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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일

 

1. 원두 가는 기계를 빌려서 원두 70그램 정도를 갈았다.

일요일 영등포서 기차 시간이 삼십분 남아서 아래 백화점 식품관에서

장을 좀 봤다. 마침 공정무역으로 파는 히말라야의 선물 커피가 있고 값도

보통 파는거랑 비슷해서 반갑게 한봉지를 집었지.

학교에서 손으로 내리는 사기 컵으로 하루에 두잔씩은 마시게 된다.

찌뿌둥한 월요일, 이 착한 커피로 시작해볼까 해서 한 건데

와서 보니 그냥 커피콩만 들어있었다. 물론 겉봉에 다 쓰여 있었는데

그냥 내가 바라는대로 믿고 산거지.

학과 선생님들중 전동 분쇄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오늘 빌려다 갈았는데...

볶은 콩도 향긋했지만 갈아놓은 놈에서는 좀더 부드러운 향이 났다.

그러나 내가 내린 커피 맛은 별로...

 

2. 학생들에게 이전 포스팅에서 말한  시험을 보였다.

앉아서 뭐라도 긁적이고 나가라고 당부를 했는데

금새 나가려는 놈들이 있다. 그 애들 앉혀놓고

5번문제인가는 아무도 못푸는거 같으니

증명을 못하겠거든

그냥 거기 포함되는 원소 스무개를 찾아 놓고 나가라고 했더니

그건 할만하다고 생각했는지 시끌 시끌,

선생님, 여기요, 저기요

이 원소가 들어 있는게 맞나요? 이거 아닌가요?

수선스러웠다. 으이구....

제일 앞줄에 앉은 학생이 계속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더니

처음엔 엉터리로 찾아놨더만 나갈때는

비록 증명은 못하였으나 정답을 찾아 놓고 나갔다.

이걸 본 다른 학생이

"선생님, 이문제는 없는 걸로 하죠. 분별력이 없는것 같아요!"

"어? 분별력이 아니고 변별력이겠지"

실제로 아무리 힌트를 주어도 정말 희한한 오답을

쓰고 나가는 학생들이 반드시 있다.

내일은 시험본걸 풀어달라네. 으이구99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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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이번 학기에 가르치는 과목중

한 과목을 내일 시험을 치르기로 하였다.

이때껏 배운 과목들과는 수학적 추상의 정도가 제법 다르기에

원래는 모든 연습문제를 다 풀어야하겠건만

그 채점을 도와줄 조교도 없고

학생들이 베껴서 제출한 리포트를 가리는데

더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지라

중간, 기말 시험 사이에 작은 시험을

한번씩 더 보게 된것이다.

 

어제 동기중에서 학점이 제일 좋을 학생 둘이 찾아와서

모르는걸 물어보고 갔다.

오늘도 또 온다고 우격다짐을 받고는 돌아갔는데...

사실 속으로 마음이 좀 상했다.

연습문제를 다 풀어야 좀 감이 잡힐거란 말을

도통 들으려 하지도 않고

어려운데 왜 문제들을 안풀어주는거냐고 해서 그렇다.

그리고 물어본 것들을 다시 풀어서 설명을 해주어도

너무 당연한걸 어떻게 쓰라는 것이냐

고도 화를 내는데,

이봐, 이봐, 학생들! 그건 미세한 논리들을 못 따라 가고 있기에

뭉뚱그려 보이는 거라고.

당연하다면 한 줄로 쓸수 있어야하는거라고.

그리고, 왜 가르치는 사람이 연습문제를 풀어주어야

마땅하다고 여기는 거야요.

진부한 말이지만 여긴 학원이 아니라고,

내가 과외선생님도 아니고.

 

그리고 이 학생들이 특히 힘들어 하는건

시험, 시험 점수 때문이다.

다 맞춰서 좋은 학점 받으려고 생각하지 말고

하나라도 차근 차근 생각하면 나머지도

줄줄이 이해가 될것을.

(있잖아, 시험 보는건 가르치는 사람도 귀찮은 거라고....)

 

그러나 학생들의 불만중에도

일리가 있는 부분이 있었다.

교재에 예제가 많이 없다는것.

보통의 책이라면 예제가 죽 있고 예제마다 풀이가 있어서

이거라도 다 이해하면, 혹은 다 외우면

시험을 잘 보겠거니 할텐데

지금 사용하는건  ZL 이 만들어놓은 강의 노트이다.

