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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4/12/13
    연하장을 쓰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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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4/12/12
    덕분에 영화 잘 보았습니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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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4/12/07
    날은 추워졌지만...(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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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4/12/02
    오늘은 일찍 자야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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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4/11/30
    [펌]빌게이츠와 스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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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4/11/29
    혼자서 밥먹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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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04/11/11
    날씨가 점점 추워진다.(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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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04/11/05
    로또사던 사람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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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4/11/03
    [펌]한나라당 의원들은 왜 EBS가 못마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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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4/11/03
    진보네에서의 글쓰기(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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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장을 쓰다

연말을 맞아 회사에서 공짜 연하장을 5장 받았다.

5장을 누구누구에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겨우 5명을 정하고 내가 그들의 주소를 알고 있는지 생각해보니 아무도 모른다. -_-; 핸드폰으로 전화만 걸면 바로 육성을 들을 수 있는 세상에 연하장은 너무 촌스러운 매체이긴하다.

 

그래도 연하장은 보내야겠기에 핸드폰 문자를 보냈다. "이유는 묻지 말고 주소를 가르쳐달라"고... 그랬더니 오는 답문자는 "안기부에 꼬바를라고 하냐? 왜 주소묻고 X랄이야"다. 이런... 내가 친구들 중에서 가장 덜 팍팍하게 사는 인간이기는 하지만, 다른 인간들이 이토록 긍정적이지 못한 生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절감~! 그래도 다들 문자를 다시보내서 주소를 알려준다. 그리고 끝에 "카드 보낼라 그러냐?"라고 묻는다. 눈치하난 빠르셔~들...

 

올 한 해도 다 갔다. 내일은 본부송년회다. 제발 깨끗하게 끝냈으면 좋으련만. 앞으로 통과해야할 송년회 지뢰밭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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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영화 잘 보았습니다.

* 이 글은 알엠님의 [죄송합니다] 에 관련된 글입니다.

용산 스페이스9에 시간에 맞춰 가긴 갔는데, 알엠님이 말씀하신 배트맨도 아니고 슈퍼맨도 아닌 요상한 물풍선을 못 찾기도 했고, 용산 CGV는 생전 처음 가보는 곳이라 어리둥절해서 헤매고 있는데 앞을 보니 어느 틈엔가 슈아님이 서계시더군요. 너무 반가웠어요. 슈아님이 "<엄마>보러 왔어요? <계속된다>보러왔어요?"라고 웃으면서 물으시는데, <계속된다>는 다음에 보는 수 밖에 없어서 애매하게 얼버무렸답니다... 에공 아쉬워라...-_-;;

 

나중에 오신 알엠님한테 너무나도 감사히 초대장을 받고 들어가서 <엄마>와 <이주노동자프로젝트-죽거나 혹은 떠나거나>동시상영을 보았습니다. 너무 재미있었어요. 영화 보러 들어가기 전 <엄마>의 주인공인 감독님 어머니를 뵈었는데, 막상 자신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기분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데요. 저라면 아마도 민망해서 못 볼 것 같아요.

 

<엄마>를 보면서 새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것이-아이를 키우는 일을 포함해서-끊임없는 애정과 관심을 필요로 한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그런데 어째 저같은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한테 애정과 관심을 주는 일에 서툰 것 같아요. 어릴 적 부모님한테 애정을 못 받고 자란 것도 아닌데 왜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암튼 공짜표까지 주시면서 좋은 영화 볼 기회를 주신 알엠님, 슈아님 모두 감사드려요. 꾸벅(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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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추워졌지만...

이번주 들어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월요일부터 장롱속에 걸어두었던 모직코트도 꺼내어 입고 출근을 한다.

