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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10/16
    다음 여행의 목적지(14)
    지음
  2. 2007/10/16
    유럽의 우리집들(2)
    지음
  3. 2007/10/09
    유럽에서의 마지막 날(17)
    지음
  4. 2007/10/02
    Farewell to Andre Gorz(4)
    지음

다음 여행의 목적지

라마단 기간을 마무리하는 최대의 명절 하리라야로 쿠알라룸푸르는 한산합니다.
친구들도 고향으로 많이 내려가서 늦게 올라오는 친구들은 얼굴도 못보고 이곳을 떠나겠군요.

17일 오전에 출발해서 쿠알라룸푸르 공항까지 약 70km의 고속도로!를 달려야 합니다.
18일 새벽 1시경에 비행기를 탑니다.
그리고 오전 8시 40분에는 다음 여행의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바로... 대한민국 서울이지요.

근 1년동안을 돌아다녔지만... 어딘가 한동안 머물다가 다시 자전거를 타고 떠나려고만 하면...
언제나 새로 여행을 시작하는 흥분에 잠을 이루기가 어렵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길은 괜찮을까... 너무 힘든 고개에서 지쳐버리지는 않을까... 아찔하게 달리는 차들에 지레 겁을 먹지는 않을까...
새로 만나게 될 땅과 도시는 어떤 곳일까... 몸뚱아리 누일 곳은 있을까... 뭘 먹을 수 있고 뭘 먹어야 할까...
어느 구석을 돌아다니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무엇을 하고 싶고 또 무엇을 해야 할까...
말이 통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서로의 말을 배우고 가르치고 그렇게 서로 소통할 수 있을까?

지도 한장 달랑 들고 맞닥뜨렸던 여느 도시들처럼, 서울도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아직 잠자리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일단은 고맙게도 그냥 재워주신다는 사람들 집을 전전하는 와중에, 바쁘게 집이든 절이든 장기간 머물 곳을 알아봐야죠.
무엇을 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책도 읽고, 인터넷도 쓰면서 정보를 모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며 계획을 잡아봐야죠.

우리의 여행이 여행이라기보다는 조금 색다른 또 하나의 삶이었던 것처럼...
새로 시작하는 삶 또한 조금 색다른 여행이 되었으면 합니다.
삶같은 여행, 여행같은 삶.

대한민국 서울.
우리같은 자전거 여행자에게 결코 만만한 도시는 아닙니다.
인구 천만이 넘는 공룡같은 도시.
집 임대료는 살인적으로 높고, 텐트 칠 빈 땅 하나 없는 도시.
자전거를 타고 몇시간을 달려도 빌딩 숲을 벗어나지 못하고 밭 한뙈기 찾아 보기 힘든 도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저렴한 먹거리,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채식 식당 하나 없는 도시.
자전거 메신저는 커녕 자전거 타고 시내를 돌아다느는 데만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도시.
그저 생활!하기 위해서 세계 최장 시간의 노동을 해야 하는 도시.

하지만 그동안의 여행/삶에서 쌓은 경험으로 잘 헤쳐나가 볼랍니다.
사는 데는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아무리 힘든 길에도 숨돌릴 곳은 있고, 오르막 뒤에는 내리막이, 내리막 뒤엔 오르막이 있기 마련이라는 것.
끝이 없어 보이는 먼 길도 그저 다음 한 번의 페달을 밟다보면 어느새 도착해 있다는 것.
목적지보다는 길을 즐겨야 지치지 않고 오래 달릴 수 있다는 것.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불쑥 나타나 도와줄 구세주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것.
보고 싶고 보려고 애쓰면 보인다는 것...
이것들이 우리의 삶/여행에서 배운 것들(의 일부)입니다.

대한민국 서울.
기대가 됩니다.
무엇보다도 말과 말 이상의 무엇이 통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이 있거든요.
벌써부터 만나자는 사람들, 재워준다는 사람들이 넘쳐서 아주 행복합니다.

그리고 시간은 넉넉합니다.
이번 여행지에서는 좀 오~래 머물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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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우리집들

유럽에서의 191일동안 의 잠자리입니다.
어느 한 곳 사연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만, 일단은 간략하게 정리해 봤습니다.

숙소 구분
교통
노숙 49 
캠프 21 
캠핑장 11 
스퀏
카라반
방문
친구 집 41 
새 친구 집 28 
24 
초대
총합계 191 

워낙 숙소가 다양해서 카테고리를 나누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지금 다시 구분을 해도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어쨌든.

