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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 순천

 

이번 연휴에 하린의 아버지가 살고 계시는 거창에 가기로

진작 얘기를 해놨었다.

사실 언제 내려가거든 데리고 가달라고 비니한테 윽박을 질러놨던거지만.

살기는 거창읍에 사시지만 우리를 데려가 달라고 한 곳은

거창 지나 가조라는 곳으로 들어가 한참 산길로 올라간 곳에 있는 작은 농가이다.

경상남도의 산청, 함양, 거창 쪽 산세가 아름답다는데

친구들은 죄다 서울에

친척들도 서울 아니면 전라도에만 살고 있으니 갈 일이 없었다.

토요일에 10시에 출발해서 목적지에 도착해 짐을 푸니 한시가 약간 넘었고

다음날 한시 반쯤 그 댁에서 나왔으니 꼬박 24시간을 머물렀다.

평생 쐰 공기보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네끼를 잘 얻어먹었다. 

해가 지는 저녁 산과 당황스러울 정도로 별이 많은 하늘 

(한참을 보고 있으면 지구도 우주의 일부라는 지식이

차차 마음에 살아나는 그런 하늘)

 동틀 무렵의 뿌연 하늘을 보고

오전에는 해인사 가는 산길을 절반정도 걸어서 짚어보고 왔으니

뿌듯 뿌듯하다.

가서 발견한건...

정말 주말 농장 어디라도 신청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연우 보기가 어찌나 쉬운지!

우리가 잔디 사이에 난 잡초를 뽑고 있을 때

작은 호미 하나 들려 주니까

연우 일하고 놀아! 그런다.

혼자 땅 파고, 흙으로 반찬 만들고 (안 가르쳐도 다 하는 놀이가 있나봐...),

소금은 조금만 뿌려야지,

개미들아 어디가니?

연우가 바위를 때렸어!

중얼 중얼 하며 잘도 놀더라.

작은 연못과 그 옆에 만들어 놓은 미나리꽝에 있는

오글 오글한 올챙이를 뜰채로 떠서 이쪽 저쪽으로 옮기는

놀이도 좋아했고.

 잔디밭에 난 쇠뜨기뜯기가 이렇게 재밌는 일인지 처음 알았다.

잔디 사이 사이에 촘촘하게 나있는 다른 풀들을,

잔디를 상하지 않으면서 뿌리까지 제거하는일에

나중엔 요령이 생겨서  정말 재미가 있었다.

하린과 비니는 왜 이렇게 무리를 해요, 웃었지만.

그러나 하루 머무르는 거라 가능했던거다.

재래식 화장실이 냄새보다도 안에 물이 넘실 넘실 거려

이용을 못하고 큰건 꾹 참고,

씻는것도 얼굴하고 양치질만

그리고 일도 해가 어디 있나, 따져보고 오전일 오후일, 할만큼 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가 있으니 밥 먹고 나면 가서 마냥 앉아있고 했던 것인데

이건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이지.

토요일엔 부모님은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시고

연우는 호미가지고 혼자 놀고 있으니

멍해지는거다.

자꾸 후배한테 논문일로 보냈어야 할 이메일이 떠오르고

금요일에 세미나 했던 논문이라도 가져올걸, 채점할 시험지 뭉치라도 들고 올걸

하면서 시간을 주체를 못하겠는 거다.

물론 이럴때 일을 미리 미리 해두면 주중에 좀 부드럽게 넘어가는건 사실이다.

다른 리듬이 있는건데, 이런게 아니라

도시에선 자기한테 맞는 리듬을 타는 생활이

가능하지 않은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나만 그런지도.

 

다음날 순천 외삼촌 집에 간 연우는 또

순전히 자기 예뻐라하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이모, 외숙모, 외삼촌 있지,

거기에 사촌 오빠들까지 우당탕탕, 꺄악 꺄악 놀아주니 얼마나 좋았겠는가.

맹렬히 웃고 뛰고 놀던 끝이라 그런지 올라오는 차속에서도 별 투정없이 편하게 왔다.

