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주선생님이
한참 거울을 보더니
한숨을 쉽니다.
"나 늙었나봐...이 주름살 봐.."
그런 얘기 들을 때 마다
임신 출산이 사람을 참 늙게 하는구나 싶어 안타깝습니다.
"늙긴 뭐가 늙어~~너 같은 동안이 어디 있다고.."
"그래도 이 주름살 패인 거봐..."
자기가 동안이 아니라는 얘기는 안합니다.
"괜찮어, 괜찮어..."
"음...심난하다"
예전에 잘 나가던 시절 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주선생님은
나이보다 한참 젊어보입니다.
"거울 어디서 봤어....
거울은 화장실에서 봐야지...화장실 조명 은은하고 죽이잖아..
인제 우리 정도 되면 거울은 무조건 조명 쳐주고 봐야돼...집 나가면 거울 보지 말고.."
별로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달리 더 괜찮은 말을 못 찾았습니다.
"상구, 상구 있잖아...나 아까 식당에서~~~"
저는 딱히 위로를 못 해줬는데
다른 남자가 주선생님한테 힘을 줬답니다.
식당에 있는 데 어떤 남자가
계속 자기를 힐끗 힐끗 쳐다보더랍니다.
"저기..시간 있으면 얘기 좀 할래요?"
오...주선생님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뭐라고 했어?"
애기 보러 가야 한다고 했답니다.
그 남자가 또 이렇게 물었답니다.
"조카 보러 가나 보죠?"
참 센스있고 유치한 반응입니다.
"아니요, 우리 애기요..."
어쨌거나 주선생님은
그 남자가 진짜 느끼하고 싫었답니다.
근데, 그 말 하는 주선생님 목소리에
별로 힘이 없습니다.
충분히 거만해질만 한 일인데
안 그럽니다.
아마 그 남자가 별로
멋있게 안 생겼었나 봅니다.
지난 주에 B모 엄마와 H모 엄마 두 사람이
집에 놀러왔었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제가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목소리가 소곤소곤 변합니다.
귀를 쫑긋하지 않았는데도
다 들립니다.
"전 진짜 뱃살이 장난 아녜요...H모 엄마는 좋겠어요.."
"저도 속에 뱃살 많아요..."
"어휴, 저는 정말 뱃살이 이게 몇 겹으로..."
다시 대화의 공간으로
진입했을 때
B모 엄마는 자신의 뱃살을
옷 위로 잡고 있었습니다.
저를 보고도 계속 얘기합니다.
이야기의 요지는
뱃살의 표면적이 몸 나머지 부분의 표면적과 맞먹을 만큼 팽창했으나
과거로 돌아갈 기미가 전혀 안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내가 아는 선배 중에 한 명은 애 돌 전후해서 급격히 빠졌대요..."
"그런 경우가 정말 있긴 한가봐요..."
두 사람 다
자신이 그런 사례가 되리라고 믿고 있는 듯 합니다.
그 B모 엄마가
다른 날 또 우리 집에 놀러왔습니다.
그날은 또 C모 엄마도 우리 집에 놀러왔습니다.
B모 엄마는
돌 전후 뱃살 수축설을 또 힘주어 주장합니다.
저는 옆에서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응원해줬는데
C모 엄마가 착한 얼굴을 하고 진실을 말합니다.
"그런 경우는 거의 없대요...그냥 7~8개월때 몸매가 그대로 간다던대요...?"
B모 엄마는 지금이 바로 그 8개월입니다.
몸매가 정착되는 그 시기인 겁니다.
C모 엄마의 발언은
B모 엄마에게 좌절을 안겨줬을텐데
그것 때문에 B모 엄마 살이 좀 빠졌을 수는 있습니다.
암튼 일련의 대화를 들으면서
전 주선생님이 이미 예전의 몸을 거의 회복한 게 참 다행이라고 여겼습니다.
다큐 감독은 몸으로 때우는 직업이라
몸이 밑천입니다.
새삼 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싶습니다.
그나 저나
1년 있다 급격히 살 빠지는 사람이
분명히 있긴 하답니다.
