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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3

 

오늘 2학년 수업하나를 종강했다.

준비가 그다지 많이 필요하지 않은 수업이었는데

학생들이 애를 먹였다.

여학생 절반과 복학생 절반인데 복학생들 중에는 전혀 수업을 못 쫒아 오는 학생이 다섯정도고

수업 분위기는 여학생들이 좌지 우지 해왔는데

어떠냐면 꼭 고등학교 때 싫어 하는 선생님 수업 같이 행동을 했다.

문제 풀다가 부호나 계산이 틀려서 칠판을 지우면 내놓고 "아~ 씨~" 이런다고 보면 된다.

정면 대면은 거의 없다. 뒤에서 수군거릴뿐.

왠 응석? 어이 없음---> 이번 학기 내내 내 생각이었고.

아효~

지난 수업시간에 3학년 졸업여행 따라가서 빠진 일주일치 수업 보강에 대해 얘기 하던중

 한계를 시험하는 일이 있었다.

내놓고 싫어하는 분위기가 역력한데 어떤 여학생이 뒤통수에 대고

"선생님 사정으로 휴강한걸 왜 우리가 보강해야 되요!!!" 소리를 꽥 질렀다.

 

 

 

며칠간 문득 문득 생각이 나고 이대로 덮고 넘어가면

상처가 복구가 안될것 같아 오늘 수업 마치고 짧게 얘기를 했다.

가슴이 두근 두근... 심장이 목까지 올라오는것 같았다.

이러 저러하니 그 학생은 찾아와서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

누군지는 알지 못하지만

뒤에서 그렇게 짜증을 내지르는것 옳지 않고

마음이 많이 상했다고.

기린스럽게 얘기하려고 했는데 뭐 어찌나 가슴이 뛰던지.

그 학생이 찾아 올지 모르겠다.

사실 이 학생들 다시 만나기 싫어 내년 수업 시간표까지 조절했다.

응석을 받아주기가 싫다. 

 

 

 

처음에 문제의 싹이 보이면

싹이 자란다.

그대로 놔두면 계속 자란다.

그럼 어떻게?

1. 아예 신경끄고 애들 입맛대로 한다.

(보강 안하고 종강 빨리 하고 시험 쉽게내고)

2. 원인을 파악하고 응급 조치를 한다.

(원인이 파악이 안되거나 너무 늦게 되면?

파악이 되더라도 손쓰기 힘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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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은행잎

 

창밖에 오래된 은행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데

오늘이 거의 단풍든게 절정인가 보다.

내일, 모레 지나고 월요일에 나와보면 잎이 많이 떨어져있을 것이다.

 

왠갖 싸이트를 다 들어갔다 나갔다 하다가 드디어 계산을 해보려고

앉았다

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해찰 마무리로 포스팅을 하기로 했다.

요 응석쟁이!

 

하긴 어제 연우가 일곱시에 든 잠을 12시에 쉬하려고 깨었다가

잠이 안 온다고, 안 온다고 세시가 넘어서야 다시 잠이 들어서

덩달아 나도 그때서야 잠을 잤다.

물론 나는 첫 잠인데...

두시 넘어가니까 팔다리 쑤시고 완전 엠티 와서 체력 떨어져가는 시점 같던데.

무슨 애가 이렇게 잠이 한번 깨면 다시 잠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거지.

아무튼 그래서 오전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iw은 이 포스팅 보면 덧글을 달던가 메일을 보내시오!

너랑 관계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잘 살아있는지 확인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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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네살

 

하비 카프 박사님 덕분에  많은 엄마들은

자기집 안방에 자고 있는 작은 인간처럼 보이는 것이

실은 침팬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침팬지랑 무슨 고급 언어를 주고받아? 그냥 침팬지로 대해주자,

이런 체념이 차라리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박사님!

침팬지가 자라면 망아지가 된다는걸 왜 숨기셨나요....

