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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본주의 선언


반자본주의 선언


▶ 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 / 정성진, 정진상 옮김 지음
▶ 책갈피
▶ 2003-12-25

▶ ISBN : ISBN : 8979660316
▶ 240쪽 9,500원


세계의 석학 캘리니코스의 역작
이 책은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반자본주의 선언≫(An Anti-Capitalist Manifesto, Polity, 2003)을 완역한 것이다. 캘리니코스는 현존하는 마르크스주의 분야의 세계 석학이자 영국 사회주의 노동자당(Socialist Workers Party)의 지도적 인물로서, 그의 주요 저작들이 이미 대부분 번역돼 출판됐으며, 최근 우리 나라에 자주 방문 강연하여 우리 나라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반자본주의 운동
1999년 ‘시애틀 전투’에서 시작돼 올해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있었던 반WTO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반세계화 운동은 1989~1991년 소련?동유럽 블록의 붕괴 이후 인류의 숙명으로 간주돼 왔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결코 인류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웅변하고 있다. 또한 체제에 대한 집단적 저항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의 부활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이론적/실천적 의의를 갖는 새로운 사회 운동 흐름이다.
그런데 반세계화 운동은 흔히 “운동들의 운동”(movement of movements)이라고 불리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해서 반대한다는 점을 빼고는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다양한 운동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1999년 제3차 WTO 각료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시애틀에 집결한 운동은 세계 각지의 노동 운동, 환경 운동, 농민 운동, 각종 NGO, 좌파 조직들이었는데, 이들은 “세계는 상품이 아니다”,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슬로건 아래 하나로 합류했다.
하지만 오늘날 반세계화 운동의 내부에서 몇 가지 쟁점을 둘러싸고 상이한 입장들이 존재한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저지하는 것이 자본주의 틀 내에서 성취될 수 있다고 보는지의 여부, 그리고 이 과제를 기존의 국가를 통해서 해결하려고 하는지의 여부, 또 이 과제를 수행하는 주체로서 조직 노동 계급의 중심성을 인정하는지의 여부, 2001년 9/11 대미 테러와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 이후 대두되고 있는 반전 운동과의 연대 여부 등이 그 주요한 쟁점들이다.
반자본주의 운동의 쟁점과 과제
캘리니코스의 ≪반자본주의 선언≫은 이와 같은 반세계화 운동의 주요한 이론적/정치적 쟁점들과 향후 과제를 자신이 지지하는 고전 마르크스주의의 입장에서 평가하고 정리한 책이다.
캘리니코스는 먼저 반세계화 운동이 세계화의 어떤 특정한 양상이 아니라, 세계화 그 자체에 대해 총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또 국제주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 운동을 반세계화 운동이 아니라 반자본주의 운동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한다.
캘리니코스는 이 책 전반부에서 반자본주의 운동의 배경이 되는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과정에서 금융 불안정과 과잉생산 위기, 환경 위기가 심화되는 과정을 분석한다. 캘리니코스는 최근의 세계화를 시장 근본주의의 전 세계적 확산, 금융세계화 등 주로 경제적 세계화로 이해하는 반자본주의 운동 내부의 다수 견해에 반대하면서, 오늘날 세계화는 무엇보다 미국 제국주의의 새로운 얼굴로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세계화 과정에서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정치/군사적 갈등이 격화되고 있으며, 동시에 오늘날 세계화는 '무장한 세계화'라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캘리니코스의 핵심 논지다.
그 다음 캘리니코스는 현재 반자본주의 운동 내부의 다양한 흐름을 ①반동적 반자본주의, ②부르주아 반자본주의, ③지역주의적 반자본주의, ④개량주의적 반자본주의, ⑤자율주의, ⑥사회주의적 반자본주의 등 여섯 가지로 분류한 후, 마지막 사회주의적 반자본주의의 입장에서 앞의 다섯 가지 반자본주의 운동 전략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다소 도식적이기는 하지만 반자본주의 운동 내부의 다양한 흐름을 이와 같이 유형화해 비교/분석한 것은 캘리니코스가 이 책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다. 특히 현재 반자본주의 운동 내부에서 주류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의 ATTAC(금융거래과세시민연합)과 같은 개량주의적 반자본주의 전략과 최근 일부 좌파들이 지지하고 있는 자율주의에 대한 비판은 매우 날카롭다. 무엇보다 사회주의적 반자본주의 운동을 제외한 대부분의 흐름들이 오늘날 세계화의 제국주의적 본질에 대한 인식의 부족으로 반자본주의 운동을 반전 운동과 연계시키지 못하고 있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캘리니코스는 반자본주의 운동 내부의 다양한 전략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지지하는 사회주의적 반자본주의 노선의 구체적 대안을 정식화한다. 캘리니코스는 팻 데바인(Pat Devine)의 ‘협상 조정’ 모델과 같은 민주적 계획 모델을 시장 경제를 대체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사회주의 경제 모델로서 제안한다. 캘리니코스는 나아가 자유/평등/연대와 같은 ‘문명 세계의 가치들’은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와 민주적 계획에 기초한 새로운 세계 경제 체제를 건설하는 혁명적 변혁의 토대 위에서만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캘리니코스가 제안한 민주적 계획 모델은 최근 우리 나라에도 소개된 바 있는 마이클 앨버트(Michael Albert)의 ‘참여 경제’(‘파레콘’) 모델과 함께 대안 체제 구상과 관련해 많은 논의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끝으로 캘리니코스는 민주적 계획과 같은 ‘최대 강령’의 실현 이전에 반자본주의 운동이 집중해야 할 ‘이행기 강령’으로 ①제3세계 부채의 즉각적인 탕감, ②토빈세 도입, ③자본 통제의 회복, ④보편적인 기본 소득 도입, ⑤주당 노동시간 단축, ⑥공공 서비스 보호와 재국유화, ⑦누진세, ⑧이민 통제 폐지, ⑨환경 재앙을 막기 위한 프로그램 도입, ⑩군산복합체 해체, ⑪시민적 자유 방어 등을 제시한다. 캘리니코스가 여기에서 열거하고 있는 반자본주의 운동의 ‘이행기 강령’들은 그 동안 반자본주의 운동 과정에서 제출된 각종 투쟁 슬로건과 요구들의 정수를 뽑아 낸 것들로서 향후 반자본주의 운동의 행동 강령으로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는 것들이다.
