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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4/12/07
    그레고리 펙 이란 배우(4)
    molot
  2. 2004/12/05
    나 자신에 대한 족쇄
    molot
  3. 2004/12/03
    노무현의 코스요리, 진보넷의 코스 요리(3)
    molot

그레고리 펙 이란 배우

* 이 글은 NeoScrum님의 [가시리와 Harry Belafonte] 에 관련된 글입니다.

벨라폰테가 두 딸과 함께 그레고리 펙의 장례식에 참석한 사진이 있군요. 전 펙에 대해서 좀 써볼랍니다. 

 



하퍼 리의 유일무이한 출세작이자 장편소설인 '앵무새 죽이기'를 책으로 읽은 사람들 많을 겁니다. 사백몇십 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소설이지만 책 앞 뚜껑을 열면 마지막 장을 넘길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책이죠. 박진감 넘치는 전개 외에도 주제의식, 남부 시골에 대한 흥미로운 묘사, 어린 소녀를 나래이터로 내세운 특이함 등의 뛰어난 장점들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퓰리처 상도 받았을 겝니다. 재작년인가.. 출간 40년을 맞이해 미국전역에서 독서캠페인으로 앵무새 죽이기 다시 읽기 운동을 벌이더군요.

동명의 영화도 참 유명한데요. 영화는 글쎄요...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박진감 넘치는 장면에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는 박진감 나는 음악^^이나 너무나 반듯한 모습들이 약간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관객을 쥐었다 놓았다 하지요. 앨런J 파큘라가 제작했다지요. 이 영화를 테잎이나 디비디로 보긴 그리 쉽지 않은데 가끔 EBS에서 해줘요. 그리고 EBS영화의 장점 중 하나는 더빙 대신에 캡션을 보여준다는 점인데..그레고리 펙의 낮게 깔리는 목소리도 멋집니다.

 

아파르트헤이트와 별 다를바 없던 미국남부의 인종 차별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본 이 영화는 62년 작품입니다. 미시시피 버닝 같은 영화가 주제의식 면에서 더 뛰어날 순 있겠지만 제작년도를 감안해본다면 이 영화는 더 대단하죠. 남북전쟁과 노예해방의 상징이 엉클 톰스 캐빈 이었던 것 처럼 흑인민권운동과 반전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위대한'60년대를 시작한 소설/영화를 '앵무새 죽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레고리 펙..이 사람만큼 기품과 신사다움 이라는 두 단어가 어울리는 배우를 찾기 힘듭니다.(뭐 어차피 스크린에서 나타난 모습이긴 하지만요. 게다가 잘 나가던 미국의 잘나가던 배우라는 한계점도 있지만)
모비딕, 나바론의 요새, 케이프 피어(이 영화에서 로버트 미쳠과의 불꽃튀는 대결에 비하면 리메이크 작에서의 로버트 드 니로와 닉 놀테의 대결은 새발의 피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로마의 휴일...아 또 오멘도 있군요. 연기변신이 너무 부족했던 건 아닌가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배우의 흐트러진 모습을 영화 안에서든 밖에서든 찾기 힘들죠.

AFI는 '앵무새 죽이기'에서 그레고리 펙이 분한 '애티커스 핀치'를 미국 영화 백년 사상 최고의 영웅으로 선정했습니다. 펙에게 오스카를 안겨준 '애티커스 핀치'는 소설에서나 영화에서나 신사다움, 유머, 따뜻함, 자녀에 대한 사랑,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 정의감의 화신입니다. 너무 완벽해서 리얼리티가 떨어져 보인다는 것이 흠인데 펙의 아우라는 그 흠결을 메우고도 남음이 있지요....

 

독립기념일에 직접 전투기에 올라타고 외계인을 공격하는 대통령, 전용기를 납치한 테러리스트를 다 때려잡는 싸움 잘하는 대통령, 가족의 소중함을 설파하며 수백명을 파리 잡듯 잡아버리는 LAPD등등 요즘의 유치한 영웅들을 두고 가난한 시골 변호사를 최고의 영웅으로 선정한데서 그나마 헐리우드의 저력 혹은 무서움을 느낄 수 있더군요.

