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정리에 대한 단상

2010/08/20 21:29

 

 

 1.  휴가

 

  내일은 휴가를 간다.

 

  작년에 중국을 잠깐 다녀왔지만 그것 외에는 5년간 휴가를 못갔었다.

 

  특히 가족휴가는 과연 맘편히 휴식이 될까 하는 우려에서 안간 이유도 컸는데,

 

  이번에는 한번 같이 가보기로 했다. 

 

  평범함에, 그리고 그 평범함속의 신중하게 뿌리를 내린 성실함을 내가 굉장히 염원하고

 

  있다는 것도 이러한 소소한 일상에 발맞추는 큰 이유가 된다.

 

 

  바다에 가서 회도먹고,  센 바닷바람도 맛보고 싶다.

 

  열심히 운동도 해야지. 

 

  오래된 사찰의 그윽함 앞에 두 손모아 절하고 싶은 심경이다.

 

 

  2.  블로그 정리

 

 

 

  블로그를 정리하는 것에 대해서 한마디 해야 할것 같았다.

 

  2006년부터 진보넷 블로그를 했고,  중간에 6개월에서 1년미만으로 쉰적이 있지만

 

  그 외에는 블로그 눈팅도 하고, 소소하게 글들도 써왔다.

 

  

 

  사정상 자기 주장을 담은 완성된 형식의 글은 거의 쓰지 못했지만

 

  어쨌든 생각보다 마음의 중심이 많이 여기에 있었음을, 그리고

 

  이곳의 영향을 은연중에 많이 받았음을 오늘 느꼈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진보넷 블로그에서는 새로운 삶의 형태의

 

  가능성을 본 셈이다.

 

 

   우선은 남들은 특별하다고 할 수 있는 삶을 특별하지 않게 살아가는 블로거들,

 

   그들에게 익숙해지다보니, 그들에게 익숙해져 있는 나를 특별한 사람인양 바라보는

 

   사람들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떠한 조직에서도 어떠한 동료들과도 길게 뼈를 묻고 활동해온적이 없는 나로서는

 

   진보넷 블로그에서 타자같기도 하고 고향에 돌아온것 같기도 한 느낌을 함께

 

   받는다.     어쨌든  내가 삶을 인식하는 방식이 생각보다 더 많이 블로그

 

   에 의하여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은근히 그렇다고나 할까.

 

    그러나 진보넷 블로그를 당분간 떠나야 한다. 이전부터 생각해왔는데 이번기회에

 

    결단코 그렇게 하리라고 마음 먹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사실 진보넷 블로그라는 공간의 성격과도 연관이 있다.

 

  글은 누군가가 봐주기를 바라고 쓰는 것이다.  일기처럼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비록 주제가 뭔지 모르도록 넋두리같이 쓰는 것도 비공개로 쓰지 않는 이유는

 

  그 글을 보고 누군가가 나의 알수 없는 심경이나 입장을 알아주기를 바라기 때문

 

  이다.

 

 

  타인이 내 글을 보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인식하고,  그것에 대해서 공감하고

 

  또 그것으로 인하여 서로 풍부하게 교류하며 내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길 바라는

 

 심정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진보넷에 쓰거나, 다른 어떤 블로그에 쓰거나 다른

 

  점이 없다.  물론 어떤 사안을 공론화하기 원하는 것도 이것에 포함이 된다.

 

 

 

 

 그렇다며 좀더 정돈된 글을, 글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또한 내 글에 대한 다른

 

  사람들에 대한 비판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글을 써야 한다. 그런데 사실 내 생각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남이 비판해주기를 바라기도 하면서 막상 또 판단의 도마위에

 

  올릴것을 전제로 하고 음식의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나를 포함하여 어느정도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진보넷 블로그에서

 

  공동으로 어느정도 형성된 정치적 입장내지는 성향의 스펙트럼에 대해서 대충은

 

 안다.   사람마다 그 스펙트럼의 폭에 대해서 다르게 인식하고 있겠지만.

 

 

 

 

 그것을  벗어난 글을 쓴다고 해서 언제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아니

 

 지만,  그 한도내에서 글을 쓰려는 어느정도의 스스로의 검열같은 것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비록 딱히 비판받을만한 주장을 가지고 형식을 갖춰서 쓴 글이 아니기에 딱히

 

  누군가가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더라도,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인식할까 하는 것에 대해서 다른 블로그에서보다 좀더 심각하게 혹은

 

  불필요한 자존심같은 것을 가지고 스스로를 검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비난할만한 여지가 글에 들어가지 않도록, 내가 생각이 짧은 사람처럼 비추이지

 

  않도록,  논란의 여지가 될만한 것은 심지어 내 마음에서 표현하고 싶더라도 다소

 

  삭제하고,  정말 공통으로 받아들여질만한 소재에 대해서 글을 써온 경향이 은근

 

  히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지는 세속적인 욕망이나 혹은 갈등에

 

  대해서 혹은 세속적이지 않더라도 정리되지 않은 주장등을 표현하는것을 꺼려했던

 

 것 같다.

 

 

 

  물론 그런 것들을 표현하고 싶은 내적욕망이 크지 않고 오프라인에서의 삶에

 

  치였기 때문에 별로 블로그를 통한 소통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하여도 결코 내가 진보넷 블로그를 통하여 어떤 식으로

 

 든 영향받고자 하는 욕망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지금 내가 그렇게 스스로

 

  검열하는 자신을 꽤 지속적으로 발견하게 되었다면,  적극적 소통의 방법을

 

  지금 시기에 고민할 수 없는 처지라면 굳이 진보넷 블로그를 이용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나 자신이 블로그 라는 온라인상의

 

 공간에서 표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이용하고 싶은지 좀더 잘

 

  생각해볼 수 있는 시기에 다시 1) 진보넷 블로그에 재개를 하거나

 

  2) 아니면 진보넷 블로그는 아얘 공론화하고 싶은 주제만 올리는 곳으로

 

   재개하거나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2) 의방식이 내가 꼭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기에는

 

  진보넷 블로그를 나는 좀더 친숙하고 편안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비록 정리되지 않은 주장, 논쟁에 맞설만큼 무장되지 않은

 

  입장이더라도 인간적으로 진솔하게 털어놓을 수 있고 그러면서 내적

 

  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공간이 나 개인에게 있어서는 그리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깊이 고민하지 않고 그냥 나중에 블로그에 컴백하게

 

  될때 적절히 그때그때 필요한 방식으로 이용해도 좋겠지만,  최근에 블로

 

 그에서의 논쟁도 있고 하여, 블로그의 정체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왜 진보넷 블로그를 이용하는가? 블로거로서 무엇을 얻기를

 

 원하는가? 꼭 진보넷 블로그를 해야하는가? 아니면 다른데로 옮겨가는

 

것이 맞는가? 만일 다시 컴백하게 된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블로거로서

 

활동할 것인가?

 

 

 

 이러한 고민은 결국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하는 과도기적 질문과도

 

 연관이 되어있는 문제라서, 그런 문제에 대하여 어떠한 윤곽이 잡힐 즈음

 

 에 진보넷 블로그를 다시 이용하든지 해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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