양한 사회적 자원들에 연계하는 '일시지원사업'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센터는 열린 공간으로, 청소년들이 낮 시간 동안 식사, 휴식, 샤워 등을 할 수 있으며 센터 이용 시간이나 횟수, 방법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아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곳이다.
프레시안 : 나무 활동가들이 경의선 청소년들과 함께 춤을 췄다는 목격담이 SNS에서 화제가 됐다.
나무 : 화제가 되기 전부터 경의선 일대 청소년들과 랜덤 플레이 댄스를 춰왔다. 경의선에 모이는 청소년들은 서로 춤을 추며 일면식 없는 사이에서도 친해진다고 한다. 나무는 청소년과 활동가들이 서로 배우는 관계라고 생각하는데, 현장에서 만난 10대 여성들이 춤을 보여주니 자연스럽게 추게 됐다. 그동안 특이한 옷을 입은 경의선 키즈들을 문제적으로 보거나 비웃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우리가 기관 이름이 달린 조끼를 입고 청소년들과 함께함으로써 경의선 청소년들의 문화를 이상한 일이 아니게 만들고 싶었다.
프레시안 : 나무가 만난 경의선 청소년들은 미디어가 비춘 대로 문제적 집단인가.
나무 : 우리가 만난 경의선 청소년들은 한 공간에 모여 다양한 문화들을 향유하며 외로움을 해소할 관계를 찾고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자신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의 수단과 방법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처음 우리는 위기 청소년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경의선을 방문했지만, 도리어 그들이 가진 에너지에 힘을 얻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경의선에 모인 청소년들은 다양한 생각과 관심사로 모여든 백인백색의 청소년들이기도 하다. 우리가 만난 청소년 모두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겪는 문제는 경의선 밖에서 만난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와 다르지 않았다. 남성 10여 명이 경의선 길거리에 앉아 있는 두 여성 청소년들을 에워싸다 우리가 다가가자 달아나더라. 진짜 문제는 위기 상황의 여성 청소년들을 '성착취 대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있다.
프레시안 : 위험할 수 있는데도 경의선 청소년들이 밤까지 거리에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무 : 오히려 청소년들은 경의선 일대를 안전한 공간으로 여긴다. 우리가 만난 청소년 중에는 주말 동안만이라도 자유를 느끼기 위해 지방에서 찾아온 청소년, 아버지가 골프채로 때리는 것이 두려워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청소년도 있었다. 집이나 학교를 넘어 온라인 공간마저 폭력이 일상이 된 상황에 이들은 가정이나 쉼터보다 자신과 비슷한 감수성 또는 경험을 가진 또래 친구들과 함께 거리에서 밤을 보내는 게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27일 서울 동작구 서울시립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나무 사무실에서 만난 활동가들ⓒ프레시안(박상혁)
프레시안 : 경의선 청소년들을 비롯한 여성 위기 청소년들이 가정과 학교를 나오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나무 : 학교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청소년들이 어울리고 사회를 배워나가는 학습의 장이 아닌 학업만을 위한 공간으로 변질돼 경쟁에서 탈락한 청소년들이 남아있기 어렵다. 또 예전에는 놀이터나 길거리에서도 놀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인생네컷'을 찍거나 마라탕을 먹고 쇼핑을 하는 등 돈이 있어야만 또래 문화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현행법상 부모의 동의 없이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으니 위험한 일을 겪기도 한다. 전세사기나 대출사기 등 국가적 현상으로 번진 범죄들은 탈가정 위기청소년들이 이미 숱하게 겪어온 일들이다.
프레시안 : 여성 위기 청소년 지원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다면 무엇인가.
나무 : 근본적으로 청소년들이 왜 이렇게까지 거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써야 하는지에 대한 구조적 분석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 특히 십대 여성들의 심리적 어려움과 욕구에 대한 분석이 부족한데, 대통령이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청소년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나라에서는 당연히 여성 청소년들의 구조적 어려움을 알아내기 어렵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발생하기까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성범죄가 있었지만 가해자를 처벌하는 법안을 만들 뿐 범죄가 발생하는 사회적인 원인을 연구하지 않았다. 여성을 동등한 시민으로 생각하는 올바른 성인식 없이 기술만 발달한 결과 IT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는 청소년들에서 딥페이크 성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번 사태에도 '딥페이크 처벌법' 외에 구조적 문제는 별다른 논의가 없다. 이대로라면 신기술을 매개로 한 성범죄는 앞으로도 반복되고 통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프레시안 : 여성 위기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 제도는 무엇인가.
