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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3

 

도로 주행 연수 이틀째.

연우 어린이집만 데려다 주면 되는데 학원 연수 코스가

평택항을 향해 화물차가 질주하는 38국도라니...

차선 바꾸라고 할때마다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로 발이가니

뒤에 오는 차들은 진짜 싫겠다.

아마 노란 학원차임을 보고 처음부터 피해갔을지도.

옆에 앉아 이러쿵 저러쿵 흰소리 하는 강사도 신경쓰이지,

거울도 봐야지, 신호등도 봐야지...

어떻게 된게 운전 너무 어려워 중도 포기했단 사람 하나 없는거지.

아주 아주 못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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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

 

꽤 괜찮은 잡지에 보냈다가 도움정리 증명이 잘못되었다고 되돌아온 논문이 하나 있었다.

보통 그렇게 꼼꼼히 안 볼텐데 참고 문헌에 빠뜨린 사람 (X. Lu)이  레프리가 됐을거란 심증.

어쨌든 출산 휴가 지내고 와서 뭘 해야하지 어수선할때 책상에 앉게 해준 일거리가 되었다.

공동저자이긴 하지만 98% 내가 썼던 거라  자질구레한 계산이 웬수 같았지만 이걸 어째, 내가 고쳐서 보내면 논문이 되고 접으면 완전히 불쏘시개용이 될거라 꾹 참고 했다. 

그 도움 정리란 것은 어떤 함수의 미분가능성 을 보이는 건데 이 함수가 아주 간접적으로 정의된거라  그걸 보이기가 그렇게 1학년 calculus 수준은 아니었다.   처음에 잘못한 증명은 무슨 무슨 정리를 끌어와서 하다가 빵꾸났고   결국 아주 아주 원시적인 방법으로 맞게 고칠수 있었다.  

 되야 되는데 왜 안되지, 이게 되야 출산 휴가가 정당화 될 것 같은 비합리적인 감정 상태가 될 무렵인가 하여간 어떤 느낌이 들었다. 뭐냐면,  함수가 공평 무사하게 정의된거라 만일 어떤 점에서 미분이 안되면  모든 점에서 미분이 안 되야 말이 될텐데  함수의 연속성은 자명했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모든 점에서 연속이면서 미분이 안 된다는 건데 그 함수가 정의된 상황은 그런 대상이 튀어 나올법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까짓게 미분이 되겠지, 아무렴,  이렇게 속편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만일  미분이 안되는걸 보이는게 목적이었다면 같은 이유로  순순히 수긍하고 그만두었겠지.

 

둘째를 가질까 어쩔까 생각해왔는데 지금은 뭐에 씌웠는지 망설이는 마음이 거의 사라졌다.  오히려 몇년 전과 비교해 나와 ZL의 생식능력이 떨어졌을거고 산전검사의 비교수치가 달라지는 만 35세가 성큼 다가왔기 때문에, 그리고 'only child'란 말의 울림때문에 조급한 마음이 되려고 한다. 연우가 통잠을 자기 전 힘들었던 이년반을 다 까먹었나?  어쩐지 두번째 아이의 잠문제는 그동안 물어다 놓은 정보와 도움될만한 싸이트를 총 동원하면 그렇게 힘든 과정은 아닐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래도 여전히 망설이는 마음이 있다. 한국 사회안에  주변부의 촌스러움과 폭력 없는 곳이 거의 없지만 그보다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이대로 가면 곧 망할것 같은 종말론적인 심정때문에 그렇다. 연우가 서른이 된 미래가 지금보다 더 가혹하다면, 누구 말대로 전시가 되버린다면. 권력과 부가 지금보다 훨씬 소수에게 집중된다면.  정치적인 장난만이 아니라 원유 자원의 고갈이 현재 유가 파동의 원인이 되었지만 MB를 비롯하여 '할수 있는 것은 다 한다'는 마인드의 사람들이 들고 나오는건 '원자력발전'에다 우라늄 자원 고갈을 걱정하시어 '고속증식로'에 '핵융합'이다. (그건 그렇고 원자로는 오로지 전기 생산만 할 뿐인데 천연가스나 무연탄의 수입이 불안정하니 전력량을 유지하기 위해 원자로 건설을 들고 나온다면 그나마 말이 된다만, 전기생산과 전혀 관계없는 석유 파동을 들먹이며 원자로를 열몇개나 더 짓겠다니.  MB 측근들 수준이 최저임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고 여기에 원자력 마피아가 엮여서 생긴 사단이겠지.)

