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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7/01/29

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1/29
    잠깐의 여유(3)
    너나나나
  2. 2007/01/29
    같이 밥하기(4)
    너나나나
  3. 2007/01/29
    밥 먹기(3)
    너나나나
  4. 2007/01/29
    빨래 개기(1)
    너나나나

잠깐의 여유

계속되는 육아는

잠깐의 여유를 필요로 합니다.

 

저도 그렇고

주선생님도 그렇고

요새 많이 지쳐 있습니다.

 

가끔 휴식이 필요할 때

우리는 비디오를 빌려 봅니다.

 

미루 잘 때 보는 경우가 많아서

맨날 소리를 쥐꼬리만하게 틀어놓습니다.

재미 하나도 없습니다.

 

"현숙~나 슈퍼 가서 뭐 좀 사올께~"

 

콩나물을 사들고 현관에 들어서는데

쇼파에 앉아 있는 주선생님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쇼파 위에 두 다리를 쭉 펴고 앉아서

다리 사이에 미루를 앉혀 놓고

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미루야 이건 딸기야... 딸기. 딸기!"

 

세밀화를 읽어주는 모양입니다.

 

"이건 자두. 자두!"

 

미루는 세밀화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엄청 집중합니다.

 

그런데 책 읽어주는

주선생님의 자세가 특이합니다.

 

너무 등을 많이 굽히고 있습니다.

고개는 완전히 푹 숙인 상태입니다.

 

미루는 세밀화를 보고 있는데

읽어주는 주선생님의 시선은

그 보다 더 아래쪽에 가 있습니다.

 

목이 많이 아픈 것 같아보여서

주선생님한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현숙아..너 괜찮어?.."

 

"어?... 왜?"

 

주선생님은

세밀화 아래쪽에

만화책을 놓고 읽고 있었습니다.

 

어쩐지 좀 낯익은 자세다 싶었습니다.

 

학교 수업시간에

책상 서랍에 만화책 놓고

몰래 읽는 바로 그 자세였습니다.

 

미루도 보면서

휴식을 취하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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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밥하기

밥을 가장 빨리 하는 방법은

두 사람이 같이 하는 겁니다.

 

이 방법으로 하면

지루하지도 않고 지겹지도 않습니다.

 

주선생님이 좀 일찍 왔습니다.

 

"오늘 저녁 뭐 먹으까?"

 

우리 먹을 것도 준비하고

미루 먹을 이유식도 준비해야 하는데

일이 좀 많다 싶습니다.

 

"상구가 매운탕 끓여..내가 이유식 준비할께.."

 

주선생님은

어느새 냉동실에서

매운탕거리를 꺼내옵니다.

 

함께 밥하기의

위력이 발휘되기 시작합니다.

 

생선을 넣고

고추장을 풀고, 고추가루도 풉니다.

 

그 사이

주선생님은 잘게 썬 청경채를

절구에 넣고 찧습니다.

 

매운탕이 끓는 사이

주선생님은 반찬을 꺼내오고

전 절구를 씻습니다.

 

"어? 근데 이거 혹시 홍어 아냐? 홍어로도 매운탕 끓이나?"

"홍어였어?"

"응....이거 그냥 삶아서 먹어야 되는 거 아닌가?"

 

역시 두 사람이 하면

잘못한 것도 금방 고쳐집니다.

 

"배추는 입만 자를까? 대는 두꺼우니까 미루 먹기 힘들거야..."

"그렇겠지?"

 

두 사람이면

의논할 수 있어 좋습니다.

 

주선생님은 배추를 썰어서

아까 제가 씻어놓은 절구에 넣고 다시 찧습니다.

 

"히히..근데 배추 찧어놓으니까 꼭 토끼밥 같애..이건 닭밥 같고..."

 

단어에 예민한 저는

주선생님의 다른 말은 하나도 안 들리고

오직 닭밥이란 말만 귀에 들렸습니다.

 

"닭밥이 뭐지?"

"닭밥?"

"응"

 

닭밥이란 닭이 먹는 밥인데

주선생님을 제외한 세상 사람들은

보통 모이라고 합니다.

 

역시 두 사람이면

의논할 수 있어 좋습니다.

 

"상구 배추 몇 장 더 뜯었으니까 씻어줘, 우리도 먹게..."

 

제가 배추를 씻는 동안

주선생님은 밥을 펐습니다.

 

이렇게 하면

밥 준비 금방 합니다.

