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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리는 나라 살림

김준영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 2005.09.28 18:19 02'


▲ 김준영· 성균관대 경제학과교수
나라 살림살이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은 쏟아지고 있는 반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세금이 당초 예상보다 덜 걷히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1000억원 이내였던 세수(稅收) 부족 규모가 지난해 4조3000억원, 올해 4조6000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세수 부족이 경기침체와 저성장의 늪에서 갈수록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 규모를 금년보다 총지출 대비 6.5%, 일반회계 대비 8.3% 증가한 221조4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경제성장률을 5%로 높게 잡은데다 지출 증가가 성장률을 앞지르는 팽창예산이다. 게다가 복지·분배·균형발전의 우산 속에 성장동력의 확충은 가려지고 말았다. 연구개발 예산을 올렸다지만 겨우 9조원 수준에 턱걸이하고 있다. 결국 내년 세수 부족도 7조원을 넘어서면서 참여정부 출범 이후 내년까지 16조원이 넘는 세수 차질이 발생하게 되어 적자재정이 만성화될 조짐이다.

적자재정이 쌓이면서 나라 빚(국가채무)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3년간 경제성장률은 줄곧 목표치에 미달하였을 뿐만 아니라,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부의 비현실적인 경제전망 아래 지출 규모만 크게 잡았다가 성장률 하락에 따른 세수 부족의 구멍이 고스란히 나라 빚으로 남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올해 30%(1인당 국가채무 500만원)를 넘어섰다.

이처럼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국가균형발전 5개년계획,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국방개혁, 대북(對北) 전력지원 사업 등 경제규모(GDP)에 육박하는 수준의 정책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터뜨려 놓고 있다. 이들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할 경우 정부재정과 국가채무가 더 악화될 것은 뻔한 일이다.

게다가 정부는 최근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극도의 땜질식 처방에 기대고 있다. 소주와 LNG에 대한 세율을 높이려고 시도하는가 하면,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축소하고, 수도권 중소기업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을 없애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세수에 난 큰 구멍을 서민과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세금을 짜내서 메우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졸속 처방이 나오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의 예산편성과 세수 예측의 전문성이 낮기 때문이다. 최근 예산대비 세수추계 오차가 3%를 넘어서고 있다. 세수에 영향을 미치는 성장률·물가·경기·환율·경제심리지수 등이 반영된, 보다 과학적인 세수추계 모형을 개발해야 한다. 예산편성 역시 정부 부처간 역학관계와 정치적 주고받기식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보다 정확히 세수를 예측하고 본예산을 알뜰하게 편성·운영한다면 추경예산은 불필요할 것이다. 예산이 오·남용되고 낭비되는 사례도 즐비하다. 대형건설사업, 국방장비 구입, 사회복지, 지방관광벨트사업 등의 운영에서 국민의 세금이 새는 곳은 없는지를 철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 재정의 기본방향도 새로 짜야 한다. 세수 부족을 세금 짜내기에서 찾지 말고, 경기침체와 저성장의 늪을 탈출하는 데서 해법을 구해야 한다. 대형국책사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생산성을 높이고 투자를 늘려 성장동력을 높이는데 최우선을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무모한 정부지출을 과감히 조정하고 줄이는 대신, 미래 성장동력인 유망기술에 대한 연구개발투자비는 대폭 증액하는 것 등이다. 그래야 일시적으로 적자 재정을 편성하더라도 국민들의 신뢰와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막대한 비용에 대해 단지 국민들은 돈 낼 준비만 하라는 식의 일방통행은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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