30년 전, 60년 전, 90년 전 언제라도   아이의  well-being이 녹록하기를 예상하면서  아이를 낳아도 되었던 때가 있었을까 생각하면 지금이라고 뭐 다를까, 항상 위태 위태했었는데. 이런식으로 마음이 묘하게 평온해진다. 하지만... 분명 내가 살고 있는 여기는  가파르게 위기 국면으로 올라가 조금만 삐끗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세상 맞는것 같은데. 내가 몰라서 그렇지 늘상 세상이 이런식으로 '의인' 열명만 찾으면 파국을 면하는 곳이었고 한끗 차이로 그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어져 온 것이었을까, 아니면 우연의 연속으로 어찌 어찌 여기까지 왔던걸까.  어쨌든 지금 위기 맞고 정신 바짝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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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학기 시작

 

추석 지나고 오니 이제 진짜 학기 시작이다.

이번 학기는 대수학만 빼고는 작년에 가르쳤던 과목이라 수업 준비 부담이 별로 없다.

대수학은 이런 논리 전개를 오랜만에 다시 보니까 수업 준비하는게 의외로 신선하다.

숙제를 어찌 할까 하다가 문제를 몇개 골라주고 내가 웹페이지에 답안을 올려주기로 했다.

이중에서 시험 문제를 많이 고를거니까 풀고 싶으면 풀고 절대 제출하지는 말라고.

그때 그때 텍으로 쳐서 올려야지 이것도 슬슬 쌓이려고 한다. 안되지, 안되.

이 포스팅은 순전히 이거 하려고 마음을 다지는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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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면허

요즘 쫌 바쁘다.

원래도 학기 초니까 괜히 분주할때지만 여기에 운전면허 따는 일정을 끼워넣으니

통 앉아서 불질할 시간이 안 난다.

운전 면허를 따기로 진짜 마음 먹은것은 연우가 어린이집에 가게 되어서이다.

맘만 먹으면 가파른 산길도  척척 올라가는걸 두눈으로 확인했지만

그 맘이 평지에서는 사라지는지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내려서 어린이집까지

많이 안아줘야 한다.  버스로 세구간인가 타고 연우를 걸리면 삽십분, 어른이 안고 가면 이십분 정도에 갈 거리인데 비 오는 날 아침에 그렇게 갔더니 완전 헉헉이었다.  내가 운전하면 옵션이 생기니까 맘이 더 편할것 같다.  그리고 또, 집을 구할때도 좀 자유로울 것 같다. 기름, 온실까스.. 그것이 걸리지만.

목요일에 두시간 타서 금요일에 기능시험 보고 나면  도로주행 열다섯시간이 있다.  전에 전병* 이 자전거 타고 차도로 나가려면 먼저 운전을 배우라고 했었는데..  면허 따고 도로가 눈에 익으면 베란다에 방치되어 있는 자전거를 끌어내고 싶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과정은 재미있다. 그치만 면허 학원 강사들과 열시간을 의무로 같이 타야 하는데 그게 고역이다.   일하는 강도가 센 직업은 아닌데 들어보니까 근무시간이 길고 이주마다 이틀씩 쉰다고 한다. 나 때문이 아니래도 기본 짜증이 많이 나 있는 상태인지 여차하면 그게 밖으로 나올 태세고  실제로도 그랬다.   수강생은 대학생과 아줌마들이 대부분이다.  말을 자꾸 반말로 뭉개려고 하는데 웃는 낯으로 계속 깍듯하게 말하는것도  어느정도 체력이 소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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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되어

 

블로그 다시 열어요.

사실 그동안 완전 휴가는 못 갔지요.

마음이 저려오고  한자도 못쓰겠는 시간이 지나가고는

홈에도 자주 들어가고 비밀글도 썼거든요.

9월부터 연우가 어린이 집을 가게 되어 갑자기 기록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기도 했고요.