이론의 전개와 설명하는 방식은

보통 쓰는  프랄**책보다 탁월하다.

그러나 예제들에 답이 없다.

물론 내가 풀어주고는 있지만

학생들은 손에 쥐는게 없으니 불안, 불안 한가 보다.

이런 식에 동조하는건 아닌데

확실히 추상적인 개념과 정의를 이해하는데에

수많은 예제들을 직접 손으로 써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니까 교재를 좀 보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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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노래

 

지난 토요일 이라크 침공 5주년 반전 집회를 핑계로

인사동에 진출했다.

연울 데리고는 전에 대방동 살 때

갑자기 집에서 저녁밥 하기가 싫고 콧바람을 쐬고 싶어

불쑥 인사동근처에 와서 밥먹은 거랑,

친구 결혼식때문에 운현궁에 왔다 근처 식당에서 밥먹은 거 말고는

처음이다. 게다가 밥이 목적이 아니라니.

아이들이 크기도 많이 컸다, 진짜.

두시에 인사동 안국 사거리 근처 입구 크라운베이커리 앞으로 갔다.

주말이라 외국인, 내국인 가릴 것 없이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

그리고 아이들 눈길을 끄느건 왜이리 곳곳에 놓여있는지

한 이백미터나 되나? 거길 통과하는데도 한참 걸렸다.

 

가서 일단 아이들은 생화 한 송이, 종이 꽃 한 송이를 손에다 쥐었다.

 "총보다 꽃을" 플래카드 앞에 자연스레 조그만 둥그런 공간이

만들어졌있는델 꽃 든 작은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고

엄마, 아빠는 뒤를 따라 다녔다.

좀 쑥스럽기도 하고 기분이 좋기도 하고 그랬다.

집회가 시작하고는  판소리랑 노래 두개 정도 끝났을까,

오전부터 먼 길 온 아이들이 드디어 지쳐버려서

그 자리에서 빠져나와야 했다.

춤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다.

 

거기 있는 동안 들은 노래중에

힙합(맞나...)하는 두 언니들이 부른 노래가 있었는데

우리들은 중간 중간 "changes!" 로 화답을 하게 되어 있었다.

으 으.. 그런데  박자를 딱딱 맞춰서 제때 외치기가

쉽지가 않은 것이다. 몇번이나 놓치다가 나중엔 같이 외치는데

동참할수가 있었는데 그 때 연우는 뭘했는가 하면...

전주가 나오자 슬그머니 일어나서 두손으로 박수를 치더니

노래가 진행되자 박자에 맞춰 손에 쥔 꽃을 흔들더라.

(너는 되냐, 이렇게 쉽게? 흑흑.)

그리고는 나한테 다가와서 뭐라 뭐라 하는데

주위 소리에 "엄마도 .... 해!!" 하는것만 들렸다.

분명히 엄마도  일어나서 나같이 해! 하자는 것이라

속으로 땀 흘리고 있는데  나에겐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바리랑 단정이 아이들이 피곤한 것 같다고 물러가자고 하는 것이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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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8

 

무슨 글을 쓰려고 했더라.

두시 수업 준비를 해야하는데.

 

학과 엠티가 곧 있을거라

무슨 노래라도 준비해가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가사를 외우고 있는 멋진 노래가 있으면 좋은데...

노래와 안 친한 과거를 보냈는지

머리속에 들어있는, 가사를 아는 노래는

어릴때 배운 가곡이랑 연우덕에 외운 동요들

그리고 대학교 1학년때 배운 민중가요들 밖에 없다.

희망의 노래 몇집인가를 어떤 선배가 사줘서

기숙사에서 심심할때 펼쳐놓고

그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넘겨가며 부른적이 많았다.

아마 음을 틀리게 알고 있는 노래도 많을걸.

기숙사에 멜로디온이라도 있을리 없고

기타도 없고 음감도 없으니까.

 

1학년때 배운 노래중에

"이게 작녁에 새로나온 아주 세련된 노래!" 하면서 배운게

'우리의 노래가 이 어두운 땅에 따뜻한 햇볕 한줌 될 수 있다면...'

으로 시작하는 노래다.

이런 노래들에도 세련되다는 말을 붙이나 우스웠던 기억이 난다.