펙은 스크린 안에서 뿐 아니라 스크린 밖에서도 영웅(?)의 면모를 지켜나갔었습니다. 총기협회 회장으로 온갖 오버를 다 떠는 찰턴 헤스턴에 비교하면 그의 모습은 더 돋보이죠. 아마 미국 암협회 회장을 역임했던 것으로 기억이 나고 자신의 아들을 베트남 전에 참전시켰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은 반전시위에 앞장섰고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국민의 도리는 다하지만 국가가 잘못한 일은 반드시 지적해야만 한다'고 이야기 하면서요.

 

이즈음에 민주당에서 펙을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밀어야 된다는 운동도 있었을 정도라고 하니...

80년대 레이건이 스타워즈 계획이다 뭐다 하는 진짜 영화 같은 군비 확충으로 구 소련을 압박하던 시절 70의 노구를 이끌고 고르비의 초청을 받아 소련을 방문해서 핵 없는 세상과 인류의 생존을 외치며 전략핵무기 감축에 관한 고르비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기도 햇습니다. 같은 영화배우 출신의 캘리포니안 레이건과는 참 다르죠. 게다가 레이건은 배우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이자나--;;

스크린 쿼터제에 관한 안팎의 갈굼이 거세어지고 전세계를 획일화 시키는 헐리우드의 해악을 입에 거품 물고 씹어대면서 헐리우드 배우를 보며 입을 헤벌리고 있는 이중적인 내 자신이 좀 우습기도 하고 펙의 모습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백인 영웅에 대한 미국언론의 지나친 호들갑도 분명히 들어 있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이런 배우 참 괜찮잖아요.

'나를 박애주의자로 규정하는 것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단순히 내가 믿는 행위에 참여할 뿐이다.' - Gregory Peck (1916.4.5 ~ 200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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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에 대한 족쇄

나는 글 쓰는 것을 힘들어 하는 사람이 아니다, 혹은 아니다 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말이지...취재 뒷다마 디렉토리에 글을 못 쓰고 있는지 한 참 됐다. 이주가 넘어 삼주가 가까이 되네...

 

써야지 써야지 하는데 정리를 못하고 있다. 너무나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내 컴퓨터^^도 인푸팅 되는 것들을 정리해서 아웃푸팅 못하고 있다. 제기랄 정리 못하고 넘어 가는 것은 그냥 묵혀져 버릴 것이라는걸 잘 아는데... 이런 것이 '그들' 이 역사를 정리해온 방식이었고 우리가 역사로 부터 소외 당해온 경과임에 다름 없다. 총파업 혹은 총파업 유보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들었던가? 사관(?)으로서라도 내겐 책임이 있다. 연합 기자보다도 더 많이 듣고 봤으니까...

 

미디어 종사자로서 느낌과 실천의 괴리... 내 자신이 그 작둣날을 밟고 있다. 힘들어도 꼭 정리하자. 스스로에 대해 족쇄를 채우고자 이 글을 쓴다.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하도록. 영향력 작은 매체의 기자는 이렇게 안팎으로 힘들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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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코스요리, 진보넷의 코스 요리

다음은 지난 1일 버킹엄 궁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얻어먹은 식사에 대한 기사의 일부분이다. 연합 발로 보내진 이 기사는 거의 모든 언론을 장식했다. 오X이 뉴스 같은 곳에서는 이런 환대가 우리 나라의 국제적 지위를 상징하는 감격적 사건 이라는 식의 쌍팔년도 스러운 노비어천가를 불러제꼈고..

"메뉴는 꿩 수프에 연어 요리를 곁들인 가자미 필레과 새우에 이어 이른바 `메인디시'(주요리)로 버섯을 곁들인 사슴고기로 짜여졌다.

그리고 감자와 강낭콩, 양배추 볶음, 오이와 허브 샐러드, 파인애플 아이스크림, 과일 디저트와 커피까지 모두 7개 코스로 이어졌다.

여왕이 1953년 즉위식때 사용한 고풍스런 유리잔 등이 놓인 테이블에는 식욕을돋우기 위한 반주로 쉐리(sherry)주와, 아이스크림과 곁들여 먹는 디저트로 포트(port) 와인이 준비됐으며 샤또 그뤼오 라로스 상 줄리앙 1985년산 적포도주와 백포도주도 놓여졌다.