나무 : 쉼터나 피해지원센터 이외에도 청소년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는 대안 공간 등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하다. 지금은 위기 청소년이 자해를 하거나 복용하던 약이 없으면 쉼터에 입소하기 어렵고 쉼터에 머물더라도 경찰이 아동학대를 인정하지 않으면 부모에게 위치를 알려야 한다. 또한 법률상 18세 미만 청소년은 노숙인에 포함되지 않아 거리에 내몰려도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없고 만 19세 미만 수급권 자녀에게는 독립해도 주거급여를 주지 않는 문제도 있다. 경직된 청소년 지원 체계를 벗어나 자유롭게 머물 수 있는 대안공간이 있으면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 청소년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위기 청소년들을 장기간 지켜보고 돌볼 수 있는 문턱 낮은 지원기관도 필요하다. 나무에 찾아온 한 위기 청소년은 3년 동안 신뢰감을 형성한 후에야 본인이 당하고 있던 성폭력을 고백했다. 활동가들은 부모의 부재나 폭력 등으로 돌봄을 받지 못해 일상생활이 어려운 위기 청소년의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일상적 돌봄을 제공한다. 쉼터나 자살예방센터 등 지원기관들은 실적 압박과 재정 등 현실적인 여건 문제로 이런 밀접하고 일상적인 도움을 주기 어렵다. 그럼에도 나무는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재위탁이 승인되지 않아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애써 제도적 한계를 보완하는 모델을 만들었으니 장기간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많은 위기 십대 여성을 도울 수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아쉽다.(끝)
오늘 10월 1일은 한국에선 국군의 날이지만, 중국에선 현대중국의 건국 75주년이 되는 날이다. 집단 서방에서 공산당 독재 혹은 권위주의라고 비난받는 중국식 정치와 거버넌스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제3자와 내국인의 시각을 중국 매체를 통해 살펴본다.<번역자 주>
한 남자가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올해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75주년이다. 지난 75년 동안 중국은 사회주의적 민주주의(socialist democracy)를 지속하여 발전시키고, 정치 개혁을 꾸준히 추진했으며, 거버넌스 시스템과 역량을 크게 현대화했다.
그러나 일부 서양인은 중국을 민주주의로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비민주주의" 또는 "일당 통치"를 특징으로 하는 "권위주의"라고 부르기를 고집한다. 중국은 다른 정당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일당 통치"나 권위주의 국가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중국공산당(CPC)의 지도 하에 있는 다당 협력 및 정치 협의 시스템은 중국의 역사와 현실에 뿌리를 둔 독특한 정당 시스템으로, 서구의 정당 시스템과는 다른 독특한 선택을 나타낸다.
서구 민주주의의 '한계'
오랫동안 서구의 주류 담론은 서구 정당 시스템을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묘사해 왔다. 이러한 시스템은 경쟁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주로 다양한 의회와 행정부 직책에 대한 선거를 중심으로 정당 간의 상호 작용을 특징으로 한다.
서구 민주주의는 초기 단계에 서구 국가에서 현대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그들의 많은 결함이 드러났다.
첫 번째는 정당 극단주의입니다. 선거와 통치 기간 동안 정당은 특정 파벌, 계층, 지역 및 이해 집단의 이익을 증진하는 데 점점 더 의존하며, 이는 사회적 분열과 파편화를 초래한다.
당의 근시안적 태도는 또 다른 주요 문제이다. 집권당은 장기적 국가 정책을 수립하기보다는 선거 때 한 단기적 약속을 이행하는 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정당 엘리트주의 역시 지적되어야 한다. 일반 시민은 선거 운동의 높은 비용을 감당할 수 없거나 정당 활동에 참여할 시간과 기술이 부족하거나 단순히 정당 정치에 대한 관심을 잃는다. 이로 인해 엘리트가 시스템을 지배하게 된다.
그 결과, 서방 국가들이 경제, 안보, 인종적 평등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을 때, 집권당은 이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통찰력과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들은 사회적 위기의 근본 원인을 파악할 수 없고, 사회를 통합하거나 건전한 경제 및 외교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책을 제시할 수 없다.
더욱이 서구의 정당 시스템을 모방한 많은 개발도상국이 반드시 올바른 길을 택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아랍의 봄 이후 일부 아랍 국가들은 독재 정권을 포기했지만, 그들이 채택한 다당제 체제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족, 문화, 종교적 노선에 따라 분열된 정당들은 국가 발전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따라서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거나 제도적 수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불안이 빈번해졌다. 아랍의 봄은 이 국가들에게 그들이 바랐던 장밋빛 봄을 가져다 주지 못했다.