'교통'은 기차, 배 등 교통수단에서 잔 날.
'노숙'은 말그대로 노숙한 날.
'캠핑장'은 상업적으로 캠핑할 자리를 대여하는 곳에서 잔 날.
'캠프'는 로스톡 Anti G8 캠프, Earth First 캠프, Climate Action 캠프 세 곳에서 텐트치고 잔 날.
'스퀏'은 빈집 들어가서 잔 날. 친구들이 스퀏한 곳에 얹혀 잔 것은 제외.
'카라반'은 누가 비어있는 캠핑카에서 자게 해 준 날.
'방문'은 무작정 쳐들어가서 자게 해달라고 한 날.
'새 친구 집'은 현지에서 알게 된 친구들 집에서 잔 날.
'웹'은 warmshowers.org hospitalityclub.org globalfreeloaders.com 등 웹을 통해서 연락해서 구한 곳에서 잔 날.
'초대'는 우연히 길에서 만난 사람이 재워 준 날.

'스퀏', '카라반', '교통'이 실내냐 실외냐가 애매하고, '새 친구 집'이나 '방문', '초대' 등은 마당에서 텐트를 치고 잔 날도 있기 때문에 역시 애매하지만.
굳이 실내와 실외를 구분하자면, 각각 97일과 94일
텐트에서 지낸 날들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더 길게 느껴졌는데, 실제로는 실내에서 잔 날이 약간 더 많았군요.

결국, 상업적인 숙소에서 잔 날은 딱 11일. 숙박비를 낸 날은 그 중에서도 하루를 빼고... 10일.
정확한 가격은 가계부를 봐야 하지만 대략 150유로. 20만원.
6개월이 좀 넘었으니까 한 달 월세가 3만원 정도네요.
사실 이것도 초반에 비가 많이 내릴 때 집중되어 있을 뿐, 마지막 석달은 한 푼을 안썼네요.

아래는 참고로 '노숙' 49일을 장소에 따라 구분해 봤습니다.

숙소 구분
공원 16 
길가 11 

강변
쉼터
빈땅
해변
기차역
놀이터

정원
호숫가

유럽에서 오래 살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
전에도 한 번 포스팅 한 것 같지만... 모두 다 우리집입니다.

물론, 모두 자신의 공간을 기꺼이 우리와 함께 공유해 준 고맙고 훌륭한 사람들과
잠시 스쳐가는 두 사람을 넉넉히 안아준 산과 들, 강과 바다...
그리고 난데없는 불청객으로 고생했을 풀과 꽃들, 달팽이와 곤충들 덕분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영국 기후행동캠프에서 한 유목민 가족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한동안 머무르던 곳을 떠나면서, 원형 천막을 걷어내자...
천막 때문에 햇빛을 못 본 풀들 때문에 푸른 초원에 누런 동그라미가 생겼더군요.
그 누런 동그라미의 한 가운데서 온 가족이 함께 제사를 지내며 말했습니다.
"참 좋은 땅이었다."

같은 심정입니다.
참 좋은 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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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의 마지막 날

유럽에서 지금까지 달린 거리 6585km.
남은 거리 15km.

약 6시간 후 공항으로 달려갑니다.

안녕. 유럽.
좋은 땅이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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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ewell to Andre Gorz

"사랑하는 아내여, 오늘 그대는 꼭 82세를 맞았소,
그러나 그대는 늘 아름답고 우아하며 사랑스럽소.
생각해 보니 우리가 같이 한지 어연 58년을 맞았구료.
그러나 나는 당신을 그 어느때 보다 사랑하오.
게다가 마치 처음으로 당신과 사랑에 빠진 것 같은 감정을 아주 최근에 느끼기도 했다오.
당신과 함께 나는 생의 활력을 또 다시 느끼고 당신을 내 가슴에 안을때만이 삶이 가득차게 느껴진다오."

"Soon you'll be 82. You've lost six centimetres in height, you weigh just forty-five kilos, and you're still beautiful, gracious, desirable. We've lived together for fifty-eight years now, and I love you more than ever. Just a short while ago I fell in love with you anew, and once again I carry in my breast this gnawing emptiness which alone the warmth of your body against mine can assuage."

앙드레 고르, [아내에게 쓰는 사랑의 편지(Letter to D)] 중 - 블로그, Fusions 에서 재인용


여행을 계획할 무렵, 프랑스에 가면 누굴 볼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 때 가장 먼저 생각났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앙드레 고르였다.
물론 지네딘 지단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인 상상이었지만 말이다.

어느새 10년정도 지나버린 얘기지만, [에콜로지스트 선언]을 시작으로
한글로 번역된 그의 모든 글을 찾아 본 적이 있다.
도서관에서 원서를 빌려다 제본하고, 도서관에도 없는 책은 인터넷 서점 아마존을 통해서 구하기도 했다.
물론, 홍지의 [베르사이유의 장미]에 대한 열정과는 감히 비교도 안되는 것이겠지만 꽤나 열심이었던 셈이다.
사실상 '고르를 읽자'에 다름 아니었던 세미나를 열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노동시간 단축 세미나 커리큘럼]
(세상에 이 자료가 아직 있다니... 훌륭하다. 진보넷!)

