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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전리군 신간 토론회가 6월 9~10일 홍콩에서 열리는데, 구체적인 일정을 처음 받았다. 어떤 논의를 어떻게 거쳐서 결정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조금 이상한 느낌이다. 공식적인 참석 요청을 받은 적도 없고, 어떤 부분에 대한 발표를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둘째날 <또 하나의 역사>에 대한 해석 두번째 토론에서 발표를 맡게 되었다. 서울대 중문과의 이정훈 교수도 같은 세션에서 발표를 한다. 다른 종합토론에는 백영서 교수도 참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참가자들의 면면을 보면 문화연구나 사상연구를 포함하지만 대체적으로 문학연구를 중심으로 훈련받은 연구자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일본의 중국연구자의 반응도 궁금하다. 나는 우선 문학사 연구에서 역사 연구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제기된 방법론에 따라 쓰여진 '또 하나의 역사'가 갖는 차별성을 몇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검토하는데 집중하는 글을 준비하게 될 것 같다.

 

지난 주말엔 여성영화제 통역을 도우러 갔다가 재미있는 작품도 보고 권 감독도 알게 되었다. 남성과의 관계에 있어서 '소유' 자체를 문제화해서, 여성적 고유성과 주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메시지가 매우 귀엽게 전달되었는데, 내 생각 속에서는 이 메시지가 다양한 주체성이 보수적인 집단적 가상에 억압되는 지점에서 충분히 원용될 수 있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사실 이 문제는 노신과 전리군 선생이 '개체'의 독립성과 주체성을 이타주의에 우선시하는 것 또는 그 전제로 삼는 것과도 관련된다.

 

한편 1960년대에 이미 대만을 매개로 해서 홍콩, 싱가폴 및 동남아시아와 상호 연결된 한국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당시 영화사 제작자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잠깐 들을 수 있었는데, 참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식과 참조점이 서구 또는 미국에 고정되어 있던 '냉전' 기간을 문제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참조점의 다원화로서 '인터-아시아'라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냉전' 시기에도 '인터-아시아'는 완전히 단절되지 않았으며, 일정하게 '국제적인' 조건이 형성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탈냉전에 들어와 자본의 지구화 및 지역적 재구조화 그리고 이주노동자 흐름의 인터-아시아적 형성 등을 통해서 아시아를 내부로부터 다시 이해하고자 하는데, 이와 같은 역사는 겉으로 보기에는 '냉전'의 효과에 불과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국제적 흐름은 단순히 정치 이데올로기나 또는 상업적 목적에만 갇히지 않는 다양한 효과를 낳기 때문에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재조명하는 것은 냉전의 역사를 새롭게 이해하는 또 하나의 자원이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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