좋은 점도 있었어요. 평소에 잘 가지 않던 블로그들을

그냥 무심하게 올라온대로 클릭하다가 공들여 쓴 글, 많은 생각거리가 담긴글을 만날수 있었어요.

 

간혹 들어와서 글쓸 공간이 필요한가 봐요, 역시.

그리고 과거에 썼던 글들을 보니

우웩, 재미가 없었어요.

더 솔직하게 편하게 쓰자, 이것이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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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는 내가 아닌데.

 

밑에 썼듯이 연우가 밤에 배아프다고 일어나서 배를 쓸어주었다.

연우가 등을 내쪽에 대야 잘 쓸어 줄수 있는데 옆에서 안기는 자세니까

손이 어정쩡해서 잘 못쓸어주었는지 어땠는지 '할머니한테 갈꺼야'

그러고 일어나 버렸다.  할머니가 쓸어주고 나중에는 똥도 누고 그 방에서 잠이 들었다.

할머니랑 잘거니? 물어봐서 그러겠다 하니까 할수 없이 나만 안방으로 들어와서 누었는데

잠이 안 온다. 따뜻한 말랑이가 곁에 없으니까 허전하고 무엇보다 상황이, 엄마가 부족한걸

할머니한테 찾고 잠까지 거기서 잔다니까 마음이 가라앉지가 않았다.

왜 그럴까? 낮에 연우를 다른 사람들이 돌보아준건 하루 이틀이 아니고 이제는 어린이 집까지 다니게 됐는데, 그리고 내가 뭐 할일 있을때 아빠나 할머니까 데리고 놀아준다면 얼씨구나, 하면서

컴퓨터 방으로 쏙 들어가는 것도 익숙한 풍경인데. 그니까 나 자신도 연우를 키우면서 다른 사람들 도움을 달게 받고 있고 일이며 공부시간을 확보하는게 거리낌이 없는데 말이다.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어제 가까스로 잠을 청하면서 떠오른게

내가 엄마에게 느끼는 거리감을 연우가 나한테 느낄까봐 두려워 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번에 광주 가서 같이 다산 초당을 가면서 엄마랑 차 뒷좌석에 앉았는데

좁아서 다리가 부딪히곤 했고 그때 마다 신경이 쓰여서 난 연우 카시트 쪽에 바짝 앉아서 그걸 붙들고 갔다.  더 과거로 돌아가 보면, 재수해서 학력고사를 보고 같이 서울서 광주로 고속버스를 타고 가는데

시험은 잘 본거 같고 그동안 힘들기도 했으니  엄마한테 기대서 가면 그림이 되는 상황이었다.  엄마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아무튼 내가 기대서 가게 됐는데 가는 동안 오던 잠도 달아날 정도로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신체적 접촉이 그렇게 어색할수가 없다.

집 떠나서 일년에 몇차례씩 내려가서 만나는 관계로 산  세월이 몇년만 있으면 집에서 같이 산 세월만큼 될텐데  십대까지 형성된  서운함, 어색함은 현재의 무난한 관계 밑에 그대로 멈춰 있는것이다.

 

많이들 그렇다지만 나역시 엄마에게 솔직한 감정을 얘기해 본들 돌아오는건  '감정축소' 다 싶은 경험을 차곡 차곡하였다.  어떤 고민도 함께 나누지 못하는 사람으로 일찌감치 제쳐놓고 늘상 마음은 밖으로 떠 돌았던 것 같고. 지금 이 글도 마치 내 속에 자라지 않은 십대가 한명 쓰고 있는것 같다.

그러나 또 돌이켜 보면 엄마는 할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많이  했다.  직장에 다니면서 세 아이들을 키웠고 한참때는 도시락도 다섯개씩 쌌지, 또 나는 어릴때 자주 아픈 아이여서 금쪽같은 수면시간도 많이 빼앗았을거고 등등.  연우를 대하면서 감정을 받아주는것이며 아이 존중 육아며 이런것들에 민감해지는것은 한편으론 내 자신이 그런 관계를 맺어본적이 (어른들하고) 없어서 늘 마음을 쓰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까먹어버릴까봐. 글고 사실 기능이 아니라 본질의 문제랄까 나 자신이 바꿔져야 가능한 육아이기도 하다.  엄마커뮤니티의 많은 엄마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

