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사에서 회식을 한다고 했는데, 빕스라는 곳으로 정했단다. 여직원들한테 가고 싶은 곳으로 정하라 했더니 그렇게 했다는데...

가끔 뭘 먹고 싶냐고 젊은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빕스라고 하는 얘길 들어서 이름은 알고 있는데, 도데체 뭘 먹는 것인지 몰랐는데, 어제 첨으로 빕스란 곳을 갔다.

10년쯤 전인가, 우면동에 있을때 양재동의 어느 고기집에 따라간 적이 있었다. 씨즐러라든가 하는 집이었는데, 덜익은 고기 먹으면서, 그게 양놈들이 폼잡고 먹는 고기라는 걸 첨으로 알았다.

그 집이랑 별 차이가 없는 거 같았다. 야채랑 소스들이 뭔지도 모를 것들이 많았고, 그맛이 그맛이고 대충 비슷한데다 시원하거나 개운한 맛은 반푼어치도 없이 다들 흐리맹탕이었다. 배고프니까 볶음밥이랑, 야채랑 빵이랑 허겁지겁 먹고 나니까 본 음식인 돼지갈비 한판(?)과 고기야채 꼬치구이가 나왔다. 이것 저것 먹고 배는 부른 거 같은데, 하튼 뭔가 허전하고 덜 먹은 거 같다.

 

한 친구는 

"입맛에 안맞죠? 산오리는 토속적인걸 좋아하잖아요."

(토속적인 건 된장이나 김치를 이름인 거 같은데, 그걸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물어 보는건 순전히 농사꾼처럼 생긴 내 외모에서 비롯되고 있다.)

 

다른 친구는

"많이 드셨어요? 집에 가서 라면이라도 끓여 먹어야 되겠죠?"

(아이구, 개운하지 않다지만, 여기다 라면까지...?)

 

그래도 산오리는 오만 잡다한 이런 음식을 가리지 않고 거부감 없이 잘 먹는다. 별다른 맛이 없다고는 하지만, 이 음식의 맛은 이런 거라고, 그리고 그 맛이 맛있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잘 먹는다. 그러니까 음식 먹는 것도 '세계화'인지, '국적불명화'인지 이런데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생전 처음 피자를 먹었던 때 이걸 왜 돈주고 먹는지 이해할수 없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어제 빕스 먹으면서도 한친구와 같이 얘기한 건...

"내 돈주고 먹으라면 절대 안먹겠다."

"105% 동의"

 

2. 빕스라는 곳을 가니까 퍼질러 앉아서 고기 구워서 소주 먹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술꾼들에게는 있었으리라. 산오리야 술을 쉬는 중이라 오히려 잘 된 건지도 모르지만...

8시 넘으니까 다 먹고 일어나서는 뿔뿔이 헤어졌다. 2차로 술마시러 가자고 몇사람이 호객행위를 했는데 갔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고...

밤 벚꽃구경하러 여의도로 차를 몰았다. '꿀단지 3총사'를 만나서 순복음교회에서부터 국회뒤를 돌아서 케이비에스 앞에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여의도를 반바뀌를 왕복했으니 거의 한바퀴 돈 셈인가?

 

벚꽃이 만발했다. 보도에 불을 묻어서 꽃들을 비춰주는데 밤에 본 벚꽃의 모습이 환상적이었다. 그 꽃이 그 긴 도로를 가득 채우고 있었으니, 그리고 그 옆 비탈에는 개나리가 가득.

 

사람들도 참 많다. 엄청 많다. 사람들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건 딱 질색이었는데, 일산이라는 촌동네에 살고, 밖에서 사람들과 부닥칠 일이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나이가 먹어가서 사람냄새가 그리워서 그런지 그건 잘 모르겠는데, 그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반갑고 정겹게 느껴지다니... 

글구 우리나라에서 연필로 초상화 그리는 그림꾼들은 그밤에 여의도로 다 몰렸는지, 참 많기도 하더라.

 

밤에, 꽃은 흐드러지게 피어서 하늘거리는데, 그 아래 퍼질러 앉아서 술잔을 들이키면 '왔다'였으리라. 근데, 요즘은 술장사를 없앴고, 또 술 먹는 사람들도 없단다. 또 날씨까지 쌀쌀했으니 강가에 퍼질러 앉기도 좀 어려웠으리라.

 

서울로 올라 온지 벌써 33년째인데, 여의도에 벚꽃구경은 처음이다. 88-89년도에는 여의도에 사무실이 있어서 근무를 여의도에서 했는데도 밤이고 낮이고 벚꽃구경하러 가지는 않았다. 첨으로 벚꽃구경 갔더니 좋더라...

 

대학들어갔을 즈음엔가, 그때는 해마다 창경원에 밤 벚꽃놀이가 한창이었다. 창경원에서 밤 벚꽃놀이 미팅을 했던 게 생각났다. 우루루 몰려 다니면서 벚꽃구경하고 밖에 나와서 짝 정해서 술마시고 놀았던가?

 

여의도에서 밤벚꽃놀이 미팅한번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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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4 08:31 2005/04/1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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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미갱님의 [싫은 것들] 에 관련된 글입니다.

"점심 제가 살테니까 가요."

어제 아들놈 돌잔치를 했다고 삐딱이 점심을 사겠단다.
"구내식당에서 사세요"

산오리의 대답.
"아뇨, 밖에 나가서 맛있는 걸로 살게요."
"싫어요."
"왜요?"

"귀찮아서요."

 

옆에서 듣고 있던 사주가 한마디.

"그것도 귀찮으면, 사는 건 귀찮아서 어떻게 살아요?"

 

그걸 들은 다른 팀원이 한마디 붙였다.

"죽는 것도 귀찮아서 못죽죠?"

 

"마저요... 맞아..정답이야...ㅋㅋ"

 

죽는 것도 꽤나 귀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평소에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지만,

너무 오래 지겹게 살고 있다는 생각도 함께 들고...

 

나는 '칙칙함'도 싫지 않고

나는 '나태와 게으름'은 엄청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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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1 22:05 2005/04/1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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