 

연우말이 더 어릴때 씻겨서 데리고 나가면 귀엽단 얘기도 많이 들었다.

말은 안해도 시선도 많이 받았었지! 한때는.

 국내뿐이냐,

미국에 한달 갔을때 슈퍼나 음식점 데려가서도 자꾸 말을 걸어서 난처했다.

동네 슈퍼 랄프에 유모차 끌고 데려갔을때 호호 할머니가 자기 남편한테

'쉬 이즈 쏘 큐트! '

하는 말도 귀에 쏙쏙 들어왔고

잠을 안자서 업고 동네 한바퀴를 돌러 나갔다가

바에서 놀고 나오는 흑인 언냐들이

'룩 앳 더 큐트 베이비!!!  블라 블라'

하는데다 복잡한 미소를 날려주고 돌아선 밤도 있었지.

(언니, 귀엽게 봐주는건 좋은데 말은 걸지 말아줘요~ 이런 의미로)

샌드위치 파는 줄이 아직 오분도 더 남았는데 뒤에 있는 언니 한분이

장난치고 말을 걸어서 땀 흘린 기억도 나는군.

 

요새는 나가서 꾀죄죄한 애가 우리 딸이다.

요새 연우는 일단 씻는걸 무지 무지 싫어하게 되서

어린이집에 갈때 세수하고 간 적이 없다.

물수건으로 코딱지 같은거 대충 닦아주는게 다고

이것도 허락해주면 고마운 날이다.

제대로 된 세수는 목욕할때만 하고

양치질은... 진짜 심각.

 치카 치카 하자고

기억나는 육아 책과 그림책에 있는 얘기를 섞어서

정말 부드럽고 재미있게 유도를 하지만

이 망아지가 그런 수사 뒤에 숨은 문명인의 강요를 모를리가 없다.

스스로 치약짜겠다 나서서 치솔을 질겅 질겅 씹고 다니다가

강아지가 뼈다귄줄 알고 물고온게 실은 슬리퍼라는걸 알았다는 듯이

내 앞에 와서 퇴! 하고 입에 물고 있던 치솔을 떨어뜨리고 간다.

그리고 그네 탈때 배 대고 타는건 어디서 배웠는지?

배를 대고 발로 굴러서 나중에는 두발이랑 두손을 쭉 편다.

아무리 '위험해, 조심해' 이런말을 안 하려고 해도

 진짜 곧 떨어질것 처럼 보여서 몇번 타면 가서 줄을 잡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게 타다가 떨어진 적은 한번도 없고

멀쩡하게 앉아서 잘 타다가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진적은 있다.)

 

 

 

망아지는 망아진데 그것도 말 하는 망아지다.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성능좋은 귀에

또박 또박 인과 관계 따지는거랑 불리할때 화제 돌리는데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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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30 목요일

 

오후에 내 방으로 걸어 오던 중 네비게이터를 만났다.

뭐라 뭐라 하는데

참, 이걸 좋아해야 할지 어쩔지 웃음이 나와서

함박웃음 날려주고 왔네.

 

10월달은 많이 바빴는데 제주도 갔다 오고 나니

확 풀어지는데.

왜 바쁠땐 몰아쳐서 바쁘지? 이 시간을 잘라다가 바쁠시간에 붙여놨음 좋겠구만.

 

내가 바쁘기도 했고 연우가 갑자기 너무 일찍 저녁 잠을 자버려서

그저껜가는 꽤나 오랜만에 저녁먹고 같이 거실에 앉아서 점토 찰흙을 가지고 놀았다.

연우는 송편 만든다고 하고 나는 납작하게 펴서 점토칼로 귀퉁이 잘라내는게 재밌어서

계속 바닥에 놓고 나무 망치로 팡팡 두들겼다.

어머니는 내가 오분만 늦게 왔어도 잠이 들었을껀데... 하면서

연우한테 자자고, 책 읽어준다고 부르는데

연우가 안 잔다고 하면서

' 나 하고 싶은거 하면서 엄마 옆에 있을거야.'