 

내방은 여전히 싸늘하다. 집에 있는 보일러가 오래 되어서 그런겐지 아니면 형의 말대로 방바닥에 있는 수도관 속에 관석이라는 것이 끼었기 때문인지 보일러를 틀어놓아도 도무지 따뜻해지지 않는다. 방바닥에 앉으면 방구들이 "나 좀 녹여주~~"하고 앉았다. 흐미 징한거...-_-;;

 

하지만 잠을 잘 때는 내게도 비장의 무기가 생겼다. 이름하야 "전기요"

예전에 시골집에 있던 무거운 전기장판과 달리 요놈은 가볍기도 하려니와 코드만 꽂으면 바로 따뜻해져서 좋다. 물로 세탁도 가능하댄다. 전기요 틀어두고 두터운 솜이불 덥고 그 속에서 발가락 꼼지락거리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말 그대로 요즘엔 '3만원의 행복'속에서 잠이 든다.

 

전기세가 걱정이기는 한데 설마 가스요금보다 더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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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찍 자야지

어제의 오프모임에서 2시에 나와서 집에와서 씻고 자리에 누우니 3시

아침에 알람이 울렸는데도 끄고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떳을 뿐인데 40분이 지나있다

지각하는 줄 알고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옷을 챙겨입고 지하철역으로 뛰었다.

 

사무실 화장실에 들어가서 내 몰골을 보니

핏발선 눈, 텁수룩한 머리, 깎지 못한 수염, 채 빠지지 않은 담뱃내, 거기다 텁텁한 입의 냄새까지...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의자에 앉아도 뭐가 제대로 되지 않는 날이다

하루 종일 이상한 전화만 걸려오고 오늘 따라 사무실 분위기 최악이다

It never rains but it pours. 제길.

 

술 마신 다음날은 역시 힘들다

그래도 이런 날이 1년에 몇 번은 필요하긴 하지

내가 생물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쟎아

 

오늘은 여기서 끄~읕. 자야지...(-_-)a

근데 어제 막판까지 남아계셨던 많은 분들... 아직 살아계신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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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빌게이츠와 스팸?

재미있어서 퍼왔어요. 벌써 많이 지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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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밥먹기

* 이 글은 NeoScrum님의 [밥이라도 맘 편히 먹고 싶다] 에 관련된 글입니다.

난 혼자서 밥을 잘 먹는 편이다. 같이 먹는 밥도 싫어하지 않는다. 말이 잘 통하는 사람들과 같이 먹는 밥상은 유쾌해서 좋고, 혼자서 먹는 밥상은 조용하고 나른해서 좋다. 하지만 억지로 여러사람들과 어울려서 먹는 밥은 너무 싫다. 특히 직장에서 먹는 점심은 그렇다.

 

내가 다니는 직장은 구내식당이 없다. 그래서 아는 사람끼리 삼삼오오 몰려나가서 먹는데 그렇게 같이 먹으려면 미리 점심약속을 잡아야 한다. 그래서 내 책상위에 올려놓은 탁상용 달력에는 칸칸이 "ㅇㅇ랑 점심"이라는 글자들이 빼곡히 적혀있다. 이 회사에서 점심약속을 잡는 건 일종의 업무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점심약속을 못 잡아 놓았거나 갑자기 점심약속이 펑크가 난 과장들은 내게로 와서 애처롭게(정말로 그때는 애처롭게 보였다) "ㅇㅇ씨 혹시 점심약속 있어?"라고 묻곤 했다. 그때 만약 내가 "없는데요. 같이 드실래요?"라고 말하면 그들의 얼굴은 일순간 환해지면서 "그래~ 내가 점심 사줄께"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타인의 시선이 두려운 것이다. 사회성이 부족하다거나 남들과 비교하여 튄다는 건 분명 남한내 직장문화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것이고, 자신이 만약 '남들과 다른 인간'으로 찍혔을 때 받을 수도 있는 '상상속의 불이익'이 두려운 것이다. 처음에는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며 너무 웃긴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에는 나 자신도 거기에 많이 동화된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달력에 수많은 약속들을 적어두고, 저녁때 배가 고파도 괜히 집근처에까지 와서 밥을 사먹는다. 회사와 가까운 곳에서는 괜히 혼자 밥먹기가 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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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랫만에 일찍 퇴근해서 된장찌개를 끓여먹었다. 혼자서 TV를 보면서 찌개에 방금 한 따뜻한 밥에 후식으로 귤하나까지... 먹을 때는 뱃속이 아늑하고, 먹고 나니 온몸이 나른하다. 이런 느낌 정말 오랫만이다. 어디서 혼자 밥을 먹더라도 제발 이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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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점점 추워진다.

