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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선택과 집중이 발휘한 힘

꼭 블로그에 써야지 한 건 아니지만 단상을 정리해 놓을 필요가 있다 싶은게 있었는데 까먹었다가 생각났다. 이 생각이 나서 잠이 번쩍 깼다 ㅋㅋ 그려 에보 말마따나 블로그란게 이런거 쓰라고 있는거 아니겠나

 

지난 주 초 발행된 시사저널이 몇몇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었다. 난 취재와 추석 귀향을 엎쳐서 화요일날 일찌감치 내려갔는데 서울역에서 시사저널 추석합본호를 샀다. 기대를 안고. 곧 언급하겠지만 기대는 충족됐다.

 

보통 부산 가는 기차를 탈 땐 밤차의 경우, 술먹고 그냥 잔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일요신문을 사서 아주 샅샅이 읽고 써먹을 것을 머리속에 쟁여둔다 남는 시간은 씨네21 같은거 본다.. 그것도 아니면, 읽던 것 들고 간다.인데 이번엔 시사저널을 샀다.

 

시시껄렁한 특별기획, 커버스토리와 달리 시사저널 추석합본호는 '삼성완전정복' 이었다. 책 말미 영화, 공연 소개한 대여섯장 빼고는 백여페이지가 전부다 '삼성'...

 

사회부, 정치부, 체육연예부, 모든 기자들이 자기 취재 영역에서 삼성을 뒤볐다. 물론 시사저널 편집장이 스스로 털어놓은 것 처럼 대특종이 있다던가 그런것은 아니었다. 그간 알려진 사실들은 꼼꼼히 정리해놓은 것, 그리고 각 부서에서 삼성을 다각적으로 치다보니 독자 입장에서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 점 등이 크게 다가왔다.(정보를 모으는 것을 넘어 통합의 경지에 이르러 입체적 시야를 주는 것은 내 글쓰기의 강력한 목표중의 하나다. 실제로 성취되는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선택과 집중이 훌륭하게 이뤄줬을때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는지 이번 시사저널은 참 잘 보여줬다. 

 

그 책을 보면서 내가 몰랐던 것을 새로 알게된것은 하나, 구조본 산하의 지대위가 노조파괴공작의 실제 근원이다 라는 것-그러나 이러한 것 하나를 발굴하기가 얼마나 어렵던가? 좌파민중언론을 자임하면서 엄두나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일을 종합지들은 이렇게 해낸다. 딴 동네 일이거니 하고 멍하니 있을 바에야 차라리...- 정도 였다.

 

썩어도 준치라고 , 1960년대 주간한국 창간 그 이후 1980년대 선데이 서울의 전성기를 뛰어넘어 시사주간지 전성시대를 열어젖힌 시사저널의 저력이 여실히 느껴지더라. 김훈도 가고 서명숙도 갔지만 (그러고 보니 이문재도 시사저널 출신이구만)아직 시사저널은 명실이 상부하다. 이숙이 기자나 주진우 기자의 경우  아는 사람은 아는 네임벨류를 유지하고 있잖나.

 

게다가 종이책, 활자의 파워라는게 확 느껴졌다.

 

정확히 계량할 순 없겠지만 아마 내가 요즘 보는 텍스트들의 상당부분은 디지털화 된 것, 아니면 출력물이고 내가 생산하는 텍스트들도 디지털 텍스트다. 기실 원래 난 책의 미래를 믿는 사람인데다 인터넷 매체에서 일하긴 하지만 종이에 대한 애정이 보수적일 정도로 강력한데 이번 시사저널을 보고 그 아련한 짝사랑이 다시 ㅋㅋ

 

또한  시사저널의 삼성 조지기에 비하랴만은 아젠다를 잡아서 전방위적으로 쪼아내는 것을 참으로 하고 싶었고 몇번 시도(?)를 했는데 주객관적 조건이 뒷받침이 안돼ㅠㅠ 번번이 접었었고 X파일 직후 나 역시 '삼성'(!)에 대해 다각적으로 다뤄보자는 의견을 제시(강력하게? 아니면 지나가는 말로?) 했건만 역시...라서 상당히 배가 아팠다. 

 

상업적으로도 성공했을 것이, 듣기에 시사저널 삼성 특집호는 팔리기도 엄청 팔렸단다. 이 책 구하러 몇군데나 다녔지만 못 구했다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을 정도니...또한 나 처럼 귀향길에 이 책을 산 사람들은 아마 고향에 가서 시사저널 이야기에 침이 말랐겠지. 개나소나 시사평론가인 한국 같은 정치공화국에서 이번 추석에서 돈 안되는 노가리 주제중의 하나가 삼성 일 것은 분명하고 시사저널은 톡톡한 효과를 거뒀을 것이다. 단기적이나마 열독율도 높아졌을 것이고.

 

다시 종이에 대한 애정으로 돌아가자면^^  전술했듯이 그런 애정이 넘쳐 자주는 아니지만 각종 활자매체(거의가 기관지지만)에서 글을 부탁하면 신나하는 편이다.(솔직히 말하면 빵꾸 낸적도 꽤 있다ㅠㅠ) 왜 그런거 있잖아 어릴적에 자기 이름이랑 글이 박혀 나온 책을 보면 그게 학급문집이라도 가슴 뿌듯한 거. 그런 촌스러움을 탈피 못했다는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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