하는 것이다.

참, 내가 원했던 모습이기도 하고 그 이상 해줄수 없기도 한데

이미  붙어 앉아 놀아주는 엄마 아닌걸 알아버렸구나 싶기도 해서  

좀 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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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9

 

연아님의  세헤라자데와 죽음의 무도를 연신 돌려보며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5시에

조교가 전화해서 저녁 6시에 대수학 졸업시험 본다는 사실을 일러주었다.

즉 앞으로 9분후.

지난 5월에 본 졸업시험과 같은 문제를 내겠다고 해놨는데 (떨어지는 학생이 있으면 안됨)

그 파일을 찾을수가 없는 삐질 삐질한 상황이 되어 머리를 쥐어 짜야만 했다.

어이쿠야...

 

 

제주도 걷기는

아쉽게도 늘 시간에 제약이 있어서

마음껏 걷지를 못하고 왔다.

(첫날은 오후부터 걷기 시작해서 해가 지고

둘째날은 한시까지 학회장에 가야했고

마지막날은 비행기 시간 때문에)

다 합해서 한 40킬로 걸었나...

 아쉬워서 갔다와선 제주올레 홈 페이지 들어가서

못 다걷고 온 9코스 뒷부분의 경치를 보며

그리고 다른 코스들을 들여다 보며

다음엔 여기 여기서 숙박하고 어디를 먼저 걷고

혼자 그려보았다.

돌아올때 아시아나가 사람 많다고 후진 비행기를 풀었는지

이륙할때 개 짖는 소리가 나고

나중엔 기류때문에 비행기가 잠깐 동안 자유낙하하고 으...완전 무서웠다.

 

근데 이렇게 걷고 오니까

전에는 차도 아니면 길이 없는줄 알았는데

이렇게 걷는 길이 있고 그냥 걷고, 또 걸으면

목적지까지 이르는데 참 신기하다.

당연한건데.

 

걷는 지도라고 파는건 없겠지만

지방마다, 섬마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찻길 말고 이마을서 저마을로 걸어가면 되는

그 길이 있을것이다.

알아봐야지.

지난번에 거창  갔을때도 하린 아버님이

상감월마을 뒷산으로 해서 걸어가면 해인사에 이른다고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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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2

내일 일로 제주도에 간다.

실제 속셈은 열개 구간이 열려 있다는 올레길중 두어개를 걸으려는 것이다.

연우를 할머니, 할아버지께 이박삼일 맡겨놓고.

결혼 5주년을 명분으로다가.

 

비가 오네...

날이 가물어서 이렇게 푸석 푸석한 낙엽은 처음 봤다.

비가 오는건 좋은데 제주도 날씨는 어떨랑가.

 

김연수의 새 소설을 읽은 사람들이 한명, 두명

블로그에 글을 올려서

덕분에 서문을 읽게 되었다.

 

그때 뒤쪽에서 남총련의 깃발을 든 학생들이 나타났다. 그 깃발을 보는 순간, 우습게도 안심이 됐다. 우리세대에게 남총련이란 그런 존재였으니까. 깃발을 들고 전경들 앞에까지 나온 남총련 학생들은 대오를 갖춰 자리에 앉았다. 남녀 학생들 몇몇이 앞으로 나갔다. 구호를 외치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학생들이 대중가요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정말 예상하지 못한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저런 애들을 믿고....한참 웃었다. 그 다음 날 새벽 경찰이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했을 떄, 내가 분노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저렇게 새로운 아이들을 그토록 낡은 방식으로 대접하다니. 늙다리들. 구닥다리들.

( 웃음의 선동님 블로그 에서)

 

남총련을 구글에서 검색해보았다.

그랬더니 과연,

 

남총련을 비롯한 한총련의 전투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특히 남총련의 명성은 대단합니다. 93년인가 남총련 학생 300명이 서울로 상경해서 5개의 진압중대를 홍익대 근처에서 작살냈었다고 하더군요. 5개 중대면 대충 500명이 넘는 규모인데 말입니다.