지금 내가 사는 집으로 작년 11월에 이사를 왔다. 전엔 왕십리에 살았는데 대문을 나서서 조금만 걸어나가면 청계천 똥물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청계천 건너편 저쪽에는 지하철 용답차량기지가 보였다. 동네 자체가 좀 우울한만큼 편리한 교통에도 집값은 쌌다. 그러던 어느날 그노무 명박이가 청계천변 개발을 시작하자 전세값이 천정부지로 솟구쳤다. 그 덕에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된거다. 망할노무 명바기...

 

처음에 이 집으로 이사올 때는 몰랐는데, 이집은 주변건물들에 비해 지은지가 오래되서 우풍도 세고 난방비도 많이 든다. 그래서 보일러를 잘 안 틀게 되는데, 겨울에는 아래 위로 체육복을 입고 자야한다. 지난 겨울에는 양말도 신고 잤는데, 지금은 11월초라 아직 양말은 안 신고 자서 다행이다. 그나저나 내일부터 추워진다는데 큰일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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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사던 사람들...

* 이 글은 푸른 솔님의 [신념과 로또]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푸른 솔 님처럼 나도 복권을 사지 않는다. 그렇다고 푸른 솔님처럼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왠지 복권을 사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쪽팔림을 느낀달까 어색하달까 암튼 그런 감정을 느끼긴 한다. 그래서 지금껏 한번도 복권을 사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로또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사무실에서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었다. "인생역전"이라는 카피는 내 생각에도 정말 기발했다. 인생역전이라... 그 얼마나 달콤한 유혹이냔 말이다. 옆 팀의 팀장은 한번에 30만원씩 로또에 때려박았다. 그래서 건진 건 달랑 2만원. 그나마도 다시 로또 사는데 들어가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 로또에 대한 사람들의 열기가 차츰 가라앉던 어느 날이었을 거다. 작년 늦가을 정도의 을씨년스러운 토요일이었는데, 그날은 일이 많이 몰려 혼자 사무실에 나와야했다. 아침 일찍 나와서 시간을 보내다가 혼자 나가서 점심을 먹고, 커피나 한 잔 먹자 싶어 근처의 테이크아웃 커피가게에서 커피를 한 잔 시키는데, 왠지 허름한 옷차림을 한 아주머니와 남자아이가 내 옆을 지나갔다.

 

그때 불쑥 아주머니가 아이에게 2천원을 주며 로또기계를 가리킨다.(그 테이크아웃 커피가게는 로또복권도 팔았다) 근데 아이의 몸짓이나 표정이 왠지 어색하다. 아마도 아이는 자폐나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듯했다. 그럼에도 아이는 2천원을 내고 무사히 로또를 사는데 성공했다. 그리고는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있던 엄마의 품에 뛰어가서 안긴다. 그런데 아뿔싸... 로또 영수증을 안 받았다. 다시 엄마는 영수증을 받아오라며 손가락으로 가만히 가리킨다. 아이는 달려가서 영수증을 받아왔고, 엄마는 대견스러운듯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리고 그 아이는 엄마의 손에 매달려 쌀쌀한 바람에 낙엽이 흩날리던 거리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그땐, 그 두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들이 그날 저녁 이루어질 로또추첨에서 꼭 당첨되기를 바랬던 것 같다. 그것도 간절히...