 가르쳐준 선배는 전인권을 전인권 선생님이라 부르며,

머리도 그 당시 아주 드물게 말갈기 머리를 하고 있던

부산 사람이었다.  부산 사투리가 정겹구나, 그런 생각을 처음 했던 것 같다.

건강한 유머 감각또한 탁월했는데 노는 시간엔 전인권 노래를 메들리로

기타치며 불렀고   쇼팽이고 리스트고 뚜르르 치고 인터내셔널가를

독일어로 부를 수 있는 다른 키 작고 통통한 선배와   하숙방을 나눠썼다.

참 잘 어울리는 유쾌한 두 친구들이었는데.

 

이 노래의 도입부가 좋아서 혼자서 자주 흥얼 흥얼해서

지금도 가사를 다 외우고 있다.

그래도 이 노래를 부를순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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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번개

아침님의 [총 대신 꽃을] 에 관련된 글.

다음주 토요일인가요?

우리 인사동에서 만나볼까요.

거대한 황사만 없다면요.

 

아이들이 부쩍 부쩍 크고 있잖아요.

걱정이 있어요.  사실 내가 걱정한들 뾰족한 수가 없는건데요.

바윗돌이 우당탕탕 떨어지는 곳에서

꽃이 온전할까, 그런게 걱정이되요.

 

지금은 자기들 나름대로 욕구를 표현하고

그게 엄마, 아빠랑 부딪히는게 매일 매일 제일 큰 사건인 아이들인데

금방커서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어떤 곳인지

알게되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폭력'이 되려나.

아이들이 어떻게 느끼고 어떤 사람이 될것인지

생각하면 아득해져요.

 

굉장한 사건으로 다가올 때도 있겠지만

슈퍼에서 아파트 엘리베이터안에서도

어른들이 아이들은 커녕 서로도 존중하지 않는 모습에서

감 잡을 수도 있고요.

사실 엄마, 아빠도 온전한 아이존중육아에서 비껴날 때도 많고.

(그런데 아이들은 엄마, 아빠도 존중해줘야하는 사람이란걸 어떻게 배우지요? 요즘 고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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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5

 

이번 학기에도 전자과 공업수학을 가르치게 되었다.

수학과 아이들이 수업 듣는 것 보다 훨씬 집중해서 듣고 있는게

눈에 보인다. 나도 덩달아 수업을 더 찬찬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수학과 아이들한테 전공을 가르치면서는

속으로 늘 어떤 동기를 부여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반면

전자과 처럼 공업수학이 중요한 과목이되 자기들 전공에 두루 써먹는

도구일때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져서 수업도 나불 나불 잘 하고 농담도 툭툭 던지게 된다.

 

 

 

어제부터 연우가 평택 짐보리에 가게 되었다.

주중엔 집에 어머니가 와계시니 어린이 집은 아직 알아보질 않았고

아이가 사람 만나는걸 좋아하고 낮에 심심해 하는 것 같아

우선 여기랑 문화센터 한 군데를 등록했다.

원래 문화 센터 두군데를 등록할까 했는데

내가 찾아 갔을 때 마춤한 시간대나 그럴듯 해 보이는 강좌는

모두 모두 마감이었다.

아무튼 어제 연우는 너무 너무 신나게 놀았다고 한다.

아이들이 다 좋아한다는 그거! 스탬프를 양 손등과 발등에 찍어 와서

내가 올때까지 안 씻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나 활발하게 놀아서인지

자다가 새벽 두시쯤 굉장한 비명을 질러대고 깨어나버렸다.

업어서 다시 재웠는데 4시 쯤에도 깨어나서 울고

찌찌 달라, 차가운 우유 달라, 따뜻한 물 달라 해서

오랫만에 힘든 밤이었다.

그나 저나 요새 연우 재우는게 너무 힘들다.
점점 재우는 시간이 늦어지고 있는데

안방에 들어가서도 보통 한시간씩 걸려버린다.

재우고 나면 계속 열시 사십분이다.

어차피 한시간씩은 걸리니까 좀 일찍 재우러 들어가려하는데

애가 잠이 없는 것인지, 어제도 낮잠 일찍 깨고

졸릴것 같은데도 말똥 말똥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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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마가 y로 보이더냐..

