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세상이 어수선한데) 인터뷰는 왜 요청했나.
- 바쁜데 고맙다. 홍보하고 싶은 게 있어서 부탁했다.
ㅇ 홍보라니. 너니까 봐준다. 뭔지 얘기해봐라.
- 최근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그게 신문이나 잡지 같은 데 실리는 게 아니고, 내 페이스북에 내가 써서 내가 올린다. 일주일에 한 번 발행하려고 한다.
ㅇ 개인이 발행하는 칼럼이라는 게 생소하다. 페이스북에 그 전에 올리던 게시물과 다른 건가.
- 좀 다른데 설명이 쉽진 않다. 그동안 올리던 것도 다 전체공개고 글이 아닌 것도 아닌데, 이번에 매주 올린다는 칼럼은, 음, 분량도 정하고 초고 쓰고 수정하고 퇴고하고 등등 글쓰기라는 노동의 결과물이랄까, 여튼 나한테는 다르다. 읽는 분들도 다른 거 알 수 있게 -소심하게- 글 앞에 꺽쇠 표시 [] 이렇게 붙이고 있다.
ㅇ 가지가지 한다. 안식년이라더니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사나.
- 어쩌다 이렇게 됐다. 예전부터, 나중에 쉬게 되면 200자 원고지 10매 분량의 글을 좀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있었다. 막상 안식년 시작되고 나서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인권활동가대회에서 홍은전 의 글쓰기 강의를 듣게 됐다. 사실 이 셀프인터뷰 형식도 홍은전이 강의를 그렇게 하길래 따라 해보는 거다. 강의 말미에 어디든 글을 꾸준히 쓰라는 얘기 하면서 [일간이슬아] 소개하더라. 그러다가 갑자기 “페이스북에라도 쓰세요. 거기에도 구독자가 있잖아요.” 하는데 뭔가 계시를 받은 것 같았다.
ㅇ 홍은전은 너가 그럴 줄 몰랐을 거다. 좀 억지 아닌가.
- 나도 내가 이럴 줄 몰랐으니까 홍은전도 그럴 거다. 근데 이렇게 됐다. 몇 사람 더 있다. 그날 뒤풀이 하다가 [주간미류] 해보라며 추임새 넣었던 장예정 Gio Choi 장길완 Kawon Lee 등이 날 이렇게 만들었다. 혹시라도 내가 정말 매주 이걸 한다면 이 사람들이 책임져야 한다.
ㅇ 내가 보기에 너는 이거 매주 할 사람이 아니다.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줘라. 당장 다음주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 지금까지 소감이나 얘기해봐라.
- 맞다. 안식년에 정말 하려던 것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안할 가능성도 높다. 매주 한다는 오기는 안 부린다. 그래도 어떤 리듬이 있는 건 좋은 듯하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좀 있다. 글쓰는 일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잠깐씩 했다. 그런데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지 글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글쓰기를 즐기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활동하면서 정해진 주제나 마감이 있는 때에는 즐기기 어렵다. 아무도 안 시키는데 쓰니까,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 그걸 꼭 글로 쓰고 싶은지, 어떻게 쓰고 싶은지 등등 더 생각하게 된다. 묵혀서 더 잘 내보일 수 있는 마음과 생각이 있다는 걸 익히고 있다.
ㅇ 왠지 니가 더 피곤한 사람이 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해라.
- 페이스북이 글 읽기에 좋은 화면은 아니다. 하지만 나름 공들여 쓰는 글이 어디 지면에 실리는 것도 아니라 여기서라도 많이 읽어달라는 부탁이다. 이렇게 부탁하면서 나도 가능한 한 꾸준히 즐겨보겠다. 읽는 분들도 즐거워지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더 궁금한 게 있으시면 댓글로 이어서 하겠다.
ㅇ 헐. 정신 차려라. 지금 아무도 너한테 관심 없다. 내가 의리상 좋아요 많이 눌러달라고 대신 말해줄 테니 인터뷰는 이쯤에서 끝내자. 다음 칼럼은 기대해보겠다.
-그 그런가. 여튼 고맙다. 다음은... 다음에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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