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다 추석인가

2007/09/25 04:32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서러운 투쟁 “부모님 죄송해요”
입력: 2007년 09월 21일 17:52:22
 
이랜드 홈에버노조 조합원 고모씨(39·여)는 추석이 다가올수록 들뜨기는커녕 서글픈 생각뿐이다. 이미 귀향도 포기했다. 40만~50만원 정도 드는 귀향길 경비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초 이랜드 파업에 동참한 뒤 석달 넘게 월급을 받지 못해 가게 수입이 절반 정도로 줄어든 탓이다. 삼삼오오 선물을 사들고 고향에 내려가는 이웃들을 보면 고씨는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

21일 서울역에서 이랜드 해직 노조원들이 귀성길에 나선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김문석기자>
서울이나 수도권에 사는 친척들이라도 찾아뵐까 생각도 했지만 이 역시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이랜드 파업에 고씨가 열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친척들이 모두 알고 있다. 한푼이라도 벌어야 하는 입장에서 파업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 친척들에겐 못내 송구스럽다.

고씨는 “매년 추석때마다 작은 선물이라도 사서 친정과 시댁을 찾아뵙곤 했는데 올핸 죄송스러울 따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21일 오후 민주노동당 대회의실에서는 홈에버노조 소속 모 지부의 총회가 열렸다. ‘추석 이후의 투쟁입장 발표’와 ‘귀향 예정 노조원 파악’이 이날의 안건이었다. 추석은 지부 소속 조합원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추석 전에는 끝나겠거니’ 생각했던 노조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두운 현실에 지치고 실망한 조합원들이 점차 늘고 있다.

남편과 “추석때까지만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던 한 노조원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남편과의 약속을 어길 수도, 동료 노조원들의 뜻을 져버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참여하겠다”고는 밝혔지만 추석 내내 마음이 편치만은 않게 됐다. 다행히 다른 지부원들은 추석 이후에도 파업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어두웠던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다.

이날 총회에 참여한 30여명 중 대부분은 연휴 기간 동안 서울에 남기로 했다. 경제적 이유로 귀향을 포기한 조합원들이 상당수다. ‘승리’한 모습으로 친척들을 뵙고 싶다는 노조원도 있었다.

노조에서 공식적으로 정한 투쟁 휴일은 추석 당일날 단 하루. 이들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노조원을 빼고는 연휴기간 파업투쟁에 동참할 예정이다.

연휴를 앞둔 노조 집행부 사무실도 이날 분위기가 무거웠다. 차가운 구치소 바닥에서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는 동료들 때문이었다. 지난 7월 말 김경욱 위원장이 구속 수감된 이후 엊그제까지 6명의 동료들이 구속됐다.

회사측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후 집행부 간부들이 줄줄이 잡혀들어가 이젠 협상을 벌일 노조측 대표도 공석인 상태가 됐다.

노조 관계자는 “추석연휴가 길어 연휴가 끝나면 이랜드 문제가 더 관심에서 잊혀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추석 이후 양측의 협상전망도 밝지 않다.

노동부 안경덕 노사관계조정팀장은 “마지막 교섭을 벌인 지난 16일에도 노측은 징계 규모 축소를 요구하고 사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 협상이 결렬됐다”며 “서로 주장을 굽히지 않아 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진 만큼 이를 풀 수 있는 당사자는 결국 노사 양측”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부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노사간 교섭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설득하는 일”이라며 정부 역할이 한정돼 있다고 털어놨다.

이랜드 노조는 본격적인 추석 귀향길이 시작되는 내일까지 고속버스터미널, 서울역 등지에서 사측을 규탄하는 ‘귀향 선전전’을 펼친 뒤 추석연휴가 끝나는 대로 매장타격투쟁을 재개할 방침이다.

〈심희정·송진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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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보고서 명절이라고 집에와서 고기며 과일을 꾸역꾸역먹을 나를 생각하니 머릿속이

 

멈칫해져서,  부침개라도 주문해서 농성장에 가져갈까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으나 나의 통장잔고를

 

생각하니 그것도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한숨쉬었다. 

 

돈이 있어야 뭘하지.... 평소에 돈을 잘 비축해놓아야 한다.  안그러면 항상 말뿐이지.

 

돈돈...... 豚豚

 

추석이라고 다 추석인가. 다음달에는 수입이 생기니, 얼마간이나마 떼어서 투쟁하는 동지들에게

 

따끈한 커피라도 배달해야겠다.

 

하루에 내가 잠깬다는 명목으로 ㅊ 먹는 커피를 생각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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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새잎 2007/09/26 23:26

    하하.
    그래도 나보다 낫군요.
    저는 개인적인 감정에 이끌려 술을 몽땅 마시고 들어왔답니다.
    음..
    올해 시험은 포기할까.. 진지하게 고민중이구요.
    성당이나 교회에 딸린 보육원에 가서 아이들 가르치거나 키우는 봉사활동을 하고 올까 생각중이랍니다.
    어쩌면 만신창이 된 마음을 달래기 위한 도피처로 사용하는지도 모르구요.
    이래저래 마음에 안드는 일상, 술 친구를 가까이 하느라 몸까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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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징어땅콩 2007/10/04 02:58

    술을 많이 드신다는 말이 뭐라고 할까, 걸리네요. 건강을 잃는게 무엇보다 저는 두렵기때문에.. 그리고 왜 그렇게 자꾸 술을 찾게되는지도 알기때문에.
    아이들 가르치거나 키우는 봉사활동 저도 가끔 생각해봤었는데, 실제로 하실 수 있어서 좋으시겠어요.맘을 평화롭게 하는데 분명 도움이 될듯..어차피 포기하기로 한 올해시험때문에 자책하지 마시고 그렇게 다시 몸과 마음을 위로하셨으면 좋겠어요. 건강을 꼭... 되찾게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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