한가지 발견한건

연우의 표정이 거창 산집에서와 순천에서가 다르다는건데

뭐랄까? 둘다 즐거워했지만 거창에서는 엄마, 아빠도 손님이었으니까

자기도 손님같은 표정이었다. 순천에서는 그 표정이 사라지고

온전히 개구장이에 어리광장이 표정이었고.

아이들이 꽤 예민하구나 다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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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은 날

평소에는 안 들어가던 진보 불로거의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글이 너무 좋아서 계속 페이지를 넘겨가며 읽은 날,

완전 재수! 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새로 발견한곳이니 지금까지 그 사람이 써놓은 글이 얼마나 많으랴.

그걸 주르륵 읽는 기쁨!

생수로다....

(주로 커피를 마시면 보긴 하지.)

 

요즘 들어가서 본 곳은

닉네임이 이유 그리고 egg.

이런데다 막 써도 되나.

불로거의 예의는 트랙백인건가.

(그러고보니 이유님 불로그는  그분 딸아이가

타조가 쪼! 라고 했다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나네.

그럼 재발견이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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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비올님.

비올님의 [300원] 에 관련된 글.

 

말이 필요없다. 때때로 읽어보자.

 

문방구 아주머니는 끝까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나같으면 그것때문에도 화를 냈을거다.
아주머니 역시 자기 기억과 수많은 경험을 믿을테니

뭐다, 승복시키는 문제가 아닌데 (불가능하기도 하고)

그걸 인정하질 못하고 말이다. 

 

뭐랄까. 자면서도 화두를 놓지 않는다는 스님들이 생각났다.

이런 일상중의 일상에서도 멋진 내공이 송이 송이 날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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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다

이렇게 큰 활자로 쓸 수도 있구나.

어릴때 일기쓰던 생각이 나네.

어떻게 하다보니 학교없는 사회(이반 일리히)란 책을 빌려왔다.

띠용~

얇은 책이 왜 이렇게 읽히지 않는지, 그런데 뭔가 있다. 뭔가가.

 

무엇인가 하나의 과정이 있으면 그것은 꼭 무엇인가 가치있는 것을 만들어 낸다는 신화.(72쪽)

무한히 진보한다는 신화.(77쪽)

 

캬캬캬캬 역시 이것들은 신화였던 거야. (본문의 맥락과 관계없이 멋대로 해석중....) 숨이 확 트이는구나.

아이가 좀만 자라면 육아가 쉬워질 줄 알았던 때도 있었는데

(젖먹이는게 낳는거보다 힘들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하고 경악하던때)

자랄수록 이건 뭐, 완전히 나란 사람을 드러내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꼭 아이가 그렇다는게 아니라 아이와 같이 지내면서 그저 덮어놓고

지내던 사항들이 하나 하나 떠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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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필요

 

1. 연우 밥 먹는 버릇.

아주 배 고플 때 아니면 몇 수저 받아 먹고 다른 데로 가버린다.

식탁 없애고 바닥에서 먹으면서부터 심해진 버릇이다.

책가지고 옆에 오면 그나마 제자리에서 다 밥을 먹는셈이라 그건 봐주는데

멀리, 멀리 가버리면 때때로 쫒아다니면서 먹이는 적도 많다.

그러다가 이건 아니지, 하면서 치우기도 하고.

정해진 자리서 먹게 하고 딱 치워버리는게 답인가요?

그렇겠지요?

 

2. 연우 반찬 투정.

사실 연우가 투정하진 않는데...

편식이 거의 없는 편이라 나물 종류도 다 잘 먹고 가끔은

안 먹었으면 싶은 생 야채도 막 먹는다.

그래도 해주면 늘 잘 먹는건 있다.

조개, 생협소세지, 계란후라이, 브로콜리등.

문제는 한끼 신나게 먹은 건 다음끼니엔 도리 도리 한다는것.

그래서 주중에 연우를 먹이는 어머니가 고민이 많다.

주말에는...아예 밖에 나가서 먹거나 빵으로 먹을때 아니면 어떻게든

바로 한 반찬을 한가지 이상 상에 올리게 돼서 잘 먹는편이다.

이것도 안 먹으면 치워버려야 하나?

 

3. 식사준비

주중엔 어머니가 거의 다 하신다.

