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밤새 모기 한마리가 잠을 설치게 한다. 여행에서 가장 위협적인 것을 꼽는다면 더운지방에선 단연 모기가 현실적인 위협세력이다. 오늘은 구정 설날이다. 캄보디아는 특별하게 구정을 세는거 같지는 않다. 나와 거리 식당에서 밥에 고기 몇 점과 계란 프라이 하나 곁드린 덮밥을 먹었다. 여기는 한국같이 밥과 국에 여러가지 반찬, 이렇게 먹지 않고 단촐하다. 이거 먹고 무슨 힘을 쓸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고송밥에 찌게와 나물, 갖은 반찬이 떠오른다. 

 

2.

오늘은 버스를 타보자. 버스정류장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가 안온다. 지나가는 버스도 없다. 어제의 반대쪽으로 걸었다. 로타리가 나오고 옛 운동장이 보인다. 운동장은 이제 쓰이지 않나보다. 앞쪽 길이 봉고차 정류장인가 보다. 여기서는 봉고차 안에 묘기처럼 사람을 많이 태우고도 부족해 봉고차 위에도 사람을 싣는다. 아슬아슬해 보이는데 여기서는 자연스럽다. 오늘은 강가쪽으로 쭉 걸어 내려가보자. 화물창고들이 보인다. 이건 바다에 익숙한 것인데 여기는 메콩강 줄기를 통해 수상운송이 아직 강한가 보다. 화물창고 맞은 편으로 뭐라고 불러야 하나, 직업여성들이 나에게 뭐라고 손짓을 한다. 모른척하고 계속 걸어가니 맛사지 가게들이 나온다. 5000리알이라고 써 붙어 있다. 상체에 온통 문신을 한 남자가 여성에게 맛사지를 받고 있다. 아줌마들이 맛사지 받고 가라고 손짓을 한다. 중국에서 한번으로 족하다.

 

3.

목이 마르고 덥다. 한 간이 맥주집에 들어갔다. 무슨 브랜드 인가 맥주 한캔에 2500리알이다. 옆테이블에는 한 남자와 여기 종업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술을 먹고 있다. 매상을 올리기 위해서 연신 건배를 하며 술 먹는 속도가 빠르다. 술도 재미로 먹어야 되는데 일로 먹으면 몸이 축날텐데... .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아줌마가 뭐라고 한다. 아가씨와 방이 있다는 말인거 같다.

고개를 젖고 죽 걸어 내려오는데 여행자 터미널이 있다. 날렵한 배들이 보인다. 터미널에 티비 한대가 있고 내가 작년초에 즐겨보았던 실전 격투기중 가장 하드코어적인 UFC경기를 보여준다. 이거 한 두번 보다보면 각본있는 프로레스링은 재미없어 못 본다. 캄보디아 남성들이 여기에 빠져 있다. 씨엡립가는 고속여객선이 있다. 25달러란다. 버스로는 5불이면 가는데 아쉽다.

 

4.

웨트 프놈펜에 도착했다. 프놈펜에서 여기가 유일한 언덕이란다. 중국도 그렇고 정말 평평한 평지의 도시들이 많다. 가보진 않았지만 인도가 떠오를 정도로 거지들이 계단 양쪽으로 죽 늘어서 있다. 사람들이 붐빈다. 길다란 향을 사서 절을 올린다. 웨트란 말은 사원이란 말이라 한다. 사원안에는 향 연기가 햇빛에 이리저리 날린다. 향과 함께 작은 새를 여기저기 새장에 가득채워 팔고 있다. 가이드 북에는 이 새는 다시 주인에게 돌아오도록 훈련되어 있다고 한다. 이거 남는 장사다. 내려와 밴치에 앉았는데 뻥튀기 과자를 팔고 있다. 여기 방식은 하나하나 반죽을 해와서 불에 살짝 굽는 방식이다. 얼마인지 몰라 500리알을 내미니 5개를 싸준다.

약간 탄맛이 느껴지는데 한국 뻥튀기와 비슷한 맛이다.

 

5.

다시 강가로 나갔는데 마침 여기도 인터넷룸이 있다. 들어가 앉으니 강가의 풍경도 쳐다 볼 수 있다. 이곳을 이용해야 겠다. 오늘은 네셔널 박물관만 둘러보자. 박물관 근처에서 면을 콩나물과 함께 볶아 내오는 길거리 음식과 대나무 주스한잔을 사먹었다. 대나무 안쪽의 즙이 이렇게 달수가 있나? 훌륭한 생나무 주스다. 내셔널 박물관은 입장료가 약간 비싼 3불이었다. 박물관은 아담한 자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 중간에는 정원이 있다. 이 구조가 정말 마음에 든다. 하나의 소우주를 집으로 표현한 것이 ㅁ자 집인거 같다. 나중에 은퇴하면 시골의 ㅁ자 집을 어떻게 좀 하면 좋겠는데 그때까지 그런 집들이 남아있을지 모를일이다.

 

6.

박물관은 앙코르유적지에서 가져온 유물들로 가득차있다. 그당시 남녀를 표현할 것일텐테 어찌 이리 허리선이 날렵한가? 계속 돌기로 했다. 한 6~7바퀴쯤 돈거 같다. 돌때마다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한번에 그 모든것이 눈에 들어올 수 없다. 박물관 안을 나와 외관을 보았다. 처마 끝이 하늘로 날라가는 모양이 독특하다. 덧없습이 느껴진다. 이 처마가 쳐다보이는 노천카페에서 맥주 한캔 사먹고 나왔다.

 

7.

센트럴 시장은 문을 닫고 있었다. 여기도 제본한 책들을 팔고 있다. 앙코르에 대한 책인데 흑백복사는 2달러 칼라복사는 5달러다. 수준있어 보이는 캄보디아 지도도 복사한 것으로 보인다. 약간 흥정을 해서 샀다. 인터넷 룸에 다시가 베트남 일기를 올리고 숙소로 걸어 들어갔다.

마음에 맞는 식사거리가 없다. 바케트햄버거 하나를 사서 방에 들어와 먹었다. 산 책을 좀 들쳐보다 잠이 들었다.

 

 

* 050209 (수) 여행 76일차

 

(잠) 프놈펜 북쪽 뱅칵 호수 그린 사이드 게스트하우스 욕실없는 싱글 3150원 (3불)

(식사) 아침 고기계란 덮밥 500원 (2000리알)

          점심 볶음콩나물면, 대나무주스 700원 (2800리알)

          저녁 바케트햄버거 400원 (1500리알)

(입장) 내셔널 박물관 3150원 (3불)

(간식) 맥주캔 650원 (2500리알)

          물 1개 100원 (400리알)

          바나나 튀김 250원 (1000리알)

          뻥튀기 과자 130원 (500리알)

          파인에플 한조각 50원 (200리알)

          카페 맥주한캔 1050원 (1불)

          바게트빵 반쪽 200원 (800리알)

          밀크 음료수 750원 (3000리알) 

(기타) 인터넷 2300원 (9300리알)

          앙크로 소개책 4200원 (4불)

          앙크로 역사책 캄보디아지도 7350원 (7불)

 

....................................................... 총 24,93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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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5 16:05 2005/02/2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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