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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4

마음 속으로는 조금씩 상해를 떠날 준비를 한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짧지도 않았던 세 달의 시간이었는데, 이제 2주 좀 넘게 남았다. 번역도 계획 만큼은 못했어도, 2/3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나름 선방했다. 물론 초역이라 앞으로 많이 손을 봐야겠지. 한편, 작은 논문도 하나 완성 중인데, 이는 뜻 밖의 수확이다. 물론 조심스럽다. 상해에서 만난 여러 중국인들 덕분에 일정한 이해와 편견을 가지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나와 비슷한 영역의 사람과 상대적으로 매우 이질적 영역의 사람들과 대화하며 이를 대조해보는 것 역시 흥미로운 일이었다.

 

근래에 더욱 느끼는 것이 공부하는 일이 외롭기도 하고, 외로워야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공부라는게 둥글게 둥글게 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여러 관계를 거치고 그 속에서 작업이 진행되더라도 궁극적으로 나 자신의 주체적 능동적 판단이 있어야 말을 하고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유성이나 독자성을 상호 인정하면서도 협력하는 자세가 중요할텐데, 아직까지는 차이를 드러내는 단계에 머물러 있고 그럴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계속 좌충우돌이 반복되는 상황이고, 맘에 드는 것은 별로 없는 상황이다. 아직 젊은건가. 이 고민을 이론적으로 정리해 볼 계획을 세운지도 좀 되었다. 번역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착수해보자. 새로운 것들을 더 찾아보기 보다는 기존에 접했던 것을 좀 더 심화하고 초벌적인 나 개인적 독자적 문제의식과 이론 구도에 집어 넣어 그 내부의 긴장들과 한계들을 드러내 보자. 이렇게 해서 어떤 새로운 '문화연구'의 방향을 가설적으로 제시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것이 자격고사의 첫 과목의 주제이자 과제가 될 것이다. 경향으로 갖고 있는 투박한 것들을 이론적으로 표현하고 설명하면서 동시에 이론으로부터 빠져나오는 작업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내년 초 쯤 되어야 어느정도 정리될 듯 하고, 다시 반 년을 준비해서 세부주제에 대한 자격고사를 거치면 2012년 말쯤 될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박사 논문 쓰기를 시작하면 2014년 초는 되어야 마무리가 될 듯 한데, 그래도 이렇게만 된다면 마흔 이전에 끝날 것 같으니, 2007년 처음 대만에 올 때의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그런 다음이 더 문제이기는 하다. 갈수록 한국에 바로 돌아가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을 하게 된다. 나와서 공부하는 동안은 장학금 덕분에 적어도 나 개인의 먹고 사는 문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이 기간은 사실 예외적인 시간임을 잊은 적은 거의 없다. ... 그런데 또 가끔은 문득... 난 즐겁게 살고 있나? 하고 묻게 된다. 행복하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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