 

라는 문서가 나오는데 디펜스 코리아라고 국방, 안보, 경찰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곳이다.

군사쇼핑몰 광고 배너가 떠 있고. (이런 쇼핑몰이 있는지도 처음 알았네)

 

93년에 어떻게 하다가 학회 선배들과 고려대인가 전대협 발단식을 갔었다.

이공대였던것 같은데 거기서 남총련 아래 전남대 깃발들고 있는 오빠를 만났다.

5월 치고 진짜 더운 날씨였다.   내가   면도칼 씹는 표정이라고 말하는 찡그린 표정으로  

 '너 여기서 뭐 하냐' 고 한마디 주고 받고 각자 일행따라 헤어졌다.

의대 학생회장으로 왔었는데 지금은 면도칼 씹는  호흡기 내과 전문의가 되어있다.

남총련 80년대 초반 선배들 얘기를 들은것도 같은데 정확한 내용은 기억 안나고

하여간에 보통 사람들이 아니라고  머리를  도리 도리 했던게 생각난다.

새언니는, 내가 무슨 무슨 책에서 접하기 전에 처음으로 만나본 '아이 존중 애착 육아'를 하는 사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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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석

 

뭐냐, 진짜.

어떻게 하다보니 이번주, 다음주 계속 발표를 하게되어

중간고사 시험문제 내는것까지 해서 몹시 바뻐야 하거늘

오자 마자 imbc  들어가서 베토벤 바이러스 안본걸

보다니...

그리고 여기 로그인은 또 왜했는지.

그러니까 이런 비 합리적 행동이 어른들이 부리는 응석인거지.

아이들은 울음으로, 떼쓰는걸로 응석을 부리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전에 부비적 부비적 거리면서

에너지를 모은다는거고.

울음과 떼가 감정이나 의사 표현만이 아니라

뭔갈 해소하는 생리적인 기능이 있다는거,

이런게  아이를 키우면서 지금껏 머리에 제대로 탑재가 안되어 있었다니.

생각해보면 나도 여러가지로 응석을 부리고 있다.

주로 스스로 뗀전 뗀전 하는걸로.

그런데 가끔 보면  엄한 사람한테 대놓고 응석을 부리면서

민폐끼치는 사람도 있단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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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연우는 어제 어린이집 소풍을 갔다 왔다.

천안 상록 리조트란 곳으로. 국도를 타든 경부고속도로를 타든 천안은 아주 가깝다.

그래도 소풍 간단 공지를 받은 후 부터 신경이 쓰여 어제 무사히 끝나니

애는 쌩쌩한데 내가 피곤해서 혼났다.

알림장에 세시반까지 어린이집 놀이터로 마중 나와주십사해서

아이를 데려다주고 근처 시립 도서관에 가 있었다.

그 시간에 나오기 힘든 집은 어쩌라구...

하면서 나는 약속시간보다 일찍 어린이집에 나갔더니

이미 많이들 와 있었다.

길이 밀린다고 예정보다 삼십분 늦게 큰 관광버스 머리가 성동초등학교

모퉁이를 돌아오는게 보였다.  하나 하나, 자기 몸보다 많이 큰 원복을 입은

아이들이 버스에서 내리고 연우도 선생님 한분에게 번쩍 안겨서 내렸다.

문제의 쌍둥이, 태성이 태혁이도 보여서 그 집 가족이 있으면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못 만났다.

