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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소득의 분리에 반대한다.] 에 달린 답글들에 답하여 이어지는 글.
소득의 권리가 있다는 것은 당연하고 또 동의합니다. 그런데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그러한 소득과 노동이 분리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연관 속 존재'라는 이유만으로 소득을 보장해 준다는 것은 분명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상적인 사회를 상상할 것도 없이 지금도 얼마든지 있는 일입니다. 수많은 '불쌍한' 사람들이 가족, 이웃, 국민,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혜택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꼭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실업 상태에 빠져서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소득은 보전해주는 것은 물론 필요한 일입니다. 신자유주의는 이것마저도 줄이자고 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이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죠. 다시 말해서 실업자는 노동하지 않으니 소득도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노동과 소득의 분리'라는 말이 의미가 있다면, 이러한 주장에 대한 반대로서 기능할 때일 것입니다. 노동하지는 않아도 그들은 '사회적 연관' 속에 있기 때문에 최소한 먹고 살게는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세금을 내는 부자들과 정책을 결정하는 관료들의 선의를 바라는 것보다는 "그들은 직접적으로 노동하지는 않아도 어떤 형태로든 사회적 생산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훨씬 떳떳하긴 할 것입니다.
노동과 소득의 분리에 선한 취지가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노동할 권리를 지키기가 너무 어려워진 나머지 이를 일정정도 포기하고, 대신 소득을 얻을 권리만이라도 수호하자는 것이라면 지나치게 소극적인 것일 뿐더러 때로는 반동적이기도 한 것이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정작 우리가 주장해야 할 것은 "실업자도 소득을 얻을 권리가 있다"가 아니라 "모든 사람은 노동할 권리가 있다"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기서 모든 사람이 노동할 수는 없고, 실업자가 생겨날 수밖에 없지 않는가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주 고전적인 대안이 있습니다. 바로 임금 삭감없는 노동시간의 단축이죠. 다시 말해 노동시간은 줄어들지만 이와는 분리되어 소득은 줄어들어서는 안되며, 또한 누구도 노동할 권리를 박탈당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소득은 노동시간과는 분리되어야 하지만, 노동과는 분리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미류님이 "소득의 원천으로서의 노동을 강조할수록 자본주의의 임노동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하신 것은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노동시간은 단축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것을 지금처럼 노동자에게는 이전보다 더 긴 초과 노동시간을, 실업자에게는 0의 노동시간을 강제하고 그 노동시간에 따라 소득을 분배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반대로 모든 사람이 노동할 권리와 의무를 갖고 그와 연결된 소득을 얻는 한편, 노동에 얽매인 시간을 평등하고 지속적으로 감소시켜 가는 것 그것이 자본주의로부터 벗어나는 길이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지난 번 글에서 "'임노동'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활동들이,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노동'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썼던 것은 확실히 잘 못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울얼거림님과 미류님이 '활동'이 더 어울릴 것이라고 하신 지적은 정확합니다. 그런데 위 문장에서 '노동' 대신 '활동'으로 바꾼다면, 사실 제가 반대하고자 했던 '노동과 분리된 소득의 보장'과 비슷해져 버리는군요. 이점에서 실수와 모순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울얼거림님이 블로그를 예로 드시는 것은 정말 재밌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던 중입니다. 포스팅을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노동이라고 본다면, 그 노동에 대해서 누가 어떻게 보상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말입니다. 울얼거림님 말씀대로 포스트 하나당 얼마씩을 지급하는 방식도 이상하지만, 블로거라는 이유만으로 포스팅과 무관하게 지급하는 것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얘기를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다바리(newtimes)님이 언급하신 노동연계복지 또는 생산적복지에 대해서는 저는 반대합니다. 노동과 연결된 소득은 복지와는 무관한 것이니까요. 복지를 말하며 실업상태를 기정사실화 하고 그것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동시에, 그것이 뭐 대단한 시혜인양 공공근로와 같은 불필요한 노동을 강제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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