아침엔 나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시고

또 밤에 내가 부엌에서 부시럭 부시럭 하면

나와보시고 신경이 좀 쓰이는 것 같은 눈치라

(좀 미묘한데, 일단 어머니는 주중에 우리집에서 일하고 대가를 받는다

여기신다)

그냥, 오늘은 이거 이거 해 먹을까요 말만한다.

내가 생협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오는 물품 주문하고

일요일쯤 야채 좀 사다놓지만

그때 그때 필요한게 있으면

어머니가 연우랑 생협매장에 가서 사오신다.

그리고 저녁 밥상이 부실하다고 할까봐 며느리 눈치를 보신다.

말로는 안 하시만 분명 내 표정에 불만이 있는것이다.

뭐냐면 어머니는 반찬 가짓수나 고기, 생선같은 반찬이 있나, 없나를

신경쓰시는 것 같은데 내 불만은 그게 아니다.

난 어머니가 연우나 우리들 아니면 매 끼니를 대충 때우려고 하는 성향에 일단 몹시 불만이다.

매일 매일 먹는 밥, 반찬을 균형있게 차려 먹으면서 자기 몸도 아끼고

그렇게 먹는 식사의 즐거움을 아셨으면 좋겠다.

그런데 당신들 먹는거는 가끔 고기, 생선 반찬으로 영양섭취하고

평소에는 대충 때운다 생각하고 사신게 몇십년이다.

 

연우 밥 먹는것도  그 때 그때 바로 한 반찬이 한가지만 있으면

큰 문제 될거 없다고 생각한다.

요사이 생협에 지출하는 돈이 꽤나 증가했다.

냉동실에는 조개, 새우, 생선, 소고기, 돼지고기가 다 있고

야채도 필요 이상으로 주문할 때가 많다.

식사 준비할 사람이 편하겠지 싶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지난 수요일, 새로 주문한 물건이 온 날인데

어머니는 연우  반찬할 것이 하나도  안 왔다고 하신다.

오늘 아침에는 밥이 없으니까 새로 해서 저녁까지 먹고

제첩국이 점심 먹을 만큼 남아있으니까  호박전 부쳐서

연우랑 같이  드시면 좋겠다고 하려는데

밥 없으면 그냥 밀가루 반죽해서 수제비 끓이신다고 한다.

넣을게 없다고 하니 그냥 멸치 국물 내서 끓인다고 하시다가

내 얼굴의 불만을 보시고

먹던 밥을 중단하고 이거 먹일란다고 한다.

낮에 새로 밥 하세요, 그거 저녁까지 먹으면 돼요, 했지만

저녁에 새로 짓는단다.

아유... 어디서 시작해야 하지?

아무튼 어머니는 내 눈치를 보시는데 게다가  잘못 짚은 추측에서다.

우선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서  내가 식사준비에 많이 참여해야한다.

 

4. 어린이집

집에서 버스로 네 정거장 거리에

시립 어린이 집이 있다.

시 보육 센터 건물 1층을 쓰고 있고 2층엔 장난감대여점이 있다.

텃밭도 건물옆에 크게 있고 놀이터도 근사하다.

한번 찾아가 보았는데

근처 대학에 위탁 운영하고 있다고 하고

방방이 넓찍하고 방마다 화장실이 딸려 있다.

내가 간 시간이 오전 11시쯤이었는데

유리문이 닫혀있다지만

아이들이 너무나 조용히 통솔되고 있어서

의아할 정도였다.

막 뛰고 장난치고 그래야 정상일 것 같은데

다들 석사 이상이라는 선생님들 지도하에

조용히 둘러앉아 그림그리고 이야기 듣고 있었다.

여기선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에서 비롯한 행동을 어떻게, 얼마나

받아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올해 새로 열었고 홍보가 덜 되서 아직 자리가 남아 있다고 한다.

주중 낮에는 주양육자가 어머니신데

연우는 잘 지내고 있는걸까?

아니면 애정이 분산되지만

또래와 같이 훈련된 교사밑에 있는게 더 좋은건가?

 

5. 연우는 요새 가끔 호통을 친다.

우리한테도

... 한다까!

이런 말투를 쓴다.