아이는 버스에서 내릴땐 데친 나물 같더니 집에 가서 씻기고 메리야스랑 팬티만 입혀 놨더니

순식간에 충전되버렸다.  소풍 잘 갔다 오려나 신경 쓰노라 기운 빠진 엄마, 할머니, 아빠를 위해

나가서 아구찜을 사먹었다. 오는길에 당연히 자려니 해서 일부러 돌아 오는 길로 왔지만

눈이 초롱 초롱.  시청 앞에 나가서 줄넘기로 낚시하고 책 여러권 읽고, 차가운 우유, 따뜻한 우유 번갈아 먹고는 겨우 잠이 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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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고라스

이렇게 거창한 제목말고 뭐 없나.

 

토요일 저녁에 채널 돌리다가  ebs 에서 하는 수학 다큐 끝부분을 조금 보았다.

여덟시부터 한시간 동안 하는듯.

몇부작 중 세번째 편인가 그런데 피타고라스 정리가 제목이었다.

김홍종 선생님도 화면중에 작은 영상으로 나와서 (홀로그램 편지 같이는 아니고 평면적으로)

건너방에서 새로 나온 넘버스 보고 있는 ZL도 불러서 같이 봤다.

한국에서 제작한거라서 그런지 시실리의 아르키메데스가  산책하면서

생각에 잠겨 있는 재연 장면의 배경이 소나무였다. 올리브 나무가 아니라...

김홍종 선생님인지 파이의 근사값이 적혀있는 바빌로니아 점토판을 들고 나온 미국교수였는지

아무튼 연역적 추론은 그리스 사상가들의 위대한 발명이었단 말에

새삼스럽게 추임새가 나와 옛날 옛적에 샀던 '그리스 과학 사상사' 란 책을 들춰보게됐다.

표정훈이 전에 궁리란 홈페이지를 운영할때 추천한걸 보고 샀던 책인데

앞쪽에만 줄이 그어져 있고 뒤에는 읽은 흔적이 없더군.

아무튼지 밀레토스 산 그리스인들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데스 ) 의 발명과

뒤에 피타고라스 학파 얘기도 좀 보았다.  잘 알려져 있듯이 앞쪽 세 사람이 제일원리로 질료인(탈레스는 물, 아낙시만드로스는 boundless 등. )을 들고 나온데 비해 피타고라스는 형상인으로 수를 제일원리라 해서 추상의 정도가 다른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 피타고라스 학파는 수를 아주 '구체적인 물질'로 보았다.  

그러려니 들어왔던 얘기이지만, 밀레토스에 내 몸을 갔다 놓으려 노력하면서 읽어보니 도대체 어떻게 그럴수가 있었는지 어이가 없다. 

한가지 발견한건, 피타고라스 학파에 대한 설명을 그 책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어떤 부분에서 발췌해놓았는데 ZL이 번역한 제타 함수에 대한 일본 수학책에서 피타고라스에 대해 한 줄기 읊을때 인용한 부분도 여기였다.  관련된 모든 책이 다 그런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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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날

 

금요일 밤에 연우 알림장을 보고서 진짜 웃겨서 나중에 아이 재울때도 계속 웃음이 나와서 혼났다.

 

연우가 어린이집 간지 만 4주째. 

그동안 입에 올린 다른 아이 이름은 함태성 하고 미희라는 아이다.

그 중에서 함태성이란 이름은 누구랑 놀았니  물으면 늘 '태성이' 그러고

어떨때는 '함태성이는 지금 뭐할까?' 찾기도 해서 궁금해졌다.

그래서 목요일날 적응이 순조롭게 되가고 있어서 감사하다고 쓰고

함태성이란 아이랑 친하냐고, 혹시 씩씩한 아이냐고 물어보았다.

연우가 활발한 아이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런데... 선생님이 써주신 내용은

 

" 태성이는 태혁이랑 쌍둥이 형제랍니다.

소그룹 시간에 연우는 태성이랑 나란히 앉아서 두녀석이 가깝게 지냅니다.

자유놀이시간엔 태혁이랑 놀아도 태성이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푸하하하

웃음 나온다.

 

제목의 평온한 날은 토요일을 가리키는 거다.

물론 일요일도 평온했지만 순한 녹차를 마시고나서 입안에 개운한 감칠맛이 도는것 같은

느낌의 날이었다.

