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취업할때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도 내야해?

= 그걸 왜 내라 하냐? 대학 나오면 대학교 성적증명서만 내면 될걸..

- 그래 그 * 이 거짓말했구나..

= 왜?

- 우리 담임 그 *이 취업할때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도 보니까,

  수능시험 끝나고 지각하거나 땡땡이 치면 생활기록부에 그렇게 쓸거래..

= 헉, 그래서 애들이 좀 믿었어?

- 어, 애들중에 몇명은 좀  쫄았어..

= 너는 아무 상관도 없잖아,  어차피 최악일텐데,

  수능끝나고 학교 지각 좀 했다고 쓴들 무슨 상관이 있겠어

- 그야 그렇지... 그래서 수능 끝나면 맨날 지각할거야... 

= 니맘대로 해라..ㅎ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11/10 12:37 2008/11/10 12:37
Tag //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30년이 되었다.

졸업장은 받아야겠다고 졸업식날 학교 까지 갔다 왔는데,

졸업장 받고 학교를 나와서 어디로 갔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이놈의 학교에는 다시는 올 일도 없을 것이고,

오지도 않겠다고 다짐하지 않았을까 모르겠다.

그러고도 재수하고서는 원서 써 달라고 다시 갔겠지..

그것도 기억에 없다..

 

먹고 살만해져서 인지 모르겠는데,

졸업한지 30년을 기념해서 모교 방문행사를 한다고,

연일 문자가 오고, 한두번 만난 친구한테서는

전화가 오기도 한다. 학교 발전기금 좀 내달라고...

 

다른 학교를 나온 친구들도 이런 행사가 있다고 하는 걸 보니까.

그래도 다들 고등학교에 대해서는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인지,

세월 지나다 보니까 친구들과 선생들이 그리워 진 것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그 어둡고 우울하고 갑갑한 세월들에 다시 향수가 느껴졌는지도..

대부분 비슷하려니 했는데, 산오리만 다른 모양일수도..

 

고등학교에 대한 애정이나 향수 전혀 없다.

물론 그시절로 되돌아 가고프거나, 좋게 기억에 남아 있는 것도 거의 없다.

선생도 학교도 어떻게 하면 빨리 탈출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 뿐이었고,

졸업했을때는 아마도 군대 제대할때처럼

'이동네를 향해서는 오줌도 안싸겠다'고 다짐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무슨 모교 방문행사라고 문자 보내고, 전화해서 오라고 하니까,

짜증이 슬슬 난다.  그래도 모교를 위해서 앞장서서 일하는 친구들에게

야박하게 얘기할수는 없어서, 그냥 알았다 고 대답하지만....

 

영화 말죽거리잔혹사에서도 묘사된 바 있지만,

선생들한테 줄빠다 맞는 건 당연하게 여겼고,

선생이 때리다 지치면 반장이나 힘센놈 불러서 대신 때리게 하고,

그렇게 맞고 다닌게 무슨 좋은 추억이고, 좋은 선생이고, 학교라고 되돌아 가고 싶을까 싶다.

애들도 마찬가지였지...

학교 교실에서 난투극을 벌이기는 일쑤였고,

흉기라 일컬어지는 칼을쓰거나 염산 따위를 뿌린다느 소리가 들리기도 했고,

무슨 파, 무슨파... 이런 종류의 조폭스런 조직들도 있었으니까..

그 와중에서 싸움이라고 할줄 몰랐던 산오리는

그저 쪼그리고 책상에 앉아 가슴만 바들바들 떨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학교에 다시 모여서 뭐 하자고???

 

세상에 나와보니 또 이상한 방향으로 모교는 쓰이고 있었다.

동문은 모든 능력에 우선하는 평가 척도였고,

그래서 그 평가척도를 갖추지 못한 동문은 명함도 내밀기 어려운 세상이다.

그런세상에 나까지 나서서 동문을 찾고 모이고 하는건

짜증 스런 일일 뿐이다.

고향이 어디냐? 어디 고등학교 나왔어? 대학은?

이렇게 물어보는 인간도 싫다..

 

30년이 흐르고 나서 내 자식이 고등학교를 다니는데,

그놈 얘기를 들어보면 30년 전이나 별로 다른게 없는 듯하다.

선생들은 여전히 애들을 패기도 하고,

애들도 자기네들끼리 패고...

 

뭐가 이쁘고 뭐가 좋다고,

30년 아니라, 100년이 지났다 한들

기념해서 모교를 방문하고, 히죽히죽 웃으면서

선생님 감사합니다! 하고 말할수 있을까...

 

내게 모교는 없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11/10 11:51 2008/11/10 11:51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