수세기에 걸쳐 발전하여 전 세계로 퍼진 서구의 정당 시스템은 사람들이 효과적인 거버넌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무너지고 있는 신화이다.
중국의 토착정당 제도
어떤 유형의 정당 제도를 채택해야 할지에 대한 결정적 요소는 역사적 전통과 현실이다. 서구의 정당 제도는 보편적인 진실을 나타내지 않는다. 민주적 통치를 달성하는 열쇠는 국가의 특정 상황에 맞는 정당 제도를 탐구하는 데 있다.
1911년 혁명 이후 중국은 서구의 정당 제도를 잠시 실험했다. 결국 북양 정부 시대의 의회 다당제나 국민당 시대의 일당 지도 제도는 중국의 정치적 혼란을 해결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1949년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CPPCC)는 중국공산당 지도부 하에 다당 협력 및 정치협상 제도를 수립했다. 정당 소속이 없는 다른 정당과 저명인사도 통치에 참여하도록 초대되었고, 이 새로운 유형의 정당 제도는 그 이후로 완전히 실행되었다.
이 체제에서 중국공산당은 국가와 사회의 핵심이며, 그 지도력과 통치 지위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이를 통해 중국공산당은 즉각적인 과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인 전략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여 중국공산당은 놀라운 동원력과 조직 능력을 보여주어 피해 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생계를 보장했다. 동시에 중국의 빈곤과의 싸움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고, 2020년 말까지 중국은 14억 인구의 절대 빈곤을 근절했다.
한 농부가 남부 광시 좡족 자치구 런위안 마을의 닭농장에서 계란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다른 정당들은 서방의 야당과 대응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중국공산당(CPC)의 지도 하에 통치에 참여한다. 서방 민주주의의 "승자 독식" 접근 방식과 달리 중국의 정당은 중국 통치 기관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1차 회의 이후, 정당 소속이 없는 다른 정당의 구성원과 저명인사 15만 2000여 명이 각급 입법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들은 정부에 참여하고, 주요 정책과 리더십 임명에 대해 협의하고, 국가 업무를 관리하고, 법률과 정책의 제정과 시행에 기여한다. 이를 통해 서방 정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호 공격과 방해 행위를 피할 수 있었다.
중국공산당과 다른 정당들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중국의 정당 시스템은 다수의 의지를 존중하는 동시에 소수의 합리적인 요구를 고려한다. 엘리트 집단과 특수 이익 집단이 지배하는 서구 정당 시스템의 함정을 피하고 다양한 사회 집단의 이익과 열망을 효과적으로 반영한다.
인류 문명에 기여하다
중국의 정당제도는 중국 인민이 중국의 국민적 실정에 맞게 실천적으로 모색하여 만들어낸 산물이며, 인류 문명에도 기여했다.
사회적 응집성 측면에서 중국의 시스템은 서구의 다당제에서 전형적인 다당제 경쟁보다는 다당제 협력을 강조한다. 중국의 다른 정당들은 CPC의 핵심 이론, 정책, 전략을 지지하고 공통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며, 따라서 교대 정당 통제와 잔혹한 경쟁의 단점을 피한다.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데 있어서 중국의 정당 시스템은 CPC 리더십에 근거하여 서구 시스템을 특징짓는 잦은 교착 상태, 우유부단, 정책 마비를 방지한다. 이를 통해 정책이 철저히 논의되면 반대에 의해 중단되지 않고 효과적으로 시행될 수 있다.
중국의 정당 시스템은 의사결정을 촉진하기 위해 선거 민주주의와 더불어 협의 민주주의를 통합하여 다른 정당이 의견을 표명하고, 감독을 행사하고, 중국 공산당에 건설적인 제안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반면, 서구의 다당제에서는 집권당이 의회에서 다수당을 확보하면 종종 우위를 점하여 고집과 다른 사람들의 배제로 이어진다. 중국의 시스템은 강력한 집권당의 통제되지 않는 권력과 권한 남용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완화한다.
75년간의 발전으로 중국의 정당 시스템은 세계 정당 시스템의 진화에 기여하여 정치 문명의 새로운 모델을 제공했다. 한편, 중국은 민주주의 시스템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인식하고 다른 국가가 자국 상황에 맞는 정당 시스템을 선택할 권리를 존중한다.
일부 서양인이 과장하는 "권위주의적" 국가가 아니라, 중국은 다른 나라에 정당 제도를 강요하려 하지 않는다. 상호 존중과 평등은 전 세계적으로 민주적 정치 발전을 촉진하는 열쇠이다.