 

이런 제목의 글을 클릭하여 들어올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되지만

너무 아득하여 다른 제목이 생각이 안 난다.

comm pde 3월호에 내 논문이 올라왔다고, 인쇄하여 퍼뜨리는 곳에서 메일이 왔다.

지난 1월달에 첨자를 좀 (많이) 고쳐서 보내서 잘 고쳐졌나

pdf 파일을 들여다 봤더니

이런 이런, 중간 중간  그리스 문자  gamma가 있어야 할 곳에 y가 있다.

메인 정리에도 그렇게 나와 있고.

걱정이 되서 메일로 고칠것 리스트를 입력하고

또 팩스까지 넣어줬는데...

내 글씨체가 문제인거냐, 뭐냐

gamma 대신 y가 왠 말이냐, 퍽! 퍽! 퍽!

어디로 숨고 싶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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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황사다!개학이다!

 

으...얼마만인가.

시차적응 다섯번도 더 할 시간이 지났다.

주말을 평택에서 아기자기 재미나게 보내려면 어떤 내공이 필요할까.

어제는 드뎌 주말에 서울바라기 하던걸 탈피

안성톨게이트에서 오른쪽으로 진출하였다.

대전에 있는 아주 미술관을 갔는데 미술관 이층으로 나갔더니

350년 된 홍성땅 한옥이 남향으로 넉넉한 터에 자리하고 있었다.

미술관 뒷산이 담도 없이 한옥 앞마당부터  시작되어 봄이면 진짜 좋을 것 같다.

 모르고 무슨 특별전 관람비 만원씩을 내고

들어갔는데 입구를 통하지 않고 그리 통하는 계단도 있었다.

처음엔 많이 아까워하였으나

아무런 후원도 없이 개인이 고군분투 운영하는 곳이라기에

후원비 내는 셈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날씨 좋으면 또 가야지. 이층으로만.

 

쓰고보니 제목이랑 별 관계 없는 글이 되어 버렸다.

 

오늘 연우가 책을 보면서 중얼거리는 걸 들었는데

"이건 빨갛고, 이건, 이건 분호코..."

푸하하 자동으로 '분홍+ ㅎ고' 로 변형을 했는데

그 누구냐, 20세기 초기 소련 아동 문학가이자 비평가인

츄콥스키(?) 의 두살부터 다섯살까지에서 본 예랑 너무 똑같다.

아이들이 문법을 곧이 곧대로 활용을 한다는 건데

재미있는건 러시아의 어느 지역에선가는 '분호코' 라고 말하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말하자면)

 

아이들이 쑥쑥 커버리니까 일일이 말이나 행동을

포착해서 적기가 게으른 엄마에게 너무 힘들구나.

(이렇게 느끼는 엄마들이 많으리...)

그래도 나중에 연우가 이 글들을 본다면

맨날, 밤에 자다 깨서 젖먹어서 힘들다, 이런 말만

있는 걸 보면 재미없을텐데.

 

요새 연우가 싫어하는건,

좀 오래된 현상이지만

자기 빼고 엄마가 아빠나 할머니랑 이야기에 열중하는거.

(이야기 하지마! 라고 소리를 지른다. 어떻게 해야하지?)

그리고 미국가서 눈에 띈건데 

박물관 실내로 들어 가는것도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특히 싫어하는 그림이 있다.

어두운 유화나 피카소 그림.

또 엄마나 아빠가 우는거,

우리가 실제로 울진 않는데 가끔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시늉할때

'울지마~' 그런다.

 

저녁 때 평택 어린이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을

곧 반납해야겠기에 그 중 한권을 다시 보고 있었다,

그림책이라 연우 장단 맞춰주면서 슬렁 슬렁 넘기면서 봤는데

제목은 '1964년 여름'.

리자와 가스파르 시리즈같이 유화 그림책인데

흑인 차별금지 법이 공포된 다음날 친구와 새벽같이 동네 수영장에

갔더니 다 아스팔트로 메꾸고 있더라는,

마음이 두근 두근 한채 그걸 아침 내내 바라보고

나란히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는 이야기를

백인 아이 시각에서  쓴 책이다.