21세기의 ≪공산당 선언≫
1999년 시애틀 전투 이후 반자본주의 운동과 관련해 국내외에서 수많은 팸플릿과 논문, 저서들이 출판됐지만, 반자본주의 운동을 그 배경과 주요 쟁점, 과제로 나누어 이처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은 캘리니코스의 이 책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다음달 1월 16일부터 21일까지 인도 뭄바이에서 제4차 세계사회포럼이 열린다. 세계경제포럼에 맞서 열렸던 세계사회포럼이 벌써 4회를 맞이했다. 이번 세계사회포럼에는 한국에서도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라는 기치 아래 모인 전 세계 다양한 진보 세력들의 토론과 협력의 장이 될 세계사회포럼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 이 책이 출간된 것은 더욱 뜻깊은 일이다.
그리고 이 책은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캘리니코스는 ≪공산당 선언≫의 형식을 간헐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공산당 선언≫이 역사에서 큰 획을 그었듯이, 이 책도 많은 논쟁과 토론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생각한다.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과 캘리니코스의 ≪반자본주의 선언≫
≪공산당 선언≫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정치 팸플릿 중 하나로 손꼽힌다. 세계 200여 개 언어로 번역돼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혔다는 평가도 있다. “프롤레타리아가 잃을 것은 쇠사슬이요, 얻을 것은 전 세계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유명한 말로 끝나는 이 작은 책자가 인류에 끼친 영향은 실로 엄청났다.
그러나 소련과 동유럽이 몰락하고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언”을 외치는 동안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했던 예언은 빗나간 듯 보였다.
하지만 1999년 시애틀 저항 이후 급성장한 반자본주의 운동은 마르크스를 다시 복귀시키고 있다.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부르주아지는 자신의 생산물을 팔 수 있는 시장을 끊임없이 확장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으로 인해 지구상의 모든 구석구석을 누벼야 한다.……부르주아지는 산업의 발 밑으로부터 산업이 딛고 서 있는 일국적 기반을 빼앗아냈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현재 자본주의의 세계화를 아주 정확하게 예측한 것이었다. 또한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분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쟁적 자본 축적은 현재 경제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묘사한 프롤레타리아화 과정이 세계적 규모로 계속되고 있다. 또한 자본의 세계화가 진행되는 정도에 따라 임금 노동자의 숫자가 전 세계에서 증가했다.
그러하기에 캘리니코스는 현 자본주의 사회의 분석의 틀은 마르크스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캘리니코스는 이 책의 2장에서 ≪공산당 선언≫ 3장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문헌”의 형식을 차용해 반자본주의 운동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세력들의 정치 지형을 분석/비판하고 있다. 이 둘을 비교해 보는 것은 매우 흥미진진한 일이다.
물론 ≪공산당 선언≫과 ≪반자본주의 선언≫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잘못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1848년 쓰여진 ≪공산당 선언≫과 2003년에 쓰여진 ≪반자본주의 선언≫은 150여 년이 넘는 시/공간적 거리를 극복해 서로를 보완/발전시키고 있다.
지은이 알렉스 캘리니코스 (Alex Callinicos)
1950년 짐바브웨 출생으로 영국 사회주의 노동자당(SWP) 중앙위원이며 SWP의 계간 저널인 ≪국제 사회주의≫(International Socialism)의 편집위원이다. 현재 영국 요크 대학교 정치학 교수다.
번역된 주요 저서로는 ≪마르크스의 사상≫(북막스), ≪노동자 계급에게 안녕을 말할 때인가≫(책갈피), ≪역사의 복수≫(백의), ≪노동조합 속의 사회주의자들≫(풀무질), ≪트로츠키주의의 역사≫(백의), ≪포스트모더니즘 비판≫(성림), ≪역사와 행위≫(교보문고), ≪이론과 서사≫(일신사), ≪현대 철학의 두 가지 전통과 마르크스주의≫(갈무리), ≪마르크시즘에 미래는 있는가≫(열음사), ≪알뛰세의 마르크스주의≫(녹두) 등이 있다.
옮긴이 정성진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며 사회과학연구원장을 역임했다.
주요 역서로는 ≪마르크스의 사상≫(알렉스 캘리니코스, 북막스), ≪소련 국가자본주의≫(토니 클리프, 책갈피), ≪연속혁명 그리고 평가와 전망≫(레온 트로츠키, 책갈피), ≪붐 앤 버블≫(로버트 브레너, 아침이슬), ≪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형성 2≫(로만 로스돌스키, 백의) 등이 있다.
정진상
경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며 현재 사회과학연구원장이다.
주요 역서로는 ≪마르크스의 사상≫(알렉스 캘리니코스, 북막스)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한국 사회의 이해≫(지이) 등이 있다.