작성 : 웨이 총샤오(Wei Chongxiao),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당교(국가 거버넌스 아카데미)의 수석 연구원
▲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2024.7.30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합뉴스
정치의 대지가 사막처럼 말라 있다. 국회가 소란하고 미디어에 뉴스가 넘쳐도 대한민국 정치의 땅에는 풀 한 포기 살리지 못할 것 같은 거친 모래바람만 불고 있다. 2024년의 대한민국은 정치가 죽고 민주주의가 사라진 황망한 시간을 맞고 있다. 민주주의는 정치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제도들이 소통과 대화와 합의로 운영되는 질서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형식이자 껍질이라면 정치 사회의 소통은 민주주의의 내용이자 알맹이다. 우리 시대의 민주주의는 정치 사회의 소통과 대화가 사라지고 선거만이 단 한판의 승부처로 남았다. 단 한 표라도 이기면 모든 것을 얻게 되는 선거 전쟁은 점점 더 도박판을 닮아 가고 있다.
우리는 정치가 죽고 선거만 남은 이 알량한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라고 해야 할지 독재라고 해야 할지 참으로 이상한 정치의 나라에 살고 있다. 나는 최근 한 칼럼에서 선거가 정치의 모든 것이 된 우리 시대를 '아주 얇은 민주주의의 시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제 나는 대한민국의 시간을 죽은 정치의 시간, 깨진 민주주의의 시간이라고 말하고자 한다. 죽은 정치의 한복판에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정치'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이미 21번의 거부권을 행사했고, 현재 예상되는 3개의 법안에 대한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24번째 거부권을 기록하게 된다. 45건의 거부권을 행사한 이승만에 이어 윤석열은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은 국회의 의결을 무위로 돌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다. 헌법학자들은 대통령의 거부권이 권력분립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하게 축소되어야 한다고 해석한다. 또 무제한적 거부권은 권한쟁의나 탄핵심판을 통해서 헌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보기도 한다. 특히 대통령과 가족을 둘러싼 특검이나 채 해병 관련 특검에 대한 거부권은 대통령의 거부권이 허용될 수 있는 객관적으로 타당한 경우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이 같은 거부권은 대통령이 초법적 존재라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은 정치사회의 소통을 봉쇄하는 '정치 없는 정치'의 표식이자 죽은 정치의 가장 뚜렷한 징표다.
제도적 독재 혹은 법률적 독재
오늘 우리는 정치가 죽은 암흑의 시간을 맞고 있다. 죽은 정치의 시간은 '민주주의'의 시간이 아니라 '독재'의 시간이다. 정치가 죽은 윤석열 정부의 시간을 우리는 '1차 독재'의 징후로 읽을 수 있을지 모른다. 1차 독재는 주어진 제도적 공간을 통해 작동하기 때문에 제도적 독재나 법률적 독재로 부를 수 있다. 쿠데타 이후의 군부독재나 공산혁명 이후의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와 달리, 1차 독재는 선거로 집권한 정치권력이 제도와 법률의 형식이 부여하는 권한을 과도하게 남용하는 방식으로 정치사회를 통제하는 권력유지의 교묘한 전략이다.
첫째, 1차 독재는 의회를 제도적 수단으로 무력화한다. 법안에 대한 협력과 대화를 차단함으로써 대치와 대결을 장기화하고 거부권의 남용을 통해 대의정치를 무력화한다.
둘째, 1차 독재는 여당을 도구화한다. 총선 참패와 거듭되는 실정, 급락하는 지지율로 보면 대통령의 탈당만이 여당을 살리는 길이자 정치 도의 일 수 있다. 그러나 당을 놓치면 곧 심판이라는 명백한 현실 앞에 대통령은 여당의 고삐를 한층 더 단단히 조이고 있다. 여당과 그 의원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대통령의 아바타가 되고 말았다.
▲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과 윤재옥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2024.4.10 ⓒ 공동취재사진
셋째, 1차 독재는 언론을 제도의 틀 안에서 길들인다. 윤석열 정부는 방송사와 언론사에 대한 기회를 차별화하며, 방송 언론 관련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를 통해 실질적 억압과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
넷째, 1차 독재는 국민을 갈라 치기 해서 두 국민으로 만들고 이른바 반국가세력에 대해서는 과도하고 철저히 배제된 제도적 통제를 시도한다. 관행과 관례로 유지되는 일들을 합법과 준법의 이름으로 처벌하는 가혹한 통제는 1차 독재의 일상이다.