(이리 오라니까!, 아니라니까!, 맞다니까! 등등)

엊그젠가는 작은 미끄럼틀이 쌍으로 나란히 있는 미끄럼틀에서 놀때

다른 아이가 계단을 올라오니까

'이리 와~ 이리 와~' 하다가 불쑥

'이거 타라니까!' 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또 요즘 생긴 알 수 없는 말투중에

'너는 못해, 못한다니까'

이런 말도 있다.

어제도 공원놀이터에서 위에서 잡고 내려오게 되어 있는 쇠봉을

어떤 초등학생 여자어린이가 잡으니까 그랬다.

그러고보니 집에서 할머니한테 텔레토비 못 틀어준다고 바보라고 하고

이어서 '연우도 못트니까 바보야~'그랬단다.

우리가 모종의 부담을 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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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셀러 클럽

 

평택 도서관에서 지지난주에 빌려온 책들은 다 재밌었다.

그 중에서 밀리언셀러 클럽 책으로

여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

가 읽을 때는 젤 재밌었다.

오홋! 일단 도서관에 있는 밀클 책중에

무서운 것 빼고 다 읽자.

밀클에서 운영하는 동호회에 가 봤더니

쟝르별로 구별이 되어 있더만.

그중에서 호러랑 아동이 주인공인, 심장 찌르는 책은 다 빼고

재밌을만한 책을 다 체크놨다.

지금 생각나는 것은

스티븐 킹 소설 중에서 여자 어린이가 숲에서 길 잃고 헤메다가

무사히 돌아오는 소설이랑

켄지란 탐정이 나오는 거,

제목에 800만 뭐시기 들어간 거

그리고 나이트워치등이다.

 

그리고 레이몬드 챈들러의 빅슬립도 빌렸는데

읽을 때는 좀 지루하기도 하고 애써 참고 읽기도 했는데

다 읽고나니 또 읽어도 맛이 날 것 같다.

그래서 고전인듯.

이 아저씨 시리즈도 도서관에 있는걸 다 빌려 봐야지.

부인이랑 18살 차이난다는데 부인이 먼저 죽고 거의

알콜중독이 됐다고 한다.

옛날 옛적 신림동 비디오 방에서 말타의 매를 봤으니까

말로를 처음 본건 아니다.

 

그리고 행복한 영재가 진짜 영재란 책과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수 없다란 책도 재미있었다.

두.배는 사려고 한다.

 

그리고 홍은택의 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 이야기도 좋아서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이란 책을 살까 생각중이다.

난 겁도 많고 씻는게 귀찮아서 자전거 족이 되지 못할텐데도

이런 책들을 꾸준히 사모으는건 뭘까?

 

 

도서관에서 책 빌려보면 돈을 아낄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다.

추리소설은 사지말고 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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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글은 안 올리면서 매일 같이

아니, 메일 확인하려고 익스플로러 띄울 때마다

덩달아 여기도 와보는 심사는 뭘까?

 

우선 이걸로 첫화면이라도 바꾸자.

참, 스킨이라고 하나?  오늘만 해도 벌써 세명의 불로거가

이 스킨을 쓰고 있는 걸 봤다.

봄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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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해

 

학생이 한 시쯤 뭘 물어보러 찾아오겠다고 했다.

오늘은 두시부터 두시간 수업이라 보통 한시에 매일 같이 먹는 사람하고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한 이십분 물어보면 가겠지 하고 오라고 했다.

사실 혼자 학교 식당가서 일찍 먹어도 되는데

올해 진짜 물가가 많이 올랐는지

식권가격은 그대로인데 반찬이 다 이상해져서 가기가 싫다.

(전 같으면 참한 나물이 한두개씩은 반드시 있었는데

무슨 짝퉁 오징어 채 같은게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녀석이 한시 이십분이 넘어도 안 오고

된장찌게 파는 그 식당 가면 삼십분은 걸리니까

바로 수업들어간다쳐도 빠듯한 시간이군,

머리속으로 중얼 중얼 정당화를 하며

문 잠그고 나가다가 복도에서 만났다.

내일은 쉬는 날이고

매일 매일 수업이 그득하고

오늘 맘잡고 물어볼라 했는데

버스가 막혀서  (집이 일산이다. 불쌍...)늦은 것이다.