 

 

 

책소개
파이를 키우는 것이 먼저인가, 나누는 것이 먼저인가는 시장경제의 오래된 논쟁거리 중 하나다. 현재 세계 경제모델의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세계화'는 선 성장 후 분배를 말하고 있는데, 저자는 이 주장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그에 따르면 60∼80년대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세계화가 주창되기 시작한 80∼2000년대보다 훨씬 나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반세계화, 반자본주의 운동의 배경과 주요 쟁점, 과제를 정리한 의미있는 저작이다.이 책은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반자본주의 선언≫(An Anti-Capitalist Manifesto, Polity, 2003)을 완역한 것이다. 캘리니코스는 현존하는 마르크스주의 분야의 세계 석학이자 영국 사회주의 노동자당(Socialist Workers Party)의 지도적 인물로서, 그의 주요 저작들이 이미 대부분 번역돼 출판됐으며, 최근 우리 나라에 자주 방문 강연하여 우리 나라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반자본주의 운동
1999년 ‘시애틀 전투’에서 시작돼 올해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있었던 반WTO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반세계화 운동은 1989~1991년 소련?동유럽 블록의 붕괴 이후 인류의 숙명으로 간주돼 왔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결코 인류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웅변하고 있다. 또한 체제에 대한 집단적 저항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의 부활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이론적?실천적 의의를 갖는 새로운 사회 운동 흐름이다.
그런데 반세계화 운동은 흔히 “운동들의 운동”(movement of movements)이라고 불리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해서 반대한다는 점을 빼고는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다양한 운동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1999년 제3차 WTO 각료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시애틀에 집결한 운동은 세계 각지의 노동 운동, 환경 운동, 농민 운동, 각종 NGO, 좌파 조직들이었는데, 이들은 “세계는 상품이 아니다”,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슬로건 아래 하나로 합류했다.
하지만 오늘날 반세계화 운동의 내부에서 몇 가지 쟁점을 둘러싸고 상이한 입장들이 존재한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저지하는 것이 자본주의 틀 내에서 성취될 수 있다고 보는지의 여부, 그리고 이 과제를 기존의 국가를 통해서 해결하려고 하는지의 여부, 또 이 과제를 수행하는 주체로서 조직 노동 계급의 중심성을 인정하는지의 여부, 2001년 9?11 대미 테러와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 이후 대두되고 있는 반전 운동과의 연대 여부 등이 그 주요한 쟁점들이다.

