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케이크와 상한 마음

2006/10/12 21:47

오늘 핫케이크를 해먹었다.

 

사실 핫케이크 만드는 과정은 단순하다.

 

가게에서 핫케이크 가루를 사다가 계란을 체에 걸러서 휘저어서 넣은다음, 꿀 한스푼정도 넣

고 우유를 너무 묽지 않게 부어준다음 엷은 갈색이 되도록 보기좋게 구워주기만 하면된다.

 

(단, 여기서 중요한것은 우유를 너무 많이 부어서 묽게 하면 안된다. 핫케잌의 구수한 맛이

나려면 적당히 끈적거리는 된 반죽이 되어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너무 얇지 않고 살짝 폭신하고 도톰하게 구워진 핫케잌을 몇장씩 구워내어 접시위에 층층히

쌓아올리는 것은 묘한 성취감을 준다.

 

꼭 내가 당장 먹을 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몇장 구워놓으면 집안 식구들이 먹기도 하는데, 그

냥 구워놓아진 모양만 보더라도 기분이 조금 좋아진다.

 

 

 

그런데 옛날부터 메르헨같은 동화책 보면 핫케잌을 몇십장씩 쌓아놓고 꿀을 발라놓고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왠지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그 광경이 감칠맛나게 느껴졌다.

 

그리고 노릇하게 갈색으로 동그랗게 구워진 그 모양도 예쁘다. 의외로 그 엷은 갈색으로 구

워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잘 못하면 군데군데 타버리고 다른 곳은 허옇게 남아있는

모양이 되어버린다.

 

핫케잌과 베이컨+에그, 그리고 우유로 이루어진 단촐한 서양식 아침식사가 왠지 낭만있기

느껴지는 것은 글쎄 뭐랄까... 조금이라도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나의 우스운 허영기라고

보면 될것이다. 집에서 책 봐도 좋은데 굳이 옷 차려입고 커피숍에서 다리꼬고 책보고 싶어

지는 마음과 비슷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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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렇게 핫케잌을 굽고싶어진 이유는 오늘 마음이 상했기 때문이다.

 

그다지 큰 일도 아니고 매우 사소한 일에 불과하지만, 또 한번 마음이 쓸쓸해지는 순간이었다.

 

마음이 황폐한것을 지금은 어찌할 도리는 없지만, 그 순간순간을 잊어버려야 할것 같다.

 

그런데 그 순간순간을 넘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이러다가 나는 그 어느 누구하고도 마음

 

이 서로 통하여 이해한다는 것은 점점 불가능해지는 인간이 되는게 아닌가 싶어 쓸쓸한것이

 

다.

 

역시 핫케잌을 몇장 굽고 샤워한다음, 없는 돈 쥐어짜내어 커피숍에가서 딸기주스라도 마시

 

며 기분을 바꾸어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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