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산오리님의 [술 마시기를 좀 쉬련다....] 에 관련된 글입니다.

3월 14일부터 술 마시는 걸 쉬기 시작해서 꼭 한달이 지났다. 그동안 정말이지 술 한잔도 마시지 않았다. 그거 보면, 주위의 인간들이 "지독하다"고 할만도 하다. 맨날 술먹던 다른 사람이 한달간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면 산오리도 역시 "지독한 인간"이라 말했으리라.

 

1. 그동안 맨날  술을 마셨는데, 나 혼자 '술을 마셔야 한다'는 심적인 부담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서 보니까 술자리에서 사람들은 술을 별로 마시지 않았고, 또 별로 취하는 사람도 없었다. 당연히 차를 운전해야 한다거나 별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한두잔으로 끝내고 있었고....

 

그런데, 산오리는 무슨 회의만 있어도 '아 뒷풀이에서 술을 마셔야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차는 버리고 갔고, 다른 사람이 한두잔 마실때 이미 내가 마실 주량 이상을 마셔서 힘들어하거나, 졸거나, 술취한 척을 하거나... 더구나 술이라도 잘 마시면 모를까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뻘개 지면서 왜 그렇게 술을 마셔야 한다고 압박을 받았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아마도 조금씩이라도 맨날 마셔서 심각한 '중독'에 빠진게 아닐까?

 

술을 안마셔도 술 마신 사람들처럼 얘기할수 있고, 느낌으로도 술 마신 듯한 착각에 빠질정도로 술 마신 기분을 낼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술살이 빠지고 있다. 빠졌다. 술을 안마신지 3주쯤 되자 살이 빠지고 있다는 느낌이 팍팍 왔다. 올챙이처럼 부풀어 올랐던 똥배도 상당이 가라앉았고, 바지 지퍼 위의 갈고리는 항상 열려 있었는데, 이걸 닫게 되었다. 허리띠는 항상 엉치뼈 부근에 걸려 있었는데, 이게 배꼽까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뱃살이 가장 안빠진다고 하는데, 이렇게 쉽게 빠지다니...

 

실제로 몸무게는 3킬로그램 정도 줄었다. 그렇다고 먹는 걸 줄이지는 않는다. 하루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고 밤 늦게 애들과 라면이나 빵이라도 먹을 일이 있으면 그것도 마다않고 먹어치웠다. 그래도 살은 빠졌다. 물론 아직도 없애야 할 똥배가 많지만... 

 

2년동안 먹어치운 소주와 삼겹살이 조금씩 떨어져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소주와 삼겹살이 내 몸을 지키고 있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밀려 나고 있는 모양이다.

 

3. 몸도 가볍다. 아침에 일어나서 걷기운동은 술을 먹든 안먹든 비교적 꾸준하게 해 왔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까 술때문에 아침에 머리 아프거나 힘들거나 해서 못일어 날 일이 없어졌다. 물론 밤늦도록 회의하느라고 늦게 잠들면(2시쯤) 아침 6시전에 일어나기는 힘들었다. 12시쯤이면 잠들도록 노력하고, 아침이면 자연스레 눈이 떠진다.

 

사람들은 '노인네가 되어서 잠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그것도 맞는 말이다. 허나 아침 6시 전에 일어나려고 사실 많이 노력했다. 그걸 습관으로 붙여 보려고.... 그래도 아침마다 눈은 뜨고서 따뜻한 이불속에서 발딱 일어나기 싫은 거야 인지상정이 아닐까?

 

어쨌든 술마실때 보다 몸은 평정심을 찾아가고 편안하다.

 

4. 금단현상인가? 담배를 끊을때 생기던 갖가지 금단현상들이 술을 안마셔도 생기는 것일까?  그런 모양이다. 누가 술을 안마셨더니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쑤시고 아프다고 하던데, 산오리도 좀 그런 모양이었다. 오른쪽 어깨가 아프다가 가슴 가운데가 아프다가 하면서 여기저기로 돌아 다니면서 쑤시고 아프기도 했다. 에일리언이 몸속에 들어 있는 것처럼...

아직도 어깨는 전체적으로 무겁고 눈도 힘겨워하고 있다.  

 

술을 많이 마시고 다음날 머리와 속이 괴롭우면 약간의 우울에 빠지기도 한다. 또 술을 마시면 그 우울이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그런데, 술을 안마시니까 그 우울이 계속 오락가락 한다. 약간은 우울하다고 생각할때 술을 마시면 확 달라질 거 같은 생각이 든다. 이것도 금단증상이라 생각한다. 

 

5. 술자리에서 사람들은 술을 권하지 않는다. 한 달 동안 많은 술자리에 있었다.(물론 아예 도망갔던 자리도 많다) 술좀 쉰다고 하니까 사람들은 술을 억지로 권하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그런게 어딧냐?'면서 얼굴에라도 술을 들이 부었을 인간들도....

 

술을 쉰다고 하니까 많은 인간들은 "아마도 죽을 병에 걸렸나 보다"고 생각하거나, "말못할 고민이나 병이 생겼나 보다"고 생각해서 자세하게도 잘 물어보지 않고, 술도 잘 권하지 않는 듯했다. 그건 훌륭한 판단이거나 예단이라고 생각한다. 물어보면 별로 대답할 거리도 없고, 술 자꾸 권하면 그거 피하기도, 앉아 있기도 얼마나 귀찮은 일이랴...

 

6. 술 안마시니까 당연히 술값지출도 엄청 줄었다. 카드사용액 중에 술값으로 낸건 몇개 안되니까.... 근데, '술안먹고 담배 안피워도 부자 안된다'는 말은 맞는 말인 모양이다. 오히려 다른 곳에 출혈이 심해서 마이너스 통장의 숫자는 자꾸만 높아져 가고 있으니 말이다.

 

7. 이런저런 헛소리, 개소리 집어치우고 빨리 석달열흘이 지나라! 그리고 또 술이나 실컫 먹어야 겠다... 얼굴 시뻘개져서 헛소리도 지껄이고, 노래방에 가서 다른 사람들 열심히 노래부를때 의자에 앉아서 열심히 잠도 자고 그래야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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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4 17:51 2005/04/1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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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구경 3

from 그림과 노래는 2005/04/14 17:50

* 이 글은 산오리님의 [봄꽃 구경...] 에 관련된 글입니다.

살구꽃이 피면 사진 찍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점심 먹고 돌아 보니, 살구꽃은 이미 다 진듯 하다. 이제 벚꽃이 우르르 피어나고 있다. 목련은 힘껏, 있는대로 팔다리를 뻗쳐서 견디다가 허리가 뿌러지기도 하고, 주저앉기도 하면서 한 보름간의 자기 인생을 마감하고 있다. 그 짧은 보름 동안에 보여줄 것들은 다보여주고, 할 일들은 다 하고 가건만, 나는, 사람들은 뭘 더 보여주려고, 뭐 할일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고 이토록 아우성인지....

 




그래도 찍어놓고 화면에 띄워 보니까 그런대로 봐줄만 하다....

살구꽃과 벚꽃은 어떻게 구분할까? 뭐 아는게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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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4 17:50 2005/04/1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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