다른 날 오라고 했지만 수업 시간표를 들으니

중간 고사 보기 전에 진짜 시간이 없게 생겼다.

그래, 그러면 들어와!

이래야 하거늘...

먹는게 뭔지

(점심 안 먹고 두시간 수업하기 너무 싫었다)

야, 너 왜 이십분이나 늦게 온거야?

지금 유선생님 만나야 하는데...

이런 말만 하고 복도에서 둘이 하염없이 서있다가

그 학생이 먼저 백기 내리고

담에 시간내겠다고 갔다.

아침도 안 먹었다고 하는데

진짜 찜찜하고 나, 돼지 아니야?

하면서 유선생님 방에 갔더니

우리밀 과자랑 고구마 이런게 그득하다.

이럴줄 알았으면 이거 얻어다가 걔랑 같이 방에서

먹으면 됐는데...

창밖에 보니 이녀석이 종종종 가길래

전화해서 다시 오라고 했다.

고구마 작은거 한개 먹고 수업 들어갔다.

얘는 전혀 안 먹고.

(나도 대학 다닐때 이렇게 점심 안 먹고 수업 듣고 막 이랬나?)

 

 

오늘 덩야핑이란 블로거의 글을 처음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수업 끝나고 계속 봤다.

아, 진짜~

그런데 괜히 덧글 남기기도 쑥스럽고

그냥 여기다 살짝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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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지난 금요일, 매주 금요일마다 하는 모임이 한 주 쉬었다.

미국 갔다와서 계속 달려온 것 같아

금요일부터 남쪽으로 차를 몰아, 몰아

 남의 살림살이에 며칠 묻어서 먹고 잘 수 있는,

연우 외할머니집에 갔다 왔다.

이번 봄엔 진짜 남쪽을 가고 싶어서

갈 때 광주에서 나주, 영암을 지나 강진땅을 들리고 싶었다.

23번 국도 타고 마량 바닷가까지 강진만을 죽 내려가

강진읍으로 돌아와 다산 초당, 백련사를 보고 싶었지만

금요일 오전따라 연우가 어찌나 안 도와주시던지...

12시에나 출발해서 겨우 겨우 강진땅 들어선 시간이 네시 반이 넘어 버렸다.

23번 국도를 타고 칠량 지나 '경치 좋은 곳'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쉬고

다시 올라올 시간 밖에 없는 것이다.

 초록색 보리밭을 처음 본 것 같다.

칠량 근처 마을인가? 폭이 이미터 반밖에 안 되는, 시멘트로 발라버린 길을 따라

보리밭 지나 구비 구비 내려 가면 앞마당 같이 잔잔하게 들어와 있는 바다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짜 그 땅을 밟아 보고 싶었지만...

어! 저기... 하면 이미 ZL이 운전하는 차는 벌써 이만치 와서 멀어져 버리고, 버리고 했다.

꼭 다시 가서 밟아보고 싶은 땅이다.

 

아무튼 엄마집에 일곱시 반쯤 도착하려고 차를 서둘러 돌렸는데

무슨 마가 끼었는지 차가 다시 영암, 나주를 되집어 광주로 가면 될것을

한참을 달려 벌교 방향 표지판이 나와버렸다.

벌교!가 얼마나 광주에서 먼데, 순천, 여수가는 길인데,

세상에...  어질 어질 했지만 ZL은 매우 논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중간에 지도상 이렇게 저렇게 가면 더 빠르게 나왔다는 것.

지도가 최신판이 아니어서 있던 길이 없어지고 새 길이 났나 보다.

그래도 해남 방향 버스는 항상 영암, 나주 길로 다니지

그런길로 안 다녔다고.

나도 몰랐던건데 나한테 분명 지역차별의식이 있는게 분명하다.

이럴때는 속으로 아래와 같은 대사를 하고 있거든.

' 참, 내, 전라도라고 같은 전라도가 아니라니까.  전라북도 고창이 본가인 사람이

뭘 알겠어.  나로 말하면 나, 장, 광, 창에 나오는 담양 창평이 본가인 사람이요.

나도 강진은 초행길이지만 여기 사람들 (그러니까 어디 사람들이란 건지...)

은  광주서 나주, 월출산을 거쳐야 강진, 해남 가는 줄 다 안다고'

진짜 웃기지도 않지 않는가, 피식.

