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니가낫네 아리랑 고개로 날넘겨주소. 정든님이 오시는데 인사를 못해 행주치마입에 물고 입만방긋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니가낫네 아리랑 고개로 날넘겨주소'
  
   구성진 밀양 아리랑이 홈에버 월드컵점 농성장에 울려 퍼진다. 부르는 이도 듣는 이도 연신 박수를 치며 즐거워한다. 이곳이 과연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는 농성장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구성진 가락에 주위 노조원들은 박수를 치며 연신 흥겨워했다 ⓒ민중의소리

  안그래도 전기가 끊겨 어두운 실내는 계속되는 장마비로 인해 더욱 어두 컴컴하다. 교섭이 결렬되어 공권력이 곧 투입된다는 소식 때문에 기분상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느끼는 것은 기자뿐이다. 농성장에 있는 노조원들에겐 그런 기색이 없다.
  
  [상황 1] "여경이 우릴 끄집어 낼 수 있을까?"
  
   "오늘이나 내일 경에 공권력이 투입될 것 같습니다. 현행법상 여경들이 여러분을 끌어 낼 것입니다. 여러분께서는 각자의 짐을 메고 동지들과 깍지를 낀 채 엎드려 누우십시오. 경찰을 뿌리치는 것은 괜찮지만 때리거나 꼬집거나 하면 안됩니다"
  
   집행부에서 노조원들에게 경찰이 침탈했을시 대응에 대해 설명한다. 말하는 이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하지만 듣는 노조원들의 얼굴엔 긴장감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주머니 한 분은 "여경이면 아가씨들이 많을텐데, 아주머니인 우리를 끄집어 낼 수 있을까"라며 웃는다. 다른 아주머니들도 함께 웃으며 맞장구 친다. 아무리 여경이라도 그들은 훈련 받은 경찰들이기에 강제로 끌려나오게 될 거라는 말에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이들에게 경찰이란 여전히 국민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리랑을 부른 정종숙씨는 "무식이 힘이라고 솔직히 살아 평생 경찰서를 가본적이 있어야 경찰을 무서워하지."라며 "아무것도 모르기에 무서운 것도 없다."고 말한다. 실제 많은 아주머니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대부분 경찰서 근처는 가보지도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만을 해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상황2] 연행에 대비해 사전 연습하는 아주머니들
  
   저녁을 먹고 난 뒤 분회별로 모인 노조원들. 그중 한 분회에서는 특별한 일이 있었다. 다름아닌 연행 될 때 어떻게 대응할지, 또한 연행되고 나선 경찰에 어떤 말을 할지에 대해 연습하는 시간이 있었다.
  
   순진한 아주머니들은 서로 경찰과 노조원이 되어 취조하고 취조받았다.
  
  형사 노조원: 언제부터 점거에 동참하게 되었습니까?
  노조원: 30일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동참했어요.
  형사 노조원: 경찰서에서 나간 이후에도 농성에 가담할 겁니까.
  노조원: 당연하죠. 그것은 나의 권리이자 의무이니까요.
  
   노조원 아주머니의 이러한 대답에 형사 역을 맡은 아주머니는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고 코치한다. 훈방조치를 받기 위해선 농성에 최대한 짧게 참여했다고 말하고, 이후에는 농성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라는 것이다. 그녀의 말에 노조원 역을 맡은 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주머니들끼리 경찰에 연행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이어 경찰이 침탈했을 경우의 상황을 연습한다. 몇 명의 노조원 아주머니들이 깍지를 끼고 누우니 경찰역의 아주머니가 이들을 끌어내려고 한다. 팔을 잡고 당기니 깍지를 낀 아주머니들의 입에선 비명소리가 난다. 형사 역의 아주머니 입에선 '이XX아, 안 일어나'라는 말이 나온다. 그렇게 한창을 실랑이 하다 까르르 웃는다.
  
  [상황3] "처절하게가 아니라 당당하게 끌려갈 것"
  
   최후의 만찬. 이날 월드컵 농성장의 노조원들이 저녁 밥을 먹으며 한 말이다. 한 아주머니는 "경찰에 끌려가면 먹지도 못하고 아까운 음식 다 버려야 한다"며 지금 다 먹어야 한다고 아쉬워 한다. 이분에겐 경찰에 연행되는 것보다 음식이 남는 것이 더 안타까운가보다.
  
   밥을 일찍 먹은 아주머니는 옷가지를 정리한다. 그러면서 끌려가게 되면 새 옷은 찢어질 거 같아 못 입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경찰이 온다면 옷을 벗어 버리겠다고 한다. 당황해서 경찰들이 접근하지 못할 거 아니냐는 생각이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몸에 자신있는 사람이나 자신의 몸이 타인에게 혐오감을 끼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만 벗어라"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많은 아주머니들이 공권력 침탈에 대해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아니 웃음으로 넘기는 여유가 있었다. 아직 경찰 투입이 실감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단 그 다음의 투쟁을 생각하기에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렇기에 당당하게 경찰을 받아들인다. 동료를 위해 밤에 규찰을 서는 아주머니가 하는 말은 이들의 생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경찰이 들어오면 처절하게 끌려 가라고 하지만 우리가 왜 그래야 하죠? 전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걸어나갈 거예요. 우린 잘못한게 없어요. 잘못한 것은 경찰이죠. 잘못하지 않은 사람이 당당하지 않다면 누가 당당할 수 있나요?"


2007년07월19일 ⓒ민중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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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될지 심히 우려된다.

 

현장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신은 힘있는 자의 손을 들어주고 약한자는 박살이 날것인가.

 

음....

 

이럴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내 자리에서 내 일을 하는 것 뿐일까?

 

혹시 신이 있다면

 

혹시 이번에 이기지 못한다 할지라도 패한자들에게

 

99번 패배하더라도 단한번 승리하기 위해 싸울수 있는 힘을 남겨주소서.

 

누구도 많이 다치거나 괴롭거나 심하게 두려워하지 않게 해주소서.

 

피흘리더라도 머리가 깨지거나 배를 맞거나 하여 심하게 고통스럽지 않게 해주시옵소서.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해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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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오징어땅콩 2007/07/20 00:02

    결국 궁금해서... 내일 아침 일찍 가봐야겠다.

    perm. |  mod/del. |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