반자본주의 운동의 쟁점과 과제
캘리니코스의 ≪반자본주의 선언≫은 이와 같은 반세계화 운동의 주요한 이론적, 정치적 쟁점들과 향후 과제를 자신이 지지하는 고전 마르크스주의의 입장에서 평가하고 정리한 책이다.
캘리니코스는 먼저 반세계화 운동이 세계화의 어떤 특정한 양상이 아니라, 세계화 그 자체에 대해 총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또 국제주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 운동을 반세계화 운동이 아니라 반자본주의 운동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한다.
캘리니코스는 이 책 전반부에서 반자본주의 운동의 배경이 되는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과정에서 금융 불안정과 과잉생산 위기, 환경 위기가 심화되는 과정을 분석한다. 캘리니코스는 최근의 세계화를 시장 근본주의의 전 세계적 확산, 금융세계화 등 주로 경제적 세계화로 이해하는 반자본주의 운동 내부의 다수 견해에 반대하면서, 오늘날 세계화는 무엇보다 미국 제국주의의 새로운 얼굴로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세계화 과정에서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정치, 군사적 갈등이 격화되고 있으며, 동시에 오늘날 세계화는 '무장한 세계화'라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캘리니코스의 핵심 논지다.
그 다음 캘리니코스는 현재 반자본주의 운동 내부의 다양한 흐름을 ①반동적 반자본주의, ②부르주아 반자본주의, ③지역주의적 반자본주의, ④개량주의적 반자본주의, ⑤자율주의, ⑥사회주의적 반자본주의 등 여섯 가지로 분류한 후, 마지막 사회주의적 반자본주의의 입장에서 앞의 다섯 가지 반자본주의 운동 전략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다소 도식적이기는 하지만 반자본주의 운동 내부의 다양한 흐름을 이와 같이 유형화해 비교?분석한 것은 캘리니코스가 이 책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다. 특히 현재 반자본주의 운동 내부에서 주류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의 ATTAC(금융거래과세시민연합)과 같은 개량주의적 반자본주의 전략과 최근 일부 좌파들이 지지하고 있는 자율주의에 대한 비판은 매우 날카롭다. 무엇보다 사회주의적 반자본주의 운동을 제외한 대부분의 흐름들이 오늘날 세계화의 제국주의적 본질에 대한 인식의 부족으로 반자본주의 운동을 반전 운동과 연계시키지 못하고 있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캘리니코스는 반자본주의 운동 내부의 다양한 전략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지지하는 사회주의적 반자본주의 노선의 구체적 대안을 정식화한다. 캘리니코스는 팻 데바인(Pat Devine)의 ‘협상 조정’ 모델과 같은 민주적 계획 모델을 시장 경제를 대체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사회주의 경제 모델로서 제안한다. 캘리니코스는 나아가 자유?평등?연대와 같은 ‘문명 세계의 가치들’은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와 민주적 계획에 기초한 새로운 세계 경제 체제를 건설하는 혁명적 변혁의 토대 위에서만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캘리니코스가 제안한 민주적 계획 모델은 최근 우리 나라에도 소개된 바 있는 마이클 앨버트(Michael Albert)의 ‘참여 경제’(‘파레콘’) 모델과 함께 대안 체제 구상과 관련해 많은 논의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끝으로 캘리니코스는 민주적 계획과 같은 ‘최대 강령’의 실현 이전에 반자본주의 운동이 집중해야 할 ‘이행기 강령’으로 ①제3세계 부채의 즉각적인 탕감, ②토빈세 도입, ③자본 통제의 회복, ④보편적인 기본 소득 도입, ⑤주당 노동시간 단축, ⑥공공 서비스 보호와 재국유화, ⑦누진세, ⑧이민 통제 폐지, ⑨환경 재앙을 막기 위한 프로그램 도입, ⑩군산복합체 해체, ⑪시민적 자유 방어 등을 제시한다. 캘리니코스가 여기에서 열거하고 있는 반자본주의 운동의 ‘이행기 강령’들은 그 동안 반자본주의 운동 과정에서 제출된 각종 투쟁 슬로건과 요구들의 정수를 뽑아 낸 것들로서 향후 반자본주의 운동의 행동 강령으로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는 것들이다.