제도와 법률의 틀 내부에서 꿈틀대는 1차 독재는 계기와 명분을 만나면 2차 독재의 시간으로 돌진한다. 2차 독재는 국가폭력과 강권통치의 칼을 거침없이 휘두르는 직접 독재를 의미한다. 강제연행, 구금, 고문 등 우리에게 끔찍한 독재의 추억을 남긴 바로 그 독재의 시간을 가리킨다. 1차 독재의 시간은 시민저항의 사이클로 볼 때 '전면적 저항'으로 진화하지 않은 '예비적 저항'의 시간과 맞물려 있다. 예비적 저항의 시간은 정부의 실정과 국민의 기대 사이에 형성되는 심각한 긴장의 시기다. 이 시기는 다양한 저항의 프레임을 생산하지만 이른바 마스터 프레임으로의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는 단계다. 예컨대 이 시간에 나타나는 '탄핵'과 '퇴진'의 프레임은 정당한 근거와 내용을 갖춘 완성된 프레임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예비적 저항의 시간에는 가장 민감한 저항의 고리에서부터 저항 행동이 출현하지만 전면적 확장성을 갖지는 못한 수준에 있다.
거대 야당의 소명
1차 독재와 예비적 저항의 현실 앞에서 이제 우리는 1차 독재의 맞은편에 선 그리고 죽은 정치의 시간 안에서 정부 여당과 공존하고 있는 거대 야당의 존재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총선 이후 민주당은 유례 없이 강력한 정당이 되었다. 압도적 의석과 강력한 당권, 최대 규모의 충성도 높은 당원들이 민주당의 화려한 현실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의회 정치는 국회의 의결과 대통령 거부권을 반복하는 1차 독재의 순환 구조에 갇혀 있다. 윤석열 정권의 1차 독재를 종결짓는 길은 무엇보다도 이 제도적 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데 있고, 이 순환의 족쇄를 탈출하는 힘의 원천은 '저항'의 국민적 공감을 넓히는 데서 찾아져야 한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깨어있는 시민이 정확한 판단력과 행동주의로 무장한 '이성적 군중' 혹은 '영리한 군중'으로 바뀌는 모습에 이미 익숙하다. 그러나 국정농단이 자행되고, 정치가 죽고, 민주주의가 사라지는 것만으로 이성적 군중의 민주적 의지가 자동적으로 표출되지는 않는다. 영리한 군중은 대안의 리더십과 공감적 비전의 존재를 확신하고서야 비로소 기존의 권력을 무너뜨리는 데 나선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유성호
죽은 정치의 시대는 비전 없는 정치의 시대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갖춘 거대 야당에도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뚜렷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이다. 정치적 리더십은 비전을 생산하고 비전을 실현하는 능력이다. 야당은 폭넓은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비전을 생산할 때 비로소 준비된 정당이 되고 1차 독재의 시간을 마감할 수 있다. 불확실한 미래를 열고, 위기에 대응하는 정확하고도 명료한 비전이야말로 좋은 정치를 만든다. 제대로 된 비전은 국민의 삶이 갈망하는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그래서 좋은 정치는 당대의 국민이 만드는 시대의 예술이다. 위대한 국민의 역사는 시대가 빚은 비전의 역사이자 그 결실로서의 정치적 걸작의 역사다. 국민 주권의 민주공화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경제성장, 독재를 이긴 민주화, 금융실명제, IMF 외환위기 탈출, 남북정상회담, 평창 평화올림픽, 일본 수출규제 위기의 극복, 코로나 19 위기극복 등은 다름 아닌 위대한 비전을 실현해 낸 정치적 걸작의 역사다.
상대의 실정에 기댄 '쉬운 정치'는 야만적 2차 독재의 문을 열어주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제 거대한 몸집의 야당은 충성스러운 지지자 너머의 정치를 기획함으로써 광범한 국민의 마음을 얻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1차 독재의 해괴한 몰골을 지우고 위대한 비전으로 정치적 걸작의 역사를 추가할 시대의 소명이 거대 야당에 맡겨져 있다. 좋은 비전을 만드는 일은 국민의 마음을 찾는 일이며 흩어진 국민의 마음을 꿰는 일이다. 국민의 마음을 찾아 나서는 겸허한 '탁발의 정치', 정책과 비전의 지혜를 모으는 '집현의 정치'가 절실하다.
▲ 조대엽 포럼 사의재 공동대표 ⓒ 조대엽
*필자 소개 : 조대엽은 현재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포럼 사의재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최근 정책전문가들의 싱크탱크 정책마루 선우재를 만들어 상임대표로 있다.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장과 노동문제연구소장, 한국사회연구소장 등을 역임했고 학회활동으로는 한국사회학회, 한국비교사회학회, 한국 NGO학회, 한국정치사회학회 등에서 활동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장을 역임했으며 국민경제자문회의 민생분과의장, 금융산업공익재단 대표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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