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부인・비방・왜곡・날조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부인・비방・왜곡・날조 또는 허위사실'의 범위는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일까? 범위를 따지려는 건 아니다. 입을 막아야 할 이유를 완전히 잘못 짚었다.
틀린 말도 할 수 있다. 비방하는 말도 할 수 있다. 다른 주장도 할 수 있다. 만약 입을 막아야 한다면 또는 막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5.18민주화운동의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사람들이 모욕당하고 그로 인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인정, 지원, 보상 등)를 주장하거나 누리지 못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어떤 집단에 대한 적대를 선동함으로써 누군가의 권리를 제한/박탈하기 때문.
동성애혐오발언이 문제인 이유도 마찬가지다. 동성애 반대한다는 의견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성적지향을 부인하고, 마치 반대할 수 있는 것인 양 왜곡하고, 동성애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처럼 날조하는 말이지만, 단지 그런 이유로 금지할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금지가 긴요하다면 그런 말들이 지금 성소수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광장에서 모이고 거리를 행진하고 혼인을 선택하는 등)를 박탈하는 이유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에도 과연 '금지'가 타당한지 적절한지는 쟁점으로 남는다. 5.18 관련 망언도 마찬가지. 그런데 정말 금지할 수도 있는 이유에까지 이르지도 못한 채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한다는 개정안을 냈다는 사실에 한숨이 나온다.
김순례, 김진태 등의 망언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뚫린 입이라고 저대로 말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는 데에도 공감대가 이루어졌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사회가 한 걸음 나아가게 하는 데 이렇게 무능한 정치도 있을 수 있나, 갑갑하다. 인권을 후퇴시키는 방향이라도 일단 가고 보자는 정치라니, 화가 난다.
5.18항쟁의 의의를 어떻게 더 널리 알리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갈 수 있을지, 어떻게 더 잘 기억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는다거나. '망언'이 문제라면, 듣는 입장에서 엄청난 모욕감과 분노를 느껴도 개인이 특정되지 않으면 아무 쓸모 없는 모욕/명예훼손죄 같은 걸 검토해서 대안을 찾는다거나. ... 에효.
선거제 개편 놓고 돌아가는 꼴은 하도 한심해서 화낼 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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