21세기의 ≪공산당 선언≫
1999년 시애틀 전투 이후 반자본주의 운동과 관련해 국내외에서 수많은 팸플릿과 논문, 저서들이 출판됐지만, 반자본주의 운동을 그 배경과 주요 쟁점, 과제로 나누어 이처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은 캘리니코스의 이 책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다음달 1월 16일부터 21일까지 인도 뭄바이에서 제4차 세계사회포럼이 열린다. 세계경제포럼에 맞서 열렸던 세계사회포럼이 벌써 4회를 맞이했다. 이번 세계사회포럼에는 한국에서도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라는 기치 아래 모인 전 세계 다양한 진보 세력들의 토론과 협력의 장이 될 세계사회포럼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 이 책이 출간된 것은 더욱 뜻깊은 일이다.
그리고 이 책은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캘리니코스는 ≪공산당 선언≫의 형식을 간헐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공산당 선언≫이 역사에서 큰 획을 그었듯이, 이 책도 많은 논쟁과 토론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생각한다.
[예스24 제공] 

 

지은이 소개
알렉스 캘리니코스
저자 - 알렉스 캘리니코스
- 1950년 짐바브웨 출생으로 영국 사회주의 노동자당(SWP) 중앙위원이며 SWP의 계간 저널인 「국제 사회주의」(International Socialism)의 편집위원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자본론의 논리학」이라는 논문으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3년 현재 영국 요크 대학교 정치학 교수이기도 하다. 영국 반신자유주의 단체인 글러벌 라이즈 레지스턴스(Globalise Resistance)의 활동가이며, 우리 나라에도 여러 차례 방문해 강연한 적이 있다. 지은 책에 <마르크시즘의 미래는 있는가>, <현대철학의 두가지 전통과 마르크스주의>, <역사의 복수>, <노동조합 속의 사회주의자들>, <이론과 서사>, <알뛰세의 마르크스주의> 등이 있다.

역자 - 정성진
-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며 사회과학연구원장을 역임했다.
주요 역서로는 ≪마르크스의 사상≫(알렉스 캘리니코스, 북막스), ≪소련 국가자본주의≫(토니 클리프, 책갈피), ≪연속혁명 그리고 평가와 전망≫(레온 트로츠키, 책갈피), ≪붐 앤 버블≫(로버트 브레너, 아침이슬), ≪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형성 2≫(로만 로스돌스키, 백의) 등이 있다.

역자 - 정진상
- 경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며 현재 사회과학연구원장이다.
주요 역서로는 ≪마르크스의 사상≫(알렉스 캘리니코스, 북막스)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한국 사회의 이해≫(지이) 등이 있다.
[엘리트2000 제공] 

목차

한국어판에 부치는 저자 머리말
머리말
서론

1장 지구를 망치는 자본주의
2장 다양한 종류의 전략들
3장 다른 세계의 구상

후기

찾아보기
옮긴이 후기

[알라딘 제공] 

 

중앙일보 좌파의 역사 읽기와 만들기 정운영 논설위원 2004.07.24
마르크시즘의 미래는 있는가? 이런 제목의 책을 오늘 대한다면 어떤 반응들을 보일까? ‘왕급진’이 아니라면 아마도 “미래 같은 소리 하네”라며 쓰게 웃을지 모르겠다. 혹시 이 책이 번역된 17년 전이었다면 어떠했을까? ‘꼴보수’가 아니라면 틀림없이 “웬 미래? 현재도 있는데”하고 되받았을 것이다. 혁명이 코앞에 닥쳤다고 믿던 때였으니까. 당시의 화끈한 전망은 빗나갔으나 오늘의 냉소적 관찰은 17년 뒤에 어떻게 될까?

이런 상념 속에 같은 저자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반자본주의 선언』(책갈피, 2003년, 239쪽, 9500원)을 펴들었다. 자본주의 아닌 것이 없는 세상인지라 ‘반자본주의’란 말이 사뭇 어색하다. 그리고 ‘선언’에는 불온한 기억도 배어 있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그 유장한 레토릭을 “하나의 유령이 세계에 출몰하고 있다. 반자본주의라는 유령이”로 바꾸면 대강 감이 잡힐지 모르겠다. 책의 내용이나 장절(章節) 배열로 보아 19세기 ‘공산당 선언’의 21세기 판을 흉내낸 것이라고 해도 크게 과장이 아니리라.