그릇은 1770-89년 프랑스산인 투르네 서비스 스위트, 1876년 산인 빅토리아 &앨버트 디저트 서비스 등이 사용됐고 식사를 하는 동안 슈베르트의 `밀리터리' 행진곡과 백파이프 연주곡 등 모두 14곡이 연주돼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

 

필레라..어류의 경우 척추뼈 제거하고 포를 떠서 가운데 골을 중심으로 두 쪽으로 나눈 것을 필레라 하는데 '연어요리를 곁들인 가자미 필레' 라 하니 먼 모양인지 잘 그림이 안그려진다. 꿩 수프 이후에 애피타이저(오르되브르)와 앙트레 와 메인 디쉬 사이의 생선요리로 가자미 필레가 나온 모양이다. 색깔을 내기 위해 연어를 곁들인 모양이고..

 

아마 윗 기사는 보도자료를 보고 썼거나 누구한테 물어봐서 쓴 모양인데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쉐리주는 식욕을 돋구기 위한 술은 맞지만 반주라기 보다 아페리티프(식전주)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샤또 그리외 라로스 상 줄리앙이 반주인게지. 붉은색 포도주는 메인디쉬(사슴고기)를 위한 것 이고  백포도주는 아마 가자미 필레를 위한 것이겠지?

 

그리고 '아이스크림과 곁들여 먹는 디저트로 포트 와인이 준비됐다'는 것도 좀 이상하다. 메인 디쉬 이후에 샐러드, 프로마주(치즈)에 이어 파이, 케잌, 아이스크림 등을 디저트로 먹고 커피와 코냑으로 마무리하는게 정식 코스에 가깝다. 따라서 위의 코스에 대압시켜 보자면 오이와 허브 샐러드에 이어 파인인애플 아이스크림과 과일이 서브 되고 곧 커피와 포트 와인이 마지막으로 서브 됐을게다. 포트와인은 일반 와인에 비해 단맛이 강한 와인이다.  아이스크림 직후에 포트 와인을 먹는것은 맞지만 이것을 곁들여 먹는 디저트로 말할 수 있을까? 논란의 여지가 크다.

 

그저께 벌어진  진보넷 6주년 행사장에서도 코스 요리를 진행할까 했었는데 여의치 못했던 것이 아쉽다. 만일 내가 코스 요리를 준비했다면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나올 수 있겠지. 내년엔 꼭 이런 기사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

 

"아페리티프로 선운산 복분자주가 나온 후 브로컬리 크림 스프에 이어 차가운 하몽(스페인식 돼지 뒷다리 햄)이 전채로 나오고 앙트레로 캐비어를 뿌린 시칠리아식 문어요리가 서브됐다. 버섯을 곁들인 볼로냐 물소치즈와 트뤼후로 향을 낸 송아지 립 스테이크가 메인디쉬로 매실주, 차가운 물로 희석한 안동소주와 함께 나왔다.  연두부 소스를 뿌린 배추속과 두부 가지 그라탕이 서브 요리로 나왔다. 두릅과 석이 버섯 샐러드에 이어 임실 치즈를 프로마주로 내놓았다. 후식으로는 색깔별로 오미자 화채, 식혜 셔벗, 수정과 셔벗이 나와  취향에 따라 선택 할 수 있게 했고 VSOP급 코냑으로 마무리 됐다. 식사 하는 동안 조국과 청춘의 "청년의 기상' "통일 선봉대 찬가" 노래공장의 '들불의 노래' 류금신의 "비정규직 철폐가"등이 연주돼 참석자들의 다양한 정치적 취향을 세심하게 신경쓰며 투쟁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여튼 노무현은 저렇게 비싼 음식 먹으면 얌전히 있다 올 것이지 또 사고 쳤다. 기사참조-(http://media.jinbo.net/news/view.php?board=news&id=31521) 영국 다음에는 폴란드라는데 거기 가선 무슨 말 할지 궁금하다. 그냥 거기서 쭉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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