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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학로로 가는 길은 버스를 타고 가거나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내리면 찾아갈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성균관대학교 쪽으로 가면 <풀무질>과 <논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쪽으로 바로 가는 버스 편도 많이 있습니다. 지하철은 혜화역에서 내려서 가는 길이 가장 빠르고 가깝습니다. 성균관대학교로 접어드는 두찻길로 접어들면 얼마 걷지 않아 <논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좀더 올라가 성대 들머리 가까이 나올 때쯤 자그마한 책방 <풀무질>을 만날 수 있습니다. <풀무질>은 참 작습니다. 앙증맞다고 할까요. 어쩌면 책방이 이리도 작을꼬... 그런 생각이 듭니다. 책방이 작으면 그 책방 안에 둘 수 있는 책은 아주 적습니다. 그렇기에 책을 제대로 골라 놓지 못하면 사람들 발길은 쉬 끊이고 맙니다. 자그마한 책방으로 찾아오는 책손이 많고 오래도록 책장사를 이어간다면 그만큼 책을 보는 눈이 높고, 그곳을 찾는 책손 또한 좋은 책을 즐겨 찾는 눈높이와 마음이 있다는 소리입니다. 헌책방도 마찬가지죠. 아무리 작은 헌책방이라 해도 좋은 책을 꾸준하게 찾아볼 수 있으면 그곳을 들락거리는 사람은 많으며 그곳 장사도 오래오래 잘 됩니다. 크기만 넓다고 다 좋지 않으며 넓은 곳, 목이 좋은 곳에 있다 하여 헌 책 장사가 잘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찾아서 사서 읽을 만한 책"을 얼마나 잘 갖춰서 보여주느냐, 나눌 수 있느냐예요. <2>
<채광석 시 - 아버지와 아들> 제적학생 복교조치다 뭐다 시끄러울 때 다섯살박이 애녀석이 불쑥 물었다 아빠, 복학이 뭐야? 음, 그건 말이지, 으음 학교에서 쫓겨난 학생이 다시 학교에 들어가는 거란다 서른 일곱의 쉬어빠진 애빌 올려다보며 녀석은 오금을 박는다 그럼 아빠도 쫓겨났었어? 이때다 싶어 아내가 네 손가락을 펴 보이며 쐐기를 박았다 네 번씩이나 쫓겨났단다, 네 번, 알지? 그뿐인 줄 아니? 죄진 사람들 가는 곳에도 두 번씩이나 갔다 왔단다 네 첫돌때도 거기 갇혀서 까까 하나 사오지 못했단다 에이, 아빤 나쁜 짓 많이 많이 했는갑다 그치? 문득 좌경극렬...의 첫 운을 떼신 총장님인지 아전님인지 섬찟 떠오르고 제 밑창까지 들어먹은 신문 테레비의 그 쇳소리 손가락질 발길질 이간질 태질이 되살아나며 가슴은 울컷 머리를 쭈삣 사지는 덜덜거려 나는 미친 듯이 도리질을 했다 아니다, 아니야, 그게 아니야 피이, 아빤 거짓말쟁이야 나쁜 짓도 안했는데 왜 쫓겨나고 그런 데 갇힌담 아득하고 막막하고 갑자기 아이의 얼굴이 가물가물 멀어졌다 수왕이 네가 나쁜 애야, 연식이가 나쁜 애야? 에이 연식이 걘 욕심쟁이야 저는 맨날 맨날 다른 애들 장난감 뺏어 가지구 저 혼자 실컷 놀면서 제 장난감에는 손도 못 대게 해 같이 나눠 가지구 놀자구 그러면 때리구 내쫓구 그래 오늘 낮에두 나를 막 할퀴구 때리구 그랬지 뭐야 호연이두 맞구 동진이도 맞구 희진이두 맞았어 아빠도 그래서 쫓겨나구 갇히구 그랬던 거란다 증말? 에이 세상에 아빠보다 힘센 사람이 어딨어? 아빠는 엄마보다두 힘이 훨씬 세잖아? 너도 크면 알게 돼 저쪽 동네에는 엄마 아빠보다 힘센 사람들이 많단다 그치만 우리 동네에선 아빠가 최고로 힘세지? 그래, 그래 그 사람들은 뽀빠이같이 시금치만 먹는갑다 그치만 아빠, 내가 크면 말이지 엄마가 그러는데 밥 잘 먹고 군것질 안하면 이 세상에서 제일 크고 제일 힘센 사람이 된대 내가 크면 말이지, 그 사람들 혼내 줄 거야 근데 아빤 뭘 나눠 가지구 놀자구 그러다가 쫓겨났었어? 아내의 눈꼬리가 갑자기 올라가더니만 애를 몰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어느덧 등줄기엔 식은땀이 흘렀는지 축축한 오한이 몰려오고 어지러운 머리 속으로 몇 개의 말이 아스라이 떠올랐다 자유 밥 사랑
사지는 않고 읽으면 좋겠다고 보이는 책도 여럿 눈여겨봅니다. <풀무질> 사장님은 <더글러스 러미스-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녹색평론사(2002)>라는 책이 아주 대단하다며 나중에 꼭 한 번 읽어 보라고 추천합니다. 척 보기에도 퍽 읽을 만하다는 느낌입니다. 나중에 꼭 찾아서 읽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그마한 책임에도 책값이 퍽 나가는군요. 6000원이면 알맞겠다 싶은데 7000원을 매겨 놓았습니다. 그 작은 책이...
<3>
제가 잘은 모르나 <풀무질> 사장님에게는 간판 바꾸는 일보다 알뜰한 책을 <풀무질> 안에 잘 갖추는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힘을 쏟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돈 얼마 들이고 잠깐 짬을 내면 간판이야 얼마든지 갈 수야 있지만 세월히 흐르고 흐르면서 `낡은 간판'을 갈기보다는 `역사'와 `기억'으로 그대로 남겨두는 일도 좋지 싶어요. 한동안은 `불편함'이지만 세월이 흐르고 흐르면 `새로운 역사'처럼 남기도 하니까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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