소련, 서구 좌파, 반자본주의는 본래 한편이었다. 그 ‘혈맹’이 깨진 계기는 무엇보다도 스탈린주의의 발호며, 그리고 그 토양에서 자란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다. 자고로 좌파들은 스탈린주의 탈색으로 마르크스주의를 ‘구하려고’했다. 소련 붕괴로 소기의 목적은 이루었으나 예상 외의 부담이 뒤따랐다. 반자본주의 투쟁이 약화되고 좌파 간의 결속이 느슨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반자본주의 대열에는 ① 반동적인 반자본주의, ② 부르주아적 반자본주의, ③ 지역주의적 반자본주의, ④ 개량주의적 반자본주의, ⑤ 자율주의적 반자본주의, ⑥ 사회주의적 반자본주의가 늘어섰다.

반자본주의는 태생적으로 잡탕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반동’과 ‘부르주아’까지 내세우는 것은 너무 심하다. 하기는 마르크스도 ‘반동적 사회주의’니 ‘부르주아 사회주의’니 하며 악의 축과(?) 선의 축을(!) 조립한 적이 있다. 파시스트가 세계화를 거부하는 경우가 반동적 반대라면, 대기업이 자본주의의 탈선을―자본주의가 아니고―교정하기 위해 시민 단체와 협력하는 경우가 부르주아적 반대의 사례가 된다. 저자의 기대는 물론 사회주의적 반대에 걸렸으며, 촘스키와 부르디외한테 특별히 존경을 표하기도 한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오직 사회주의로써”(118쪽). 이런 구호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이 반자본주의의 지배적 견해는 아니라고 저자는 솔직히 인정한다. 지배적 견해로 만드는 것이 이 책의 집필 동기이리라.

트로츠키주의는 출세를 마땅찮게 여긴다. 출세도 하고 혁명도 하기는 어렵기 때문일까. 그런데 캘리니코스는 트로츠키주의자이고 ‘출세한’ 대학 교수다. 트로츠키가 스탈린에게 품은 한을 생각하면, 트로츠키주의자가 사부를 배반한 소련에 취할 태도는 아주 뻔하다. 소련이 망한 이제야말로 자신들의 ‘혁명적 사회주의’로써 자본주의와 진검 승부를 벌일 때라는 것이다. 때로는 트로츠키주의자답게, 때로는 교수답게 그는 반자본주의 투쟁을 통한 사회주의 승리의 길을 도도하게 설파한다.

먼저 트로츠키주의자답게 저자는 개량과 혁명의 구별을 당부한다. 채찍과 당근이 당나귀 부리는 수단이듯 ‘억압과 통합’은 지배 권력이 피치자의 불만을 다스리는 수단이다. 억압이야 새로울 것이 없지만 통합이란 미끼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국고 보조를 더 많이 타내고 기업 기부를 더 많이 얻으려고 시민 단체들이 “멜로드라마 같은 미디어 전략”(121쪽)을 앞세워 죽기 살기 경쟁을 벌이며, 알게 모르게 지배 질서와 한통속이 된다. 그래서 “계급이 끝났다는 믿음은 항상 오류였으며, 이제는 그 믿음을 완전히 매장할 때”(131쪽)라고 언성을 높인다.

그리고 교수답게 ‘다른 세계’로의 이행 전략을 차분하게 설명한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세계가 미쳐가고 있다고…이제 신자유주의를 처방이 아닌 질병으로 생각한다”(42쪽). 이견이야 있겠지만 신중히 들어둘 말이다. “거대한 반자본주의 저항 운동의 표출은 실제로 매력적이지만, 그것은 이기주의의 표현이 될 수 있으며 때로는 위험한 형태의 개인주의의 과시가 될 수 있다”(137쪽). 이런 반성과 겸손이 나는 정말 마음에 든다.