 

올때는4월 5일이 한식이어선지 고속도로, 국도에 차가 아주 많았다.

1번 국도로 일찍 들어섰는데

정읍, 김제에 오리들사이에 괴질이 돌아서

오가는 차들에 방역을 하고 있었다.

어휴... 어찌 어찌 가다 보니 익산 미륵사지 표지판이 보인다.

'저기나 가자! 뭐, 남는게 있어야지.'

그러나 7XX 지방국도는 어디로 들어가는지 한참 가니까

ZL 에게 심히 다행스럽게도 그 표지판이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원래 이인 휴게소쯤에서 오줌을 누이려고 기저귀를 채우지 않은 연우는

카시트에 쉬를 해버리고 내 자리에 옮겨와선 나와 계속 몸살을 하면서 갔다.

휴...

 

밤에 집에 와서  달리기 책 하나랑 요가 책 하나를 샀다.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더 바닥나서 인터넷 서점 들어갈 기력도

없어지기 전에 보강을 해야겠다.

 그래, 달리기를 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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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동안

 

1.토요일은 할 일이 있어 혼자 기차타고 서울에 갔다.

인디다큐영화제에 가는 길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

그랬더라도

연우 떨치고 신나게 갔을지 아니면 혼자 저녁까지 연우를 볼 ZL

얼굴이 뒤통수에 꽂혀 마음이 바빴을진 모르겠다.

ZL!  우리도 이제 내공이 좀 쌓였으니까

이런 시간을 서로에게 티끌 한 점없이 누려보도록 해 보자.

비록 토요일에 뭐뭐뭐 하다가 기차 놓치고 예상보다 늦게 왔지만

마음은 계속 쫒겼다고.

 솔직히 내가 집에 있는 편이었다면

밖에서 ZL이 나처럼 뒤통수가 당겨올까 싶은데

이건 내가 환골탈태해야할 부분일까, 뭘까.

 

12월 말에 만나고 다시 만난건데

참 재미없는 여자분.

에효 그사람도 불쌍하다만

비오고 추운 토요일, 재미난 일로 온거라면 날씨야 어떻든

유쾌, 발랄하겠지만 내 얼굴은 굳어 있었나보다.

내가 하도 딱딱하니 이젠 여동생이 있었음 한다 하고

공통으로 알고 있는 한 포닥을 언니라고 부르면서

접근 방식을 자매애쪽으로 잡아보는듯 했지만

완전 역효과일 수 밖에.

사실 나와 어떤 돈독한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게 아니라

일로 만나는 사람들과 친근한 관계를 형성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계통의 많은 사람들이 다들 외로운지 어쩐지,

그리고 다들 먼저 다가가는 사람들은 아니어서 그런지

이런 방식을 대부분 좋아들 하는 것 같다.)

 

마침 학교내 카페에서 일하다가 근처에서 마주친 수학과 사람들도

다들 서식 양태가 한참 먼 사람들이라 얼굴이 풀릴리가 없다.

만난 사람은 나더러 참 낯설어 하는, 수줍은 성격이라고 한다.

아니요, 아니요, 이래뵈도 눈팅만 하던 아기 엄마들 번개에

연우 델고 불쑥 찾아갈  정도로 반반한 사람인데요.

모르는 사람 블로그에 가서 미주알 고주알 할 정도로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고요.

재미만 있다면 어디 제주도, 통영이라도 돈 모아 쫒아갈걸요.

(이건 웬 생뚱맞은 얘기... 가 아니고 봄이 오니 사실 남쪽으로 가고 싶다)

 

 

2. 토요일밤 연우를 재우고  너무 피곤하여 잠이 잘 안 올것 같았다.

오랜만에  테레비를 켰더니 ebs세계의 명화를 막 하려고 한다.

줄리엣비노쉬 이름이 뜨고 제목은 미지의 코드란다.

아무런 정보없이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한시간 넘게 봤는데 처음엔 파리의 평범한 길거리랑 사람들이 보이고

불어가 들리는게 좋아서 보았다.  이주에 한번씩 동생이 있는 파리에 가서

장을 보고 하염없이 걸을 때 발다닥의 느낌이랑 그 땅에서 나던 냄새들이

생각이 나서 정말 아주 구체적인 향수를 느끼면서.

