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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화 좀 받아라!!! (15) 2004/12/14

2년 동안 집 나와 있으면서, 유일하게 집에다, 아내에게 한 일은

아침 7시에 집으로 전화하는 거였다. 모닝콜인가 뭔가 하는 거다.

어쩌다 그걸 까먹게 되면, 당연히 애들은 밥도 못먹고,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학교로 갔단다.

그러면 아내는 '왜 전화 안했냐?'고 항의한다.

 



6시에 깨어서는 운동하러 나가기 귀찮아서 뒹굴다가

7시에 집으로 전화를 했는데, 신호는 가는데, 안받는다.

아내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한다...

역시 신호는 가는데, 안받는다.

동희의 휴대폰으로 걸어도 마찬가지다.

다시 집 전화로 거는데,여전히 신호음만 울릴 뿐 전화를 안받는다.

'이상하다, 아내가 못받더라도 동명이가 당장 받을텐데....'

아침에 아무도 전화를 안받으면 걱정과 함께 온갖 불길한 생각이 다 든다.

'이거 뭐야? 불난 거 아냐? 아침부터 다들 어디로 간거지?.......'

몇차례를 시도하다가, 씻고 밥먹기 전에 다시 전화를 했다.

여전히 집 전화는 안받았고, 아내가 휴대폰을 받았다.

"아니, 도대체 전화 왜 안받는 거야?"

"어? 몇 시야? 벌써 7시 40분이네. 큰일났네... 동희야!!! 일어나!!"

"몇번이나 전화 했는데..."

"우리집 전화 고장이야, 거는 것도 받는 것도 안돼."

"그럼 휴대폰이라도 받아야지."

"휴대폰으로도 전화했어요?"

"몇 번 이나 했지. 그럼 전화 고쳐 달라고 해야지."

"오늘 10시나 되야 고치러 온다는데.."

"알았어..."

 

전화가 안되면 전화가 고장났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 보다는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걱정한다.

그놈의 기계를 맹신하는 못된 습관,

그리고 당장 확인되지 않으면 불안해 하는 현대인의 병?....

아침에 전화하는 거만 빼면 우리는 하루가 가도 이틀이 가도 전화도 안하는데.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면서...

 

글구 전화기가 여러개 울리지 않으면 도무지 일어나지 못하는 아내,

자기 휴대폰에다 알람을 해 놓고도 그냥 못듣고 일어나지 않는다,

같이 잠자다가 아침에는 여기저기 울리는 알람 때문에 나는 오히려 신경질을 내는데...

 

그전에 그렇지 않던 아내였는데,

돈 좀 벌어 보겠다고 집을 나선지 몇 년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아내는

집에서는 시체가 되었다.

돈 벌어 먹는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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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4 10:52 2004/12/1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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