가뜩이나 짜증나는 판에 하필이면 이런 책이냐고? 열(熱)에는 냉(冷)으로! 대안 제시에 앞서 저자는 “시장 경제의 어떤 변종이 정의, 효율성, 민주주의, 지속 가능성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지”(155쪽)를 묻는다. 시장은 아무리 ‘인간화해도’ 이 네 가지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므로 ‘민주적 계획’이 필요하다는 그의 설득은 얼마나 강하고 또 부드러운가. 한동안 세상은 우파가 만드는 역사에 정신이 없었다. 좌파의 역사 읽기를 통해서 세계화 북새통을 ‘냉하게’ 들여다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한겨레 “자본주의는 지구 망치는 주범 다시 혁명적 사회주의다” 고명섭 기자 2004.01.03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고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1848년 <공산당 선언>에서 썼다. 세계 공산주의 운동의 성경적 저술이 유령으로 묘사한 그 공산주의는 20세기에 들어와 70여년 동안 세계를 양분한 실체적 존재가 됐다가 붕괴했다. 그러면 공산주의, 다시 말해 혁명적·과학적 사회주의는 끝났는가. 영국의 저명한 트로츠키주의 이론가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반자본주의 선언>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포연이 뒤덮은 현실 사회주의 실험의 폐허 위에 다시 혁명적 사회주의의 부활를 선언하는 책이다.

이 책은 명백히 <공산당 선언>의 이론적 위상을 겨냥하고 있다. 고전 마르크스주의의 원칙적 관점을 견지하되, 21세기의 변화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혁명의 새로운 전략을 제출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여기서 지은이가 말하는 ‘반자본주의’는 수많은 세계화 반대자들이 쓰는 ‘반세계화’를 재정식화한 개념이다. 세계화에 대한 반대는 세계적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체제 운동마저 부정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에, 반세계화 운동이 근본적으로 겨누고 있는 ‘반자본주의’를 앞세우는 것이 합당하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그런데 이 ‘반자본주의’는 또 다른 오해를 낳을 소지가 있다. 현재의 반세계화 운동이 모두 자본주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은이도 이 점을 인정한다. 그는 현재의 반세계화 운동이 크게 보아 두 가지로 대별된다고 말한다. 영·미식 자본주의 모델을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를 적으로 보는 것이 하나라면, 자본주의 생산양식 자체를 적으로 보는 것이 다른 하나다. 지은이는 신자유주의만을 반대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에 다가가는 것이 아니며, 신자유주의의 폐해는 자본주의 자체의 모순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그의 ‘반자본주의 선언’은 반세계화 운동이 자본주의 자체를 거부하고 전복하는 운동으로 수렴해야 한다는 그의 바람을 밑자락에 깔고 있다.

그의 관점에 따르면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모순이야말로 “지구를 망치는 주범”이다. 자본주의는 노동의 착취를 이윤으로 바꿔내는 부도덕한 체제다. 더 중요한 것은 자본의 경쟁적 축적 원리다. 개별 자본가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 자본을 제압해야만 하는데, 이 때문에 상호경쟁이 경쟁이 격화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주기적인 시장파괴, 곧 공황이다. 개개인의 합리적 선택은 전체 차원에서는 재앙이 되고 마는 것이다. 더 끔찍한 것은 이런 맹목적 경쟁이 무제한의 환경파괴를 통제할 길을 봉쇄하고 만다는 사실이다. 이 모든 인류적 고통은 민주적 계획경제로서 사회주의를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다.

이 책은 구성 형식에서도 <공산당 선언>을 염두에 두고 있다. 마르크스가 당대의 사회주의 조류를 ‘반동적 사회주의’, ‘부르주아적 사회주의’ 따위로 분류해 비판한 것과 마찬가지로, <반자본주의 선언>도 현재의 반자본주의(반세계화) 흐름을 ‘반동적 반자본주의’, ‘부르주아적 반자본주의’, ‘개량주의적 반자본주의’, ‘지역주의적 반자본주의’ 따위로 나누어 비판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흐름 가운데 특히 지은이가 힘주어 비판하는 것이 ‘자율주의적 반자본주의’다.

안토니오 네그리가 <제국>에서 밝힌 자율주의의 세계인식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중심 없는 제국으로 묘사하고, 이에 대한 저항의 힘으로 다중의 자율적 연대와 협력을 상정하고 있는데, 지은이는 이 관점이 제국주의의 국민국가적 성격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자본의 파괴적 경쟁 원리상 국민국가는 필수적 경제단위이며, 이 국민국가가 군사력을 동원해 자본 팽창을 돕고 있음은 명백하다. 또 다중의 자율적 연대는 이 체제를 전복하기는 너무 허약하며, 자본과 적대관계에 있는 조직화한 노동자계급이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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