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시 /최영미
언젠가 너를 말해야 하리라
비에 젖은 쓰레기 봉투에 대해
편리하게 모았다 지워버린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척 뜨고 지는 태양에 대해
파헤쳐진 강, 포클레인에 유린당한 상에 대해
네 몸속에 아직도 자라고 있는 치욕에 대해
울리다 만 전화벨에 대해
더러운 도시를 아름답게 노래하는 법을
너는 모르고
시가 되지 못한 상념들이
잘게 부서져 찻잔 위에 떠 있다
목에 걸린 묵직한 회의를 걷어내고
나는 일어섰다
냉정한 무관심을 택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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