아무튼 내가 두려워하는것은,  이렇게 내가 비틀 비틀 나아가서 할만큼 하는데도 (우리 엄마가 스스로 생각하듯이) 연우가 내가 엄마를 대하듯이 거리감을 느끼거나 나때문에 외로워하는 것이다. 또 내가 겪어봐서 그런 마음이 어떤것인지 아니까 연우가 나한테 그런 마음을 가지는것이 두렵다.   (평소에 엄마한테 냉정하게 생각하는것 만큼 되돌아오는것이냐.)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엄마와 같지 않고 연우도 나와 같지 않다.

내가 엄마에게 갖는 느낌은 구체적인 상황들이 쌓여서 그렇게 된것이지

처음부터 그렇게 될수 밖에 없었던 건 아니었다.

내 말과 행동에서 연우가 어떻게 느끼는지 공감할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거고 (까먹을때도 있겠지만)

또 연우가 커 나가는건 그 아이가 나뿐 아니라 세상 전부를 대하는 과정이니까.

무엇보다 연우와 같이 살면서 나도 커가지 않나.

 

라고 생각하며 잠을 청하려 애썼고 결국 잠이 들었다가

아침에 할머니 방에서 '엄마! 엄마하고 잘꺼야...배 아파!' 우는 소리에 깨었다.

무슨 생각을 했든지 내 품을 찾으니까 좋더만.

우리도 연우가 독립적인 사람이 되길 바라고 본래의 씩씩한 성격이 더해져

정말 생각보다 빨리 우리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

그 땐 지금처럼 체온을 느끼면서 평온히 잠드는 날들을 아닐텐데.

아이가 독립하면서 우리도 독립하는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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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나흘째

 

어제로 연우가 어린이집에 가서 반나절을 보내고 돌아온지 4일이 되었다.

선생님이 날마다 알림장에 뭔가를 적어줘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어제는 두번 울었단다. 한번은 옆에 앉은 남자 아이가 옷을 잡아 당겨서,

두번째는 미끄럼틀 타다가 생각보다 세게 엉덩방아를 찧어서.

고마운게 선생님이

" 먼저 다가가는건 좋아 하는데 덩치 큰 남자 아이가 옷을 잡아 당기는게 싫었나 봅니다.

울음이 짧아서 금새 멈추고 좋아하는 나무 블록 놀이를 열중해서 했습니다. 선생님이 불러도 안 들리나 봐요." 이렇게 써준거다.

처음 보낼까 망설였던 곳에서 나는 일로 못 가고 아빠랑 할머니가 데리고 가서 한시간쯤 있었다.

그때 어떤 아이가  연우 손을 잡았는데  연우는 그 손을 뿌리쳤다고 한다. 그걸 가지고 원장 선생님이

" 아이가 차가운가 봐요" 이랬다는데. 아마 보육비가 고무줄인것과 함께 이 에피소드도 등록을 미루게 한 원인이었지 싶다.

밤에 연우한테 옷 잡아당기는건 싫어! 라고 말하라고 했더니

분명 해 본적이 없을텐데도

그래도 잡아당기면 어떡해

항변을 하는거다.

 한번 더 말해봐, 하긴 했는데 글쎄, 그럼 어떡해야 하지?

덩치가 큰 아이가 잡으면 울고 안 그러면 뿌리치고 하는 모양인데.

 

어린이집에서 똥을 참는 것 같다.

거의 매일 똥을 누었는데 어제로 삼일째 못 누고 방귀만 뀌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배 아프다고 할머니를 힘들게 했다고 한다.

밤에는 막 울어서 겁이 났다. 말로만 듣던 장 꼬인거 아닌가 해서.

그러다가 새벽 네시에 깨선 또 배 아프다고, 엄마가 쓸어주는게 성에 안 찼는지

벌떡 일어나서 할머니한테 갈거야! 하면서 가버렸다. (이건 다음 포스트에)

아무튼 그때 똥을 누고 또 아침에 배 아프다 울다가 한 번 더 누고 그러고도

배 아픈단 말을 했다.

어린이집 갈꺼야? 물어보면 "네!" 그러고.

오늘은 오전에 수업이 없어서 내가 데려다 주었다.