'나도 너랑 똑같이 수영하고 싶었어.'  마음속에 있던 말을

존 헨리가 말하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장면이나

어른들의 무지한 폭력앞에서

가슴이 두근 두근해하는 아이들 둘의 모습이

처음 읽을 때보다 마음이 더 아파서 진짜 눈시울이 빨개졌는데

(아마 갖다 준다고 집중력이 두배가 된듯...)

연우가 와서

"엄마 뭐해?" 물었다.

" 어, 엄마 이 오빠들 이야기 보고 슬퍼서 울고 싶다"

그랬더니,

저기서 자기가 좋아하는 바솔로뮤 이야기 책을 갖다 던져 준다.

" 그거 읽지마! 이게 안 무서워, 이거 읽어줘."

알았다, 알았어.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바솔로뮤'시리즈를 엄청 좋아한다.

아이곰이랑 아빠곰의 일상을 다룬 그림책인데

바솔로뮤의 대사는  거의 대부분

'싫어!" 이다.

얼마나 좋아하느냐면,,.

" 연우야, ~~ 하자 (목욕이나 밥먹기 응가하기 등등)"

그러면 냉큼

" 바솔로뮤가 싫어! 그랬어!"

하는데 얼마나 득의만만+ 능청스러운 표정인지 모른다.

 

하긴 요새 전체적으로 떼도 늘고 능청도 늘었다.

그리고 엄마에 대한 애정표현이 굉장해졌다.

가끔 밤에 재울때 옆에 누워있다가 나를 껴안고 뽀뽀 세례를

던진다든가 바짝 붙어서 손으로 머리카락이랑 볼을 쓰다듬는다.

(그런데 어제는 '이 머리카락은 싫어! 이 머리카락이 제일 좋아!' 그러던데

무슨 뜻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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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는 시차 적응중

 

어제는 다섯시에 자서 새벽 세시 이십분에 일어나더니

오늘은 일곱시 반에 자서 새벽 다섯시에 일어났다.

아침을 일곱시에 먹고 커피 마시고 사과 깎아 먹이고

연우와 놀아주기 한판 하고 학교에 오니 아홉시구나...

뭐.. 이것도 괜찮네 라고 생각한 순간부터 (아홉시 반인가)

눈이 빡빡하고 활자가 잘 안 보이기 시작.

 

올때는 비행기를 열세시간 정도 탔는데 연우는 제법 훌륭했다.

갈때는 완전 힘들었지...

눈이 심하게 와서 공항가는 길부터 기어가고 비행기는 눈 치우신다고

두시간 늦게 떠났으니까

원래 코리올리 힘에 의하야 갈 때 열시간 반이면 가야 하는데

열두어시간이 걸려버렸다.

오는 비행기 안에선 좀 편하게 오려고

계속 좌석앞에 있는 모니터로 뽀로로와 동물의 세계 보여주고

승무원 언니들이 이쁘다고 갖다주는

온갖 달콤함 쥬스와 빵들을 제한 없이 줘버렸다.

내가 모르는 사이 땅콩 스낵까지 먹었는데

그래서인가? 배랑 등에 불긋 불긋한 것들이 생기고 토돌 토돌 뭐가 올라와있다.

에이... 다시 건강식으로 돌아왔으니까 내버려두면 들어갈껴.

그리고 가 있는 동안 선블록을 제대로 안 하고 여기 저기 끌고 다녀서

애 피부가 그을린건 물론이고 눈 근처가 푸석 푸석 잔 주름이 보인다.

흠.. 자외선에 피부 손상을 입었구나, 그냥 이러고 있다.

그리고 다리도 까칠 까칠 한지 꽤 되었는데

물이 바꿔져서 그랬나?

뭐라도 사서 좀 발라줘야 하나 생각만 하고 있다.

머리도 시차 적응중인가봐.

 

 비행기안에서 열몇시간  갇혀서도

무탈하게 왔단 기억이  서너 시간 자동차 여행쯤은... 하는 묘한 자신감을  준다.

봄이 오기 전에 산사에 다녀오고 싶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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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간

 

이 시간에 포스팅을 하다니...

연우가 어제 다섯시에 잠이 들어서

오늘 새벽 세시 반부터 깨어 있다.

나는 이럴 일을 대비해 아홉시에 잠자리에 들어

한시에 한 번 자장 자장 해주고 세시 반부터 덩달아 깨어있다.

흠.. 머리만 맑다면 이시간에 컴퓨터를 독차지 하고 있는 것도 좋구만.