 

그 때가 작년 이맘 때여서 그랬는지, 푸른 솔 님의 글 때문이었는지, 오늘 갑자기 그 날의 일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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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한나라당 의원들은 왜 EBS가 못마땅할까

*출처 :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no=191231&rel_no=1

 

11일 열린 EBS를 상대로 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오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의원은 유난히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인상비평'들을 쏟아냈다. 정체성을 둘러싼 현안질의에 피 튀기는 KBS, MBC 국감과는 대조적인 풍경. 하지만 과녁에선 빗나갔다.

 

이재웅 한나라당 의원은 EBS <세계의 명작> 프로그램에 방영된 '정사', '바람둥이 알프레드' 등의 영화를 언급하며 "이게 국민의 교육적 발전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 재원도 없다면서 왜 이런 걸 늘리나, 본연의 역할(수능방송)에 충실하라"고 다그쳤다.

 

이에 고석만 사장이 "별 5개를 받은 세계적인 명작"이라고 답하자 궁색해진 이 의원은 "교육방송에서 왜 이리 영화를 많이 편성하냐"고 재차 따졌다.

 

이 의원은 또 전례 없는 '문화실험'으로 격찬을 받은 바 있는 EBS의 국제다큐페스티벌의 팸플릿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다큐 이거 누가 보나, 이런 짓 하지 마라, 이거(팸플릿) 보내면 돈벌이 되나, 돈 받는 건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이걸 누구 보라고 비싼 돈을 들여 찍나, 돈 낭비하지 마라, 인터넷으로 보게하라"고 충고(?)했다. 지상파TV가 일주일간 정규방송을 접고 하루 17시간 동안 다큐멘터리를 방송한 국제다큐페스티벌. 하지만 방송국으로는 찍지도 않은 국제다큐페스티벌의 '포스터'를 구하려는 매니아들의 문의가 쇄도한 바 있다.

 

심재철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국제다큐페스티벌을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언어문제를 꼽았다.

"국제다큐영화제의 심사위원 중에는 외국인도 있는데 원주민의 언어를 해독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외국의 사실관계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이 영화제에서 상을 주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이 행사는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내 지적에 일리가 있나?"

고석만 사장은 "자막처리를 했다"고 답했으나 심 의원은 "말과 글은 다르다, 자막으로 보는 느낌은 전혀 다른 것"이라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렇다면 칸느니, 베니스니 세계 유수의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들은 어떻게 다른 언어권의 영화를 시상했던 것일까.

 
다음은 EBS의 또 다른 히트작 <명동백작>. 다큐+드라마 형식의 이 프로그램은 1950년대 명동을 중심으로 활약하던 문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기획된 '문화사 시리즈'의 제1편. 이재오 의원은 EBS의 비정규직 문제를 짚다가 <명동백작>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삑싸리'를 냈다.

 

이 의원은 "한 예술가의 삶은 그 시대상을 보여준다"고 전제한 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50년대 전후를 통해 그 시대의 사회상을 그리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예술인들의 낭만적 삶을 다루는 것인지 분간이 안간다"며 "누굴 타깃으로 하는 방송이냐"고 따졌다.

 

고석만 시장이 "중장년과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다"고 답하자 "오전 시간에 누가 보나, 직장 가고 학교가는데"라고 방송시간대를 문제 삼았다. 하지만 명동백작의 방송시간대는 토요일과 일요일 밤 11시. 고 사장은 "의원님은 재방송을 말씀하는 거다, 시청율은 높지 않지만 네티즌의 접속이 굉장히 많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방송 효과를 생각해서 편성을 하라"고 얼버무렸다.

 

고흥길 의원은 제작비를 이유로 '문화사 시리즈' 후속편부터는 다큐멘터리로 만들라고 주문했다. 고 의원은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면 870만원이면 일회분을 제작할 수 있는데 굳이 10배가 되는 9천만원씩 들여서 제작할 필요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물론 다큐의 형식은 고 의원의 말마따나 진실성, 역사성, 사실성을 보다 잘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밥만 먹나? 다큐와 드라마를 섞는 것도 또 다른 형식 실험.