후기 산업사회 및 정보화 시대의 흐름을 읽는 시각,
근본적인 좌파이자 동시에 생태주의자,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설득력 있는 문체,
무엇보다도 대안과 그 대안으로의 경로을 제시하는 구체적인 제안...
그의 사상에 대한 평가 이전에, 말하자면 왠지 나와 '잘 맞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불과 며칠 전에도 프랑스에서 프랑스 친구와의 대화에서도 앙드레 고르를 화제로 올리기도 했다.
요새는 뭐하고 지내는데 조용하냐고..,

그리고 오늘 기사에서 그 대답을 얻었다.

지난달 25일 앙드레 고르와 부인 도린은 파리 근교 트로와의 자택에서 한 친구에 의해 숨진채 발견되었다.
그들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들에 둘러 쌓인채 나란히 누워 있었다고 한다.
고르는 평생 자신에게 영감을 준 도린이 암에 걸리자 83년 모든 지적활동을 그만두고 트로와로 옮겨가 아내와 조용히 살아왔다.
지난해에는 도린을 돌보면서 느낀 생각을 기록한 책 <아내에게 쓰는 사랑의 편지>를 내기도 했다.


관련 기사에서 발췌
http://afp.google.com/article/ALeqM5gjWhcNZrlESesEMdHb_hDiVUXltQ
http://www.signandsight.com/intodaysfeuilletons/1556.html
http://news.hankooki.com/lpage/people/200710/h2007100118274184800.htm

마지막으로 그의 글을 읽은지가 한 참 되었고,
호기롭게 모았던 원서는 제대로 읽지도 못했으면서도,
왜 고르는 더 많은 얘기를 하지 않는가?
왜 우리나라 학자들은 고르를 제대로 읽지도 못할 뿐더러, 하다못해 제대로된 단행본 한 권 번역하지 않는가?
라고 분통을 터뜨리는 동안...

그는 아내를 간병하고 있었다.
그리고 함께 두번째의 생으로 떠났다.

"우리는 한 사람이 죽었을 때 홀로 살아남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종종 얘기하곤 했다.
우리에게 두번째의 생이 주어진다면, 또 다시 함께 살고 싶다고...."

Nous aimerions chacun ne pas survivre à la mort de l'autre. Nous nous sommes souvent dit que si, par impossible nous avions une seconde vie, nous voudrions la vivre ensemble.

-
앙드레 고르, [아내에게 쓰는 사랑의 편지(Letter to D)] 중 - Le Figaro 기사에서 재인용.
  (불어를 영어로 자동번역해서 다시 번역한 것이라 확실치는 않습니다.)


그는 그의 마지막 책에서 사랑에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사랑은 도피가 아니라 모순으로 가득찬 세상에 대해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사랑은, 곧 그의 '세상에 대한 도전'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항상 '현실적인 유토피아'를 꿈꾸던 고르, 고르다운 죽음이라 할 것인가?

먹먹하다.
돌아가서 못 읽었던 책이나 다시 읽으련다.
달리 추모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말레이시아에서 남는 시간에 읽으려고 가져갔다가 역시나 못 읽고 그대로 돌려 보냈던 원서 한 권도 고르의 "Capitalism, Socialism, Ecology"이었군! 쩝쩝. 괜히 미안해 지는군.




- 제일 앞의 인용문은 고르의 마지막 저작인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중 일부분인데...
번역하려고 한참을 애쓰다가 아래 블로그에서 더 좋은 번역를 발견해서 그냥 옮깁니다. 여전히 마지막 문장은 석연치 않습니다만...
어떤 신문 기사보다도 좋군요.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분인데 프랑스 정치에 관한 글 등 다른 글들도 아주 재밌군요.
Fusions, [철학자 고르즈의 사랑을 위한 죽음]

- 고르에 관한 더 많은 자료는 역시나, 위키피디어 [앙드레 고르]

- 고르는 그의 책 제목인 [노동자 계급이여 안녕 farewell to working class]으로 악명이 높기도 했다. 그를 언급하는 글들의 반 수 이상은 '세상에... 노동자 계급이여 안녕이라니!!!' 라며 공격하거나 조롱하는 것으로 그친다. 하지만 그들이 책 제목 이상을 봤을지는 정말 의심스럽다.

- [에콜로지스트 선언]에 나오는 유토피아에는 자전거가 달린다. 자전거가!

- 마침 컴퓨터에서  김광석의 노래가 들린다. 거 참.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 강풀의 만화 최근작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나오는 장군봉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죽음. 못 보신 분들은 한 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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