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마음이 찌뿌둥했다. 엄마 칠순이라고 온 가족이 여행을 떠났는데, 나는 아무 마음도 들고 가지 않아 낭패를 봤다는 느낌이랄까. 뒤늦은 후회와 미안함 사이를 헤매다가 문득 엄마의 나이를 헤아려봤다. 지금의 내 나이에 엄마는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나를 키우고 있었다.
하루는 엄마가 늦게 일어났다. 아침밥을 주고 도시락을 싸줘야 할 엄마는 내가 교복을 챙겨입는 동안에도 깨지 않았다. 내가 깨웠는지 엄마가 깨났는지 알 수 없으나 시계를 본 엄마는 허겁지겁 부엌으로 가서 라면이라도 먹고 가라며 나를 잡았다. 나는 그게 화가 났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대문을 쾅 닫은 채 학교로 갔던 기억이 난다.
왜 화가 났을까. 지금의 나도 납득되지 않는데, 아마 지금 내 나이의 엄마도 납득되지 않았겠지? 밥 챙겨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으로 딸을 이해해보려 했겠지? 그게 이해가 되는 일이었을까? 내 나이는, 엄마 칠순 여행이라고 여러 날 같이 지내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엄마한테 짜증을 부리기도 하는 나이인데.
엄마. 살갑지도 않고 제멋대로 짜증이나 내던 나를 키우기엔, 엄마가 너무 젊었네. 내겐 언제나 엄마이기만 했던 당신이 참 젊었네. 칠순을 맞는 지금도, 당신은 젊네. 이렇게 엄마의 70년 인생을 온마음으로 축하하기도 어려웠으니, 미안함은 언제 다 갚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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