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자신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고 말할 때 고개가 끄덕여졌다. 서초동도 광화문도 가지 않는 사람들이 정치적 유효값을 가지는 세력으로 인지된 것 역시 그 불쏘시개 덕분이었다. 그러니 이 불이 어디에서 누구에게 온기를 전할지가 남은 숙제일 것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 불을 가장 빨리 꺼뜨릴 세력이 더불어민주당인 듯하다. 그들은 '조국 사태'가 증폭시킨 정치의 가능성을 공수처 설치라는 불완전한 과제 하나로 집중시키고 있다. 공수처가 마치 검찰개혁의 핵심적인 비책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기만이자 패착이다.
검찰이 공직자 비리와 부패를 제대로 다루고 스스로에게도 칼을 들이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검찰 개혁이다. 밖에서 칼을 댈 기구를 만드는 것은 설령 한시적으로 기여하더라도 부차적일 뿐이다. 게다가 칼을 휘두를 수 있는 국가기구를 하나 더 만드는 것에 민주화의 주역을 자처하는 세력이 이렇게까지 거리낌없다니 당혹스러울 정도다. 이들의 목표는 검찰의 개혁이 아니라 검찰의 제압일 뿐이다. 이렇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의 불조차 꺼뜨리고 있다.
그런데 더욱 문제를 느끼는 대목은 그 다음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그나마 금태섭 의원이 소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이든 공수처든 그 전까지는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토론되던 문제를 이제 시민들이 함께 토론할 수 있을 정도로 검찰개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그 토론의 가능성을 봉쇄하는 데 급급하고 정당들 간의 협상 문제로 끌고 들어갈 뿐이다.
이렇게 공수처가 만들어진들, 단언컨대, 우리는 앞으로 내내 공수처가 누구를 봐주고 있다느니 누구를 과잉 수사하고 있다느니 하는 싸움을 지켜보는 것을 검찰개혁의 결과로 얻게 될 것이다. 그건 우리가 피우고 싶은 불이 아니다. 아마 '불쏘시개'가 피우려던 불도 아닐 것이다.
'불쏘시개'가 피운 불
일단 중얼거리다가
2019/10/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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