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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과 내전 그리고 분단/냉전의 동아시아

제목은 이렇게 붙여봤지만, 그에 대한 충실하고 풍부한 서술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없고, 그럴만한 상황도 아니다. 그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설적으로 던져보는 것일 뿐이다. 제목이 이렇게 길어진 것은 분석적 수준에서 그 어느하나에 선험적으로 중요성을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이고, 실제로 그런 왜곡된 역사서술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이들은 분단/냉전을 식민과 분리하기도 하고, 역으로 식민을 그 이후의 내전 및 냉전과 분리하여 사고하기도 한다. 전자가 당대의 탈역사화된 정치중심적 사고라면, 후자는 당대를 모순을 회피하거나 또는 역사를 통해 당대를 우회하는 역사학자의 자생적 정치학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특히 식민과 내전을 거친 이후 분단과 냉전의 조건 하에서 사상적 작업의 전통은 일정하게 강제적으로 단절되는 과정을 겪었고, 이는 서구적 현대성을 정신적으로 제도적으로 모두 내재화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러한 가운데 일정하게 식민적 경험과 연관되는 대안적 비판사상 자원을 찾는 노력들이 진행되었는데, 남한에서 선택된 참조점은 일본이었던 것 같다. 본래 반제국주의/반자본주의/탈현대적 전망을 가졌던 동아시아의 국제주의는 냉전으로 인해 기본적으로 와해된 가운데, 남한에서는 일본이라는 매개를 통해 비판 사상을 재구성하고자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일본의 좌익과 일본 사상 전반이 갖는 어떤 전형성(아마도 좌익/우익 보편주의)은 궁극적으로 그 참조 효과를 제한했던 것 같고, 남한에서 그 효능이 적지 않았음에도 궁극적으로 남한 내부의 개별성을 역사특수적으로 조망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물론 일본 내부에 이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당시 이러한 논의는 그다지 적극적으로 소개되지 않았고, 그것이 훗날 조금씩 소개되었지만, 이 역시 식민과 내전 및 분단의 역사적 경험을 겪지 않은 일본 사회의 맥락에서 진행되는 비판과 반성은 역시 한계적이다. 본래 일본을 통해 서구 비판사상을 접했던 남한은 탈냉전과 맞물리면서 점차 일본이라는 매개를 거치지 않고 직접 서구를 지향하게 되는데,지식 사상적 주체성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일본이라는 매개를 거쳤던 시기에 대한 성찰 없이 서구로 직접 진입하게 되었다. 이 효과는 무엇일까? 결국 1970년대 이후 대학과 연구기관을 통해 양성된 해방 이후 또는 한국전쟁 이후에 출생한 세대들 가운데는 '사상가'가 존재하지 않고, 학문적 주체성을 갖는 고유한 이론이나 학파도 출현하지 않게 된다.

 

흥미롭게도 소련과 동구의 몰락과 맞물리면서 모종의 '전반서화'가 진행되었던 90년대, 특히 1992년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시기이기도 하다. 사실 그동안 냉전으로 배제되었던 중국이 열리게 된 것인데, 주의할 것은 이 중국은 이미 1980년대 이후 학문적 미국화 또는 서구화가 대대적으로 진행된 중국이라는 점이다. 현재 중국의 학문 체제는 문혁 이후 사회주의 전반기 30년에 대한 전반적 부정으로 출발했고, 1990년대에 접어들어 기본적으로 서구적 참조체계를 중심으로 서구를 모방하고 내재화한 연구풍토와 연구자들이 대규모로 출현하게 된 듯 하다. 물론 중국적 전통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개방은 다시 중국의 지식인을 서구와 직접 대면하게 하면서 중국/서방이라는 기본적 이원구도 속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사유하도록 하였고, 1990년대의 신좌파/자유주의 논쟁은 그런 맥락에서 중국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주목 받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북한을 인식론적 층위에서 충분히 내재화하지 못하는 남한에서 중국이 일본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역사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참조대상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중국을 주체적으로 이해하고 참조하기 위해 1980년대 이후의 보편주의/특수주의적 흐름을 성찰하고, 다시금 1949년 이후의 모택동 시기를 재조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볼 때, 2012년 전리군錢理群이 남한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게 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특히 전리군이 정신사 3부작을 거쳐, 최근 출판한 <또 하나의 역사>는 바로 이러한 성찰을 거친 이후에 새로 쓰여진 역사서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서 남한에서 참조할 수 있는 성찰의 지점이 몇 가지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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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안적 역사인식과 역사서술; '당대' 속으로

- '20세기 중국문학'

- '정신사 3부작'

- <또 하나의 역사서사>

2) 문학정치론: '노신좌익'

3) 민간의 계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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