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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애국가를...

어제 부산에 있는 일가들 거의 모두와 광복절 기념식에 갔더랬다.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기념식이었는데 재밌는 것이 부산시민회관 옆에는 부산근로복지회관(민주노총 부산본부 사무실)이 있다.

 

뭐 그건 그렇고,,,, 제대 한 이후 거의 처음으로 애국가를 불러봤다. 4절까지 부르라는데 되게 어색하더라. 하튼, 애국가도 부르고 광복회 부산지회 할아버지께서 하시는 기념사도 듣고..(좋은 말씀 하시더라. 금전만능주의, 자본주의가 판을 치면서 홍익인간이라는 우리 고유의 사상이 땅에 떨어졌다던가..)

 

그 이후에 유족 대표로 아버지가 부산시장한테 건국포장을 수여받았다. 부산에선 건국훈장, 포장, 대통령 표창 해서 10명에게 추서됐다. 대통령 표창을 받은 한 유가족은 대성통곡을 하던데 맘이 좀 짠하더라.

 

훈포장을 받는 유족들은 맨 앞줄에 앉았는데 아버지 옆에 앉은 할아버지는 자기 부친이 대통령 표창을 추서받았는데...감동이라기보다는 분개의 연속이었다. 보훈처에서 이거 가져오라 저거 가져오라 그러고 제대로 안되니 브로커한테 돈 주고 관계 서류 구비하고, 또 보훈처 공무원한테 급행료도 주고...뭐라더라 지금까지 한 오백만원 썼다나?

 

한국의 현대사란게 워낙 격변을 많이 거쳐 왠만한 가정이면 가족사 자체가 소설로 몇권이지만, 일제에 고생한 집안들은 그 소설 권수가 좀 더 늘어난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비슷한 사람을 또 만난게다.

 

근데 광복절 기념식이 꽤 그로테스크 했다. 기념사를 한 부산 시장, 만세 삼창을 선창한 부산 시의회 의장은 입을 모아 '아펙 이야기'더라. 시장은 임진왜란때도 왜군이 부산에 주둔을 했고 개항도 먼저 됐으니 항일도 부산이 많이 했다는 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를 했고(친일파가 상대적으로 많았을 가능성이 훨 높지) 독립 정신을 이어받아 아펙을 성공적으로 개최해야한다고 중언부언했고 부산시의회 의장도 만세 삼창하러 올라가서 아펙 찬양을 잊지 않더라.

 

골까는 것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부산시립합창단이 올라가서 노래를 부르는데 '그리운 금강산' 뭐 이거야 좀 냉전적 노래긴 하지만 장중하고 이런 행사곡으로 많이 불리니까 그렇다 치고, 그 다음 레퍼토리인 '상록수'는 훌륭했는데...그 다음은 뭔고 하니 CM송 메들리를 부르더라.

 

'손이 가요 손이가 새우깡에 손이가'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팔도 비빔면' '열두시에 만나요 해태 부라보 콘' 그 밖에 '옴파로스' 무슨 이런 노래들을 쭉 부르더라.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광복절 기념식에서 개별 상품과 회사 이름이 나오는 CM송을 부른 건지 도통 이해가 안되더라. 맘 같애선 항의하고 싶었는데 걍 참았다. 내가 부산일보, 국제 신문 같은 부산 지역 언론사 기자였으면 아마 분명히 문제 삼았을 건데...지금까지도 이해가 안된다. 더 가과이었던 것은 CM송 메들리가 이어지니까 광복절 기념식 참석한 사람들이 박수를 치면서 따라 부르려 했다는 것..ㅠㅠ

 

포장증, 건국포장(훈장 비슷하게 생겼더만)이랑 시장이 준 팔목시계를 받았느데 그 팔목시계는 싯가로 약 1만5천원 정도 되 보이더라. 뒷판에는 지 이름은 떡하니 새겨놓고 ㅋㅋ

 

기념식 끝나고 일가들이 기념식장 인근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했다. 나이 든 고모들은 서훈을 기뻐하시고, 이것 저것 구비서류 찾아서 성공했다고 나한테 칭찬하시던데 송구스러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어제 밤 엠비시 뉴스데스크가 사회주의자 훈격 일괄 강등에 대해 리포트 했다. 내 인터뷰는 빠졌지만(잘 됐다는 생각도 든다.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뻘쭘하기도 하고) 조선공산당 책임비서를 지냈던 김철수 선생 손자분 등의 인터뷰가 나왔다. 보훈처 공무원들의 말도 안되는 헛소리도 직접 전파를 탓으면 좋았을 텐데 그건 그냥 기자 리포트로 처리됐고...

 

서훈 받은 것 자체보다 오히려 사회주의자 훈격 강등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부족하나마 매체 몇 군데 보도된 것에 대해 나를 더 칭찬 해주고 싶다. 민주노동당 모 의원실로도 문제를 제기했는데, 거기선 '아이구 그러십니까 우리도 적극 대응하겠습니까'라고 응답했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아마 그 의원은 815 하느라 바쁘고, 국내`국외 사회주의 항일인사들이 이북이랑 그닥 사이가 안 좋게 종결된 탓에 적극적이지 않았으리라 짐작은 된다만...쳇

 

이번 서훈이 고생만 하다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 그리고 할머니 그리고 이 땅에 살아있는 그 분들의 자녀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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