 

한편 이계진 의원이 EBS 사보의 지질과 '한(아래아)사람'이라는 제호를 문제삼은 것도 이채로웠다. 이 의원은 "이렇게 호화로운 지질은 화장품 회사나 삼성같은 회사에서나 맞는다"며 "교육방송 같은 데에서 양질의 종이를 쓴다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시정을 요구했다. 또한 제호에 대해서는 "아래아는 안쓰는 것이 맞춤법에 맞다, 장난할 때나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 맞춤법 상으론 맞는 지적이다. 하지만 훈민정음의 '아래아'를 오늘에 되살려 나랏말씀을 사용코자함은 '시적허용' 같은 것일 터.

 

EBS도 '코드방송' 나섰다?

 
사실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의 '혼선'은 EBS 정체성 공방에서 빚어졌다. EBS가 지상파TV(평생교육체널)와 위성채널(수능전문·중학·직업채널)로 이분화 되면서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한 평생교육채널이 현대사, 시사다큐 등 예민한 주제를 다루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이날 국감에서는 사전경고의 수준에 그쳤다.

 

박형준 의원은 'EBS도 코드방송 나섰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해 최근 3년간 EBS의 현대사 프로그램이 늘어난 까닭과 내용의 편향성 문제를 지적했지만, 국감장에서는 "유의하라"는 수준에서 말을 아꼈다.

 

박 의원은 "KBS, MBC도 한두 가지 때문에 편향됐다는 지적을 받는다"며 "EBS의 현대사나 정치관계 프로그램은 그런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심재철 의원은 좀더 구체적이었다. 심 의원은 "특정이념사관으로 방송을 만들면 안된다"며 고석만 사장에서 다음처럼 물었다.

 

6·25는 남침인가, 군사적 충돌인가?
새마을 운동은 자립운동인가, 장기집권의 정당화인가?
한국경제는 외자를 바탕으로 경제 건설했나? 자본과 기술이 외세에 종속되는 과정이었나? 천리마운동은 극단화된 주민동원인가, 대중의 열정에 기반한 사회주의 운동인가?

"1번이냐, 2번이냐" 심 의원이 다그치자, 고 사장은 "꼭 선택해야 하나, 선택하기 어렵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들이다"라고 머뭇거렸다.

심 의원은 이어 "최근 역사교과서에 나타난 문제가 EBS 프로그램에 투영되어서는 안된다, 학생들에게 좌파적 이념을 심어주려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다.

 

이렇게 나가다간 EBS도 다음 국감에선 MBC와 KBS처럼 '코드방송', '색깔방송' 공세에 휘말릴 가능성이 농후해 보였다. 11일 국회 문광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는 '수능방송' 채널로서의 EBS 정체성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성인인 나는 불만이다. 사실 성인들이 재교육을 받을 기회란 거의 없다. 물론 직업과 관련한 '기술' 재교육의 기회는 회사에서도 마련해 주지만 문제는 '교양복지'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

 

그런 점에서 최근 EBS 지상파TV 채널의 변화는 반갑다. 흡사 나는 TV 앞 삐딱하게 앉아 있는 학생같다. '사회변화형 프로그램'이란 수식을 달고 있는 <똘레랑스>, <미디어 바로보기>, <도전 죽마고우>도 좋고, 정범구 전 의원이 진행하는 < TV 정치교실>은 현실정치에서 한발짝 뒤로 물러나 교양적으로 정치에 접근할 수 있어 좋다.

 

의원들은 EBS가 웬 영화프로그램을 그리 많이 하냐고 뭐라하지만 나는 토요일밤 <세계의 명화>, 일요일 낮 <일요시네마>를 통해 세계 명작을 어디 문화원에 가서 보지 않아 좋다. 사실 월요병이 시작되는 일요일 자정, 잠을 이루지 못할 때 한국영화특선을 틀어놓고 신파를 즐기기도 한다.