어른도 집 떠나면 일을 잘 못 보는데 아이도 그런가 보다.

전에 진경이도 어린이집에서 배변본단  말을 못해서  애를 먹었다고 했었지.

연우는 말을 못해서가 아니라 뭔가 사적인 공간에서 해야 하는 일을 애들 많은 곳에서

하는게 어려울수도 있고 놀다가 까먹기도 하고 그런것 같다. 근데 오줌은 별 탈없이 누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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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첫날

 

연우 어린이집 첫날이다. 지난주에 잠깐 구경가긴 했는데 오늘부터 정식으로 적응훈련을 하기로 했다.

결국 시립 어린이집으로 정해서 오전, 오후 모두 어른이 왔다 갔다 하기로 했다.

차 운영한다는 것과 간식, 점심에 생협물품 쓴다는 이유로 다른곳으로 하려고 했는데 그곳 운영이 역시나 주먹 구구로 되어서 우리같은 사람은 나중에 원장과 마찰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게 걸렸다. 결정적으로 한시간 남짓 구경갔다온 연우가 다시 가기 싫다고 하고 시립 어린이집은 다시 가고 싶다고 했다. 무슨 무슨 돈을 입금하지 않아서 취소가 쉬워서 다행이다. 이것도 우연이 아닌게, 거기서 말하는 무슨 무슨 항목의 돈이 헷갈려서 중앙보육센터 같은 곳에도 들어가 보면서 그곳 보육료가 법으로 정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계좌이체를 미루고 있던 터에 시립어린이집에서 9월부터 오라는 전화가 온 것이다. 할머니가 계시니 오후에는 세시쯤 데리고 오기로 했는데 사실 일곱시까지 맡아주기 때문에 적응하면 할머니 안계셔도 굴러가긴 하겠다.

한시간 반정도 기다리면서 부설 보육센터에 있는 책들을 뒤적 뒤적하다가

부모역할훈련을 배우고 실천한 엄마들이 쓴 글을 펴낸 책을 보게됐다.

이리 저리 방향없이 책장을 넘기다가 확 들어온게

"...감정 코칭을 하다가도 마지막에 그러니까 앞으로는 이러저러하게 꼭 하자~ 이렇게 확실히 해두고 싶은 걸림돌이 있는데..." 였다.

이 마지막 멘트가 있으면 그건 감정 코칭이 아닐것이다. 아이가 더 자라서 비판의식이 생기면 어쩌면 이런식으로 자기를 다루려고 하는 엄마가 막 화내는 엄마보다 더 싫을수도 있을것 같다.

 사실 연우가 요새 이를 잘 안 닦으려고 하고 밥 먹을때 이리 저리 옮겨다니는게 심해서 두고 보자면 슬슬 열이 오르고 하루에 한번은 꼭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지시하는 투로 말하게 된다. 연우의 감정을 읽을 여유라곤 바늘구멍만 해져서 말이다. 화는 안내도 엄마가 기분이 저조해지는 티를 내니까 연우한테는 자기가 뭔가 잘못한다는 인상을 주게 되는데 사실 밥 먹는 문제의 정석은 어른이 식단을 짜서 차려주고 안먹으면 그냥 치우는 것이다. 연우한테 안 먹는다고 나무라거나 괜히 켕기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는 없는데. 또 아무리 말이 빠르다고 해도 어른한테 당할순 없으니까 마지막에 말하는 사람은 나다. 연우는 "네~" 하지만 그렇다고 행동이 달라지는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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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 어린이집 결정

 

오늘 비가 온단다.

연우 어린이집을 드디어 결정했다.

아마데우스(?) 인지 도레미인지 하는 어린이집이다.

시립 어린이집에 보낼까 어쩔까 계속 고민하다가

오늘 몇군데 더 돌아보자고 나선것인데

처음 들렸다가 여기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다음주 화요일에 우선 아빠하고 같이 가서 한시간여 있어보고

그 주 내내 할머니나 엄마하고 가서 적응을 해보기로 했다.

우리랑 같이 있으면야 연우는 세상 신나겠지.

아마 집에 안 가겠다고 할지도.