특별한 일은 없었는데.

아침밥을 먹노라니 아파트 전체 방송으로

덕동초등학교에서 비전2동 체육대회가 있으니 많은 참석 바란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얼마전에 보온도시락을 사서 이번주말에 도시락싸서 소풍간다는 아이디어에

연우가 폭 빠져있었기에 거길 가보기로 했다.

집에서 유모차 슬슬 끌고  평소에 가지 않던 주택가를 통과해서 갔는데

언덕배기가 나오고 과수원이 있었다.  과수원 옆에 등성이부분엔 온갖 밭 작물을

키우는 땅이 다닥 다닥 있었고. (여러집에서 각자 재배하는듯.) 덕동산이란 곳이

그리까지 내려온 모양이다. (산이라지만 작은 언덕 높이. 평택엔 산이 없다.)

집에서 불과 500미터나 왔나? 길이 좁고 아파트랑 집들이 삐뚤 삐뚤 늘어서 있어서

우리집 위쪽으로 이런 길이 있는줄 전혀 몰랐다.

 

체육대회는 토요일이라 관련 공무원과 나이드신 분들, 그리고 아이 엄마들뿐이었다.

그럼 그렇지, 갔더니 여기 선거구 국회위원이 발언중이고 연달아 모모모 위원, 장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두팀으로 갈라 행복팀과 사랑팀. (그니까 일관성이 있었다, 이런식으로, 모든 점에서.)

도시락으로 부족한 양은 거기서 차린 음식 가져다가 배불리 먹고

난 남녀 2인 1조로  공굴리기 대회에 나가서 행주도 하나 얻었다.

옆에 남자랑 호흡이 전혀 맞지 않아 우리때문에 팀이 진거나 다름없다.

뒤에 같은 팀 아줌마들이 '앞에서 못해서 졌어' 그런 얘기 다 들렸다.

같이 달린 남자는 처음부터 나한테 캔커피를 내밀다가  뒤에 아줌마들한테

'그거 주머니에 넣고 못 달려, 이따가 줘~' 야단맞더니  경기 끝나고 글쎄,

자기가 캔을 뜯어서 한입 마시고는 나한테 내밀었다.

어이, 어이, 어쩌라구!  웬 친밀감 표시? 

1초간 망설이다가 나도 입 안대고 목에 털어 넣고 다시 건네줬다. 느끼...

연우는 오래된 초등학교 놀이기구에 꽂혀서 쉬지 않고 돌아다니다가

정글짐 2층에서 떨어졌다. 그래도 나중에 다시 기어 올라가더군.

2시반쯤 아이가 졸리운 눈치라 싣고 집에 왔더니 잠이 들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뭐했지? 연우깨서 ZL이랑 한살림 갔다가

나 계산할거 있다고 둘이서 시청앞에 나가서 좀 놀다 들어왔지.

내일 진경이가 온다고 (결국 못 왔다) 산 물품들을 미리 개봉해서

저녁때 먹고는 근처 공설 운동장 트랙에 나갔다.

8시쯤에 도착했는데 엄.뿔을 보느라 아직 안 나왔는지  사람이 별로 없었지.

연우는 역시나 털푸덕 앉아서 흙장난을 하고 나하고  ZL은 번갈아 트랙을

한바퀴씩 걸었다. 나중엔 연우도 뛰었는데 '나 금방 올께, 엄마는 여기 있어!'

하면서 따라오질 못하게 해서 난감했다. 

걸으면서 계산 헷갈리는거 생각해보려고 했는데

역시 계속 헷갈려서 나중엔 졸음이 오려고 해서 그만 뒀다.

한바퀴 돌고 연우랑  ZL  있는데 와서, 둘이 깡총거리는 모습이 저 앞에 보이는데

'정말 평화롭구나.' 이런 느낌이 스며들었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노력하면 한방울은

나올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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