 

특히 최근엔 <명동백작>(토·일 11시 방영)에 푹 빠져 있다. 시간대가 안맞으면 녹화해서 본다. 명동백작을 보면서 1950년대 전후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거친 황폐한 사회상을 보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 역으로 로맨티시즘에 빠져드는 문화예술인들의 '모순'을 보는 게 흥미롭다.

그 덕에 문학을 전공하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한 시간 동안 수다를 떨며 모자란 정보를 얻고, <김수영 평전>을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요즘 자꾸 EBS 채널로 시선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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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네에서의 글쓰기

* 이 글은 헤헤님의 [나는 왜 글을 완성하지 못했을까....]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헤헤님의 두번째 글이 첫번째 글에 비해 마음에 들었습니다. 진보넷에 블로그를 만들고 이른바 불로거가 된지도 이제 꽤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적다가 왼쪽 밑의 숫자를 보니 제가 여기 둥지를 튼 게 올해 8월6일이네요. 기술이란 훌륭한 것이군요.)

 

저는 이 공간에 제가 읽었던 책이며, 보았던 영화를 주로 적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나름의 생각을 쏟아붓는다거나 하는 일기장류의 글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아마도 그 이유는 진보넷에서 느껴지는 어떤 분위기 때문은 아닐까 싶어요.

 

네이버에 블로그를 만들어서 2달 정도 운영을 해 본적이 있었는데, 왠지 너무 가벼운 느낌이 들어서 그곳을 폐쇄하고 이곳으로 옮겨왔습니다. 이곳은 왠지 정치적인 색채도 강하고 뭔가 좀 더 의미있는 소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4달정도를 보낸 지금 이곳에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기는 하지만, 또 다른 불만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다른 불로거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헤헤님이 글을 쓰는데 있어서 어떤 강박같은 걸 느끼셨다고 쓰셨는데, 저도 이 공간에 글을 쓰면서 그런 강박을 많이 느낍니다. "이걸 쓰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여기서 이런 내용을 써서는 안 될 것 같아. 이거보다 좀 더 뽀대나는 표현이 있을텐데..."라는 식의 자기 검열을 많이 하게 된다는 얘기고, 내가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불로거들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걸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거죠.

 

그리고 이곳에서 어떤 사안에 대해서 장문의 논리적인 글을 읽고는 많이 놀라기도 합니다.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내가 이렇게 무식했구나" 등등의 감정을 느끼고는 하지요. 그렇다고 그 글 밑에 덧글을 달지도 않아요. 잘 모르던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들었던 단순한 감상 같은 것을 적을 수도 있을텐데, 그리고 그 글이 어려운 내용이라 글의 중간중간에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덧글로 물어보면 확실히 알 수 있을텐데도 그에 대한 질문도 잘 하지 않게 돼요. (이런 걸 아는 척이라고 하나? 사실은 모르면서...)

 

그럴 땐 나라는 인간이 너무 가식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서 요즘에는 의도적으로 불로거 여러분들의 글 밑에 질문덧글도 달아보고, 진보넷의 딱딱한 이야기와는 또다른 외부 블로그에 자취를 남기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진보넷 블로그의 진지함도 좋아하지만, 그 진지함이 진보넷 블로그의 모든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며 가지는 평범한 고민거리들도 들을 수 있는 곳, 그리고 그에 대한 논리적이고도 훌륭한 답변과 해설도 들을 수 있는 곳, 내가 해보지 못한 새로운 많은 것들이 있는 곳, 언제라도 가볍게 내가 느끼는 걸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곳... 그런 블로그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시 읽어보니 제가 써놓은 글이 영 마음에 들지 않네요. 이것도 자기 검열인가?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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