돌아오는 시간은 한 세시쯤이니

이제 하루 내내 할머니랑 있을 연우 생각에

저녁에 부랴 부랴 집에 안가도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가,

이녀석이 대여섯시간을 집밖에서 우리 없이 잘 지낼까 염려도 되었다가 한다.

원장이 사명감있는 사람 같고 음식도 생협음식에

다른 선생님 두분도 깔끔 떨 스타일 아니고 아이들한테 집중하고 있는것 같았다.

걸리는것은  부모와 규칙적으로 주고 받는 알림장이나

하여튼 그런 상호작용의 통로가 열려있는가에 대한

내 질문을 어색해 하더라는것,그리고 바깥 뜰이 없어서 아이들이 실내놀이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기 보단 마음을 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뭐지.

출입문이 길에서 좁은 통로를 따라 많이 들어와 있다는것과

처음 들어섰을때 실내가  바닥이 마루이고 환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어서 편안하고

안에 머물러 있을때도 공기가 쾌적했다.

그리고 열댓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조물 조물 한 공간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시끄럽진 않았지만 조용히 통제를 받는 느낌이 아니었다.

 사실 놀이 공간은 그다지 넓지 않은 거실하나 뿐이고

밥과 간식은 이층에서 화장실은 문 밖에 반층 올라간 곳에 있다.

상쇄할만한 다른 요소는 들어오는 문 옆에 옹기 종기 항아리들이 모여있는 장독대와

큰 다라이에 들어있는 황토염색중인 옷감, 그리고 통로 한 편 담쪽에 가지런히

수생 식물처럼 생긴것들이 흰꽃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연우의 낮시간이 차츰 압박으로 다가 오고 있었는데

사실 아이는 예전같이 먹고 쉬고 놀고 무난한 하루일과를 지내고 있는데

내가 조바심을 내면서 뭔가 다른 자극, 다른 활동을 일과에 넣어주고 싶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어린이집에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맡길거라 생각해보니

아이 보는데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는데

그동안 두 내외가 매달려 아침 저녁으로 낑낑 댔었나 싶기도 하고.

어디서 한 육개월쯤 되는 아가가 내려왔음 좋겠다.

어차피 주중에 우리랑 같이 계실 어머니의 노동력이 남는다는 계산에서.

푸... 무서운 여자야,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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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까지

 

블로그 휴가갑니다.

 

문장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이 블로거가 휴가 가는것도 아니고

(님스 아일랜드 같은곳이 갑자기 땡기는구나)

휴업이라고 하긴 마음이 무겁고 해서 그냥 이렇게 썼어요.

 

블로그란 뭘까, 이런걸 고민한적도 없었고

진보네에 둥지를 틀때도

그냥 그때 알게된 사람들이 여기에 집이 있어서

나도 한번, 하는 마음이었거든요.

그래서 포스팅을 할때도 대략 쑥스러운 글들은

비공개로 올리고 글을 쓸때도 몇몇 사람들만을 독자로 기대하면서 썼던거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가끔 들어와서 덧글 남겨주면 황송해 하고 그랬죠.

블로그홈을 통해 다른 블로그를 들어가보고

우와, 우와, 이런 곳이 있었네,  이렇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구나,

언제 기회 되면 말걸어 봐야지,

했던 몇몇 반짝이는 경험도 해보았구요.

 

최근에 문을 닫은 불로거들이

아마 제가, 내 얘기 좀 들어주고 무슨 말이든지 건네주었으면,

하던 사람들인가 봅니다.

며칠간은 제가 일하는 업종 사람들이 좀 있는 (이곳은  0이라서...)

다른 곳에다 집을 열까 생각도 해 보았는데

그 생각은 아직 보류중.  아직 이곳을 떠나기가 싫어요.

 

아무튼 원래도 활발한 블로거도 아니었지만,

뭐든 이번 논란과 관계한 고민을 정돈한 글을 쓰지 않고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포스팅을 할 수는 없는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생각을 이어서 할 마음이 나질 않아요.

방학이니까 공부도 좀 하고  몸도 많이 움직이면서 보내려구요.

그러면 뭐든 쓸말이 모이겠지요.

아마 8월말쯤 다시 열지 않을까 해요.

 

혹시 저에게 연락하실 분들은

chaemj at gmail com으로 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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