그러나 동시에 나는 계속 티비를 끄고 싶은 마음을 느꼈다.

영화가 너무나 아슬 아슬하게 사람들의 고통을 보여주길래.

그리고  등장인물중 한 사람의 행로를 따라

코소보 마을이 나오고 곧 이어 거기 사람들이

전쟁으로 인해 값없는 죽음에 휘말려 들까봐서.

(요새는 아이들, 청소년들, 엄마, 아빠들이 죽는 기사나 이야기는

도저히 볼 수가 없다, 정말.)

또 파리의 줄리엣 비노슈의 아파트에는  부모가 때리는지

여자 아이 비명소리가 들려오니까.

아... 재미 있었으니 참고 보는건 아니었다.

끝까지 보고 싶었지만 12시 40분쯤 되니 정말 몸이 가라 앉는것 같아서

들어가 잤다.

다음 날, 영화의 뒷부분이 궁금하여 이 영화를 검색해보았더니

감독이 정말 정평있는 사람이더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제일 많이

알려진 영화는 바로 피아니스트. 내가 본 영화에 대한 평은 너무 길고

많고, 어려워서 읽기를 포기했다.

참 신기하다.   이 영화의 존재감이

피곤에 절어서 언제 끄고 들어갈지 모르는 관람자도 피해 갈 수 없을 정도였다는 것이.

그리고 날카로운 송곳은 주머니 안에 감출수 없다는 말이 맞다.

 

 

3.  연우한테 금요일 밤인가 재우면서

도서관에서 빌려온 '구리 구라의 소풍 이야기'

를 읽어줄 때였다. 구리, 구라는 들쥐 형제이다.

연우가 갑자기 '구리, 구라는 말 잘들어?'

물어보는 것이다.

'그럼, 말 잘 듣지~'  반사적으로 이렇게 말이 나오려는걸

아슬 아슬하게 붙잡고

'글쎄? 구리 구라는 참 착한 아이지만 가끔 말을 안 들을 때도 있어,

바솔로뮤처럼.'

대답해주었다.  이 대사는 바솔로뮤 시리즈 제일 앞에 항상 있는 말을

구리, 구라로만 바꿔서 말해준거다.

그리고 ' 아이들은 다 그래' 덧붙였는데 과연 이게 연우가 확인하고 싶은 말이었을까?

 

일요일 낮에 늦은 점심을 준비할 때였다.

스파게티 면을 삶으면서 한 쪽에서 새우전을 부치고 있었는데

연우가 안아서 보여달라고 하도 보채기에

주의를 돌리려고 새우를 야단치기 시작했다.

'새우들아!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니?

빨리 익어야지!'

먹히는 것 같아서 또

'얘들이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을까? '

했는데 연우가

' 그건 할머니가 하는 말인데?'

그러는 거다. 그래서

' 응, 말 안듣는단 말은 할머니가 하는 말이야? 누구한테 그래?'

하니까

'연우한테' 그러는거다.

아이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말을 하는게 재미도 있었지만

마음이 아팠다.

아무리 예뻐라 하고 잘 돌보는 할머니도 이런 말을 수시로 한다.

왜냐면,  말을 듣는다, 안 듣는다, 말 좀 들어라, 그게 그 분들이 애들을 대할 때 하는 말이니까.

그리고 연우가 말이 빠른 편이라

나와  ZL도 간혹 어린이처럼 기대하고 대할 때가 있는데

어머니는 물론 그러리라.

단정덕에 침팬지 책을 다시 읽어보고

눈에 들어오는 말들이 많았다.

연우와 같은 영리한 동굴아이들이

지금 다들 자기들만의 규칙과 취향으로

싫어! 안해! 아니야! 엉엉엉!

하고 있을거다.

말을 잘 듣는다는게 무슨 말일까마는 설령 말을 잘 듣기를 바라더라도

말 안 듣는다는 말을 아이앞에서 하는게 무슨 득이 있나?

돌보는 사람의 피로를 아이 탓을 하는 순간 조금 잊혀진다는 것 말고.

잘 정리해서 어머니한테 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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