B모 엄마에게도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요새 제가 계속
슬럼프에서 못 벗어나니까
주선생님이 은혜를 베풀어서
혼자만의 시간을 선사하셨습니다.
"상구, 어디 가서 하루 신나게 놀고 와라..너무 힘들어 보여.."
"나는 그냥 집에서 하루 쉬고 싶어..."
저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주선생님이 미루를 데리고 나갔습니다.
저녁밥까지 먹고 온 답니다.
"현숙아 조심해서 놀다 와..."
"응, 상구도 푹 쉬어.."
"미루야~엄마랑 잘 놀다 와~~"
현관문이 닫히고
집에 혼자 남게 됐습니다.
8개월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가슴벅참을 표현하기 위해
세 걸음을 옮긴 다음 바닥에 있는
고무 공을 발로 힘차게 찼습니다.
"얏호~~"
할 게 없습니다.
뭘할까 고민하면서 둘러보니
집이 참 지저분합니다.
여기저기 미루 장난감 널려 있는 걸
조금씩 치웠습니다.
"이러면 안돼...이건 내 시간이야.."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음악을 틉니다.
"짜자장~~쿵쾅쿵쾅..."
간 떨어질 뻔했습니다.
미루가 깰까봐 완전히 깜짝 놀랐습니다.
휴..근데 미루는 지금 집에 없습니다.
갑자기 전화 벨이 울립니다.
또 화들짝 놀랍니다. 미루 깨면 낭팹니다.
아...미루는 지금 집에 없습니다.
컴퓨터 자판을 치다가 문득 안방 문이 열려있던 게 기억납니다.
미루는 자판 소리에도 민감합니다.
몸이 통째로 오그라 들었다가, 겨우 다시 편안해집니다.
미루가 자고 있을 때의 고요함 말고
새로운 정적에 적응이 안됩니다.
최대한 몸을 편하게 의자에 묻습니다.
"벗어나야지, 벗어나야해..."
좀 편해졌습니다.
마음 놓고 인터넷도 하고, 책도 봤습니다.
아, 이제 좀 살 것 같습니다.
한 30분 쯤 있다
완전 무신경 상태의 낮잠을 잘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물 한잔 마시고
이 즐거움을 계속 이어나가야 겠습니다.
부엌으로 갔습니다.
물을 따르는데, 주전자가 좀 무겁습니다.
"쿵"
주전자를 내려놓다가
살짝 놓쳤는데 집안이 다 울립니다.
깜짝 놀라서 안방을 쳐다봤습니다.
결국 미루를 깨우고 마는가 싶었습니다.
미루는 딴 데서 놀고 있는데
저는 계속 미루 옆에서 놀고 있습니다.
댓글 목록
관리 메뉴
본문
인제 우리 정도 되면 거울은 무조건 조명 쳐주고 봐야돼...집 나가면 거울 보지 말고.." ======> 전 남편이 이렇게 말하면 무지 서운할거에요 흠;;그나저나 주름살 생길 나이에 남자분이 그렇게 말을 걸어오는 반려자와 함께사신다니 너나나나님은 복이 많으신 것 같네요^^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그래서 다섯병은 가끔 화장실 조명 밑에서 자기 얼굴을 감상합니다. 잘생겼다고 만족하면서^^(앗 이거 대외비인데)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거울을 잘 관찰해 보라. 거울은 거울 속 반영의 '톤'을 약간 어둡게 해주는데,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두운 부분이 더 어두워져서 거울 속 모습은 실제보다 '입체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얼굴의 이목구비도 또렷이, 근육이나 굴곡도 더 두드러져 보이게 된다.----------------
오히려 매력 없는 사람이 관심을 보이면 풀이 죽지.
그나저나, 말걸기가 지나가면 쳐다보는 사람들이 아직은 좀 있지... ㅇㅎㅎ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ㅎㅎ...누가 추파를 던지느냐가 중요하다는 거!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상구백님 좋은 남편이시네요.^^(진경맘님.... 저 지금 상상하고 있어요.... 크흐흐흐흐....)
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