하나도 안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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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기

미루랑 둘이 있을 때 밥먹기는

8개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힘듭니다.

 

오후 1시

슬슬 배가 고파 옵니다.

 

"하아..암.."

 

미루는 옆에서 하품을 합니다.

 

재우려면 또 20-30분 걸릴건데

배는 고프고, 이럴 때 진짜 난감합니다.

 

"에라..밥 먹자.."

 

미루 업고 먹을까

그냥 먹을까 고민하다가

오늘은 그냥 먹기로 결정합니다.

 

냉장고로 날라가서

손에 잡히는 대로

반찬을 꺼냅니다.

 

밥을 퍼서 식탁 위에 놓고

아침에 먹다 남은 강된장을 대충 뎁혀서 올려놓습니다.

 

그 사이

미루는 식탁 밑에 와서

저를 올려다 보고 있습니다.

 

"미루야 아빠 밥 금방 먹을테니까

혼자 조금만 놀고 있어..."

 

와구와구

밥을 밀어넣습니다.

 

미루가 식탁 밑에서 이것 저것 만지다가

좀 지루해 하는 듯 하면

발을 굴러서 관심을 끌어줍니다.

 

강된장을 푹 퍼서

밥에 넣고 막 섞은 다음

한 입 뭅니다.

 

김치, 미역줄기가

한번에 입속으로 밀려 들어갑니다.

 

늘 이런 식입니다.

 

미루가 발 구르는 것에

흥미를 잃습니다.

 

다 먹어갑니다.

 

"낑..끼잉..."

 

다 먹었습니다.

 

반찬 넣을 때까지만

좀 기다리면 좋겠구만

그새 의자 밑에 들어가 우는 미루를 안고

아기띠를 채웠습니다.

 

뱃속엔 밥을 안고

배 밖엔 미루를 안았습니다.

 

둘 다 묵직한 게

익숙한 느낌입니다.

 

이빨도 못 닦아서

영 안 개운합니다.

입 속에서 급속하게 퍼져나갈 세균이 떠오릅니다.

 

그래도 당장의 목표는

미루를 재우는 겁니다.

 

예전에 일하다 스트레스 땜에

신경성 위염을 앓았었는데

요새는 그래도 위가 잘 버텨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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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개기

베란다 문이 열리고

주선생님이 빨래를 한 더미 안고 들어옵니다.

 

"미루야~빨래 개자~~!!"

 

바닥에 쌓인 빨래더미로

미루가 기어서 달려옵니다.

 

"미루야~그건 안돼, 안돼!!"

 

그 많은 옷들을 놔두고

미루는 꼭 옷걸이를 만집니다.

 

저희집엔

세탁소에서 임시로 쓰는

얇은 옷걸이가 대부분입니다.

 

애기가 만지다가

옷걸이 끝 뾰족한 부분에

긁힐까봐 신경이 쓰입니다.

 

주선생님은 소리를 지르면서 동시에

미루 주변으로 옷걸이에서 뺀 옷을 잔딱 쌓아놉니다.

 

하나하나를 만지고 빨면서

미루가 옷에 관심을 보입니다.

 

저는

설거지를 하면서 장단을 맞춰줬습니다.

 

"우리 미루~수건 만져~?"

 

"미루야 그건 엄마 속옷이야~~"

 

얼굴을 비비고 졸려하면서도

미루의 빨래 만지기는 계속 됩니다.

 

자기 턱받이를 들더니

한참 쳐다 봅니다.

 

이번엔 또 다른 쪽으로 입이 갑니다.

 

"미루야~그건 발수건이야~~"

 

주선생님은

보다 상세한 설명에 돌입합니다.

 

"미루야 이건 삼단접기를 해야 해~봐봐...하나, 둘, 셋...그치?"

 

매일 매일 빨아도

빨래는 늘 산더미 같습니다.

 

항상 밤이 되면

미루랑 함께 빨래 개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상구~이 옷들 다 한번씩 삶아야겠다.."

 

"뭔데?"

 

"이거봐..이거"

 

미루 바지며 티에

얼룩이 잔뜩 배어 있습니다.

 

"이거 다 사과물, 뱃물이야...내가 바로 바로 뺀다고 뺐는데도 이러네..."

 

안 그래도 요새

사과랑 배를 집중적으로 주고 있었는데

그 효과가 이렇게 가시적으로 나타날 줄은 몰랐습니다.

 

2-3일 내에

대대적으로 옷삶기를 한번 해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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