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가 내준 숙제

시간이 흐르면 '조국 사태'라고 불려도 어색하지 않을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조국에 대한 문제 제기를 보수세력의 정권 흔들기로 평가하며 변호에 나서는 사람들의 주장에도 동의되는 것들은 많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구조에 우연히-개인이 악착같이 남의 것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높은 자리를 차지한 덕분에 누린 것들-그리고 대를 이어 누릴 수 있었던 것들-이 후보 부적격 사유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거센 분노의 배경이 된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구조에 관해, 개인 조국이 학원과 재산을 사회에 내어놓는 것 외에 변화를 약속할 아무런 대안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조국 임명을 강행하려는 정치세력의 부적격 사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조국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질 때 조국이 내놓은 '국민들의 일상의 안전과 행복, 지켜드리겠습니다'라는 첫번째 다짐. 보도자료에 담긴 내용은 명백하게 반인권적이다. 안전의 문제를 고위험 가해자의 문제로 환원해버려 구조의 문제를 삭제하고 그 희생양으로 정신질환자와 같은 소수자에 대한 낙인을 강화하는 것이나 집회시위의 자유에 국가가 허용하는 범위를 정하는 것 등. 
그런데 이런 비판은 조국이야말로 모를 리 없는, 검색해보지 않았으나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그가 충분히 하고도 남았을 비판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정책 하나하나의 문제와 다른, 조국 임명을 강행하려는 정치세력의 문제. 
그들은 지금 필요한 대안을 만드는 데, 적어도 그들이 각을 세우는 보수정치세력과 다를 바 없이 무능하다. 불안을 일상화한 아비규환과 각자도생의 시대에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책임도 있다는 점에 대한 반성도 부족하다. 물론 지금 처한 상황이, 어떤 세력이든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점에서, 무력하다고 해두자. 
최소한 전망은 밝혀야 한다. 법무부가 관장하는 영역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있는 놈은 뭘 해도 용서되고 없는 놈은 뭐만 해도 잡혀간다. 사학재단이, 인턴쉽이, 대학 입학과 졸업이, 기업의 채용과 해고가, 합법이더라도 불평등을 심화시키는데, 심지어 불법이어도 처벌되지 않았던 게 우리 사회 아닌가. 
검찰개혁, 사법개혁의 적임자로 그만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래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검찰개혁 왜 하나, 검경수사권 조정 왜 하나, 사법개혁 왜 하나. 적폐 청산은 효과지 목표가 아니다. 억울한 사람 없게 하자고 하는 거다. 
부당한 정리해고에 미래의 경영위기라는 논리까지 만들어줘서 열심히 일한 사람 억울하게 만든 세상 바꾸자는 거다. 성폭력 당하고도 니 말이 사실이냐고 끊임없이 부정당해야 했던 세상 바꾸자는 거다. 국가기구나 재벌이나 없는 사람 짓밟을 때 짓밟힌 사람이 오히려 빨갱이라는 누명 쓰는 세상 바꾸자는 거다. 
일의 세계가, 차별이 만연한 구조가 만들어내는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이 개혁의 목표여야 하는 것 아닌가. 조국에게 개혁의 기수를 기대하는가. 어쩌면 그는 현재의 집권세력 중 가장 훌륭히 그 역할을 해낼 사람일 수 있다. 문제는 그게 개혁이 못된다는 점이다. 
열심히 살아도, 열심히 살수록 억울한 시대다. 조국을 지키고 싶다면 조국을 변호할 것이 아니라 다른 전망을 내놓아야 한다. 

*조국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없는 내게도, 다른 전망은 그대로 숙제다. 
*조국 보도자료에서 데이트폭력 등과 다중인명피해안전사고를 다룬 3번과 5번. 이 두 영역에서는 보수정치세력과의 차이가 확인된다. 그러나 젠더폭력의 문제에서 젠더를 숨기고 재난참사 책임자 처벌의 열쇠가 적극적 수사인 것처럼 인식한다는 점에서 한계도 확인된다. 이건 또 다른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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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4 01:39 2019/08/24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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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성 2019/08/24 23:2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요컨대 조국씨가 법무부장관이 못될 것은 없지만, 사회개혁의 적임자인지는 의문이라는 것이군요.

    >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구조에 우연히-<개인이 악착같이 남의 것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높은 자리를 차지한 덕분에 누린 것들-그리고 대를 이어 누릴 수 있었던 것들-이 <후보 부적격 사유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조국家의 사학비리나 사모펀드 운영과 투자내역은 안들여다보신 모양입니다. 기술신용보증기금과 관급공사수주 등 공적자원을 편취한 정황이 역력하고, 교원 고용과 관련된 비리 의혹도 이미 제기되어 있습니다.[1]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가 충분치 않으면, 평가도 엇나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하지 않나 합니다.

    > "사학재단이, 인턴쉽이, 대학 입학과 졸업이, 기업의 채용과 해고가, 합법이더라도 불평등을 심화시키는데, 심지어 불법이어도 처벌되지 않았던 게 우리 사회 아닌가."

    말씀하신 하나 하나가 전부 다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혐의라서 '사태'가 커진 것입니다. <범법 여부를 가리는 것이 우선이어야 할 자를 법무부 장관에 앉히는 게 맞느냐>는 거지요. 별로 복잡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물론 조국씨는 '사회개혁안'을 들고 나와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고 있습니다.

    ----

    [1] 사학비리가 인권침해의 온상이더라는 우리 사회의 경험이 진영논리 앞에서 증발하는 형국입니다.

    • 미류 2019/08/26 09:08 고유주소 고치기

      법무부장관이 못될 것은 없다는 게 아니라, 법무부장관이 되거나 안 되거나가 이미 그 개인에 대한 평가를 넘어선 문제라는 생각이었어요. 여튼 제기된 각종 의혹에 개인이 어느 정도 가담했는지는 철저히 밝혀야 하겠죠.

  2. 유성 2019/08/27 23:2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불편했다면 사과드립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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