(연우는 지금 할머니와 놀고 있다. 내가 자는줄 알고)

 

짐싸간 것과 실제 필요했던 것을 대강 추려보자.

나중에 다시 유아를 데리고 여행할 때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연우 물건을 되도록 많이 챙겨가려고 했는데

1.내복을 앏은 것, 두꺼운 것 종류별로 두벌씩 챙겨간건 잘한 것 같다.

역시 아이들옷의 기본은 내복이야!

평상복은 가서 몇벌 사야 했는데

우리가 있는 동안 엘에이의 날씨가 변동이 많아서

처음엔 얇은 잠바가 필요하겠다 싶었는데

이주, 삼주 째는 추워지고 그렇다고 가지고 간 벙벙한 겨울 잠바는

'영 아니올씨다래서 안에 아크릴 천이 덧대어져 있는 가을 잠바를

하나 사서 줄창 입혔다.

2.

장난감 종류는 책만 두세권 챙겨가고 안 가져갔는데

오전 오후로 외출하기 좋은 날씨라 그냥 저냥 버텼다.

있는 동안 책 두권을 더 사주었다.

 준비해간 스티커북은 너무 좋아했는데 혼자 붙이기엔

난이도가 있어서 우리가 오히려 힘들었다.

끝이 날때까지 계속, 계속 붙이자고 성화였기 때문에.

가지고 간 모래 장난감은 별로였다.

해변에 가면 그냥 컵 뚜껑이랑 버려져 있는 종이 컵만 있어도

연우는 황홀해했고 집에서 놀이터가 멀어서 평소에는 쓸 일이 없었다.

3. re님이 연우 약도 종류별로 챙겨가라 했는데

달랑 타이레놀만 가지고 왔다가 초반에 기침을 많이 해서

동네 약국에서 부랴 부랴 사야했다.  기침 약중에 두살 짜리를 먹여도

 되는게 거의 없어서 애 먹었다. 열도 좀 있었지만 그건 그냥 놔두니까

이틀 정도 지나서 떨어진 것 같다.

4. 보리차 챙겨 온건 실수.  수도물에 보리차를 끓였더니

물이 달라서 그런지 영 먹기가 힘들어서 결국 생수 대령.

가지고 온 된장, 고추장은 너무 아껴 먹다가 마지막엔 남은 걸

버리고 왔지만 잘 가지고 온듯. 특히 된장.

5. 엘에이가 대도시라 뭐든 필요한게 있으면 바로 바로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하지 못했던건

많은 가게가 있지만 다 차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가 있는 내내 렌트한게 아니라 나들이 갈때만

차를 빌렸기 때문에 좀 애로가 있었다.

6 지출.

이건 연우 덕을 좀 봤다. 뭐냐면... 연우를 내내 끼고선

쇼핑이 안 되는 것이다. 연우 옷 몇벌말고 거의 산게 없는 것 같다.

지출의 대부분은 렌트회사와 매일 같이 들락 거리던 슈퍼마켓으로

돌아갔다. 

7.나들이.

히유.... 숙소에 인터넷이 안되고 계획을 미리 세워온 것도 아닌지라

일단 길찾기도 대충 지도에 의지해서 하다가 낭패를 많이 봤다.

예를 들면...

파사디나를 가려다 옆동네 글렌데일에 가서 세시간만에 노튼 사이먼 박물관을 찾은 것,

다시 파사디나의 헌팅턴 정원을 가려 시도한날이 마침 한달에 한번 공짜 입장하는 날이라서

결국 정문앞에서 차를 돌려야 했던 것 ( 이런 날은 입장인원 제한이 있어서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

샌디에이고 가는 길에 라구나 비치를 지나려 처음부터 해변 길을 따라 가다가

정작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도착했더니 폐장 시간이 한 시간 밖에 안 남은 것.

8. 두 마리 토끼

나와 ZL이 하루에 반 나절씩 번갈아 학교에 가고 연우를 돌보는 걸 나눠서 했는데

역시 예상대로 일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나 같으면 기하 수업 하나  안 빠지고 들어간 거랑  후배 SS가 마침 내 논문 하나에

관심을 보여서 그거 앞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 보자는 이야기를 한것 정도이다.

그래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아웅.... 역시 머리가 가물 가물하고 어깨죽지가 아프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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